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뒤, 오군!한민학을 태운 차가 오군 톨게이트에 들어서고 있었다. 차 안에 앉은 그의 얼굴은 살기와 분노로 번뜩이고 있었다.조금 전, 그는 동원구 총사령관 서효양의 부관에게서 연락받고 부랴부랴 오군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소식을 전해 들은 한민학은 충격을 금치 못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가 오군을 비운 틈을 타서 길정우가 이렇게 엄청난 일을 꾸밀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사사로이 경찰청장을 감금한 것도 부족해서 군단장의 참모까지 감금하다니!한민학을 가장 분노하게 한 사실은 길정우의 부하들이 강우연과 고운이를 납치했다는 사실이었다.일개 중장이 감히 북양 총사령관의 처자식을 납치하다니!미친 짓이었다.“당장 오군 본부로 돌아간다! 모든 부대원들에게 연락해서 당장 본부에 집합해서 내 지시를 기다리라고 전해!”한민학이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운전기사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액셀을 더 힘껏 밟았다.그 시각, 오군의 한 교외!어둠을 틈타 3만의 북양 건아들이 출동을 준비하고 있었다.그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비장함이 감돌았다.그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일주일의 강행군을 거쳐 산을 타고 들을 넘어 드디어 오군에 도착했다.3일간의 정돈을 거쳐 이 3만 대군은 이미 전투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이 3만 북양 대군이 가진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도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었다.그들의 기세가 오군의 하늘을 찔렀다.그들은 일반 군대가 아니었다.그들은 용국 최강의 북양 30만 대군 중에서도 가장 에이스로 선발된 호랑지사 사단이었다!전장에 나가 용국의 불패 신화를 쓴 주인공들이 바로 그들이었다!그들은 8국의 군대 중에서도 최강자만 선발되었으며 피와 땀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수히 많은 적장의 목을 베었다!그들이 내뿜는 살기는 백만 적군마저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3만 호랑 사단 병력은 백만 대군과 전투를 벌여도 절대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한명 한명의 얼굴에 비친 살기와 들고 있는 최첨단
뭇 사람들은 분분히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축하드립니다, 군단장님!”길정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훌륭한 분들이 자리를 빛내러 와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얼굴도 있고 잘 모르는 얼굴도 있네요. 앞으로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오군의 미래를 그려갔으면 합니다!”말을 마친 길정우는 잔을 깔끔하게 비웠다. 사람들도 다급히 잔을 비우고 길정우를 찬양하는 말들을 잔뜩 늘어놓았다.“길 군단장님 같은 분이 계신 건 우리 오군의 영광입니다!”“그래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군단장님!”“앞으로 나날이 번창할 오군과 길씨 가문, 군단장님을 위하여 건배!”주변에서 길정우를 찬양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길정우는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서 인사를 나누었고 그의 뒤를 따르는 길현민도 거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과거의 길씨 가문이었다면 절대 이런 고위 인사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길정우가 돌아온 지금, 그리고 그가 군단장으로 승진하여 한민학과 동급이 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이제 그들은 이 사람들과 한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눌 자격을 갖추었다.사람들은 길씨 가문이 앞으로 거대한 귀족 가문으로 성장할 거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쩌면 인근 도시에까지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다.길정우가 공훈을 세우고 군단장에서 방위사령관까지 진급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강씨 가문 식구들은 맨 뒤쪽에서 길정우가 고위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멀뚱멀뚱 지켜보았다.그렇다고 해도 그들의 허영심은 이미 충분히 만족했다.오늘 참석한 인원들 모두 오군에서 최상위층에 속해 있는 인물들이었고 그들 중에 한두 사람과만 인연을 쌓아도 앞으로 강운그룹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강준상은 감격을 금치 못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서 있는 길정우를 바라보았다.“길 중장은 정말 뛰어난 인재야. 어린 나이에 군단장이 되었으니,앞으로 더 발전할 날만 남았네. 그래도 우리가 길 중장과 너무 크게 얼굴을 붉히지 않아서 다행이야. 희연이 덕분이 일
