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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봄가을
“사령관님, 이제 저흰 어떡하죠? 파용군이 S시에 나타나면 상황이 복잡해질지도 모릅니다. 기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요.”

홍진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한편, 무슨 생각을 하는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을 침묵하던 서효양이 말했다.

“어서 원로님들에게 이 사실을 아려. 그리고 참모장 자네는 직접 S시로 가봐. 최대한 빨리!”

스크린을 통해 파용군의 위치를 다시 확인한 서효양이 또다시 명령을 내렸다.

“S시 시장 연결해. 앞으로 30분마다 S시의 상황을 보고한다. 한민학 군단장더러 직접 움직이라고 해. 이번 일 제대로 못해내면 다들 옷 벗을 각오해야 할 거야!”

퍽!

분노에 찬 서효양의 펀치와 함께 의자가 산산조각 났다.

한편,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S시는 거센 폭풍을 앞둔 바다처럼 기이한 고요함을 풍기고 있다.

S시 교외의 한 별장.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기댄 한지훈의 얼굴이 보인다.

극도의 흥분과 분노로 인해 과거 전투에서 입은 내상이 다시 도져 피까지 토하며 쓰러진 한지훈이었지만 3대 신의인 손강수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사령관님, 더 이렇게 흥분하시면 정말 곤란합니다.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제가 아니라 정말 화타님께서 환생하신다 해도 사령관님을 구할 수 없을 겁니다.”

이미 환갑을 넘긴 손강수가 금색 침을 집어넣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고맙습니다.”

아직 무리를 하면 안 된다는 손강수의 말에도 한지훈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제 딸... 우리 고운이는 어떻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른 두 분께서 치료를 하고 계시니 아가씨께서도 무사히 깨어나실 겁니다.”

손강수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도 안심이 되지 않는 듯 한지훈은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일어섰다.

터벅터벅.

한고운이 누워있는 방 앞에 도착한 한지훈은 혹시나 아이가 깨어날까 훨씬 더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곱게 잠든 한고운을 보니 마음이 놓이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물었다.

“우리 고운이 괜찮은 거 맞죠?”

얼핏 보면 산속에서 도를 닦는 도사님 같은 모습인 하시윤 명의가 흰 수염을 어루만지며 대답했다.

“사령관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가씨의 부상은 아주 심각한 상태입니다. 저희 두 사람이서 최선을 다했지만 그저 위급한 상황만 넘겼을 뿐이에요. 향후 부러진 갈비뼈 치료부터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주 고되고 긴 시간이 될 겁니다. 그리고 두개골 부상도 아주 심각하십니다. 설령 의식을 회복하신다 해도 후유증이 남진 않을지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마음의 준비... 해두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하시윤의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던 한지훈의 눈시울이 점차 붉어졌다.

‘아빠라는 사람이... 딸이 이렇게 아픈 줄도 모르고... 장군이 됐다고 흐뭇해 하고 있었어...’

천천히 허리를 숙인 한지훈이 창백한 인형 같은 아이의 볼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너무 예쁘다 내 딸. 날 바라보던 그 눈, 강우연 그 여자를 아주 빼다박았더군.’

5년만에 느끼는 아빠의 손길이라는 걸 아는 건지 가만히 누워있던 한고운의 얼굴에 달콤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 미소에 한지훈의 메마른 가슴이 어딘가 간질간질하면서 저릿해지기 시작했다.

5년간, 감정이라는 걸 죽이고 또 죽이면서 오직 복수만을 위해 살아왔는데...

‘천륜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건가?’

피식 웃던 한지훈이 아이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곤 속삭였다.

“고운아, 우리 공주님. 아빠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 고운이 깨어나게 할 거야. 앞으로 그 누구도 너랑 네 엄마 괴롭힐 수 없을 거야. 아무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 눈 뜨면 아빠 얼굴 제대로 볼 수 있을 거야.”

한지훈의 목소리를 들은 듯 한고운의 고사리 같은 손이 그의 큰 손을 꼭 잡더니 잠꼬대하 듯 웅얼거렸다.

“아빠, 너무 보고 싶었어... 언제 나 보러 와줄 거야... 엄마가 그러는데... 아빠는 슈퍼맨이래. 이 세상을 구하느라 너무 바빠서 우리랑 함께 할 수 없는 거라고 했어... 그런데 아빠, 이제 그냥 나랑 우리 엄마만의 슈퍼맨 해주면 안 돼?”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한고운의 진심어린 말에 집안일을 담당하는 아주머니, 두 신의들까지 몰래 눈물을 훔쳤다.

