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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봄가을
한편, K대 대학병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갑자기 병실에 들이닥치더니 한고운에게 응급처치를 취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전부 내쫓아버렸다.

다급한 마음에 강우연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당신들 뭐야! 저 사람들을 왜 내쫓아! 이러다 내 딸 진짜 죽는다고!”

또각또각.

저승사자의 목소리 같은 남자의 구두굽 소리가 찰나의 정적을 꿰뚫었다.

곧이어 보디가드들이 홍해 갈라지 듯 양쪽으로 갈라지고 그 사이로 흰 정장을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분명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입가에 걸린 서늘한 미소가 수상한 남자였다.

“강우연, 어떻게? 내가 말한 조건은 좀 생각해 봤어? 이번 사고는 그냥 경고일 뿐이야. 내 말대로 그냥 나랑 몇 번만 만나. 네 딸 지금 바로 구해 줄 거니까.”

남자의 말을 듣던 강우연이 고개를 홱 돌렸다.

혐오와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던 강우연이 남자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부여잡았다.

“김태우! 우리 고운이 사고, 네가 낸 거야? 왜! 왜 그랬어 왜! 차라리 나한테 그러지. 왜 애꿎은 애한테 그러냐고! 우리 고운이 이제 겨우 네 살이란 말이야...”

가슴 터져라 소리치던 강우연이 결국 오열하며 작은 주먹으로 남자의 가슴을 내리쳤다.

“이게 어디에 손을 대!”

짝!

거침없이 강우연의 뺨을 날린 김태우가 그녀의 가는 팔목을 꽉 부여잡았다.

“강우연, 왜 이래?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내가 그 동안 들인 돈이 얼만데. 튕기는 것도 정도껏이어야지. 딸이 있어서 나한테 관심을 안 주는 건가 싶어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사고 냈어. 커다란 트럭이 저 조그만 애랑 부딪히는데... 어우, 내가 시킨 거지만 좀 잔인하긴 하더라.”

“으아아악! 김태우, 이 악마만도 못한 자식! 이 사이코패스, 변태 자식아! 내가 너 경찰에 신고할 거야!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강우연은 있는 힘을 다해 악을 쓰며 김태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돌아오는 건 그의 거센 따귀뿐이었다.

그리고 강우연의 머리채를 꽉 부여잡은 김태우가 눈물로 범벅진 얼굴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경찰에 신고? 날 죽여? 해봐. 신고든 죽이든 해보라고. 내 말 한 마디면 네 딸 이 병원에서 당장 쫓아낼 수도 있어. 아니, S시에 그 어떤 병원도 네 딸 안 받아줄걸? 정말 그러길 바라? 그래, 차라리 그렇게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아비도 없이 태어난 더러운 씨, 이참에 그냥 버리고 나랑 다시 시작하자...”

강우연의 귓가에 울리는 김태우의 서늘한 목소리에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한편, 병상에 누워 얕은 숨을 몰아쉬던 한고운이 피투성이인 손을 힘겹게 들었다.

“나쁜 아저씨... 아저씨, 우리 엄마 놔줘요. 우리 아빠... 우리 아빠가 아저씨 혼내줄 거예요. 우리 아빠... 슈퍼맨이라서... 다 혼내줄 수 있어요...”

김태우에게 머리채와 턱을 붙잡힌 강우연이 겨우 고개를 돌려 훌쩍였다.

“미안해, 고운아. 엄마가 미안해...”

그녀의 눈동자에는 오직 절망과 고통뿐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강우연이 김태우의 허벅지를 끌어안으며 애원했다.

“제발... 내가 이렇게 빌 테니까 우리 딸 좀 살려줘. 이제 겨우 4살이잖아. 4살... 내 딸만 살려주면 시키는 건 뭐든 할 테니까. 제발... 우리 딸 목숨만 살려줘.”

말을 마친 강우연이 바닥에 머리를 내리찧었다.

곧 이마에 붉은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딸을 구할 수만 있다면 이 정도 고통쯤은 충분히 견딜 수 있었으니까.

무표정한 얼굴로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김태우가 허리를 숙였다.

큰 손으로 눈물과 피로 얼룩진 강우연의 얼굴을 든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게. 결국 이렇게 될 거 왜 그렇게 튕겼어.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고. 이것 봐. 예쁜 얼굴 다 상하고. 나 너무 속상해, 우연아.”

그리고 주머니에서 실크 손수건을 꺼낸 그가 강우연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분명 부드러운 손길이었음에도 차가운 그의 손가락이 스칠 때마다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강우연은 살짝 움찔거릴 뿐, 차마 피할 순 없었다.

이 남자의 말 한 마디에 인생의 전부인 딸의 목숨이 걸려있으니까.

“됐다. 10분 줄게. 화장 좀 하고 내려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명심해. 지금부터 네 딸의 목숨줄은 내가 쥐고 있는 거야. 현명한 선택... 하길 바랄게?”

그리고 음침한 미소와 함께 그녀의 귓가에 이렇게 속삭였다.

“어떡하지? 벌써 네가 가지고 싶어서 미치겠는데? 강우연, 넌 내 거야. 절대 도망칠 수 없어.”

이 말을 마지막으로 응급실을 나선 김태우가 부하들에게 말했다.

“우연이가 나와도 의료진들은 들여보내지 마.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더러운 씨까지 받아줄 생각은 없어. 쟤는 오늘 무조건 죽어야 하는 거야. 알겠어?”