그 시각, 강우연은 아이를 안은 채 절망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이미 빛을 잃은 커다란 눈동자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거대한 스포트라이트가 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추었다.“저 여자 강우연이랑 그 딸년 아니야? 왜 개장에 갇혀 있지? 좀 불쌍한걸.”“불쌍하기는 무슨! 저런 비천한 것들은 거리에 내던져서 뭇매를 맞게 해야 해!”“다 한지훈 그 자식이 잘못한 거지 뭐. 그러니까 누가 군단장이 될 사람을 건드리래? 주제 파악을 못 하니까 처자식도 고생하는 거야. 소문을 들어보니까 그 녀석 마누라랑 애까지 버리고 혼자 도망갔다더라!”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강우연의 귀까지 전해졌다.그들은 처참한 몰골의 그들 모녀를 보고도 아무런 연민을 느끼지 못했다.강운그룹 사람들도 무대 위로 올라간 강우연 모녀를 발견하고 표정이 굳었다.주변 사람들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오자,강준상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창피하고 수치스러웠다.“내가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어! 5년 전에도 저 계집애 때문에 비웃음거리가 됐었는데 오늘 이렇게 좋은 날까지 저년이랑 그 딸년 때문에 창피를 당해야 해?”강문복이 분노에 찬 표정으로 불만을 토로했다.강희연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강준상에게 말했다.“할아버지, 이것 보세요. 이게 저와 강우연의 다른 점이에요. 쟤는 우리 가문에 피해와 수치심만 가져다줄 뿐이죠. 하지만 저는 강운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어요!”강준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싸늘하게 식은 눈동자로 무대 위의 강우연과 고운이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연하지. 난 줄곧 차기 사장 자리를 너에게 물려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단다.”강준상은 강우연에게 철저히 실망했다.그 말을 들은 강희연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며 아버지인 강문복과 시선을 교환했다.그 시각 무대 위의 강우연은 겁에 질린 얼굴로 몸이 불덩이가 된 고운이를 꼭 끌어안고 두려움에 떨었다.그녀의 예쁜 눈동자는 절망과 공포로 가득 찼다. 그녀는 눈물을 흘
그 시각,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강준상은 당황함과 동시에 거대한 수치심을 느꼈다.그는 그 자리에서 무대 위의 강우연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입 다물어! 집안 망신 혼자 다 시키면서 뭐가 잘났다고 떠들어? 난 너 같은 손녀 둔 적 없어! 넌 더 이상 나 강준상의 손녀가 아니야! 그러니까 닥쳐!”강준상은 조바심이 났다.강문복과 강희연 부녀도 발끈하며 소리쳤다.“강우연, 닥쳐! 넌 이미 가문에서 내쳐진 몸이야!”“미쳤어! 쟤 미쳤어! 여러분, 쟤가 하는 말 믿지 마세요! 쟤는 우리 가문 사람이 아니에요!”“그래요! 우린… 저 무대에 있는 저 여자랑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강씨 가문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강우연과 아무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무대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우연의 눈에 절망의 눈물이 고였다. 그 순간 그는 모두에게 실망했고 모든 희망을 놓아버렸다!“할아버지, 왜… 왜 저한테 이러시는 거예요… 저 우연이잖아요… 고운이 좀 살려주세요… 우리 딸 죽어가고 있어요… 제발 고운이만 살려주세요….”강우연은 힘없이 주저앉아 통곡하며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이때, 무대로 올라온 길시아가 싸늘한 시선으로 관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다들 잘 보셨죠? 이게! 우리 가문과 나를 화나게 한 결과입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강우연, 마지막 기회를 줄게. 한지훈 어디 있어! 한지훈 행방만 불면 지금 너희를 풀어주고 네 딸을 치료해 줄 의사를 불러주지! 말 안 하면 너랑 네 딸 모두 여기서 생매장당하게 될 거야!”그와 동시에 군인들이 이미 삽을 들고 공터에서 땅을 파고 있었다.이미 두 개의 깊은 함정이 만들어졌다!강우연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길시아와 가까운 곳으로 가서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길시아, 제발 우리 딸만 여기서 내보내 줘. 난 지훈 씨가 어디 있는지 정말 몰라….”길시아의 얼굴이 음산하게 변하더니 광기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몰라? 그럴 리가 없잖아. 아
