“뭐라고요?”당황한 서경희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아… 안 돼! 우릴 묻지 말아요! 길시아 씨, 살려주세요! 강우연이랑 한지훈이 저지른 일이고 우린 아무 상관 없단 말이에요! 우릴 묻지 말아요!”서경희와 강신, 그리고 강학주까지 이미 파놓은 구덩이에 내던져졌다.강신은 겁에 질려 바지에 오줌까지 지리며 엄마 서경희의 등 뒤로 숨어 울음을 터뜨렸다.“엄마, 난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다고… 나 아직 어리잖아!”길시아는 싸늘한 눈빛으로 개장 속의 강우연을 바라보며 물었다.“이래도 말 안 할 거야? 입 다물고 있으면 지금 당장 네 부모님과 동생을 산 채로 땅에 파묻을 거야!”구덩이에서 절망에 빠져 통곡하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끊임없이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는 것밖에 없었다.길시아가 손짓하자 군인들이 삽을 들고 흙을 파서 강학주 일가의 몸에 부었다.“이러지 마! 아빠, 엄마 죄송해요. 제가 많이 죄송해요….”강우연은 그 모습을 보고 절망한 얼굴로 소리쳤다.“지훈 씨! 도대체 어디 있는 거예요!”그녀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개장에 갇힌 그녀는 부모와 동생이 땅에 파묻히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절망한 목소리로 소리치고 살려달라고 사정했다.하지만 길시아는 무자비한 만행을 멈추지 않았다.강학주 일가도 절망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절규했다.“하나님이시여! 저희가 뭘 잘못했기에 이런 벌을 내리는 겁니까!”서경희는 절망한 얼굴로 강우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우리가 생매장당하게 생겼어!”강신도 겁에 질려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하지만 군인들의 삽질은 멈추지 않았다.“엄마, 나 무서워. 나 죽고 싶지 않아….”S시의 기업가와 정계 인사들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볼 뿐 아무도 나서서 말리지 않았다.상대가 길정우였기 때문이다.무대에서 만행을 저지르는 여자는 길정우 군단장의 친동생이었으니까!게다가 근처에는 길정우의 친위대
오관우는 고개를 끄덕인 뒤,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강희연 일가에게 다가갔다.늠름한 자태로 무대로 올라간 길정우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군졸들에게 손짓해서 동작을 멈추게 했다.절도 있는 그 모습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길정우는 강준상 일가를 바라보며 담담한 미소로 물었다.“이 세 사람을 살리고 싶다는 거죠?”강준상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길 군단장님, 저 아이는 내 아들이에요. 저들은 한지훈과 별로 사이도 좋지 않았고 한지훈의 만행에 동참하지도 않았느니 자비를 베풀어 저들을 풀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길정우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그래요. 그럼,거래를 제안하죠. 이 세 사람의 목숨과 강운그룹을 바꾸는 겁니다.”그 한마디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침묵했다.강준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뜨고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뭐라고?세 사람을 살리려면 강운그룹을 내놓아야 한다니!강준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길 군단장,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이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어요.”길정우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요? 강운과 이 세 사람의 목숨 중에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요? 강 회장님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강준상은 당황했다.강문복과 강희연도 당황해서 강준상의 팔을 잡아당겼다.“할아버지, 이건 받아들일 수 없어요! 강운을 통째로 넘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한편, 희망을 엿본 강신이 애타는 목소리로 소리쳤다.“할아버지!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죽고 싶지 않아요. 죽고 싶지 않다고요!”“아버지! 우릴 버리지 마세요! 우리도 강운의 일원이잖아요! 저 아버지 아들이에요!”겁에 질린 강학주가 소리쳤다.강준상의 얼굴에 시꺼먼 그림자가 드리웠다.그 시각.S시의 밤은 오늘따라 더욱 어두웠다.깊은 어둠을 타고 S시 교외에서 3만 북양대군이 대오를 정렬하고 있었다.그들의 얼굴에서 비장함이 엿보이고 그들의 주변으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멀리서 바라보니 하룻밤 사이에 교외에 무
