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S시 공항은 완벽하게 봉쇄된 상태, 세계를 놀라게 만든 3대 신의가 동시에 도착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이에 S시 시장 소지성과 재계 1위 이안그룹 대표 이한승을 비롯한 각계 유명 인사들이 공항 VIP 휴게실에 모였다.못 고치는 병이 없다고 하여 신의 손, 화타의 환생이라고도 불리는 3대 신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정치인들, 재벌그룹 회장들은 줄을 섰지만 천문학적인 금액의 진료비용에 몇 년 뒤로 밀려있는 웨이팅 때문에 얼굴 한번 보기가 힘든 인물!그런 그들이 S시를 방문했다니 어떻게든 연이 닿지 않을까 싶어 모인 이들이 대부분이었다.가장 앞에 선 소지성과 이한승이 감격에 찬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손강수 신의님, 하시윤 신의님, 이나희 신의님. 저희 S시를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하지만 소지성의 인사 따위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세 사람은 초조한 얼굴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우우웅!그리고 그 순간, 군용 지프차 세 대가 총알처럼 달려오더니 군복 차림의 용육, 용칠, 용팔이 각기 차에서 내렸다.시장이니 재계 1위 그룹 회장이니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모습에 덩그러니 남겨진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시장님,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신의님들이 이렇게 떠나시다뇨. 방금 전 그 군인들은 뭡니까?”시의원 송호문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소지성 시장 역시 잔뜩 굳은 표정이다.군 장교 출신인 그는 방금 전 세 군인의 차림새를 다시 되새겨 보았다.‘북양구 파용군 소속이 왜 여기에.’“어서 사람들을 보내 저들의 움직임을 주시하세요. 단, 저들이 하는 짓을 막아선 안 됩니다. 그저 상황 보고만 하시면 되는 거예요.”소지성이 송호문에게 말했다.고개를 끄덕인 송호문이 부랴부랴 자리를 뜨려는 소지성에게 물었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어딜 이렇게 급하게 가시는 거예요?”“장군님한테 가봐야겠습니다.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아요.”이 말을 마지막으로 소지성은 빠르게 차에 올라탔다.한편, 파용군 비밀 임무 수행
“사령관님, 이제 저흰 어떡하죠? 파용군이 S시에 나타나면 상황이 복잡해질지도 모릅니다. 기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요.”홍진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한편, 무슨 생각을 하는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을 침묵하던 서효양이 말했다.“어서 원로님들에게 이 사실을 아려. 그리고 참모장 자네는 직접 S시로 가봐. 최대한 빨리!”스크린을 통해 파용군의 위치를 다시 확인한 서효양이 또다시 명령을 내렸다.“S시 시장 연결해. 앞으로 30분마다 S시의 상황을 보고한다. 한민학 군단장더러 직접 움직이라고 해. 이번 일 제대로 못해내면 다들 옷 벗을 각오해야 할 거야!”퍽!분노에 찬 서효양의 펀치와 함께 의자가 산산조각 났다.한편,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S시는 거센 폭풍을 앞둔 바다처럼 기이한 고요함을 풍기고 있다.S시 교외의 한 별장.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기댄 한지훈의 얼굴이 보인다.극도의 흥분과 분노로 인해 과거 전투에서 입은 내상이 다시 도져 피까지 토하며 쓰러진 한지훈이었지만 3대 신의인 손강수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사령관님, 더 이렇게 흥분하시면 정말 곤란합니다.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제가 아니라 정말 화타님께서 환생하신다 해도 사령관님을 구할 수 없을 겁니다.”이미 환갑을 넘긴 손강수가 금색 침을 집어넣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고맙습니다.”아직 무리를 하면 안 된다는 손강수의 말에도 한지훈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제 딸... 우리 고운이는 어떻습니까?”“걱정하지 마십시오. 다른 두 분께서 치료를 하고 계시니 아가씨께서도 무사히 깨어나실 겁니다.”손강수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의 말에도 안심이 되지 않는 듯 한지훈은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일어섰다.터벅터벅.한고운이 누워있는 방 앞에 도착한 한지훈은 혹시나 아이가 깨어날까 훨씬 더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곱게 잠든 한고운을 보니 마음이 놓이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물었다.“우리 고운이 괜찮은 거
