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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作者: 봄가을
한편, K대 대학병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갑자기 병실에 들이닥치더니 한고운에게 응급처치를 취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전부 내쫓아버렸다.

다급한 마음에 강우연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당신들 뭐야! 저 사람들을 왜 내쫓아! 이러다 내 딸 진짜 죽는다고!”

또각또각.

저승사자의 목소리 같은 남자의 구두굽 소리가 찰나의 정적을 꿰뚫었다.

곧이어 보디가드들이 홍해 갈라지 듯 양쪽으로 갈라지고 그 사이로 흰 정장을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분명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입가에 걸린 서늘한 미소가 수상한 남자였다.

“강우연, 어떻게? 내가 말한 조건은 좀 생각해 봤어? 이번 사고는 그냥 경고일 뿐이야. 내 말대로 그냥 나랑 몇 번만 만나. 네 딸 지금 바로 구해 줄 거니까.”

남자의 말을 듣던 강우연이 고개를 홱 돌렸다.

혐오와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던 강우연이 남자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부여잡았다.

“김태우! 우리 고운이 사고, 네가 낸 거야? 왜! 왜 그랬어 왜! 차라리 나한테 그러지. 왜 애꿎은 애한테 그러냐고! 우리 고운이 이제 겨우 네 살이란 말이야...”

가슴 터져라 소리치던 강우연이 결국 오열하며 작은 주먹으로 남자의 가슴을 내리쳤다.

“이게 어디에 손을 대!”

짝!

거침없이 강우연의 뺨을 날린 김태우가 그녀의 가는 팔목을 꽉 부여잡았다.

“강우연, 왜 이래?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내가 그 동안 들인 돈이 얼만데. 튕기는 것도 정도껏이어야지. 딸이 있어서 나한테 관심을 안 주는 건가 싶어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사고 냈어. 커다란 트럭이 저 조그만 애랑 부딪히는데... 어우, 내가 시킨 거지만 좀 잔인하긴 하더라.”

“으아아악! 김태우, 이 악마만도 못한 자식! 이 사이코패스, 변태 자식아! 내가 너 경찰에 신고할 거야!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강우연은 있는 힘을 다해 악을 쓰며 김태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돌아오는 건 그의 거센 따귀뿐이었다.

그리고 강우연의 머리채를 꽉 부여잡은 김태우가 눈물로 범벅진 얼굴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경찰에 신고? 날 죽여? 해봐. 신고든 죽이든 해보라고. 내 말 한 마디면 네 딸 이 병원에서 당장 쫓아낼 수도 있어. 아니, S시에 그 어떤 병원도 네 딸 안 받아줄걸? 정말 그러길 바라? 그래, 차라리 그렇게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아비도 없이 태어난 더러운 씨, 이참에 그냥 버리고 나랑 다시 시작하자...”

강우연의 귓가에 울리는 김태우의 서늘한 목소리에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한편, 병상에 누워 얕은 숨을 몰아쉬던 한고운이 피투성이인 손을 힘겹게 들었다.

“나쁜 아저씨... 아저씨, 우리 엄마 놔줘요. 우리 아빠... 우리 아빠가 아저씨 혼내줄 거예요. 우리 아빠... 슈퍼맨이라서... 다 혼내줄 수 있어요...”

김태우에게 머리채와 턱을 붙잡힌 강우연이 겨우 고개를 돌려 훌쩍였다.

“미안해, 고운아. 엄마가 미안해...”

그녀의 눈동자에는 오직 절망과 고통뿐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강우연이 김태우의 허벅지를 끌어안으며 애원했다.

“제발... 내가 이렇게 빌 테니까 우리 딸 좀 살려줘. 이제 겨우 4살이잖아. 4살... 내 딸만 살려주면 시키는 건 뭐든 할 테니까. 제발... 우리 딸 목숨만 살려줘.”

말을 마친 강우연이 바닥에 머리를 내리찧었다.

곧 이마에 붉은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딸을 구할 수만 있다면 이 정도 고통쯤은 충분히 견딜 수 있었으니까.

무표정한 얼굴로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김태우가 허리를 숙였다.

큰 손으로 눈물과 피로 얼룩진 강우연의 얼굴을 든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게. 결국 이렇게 될 거 왜 그렇게 튕겼어.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고. 이것 봐. 예쁜 얼굴 다 상하고. 나 너무 속상해, 우연아.”

그리고 주머니에서 실크 손수건을 꺼낸 그가 강우연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분명 부드러운 손길이었음에도 차가운 그의 손가락이 스칠 때마다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강우연은 살짝 움찔거릴 뿐, 차마 피할 순 없었다.

이 남자의 말 한 마디에 인생의 전부인 딸의 목숨이 걸려있으니까.

“됐다. 10분 줄게. 화장 좀 하고 내려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명심해. 지금부터 네 딸의 목숨줄은 내가 쥐고 있는 거야. 현명한 선택... 하길 바랄게?”

그리고 음침한 미소와 함께 그녀의 귓가에 이렇게 속삭였다.

“어떡하지? 벌써 네가 가지고 싶어서 미치겠는데? 강우연, 넌 내 거야. 절대 도망칠 수 없어.”

이 말을 마지막으로 응급실을 나선 김태우가 부하들에게 말했다.

“우연이가 나와도 의료진들은 들여보내지 마.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더러운 씨까지 받아줄 생각은 없어. 쟤는 오늘 무조건 죽어야 하는 거야. 알겠어?”

“알겠습니다!”