“알겠습니다!”

한편, 병실에 덩그러니 남은 강우연이 기다시피 침대쪽으로 다가갔다.

한고운의 작은 손을 꼭 잡은 강우연이 아이의 눈가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고운아, 울지 마. 엄마 여기 있어.”

“엄마, 나 너무 아파. 아빠는... 아빠는 언제 오는 거야? 저런 나쁜 아저씨랑 결혼하면 안 돼...”

아이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미어질 듯했지만 강우연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아이의 이마에 쪽 입을 맞추었다.

터져나오는 흐느낌이 들리지 않게 입을 꽉 틀어막았지만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막을 길은 없었다.

“그런 거 아니야. 엄마 잠깐 나갔다가 들어올게. 자, 엄마 휴대폰. 이게 아빠 번호니까... 아빠 보고 싶으면 여기에 전화해. 알겠지? 우리 고운이 씩씩하니까 아빠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지?”

말을 마친 강우연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겨 화장실로 향했다.

대충 파우치에서 꺼낸 화장품으로 메이크업을 하고 있자니 허탈함이 밀려왔다.

‘딸은 지금 죽네 사네 하고 있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지금 뭐 하는 짓인지...’

하지만 또 엄마기에 지푸라기라도 붙잡아야 했다.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빨갛게 부운 눈, 그럼에도 아름답고 청초한 얼굴.

거울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던 강우연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짝짝 두드렸다.

‘정신차려, 강우연. 지금은 울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리고 방금 전 병실에서 챙긴 과도를 만지작거렸다.

병동을 나서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번쩍이는 벤츠가 그녀를 맞이했다.

과도가 든 백을 더 꽉 움켜쥐곤 결연한 얼굴로 차에 올랐다.

“출발해.”

시가를 문 김태우의 얼굴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같은 시각, 응급실 앞.

요동치는 바이탈에 응급실로 들어가려는 의료진들의 앞을 부하들이 다시 막아섰다.

“김태우 대표님 명령입니다.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으니 물러나세요. 괜히 피 보고 싶지 않으면.”

“아무리 그래도 환자를...”

“지금 저 환자 당장 응급 수술 들어가야 합니다. 안 그럼 죽는다고요!”

의사와 간호사들이 소리쳤지만 남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남자들의 허리춤에 번뜩이는 칼을 보고 있자니 차마 앞으로 다가갈 용기도 나지 않고.

다들 응급실의 작은 창문으로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한 작은 소녀를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었다.

한편, 병실에 누워있는 한고운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한지훈의 번호를 눌렀다.

“아빠... 나 너무 아파... 언제 오는 거야? 엄마가... 나쁜 아저씨한테 잡혀갔단 말이야. 나 너무 힘들어... 더는 못 버틸 것 같다고...”

이때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부하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응급실로 들어오더니 휴대폰을 그대로 박살내버렸다.

“야, 이딴 장난 안 먹히니까 포기해.”

그리고 한고운의 마지막 숨결을 지켜주던 산소마스크까지 떼어내버렸다.

“안 돼... 아빠... 아빠.... 흑흑...”

아빠의 이름만을 부르던 한고운의 입에서 시뻘건 피가 흐르고... 쌕쌕 힘겹게 쉬던 숨소리마저 점점 미약해지기 시작했다.

“아빠, 아빠 얼굴 꼭 보고 싶었는데. 엄마가... 아빠는 슈퍼맨이라고 했단 말이야.”

정신이 아득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고운은 아빠를 부르고 또 불렀다.

밖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의료진들은 결국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버지란 사람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아니지... 그 사람이 온다 해도 뭐가 달라지겠어. 상대가 김태우 대표인데.’

쿠르릉.

그 순간, 병원 건물이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혹시 지진이라도 난 건가 싶어 사람들이 건물을 뛰쳐나가고 응급실 의료진들도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가히 놀라웠다.

뉴스에서 잠깐씩 봤던 최첨단 전투기가 병원 주차장에 댄 차들을 전부 밀어버리며 강제 착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청룡 무늬가 그려진 군복을 입은 훤칠한 남자가 전투기에서 내리더니 무서운 기세로 병원에 들어섰다.

신룡전 8대 용장 역시 그의 뒤를 따랐다.

“고운아, 아빠. 아빠 왔어!”

다음 순간, 응급실 문 앞에 선 한지훈의 눈에 온몸이 피투성이인 여자아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었지만 천륜으로 엮여있어서일까.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아, 저 아이가 내 딸이구나.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지금 당장 숨이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은 창백한 낯빛에 한지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빠? 아빠 맞아? 슈퍼맨 아빠가... 진짜 와준 거야?”

기적이 일어난 건지, 거의 숨이 멎어가던 한고운이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렸다.

그리고 낯설지만 익숙한 한지훈을 바라보며 드디어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웃을 때 귀엽게 파이는 보조개, 누가 봐도 한지훈의 딸이었다.

“고운아, 아빠... 아빠 왔어.”

“엄마가 그랬어. 아빠는 슈퍼맨이라고. 어떻게든 나 보러 올 거라고. 이제 나한테도 아빠가 생긴 거네? 다행이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한고운의 눈이 스르륵 감기고...

“삐이...”

심전도 기계가 절망적인 소리를 내뿜었다.

“안 돼. 고운아, 정신 좀 차려봐. 안 돼!!”