송호문의 분노에 조명한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병원에서 신고를 받고 밤새 CCTV까지 뒤져가며 용의자들 위치를 파악했다.사망자가 워낙 많은 큰 사건이다 보니 이번 일만 깔끔하게 해결하면 특진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그런데... 칭찬은커녕 불호령이라니.‘게다가 왜... 오히려 저 남자를 두려워하는 것 같은 눈치지?’“청장님, 저희 용의자 체포하러 온 겁니다. 전체 철수라뇨. 그게 지금 말이됩니까? 저 자식들 7명이나 죽인 흉악범들입니다!”송호문의 말에 반박하며 조명한은 한지훈 일행을 힐끗 바라보았다.‘방금 전, 내가 느꼈던 건 분명히 살기였어. 청장님이 중간에 끼어들지 않으셨다면 정말 총격전이 벌어졌을지도 몰라!’“조명한, 너 미쳤어? 네가 뭔데 나대! 너만 경찰이야? 너만 경찰이냐고! 좋게 말할 때 당장 철수해, 알겠어?”송호문은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시장님 특별 지시란 말이다, 이 자식아! 너나, 나나 자리 보전하고 싶으면 제발 내가 시키는대로 하라고!’비록 송호문 본인도 한지훈의 진짜 정체는 물론, S시까지 온 이유를 알지 못했으나 소지성 시장을 그렇게까지 벌벌 떨게 만들 사람이라면 결코 그가 상대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죄송합니다.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나 보군요. 정의감에 심취한 경찰이 일으킨 해프닝 정도로 생각해 주십시오.”송호문은 최대한 친절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려 애를 썼지만 한지훈의 차가운 얼굴에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다리마저 후들후들 떨려오기 시작했다.정말 강제 진압이 진행되기 전에 달려왔으니 망정이지 단 몇 초라도 늦었더라면 조명한을 비롯한 경찰특공대 팀 전체가 전멸했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며 두려움은 점점 더 몸집을 키워나갔다.이때 한지훈 대신 용일이 앞으로 한발 나서며 비아냥거렸다.“하, 일개 경찰특공대가 이런 짓을 벌여요? 정말 미치신 겁니까?”분명 존댓말이지만 단어 하나하나 사이에 박혀있는
바로 전화를 끊은 한지훈의 주위에 살기가 피어올랐다. 긴 다리를 번쩍 들어 지프차에 탄 한지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부터 난 북양 총사령관 자리를 포기한다. 앞으로 난 군과 그 어떤 관련도 없는 민간인이야. 그리고 신룡전 애들한테 전해. 최대한 빨리 S시로 이동한다. 그리고 용오, 용육, 용칠, 용팔. 너희들은 산장에 남는다.”“사령관님, 정말 전역하실 겁니까?”용일이 다급하게 물었다. 북양왕, 현 시대의 가장 뛰어난 명장, 용국의 상징이자 8대 용장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 이대로 모든 걸 버린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앞섰다.“그래. 이미 결정한 일이니 더 이상 토달지 마. 타워 팰리스로 출발한다.”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한 한지훈이 거세게 엑셀을 밟았다.‘우연아, 조금만 참아. 내가 곧 갈게. 이제부터 넌 내가 지킬 거야.’이에 용일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이 용일, 죽을 때까지 사령관님을 따르기로 맹세한 몸, 저도 파용군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신룡전 소속으로서 사령관님을 모시겠습니다!”“용이 역시 죽을 때까지 사령관님을 따르기로 맹세한 몸, 저도 파용군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신룡전 소속으로서 사령관님을 모시겠습니다!”뒤이어 용일부터 용팔까지 모든 8대 용장이 파용군의 직책을 내려놓고 오로지 신룡전의 8대 용장으로서 한지훈을 보좌하기로 선포한다.신룡전, 비록 파용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민간 비밀 조직일 뿐, 공식적으로 군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곳, 국가가 아닌 오직 한지훈을 위해 싸우는 이들이 모인 곳이기도 했다.힘들 결정일 텐데 기꺼이 그의 뜻에 따라준 8대 용장을 바라보던 한지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용국의 가장 신비로운 곳, 용각.경계가 삼엄한 내각 대청의 원탁에 네 명의 중년 남자가 앉아있다.전화기를 내려놓은 신한국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휴, 어쩜 나이를 먹어도 변하는 게 없니. 여전히 고집불통이군.”“왜요. 저쪽에서 먼저 끊은 겁니까?”작은 키에 통통한 몸매, 금테
눈물 범벅이던 강우연의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지금 그녀의 눈에 보이는 저 강인한 인상의 남자가... 정말 환각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맞는 건지 의심스럽기마저 했다.가장 절망스러운 순간, 5년 동안 수없이 그리워했던 그가 드디어 나타났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이 사실을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마음과 달리 몸은 이미 이 상황을 인지한 듯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드디어... 드디어 왔네요. 드디어...”한지훈은 품에 안긴 가냘픈 그녀의 등을 내려다 보았다.