3만의 호랑 사단 병사들이 순식간에 움직였다.대지가 흔들리고 거센 바람이 불었다.사령관의 명을 받들어 진군한다!3만의 최강 북양대군은 하늘을 찌르는 기세로 오군을 향해 출발했다.그들의 움직임은 곧 오군에 닥칠 피바람을 예고했다.길정우의 저택.길정우는 무대에서 싸늘한 시선으로 강준상을 바라보며 결정을 재촉했다.“강 회장님! 아직도 결정을 못 내리신 겁니까?”강준상은 무기력한 눈빛으로 강학주 일가를 바라보았다.가슴이 아프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그들의 목숨과 강운을 바꿀 수는 없었다.결국 그는 힘없이 고개를 저으며 절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함정 속에 파묻힌 강학주 일가는 아버지의 선택을 보고 깊은 절망을 느꼈다.“아버지! 저 아버지 아들이에요! 어떻게 아들을 버릴 수 있어요!”강학주가 눈물을 쏟으며 절규했다.서경희와 강신도 절망한 얼굴로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길정우는 싸늘한 미소를 짓고는 개장 안의 강우연을 보며 차갑게 물었다.“강우연, 마지막 기회야. 잘 생각하고 대답해. 널 위해서, 그리고 네 딸을 위해서! 아이를 살리고 싶지 않아? 그럼,한지훈이 어디 있는지 말해! 그것만 말하면 지금 당장 풀어줄 수 있어!”그 말을 들은 길시아가 입을 삐죽이며 불만을 토로했다.“오빠! 그래도 풀어주는 건 안 돼!”길정우는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시아야, 오빠 말대로 하자. 오빠가 다 처리할게!”길시아는 할 말이 많은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길정우는 눈물범벅이 된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구석진 곳에서 오들오들 떨며 길정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군단장님, 아이만 살려주세요. 제 목숨은 거두어 가셔도 괜찮아요. 하지만 고운이만 살려주세요… 저 정말 한지훈이 어디 있는지 몰라요. 정말 모른다고요….”이미 멘탈이 나가버린 강우연은 기계적으로 고개를 조아리며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길정우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우연, 끝까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 거로군.
한지훈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한발 한발 무대로 향했다.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섬뜩하게 정원을 울렸다.군복을 입은 그에게서는 숨 막히는 살기가 솟구쳤다. 비범한 카리스마에 아무도 감히 그의 앞을 가로막지 못했다.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살기는 진해졌고 현장 분위기는 삭막해져갔다.길정우의 친위대가 총알을 장전하고 총구를 한지훈에게 겨누었다.현장에 있던 손님들은 요원들에 의해 공터로 물러나고 무대 주변에는 한지훈과 길정우 두 사람만 남았다.무대에 선 길정우는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역시 왔군. 사실 안 올 거로 생각했었는데.”한지훈은 무대 아래에서 걸음을 멈추고 길정우의 주변을 지키던 네 명의 친위대원들이 총구를 그에게 겨누었다.그가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총알이 그의 몸을 관통할 것이다.한지훈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무대 위에 묶여 있는 강우연 모녀를 바라보았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잠시 자리를 비운 것뿐인데 신변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저 불쌍한 모녀가 자신 때문에 이 인간 같지도 않은 자식들에게 당했을 수모를 생각하니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분노와 슬픔, 그리고 죄책감이 그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강우연은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고운이를 안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한지훈이 입구에 나타났을 때, 강우연은 안도감과 함께 눈에서는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그가 다시 나타날 줄은 몰랐다.드디어 그가 왔다!그가 하늘을 찌르는 분노를 가지고 자신과 고운이를 구하러 온 것이다.그는 자신들을 괴롭힌 이들에게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강우연은 그의 말을 굳게 믿었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고운이를 안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한지훈을 향해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목이 메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한지훈을 발견한 고운이가 무슨 힘이 났는지 작은 손을 한지훈에게 뻗으며 소리쳤다.“아빠다! 아빠가 왔어! 엄마! 아빠가 우리를