“뭐라고요?”당황한 서경희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아… 안 돼! 우릴 묻지 말아요! 길시아 씨, 살려주세요! 강우연이랑 한지훈이 저지른 일이고 우린 아무 상관 없단 말이에요! 우릴 묻지 말아요!”서경희와 강신, 그리고 강학주까지 이미 파놓은 구덩이에 내던져졌다.강신은 겁에 질려 바지에 오줌까지 지리며 엄마 서경희의 등 뒤로 숨어 울음을 터뜨렸다.“엄마, 난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다고… 나 아직 어리잖아!”길시아는 싸늘한 눈빛으로 개장 속의 강우연을 바라보며 물었다.“이래도 말 안 할 거야? 입 다물고 있으면 지금 당장 네 부모님과 동생을 산 채로 땅에 파묻을 거야!”구덩이에서 절망에 빠져 통곡하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끊임없이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는 것밖에 없었다.길시아가 손짓하자 군인들이 삽을 들고 흙을 파서 강학주 일가의 몸에 부었다.“이러지 마! 아빠, 엄마 죄송해요. 제가 많이 죄송해요….”강우연은 그 모습을 보고 절망한 얼굴로 소리쳤다.“지훈 씨! 도대체 어디 있는 거예요!”그녀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개장에 갇힌 그녀는 부모와 동생이 땅에 파묻히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절망한 목소리로 소리치고 살려달라고 사정했다.하지만 길시아는 무자비한 만행을 멈추지 않았다.강학주 일가도 절망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절규했다.“하나님이시여! 저희가 뭘 잘못했기에 이런 벌을 내리는 겁니까!”서경희는 절망한 얼굴로 강우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우리가 생매장당하게 생겼어!”강신도 겁에 질려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하지만 군인들의 삽질은 멈추지 않았다.“엄마, 나 무서워. 나 죽고 싶지 않아….”S시의 기업가와 정계 인사들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볼 뿐 아무도 나서서 말리지 않았다.상대가 길정우였기 때문이다.무대에서 만행을 저지르는 여자는 길정우 군단장의 친동생이었으니까!게다가 근처에는 길정우의 친위대
오관우는 고개를 끄덕인 뒤,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강희연 일가에게 다가갔다.늠름한 자태로 무대로 올라간 길정우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군졸들에게 손짓해서 동작을 멈추게 했다.절도 있는 그 모습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길정우는 강준상 일가를 바라보며 담담한 미소로 물었다.“이 세 사람을 살리고 싶다는 거죠?”강준상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길 군단장님, 저 아이는 내 아들이에요. 저들은 한지훈과 별로 사이도 좋지 않았고 한지훈의 만행에 동참하지도 않았느니 자비를 베풀어 저들을 풀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길정우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그래요. 그럼,거래를 제안하죠. 이 세 사람의 목숨과 강운그룹을 바꾸는 겁니다.”그 한마디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침묵했다.강준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뜨고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뭐라고?세 사람을 살리려면 강운그룹을 내놓아야 한다니!강준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길 군단장,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이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어요.”길정우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요? 강운과 이 세 사람의 목숨 중에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요? 강 회장님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강준상은 당황했다.강문복과 강희연도 당황해서 강준상의 팔을 잡아당겼다.“할아버지, 이건 받아들일 수 없어요! 강운을 통째로 넘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한편, 희망을 엿본 강신이 애타는 목소리로 소리쳤다.“할아버지!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죽고 싶지 않아요. 죽고 싶지 않다고요!”“아버지! 우릴 버리지 마세요! 우리도 강운의 일원이잖아요! 저 아버지 아들이에요!”겁에 질린 강학주가 소리쳤다.강준상의 얼굴에 시꺼먼 그림자가 드리웠다.그 시각.S시의 밤은 오늘따라 더욱 어두웠다.깊은 어둠을 타고 S시 교외에서 3만 북양대군이 대오를 정렬하고 있었다.그들의 얼굴에서 비장함이 엿보이고 그들의 주변으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멀리서 바라보니 하룻밤 사이에 교외에 무
3만의 호랑 사단 병사들이 순식간에 움직였다.대지가 흔들리고 거센 바람이 불었다.사령관의 명을 받들어 진군한다!3만의 최강 북양대군은 하늘을 찌르는 기세로 오군을 향해 출발했다.그들의 움직임은 곧 오군에 닥칠 피바람을 예고했다.길정우의 저택.길정우는 무대에서 싸늘한 시선으로 강준상을 바라보며 결정을 재촉했다.“강 회장님! 아직도 결정을 못 내리신 겁니까?”강준상은 무기력한 눈빛으로 강학주 일가를 바라보았다.가슴이 아프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그들의 목숨과 강운을 바꿀 수는 없었다.결국 그는 힘없이 고개를 저으며 절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함정 속에 파묻힌 강학주 일가는 아버지의 선택을 보고 깊은 절망을 느꼈다.“아버지! 저 아버지 아들이에요! 어떻게 아들을 버릴 수 있어요!”강학주가 눈물을 쏟으며 절규했다.서경희와 강신도 절망한 얼굴로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길정우는 싸늘한 미소를 짓고는 개장 안의 강우연을 보며 차갑게 물었다.“강우연, 마지막 기회야. 