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확연히 마른 몸이 그 동안의 고생을 말해 주는 듯했다.강우연의 눈물과 핏방울을 닦아주던 한지훈의 눈동자는 그녀의 총상을 발견하고 다시 차갑게 식어버렸다.심장과 단 몇 센치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 정말 하마터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살의가 치솟았다.“으악, 으흑흑...”한편, 김태우는 온몸이 피투성이인 양예나의 등을 다시 꾹 밟았다.비록 등은 찢어질 듯 아팠지만 양예나는 감동의 미소와 함께 한지훈과 강우연을 바라보았다.방금 전 몇 미터나 되는 곳에서 훌쩍 뛰어내려 강우연을 구하던 그 모습, 마치 영화속 멋진 남자주인공, 동화속 왕자님처럼 비현실적이었다.그와 동시에 양예나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설마... 저 남자가 고운이 아빠?’“우연아, 드디어... 드디어 만났구나. 축하해. 이제 저 사람이랑 행복하게 살아. 다시는 이런 데 오지 말고... 영원히 행복하게...”속삭이듯 이 말을 내뱉은 양예나는 이미 죽음을 각오한 듯 스르륵 눈을 감았다.“탕!”김태우의 총구에서 발사된 총알이 양예나의 두 다리를 관통했다.“꺄아악!”양예나의 비참한 비명소리가 건물을 가득 채웠다.하지만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김태우는 저 멀리 서로를 안고 있는 한지훈과 강우연을 바라보며 악을 썼다.“당장 잡아! 저 자식들 당장 내 앞으로 끌고 오라고!”저벅저벅.발걸음 소리가 건물을 가득 채우고 김
도검과 곤봉을 든 수백 명의 장정들이 그들을 향해 뛰어왔다. 그들의 기세에 강우연은 그 자리에서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런데도 강우연은 어깨가 찢어지는 고통을 견뎌내며 연약한 몸으로 한지훈의 앞을 막아서 그를 보호하려 했다. 그녀는 손에 중절모를 들고 파이프를 피는 중년 남자에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제 잘못이에요. 이 사람은 풀어주세요! 제가 다 책임질게요... 제발요..."다리 힘이 풀려 스르륵 쓰러지는 그녀의 어깨를 따뜻한 손이 감싸주었다. 그녀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화가 난 얼굴을 한 한지훈을 보면서 말했다."뭐 하는 짓이에요! 김씨 가문의 김정학 어르신이에요. 어르신의 수하만 몇천 명이에요, s 시의 탑4 재력가중의 한 명이세요. 당신이 상대할 사람은 아니니 먼저 고은이를 데리고 이 자리를 떠나요. 내가 알아서 할게요."한지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다정한 눈빛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정리해 주면서 말했다. "자기는 내 사람이야, 내 여자가 누구 앞에 무릎 꿇고 비는 걸 볼 수 없어.""아! 삼촌... 삼촌... 살려줘요! 제발요..."피투성이가 된 김태우가 김정학을 향해 울부짖었다. 김정학은 그런 김태우를 쓸쓸한 눈빛으로 보았다. 너무나 비참한 모습을 한 조카를 보고 있자니 분노가 몸에 치솟았다."감히! 내 조카를 건드려? 죽는 게 두렵지 않나 보군?"한지훈이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그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강우연을 자기 쪽으로 끌어안으면서 말했다."당신이 날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이놈!"김정학의 분노한 소리에 뒤에 있던 수백 명의 수하들이 도검과 곤봉을 꽉 쥐어 올렸다. 김정학의 한마디면 한지훈과 강우연을 흔적도 없이 썰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내 앞에서 두 눈 똑바로 이런 말을 하는 녀석은 처음이군. 너에게 두가지 선택지를 주겠다. 하나는 무릎 꿇고 빌게 된다면 사지를 못 쓰게 만드는 거로 끝내겠어. 다른 하나는 너와 이 여자 둘 다 죽는 거야."김정학의 말을 들은
김정학 옆에 있던 부하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어르신, 따라가서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그냥 보내실 셈입니까?”부하의 말에 김정학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귀싸대기를 갈겼다. 어찌나 세게 후려쳤는지 부하가 땅에서 뒹굴 정도였다. “이런 쓸모없는 머저리 같은 것들! 썩 꺼져버려! 내 눈앞에서 사라지란 말이야!”김정학은 분노로 끓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텅 빈 거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땅에 널브러져 있는 부하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었다.S시에서 감히 김씨 가문을 대적할 상대가 있다니……김정학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빨리! 형님한테 가야겠어. 앞장서!”김정학은 이 일을 한시라도 빨리 김씨 가문의 주인인 김정필한테 알려 그가 나서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김태우는 감히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인데…… 한지훈이 그리도 막강한 실력을 갖춘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다니 마음이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낭월 산장.