과거에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사랑스럽게 오빠라고 부르던 소녀는 낯설고 흉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길시아, 한 달 전에 내가 경고했었지. 너희 가문은 과거의 잘못에 대한 피의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고! 내 아내를 협박하고 모욕한 죄, 내가 갚아줄 거야! 너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너의 가문 전체가 지옥에 떨어질 거야! 그래야 이 분이 풀릴 것 같으니까!”한지훈의 두 눈에서 날카로운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그 말을 들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충격에 빠진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혼자서 저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고?이곳은 길정우의 집이었다.주변 곳곳에 길정우의 친위대가 지키고 있었다.“오늘 들었던 중에 가장 웃기는 소리군! 한지훈 저 자식 근거 없는 자신감이 대단한데?”“그러니까. 저런 사위를 집안으로 들인 강운그룹이 불쌍해. 도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길정우 군단장 한마디면 저 자식 몸은 벌집이 될 텐데!”사람들은 비웃음을 머금고 그들을 바라보았다.그들이 보기에 홀로 저택까지 쳐들어온 한지훈은 죽음을 자초한 것과 다름없었다.강준상 일행은 한지훈의 만행에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할아버지, 저 인간이 하는 말 좀 들어봐요! 미친 거 아니에요? 혼자서 길씨 가문을 쑥대밭으로 만든다잖아요! 주제파악을 못 해도 분수가 있지!”강희연이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강문복도 옆에서 거들었다.“아버지, 저 자식은 걸어 다니는 재앙이에요! 길 군단장의 분노가 우리한테까지 미치지 말아야 하는데! 안 그러면 예전에 했던 모든 게 물거품이 되게 생겼어요!”강준상도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었다.하지만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길정우도 섬뜩한 살기를 내뿜으며 한지훈에게 말했다.“그러니까 나와 내 가문을 숙청하겠다는 말로 들리는데?”“숙청은 당연한 거고 너희 남매는 내 아내와 딸 앞에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빌게 될 거야!”한지훈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
현장이 숙연해졌다.사령관?한지훈이?장난이겠지?오군 주군 본부의 수장이자 용국 동원구 군단장 한민학이 일개 평민만도 못한 한지훈 앞에서 예를 취하다니!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한민학의 지시를 따라 그와 함께 온 주군 본부 에이스 부대 역시 총탄을 장전하고 비장한 표정으로 소리쳤다.“한 사령관의 지시에 복종하겠습니다!”그 고함소리는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구름을 갈랐다.기업 대표들과 정계 인사들은 충격적인 광경에 전부 입을 다물지 못했다.“뭔가… 크게 잘못된 것 같은데? 한민학 군단장이 한지훈을 뭐라고 불렀어? 사령관? 저 사람 장관 출신이었어?”“내가 가는 귀가 먹어서 잘못 들은 걸 거야! 쟤는 그냥 가문에서 내쳐진 버러지잖아? 그러다가 강운에 데릴사위로 들어간 놈 아니야?”“세상에! 이거 사실이야? 한지훈이 사령관이었어?”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현장을 시끄럽게 했다.강준상의 등 뒤에 숨어 눈치만 보던 강문복 일가도 숨을 헉하고 들이켰다.미쳤어!이는 그들이 아는 한지훈과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분명히 가문에서 내쳐진 버러지 같은 신세였는데!“아빠, 한민학 치매 온 거 아니야? 어떻게 이럴 수 있지?”강희연이 눈을 깜빡이며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강문복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입을 떡 벌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몰라. 목소리 낮춰! 돌아가서 다시 얘기하자!”강문복이 말했다.절반 정도 묻혀 버린 강학주 일가는 한지훈이 처음 나타났을 때 눈물범벅이 되어 한지훈에게 욕설과 저주를 퍼부었다.하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그들은 평생 닿을 수도 없는 위치에 있던 한민학 군단장이 공손하게 한지훈에게 예를 갖추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여보, 내 눈이 잘못된 건가? 우리 이미 땅에 파묻혀서 죽은 거 아니야? 아니면 이게 말이 안 되잖아!”서경희가 눈을 부릅뜨고 귀를 쫑긋 세운 채 중얼거렸다.하지만 귀와 눈에 흙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앞을 제대로 분간할 수
“한민학, 너 미쳤어! 네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 뭐? 총사령관? 쟤가 5년전에 한씨 가문을 무너뜨린 장본인이야!”화가 치밀어 오른 길정우는 한민학을 가리키며 소리쳤다.그리고 차가운 시선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너 정체가 뭐야?”탁!한지훈은 앞으로 한 걸음 성큼 걸어 나왔다.그 소리는 천둥이라도 세차게 울린 것처럼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한지훈은 넘쳐흘러 나올 듯한 패기를 보이며 무거운 소리로 말했다.“넌 내 정체에 대해 알 자격이 없어! 그리고 너희들은 내 아내랑 딸을 건드린 대가로 앞으로 지옥을 맛보게 될 거야! 이곳은 곧 인간 지옥으로 변할 거야! 한민학, 네 목숨은 인제 내 것이야!”“하하하!”한민학은 고개를 들어 가슴속의 노여움을 뿜어냈다.그리고 한민학의 눈빛은 곧 살의로 가득 차 버렸다.한민학은 손가락으로 무대 아래에 있는 한지훈과 길정우를 가리키고 험상궂게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알겠어! 