한편, 병실에 덩그러니 남은 강우연이 기다시피 침대쪽으로 다가갔다.

한고운의 작은 손을 꼭 잡은 강우연이 아이의 눈가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고운아, 울지 마. 엄마 여기 있어.”

“엄마, 나 너무 아파. 아빠는... 아빠는 언제 오는 거야? 저런 나쁜 아저씨랑 결혼하면 안 돼...”

아이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미어질 듯했지만 강우연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아이의 이마에 쪽 입을 맞추었다.

터져나오는 흐느낌이 들리지 않게 입을 꽉 틀어막았지만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막을 길은 없었다.

“그런 거 아니야. 엄마 잠깐 나갔다가 들어올게. 자, 엄마 휴대폰. 이게 아빠 번호니까... 아빠 보고 싶으면 여기에 전화해. 알겠지? 우리 고운이 씩씩하니까 아빠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지?”

말을 마친 강우연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겨 화장실로 향했다.

대충 파우치에서 꺼낸 화장품으로 메이크업을 하고 있자니 허탈함이 밀려왔다.

‘딸은 지금 죽네 사네 하고 있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지금 뭐 하는 짓인지...’

하지만 또 엄마기에 지푸라기라도 붙잡아야 했다.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빨갛게 부운 눈, 그럼에도 아름답고 청초한 얼굴.

거울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던 강우연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짝짝 두드렸다.

‘정신차려, 강우연. 지금은 울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리고 방금 전 병실에서 챙긴 과도를 만지작거렸다.

병동을 나서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번쩍이는 벤츠가 그녀를 맞이했다.

과도가 든 백을 더 꽉 움켜쥐곤 결연한 얼굴로 차에 올랐다.

“출발해.”

시가를 문 김태우의 얼굴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같은 시각, 응급실 앞.

요동치는 바이탈에 응급실로 들어가려는 의료진들의 앞을 부하들이 다시 막아섰다.

“김태우 대표님 명령입니다.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으니 물러나세요. 괜히 피 보고 싶지 않으면.”

“아무리 그래도 환자를...”

“지금 저 환자 당장 응급 수술 들어가야 합니다. 안 그럼 죽는다고요!”

의사와 간호사들이 소리쳤지만 남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남자들의 허리춤에 번뜩이는 칼을 보고 있자니 차마 앞으로 다가갈 용기도 나지 않고.

다들 응급실의 작은 창문으로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한 작은 소녀를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었다.

한편, 병실에 누워있는 한고운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한지훈의 번호를 눌렀다.

“아빠... 나 너무 아파... 언제 오는 거야? 엄마가... 나쁜 아저씨한테 잡혀갔단 말이야. 나 너무 힘들어... 더는 못 버틸 것 같다고...”

이때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부하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응급실로 들어오더니 휴대폰을 그대로 박살내버렸다.

“야, 이딴 장난 안 먹히니까 포기해.”

그리고 한고운의 마지막 숨결을 지켜주던 산소마스크까지 떼어내버렸다.

“안 돼... 아빠... 아빠.... 흑흑...”

아빠의 이름만을 부르던 한고운의 입에서 시뻘건 피가 흐르고... 쌕쌕 힘겹게 쉬던 숨소리마저 점점 미약해지기 시작했다.

“아빠, 아빠 얼굴 꼭 보고 싶었는데. 엄마가... 아빠는 슈퍼맨이라고 했단 말이야.”

정신이 아득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고운은 아빠를 부르고 또 불렀다.

밖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의료진들은 결국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버지란 사람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아니지... 그 사람이 온다 해도 뭐가 달라지겠어. 상대가 김태우 대표인데.’

쿠르릉.

그 순간, 병원 건물이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혹시 지진이라도 난 건가 싶어 사람들이 건물을 뛰쳐나가고 응급실 의료진들도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가히 놀라웠다.

뉴스에서 잠깐씩 봤던 최첨단 전투기가 병원 주차장에 댄 차들을 전부 밀어버리며 강제 착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청룡 무늬가 그려진 군복을 입은 훤칠한 남자가 전투기에서 내리더니 무서운 기세로 병원에 들어섰다.

신룡전 8대 용장 역시 그의 뒤를 따랐다.

“고운아, 아빠. 아빠 왔어!”

다음 순간, 응급실 문 앞에 선 한지훈의 눈에 온몸이 피투성이인 여자아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었지만 천륜으로 엮여있어서일까.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아, 저 아이가 내 딸이구나.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지금 당장 숨이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은 창백한 낯빛에 한지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빠? 아빠 맞아? 슈퍼맨 아빠가... 진짜 와준 거야?”

기적이 일어난 건지, 거의 숨이 멎어가던 한고운이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렸다.

그리고 낯설지만 익숙한 한지훈을 바라보며 드디어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웃을 때 귀엽게 파이는 보조개, 누가 봐도 한지훈의 딸이었다.

“고운아, 아빠... 아빠 왔어.”

“엄마가 그랬어. 아빠는 슈퍼맨이라고. 어떻게든 나 보러 올 거라고. 이제 나한테도 아빠가 생긴 거네? 다행이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한고운의 눈이 스르륵 감기고...

“삐이...”

심전도 기계가 절망적인 소리를 내뿜었다.

“안 돼. 고운아, 정신 좀 차려봐. 안 돼!!”

안타까운 광경에 의료진들도 어느새 오열하기 시작했다.