강우연은 지프차에서 뛰어내리다시피 했고 온통 피투성이인 몸을 하고 비틀거리며 침실로 돌진했다. 그녀는 병상에 누워 편히 잠든 고운이를 보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고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고운이가 울음소리를 들을세라 입을 가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침대 앞으로 걸어가 조심스레 쪼그리고 앉아 고운이의 조그마한 얼굴을 쓰다듬으며 울먹였다.“고운아, 엄마 왔어. 고운아, 엄마야……”옆에 있던 세 명의 의사는 갑자기 들이닥친 피투성이 강우연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분이 사령관님 부인이신가? 이렇게 다친 몸으로 지금까지 견디다니, 이게 바로 엄마의 힘인가?’강우연은 급기야 침대 앞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그녀는 정신이 혼미해진 뒤에도 여전히 고운이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정신 차리세요! 얼른 방으로 모셔!”세 명의 의사는 강우연을 옆 방에 눕히고 동시에 그녀의 상처를 치료했다. 강우연의 총상을 발견하고 세 명의 의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
“당신 뭐야! 이거 안 놔! 아프잖아!”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치던 강희연이지만 고개를 돌려 한지훈과 눈을 마주친 순간, 벼락에라도 맞은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뭐야, 이 남자... 이 눈빛... 정말 사람이 맞긴 해?’한지훈의 온몸에서 풍기는 무거운 살기가 그녀를 삼켜버릴 듯해 숨이 턱 막혔다.겁에 질린 강희연이 마른 침을 꿀꺽 삼킨 순간, 한지훈은 거칠게 그녀의 손을 놓아버렸고 그 충격에 강희연은 비틀거리다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지고 말았다.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린 강우연 역시 그대로 한지훈의 품에 쓰러지고 말았다.강우연을 꼭 끌어안은 한지훈이 다급하게 물었다.“우연아, 정신 좀 차려봐. 우연아!”한지훈의 품에 안긴 강우연은 쇼크가 온 건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상처에서 흐른 피로 붉게 물든 이마와 어깨, 그리고 벌써 감염이 시작된 건지 불덩이처럼 타오르는 이마...한지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젠장...”마음속 걱정과 다급함은 곧바로 방금 전 강우연에게 물을 끼얹고 모욕의 말을 던지던 강희연에게로 향했다. 한지훈이 바로 일어서 그녀를 응징하려던 그때, 강우연의 희고 가는 손가락이 그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그리고 숨소리처럼 미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안 돼요. 그만... 이제 그만해요. 나 이만 돌아가고 싶어요. 우리 고운이 얼굴도 얼른 보고 싶고요. 그러니까 우리 이제 집에 가요, 네?”강우연의 진심어린 말에 한지훈도 분노를 억눌렀다.“그래, 우리 집에 가자.”동시에 강우연을 번쩍 안아든 한지훈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고...그제야 정신을 차린 강희연이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거기서!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네가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그런 곳인 줄 알아! 당장 잡아! 잡으라고!”강희연의 외침에 집을 지키던 경호원들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하지만 한지훈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한 순간 거구의 장정들 역시 그 자리에 얼어붙는 수밖에 없었다.지금 그의 앞을 막아선 남자가 끔찍
한지훈은 그들을 다시 볼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며, 천검종의 두 제자에게 담담히 말했다.“앞으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그냥 쫓아내라. 나에게 보고할 필요도 없다.”말을 마친 그는 다시 별장으로 돌아갔다.같은 시각. 임천덕의 두 제자는 풀이 죽은 모습을 하고 돌아와 임천덕에게 울며 하소연을 했다.그러자 노 씨 어르신은 반쯤 감긴 눈으로 둘을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쓸모없는 놈들! 이런 네놈들의 태도에 한지훈이 어찌 고분고분 따를 거란 말이냐!"노 씨 어르신이 화를 내자 임천덕이 앞으로 나와 다급히 말했다. “노 씨 어르신, 진정하십시오. 제가 직접 가서 반드시 한지훈이 고분고분 따르게 만들겠습니다!”그렇게 말하며 그는 두 제자를 흘겨보고 소리쳤다.“뭘 멍하니 서 있느냐! 당장 따라와라!”두 사람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임천덕의 뒤를 따라 한지훈의 별장 앞에 다시 도착했다.별장 입구에 있던 천검종의 제자 두 명은 그들이 다시 돌아온 것을 보자 눈썹을 치켜세우며 칼자루를 움켜쥐고 차갑게 말했다. “보아하니 아까 준 교훈이 부족했나 보군!”“아뇨, 아닙니다! 두 분은 진정하시고 제 말 좀 들어 보십시오. 