너랑 한지훈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지? 용국에는 한 총사령관이라는 인물이 없어! 너희들은 애초에 존재도 하지 않는 인물로 날 겁주려고 했던 거야! 근데 내가 너희들의 놀림에 넘어갈 줄 알았어? 천만 해! 난 용국 동원구 본부에 소속되어 있고 내 위에 있는 총사령관은 용국 5대 총사령관 중의 한 명인 서효양이야! 게다가 서효양은 군신 급 인물이야! 존재하지도 않는 인물에 내가 겁이라도 먹을 줄 알았어?”길정우가 내뱉은 말은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의문과 고려를 깨뜨렸다.이 모든 건 그들의 자작극이었다.“자작극이었구나! 역시 어리석은 놈은 죽을 때까지 어리석다니까! 상가견은 죽을 때까지 구석에 틀어박혀 살아야 해.”“한민학도 정신이 나간 거지, 어떻게 저런 놈이랑 자작극을 펼쳐? 나이가 들긴 들었나 봐, 오군 주군 사령관 이 자리하고는 인제 어울리지 않아!” “멍청한 녀석! 역겨워!”뭇사람들은 한시름을 놓고 비수로 내리꽂는 듯한 말들로 욕을 퍼부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마음이 놓여진 건 아니다.
교만함!건방짐!이 순간 길정우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맹렬한 기세를 한방에 뿜어냈다.이에 모든 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감히 길정우의 두 눈을 마주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길정우의 진정한 모습일까?길정우의 기세에 눌려 다들 두려움이 극에 달하는 듯했다.젊은 나이에 군단장으로 진급할 만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이와 같은 기세와 자태라면 길정우는 단언컨대 전도가 양양하다.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늘 밤 한지훈은 이곳에서 죽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왜냐하면 한지훈이 상대해야 할 길정우는 일존 군단장이기 때문이다.그뿐만 아니라 길정우는 병왕급의 인물이다.그렇다! 길정우는 동원구 본부 제4분구의 부대에 소속되어 있다.동원구는 50만 명의 군졸을 보유하고 있으며 용국의 최대 전구다.게다가 병력이 가장 많고 정교하고 우수한 무기와 장비도 지니고 있으며 지역도 드넓다.그러나 50만명의 동원구 군졸은 일 년 내내 북원구로 출정하여 국토의 방위를 책임지는 북원구 30만명의 사병과는 비교할 수 없다.50만명의 동원구 군졸은 보다 많은 전쟁을 겪어본 적이 없고 피로 물든 시련을 겪어 본 적도 없어 전쟁터에 관한 경험이나 야성적인 모습이 부족하다.하지만 이와 반대로 북원구 30만명의 사병은 모두 전쟁터에서 걸어 나온 실제 인물들이다.어느 한 명도 빠짐없이 하나 같이 잔혹한 생사를 겪고 북원구 전장의 참혹함을 느꼈다.하여 북원구 30만명의 사병은 용국에서 최고로 강한 병사들이다.북원구 또한 용국에서 가장 강한 전투 구역이다.그리고 북원구 총사령관은 용국 5대 총사령관 중의 수위로 용국에서 가장 강한 총사령관이다.어깨에 별이 다섯 개인 총사령관이다.그러나 길정우는 지금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지금 한지훈은 더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온몸에 끓어 넘치는 살의를 함축하고 있다.기고만장한 모습으로 무대 위에 서 있는 길정우를 보고 한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넌 내 상대가 아니야.”쓰읍!장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숨을 들이쉬
안드레는 항쟁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는 한지훈과는 전혀 승산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끝까지 완강하게 반항한다면, 한지훈은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유럽 전체는 슬픔에 빠지게 됐고, 수많은 사람들은 안드레의 안쓰러운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유럽을 지킬 사람도 없게 됐다. “한 선생님, 안드레 님께서는 이미 자결을 통하여 사죄하셨으니 이제라도 제발...”쿠러는 검을 찔려 죽은 안드레의 마지막 모습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안돼! 적어도 4분의 3의 목숨은 내놔야 돼!”이내 한지훈이 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곧바로 별빛이 쏟아졌다. 은빛 별빛에 비친 모든 무도 사람들은 순간 잿더미로 변한 채 공기 속에서 흩어지게 됐다. 마치 그들은 이 세상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것처럼. 곧이어 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곧장 북쪽으로 향하여 영륜으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는 고요해졌다. 안드레가 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재앙을 면하지 못했다. “아이고! 한때 2차 대전 정세까지 좌우하던 안드레가 한지훈 앞에서 자결까지 하며 사죄했는데도 용서를 받지 못했다니!”“한지훈 이 놈, 이번 기회에, 전 세계로 하여금 용국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끔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이번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만 해도, 이미 수만 명이 넘어!”“그게 뭐 어때서? 그러게 누가 그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들을 멸망시킬 의도를 보이라고 했어!”인터넷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역외에 세력이 전혀 없는 일부 작은 나라들은, 이번 사건을 더욱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나라에 역외 강자가 없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상황이, 자신들의 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이젠 한지훈이 영륜으로 가려 할 거야!”“영륜은 비록 작은