안타까운 광경에 의료진들도 어느새 오열하기 시작했다.

‘대화를 들어보니 아빠를 처음 만난 모양인데 제대로 안겨보지 못하고 이렇게 죽는 거야? 저 어린 게 뭘 잘못했다고...’

“으아아악!”

이성을 잃은 한지훈이 그의 앞을 가로막은 부하들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퍽퍽!”

단 세 번의 펀치에 뒤로 튕겨져나간 부하들은 그대로 창문을 뚫고 추락했다.

응급실로 달려들어간 한지훈이 딸의 이마를 끝없이 쓰다듬었다.

“고운아, 아빠 왔잖아. 제발 눈 좀 떠봐. 다시 한번 아빠 좀 봐줘. 응? 큭... 푸흡!”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일까? 가슴이 답답한 기분이 들더니 한지훈의 입에서도 시커먼 피가 뿜겨져나왔다.

“안 돼! 고운아,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 아빠가 무슨 일 있어도 너 살릴 테니까.”

한지훈이 번쩍 아이를 안아든 순간, 김태우의 부하들로 보이는 남자들이 응급실에 쳐들어왔다.

“너희들 뭐야? 뭔데 우리 도련님이 짜신 판에 깽판을 놔. 야, 다 죽여버려!”

쿠궁!

‘저 자식들이야? 내 딸을 이렇게 만든 게?’

한지훈의 눈이 분노로 시뻘겋게 물들고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터져나왔다.

그 기운에 화창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들 정도였다.

“죽여... 저 자식들 전부...”

한지훈의 명령에 신룡전 8대 용장이 뛰어들고 기세 좋게 달려들던 부하들은 비명 소리 하나 내지 못한 채 쓰러진다.

“터벅터벅.”

온몸이 피투성이인 한고운을 안은 한지훈이 응급실을 나서고 그 무서운 살의,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에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던 의료진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방금 전 내상으로 다리에 힘이 풀린 한지훈이 털썩 주저앉고 입에서는 다시 검붉은 피가 쏟아졌다.

“사령관님!”

그를 부축하는 용일의 손을 뿌리친 한지훈이 핏발 선 눈으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오늘부로 파용군은 S시로 주둔지를 옮긴다. 4대 용존, 호용 고수들 전부 다 불러. 어디에 있든 오늘 안에 전부 S시로 모이라고! 푸흡...!”

이 말을 마지막으로 한지훈은 정신을 잃고 만다.

정신을 잃은 순간에도 한고운을 꼭 안고 있는 모습, 한지훈의 입가에서 흘러내린 피가 이미 피로 물든 한고운의 옷을 다시 적셨다.

“사령관님!”

...

10분 후, 용일의 연락을 받은 30만 파용군이 완전 무장을 한 채 S시가 있는 동원구로 이동하고, 동시에 세계 각지에서 비밀 임무를 수행하던 4대 용존과 호용(護龍) 고수들도 S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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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전화를 끊은 한지훈의 주위에 살기가 피어올랐다. 긴 다리를 번쩍 들어 지프차에 탄 한지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부터 난 북양 총사령관 자리를 포기한다. 앞으로 난 군과 그 어떤 관련도 없는 민간인이야. 그리고 신룡전 애들한테 전해. 최대한 빨리 S시로 이동한다. 그리고 용오, 용육, 용칠, 용팔. 너희들은 산장에 남는다.”“사령관님, 정말 전역하실 겁니까?”용일이 다급하게 물었다. 북양왕, 현 시대의 가장 뛰어난 명장, 용국의 상징이자 8대 용장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 이대로 모든 걸 버린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앞섰다.“그래. 이미 결정한 일이니 더 이상 토달지 마. 타워 팰리스로 출발한다.”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한 한지훈이 거세게 엑셀을 밟았다.‘우연아, 조금만 참아. 내가 곧 갈게. 이제부터 넌 내가 지킬 거야.’이에 용일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이 용일, 죽을 때까지 사령관님을 따르기로 맹세한 몸, 저도 파용군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신룡전 소속으로서 사령관님을 모시겠습니다!”“용이 역시 죽을 때까지 사령관님을 따르기로 맹세한 몸, 저도 파용군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신룡전 소속으로서 사령관님을 모시겠습니다!”뒤이어 용일부터 용팔까지 모든 8대 용장이 파용군의 직책을 내려놓고 오로지 신룡전의 8대 용장으로서 한지훈을 보좌하기로 선포한다.신룡전, 비록 파용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민간 비밀 조직일 뿐, 공식적으로 군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곳, 국가가 아닌 오직 한지훈을 위해 싸우는 이들이 모인 곳이기도 했다.힘들 결정일 텐데 기꺼이 그의 뜻에 따라준 8대 용장을 바라보던 한지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용국의 가장 신비로운 곳, 용각.경계가 삼엄한 내각 대청의 원탁에 네 명의 중년 남자가 앉아있다.전화기를 내려놓은 신한국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휴, 어쩜 나이를 먹어도 변하는 게 없니. 여전히 고집불통이군.”“왜요. 저쪽에서 먼저 끊은 겁니까?”작은 키에 통통한 몸매, 금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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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 범벅이던 강우연의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지금 그녀의 눈에 보이는 저 강인한 인상의 남자가... 정말 환각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맞는 건지 의심스럽기마저 했다.가장 절망스러운 순간, 5년 동안 수없이 그리워했던 그가 드디어 나타났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이 사실을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마음과 달리 몸은 이미 이 상황을 인지한 듯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드디어... 드디어 왔네요. 드디어...”한지훈은 품에 안긴 가냘픈 그녀의 등을 내려다 보았다.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확연히 마른 몸이 그 동안의 고생을 말해 주는 듯했다.강우연의 눈물과 핏방울을 닦아주던 한지훈의 눈동자는 그녀의 총상을 발견하고 다시 차갑게 식어버렸다.심장과 단 몇 센치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 정말 하마터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살의가 치솟았다.“으악, 으흑흑...”한편, 김태우는 온몸이 피투성이인 양예나의 등을 다시 꾹 밟았다.비록 등은 찢어질 듯 아팠지만 양예나는 감동의 미소와 함께 한지훈과 강우연을 바라보았다.방금 전 몇 미터나 되는 곳에서 훌쩍 뛰어내려 강우연을 구하던 그 모습, 마치 영화속 멋진 남자주인공, 동화속 왕자님처럼 비현실적이었다.그와 동시에 양예나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설마... 저 남자가 고운이 아빠?’“우연아, 드디어... 드디어 만났구나. 축하해. 이제 저 사람이랑 행복하게 살아. 다시는 이런 데 오지 말고... 영원히 행복하게...”속삭이듯 이 말을 내뱉은 양예나는 이미 죽음을 각오한 듯 스르륵 눈을 감았다.“탕!”김태우의 총구에서 발사된 총알이 양예나의 두 다리를 관통했다.“꺄아악!”양예나의 비참한 비명소리가 건물을 가득 채웠다.하지만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김태우는 저 멀리 서로를 안고 있는 한지훈과 강우연을 바라보며 악을 썼다.“당장 잡아! 저 자식들 당장 내 앞으로 끌고 오라고!”저벅저벅.발걸음 소리가 건물을 가득 채우고 김