저는 임덕천이라고 하고, 특별히 한지훈 선생님을 뵈러 왔습니다!”임천덕은 상냥하고 공손한 태도로 두 천검종 제자에게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웃는 얼굴에는 침을 뱉지 못하는 법.게다가 임천덕은 어쨌든 귀의문 문주로서 나름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기에, 천검종 제자들도 함부로 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또한, 그의 두 제자와는 다르게 임천덕은 상황 판단이 빨랐으며 처음부터 태도에서 격식과 진지함이 느껴졌다.“너희 둘, 당장 이리 와라!”임천덕이 뒤에 있던 두 제자를 향해 소리치자, 두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풀이 죽은 얼굴로 다가갔다. “두 분께 사과드려라!”두 사람은 서로를 한 번 쳐다보며 임천덕의 의도를 헤아리지 못했다.하지만 그들이 주저하는 사이, 임천덕이 그들의 뺨을 갈겼다. “귀가 먹었느냐?!”임천덕이 또다시 호통을 치자,
필경 상대방의 신분을 알지는 못했기에, 제자들은 냅다 경솔하게 무력을 행사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키 큰 남자는 여전히 실눈을 뜨고는 고개까지 쳐든 채 얄미운 표정으로 그들을 도발하였다. “얼른 나와서 우리를 맞이하라고 해! 우린 귀의 임천덕 문주의 제자들이거든! 우리 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길, 한지훈 사령관이 곧 용국 무종의 체면이 걸린 찰리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기에 특별히 직접 나서서 상처를 치료해 주겠다고 하셨거든!”“사실 우리 사부님은 이렇게 쉽게 주동적으로 나서서 은혜를 베풀지는 않으셔! 이번에는 오직 무종을 위해서 나서신 거지. 무려 우리 사부님의 치료를 받게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해!”키 큰 남자는 거만한 표정을 한 채 큰 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천검종의 제자 두 명은 서로 마주 보며 눈빛을 주고받았다. 암만 생각해도 그들이 감히 사사로이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인 것 같아 이내 급히 별장으로 달려가 한지훈에게 보고하였다. “한 선생님, 별장 앞에 두 중년 남자가 찾아왔는데 귀의 임천덕의 문하생들이라고 합니다.” “귀의 임천덕이 직접 하산하여 한 선생님의 상처를 치료하러 왔다고, 선생님더러 얼른 나와서 자신들을 맞이하라고 큰소리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임천덕은 무종의 체면을 위해서 이번에 특별히 나서려고 한답니다!”‘뭐? 임천덕?’ 한지훈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지만, 도청 전인에게는 낯설지 않은 사람이었다. 사실 임천덕은 오래전부터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가 사람을 구한다면 기본적으로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긴 했지만, 반면 누군가 독극물을 먹고 죽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사람들은 열 건 중 아홉 건을 흔히 임천덕의 짓으로 의심하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갑자기 달려와서 한지훈의 상처를 치료한다니. “주상, 이 사람은 평판이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무맹의 편이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는 차라리...”도청 전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이미 예상이 갔다. 그는 노 씨 어르신이 보낸 살인자라는
그 말을 들은 임천덕은 깜짝 놀라 멍해졌다. ‘목숨을 살리는 게 아니라 끊으라고?’ “그건... 어렵진 않긴 한데, 어르신께서 그렇게까지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여전히 어리둥절했던 임천덕은, 노 씨 어르신이 자신을 강중으로 부른 목적을 알지 못했다. 임천덕은 사람을 구하는 것에 있어서는 확실히 황약사와는 차원이 다른 실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사람을 죽이는 건 아예 다른 일이었다. “사실...”이내 노 씨 어르신은 한지훈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고, 또 라이언 킹 찰리와 한지훈의 결전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었다. 자초지종을 듣게 된 임천덕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한동안 깊이 생각에 잠긴 후에야, 고개를 들어 말했다. “어르신, 그럼 저더러 독을 넣으라는 것입니까?”그러자 노 씨 어르신은 인상을 찌푸리며 임천덕을 노려보았다. “뭔 소리 하는 거야! 난 엄연히 무맹 장로인데, 어떻게 그렇게나 일을 추잡하게 진행할 수가 있어?” “게다가 라이언 킹 찰리는 이방인이야. 이방인이 우리 용국 공신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미는데 내가 어찌 용국 공신에게 독을 먹일 수가 있냐고! 너 날 대체 뭐로 보는 거야?”쉿! 노 씨 어르신으로부터 제대로 혼쭐이 난 임천덕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르신, 그... 