잘 생각하고 대답해. 널 위해서, 그리고 네 딸을 위해서! 아이를 살리고 싶지 않아? 그럼,한지훈이 어디 있는지 말해! 그것만 말하면 지금 당장 풀어줄 수 있어!”그 말을 들은 길시아가 입을 삐죽이며 불만을 토로했다.“오빠! 그래도 풀어주는 건 안 돼!”길정우는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시아야, 오빠 말대로 하자. 오빠가 다 처리할게!”길시아는 할 말이 많은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길정우는 눈물범벅이 된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구석진 곳에서 오들오들 떨며 길정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군단장님, 아이만 살려주세요. 제 목숨은 거두어 가셔도 괜찮아요. 하지만 고운이만 살려주세요… 저 정말 한지훈이 어디 있는지 몰라요. 정말 모른다고요….”이미 멘탈이 나가버린 강우연은 기계적으로 고개를 조아리며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길정우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우연, 끝까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 거로군.
한지훈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한발 한발 무대로 향했다.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섬뜩하게 정원을 울렸다.군복을 입은 그에게서는 숨 막히는 살기가 솟구쳤다. 비범한 카리스마에 아무도 감히 그의 앞을 가로막지 못했다.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살기는 진해졌고 현장 분위기는 삭막해져갔다.길정우의 친위대가 총알을 장전하고 총구를 한지훈에게 겨누었다.현장에 있던 손님들은 요원들에 의해 공터로 물러나고 무대 주변에는 한지훈과 길정우 두 사람만 남았다.무대에 선 길정우는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역시 왔군. 사실 안 올 거로 생각했었는데.”한지훈은 무대 아래에서 걸음을 멈추고 길정우의 주변을 지키던 네 명의 친위대원들이 총구를 그에게 겨누었다.그가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총알이 그의 몸을 관통할 것이다.한지훈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무대 위에 묶여 있는 강우연 모녀를 바라보았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잠시 자리를 비운 것뿐인데 신변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저 불쌍한 모녀가 자신 때문에 이 인간 같지도 않은 자식들에게 당했을 수모를 생각하니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분노와 슬픔, 그리고 죄책감이 그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강우연은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고운이를 안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한지훈이 입구에 나타났을 때, 강우연은 안도감과 함께 눈에서는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그가 다시 나타날 줄은 몰랐다.드디어 그가 왔다!그가 하늘을 찌르는 분노를 가지고 자신과 고운이를 구하러 온 것이다.그는 자신들을 괴롭힌 이들에게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강우연은 그의 말을 굳게 믿었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고운이를 안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한지훈을 향해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목이 메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한지훈을 발견한 고운이가 무슨 힘이 났는지 작은 손을 한지훈에게 뻗으며 소리쳤다.“아빠다! 아빠가 왔어! 엄마! 아빠가 우리를
건드리지 말아야 했다. 지금 이 순간, 누구든지 막론하고 미치지 않고서야 한지훈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적어도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를 막아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설령 한용이 나선다 하더라도, 그를 막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으로서 최선의 선택은, 한지훈을 풀어주고 그가 멀리 가게끔 놔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광장을 나서자마자 한지훈은 수만 대군에 의해 겹겹이 포위되었다. 그지없이 큰 포구에, 경중 기관총의 검은 총구들이 모두 일제히 한지훈을 겨누었다. 크게 긴장한 진강이 머뭇거리고 있는 한편, 군인들은 순식간에 길을 내주었다. 뜻밖의 상황에 진강은 내심 감격하였다. 천군만마 속을 누비며 유유히 지나가는 것 자체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했다. 이 얼마나 대단한 기백과 위용이 필요한 일인가? 진강은 자신이 이번 생에 뜻밖에도 이렇게나 높은 대우를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여겨,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다. 뒤이어 안전지대에 도착하자마자, 진강은 격동되는 말투로 물었다. “한... 한 사령관님, 방금 왜 우천존을 죽이지 않으셨습니까! 