‘대화를 들어보니 아빠를 처음 만난 모양인데 제대로 안겨보지 못하고 이렇게 죽는 거야? 저 어린 게 뭘 잘못했다고...’

“으아아악!”

이성을 잃은 한지훈이 그의 앞을 가로막은 부하들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퍽퍽!”

단 세 번의 펀치에 뒤로 튕겨져나간 부하들은 그대로 창문을 뚫고 추락했다.

응급실로 달려들어간 한지훈이 딸의 이마를 끝없이 쓰다듬었다.

“고운아, 아빠 왔잖아. 제발 눈 좀 떠봐. 다시 한번 아빠 좀 봐줘. 응? 큭... 푸흡!”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일까? 가슴이 답답한 기분이 들더니 한지훈의 입에서도 시커먼 피가 뿜겨져나왔다.

“안 돼! 고운아,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 아빠가 무슨 일 있어도 너 살릴 테니까.”

한지훈이 번쩍 아이를 안아든 순간, 김태우의 부하들로 보이는 남자들이 응급실에 쳐들어왔다.

“너희들 뭐야? 뭔데 우리 도련님이 짜신 판에 깽판을 놔. 야, 다 죽여버려!”

쿠궁!

‘저 자식들이야? 내 딸을 이렇게 만든 게?’

한지훈의 눈이 분노로 시뻘겋게 물들고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터져나왔다.

그 기운에 화창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들 정도였다.

“죽여... 저 자식들 전부...”

한지훈의 명령에 신룡전 8대 용장이 뛰어들고 기세 좋게 달려들던 부하들은 비명 소리 하나 내지 못한 채 쓰러진다.

“터벅터벅.”

온몸이 피투성이인 한고운을 안은 한지훈이 응급실을 나서고 그 무서운 살의,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에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던 의료진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방금 전 내상으로 다리에 힘이 풀린 한지훈이 털썩 주저앉고 입에서는 다시 검붉은 피가 쏟아졌다.

“사령관님!”

그를 부축하는 용일의 손을 뿌리친 한지훈이 핏발 선 눈으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오늘부로 파용군은 S시로 주둔지를 옮긴다. 4대 용존, 호용 고수들 전부 다 불러. 어디에 있든 오늘 안에 전부 S시로 모이라고! 푸흡...!”

이 말을 마지막으로 한지훈은 정신을 잃고 만다.

정신을 잃은 순간에도 한고운을 꼭 안고 있는 모습, 한지훈의 입가에서 흘러내린 피가 이미 피로 물든 한고운의 옷을 다시 적셨다.

“사령관님!”

...

10분 후, 용일의 연락을 받은 30만 파용군이 완전 무장을 한 채 S시가 있는 동원구로 이동하고, 동시에 세계 각지에서 비밀 임무를 수행하던 4대 용존과 호용(護龍) 고수들도 S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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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전화를 끊은 한지훈의 주위에 살기가 피어올랐다. 긴 다리를 번쩍 들어 지프차에 탄 한지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부터 난 북양 총사령관 자리를 포기한다. 앞으로 난 군과 그 어떤 관련도 없는 민간인이야. 그리고 신룡전 애들한테 전해. 최대한 빨리 S시로 이동한다. 그리고 용오, 용육, 용칠, 용팔. 너희들은 산장에 남는다.”“사령관님, 정말 전역하실 겁니까?”용일이 다급하게 물었다. 북양왕, 현 시대의 가장 뛰어난 명장, 용국의 상징이자 8대 용장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 이대로 모든 걸 버린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앞섰다.“그래. 이미 결정한 일이니 더 이상 토달지 마. 타워 팰리스로 출발한다.”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한 한지훈이 거세게 엑셀을 밟았다.‘우연아, 조금만 참아. 내가 곧 갈게. 이제부터 넌 내가 지킬 거야.’이에 용일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이 용일, 죽을 때까지 사령관님을 따르기로 맹세한 몸, 저도 파용군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신룡전 소속으로서 사령관님을 모시겠습니다!”“용이 역시 죽을 때까지 사령관님을 따르기로 맹세한 몸, 저도 파용군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신룡전 소속으로서 사령관님을 모시겠습니다!”뒤이어 용일부터 용팔까지 모든 8대 용장이 파용군의 직책을 내려놓고 오로지 신룡전의 8대 용장으로서 한지훈을 보좌하기로 선포한다.신룡전, 비록 파용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민간 비밀 조직일 뿐, 공식적으로 군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곳, 국가가 아닌 오직 한지훈을 위해 싸우는 이들이 모인 곳이기도 했다.힘들 결정일 텐데 기꺼이 그의 뜻에 따라준 8대 용장을 바라보던 한지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용국의 가장 신비로운 곳, 용각.경계가 삼엄한 내각 대청의 원탁에 네 명의 중년 남자가 앉아있다.전화기를 내려놓은 신한국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휴, 어쩜 나이를 먹어도 변하는 게 없니. 여전히 고집불통이군.”“왜요. 저쪽에서 먼저 끊은 겁니까?”작은 키에 통통한 몸매, 금테