‘어머나, 너무 안 됐네. 사경을 헤매면서도 아빠 얘기만 하는 것 좀 봐... 그 동안 얼마나 그리웠으면... 저 어린 게 그 동안 많이 힘들었을 거야...’

물론 딸의 말에 가장 가슴이 미어지는 건 바로 한지훈이었다. 5년 동안 아이의 존재 조차 몰랐다는 사실이 죄책감으로 변해 메마른 그의 가슴을 폭포처럼 적셔냈다.

아이의 손을 더 꼭 잡은 한지훈이 결연한 얼굴로 두 신의를 바라보았다.

“신의님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 딸 살려주십시오. 비용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제발 목숨만 붙여놓으세요.”

“사령관님, 그렇게까지 말씀하지 않으셔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는 게 당연한 법이니까요. 그리고... 사령관님이 아니었다면 저와 제 가족들 아마 3년 전에 이미 이 세상을 떠났을 겁니다. 저도 나희 신의님도 목숨 걸고 구할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하시윤과 이나희는 빠르게 움직이며 방을 수술실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소독이 필요해 한지훈 역시 방을 나서야 했지만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지 자꾸만 고개를 돌려보았다.

닫히는 문틈 사이로 사라지는 한고운의 창백한 얼굴에 저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온갖 부상을 당하면서도 미간 하나 찌푸리지 않던 그였다. 그런데 아이 때문에 이렇게까지 마음이 약해지다니. 새삼스레 핏줄의 힘이라는 게 이렇게 대단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지금은 이렇게 감성에 젖을 때가 아니야.’

주먹을 꽉 쥔 채 돌아선 한지훈이 이를 악문 채 물었다.

“용일아, 우리 딸... 누가 저렇게 만들었는지 알아냈어?”

“네, 사령관님. 금조그룹 김정필 회장의 아들 김태우라는 자랍니다. 금조그룹은 몇 년 사이 재계 순위가 급격하게 오른 그룹이고요. 그리고 저희가 알아낸 바로는 사고가 아니라... 분명... 청부 살인인 것 같습니다.”

“살인? 하, 좋아. 금조그룹이라고 했나? 두고 봐... 죽음보다 못한 고통이라는 게 뭔지. 제대로 알려줄 테니까.”

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 별장 전체가 차가운 기운에 휩싸였다.

잠시 후, 한지훈이 한 마디 더 물었다.

“강우연은 지금 어디 있지?”

강우연, 누구보다 착하고 밝고 웃는 모습이 유난히 예쁘던 그 여자, 아직도 강우연이라는 이름을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으로 가슴이 욱신거렸다.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그 여린 몸으로 5년을 어떻게 버틴 걸까?

모진 고생에 그 발랄하던 소녀의 모습이 전부 사라지진 않았을까?

혹시... 날 미워하는 건 아닐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김태우와 함께 타워팰리스로 향했다고 합니다. 5년 전,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가문에서도 쫓겨나고 5년 동안 혼자 힘으로 힘들게 아가씨를 키워오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김태우가 저희 사모님에게 반해 대시를 하기 시작했고 뜻대로 되지 않자 아이가 걸림돌이라는 생각에 교통사고까지 낸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대로 보고를 이어가던 용일이 힐끗 한지훈의 눈치를 살피다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8국대전을 앞둔 그날의 눈빛... 그대로셔. 이번에도... 거센 피바람이 불겠구나.’

그리고 다음 순간, 조용하던 별장 주위에 갑자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검은색 방탄차량 수십 대가 별장을 빈틈없이 둘러싸고 각 차량에서 완전 무장한 경찰 특공대들이 줄줄이 내려 별장의 각 입구를 봉쇄했다. 게다가 하늘에는 헬리콥터 두 대까지!

자신들의 기세가 꽤 마음에 드는 듯 확성기에서 자신만만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자, 잘 들으십시오. 저는 S시경찰청 경찰특공대 대장 조명한입니다. 당신들을 고의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하는 바입니다. 당신들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지금부터 하는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다섯 셀 때까지 전부 무기 버리고 별장에서 나오십시오. 명령에 불복할 시 경찰특공대가 침입할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체포령에 용육이 물었다.

“사령관님, 어떻게 할까요? 저희도 대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한지훈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히 문제 일으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일단 나가야겠어.”