안드레는 생각했다. 지난번에 공해상에서 한지훈으로부터 미움을 사거나 용국 묘당으로부터 미움을 산 상황에 한지훈은 그저 무릎을 꿇고 절하는 것만을 요구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스스로 무릎을 꿇으면 한지훈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일단 유럽 다른 역외 강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그는 오늘의 모든 것을 되찾을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서 무릎을 꿇고 절하는 안드레의 모습에 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드레, 그때랑 지금의 상황은 정말 달라. 그날, 너희들이 저지른 과실은 단지 용국의 명예만을 손상시켰을 뿐이야!” “하지만 오늘의 너희들은 감히 우리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하고 있지!”“내 눈에는, 네가 아무리 절을 해도 우리 용국 백성들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어!”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 유럽 전역 백성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안드레는 완전히 멍해졌다. 사실 그와 한지훈은 같은 일성 준 천신계 강자였다. 자신이 방금 보인 절은, 한지훈의 수원을 적어도 5년은 증가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한지훈에게 있어서 좋은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절이, 한 푼의 가치도 없다니? “한지훈! 너 사람을 그렇게 너무 업신여기지 마! 이번에 너에게 패배한 것은 단지 이곳에 처음으로 돌아온 역외 강자들일뿐이고, 앞으로 다른 역외 강자들도 계속해서 돌아올 거라는 거 명심해!”“안드레 선생님께서는 우리 유럽의 대표로서, 이미 매우 성실하고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넌 대체 뭘 또 어떻게 하려는 거야!”“어떻게 하냐고?”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유럽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전부 죽이려 하는데, 고작 절 한번 하는 거로 본인 마음 편안하게 하려는 거면 그게 맞는 것 같아?”“이 세상에 그렇게 쉬운 도리가 어디 있어! 차라리 내가 너희 유럽에 500개의 핵무기를 던지고 나중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할까?”한지훈은 비웃음을 띤 얼굴로 아래쪽에 있는 쿠러를 바라보았
당시 미육과 연합하여 용국을 지원하자는 제안을 건넸을 때, 아무도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이 상황에 그는 절대 나서며 말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드레의 단호한 거절에 유럽 전체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됐다. “용국이랑 연락 닿았어? 뭐라고 해?”고위층 간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다른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저희가 줄곧 최선을 다해 연락하고 있긴 한데, 용국 측은 그저 용각이 용국 국왕에게 보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용각 측은 줄곧 응답이 없습니다!”중년 남자는 겨우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뭐라고!”그 얘기에 고위층 간부는 책상 위를 탁하고 세게 내리쳤다. “그 놈들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인종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 국왕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감히 한지훈이 유럽에서 우리를 학살하게끔 방임한 건지!”“용서 못해! 절대 용서할 수 없어!”그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이 상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쿠로, 이젠 너의 그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치를 때가 됐어. 당초 한지훈이 유럽을 찾아왔을 때, 내가 너희들더러 더 이상 용국을 건드리지 말라고 충고했었지!”“적어도 태세가 조금이라도 좋아진 후에 다시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았겠건만, 너희들은 기어코 내 말을 듣지도 않았어! 결국 한지훈은 지금 유럽으로 달려가고 있고!”“너희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역외 강자들은 뭐 하고 있어? 그렇게 입버릇처럼 떠벌리던 그 동맹국들은?”바로 그때 안드레가 들이닥쳤다. 안드레를 보자마자 쿠러의 표정은 마침내 좀 가라앉았다. “안드레, 지금 오직 너만이 세계 무도 연맹에 연락을 나눌 수 있어. 우리나라는 이젠 완전히 위기의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잖아.”쿠러는 급히 반갑게 맞이하며 본론부터 꺼냈다. 그러나 안드레는 쓴웃음만 보였다. “사실 이미 세 시간 전에 연락하긴 했어. 그들의 뜻은, 이번