  • 용왕사위   제7화

    눈물 범벅이던 강우연의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지금 그녀의 눈에 보이는 저 강인한 인상의 남자가... 정말 환각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맞는 건지 의심스럽기마저 했다.가장 절망스러운 순간, 5년 동안 수없이 그리워했던 그가 드디어 나타났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이 사실을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마음과 달리 몸은 이미 이 상황을 인지한 듯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드디어... 드디어 왔네요. 드디어...”한지훈은 품에 안긴 가냘픈 그녀의 등을 내려다 보았다.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확연히 마른 몸이 그 동안의 고생을 말해 주는 듯했다.강우연의 눈물과 핏방울을 닦아주던 한지훈의 눈동자는 그녀의 총상을 발견하고 다시 차갑게 식어버렸다.심장과 단 몇 센치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 정말 하마터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살의가 치솟았다.“으악, 으흑흑...”한편, 김태우는 온몸이 피투성이인 양예나의 등을 다시 꾹 밟았다.비록 등은 찢어질 듯 아팠지만 양예나는 감동의 미소와 함께 한지훈과 강우연을 바라보았다.방금 전 몇 미터나 되는 곳에서 훌쩍 뛰어내려 강우연을 구하던 그 모습, 마치 영화속 멋진 남자주인공, 동화속 왕자님처럼 비현실적이었다.그와 동시에 양예나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설마... 저 남자가 고운이 아빠?’“우연아, 드디어... 드디어 만났구나. 축하해. 이제 저 사람이랑 행복하게 살아. 다시는 이런 데 오지 말고... 영원히 행복하게...”속삭이듯 이 말을 내뱉은 양예나는 이미 죽음을 각오한 듯 스르륵 눈을 감았다.“탕!”김태우의 총구에서 발사된 총알이 양예나의 두 다리를 관통했다.“꺄아악!”양예나의 비참한 비명소리가 건물을 가득 채웠다.하지만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김태우는 저 멀리 서로를 안고 있는 한지훈과 강우연을 바라보며 악을 썼다.“당장 잡아! 저 자식들 당장 내 앞으로 끌고 오라고!”저벅저벅.발걸음 소리가 건물을 가득 채우고 김

  • 용왕사위   제8화

    도검과 곤봉을 든 수백 명의 장정들이 그들을 향해 뛰어왔다. 그들의 기세에 강우연은 그 자리에서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런데도 강우연은 어깨가 찢어지는 고통을 견뎌내며 연약한 몸으로 한지훈의 앞을 막아서 그를 보호하려 했다. 그녀는 손에 중절모를 들고 파이프를 피는 중년 남자에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제 잘못이에요. 이 사람은 풀어주세요! 제가 다 책임질게요... 제발요..."다리 힘이 풀려 스르륵 쓰러지는 그녀의 어깨를 따뜻한 손이 감싸주었다. 그녀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화가 난 얼굴을 한 한지훈을 보면서 말했다."뭐 하는 짓이에요! 김씨 가문의 김정학 어르신이에요. 어르신의 수하만 몇천 명이에요, s 시의 탑4 재력가중의 한 명이세요. 당신이 상대할 사람은 아니니 먼저 고은이를 데리고 이 자리를 떠나요. 내가 알아서 할게요."한지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다정한 눈빛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정리해 주면서 말했다. "자기는 내 사람이야, 내 여자가 누구 앞에 무릎 꿇고 비는 걸 볼 수 없어.""아! 삼촌... 삼촌... 살려줘요! 제발요..."피투성이가 된 김태우가 김정학을 향해 울부짖었다. 김정학은 그런 김태우를 쓸쓸한 눈빛으로 보았다. 너무나 비참한 모습을 한 조카를 보고 있자니 분노가 몸에 치솟았다."감히! 내 조카를 건드려? 죽는 게 두렵지 않나 보군?"한지훈이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그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강우연을 자기 쪽으로 끌어안으면서 말했다."당신이 날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이놈!"김정학의 분노한 소리에 뒤에 있던 수백 명의 수하들이 도검과 곤봉을 꽉 쥐어 올렸다. 김정학의 한마디면 한지훈과 강우연을 흔적도 없이 썰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내 앞에서 두 눈 똑바로 이런 말을 하는 녀석은 처음이군. 너에게 두가지 선택지를 주겠다. 하나는 무릎 꿇고 빌게 된다면 사지를 못 쓰게 만드는 거로 끝내겠어. 다른 하나는 너와 이 여자 둘 다 죽는 거야."김정학의 말을 들은

  • 용왕사위   제9화

    김정학 옆에 있던 부하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어르신, 따라가서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그냥 보내실 셈입니까?”부하의 말에 김정학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귀싸대기를 갈겼다. 어찌나 세게 후려쳤는지 부하가 땅에서 뒹굴 정도였다. “이런 쓸모없는 머저리 같은 것들! 썩 꺼져버려! 내 눈앞에서 사라지란 말이야!”김정학은 분노로 끓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텅 빈 거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땅에 널브러져 있는 부하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었다.S시에서 감히 김씨 가문을 대적할 상대가 있다니……김정학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빨리! 형님한테 가야겠어. 앞장서!”김정학은 이 일을 한시라도 빨리 김씨 가문의 주인인 김정필한테 알려 그가 나서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김태우는 감히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인데…… 한지훈이 그리도 막강한 실력을 갖춘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다니 마음이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낭월 산장.강우연은 지프차에서 뛰어내리다시피 했고 온통 피투성이인 몸을 하고 비틀거리며 침실로 돌진했다. 그녀는 병상에 누워 편히 잠든 고운이를 보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고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고운이가 울음소리를 들을세라 입을 가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침대 앞으로 걸어가 조심스레 쪼그리고 앉아 고운이의 조그마한 얼굴을 쓰다듬으며 울먹였다.“고운아, 엄마 왔어. 고운아, 엄마야……”옆에 있던 세 명의 의사는 갑자기 들이닥친 피투성이 강우연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분이 사령관님 부인이신가? 이렇게 다친 몸으로 지금까지 견디다니, 이게 바로 엄마의 힘인가?’강우연은 급기야 침대 앞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그녀는 정신이 혼미해진 뒤에도 여전히 고운이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정신 차리세요! 얼른 방으로 모셔!”세 명의 의사는 강우연을 옆 방에 눕히고 동시에 그녀의 상처를 치료했다. 강우연의 총상을 발견하고 세 명의 의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