말을 마친 한지훈은 용일부터 용팔까지 전부 거느리고 백 명 남짓되는 경찰특공대 앞에 섰다.

한지훈 일행이 예상외로 아무 반항 없이 걸어나오자 조명한의 입가에 더 의기양양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전부 체포해!”

‘저 자식들이 어제 병원에서 그 학살극을 벌인 놈들이라 이거지... 최근 5년 동안 이렇게 악질적인 범행은 처음이야. 왜 아무 반항도 안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여기서 무조건 체포해야 해.’

바로 그때, 또 다른 차량 한 대가 매섭게 브레이크를 밟으며 그들 앞에 멈춰섰다.

차에서 내린 이는 바로 S시 경찰청 청장. 송호문.

허둥지둥 달려온 송호문이 경찰특공대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전부 다 총 내려! 내 허락도 없이 이게 무슨 짓이야! 진짜 다들 옷 벗고 싶어? 1분 안에 당장 철수한다.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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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뭐야! 이거 안 놔! 아프잖아!”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치던 강희연이지만 고개를 돌려 한지훈과 눈을 마주친 순간, 벼락에라도 맞은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뭐야, 이 남자... 이 눈빛... 정말 사람이 맞긴 해?’한지훈의 온몸에서 풍기는 무거운 살기가 그녀를 삼켜버릴 듯해 숨이 턱 막혔다.겁에 질린 강희연이 마른 침을 꿀꺽 삼킨 순간, 한지훈은 거칠게 그녀의 손을 놓아버렸고 그 충격에 강희연은 비틀거리다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지고 말았다.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린 강우연 역시 그대로 한지훈의 품에 쓰러지고 말았다.강우연을 꼭 끌어안은 한지훈이 다급하게 물었다.“우연아, 정신 좀 차려봐. 우연아!”한지훈의 품에 안긴 강우연은 쇼크가 온 건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상처에서 흐른 피로 붉게 물든 이마와 어깨, 그리고 벌써 감염이 시작된 건지 불덩이처럼 타오르는 이마...한지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젠장...”마음속 걱정과 다급함은 곧바로 방금 전 강우연에게 물을 끼얹고 모욕의 말을 던지던 강희연에게로 향했다. 한지훈이 바로 일어서 그녀를 응징하려던 그때, 강우연의 희고 가는 손가락이 그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그리고 숨소리처럼 미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안 돼요. 그만... 이제 그만해요. 나 이만 돌아가고 싶어요. 우리 고운이 얼굴도 얼른 보고 싶고요. 그러니까 우리 이제 집에 가요, 네?”강우연의 진심어린 말에 한지훈도 분노를 억눌렀다.“그래, 우리 집에 가자.”동시에 강우연을 번쩍 안아든 한지훈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고...그제야 정신을 차린 강희연이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거기서!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네가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그런 곳인 줄 알아! 당장 잡아! 잡으라고!”강희연의 외침에 집을 지키던 경호원들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하지만 한지훈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한 순간 거구의 장정들 역시 그 자리에 얼어붙는 수밖에 없었다.지금 그의 앞을 막아선 남자가 끔찍

  • 용왕사위   제11화

    이와 동시에 신룡전 소속 삼천 호용 고수들은 각자 전세기를 타고 용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 S시!그리고 그의 움직임은 바로 용국 항공관리국의 주의를 끌게 되었다.예정에도 없는 전세기가 갑자기 몇 천대가 늘어났으니 비상 상황은 아닐지 의심할만도 했다.관리국 국장은 바로 공군 작전보고실에 이 상황을 보고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막지 말고 전부 통과시켜라 였다. 아니, 민용 항공편을 취소해서라도 전세기들의 길을 막지 말라는 내용뿐이었다.신룡전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건 결코 항공 관리국만이 아니었다. 수 년간, 각자 움직이며 작전을 이어가던 그들이 이렇게 한 곳에 모인다는 건 뭔가 큰일이 벌어질 거라는 징조, 용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비밀 조직들이 전부 은밀하게 신룡전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리고 그들의 첩보원들이 전한 소식은 전부 동일했다.신룡전 호용 고수들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 S시!용국의 작은 도시에 불과한 S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지 다들 의아할 따름이었다.다시 낭월 산장.지하실을 나선 한지훈이 거실로 돌아오고 용일이 빠르게 다가와 상황을 보고했다.“신룡전 삼천 호용 고수들 전부 용국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저녁부터 차례대로 S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그래.”짧게 대답한 한지훈이 창문 앞에 서 묘한 표정으로 저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았다.“그리고 4대 용존님도 S시에 도착하셨습니다. 지금 사령관님의 지시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고요.”4대 용존, 한지훈을 제외하고 용일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들이기도 했기에 목소리에서 왠지 모를 흥분이 느껴졌다.삼천 호용고수에 4대 용존까지 모였으니 금조그룹이 아니라 S시, 아니. 동원구의 모든 재벌가 그룹들이 함께 힘을 쓴다 해도 결코 막을 수 없는 초강력 팀이 결성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알겠어. 호용 고수들은 S시 외각에서 주둔하라고 해. 평범한 시민들한테 피해주지 않도록 조심하고. 행적이 드러나지 않게 은밀하게 움직이라고 전하고.