유 씨 어르신과 양 씨 어르신의 침착함에 비해, 상황은 계속하여 들끓었다. 사실 천신급 강자가 이렇게 강한 다른 나라들에 침투해 마구 살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몇 개 대도시까지 전부 도살되었다. 이 소식에 전 세계는 크게 놀랐다. 그제야 사람들은, 용국이 수천 년 동안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것만큼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용국에 정복된 많은 나라들은 더욱 깊이 새기게 됐다. 감히 자신보다 강한 자를 공격하려는 자는, 언젠다는 반드시 죽임을 당할 거라고. 현재 수많은 나라 원수들은, 모두 세계 무도 연맹이 한지훈을 제재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방법이야말로 그들의 나라를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 무도 연맹도 유독 평온한 태도를 보이며 모든 일을 묵인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육과 부상 천신계 강자들이 잇달아 참사하고 난 후, 세계 무도 연맹은 더 이상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이 상황에 전 세계는 침묵에 빠지게 됐다. 필경 세계 무도 연맹은, 천도 맹약이 세속에 파견한 하나의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그러나 천도맹약이 역외 강자들을 돌아오게끔 만들어,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한 의도는 이미 드러나게 됐다. 이 상황에 세계 무도 연맹이 소리를 내어 한지훈을 경고하게 되면, 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지금 이 순간, 용국의 해체를 꿈꾸던 국가 원수들은 하나같이 깊은 후회에 빠졌다.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결코 용국 해체 계획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곧이어, 한지훈이 부상 강자와 미육 강자들을 잇달아 참살하는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그저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의 나라가 이젠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부상 젊은이들은 이 뉴스를 통해, 교토에서 발생한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바로 스크린을 껐다. 그들 역시 이 모
그러나 노인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에는 순간 괴상한 빛줄기가 나타났다. “안돼!”노인은 큰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빛이 지나치는 곳마다, 사람이고 가축이고 모두 사라지게 됐고 땅 위에는 피만 흐를 뿐이었다. 노인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도 없이, 급히 손을 들어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막아내기도 전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보임과 동시에 번쩍하여 노인의 등 뒤를 노렸다. 이내 금빛이 반짝이는 장총 한 자루가 노인을 찔렀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노인이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적색 사냥용 장총에 맞는 순간을 목격하게 됐다. 그렇게 노인은 시체가 되어 바로 쓰러졌다. 방금 한지훈이 보인 일격은 매우 간단해 보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원의 오의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노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었다. 결국 노인은 반항할 기회조차 없이 총에 찔려 죽게 됐다. 뒤이어 한지훈이 손을 살짝 들자, 하늘에는 황금 노을이 뒤덮였고 무수한 살기가 이집트의 수도를 뒤덮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집트의 수도 전체는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무종 고수든 일반 백성이든 무차별적으로 말살되었다. “너... 대체 왜 백성들까지 학살하는 거야!”한지훈이 한창 손을 쓰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한지훈에게로 날아왔다. “너희 이집트 강자들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학살하려고 한 이상, 나야 당연히 용국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도리를 따져야지!”이내 한지훈이 다시 손을 흔들자, 몇 개의 도시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방금 나타난 노인은, 몇 리 밖으로 도망가기도 전에 눈썹이 뚫리게 되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천신계 강자가 죽게 되었다. 이 상황에 중년 남자는 그저 주먹을 꽉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난다 하더라도 한지훈이 멀리 떠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여러 나라들이 도살되면서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한편