  • 용왕사위   제10화

    “당신 뭐야! 이거 안 놔! 아프잖아!”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치던 강희연이지만 고개를 돌려 한지훈과 눈을 마주친 순간, 벼락에라도 맞은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뭐야, 이 남자... 이 눈빛... 정말 사람이 맞긴 해?’한지훈의 온몸에서 풍기는 무거운 살기가 그녀를 삼켜버릴 듯해 숨이 턱 막혔다.겁에 질린 강희연이 마른 침을 꿀꺽 삼킨 순간, 한지훈은 거칠게 그녀의 손을 놓아버렸고 그 충격에 강희연은 비틀거리다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지고 말았다.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린 강우연 역시 그대로 한지훈의 품에 쓰러지고 말았다.강우연을 꼭 끌어안은 한지훈이 다급하게 물었다.“우연아, 정신 좀 차려봐. 우연아!”한지훈의 품에 안긴 강우연은 쇼크가 온 건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상처에서 흐른 피로 붉게 물든 이마와 어깨, 그리고 벌써 감염이 시작된 건지 불덩이처럼 타오르는 이마...한지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젠장...”마음속 걱정과 다급함은 곧바로 방금 전 강우연에게 물을 끼얹고 모욕의 말을 던지던 강희연에게로 향했다. 한지훈이 바로 일어서 그녀를 응징하려던 그때, 강우연의 희고 가는 손가락이 그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그리고 숨소리처럼 미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안 돼요. 그만... 이제 그만해요. 나 이만 돌아가고 싶어요. 우리 고운이 얼굴도 얼른 보고 싶고요. 그러니까 우리 이제 집에 가요, 네?”강우연의 진심어린 말에 한지훈도 분노를 억눌렀다.“그래, 우리 집에 가자.”동시에 강우연을 번쩍 안아든 한지훈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고...그제야 정신을 차린 강희연이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거기서!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네가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그런 곳인 줄 알아! 당장 잡아! 잡으라고!”강희연의 외침에 집을 지키던 경호원들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하지만 한지훈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한 순간 거구의 장정들 역시 그 자리에 얼어붙는 수밖에 없었다.지금 그의 앞을 막아선 남자가 끔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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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왕사위   제2731화

    “사실 우리 같은 경지에 이르게 되면, 모두들 알다시피 우린 그저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뿐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용심을 얻고 용족 유적지에 들어가야만 한 단계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거지!”이천성은 매혹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한지훈을 쳐다보았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확실히 매우 솔깃하긴 했다. 누구라도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상대는 한지훈이다. “나에 대해서 꽤나 잘 아는 것 같은데, 그럼 내가 어떤 걸 가장 싫어하는지도 알려줄게. 난 남한테 비겁한 협박을 받는걸 가장 싫어해! 그리고 난 너랑 같은 편이 아니야!”“난 너와는 달리 더 강해지기 위해서 남은 일생을 사는 게 아니야. 내 인생은 오직 용국을 위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는 거야!”한지훈은 단 두 마디로 이천성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 말에 이천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지훈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네 얘기를 들어보니 우린 더 이상 깊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는 것 같네. 이렇게 된 이상 난 이만 돌아갈게!”“부디 앞으로, 네가 방금 내린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기를 바래!”이천성은 말을 마치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이천성이 떠나는 모습에 도청 천진의 표정은 굳어졌다. “한 선생님, 헌팅 리스트는 매우 위험한 겁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천도맹약의 타깃에서 벗어나게 된 사람은 없습니다!”“제가 보기에는 일단은 잠시라도 제안을 받아들이고, 나중에 다시 천천히 협상해 보는 것도 상책이라고 생각합니다!”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도청 전인을 바라보았다. “그래? 저 놈이 말한 헌팅 리스트란게 정말 그렇게 대단해?”도청 전인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제 스승님께서 살아계실 때 일찍이 저한테 얘기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잘 모르지만 예비는 확실히 헌팅 리스트에 올라 죽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원승환도 그 리스트에 올라 죽은 겁니다.” “하지만 오기의 죽음은 아직 확실치 않습니