그놈을 살려두면 아마도... 화근이 될 수 있습니다!”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진강을 흘깃 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넌 내가 정말 천신계의 강자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예상치 못한 한지훈의 반문에, 진강은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한지훈은 자신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본인이 펼칠 수 있는 진법의 위력은, 노인의 1000분의 1도 안된다는 것을. 그러나 그는 분명히 노인의 위세를 느끼기는 했다. 어마무시한 기운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저 겉핥기만 한 셈이었다. 사실 방금 광명 좌우사를 격살할 때도 단지 진법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었다. 진법만으로는 두 사람을 순식간에 피투성이로 만들 수가 없었다. 그는 진법을 펼치는 동시에, 손가락을 짚고는 수십 개의 침을 쏜 것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핏물 속에 비침이 숨어 있는 것을
지금 이 순간, 광장의 분위기는 발칵 뒤집혔다. 우천존은 엄연히 천신계의 강자이다. 그런데 천신계의 강자가 천왕계로부터 이렇게 도발과 모욕을 당하면서도, 이렇게나 덤덤할 수 있다니? 이내 한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광장 주위를 흘깃 훑어보았다. 그는 첨탑과 피라미드 위에 선 채 대결을 구경하고 있던 고수들을 보고는 비웃게 됐다. “다들 어떻게 생각해? 너희들 아직도 내가 오늘 죽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몇 리 밖에서 흘러나오는 한지훈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부끄러운 나머지 고개를 숙였다. 특히 산토스는 더욱 몸 둘 바를 몰랐다. 바로 몇 분 전까지만 해도 한지훈을 무릎 꿇게 만들려 했던 천신계의 강자가, 이제는 뜻밖에도 한지훈으로부터 압박을 받게 되면서 한마디도 하지 못하게 될 줄이야. 정확히 20분 전, 신들린 존재라고 불리던 광명존은 어느새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광장 전체는 더욱 고요한 나머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고, 심지어 지켜보던 사람들은 숨조차 마음껏 내쉬지 못했다. 사람들은 오로지 우천존과 한용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들 둘만이 의견을 밝힐 자격이 있으니까. “자고로 우리 용국에는, 감히 우리 용국을 범하는 자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주살한다는 규칙이 있어! 저 한지훈, 오늘 여러분께 제대로 말씀드립니다. 천년 전이든 천년 후가 됐든, 감히 저희 용국을 범하는 자들은 반드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반드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라... 이 한마디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귀에 맴돌았다.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은 더더욱 감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였다. 심지어 우천존 또한 잔뜩 화가 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릴 지경이었지만, 그저 묵묵히 이를 악문 채 오늘의 원수를 마음에 새길 수밖에 없었다. 이내 한지훈은 그제야 비로소 몸을 돌렸고, 한 손으로 유회원의 몸을 힘껏 내리눌렀다. 철컥! 그러자 뼈 갈라지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바로 유회원의 척추가 부러지
광명존이 뜻밖에도 한지훈의 진법에 걸리게 되어 꼼짝도 못 하게 되자, 우천존은 언짢은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은 천신계의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게다가 현재 태양 광장 주변에는 수만 명이 그들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므로 더더욱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었던 우천존은 한껏 어두워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한지훈! 너 아무리 한용을 믿고 나댄다 하더라도... 어디 감히 나한테 건방지게 굴어!”분노로 가득한 우천존의 우렁찬 목소리는 카만시 전체에 울려 퍼졌고, 모든 사람들은 그 위엄에 압도되었다.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이상, 우천존은 어떻게든 한지훈을 직접 죽여야만 마음속의 한이 풀릴 것 같았다. “훗. 나더러 저 놈한테 져주라고 하지 않았어? 내가 오늘 필연코 질 수밖에 없다고 네가 그랬잖아!”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이내 하늘에서는 한 줄기의 별빛이 떨어졌다. 순식간에 광명 좌사는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 별빛은 하늘이 만들어낸 자연의 기운이었기에, 천왕계인 광명 좌사라 하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기운은 아니었다. 사실 한지훈 또한 마찬가지로 내심 놀랐다. 뜻밖에도 이 진법이 이렇게나 강할 줄이야! 어쩐지 금룡왕이 말하길, 천신을 죽이는 건 땅강아지를 죽이는 것과 같다더니. 