그럼 대체 어떻게 진행하실 심산인 겁니까?”노 씨 어르신은 침착한 표정으로 임천덕을 힐끗 보며 말했다. “전에 낙구영과 한번 대결을 치르는 과정에 한지훈이 부상을 입게 됐어. 아마 결전 전에는 어떻게든 반드시 상처를 치료하려 할 거야. 하지만... 상처라고 모두 다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내 말 알겠지?”눈을 깜박거리던 임천덕은 한참을 궁리하고 나서야 노 씨 어르신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 ‘젠장... 그 말은 즉 한지훈한테 독을 내려라는 거 아니야?’ “하지만 결전 당일 전까지 한지훈은 죽으면 안 돼, 알겠어?”노 씨 어르신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즉 노 씨 어르신
노 씨 어르신은 음흉한 표정을 한 채 이를 갈며 말했다. “안됩니다, 선생님! 찰리님의 뜻을 오해하지는 마세요. 결투하기 전까지, 절대 한지훈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혹여 죽게 되더라도 찰리님의 손에 죽어야 합니다!”로말은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그 이유는 이번 결투는 찰리의 미래 인생이 걸려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한지훈이 찰리의 손에서 죽지 않게 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 말을 들은 노 씨 어르신은 잠시 어리둥절했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렇다면 찰리 선생한테 이 말을 꼭 전해줘. 그가 원하는 대로, 결투 그날 반드시 한지훈을 죽여달라고!”그제야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은 이내 서로 마주 보고 크게 웃었다. 뒤이어 로말은 자리를 떠났고, 노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방 안을 몇 바퀴씩 돌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그는 갑자기 약왕파 황약사를 떠올렸다. 그러나 거듭된 고민 끝에 그는 생각을 접었다. 만약 황약사가 한지훈을 상대할 수 있었다면, 한지훈은 진작에 그의 손에 죽게 되었을 것이다. 사실 황약사 또한 무맹이 쉽게 건드릴 수 있는 강자는 아니었다. 필경 무적천과는 동급의 강자였으니까. 노 씨 어르신은 어쩔 수 없이 생각을 접고는 성내의 다른 고수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문득, 귀의 임천덕이 떠올랐다. 귀의문은 무종 중에서도 무도 패륜이라고 불리는 작은 문파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귀의문 역시 만만치 않은 강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나 그들은 독극물을 잘 이용하고 의술도 능통했다. 게다가 약왕파 다음으로, 의도로 문파를 세운 종문이었다. 이내 노 씨 어르신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 귀의문의 문주인 임천덕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평소에 명성이 극히 나쁘기로 유명했던 임천덕이, 무려 노 씨 어르신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 건 그야말로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격이었다. 무맹은 단지 민간 조직일 뿐이긴 하지만, 그 지위는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 노 씨 어르신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귀의문의 미래도
한편 그 시각 강중의 한 스위트 룸에서는, 금발을 한 한 30대의 남자가 어린 모델 두 명을 껴안고는 입에는 담배를 문 채, 옆에 있는 백인 남자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뭐? 그 한지훈이라는 놈이 무맹 사람들한테까지 미움을 샀단 말이야?”이 금발의 남자가 바로 라이언 킹 찰리였다. 그가 이번에 강중으로 온 것은 바로 한지훈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일단 한지훈에게 손을 대지 않고 먼저 다른 몇 명의 용국 종문 장교나 문주들을 처단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모두 한지훈에게 덮어씌울 계획이었다. 그렇게 되면 한지훈은 절대 도망가지 못하게 될 테고, 무종도 한지훈을 놓치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뜻밖에도 한지훈이 이미 무맹의 미움을 사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야말로 다 된 밥상에 누군가가 숟가락을 얹어준 셈이었다. “찰리, 저희 이번 기회를 아주 잘 이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무맹 쪽과 연락할 방법을 찾아보려고요!”백인 남자는 라이언 킹 찰리의 곁에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좋아, 아주 좋아! 당장 무맹에 연락해서 내가 곧 3일 후에 한지훈과 결투를 하게 될 거라고 전달해! 만약 그가 감히 도망치려 한다면, 무종 전체는 전멸을 기다릴 수밖에 없을 거야!”이내 찰리는 손에 든 물컵을 깨뜨리며 환호하였다. “네!”백인 남자는 짧은 대답과 함께 돌아서서는 스위트 룸을 나섰다. 아시란치 가문의 자손으로서 라이언 킹 찰리는 어디를 가든지 항상 격을 차리는 걸 중시했었다. 전에 서효양을 암살하러 갈 때도 그는 심상치 않은 기세를 보였었다. 그런데 만약 이번 기회에 한지훈을 죽일 수만 있다면, 그것은 그의 인생에 있어 그야말로 최고의 업적으로 남길 수 있었다. 그 명예를 안고 유럽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온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그에게 있어 권력과 명예는, 아시란치 가문의 명예보다도 훨씬 중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간절했던 건, 한지훈의 몸에 있는 하나의 용심이었다. 용심만 되찾