중년 남자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하늘에서는 갑자기 비할 데 없이 눈부신 은빛이 번쩍였고 온 하늘은 그 은빛에 휩싸였다. 은빛을 보아낸 중년 남자는 깜짝 놀랐다. 이내 급히 의자에서 일어나 밖을 향해 소리쳤다. “얼른! 모두 전쟁 준비 태세로 들어가!"”그러나 그의 목소리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주위는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그저 눈앞에는 흰 빛이 지나가는 것만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사람이든 강철로 만든 무기든,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 공기 속으로 흩어지게 된 것이다. 곧이어 긴 머리의 남자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은 그 기운은,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충격에 빠지게 만들었다. 중년 남자는 하늘에 떠오른 누군가의 그림자를 발견하고는 저도 모르게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이때, 엄청나게 강한 기운이 다시 중년 남자의 뒤에서 느껴졌다. “누구야!”이는 한지훈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북양 왕, 한지훈!”한지훈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북양 왕, 여기는 엄연히 이집트의 수도인데 잘못 알고 찾아온 거 아니야? 천신계 강자라면 세속에 들어설 수는 있지만, 마음대로 살계를 열 수는 없지!” “우리 이집트의 수도까지 와서 뭘 하려는 거야!”이내 하늘에서는 한 노인이 느릿느릿한 발걸음으로 한지훈을 맞이했다. 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살계를 열면 안 된다는 거야? 그럼 너희 이집트 역외 강자들은 부상과 연합하여 우리 용국을 도살하려 했는데,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설마 고위층들은 맘대로 불을 질러도 되고, 백성들은 불을 지르지 못한다는 거야? 그런 말도 안 되는 게 어딨어! “흥! 그건 역외 강자들이 내린 결정이야. 네가 이미 이렇게까지 희생하며 용국을 지키려 한 이상 본분만 지켜! 당장 용국으로 돌아가고, 더 이상 다른 나라들과 갈등을 일으키지 마!”“너희 땅을 지키는 게 바로 네가 마땅히 해야 할 직책이야!”노인은 한지훈을 안중에 두지도
그의 쓴웃음과 함께, 부상이 수십 년 동안 세웠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가주님, 아직 저희에게는 숨겨진 핵무기가 두 개 더 있지 않습니까? 제가 봤을 때...”“뭐? 핵무기?”그 말에 직전 가주는 저도 모르게 탁자를 내리쳤다. 상대는 천신계 고수인데 핵무기로 상대한다고? 핵무기가 제대로 날아가 폭파하기도 전에, 부상에 있는 자신의 가문이 먼저 불똥을 맞을까 봐 두려웠다. “어리석은 놈! 그놈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나 해?”“천신계 강자 수법조차도 맘대로 되돌릴 수 있어. 만약 핵무기를 그놈에게 던진다면, 그건 그저 부상에 더 큰 공포를 조성할 뿐이야!” 직전 가주는 가문을 장악한 지 여러 해가 되었고, 또한 부상의 국권도 직전 가문이 손에 넣고 있었다. 그렇기에 요 몇 년 동안 겪은 풍파들에 대해 그는 모르는 게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는 정말 두려웠다. 한지훈 한 사람만으로 이미 부상을 피로 물들였는데, 만약 또다시 심기를 건드리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그는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고, 생각하려 하지도 않았다. 비록 스스로도 20대 청년 때문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걸 인정하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게다가 부상의 고수들 중, 한지훈의 손에서 죽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최신 정보에 따르면, 미육 쪽의 최고의 고수들도 방금 한지훈의 손에 죽게 됐고, 미육 전체의 사상자 수는 수천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건 얼마나 무서운 복수인가? 이 상황에 누가 감히 용국을 건드리고 한지훈을 건드리려 하겠는가? “가주님, 저희가 유럽 혹은 비육과 손을 잡는 건 어떤가요? 전 세계 고수들이 모두 한 곳에 모이게 되면 한지훈도 더 이상 피하기 어려울 거라 확신합니다!” 이때 직전 가문의 중요한 구성원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유렵? 연합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해?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 우린 그저 땅강아지일 뿐이야. 우린 그저 역외 다른 강자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아마 때가 되면...”그는 잠시 멈칫