이내 한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우천존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날 안 건드려? 네 곁을 지키던 사람이 피투성이가 되었는데 왜 아직도 가만히 있는 거냐고!”이 말은 우천존의 귀에도 들려왔고,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귀에도 들려왔다. 지금 이 순간, 우천존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한지훈의 그 말은, 우천존의 자존심을 무정하게 짓밟는 듯했다. 2성 현급 천신계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우천존이 인왕계의 실력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자연의 기운에 그가 감히 맞서 싸울 수는 없었다. 현재 천신계는 지고 무상의 존재로서 일반인을 초연한 특권의 계층이긴 하지만, 과거 수천 년 전까지만 해도 천신계는 개보다도
그러나 아쉽게도, 한지훈은 이러한 진법의 정수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지 못했다. 이번에도 운 좋게 해낸 것이었다. 게다가 다음 기회에는, 더 이상 이번처럼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천지를 뒤흔들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주로 시간 간격이 매우 짧았기에, 어쩌면 조금 남아있던 금룡심 혹은 그 노인의 잔념이 한지훈에게 힘을 북돋아 무사히 진법을 치게 도와준 것일 수도 있었다. 혹은 금룡왕의 여위에 의지하여 쉽게 수법을 펼친 것일 수도 있다. “하하하!”이내 한용이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는 한지훈이 드디어 용심, 그것도 금룡심의 인정을 받게 되었다는 것에 잔뜩 흥분됐다. 비록 다섯 개의 용심 중 금룡심은 진법심이긴 하지만, 전해져 온 전설에 의하면 금룡심으로 얼마든지 천하를 뒤엎을 수 있다고 하였다. 즉, 다섯 개의 용심은 사실 다섯 명의 용왕에 버금가는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적색, 금색, 흰색, 은색, 검은색! 모든 용왕들은 각자 자신이 가장 능통한 분야가 하나씩 있었고, 다들 그 시대 최고의 영웅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들이야말로 이 세상의 진정한 지배자들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은 그 기운의 만 분의 일만 얻게 되어도, 얼마든지 천왕계에서 천신계까지 뛰여 넘을 수가 있었다. 혹은 그보다 더욱 높은 경지로! 비록 현재로는 단시간 내에 돌파할 수 없긴 하지만, 일단 금룡심의 인정을 받고 금룡심의 비호를 받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한지훈은 선택받은 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한 씨 집안도 결국 천년만에 마침내 영웅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 창세에 관하여, 광명 파는 영원히 알 수 없는 비밀이다. 필경 한지훈의 몸속에 흐르고 있는 건 용국의 피니까. 다섯 개의 용심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용국의 핏줄밖에 없다. 용국이 바로 용족의 근원이고, 용국의 백성들이 바로 용의 후계 자니까. 천년에 한 번씩 비로소 나타나는 영웅은, 용국의 기운을 상징하고 있을뿐더러 용국에게 곧 다가올 휘황찬란한 미래를 예고하기
"어디 감히 건방지게!" 이내 한용의 노호와 함께, 한지훈을 향하던 그 기운은 순식간에 붕괴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용, 너... 방금 뭐 한 거야!”우천존은 창시자가 그동안 한용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것도, 게다가 그의 실력이 확실히 강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뜻밖에도 이렇게 쉽게 자신의 기운을 깨뜨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한편 무리 속에 서 있던 진강은, 그제야 긴장이 풀려 놀란 가슴을 달래느라 바빴다. 한지훈이 드디어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되자, 양령아 또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한지훈이 한용을 할아버지라고 부른 이상, 그들 사이에는 필연적인 혈연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우천존은 더 이상 한지훈을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의 온몸을 감싸고 있던 금빛은 갑자기 옅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한지훈은 천천히 눈을 떴다. 방금 그 환상 속에서 마주한 노인의 말이, 한지훈은 내심 계속 신경 쓰였다. ‘난 손만 뒤집기만 해도 얼마든지 진을 칠 수가 있고, 마음만 먹으면 천지를 내 마음대로 좌우할 수도 있어!’ 한지훈은 이 말을 되새기면서 다시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고개를 들어 우천존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진정한 어둠을 본 적이 있긴 해?” 이 말을 듣고 우천존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그는 한지훈의 말속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내 한지훈은 손을 살짝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천지는 본래 진안이라, 진법을 따라 얼마든지 뒤흔들릴 수가 있어!”