“유청 씨가 무사하긴 하지만, 사실 안 좋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라이언 킹 찰리가 직접 강중으로 찾아가 지훈 씨를 잡으려고 해요!”진우는 무거운 목소리로 조심스레 말했다. 만약 정면승부로 겨루게 된다면 딱히 걱정될 건 없었다. 한지훈의 실력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아무나 쉽게 그를 다치게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놈들은 바로 그 점을 노려, 한지훈이 예상하지 못하게 신출귀몰로 암살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흑병대조차도 지금까지 놈들의 행방을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래요? 저를 죽이려 직접 찾아온다고요? 잘 됐네요. 마침 서효양의 복수를 대신할 수 있게 됐네요. 안 그래도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한지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라이언 킹 찰리는 단단히 한지훈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가 유럽 어느 가문 출신이든지, 한지훈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았고 절대 그를 용서해 줄 생각도 없었다. “제가 듣기로는 찰리는 아시란치 가문의 사람이라 하더라고요. 국왕께서 말씀하시길 이 놈은 절대 죽일 수 없다고 합니다. 아시란치 가문은 유럽에서도 영향력이 꽤나 커서 일단 그를 죽이게 되면 용국과 유럽의 국교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진우는 급히 한지훈을 말렸다. 라이언 킹 찰리는 당연히 빌어먹을 놈이긴 하지만, 고작 그 한 사람을 처단했다가는 용국과 유럽 강국 사이의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게 되는 상황이었다. “진우 씨, 국교는 오직 나라의 실력으로 정해지는 겁니다. 만약 제가 이번에 라이언 킹찰리를 용서하고 보내주게 되면 나중에 그들은 또 어떤 비열한 수단으로 용국을 해치려 할지 모릅니다. 때가 되면 저희는 더 이상 막을 수도 없을 거예요!”그의 말대로 사실 라이언 킹 찰리를 용서해 주더라도 유럽과 용국 사이의 국교에 딱히 좋은 영향을 끼칠 일은 없었다. 도리여 그들은, 용국이 자신들을 꺼리고 있다고 생각하게끔 할 수도 있었다. 괜히 놈들한테 자신감만 올려주
당연히 노 씨 어르신은 내심 굴복할 리가 없었지만 일단은 연이어 고개를 끄덕이며 한지훈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러고는 더 이상 강중에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맹세하였다. “꺼져!”이내 노 씨 어르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지훈을 향해 거듭하여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는 곧바로 뒤돌아보지도 않고 달려갔다. 노 씨 어르신이 점점 멀어지고 나서야, 낙구영은 한숨을 내쉬고는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그냥 저렇게 도망가게 해서는 안된다니까요! 이번에 살 길을 놓아주면, 저 사람은 바로 다음날 다시 보복하려 할 거라고요!”하지만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 어쩔 수 없이 놓아주는 거예요. 무맹은 비록 민간 조직이긴 하지만, 무종 중에서도 권리가 크고 명망도 높아요!”“그런데 만약 제가 여기서 저 사람을 죽이게 된다면, 앞으로 전 정말 무종의 공적이 될지도 몰라요!”사실 노 씨 어르신을 풀어주게 되면 그가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자신을 또다시 괴롭히려 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괜히 무종과 대립 관계에 놓이게 됐다가는 한지훈뿐만 아니라 우연 그룹조차도 영원히 평온할 날이 없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절대 천하와는 적이 될 수 없다는 것, 한지훈은 이 도리를 잘 알고 있었다. “한 선생님, 저 더 이상 한 선생님이랑 대적 관계가 되지 않을 거라고 맹세합니다. 저 낙구영, 이곳에 조용히 몸을 숨기고는 더 이상 무종의 일에 관여하지 않을 겁니다!”낙구영은 한지훈을 향해 맹세의 뜻까지 보였다. 지금으로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었다. 필경 청봉문은 무종 중에 있어서 작은 종문일 뿐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무신종과는 전혀 비교할 수도 없고, 어떤 영향력도 언급할 가치가 없었기에, 감히 한지훈에게 억울함을 호소할 체면조차 없었다. “그래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그럼 낙 문주 님, 안녕히 계세요!”뒤이어 한지훈은 낙구영을 향해 작별 인사를 하고는 성큼성큼 산문 앞으로 걸어갔다. 지금 이 순간, 청봉문