  • 용왕사위   제8화

    도검과 곤봉을 든 수백 명의 장정들이 그들을 향해 뛰어왔다. 그들의 기세에 강우연은 그 자리에서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런데도 강우연은 어깨가 찢어지는 고통을 견뎌내며 연약한 몸으로 한지훈의 앞을 막아서 그를 보호하려 했다. 그녀는 손에 중절모를 들고 파이프를 피는 중년 남자에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제 잘못이에요. 이 사람은 풀어주세요! 제가 다 책임질게요... 제발요..."다리 힘이 풀려 스르륵 쓰러지는 그녀의 어깨를 따뜻한 손이 감싸주었다. 그녀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화가 난 얼굴을 한 한지훈을 보면서 말했다."뭐 하는 짓이에요! 김씨 가문의 김정학 어르신이에요. 어르신의 수하만 몇천 명이에요, s 시의 탑4 재력가중의 한 명이세요. 당신이 상대할 사람은 아니니 먼저 고은이를 데리고 이 자리를 떠나요. 내가 알아서 할게요."한지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다정한 눈빛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정리해 주면서 말했다. "자기는 내 사람이야, 내 여자가 누구 앞에 무릎 꿇고 비는 걸 볼 수 없어.""아! 삼촌... 삼촌... 살려줘요! 제발요..."피투성이가 된 김태우가 김정학을 향해 울부짖었다. 김정학은 그런 김태우를 쓸쓸한 눈빛으로 보았다. 너무나 비참한 모습을 한 조카를 보고 있자니 분노가 몸에 치솟았다."감히! 내 조카를 건드려? 죽는 게 두렵지 않나 보군?"한지훈이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그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강우연을 자기 쪽으로 끌어안으면서 말했다."당신이 날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이놈!"김정학의 분노한 소리에 뒤에 있던 수백 명의 수하들이 도검과 곤봉을 꽉 쥐어 올렸다. 김정학의 한마디면 한지훈과 강우연을 흔적도 없이 썰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내 앞에서 두 눈 똑바로 이런 말을 하는 녀석은 처음이군. 너에게 두가지 선택지를 주겠다. 하나는 무릎 꿇고 빌게 된다면 사지를 못 쓰게 만드는 거로 끝내겠어. 다른 하나는 너와 이 여자 둘 다 죽는 거야."김정학의 말을 들은

  • 용왕사위   제9화

    김정학 옆에 있던 부하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어르신, 따라가서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그냥 보내실 셈입니까?”부하의 말에 김정학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귀싸대기를 갈겼다. 어찌나 세게 후려쳤는지 부하가 땅에서 뒹굴 정도였다. “이런 쓸모없는 머저리 같은 것들! 썩 꺼져버려! 내 눈앞에서 사라지란 말이야!”김정학은 분노로 끓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텅 빈 거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땅에 널브러져 있는 부하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었다.S시에서 감히 김씨 가문을 대적할 상대가 있다니……김정학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빨리! 형님한테 가야겠어. 앞장서!”김정학은 이 일을 한시라도 빨리 김씨 가문의 주인인 김정필한테 알려 그가 나서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김태우는 감히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인데…… 한지훈이 그리도 막강한 실력을 갖춘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다니 마음이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낭월 산장.강우연은 지프차에서 뛰어내리다시피 했고 온통 피투성이인 몸을 하고 비틀거리며 침실로 돌진했다. 그녀는 병상에 누워 편히 잠든 고운이를 보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고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고운이가 울음소리를 들을세라 입을 가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침대 앞으로 걸어가 조심스레 쪼그리고 앉아 고운이의 조그마한 얼굴을 쓰다듬으며 울먹였다.“고운아, 엄마 왔어. 고운아, 엄마야……”옆에 있던 세 명의 의사는 갑자기 들이닥친 피투성이 강우연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분이 사령관님 부인이신가? 이렇게 다친 몸으로 지금까지 견디다니, 이게 바로 엄마의 힘인가?’강우연은 급기야 침대 앞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그녀는 정신이 혼미해진 뒤에도 여전히 고운이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정신 차리세요! 얼른 방으로 모셔!”세 명의 의사는 강우연을 옆 방에 눕히고 동시에 그녀의 상처를 치료했다. 강우연의 총상을 발견하고 세 명의 의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