한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들어 머리 위의 뜨거운 태양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한줄기 차가운 빛이 용솟음쳤다. 뒤이어 그는 손을 높이 흔들어 좌우로 흔들었다. 바로 이때, 믿기지 않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늘 위 태양이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그 속도는 육안으로도 보아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빨랐다. 충격적인 장면에 온 이집트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창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다
“자고로 이 천지는 본래 진법 안에 있고, 이 해와 달 그리고 우주는 진안이라고 볼 수가 있어. 그리고 이런 진안으로는 얼마든지 도검을 만들 수가 있지!”“난 손만 뒤집기만 해도 얼마든지 진을 칠 수가 있고, 마음만 먹으면 천지를 내 마음대로 좌우할 수도 있어!”노인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금빛으로 가득하던 하늘의 붉은 태양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온 하늘의 별들이 찬란한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내 노인이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무진!”바로 그때, 온 하늘의 별들도 모두 사라지고, 주위는 끝없는 어둠에 빠지게 됐다. 깜짝 놀라서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한지훈은, 눈앞의 장면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진법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금룡심에 숨겨진 무상의 진법이었다. “알겠어?”이내 노인은 한지훈을 흘겨보았다. “그...”한지훈은 뭔가 깨달은 것 같긴 했지만 딱히 정수를 얻지는 못했다. 이런 강력한 수단은 단 한 번만으로는 바로 마음에 새기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영리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수법을 다시 되새기고 받아들일 과정이 필요했다. “에휴! 마땅히 이렇게 해야만 용족이 앞으로 고난을 이겨나갈 수가 있는 거야! 그래야만 나도 우리 용족이 부끄럽지 않을 테고!”말을 마친 노인은 살짝 눈을 감더니 이내 점점 실루엣이 옅어졌다. 노인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도, 한지훈은 결국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여전히 환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지훈과는 달리, 바깥은 이미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우렁찬 천둥소리와 함께 필적할 수 없는 기세가 한지훈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내 갑자기 천지의 풍운이 변색되기 시작하더니 뿌연 황사가 만 미터 고공을 휩쓸고 있었다. 눈부신 고공에, 한 줄기 성화가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 떨어지는데 그 장면은 비할 데 없이 기괴했다. 그 광경에, 우천존과 한용도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천신계의 강자인 그들은, 방금 뿜어져 나온 그 강력한 위세에 내심 위협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자신들의
우천존은 당황한 티를 최대한 숨기려 했지만, 그 기분은 얼굴에 똑똑히 드러났다. 상대의 실력은 어찌나 강한지, 단번에 그의 위압을 모두 날려버렸다. “지훈아, 몇 달 동안 보지 못한 사이에 네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우리 한 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는 않았어!”하늘 속 그 실루엣은 바로 한용이었다. “할아버지... 저...”한지훈은 예상치 못한 한용의 등장에 감개무량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필살의 국면이었던 상황이, 한용의 등장으로 쉽게 해결될 것 같았다. “지훈아, 너도 알다시피 내가 저놈들한테 직접적으로 손을 댈 수는 없어. 이건 바로 규칙이니까! 결국 이 난관에서 벗어나는 건 너 자신한테 달린 거야!”한용은 담담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대로, 천신계의 강자는 천신 이하의 일반인에게 살수를 통렬해서는 안 된다. 이는 여태 천 년 동안 성문화되지 않은 규칙이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규칙에 단호했던 한용은, 당연히 금기를 무시하는 우천존처럼 무례하게 굴지는 않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광명존을 무너뜨리고 한바탕 휩쓸어버린 한용의 등장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이것이 바로 인왕의 경지인 건가? 자고로 인왕은 백 년에 한 사람도 나오기 힘든 강자 중 강자이다. 그만큼 인왕의 존재는 매우 나도 무서웠다. 나일 강변은 인왕이 한 명 있는 덕에, 주변 열강들은 감히 엿볼 수도 없게 되었다. 나폴레옹과도 같은 절세의 강자조차도 결국 순순히 비육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감히 손댈 용기가 없었다. 그런데 현재 그들 눈앞의 이 사람이 바로 그런 위세를 띠고 있었다. 충격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백발이 성성한 한 사제가 심지어 저도 모르게 한용의 방향을 향해 절까지 하였다. 그는 과거 인왕이 어떻게 나폴레옹을 핍박하여 퇴각시켰는지 똑똑히 본 적이 있었다. 인왕은 다만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음에도 불구하고, 천지를 뒤흔들고 대지를 진동시켜 거칠고 사나운 파도까지 불러일으켰었다. 그 위압은 방금