적색 사냥용 장총을 손에 든 한지훈은, 싸움을 거듭할수록 더욱 용감해져 갔다. 그에 반면 낙구영은 점점 지칠 수밖에 없었다. 겨우 버텨가며 몸을 지탱하고 있긴 하지만, 더 이상 한지훈한테 접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내 노 씨 어르신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주저앉았다. 사실 낙구영의 패배는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그의 곁에는 더 이상 그를 도와줄 사람도 없고, 고작 일성 준천왕의 실력만으로 그는 한지훈의 적수가 될 수도 없었다. ‘이제 어떡하지?’ 노 씨 어르신은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생각을 굴려봤지만, 현재의 국면으로서는 그는 이미 완전히 궁지에 몰리게 됐다. 곧바로 한지훈은 총을 들었고, 낙구영은 미처 방비하지 못한 채 허벅지에 한방을 맞게 됐다. “푸!”낮은 신음 소리와 함께 심한 통증이 파고들기 시작했고, 엄청난 고통에 낙구영은 바로 장검을 버리고는 손으로 상처를 막고는 고개를 들어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한지훈이 허벅지에 총을 쐈다는 건, 사실 낙구영의 마지막 체면을 지켜준 셈이었다. 아니면 그 몇몇 문주들처럼 바로 가슴에 총구를 겨누고는 그 자리에서 죽였을 텐데 말이다. "한 선생님, 제 체면을 봐주는 건 고맙긴 한데 저... 더 이상 이렇게 구차하게 살고 싶지가 않아.” 낙구영은 간신히 허리를 굽혀 바닥에 던진 장검을 다시 주웠다. “낙 문주 님, 사실 당신도 이런 상황을 원했던 건 아니란 걸 잘 알아요. 전에 낙 문주를 봤었을 때 전 문주 님께서 꽤나 열정적인 사람이란 걸 알아보게 됐어요. 그래서 전 굳이 이번 일을 깊게 파고들고 싶지가 않아요. 전 이따가 직접 당백성을 만나러 갈 거거든요!”“그리고 낙 문주께서 이미 부상을 입게 된 이상 당백성이 당신을 탓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의리라고 받아들이겠죠!”그 말을 들은 낙구영은 괜히 부끄러워 났다. 쨍그랑! 이내 낙구영은 손에 든 장검을 다시 한쪽에 던졌고, 피가 멈추지 않는 허벅지의 상처를 가리고는 털썩 무릎을 꿇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한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에 피할 틈이 없었던 한지훈은, 자신의 가슴에서 흐르는 핏물과 붉은색의 사냥용 장총을 발견하게 됐다. “푸!”그러나 그 와중에도, 한지훈은 재빨리 문주에게 총을 겨눠 바로 사격하였다. 낙구영은 이 틈을 타 한지훈의 뒤통수를 노렸다. 이 모든 건 그야말로 전광석화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지훈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도 없이 급히 몸을 돌려 낙구영의 공격을 받아쳤다. 이내 큰 굉음과 함께, 한지훈은 뒤로 10 여보 멀리 물러섰고 낙구영 또한 뒷걸음질 쳤다. 지금 이 순간, 온몸에서 기혈이 용솟음치는 듯한 느낌을 받은 한지훈은 가슴이 답답해나고 목도 뜨겁게 달아올라 피까지 뿜어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지훈의 몸은 이상한 기류로 휩싸여버렸다. 천왕경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한지훈은 이렇게나 위험한 지경에 다다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낙구영과 두 문주의 거듭되는 공격을 마주하면서, 한지훈이 지금껏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이었다. “한 선생, 당신의 실력이 대단한 건 인정하지만 안타깝게도 노 씨 어르신은 절대 당신을 살려둘 생각이 없어.”낙구영은 결코 이렇게까지 잔인한 방식으로 한지훈을 처단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 모든 대국을 움직이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노 씨 어르신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피 거품을 토해내면서 이를 악물고는 차갑게 웃었다. “과연 그럴까? 마지막에 누가 죽게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인걸?”이내 한지훈은 갑자기 앞으로 돌진하였다. 그 속도는 어찌나 빠른지 주위 사람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 놈의 손에 있는 장총이 위험하니까 다들 조심해!” 이때 스탠드에 있던 노 씨 어르신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는 절대 낙구영이 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지켜보던 사람들이 여전히 충격에 빠져있을 무렵, 장총은 붉은빛을 뿜어내면서 또 한 명의 문주를 그대로 찔렀다. 문주는 붉은색의 사냥용 장총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고는 급히 검을 들어 막아 나섰다.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