  • 용왕사위   제10화

    “당신 뭐야! 이거 안 놔! 아프잖아!”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치던 강희연이지만 고개를 돌려 한지훈과 눈을 마주친 순간, 벼락에라도 맞은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뭐야, 이 남자... 이 눈빛... 정말 사람이 맞긴 해?’한지훈의 온몸에서 풍기는 무거운 살기가 그녀를 삼켜버릴 듯해 숨이 턱 막혔다.겁에 질린 강희연이 마른 침을 꿀꺽 삼킨 순간, 한지훈은 거칠게 그녀의 손을 놓아버렸고 그 충격에 강희연은 비틀거리다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지고 말았다.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린 강우연 역시 그대로 한지훈의 품에 쓰러지고 말았다.강우연을 꼭 끌어안은 한지훈이 다급하게 물었다.“우연아, 정신 좀 차려봐. 우연아!”한지훈의 품에 안긴 강우연은 쇼크가 온 건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상처에서 흐른 피로 붉게 물든 이마와 어깨, 그리고 벌써 감염이 시작된 건지 불덩이처럼 타오르는 이마...한지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젠장...”마음속 걱정과 다급함은 곧바로 방금 전 강우연에게 물을 끼얹고 모욕의 말을 던지던 강희연에게로 향했다. 한지훈이 바로 일어서 그녀를 응징하려던 그때, 강우연의 희고 가는 손가락이 그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그리고 숨소리처럼 미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안 돼요. 그만... 이제 그만해요. 나 이만 돌아가고 싶어요. 우리 고운이 얼굴도 얼른 보고 싶고요. 그러니까 우리 이제 집에 가요, 네?”강우연의 진심어린 말에 한지훈도 분노를 억눌렀다.“그래, 우리 집에 가자.”동시에 강우연을 번쩍 안아든 한지훈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고...그제야 정신을 차린 강희연이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거기서!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네가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그런 곳인 줄 알아! 당장 잡아! 잡으라고!”강희연의 외침에 집을 지키던 경호원들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하지만 한지훈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한 순간 거구의 장정들 역시 그 자리에 얼어붙는 수밖에 없었다.지금 그의 앞을 막아선 남자가 끔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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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왕사위   제2635화

    “흥, 계속해서 억지로 침착한 척만 하네. 그 자리에 앉아있기만 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넌 오늘 이 강당을 나갈 수 없어!”동방 설령은 한지훈을 가리키며 비꼬았다. 찰스도 덩달아 웃으며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설마 모든 용인들이 다 너처럼 이렇게 찌질해? 아무 말도 못 하고 벙어리처럼!”“이렇게 된 이상, 네가 굳이 기어코 그 혈령단을 받을 이유가 있을까? 이렇게 스스로 모욕을 자초하는데!”찰스의 말이 떨어지자, 에밀리는 한숨만 길게 내쉬었다. 곧바로 그녀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된 이상, 한지훈이 절대 그들을 떠나게 놔둘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이상, 자신이 더 이상 굳이 쓸데없이 나설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때, 동방 설령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문자를 확인한 동방 설령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다. “한군림, 너한테 아주 안 좋은 소식을 들려줄게. 내 남편이 곧 온다고 하네. 우리 남편이 오기만 하면 넌 그냥 죽음이야!”동방 설령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검은색 양복을 걸친 키 큰 잘생긴 한 남자가 강당 입구에 나타났다. 그가 나타난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그에게로 쏠렸다. “필칸트다!” “용인이 이젠 죽게 됐네!”적지 않은 사람들은 단번에 그 젊은 남자를 알아보았다. 바로 필칸트였다. 필칸트를 보자마자 동방 설령은 더욱 의기양양해났다. “필칸트, 마침 잘 왔어. 여기 상스러운 놈이 네 약혼녀한테 불경하게 굴고 있어!”찰스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스쳤다. 그 말을 들은 필칸트는 저도 모르게 멍해졌고, 이내 동방 설령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잠시 몇 초동안 시선이 머물 뿐, 곧바로 그녀의 곁에 앉아 있는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필칸트가 앞으로 나가 한지훈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동방 설령이 먼저 다가가 입을 열었다. “필, 방금 이놈이 나더러 꺼지라고 욕했어!”“