진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천존은 옷소매를 뿌리치면서 진강의 얼굴을 후려쳤다. “시끄러워!”비록 진강의 목숨이 위협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의 입에서는 이내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필경 천신계 강자의 차원은 남달랐기에, 아무리 가벼운 타격이라 하더라도 진강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괴롭힌다고? 하하.”광명 좌사는 이를 수치로 여기지 않고 도리어 영광으로 여기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태양 광장에서 지켜보고 있는 많은 천왕계 강자들의 앞에서, 수적으로 유리한 점을 노려 한지훈 한 명을 사지로 몰아넣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뒤에는 우천존이 있으니, 당연히 수치로 여기 지를 않았다. 누구도 감히 나서서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우리가 괴롭히겠다는데 네가 뭐 어쩔 건데?”광명 우사는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 “한지훈, 안타깝게 됐네. 너의 잠재력이라면 충분히 앞으로 쭉쭉 성장하여 창창한 앞날을 맞이하게 될 텐데. 어쩌면 언젠가 내가 너한테 고개를 숙일 수도 있을지 몰랐는데, 그 성장을 보기도 전에 넌 죽음을 맞이하게 됐네!”광명존 유회원은 뒷짐을 지고는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한지훈, 완벽한 사람이 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을 똑똑히 인식하는 거야. 내 뒤에는 천신강자가 있지만 네 뒤에는 뭐가 있는데? 네가 그렇게 충성하는 국왕? 혹은 너의 용국의 기운?”“너한테 솔직히 얘기해 주자면, 기운이 형성되고 그 기운이 위세를 드러내기까지는 적어도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해! 그리고 마침내 기운이 형성되는 날이면, 넌 여태 수많은 사람들이 넘지 못한 격차를 순식간에 뛰어넘어 천신 강자로 등극할 수 있어!”“하지만 넌 이제 영영 그날을 기다릴 수 없게 됐네! 오직 한 사람뿐인 너와는 달리 나의 뒤에는 광명파가 있거든!”광명존이 말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뛰여 올랐고, 동시에 광명 좌우사도 공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동시에 한지훈을 에워싸고 있었고, 옆에서 지켜보던 우천존은 살기 어린 눈빛
과거 한지훈과의 대결에서 처참한 패배를 경험한 유회원은 당시 체념하고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그는 한지훈과의 대결에서, 본인이 가장 아끼던 천도 무영권조차 잃어버리게 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의 뒤에는 같은 4성 천왕계인 광명 좌우사 두 명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한꺼번에 몰려들어 한지훈을 포위 공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천신계의 강자인 우천존 또한 이 자리에서 대기를 하며, 얼마든지 한지훈을 처단할 수 있었다. 이 상황은 그 누가 보기에도 한지훈에게 있어 필사의 판국이었다. 한편, 금방 막 태양 광장에 도착한 진강은 죽어라 주먹을 불끈 쥔 채 두 눈에서는 거의 불이 뿜어져 나올 기세였다. 그는 실력이 약한 자신이, 사령관을 도울 자격조차 전혀 안된다는 사실에 매우 한스러워하며, 한지훈이 점점 위기에 빠지게 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양령아도 잔뜩 화가 난 채 눈에 눈물을 머금고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비록 그녀는 삼성 지급 사령관의 실력을 지니고 있긴 했지만, 상대 중 가장 약한 실력이 무려 4성 천급 천왕계였기에 그녀 또한 무력감을 느끼게 됐다. 설마 그동안 백전백승하며 용국을 수년간 호위했던 전신 한지훈이 정말 이곳에서 운명하기라도 하겠어? “흥, 이 모든 게 한지훈이 건방지게 군 탓이야. 감히 천신계의 고수에게 이렇게 불경스럽게 대하다니. 당장 죽어도 싸!”“그가 제 아무리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더라도, 오늘은 반드시 죽게 될 거야!”“정 억울하면 한지훈이 여태 멍청하게 군걸 탓해. 광명존은 이미 그한테 살 길을 줬었고, 그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았던 거야!”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따금 수군대기 시작했고, 다들 예외 없이 모두 광명존의 편에 서 있었다. 이게 바로 세상의 현실이었다. 어느 한쪽의 실력이 더욱 강하면 군중들은 흔히 그쪽으로 쏠리게 된다. 결국 강자를 도와 말을 하게 되면, 자신에게 주어지는 이익이 있을 테니까. 약자는 이 세상으로부터 잊히는 것 외에 굴욕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