  • 용왕사위   제2730화

    그 말에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천도 맹약이 사람까지 파견하여 자신에게 전하려는 한마디는 뭐였을까? 침묵하는 한지훈의 모습에, 이천성은 한지훈이 천도 맹약 네 글자에 깜짝 놀란 거라 생각했다. 필경 천도맹약은 역외에서 세력이 매우 커, 역외 양극 중의 일극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천도맹약에 의해 선택된 자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 밖에 없었다. 복종하거나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천도맹약은 네가 이번 대결에 참가했으면 하는 바람이야. 그리고 천도맹약의 대표로서 참가하는 거야. 이는 너한테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기회이지!”이천성은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그럼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이천성의 오만한 표정에도, 한지훈은 사양하며 덤덤하게 대답하였다. 뭐? 이천성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한참 동안 쳐다보고서야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넌 아직 잘 모르나 본데 당시 오기가 왜 운명했는지 알아?”“그리고 예비는 대체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있기나 해?”이천성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1성 준 천신의 실력으로 2성 현급 천신계 강자들을 연달아 몰살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어. 넌 그만큼 매우 우수해!”“하지만 예비와 오기에 비하면 넌 아직 한참 모자라. 두 사람은 살해당할 당시 이미 인왕계의 정점을 찍고 있었거든!” “일단 천도맹약을 감히 거절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든 반드시 헌팅 리스트에 기록될 거야. 그리하여 예로부터 지금까지 천도맹약의 눈을 피할 수 있었던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그 말에 도청 전인의 얼굴빛은 저절로 어두워졌다. 헌팅 리스트는 정말 무서운 것이었다. 일단 리스트에 오르기만 하면 거의 피할 수 없었다. 도청 전인의 스승 역시 당시 실력이 줄곧 그렇게 저조했던 이유가 바로, 이 차트에 오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스승은 역외에서 세속으로 도망쳐온 강자였기에, 괜히 강한 실력을 보여줬다가는 천도맹약이 주목할 수도 있었기 때

  • 용왕사위   제2729화

    양령아와 허천을 양 씨 집안까지 보내고서야, 한지훈은 작별을 고하고 자리를 떠났다. 바로 그날 밤, 놀라운 소식이 미육 해군 본부에 전해졌다. “뭐? 로스터랑 칸트가 전부 죽었다고?”작전실에서 소식을 접한 백발의 노인은, 저도 모르게 경악을 금치 못했다. 비록 그가 미육에서 차지하는 지위는 매우 높긴 하지만, 로스터 또한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다. 게다가 그가 미래의 로스피엘 가문의 후계 자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로스터의 지위는 미육지에서 매우 높았다. 설령 유럽의 10대 가문이라 할지라도 그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 그런데 그런 로스터가 용국에서 죽게 됐으니, 이는 양국의 전쟁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었다. “원수님, 바로 용국 북양 왕인 한지훈이 직접 두 사람을 죽였다고 합니다!” 한 부관이 조용히 말했다. “흥!”화가 난 노인은 냅다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고는 노호하며 말했다. “여봐라!”그의 한 마디와 함께, 어깨에 수많은 별을 단 백인 남자 10여 명이 빠른 걸음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들은 모두 항모 함대를 손에 쥔 거물들이었다. 일단 그들이 명령만 내리면 십여 개의 항모 함대가 동시에 용국의 해안으로 돌진하게 된다. “원수님, 한지훈은 천신계 강자이지 되도록이면 역외 강자가 돌아오기 전까지는...”그러자 노인은 손을 살짝 흔들더니 이내 마음속의 분노를 꾹 눌렀다. “천신계라! 흥, 좋아. 그럼 내가 한번 지켜봐야겠어. 핵무기가 그놈한테 효과를 보일 수 있는지!”그 말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일단 핵무기를 동원한다면, 미육과 용국의 전쟁은 피도 눈물도 없는 대전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원수님, 천신계 강자가 핵무기를 두려워하겠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핵무기를 동원한다면 용국은 전면적으로 보복에 나설 것 같습니다. 때가 되면...”“전면적 보복? 설마 너희들 그 놈들의 보복을 두려워하는 건 아니겠지? 당장 가서 핵무기나 준비해! 뭐가 됐든 로스터 선생을 위해서라도 도리를 따져야지!”“그리고 이 결과가 어

  • 용왕사위   제2728화

    “팍!”우렁찬 소리와 함께 칸트는 그 자리에서 7~8미터 떨어진 밖까지 굴러 나갔다. “난 오히려 궁금하네. 과연 누가 감히 내 눈앞에서 뻔뻔하게 이 자리를 떠나려 하는지!”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로스터를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사람을 죽일 듯한 기세였다. 제대로 얻어맞은 칸트는 찌그러진 얼굴을 가리고는 한지훈을 삿대질하며 노호하였다. “한지훈! 네가 감히 나를 때려? 나 당장 함선에게 명령을 내려...”“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다시 손을 들어, 번개 같은 흰색 피련을 칸트 머리 위로 펼쳤다. “철컥!” 굉음과 함께 칸트는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다. 이를 지켜보던 항산의 노인과 로스터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로스터는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며 한지훈을 향해 중얼거렸다. “한지훈, 너... 네가 감히 날 건드리려 한다면 용국은 반드시...”그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한지훈은 손을 흔들었고 그러자 오릉군 가시가 순식간에 날아가 로스터의 미간을 꿰뚫었다. 그 모습에 깜짝 놀란 항산 노인은 얼굴이 창백해져, 로스터의 시체를 오랫동안 쳐다보고 나서야 연신 고개를 저으며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고는 중얼거렸다. “망했어! 이젠 다 망했어!”한지훈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냅다 자신의 망토를 풀어 허천의 몸에 걸쳤다. 이내 용운은 번쩍이는 몸을 나려, 눈 깜짝할 사이에 별장 안 수십 명의 검은 옷 경호원들을 모두 죽였다. 양령아는 한지훈을 따라 밖으로 나가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한 선생님, 이번 일 혹시...”“걱정 마, 그 누구든지 용국의 땅에서 용국 백성을 괴롭힐 수는 없어. 이건 규칙이야!”이내 한지훈은 양령아와 허천을 문어귀에 주차된 상무차 문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용월은 양령아와 허천을 위해 차문을 열어주었다. “두 사람 일단 얼른 차에 타. 남은 일은 더 이상 너희들과는 무관하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두 여자가 차에 탄 후에야 한지훈은 조수석의 문을 열고 올라탔다. 돌아가는 길에