  • 용왕사위   제2634화

    잠시 멍하니 있던 동방 설령은 이내 몸을 돌려 에밀리를 살펴보았다. “에밀리, 로드 가문이 평범하지 않다는 건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설령 네가 로드 가문을 등에 업고 있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과 적이 되려 해서는 안 되지!” 그 말에 에밀리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녀를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 속에는, 놀라움 외에 차가운 한기도 가득했다. 평소 에밀리는 일반인들로부터도 우러러볼 정도로 지위가 높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 중 어디 평범한 사람이 있겠는가. 로드 가문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무도 학원 전체를 대적할 수는 없었다. 에밀리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입을 떼려는 순간,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밀리, 로드 가문이 그렇게 대단해?”찰스 왕자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물었다. 동시에 그의 탁자 위 술잔은 순식간에 깨져버렸다. 바로 삼성 지급 천신의 기세가 강당 전체에서 폭발한 것이다. “찰스 왕자님, 일단 진정하세요! 그렇지 않았다가 펼쳐질 결과는, 감당하시기 힘드실 수 있습니다!”에밀리는 분명히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지만, 한지훈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심지어 칸트 가문의 생일파티에 온 안드레마저 고분고분하게 만드는 존재이다. “흥! 감당이 안 될 거라고?”찰스 왕자의 얼굴에는 음산한 웃음이 떠올랐다. 유럽에서 감히 찰스 왕자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거라고? 심지어 그의 할머니는, 유럽의 모든 국왕과 국주의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말은 즉, 누가 감히 찰스에게 불경하게 대했다가는 바로 유럽의 모든 국왕과 국주의 적이 되는 셈인 것이다. “한군림, 너 남자가 맞긴 해? 계속해서 그렇게 여자 등 뒤에 서 있을 거야?” 찰스는 삼성 지급 천왕계의 기세와 위압으로 한지훈을 제압시키려 했다. 지금 이 순간, 모든 사람들의 눈빛은 한지훈에게로 떨어졌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이상 더 이상 반전의 여지가 없었고, 심지어 교사들조차도 벌써 모두 멀리 피했다. 이때 교사 중 한 명이 심상치

  • 용왕사위   제2633화

    “왜, 너의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네가 혈령단만 내놓으면 네 목숨은 지킬 수 있어. 적어도 네가 살아서 유럽을 떠날 수 있게 해 줄 수 있어!”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한지훈의 모습에, 동방 설령은 계속하여 비꼬았다. 아무리 강경하게 굴어도, 뭇사람들로부터 겨냥이 되는 건 당연히 두렵지 않겠어? “꺼져!”그러나 한지훈은 차갑게 두 글자를 내던졌다. 순간 강당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났다. 게다가 한지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방 설령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방금 마치 끈질긴 개 한 마리를 쫓듯이 소리쳤다.단호한 태도에 동방 설령은 물론, 다른 교사들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어리둥절해 있었다. 상대는 무려 필칸트의 약혼녀잖아. 무도 학원 교사들 중에서도 무려 70% 가 필칸트를 모시면서 살고 있는데! 그런데 한지훈은 오히려 큰소리치면서 그의 약혼녀더러 꺼지라고 하다니? “어머! 얘는 정말 미친놈이네. 어쩐지 여청양이, 혈령단 한 알을 대가로 해서라도 그를 사지로 몰아넣으려 하더라니!”“그러게나 말이야. 필 칸트로부터 미움을 사는 건 우리 교사들한테 미움을 사는 것보다 그 후과가 훨씬 심각한데!”교사 몇 명은 잇달아 고개를 돌리고는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강당을 떠나기만 하면, 학생들의 대전이 불가피할 거라는 것을 내심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지훈은 필연적으로 살아서 이 강당을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동방 설령은 처음에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는 차갑게 한지훈을 훑어보며 말했다. “한군림, 네가 하는 꼬락서니 하나하나가 어쩜 한지훈이랑 매우 흡사하지?” “안타깝게도 실력은 미치지 못하지만, 생떼를 부리기 좋아하는 특징은 아주 똑같네.” “자고로 실력이 없는 사람들이 뽐내기를 좋아하는 거야. 용국에서는 너한테 굳이 따지는 사람이 없을지는 몰라도 여기는 엄연히 유럽이야. 네가 우리의 도움을 구걸하지 않으면 몰라도, 우리와 적이 되면 정말 죽

  • 용왕사위   제2632화

    “한군림, 너 여기가 어딘 줄 알아? 유럽에 그렇게나 많은 강대한 가문과 젊은 세대 강자들이 있는데 네가 정말 혈령단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때가 되면 너는 혈령단을 지키기는커녕, 아마 목숨도 지키지 못할 거야!”동방 설령은 결코 혈령단을 반드시 얻으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모든 사람들에게 한지훈은 자신과는 다르다는걸, 심지어 용국의 다른 학생들과도 매우 다르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어떤 사고를 당하더라도 자신은 그를 도우지 않을 거라는 것을. 다시 말해서, 그녀의 행동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없애고 그들이 거리낌 없이 한지훈에게 손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이었다. “넘길지 말지는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야. 내가 네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 적 있어?”한지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동방 설령의 표정은 매우 보기 흉해졌다. 한지훈의 태도는, 마치 그녀가 비천하다고 비꼬는 것 같았다. 이때 몇몇 유럽 학생들은 심지어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동방 설령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비웃음에, 동방 설령은 몸 둘 바를 몰라했다. “한군림! 넌 정말 내 호의를 모르는구나. 난 현재 무도 학원의 제1고수야. 게다가 필칸트의 약혼녀 신분으로서 너한테 충고를 하는 거라고!”동방 설령의 언성은 다소 높아졌고, 그녀의 눈빛 속에서는 어느새 살기가 가득했다. 만약 방금 한지훈이 상자를 낚아챔으로써 자신의 실력이 적어도 천왕계 강자라는 것을 증명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동방 설령은 진작에 한지훈에게 손을 댔을 것이다. 그녀가 여태 참을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결코 한지훈의 경지를 꿰뚫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겉으로만 보면, 한지훈은 아직 5성 용급 사령관의 실력일 뿐이었다. “무도 학원 제1고수? 누구야, 대체 누가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거야? 아니면 스스로 자칭한 건가?”한지훈은 더욱 건방진 태도를 보였다. 그의 태도에 모두들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 용왕사위   제2631화