순간 유럽 전체는 공포에 휩싸이게 됐다. 전에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기 전에도, 한지훈 홀로 유럽 4대 천신계 강자들을 도살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유럽은 다른 열국 역외 강자들과 손을 맞잡고, 함께 용국을 멸망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한지훈이 전혀 모를 리는 없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의 보복이 유럽 전역을 피바다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 시각, 유럽 평범한 일가족의 한 노인은 이 소식을 접하고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깊은 탄식을 금치 못했다. 가족들은 떨리는 그의 손을 보아냈다. 다른 한편, 이들보다도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한 영륜 역시 같은 반응이었다. 그중에서도 한궁에 있던 한 백발노인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 “당장 가서 하드레이를 모셔와! 그렇지 않으면 우리 영륜이 아예 지구에서 사라질 수도 있어!”“캐럴 선생님, 제가 보기엔 이 소식의 신빙성이 너무 낮습니다. 그리고 설령 한지훈이 정말 그 역외 강자들을 죽였다 하더라도, 설마 그가 감히 국제 분쟁을 일으킬 수가 있겠습니까?”“그래서 전 굳이 하드레이 선생을 모셔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옆에 있던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한 중년 남자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국제 분쟁? 흥! 넌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나 본데, 연합국들은 이번에 용국 전체를 멸하려고 하는 거야! 네가 알긴 뭘 알아!”“만약 하드레이가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한지훈은 단 한 시간 안에 얼마든지 영륜을 불바다로 만들 수도 있었을 거야!”백발의 노인은 이미 단단히 화가 났다. “하지만 하드레이 선생께서는 앞으로 3년 안에는 그 누구도 그의 청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이 상황에 저희가 요청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게다가 한지훈이 뭐가 대단합니까. 하드레이 선생은 이미 삼성 지급 천신계 강자이고, 일단 하드레이 선생의 이름만 대기만 하면 한지훈은 아마 놀라서 도망갈 것입니다.”중년 남자는 여전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드레이는 확실히 유럽에
그 순간, 부상 전체는 들끓게 됐다. 거의 모든 국민들이, TV 생중계를 통해 이 피 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게 됐다. 무려 부상의 수많은 고위층, 그리고 무종 고수들이 잇달아 운명하게 된 것이다. 한편 직전 가문에는 나쁜 소식들만이 눈덩이처럼 굴러오게 됐다. 소식을 접한 직전 가문 가주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 부상의 모든 고수들이, 모두 한 사람으로부터 죽임을 당하게 됐다. 심지어 근 30년 간 자취를 감춘 고수조차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당했다. 그렇게 짧디 짧은 몇 시간 내에 부상 각지 고수들은 거의 전부 살해되었다. 게다가 국주의 황궁조차도 순식간에 평지로 옮겨지게 됐다. 그래도 다행인 건, 국주는 그 무렵 지하실에서 하인들과 밀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부상의 정신적 우상인 국주조차도 참살당했을 것이다. 한편, 각국 역외에서 돌아온 강자들이 용경에서 한지훈 한 사람에 의해 전부 격살당했다는 소식이 아주 빠르게 퍼지게 됐다. 이 순간, 세계 각지는 모두 지옥과도 같은 적막에 빠지게 됐다. 그 시각 미육의 한 우림 속에서는, 하늘을 찌를 듯한 큰 나무 아래 수수한 옷차림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사실 이 우림은 미육의 금지 구역이었다. 그 이유는, 노인이 줄곧 이곳에서 자연의 힘을 깨닫고 있었기에 일단 이 구역에 들어서는 모든 사람들을 침입자로 간주하여 격살하고 있었다. 노인은 어느새 천신계의 천기가 온몸을 감싸며, 자신에게도 드디어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그의 머리 위에는, 오색구름 덩어리가 모여 있었는데 이는 마치 그가 곧 새로운 길을 개척할 거라는 것을 의미하는 듯했다. 바로 이때,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한 중년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노인에게 다가와 당황한 표정으로 보고했다. “선생님, 큰 일 났어요. 저희 미육 역외 강자들이, 용국의 한지훈이라는 사람의 손에 죽게 됐다고 합니다!”남자는 말하면서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다. 그의 뒤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따랐는데,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