  • 용왕사위   제2727화

    갑작스레 들이닥친 무리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이 유일한 백인 남자인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이들은 모두 용인이었다. 이내 그중 한 용국 노인이 앞으로 나아가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북양 왕, 우린 항산 사람이야!”한지훈이 직접 찾아왔다는 소식을 접한 후 주 씨 어르신은 곧바로 5대 명산에 연락을 보냈다. 혹시나 일이 크게 번져 서천술의 동맹 대계에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5대 명산은 상의를 거친 후 비로소 몇 사람들을 파견하여 한지훈을 말리기로 한 것이다. “항산 사람?”한지훈은 노인을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북양 왕, 이번 일은 크게 벌려서는 안 돼. 내가 보기에는 그래도 모든 일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노인은 뒷짐을 진 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필경 그들의 임무는 오직 로스터를 무사히 데려가는 것이었고, 다른 것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뭐라고? 평화롭게 해결하자고?”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그 노인을 바라보았다. 이내 그는 온몸에 멍이 든 두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대체 어떻게 평화롭게 해결할 수가 있는 건데!”그러자 노인은 말문이 막혔다. 한참이 지나서야 노인은 입을 열었다. “북양 왕, 너도 잘 알고 있겠지만 대전이 곧 다가오고 있고 게다가 대전 장소는 로스트 선생의 장원이야!”“네가 지금 이렇게 구는 건 엄연히 다른 사람의 영토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 다름없으니, 더 이상 일을 크게 벌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뭐? 다른 사람의 영토? 이곳의 땅은 모두 용국의 땅이야! 대체 언제부터 타인의 영토가 되었다는 거야!”“그리고 우리 용국 땅에서 우리 용인들을 마구잡이로 납치하는 건 또 무슨 행위인데? 그것 자체가 도발이잖아!”“이...”노인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난 한 선생이 대세를 위해 신중하게 고려하기를 바랐는데...”“대세?”“흥! 용국 백성도 지켜내지 못하면서 무슨 대세가 있다는 거야?”“그리고 오늘 일은 그 누

  • 용왕사위   제2726화

    용운도 엄연히 4성 천급 천왕이긴 하지만, 상대는 무려 4명의 천신계 고수들이었다. 4명의 천왕계 고수들이 힘을 합쳐 포위하는데 용운 한 사람이 어떻게 상대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상대 네 명은 모두 백전백승의 베테랑들이었다. 용운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용월이 도와 나선다 하더라도 절대 이 네 사람의 적수는 될 수 없었다. 그리고 로스터의 신분 역시 매우 특별했기에, 용운이 정말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를 상대할 엄두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용국의 무종 역시 로스트 배후의 가문에게 항상 고개를 숙여야 했기 때문이다. 필경 대전이 코 앞까지 다가온 시점에 용국 무종은 미육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 로스터 가문의 사람들을 죽이는 것은 미육 제1가문에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리고 일단 용국 무종이 사실을 알게 되면 한지훈 일행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주위에서 비웃는 소리가 들려오자, 용운은 갑자기 펄쩍 뛰어올랐고 이내 준 천왕계 고수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단 한 수만으로 준 천왕계 고수는 피투성이가 되어 그 자리에서 숨을 멈췄다. 남은 천왕계 고수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용운의 주먹은 다시 한번 허공을 찔렀다. “팡팡팡!”연이어 들려오는 큰 소리에, 로스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 그는 한지훈이 단지 겁을 주는 거라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정말 손을 쓸 줄은 몰랐고 게다가 바로 즉사할 줄은 몰랐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로스터를 보호하던 천왕경 고수들이 모조리 살해되었다. 소식을 듣고 문 앞까지 달려온 경호원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그들 역시, 이 세상에는 열무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만해! 너희 용국, 설마 우리 가문에게 선전포고하려는 거야? 혹은 미육을 상대로 선전포고하는 거야?”로스터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큰 소리로 외쳤다. 지금 이 순간, 겁먹은 건 티를 내서는 안되었기에 그

  • 용왕사위   제2725화

    이내 검은 옷의 경호원은 두 사람을 데리고 함께 문 밖으로 걸어갔다. 로스터는 칼이 자리를 뜨고 나서야, 다시 손을 뻗어 양령아의 얼굴을 만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세게 차고 들어왔다. 펑하는 큰 소리와 함께 방문은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방금 밖으로 나선 세 사람은 모두 피투성이가 되어 로스터의 발밑으로 굴러들어 왔다. “감히 저 여자들을 건드리기만 해 봐, 죽을 줄 알아!”그 순간, 홀 안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다. 로스터는 죽어가는 칼을 깜짝 놀란 얼굴로 바라보며 입구에 선 한지훈을 흘깃 보았다. 뿐만 아니라 2층에서 뛰어내린 검은 옷의 몇몇 사내들도 한지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로스터는 그저 한번 흘겨보기만 할 뿐, 피투성이가 된 칼을 보고도 얼굴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사납게 웃었다. 그는 미육 제1가문의 자손이자 무도 세가 출신으로서, 어릴 때부터 여태까지 피비린내 나는 장면은 수없이도 봐왔다. 그렇기에 이런 장면은 그에게 있어 딱히 놀랄 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장원에는 칼이라는 한 명의 천왕계 고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칼보다도 더 강한 네 명의 존재가 있었다. 이들은 모두 가문에서 오랫동안 배양한 고수들이며, 하나같이 모두 천왕계 중에서도 상위권 강자들이었다. “용국에도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놈이 있나 보네!”소파에 앉은 로스터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시가에 불을 붙인 채 크게 들이마셨다. 한지훈이 문을 부수고 들어서고 나서야, 용월과 용운도 성큼성큼 따라 들어왔다. 용월은 먼저 자신의 외투를 벗어내 양령아의 몸에 걸쳤다. 그러고 나서는 작은 소리로 위로했다. “일단 옷 입어. 걱정 마, 이젠 괜찮아!” 이내 용월은 양령아와 허천을 데리고 한지훈의 뒤쪽으로 물러섰다. “한 선생님!”양령아는 감격에 찬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을 구하러 달려온 사람이 뜻밖에도 북양 왕일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 용왕사위   제2724화