    일단 이 혈령단을 받게 되면 곧 무도 학원 전체의 공적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순순히 받아내다니! 혈령단을 품에 안은 한지훈의 모습에 동방 설령은 고소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감히 이런 귀중한 보물을 받아들이려는 거야!“이번에는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는 저놈을 알아서 처리할 것 같네.”장령풍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이상, 차라리 죽게끔 놔두는 게 좋겠어. 어차피 이제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야!”동방 설령 역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한군림 학생은 이제 며칠 후 진법루에서 반드시 자랑스러운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믿습니다. 자, 모두들 뜨거운 박수를 보냅시다!”여청양은 이를 악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웃음 속에는 다소 음산한 빛이 드리워져있었다. 게다가 그의 그 말속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혈령단은 진법루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기에 유용한 귀한 보물이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일깨워 준 것이다. 크나큰 강당에서는 낮은 박수 소리만 울렸고,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모두 무서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주시하고 있었다. 실력이 다소 약한 소수의 학생들만이 한지훈을 위해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뚫어져라 한지훈을 볼 뿐이었다. 현장에는 무도 학원의 교사들과 고위층들이 있었기에, 학생들은 질투심만 품고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 하지만 일단 고위층들이 자리를 떠나게 되면 곧 쟁탈전이 시작될 기세였다. 개학 축제가 막 끝나자마자 동방 설령은 한지훈에게로 향했다. 사실 동방 설령은 필칸트 덕에 여태 주목을 받아온 것이다. 그런 그녀가 한지훈에게 다가가자,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바샤크, 동방 설령 저 여자 설마 한군림을 도와주려는 건 아니겠지?”찰스 왕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동방 설령이 필칸트의 여자친구라고 해도, 찰스가 그녀를 전혀 건드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찰스의 가족은 일반

  • 용왕사위   제2630화

    여청양의 얘기에 교사들은 하나같이 눈살을 찌푸렸다. 한지훈을 무도 학원 전체의 공적으로 만들려는 그의 의도를 누구나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여청양이 이렇게까지 하는 건 좀 지나친 거 아닙니까!”“흥, 이렇게까지 한 학생을 겨냥하려 하다니. 게다가 용국 출신의 학생인데… 여청양 이 사람, 정말 속도 좁네!”“혈령단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유혹하고 한군림과 적이 되게 만들다니, 정말 칼 하나 안 쓰고 살인을 하려 하네!”비록 무도 학원은 교사에 대한 요구가 매우 엄격하여 교사가 학생에게 무력을 행사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학생들 사이의 무력은 허용했다. 여청양은 바로 이 점을 빌어 보복할 기회를 노린 것이다. 게다가 이 자리에 있는 학생들은 무도학원의 첫 번째 수강생들로서, 이 중에는 적지 않은 능력자가 있기도 했다. 어떤 학생들은 든든한 후원자와 배경을 갖고 있어, 안드레조차 쉽게 미움을 사지 못한다. 그리하여 한지훈에 대한 그들의 증오가 극에 달하면, 여청양은 한지훈이 죽음을 피하기 어려울 거라 믿었다. 심지어 무도 학원에는 수강생들끼리 서로 싸우기 위해 준비된 무도장이 따로 있었다.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라 하더라도, 진법에 둘러싸인 그 무도장에서 크게 싸우면 다른 지역에 영향을 끼치지도 않는다. “내가 듣기로는 한군림 이 친구, 개학 첫날부터 여청양으로부터 미움을 샀다던데. 게다가 여청양은 원래 제명하려고 했는데 결국 학원 고위층이 반대했다고 하더라고.” “그 일로 인해 여청양이 제대로 체면을 구기게 되어, 이렇게까지 죽일 기세로 경계하고 있는 것 같아!”이때 옆에 있던,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한 교사가 주위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네, 그럴 가능성 아주 높죠! 그런데 만약 한군림이 그 음모를 간파하고 혈령단을 받지 않으려 한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죠!” 만약 혈령단을 넘기지 못한다면, 여청양은 앞으로 무도 학원에서 살아남기 힘들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교사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한지훈에게

  • 용왕사위   제2629화

    “여 선생님, 손에 들려있는 이게 바로 혈령단이라고요?”유럽 출신의 한 교사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여청양의 손에 있는 상자를 바라보았다. “맞아요. 이것은 저희 화산에서도 특별한 보물입니다. 비록 효과가 두 시간밖에 지속되지 않지만, 어떤 용도로 쓰든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여청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말에, 여청양과 동급인 적지 않은 교사들의 눈에서는 탐욕스러운 눈빛이 드러났다. 이런 귀한 물건은 꺼내기만 하면 모든 사람들로부터 쟁탈을 불러일으킬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그 누구도 여청양이 이 상황에 이 보물을 꺼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만약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가 이 보물을 손에 넣게 된다면, 전력을 잠시나마 천신계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학생이 마음속의 의문을 큰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여청양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건 불가능하죠. 만약 학생이 지금 일성 준천신이라면 짧은 시간 내에 지급 천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더욱 높은 경지를 돌파할 수는 없어요. 필경 이것은 단지 생명을 지키는 용도일 뿐이니, 경지를 돌파하려면 자신의 깨달음과 노력에 의지해야 합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혈령단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전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이 이것을 매우 갖고 싶어 할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혈령단은 단 한 알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누구에게 주든 다른 사람들은 제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겁니다!”“이왕 이렇게 된 이상 하늘에게 선택을 맡기도록 하죠!”이내 여청양은 보검 한 자루를 꺼내 검봉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검이 가리키는 자가 혈령단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 곧이어 손을 들자, 장검은 빠르게 회전하여 공중으로 날아갔다. 공중에서 1분 가까이 빠르게 회전한 후에야 다시 땅에 떨어졌다. 많은 사람들은 검봉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바라보았고, 모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검이 가리키는 방향은 바로 한지훈의 책상이었

  • 용왕사위   제2628화

    사실 무도 학원은 설립 이래 개교기념일 활동을 개최한 적이 없었다. 개교기념일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그 목적은 단지 모든 학생들이 알아서 라인을 타게끔 하려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되면 누구나 이 기회를 빌어 자신이 원하는 강자와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모든 나라를 용국과 대립면으로 놓이게끔 하는 것이다. 특히 그들 중에는 광명파 성원들도 있어, 이 기회를 빌어 무도 학원에 대한 광명파의 태도도 테스트해 볼 수 있어 그야말로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이튿날 저녁, 한지훈은 개교기념일 이벤트 초청장을 받게 되었다. 원래 한지훈은 참가할 의향이 없었지만 거듭된 에밀리의 초청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로드 가문은 한지훈에게 있어서 유럽의 큰 조력자이기도 하다. 필경 하이얼 로드는, 역외 및 무도 학원 사이의 비밀에 대해 조금도 남김없이 한지훈에게 알려주었다. 한지훈은 그의 언행에서, 로드 가문이 바로 10대 가문 연합을 와해시킬 수 있는 관건적인 바둑돌로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날 저녁, 무도 학원의 대강당은 이미 깔끔히 잘 배치되어 있었고 무수한 별빛처럼 찬란한 예홍등이 장식되어 있어 전반 강당에 일종의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그리고 수십 개의 긴 탁자 위에는 각종 좋은 술과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많은 학생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자신이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고 있었다. 이때 에밀리가 강당에 나타나자마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녀를 둘러쌌다. 필경 그녀는 로드 가문의 장녀이자 유럽 3대 미녀 중 한 명이었기에 그녀를 원하는 사람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한편 한지훈은 무리를 비집고는 나와 구석의 원탁을 향해 걸어갔다. 장령풍과 동방 설령은 차가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은근히 비웃고 있었다. 오늘 저녁 여청양이 반드시 그에게 큰 선물을 안겨줄 것이니까. “내가 보기에 한군림 이 놈, 아직까지 본인한테 닥칠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것 같아!”장령풍은 차

  • 용왕사위   제2627화

    설마 며칠 전 제1비진을 연 사람이 그였어? 하지만 에밀리는 곧바로 생각을 접었다. 암만 생각해도 절대 그럴 리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진법루의 문지기가 용인을 쉽게 들여보낼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날 밤에는, 어떠한 싸움의 흔적도 없었고 다치거나 전사한 사람도 없었다. 에밀리는 급히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런 금칠함은 사실 역외 세계를 압박하여 세속 세계로 통하는 통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전부 열리게 된다면 이 통로는 막힘없이 뚫리게 되어, 즉 역외 강자들은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더 이상 경계의 제한도 받지 않는 거죠!”“보통 상황이었다면, 경계가 매우 높은 사람이 통로에 들어서게 되면 통로는 높은 경계를 감당하지 못하여 붕괴됩니다!”한지훈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에 든 책을 다시 덮은 채 침울하게 말했다. “즉, 무도 학원을 설립하고 유럽이 남긴 모든 진법을 개방하여 사람들에게 주는 건 단지 하나의 허울일 뿐입니다!”“그럼 그들의 진정한 목적은 역외 강자들에게 길을 닦아주기 위한 건가?”“네, 그것이 바로 무도 학원 설립의 목적입니다. 그러나 각국의 입장에 있어서는, 더욱 많은 진법을 얻어야 자국의 강자들을 더욱 강대하게 할 수 있고 훗날 국제적으로도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겁니다!”“그리하여 결국 양날의 검같은 존재인 겁니다!”에밀리의 얘기를 들은 한지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필칸트는 무의식적으로 한지훈을 흘깃 보았다. 수백 년 동안 줄곧 아무도 열지 못했던 제1비진이, 한지훈으로부터 직접 열리게 됐다. 예상 밖의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진법루의 진법은 이번에 전부 열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필칸트는 순간 두피가 저릿해났다. “한 선생님, 제가 부득불 설명드릴 일이 있습니다. 사실 여청양과 학원 원장 사이에는 숨겨진 관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한 선생님께서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얼굴을 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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