    얼마 지나지 않아 젊고 예쁜 용국 여자 두 명이 거실로 끌려 나왔다. 두 여자애의 몸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옷도 단정하지 못했으며, 얼굴에는 또 몇 개의 선홍색 손바닥 자국 또한 있었다. 그야말로 매우 피폐해 보였다. 이 두 여자애는 바로 양령아와 허천이었다. 그들이 바로 엊그제 로스터에 의해 납치되어 온 용국 여자들이었다. 양령아는 자신이 용경에서 외국인에게 납치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비록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양 씨 집안에 소식을 보내긴 했지만 전혀 쓸모가 없었다. 로스터는 양령아와 허천을 힐끗 쳐다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수모를 겪고 싶지 않으면 순순히 말을 들어!”이내 그는 야한 속옷 두 벌을 양령아와 허천의 앞에 던졌다. “우리... 우리는 죽어도 너의 노리개가 되지는 않을 거야!”양령아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옆에 있는 허천도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직 덜 고생을 한 것 같은데, 내가 이것을 너희들한테 던진 건 너희들에게 엄연히 경고를 날리는 거야.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거든!”로스터는 손을 뻗어 양령아의 멱살을 잡을 기세였다. 그러나 그의 손이 양령아의 옷자락에 닿기도 전에 양령아는 그의 따귀를 때렸다. 탁한 우렁찬 소리가 들려오자, 옆에 있던 경호원 몇 명이 우르르 몰려들었고 그중 한 경호원은 바로 손을 들어 양령아의 얼굴을 때렸다. 비록 경호원의 옷을 입고 있긴 했지만, 그의 전력은 오히려 양령아보다도 높았다. 준 천왕계 고수를 상대로, 양령아와 허천은 어디 반격할 힘이 있겠는가? 순간 양령아의 몸은 휘청거렸고 바로 옆 탁자에 부딪쳐 넘어지기까지 하자, 주위의 경호원들도 하하 웃기 시작했다. 양령아는 이를 악문 채 차갑게 고개를 들어 그 검은 옷의 경호원을 쳐다보았다. “너희들 대체 언제까지 순진한 척할 수 있는지 지켜보마!”로스터는 얼굴을 부여잡고는, 결국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달려들어 양령아의 머리채를 잡고는 소리쳤다. “네 뒤에 아무리 강한 세력이 있더라도, 오늘은 아무도 너를 구하러

  • 용왕사위   제2723화

    설령 5대 명산이라 할지라도 매국이라는 큰 죄를 져서는 안 됐다. “대장로,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5대 명산이 언제 매국할 짓을 했다고!”“백여 년 전에 용국이 왜 열강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는지 너희들도 잘 알잖아. 바로 대전에서 졌기 때문이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은 그 역사가 다시 반복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거야?”“양령아 한 명이 죽더라도 용국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아. 그리고 만약 서 선배가 미육 역외 강자들과의 동맹을 맺는 데 성공한다면, 용국은 이번 대결에서도 필승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야!”주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한지훈은 손을 높이 들어 그의 얼굴을 강하게 때렸다. 탁! 비할 데 없이 우렁찬 소리와 함께 주 씨 어르신의 몸은 휘청거려 그 뒤의 지프차에 머리까지 부딪쳐 바람막이 유리를 산산조각 냈다. “한지훈, 네가 감히 나를 때리다니...”“팍!”한지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다시 또 따귀를 후려쳤다. “당신이 나이를 지긋이 먹지만 않았더라도, 방금 난 당장이라도 당신을 죽이고 싶었어!” 한지훈은 차갑게 주 씨 어르신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번 일은 역외 강자들과는 무관 한 거고 오직 나 한지훈 한 사람이 일으킨 소행이야. 그러니 그들이 앞으로 보복하고 싶어도 나를 찾아오라고 해! 용국과는 무관하니까!”말을 마친 한지훈은 발걸음을 내디디고는 장원으로 향했다. 주 씨 어르신은 부어오른 얼굴을 가리고는 대장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지훈 말이 맞아. 우리 용인들은 죽어도 꼿꼿이 서서 죽으려고 해! 절대 구차하게 굴지는 않는 사람들이야!”대장로는 주 씨 어르신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때 장원에 있던 한 금발의 남자가 옆에 선 경호원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나 경호원은 옆에 있는 작은 문 앞으로 다가가 방문을 열고 안에 있던 두 명의 사내를 향해 말했다. “윌, 로스터 선생님께서 물으시는데 그 두 사람 동의했어?”윌이라는 남자는 고개를 돌려 검은 옷의 경호원을 흘깃 보고는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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