  • 용왕사위   제12화

    곧 큰 사건을 앞드고 있어서일까? S시 전체에 기이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그리고 잠시 후, 송호문의 사무실.그의 앞에는 김정학의 세 숙부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묘한 분위기의 정적 끝에 세 사람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송 청장, 며칠 뒤에 우리 가문에서 아주 성대한 행사를 열 예정이네. 장소는 여기 지도에 그려진 범위, 참여 인원은 약 2000명쯤 될 것 같아. 송 청장 애들이 괜히 이 근처에 나타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데... 행여나 우리 가문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들린다 해도 행사가 끝나고 나서 다시 얘기했으면 좋겠네. 괜히 안 좋은 일에 휘말릴까 봐 걱정돼서 그래. 우리 송 청장,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지 않겠나?”너무나 무례하고 건방진 요구에 송호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김해준 이사장님! 이곳은 S시 경찰청입니다. 이사장님 집 안방이 아니라고요. 이사장님 말씀이 정말 통하실 것 같습니까? 경찰청 청장을 이렇게 협박하고도 정말 무사할 거라 생각해요? 그쪽 집안과 관련된 그 추잡한 일들 제가 정말 탈탈 털어볼까요?”송호문의 가슴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재벌가 사람들에겐 대통령마저도 청와대를 잠깐 스쳐가는 손님일 뿐이라지만 공권력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이렇게 대놓고 협박할 수가 있나 싶어 화가 나고 기가 막혔다.하지만 그의 분노에도 세 사람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하하, 송 청장, 그래. 자네가 우리 가문이 하는 일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거 우리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우리 조카가 동원구 군단장이라는 건 알고 있겠지? 그리고 자네가 주장하는 우리 가문의 범죄들, 아직 혐의에 불과하지. 제대로 된 증거 하나 잡은 거 없을 텐데... 우리도 어디까지나 좋은 마음에서 자네를 만나러 온 거란 걸 알아줬음 좋겠네. 우리 송 청장 다칠까 봐 진심으로 걱정되는 마음에서 말이야.”말을 마친 김해준 일행은 바로 사무실을 나섰다.혼자 남겨진 송호문은 한참을 씩씩대다 결국 찻잔을 바닥에 내팽개쳤다.“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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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왕사위   제2743화

    곧이어 한 백발의 노인이 광막 속으로 강림했고, 그의 두 발이 땅에 닿자 그 광막 또한 즉시 사라졌다.“장... 장 선배님!”허천지는 급히 몸을 굽혀 예를 올렸다.대장로를 비롯한 일행도 잇따라 앞으로 나서 노인에게 공손히 주먹을 맞대며 인사를 건넸다.그들은 조정의 대표로 이 자리에 온 것이었기에, 허천지처럼 저자세를 보일 수는 없었다.“흠! 듣자 하니, 소위 한지훈이라는 놈이 우리 장씨 가문 사람을 몇이나 죽였다던데, 그자를 당장 이리 끌어오너라. 죽음을 맞이하게 해야지!”누구도 장세풍이 막 돌아오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한지훈을 겨냥해 살의를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장 선배님, 북양왕은 이 자리에 없으니, 잠시만...”무종 대장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세풍은 손을 들어 그대로 뺨을 후려쳤다.“짝!”대장로는 그대로 장세풍의 뺨을 맞고 쓰러졌다. “너...!”종묘 장로와 진우는 이 광경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흥! 한지훈이 감히 우리 장씨 가문 사람을 죽여? 그리고 너희들은 뭘 하고 있었나? 그런 조정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냐! 우리 장씨 가문은 조룡의 무덤을 지켜온 가문이다! 그게 얼마나 큰 공인지 아느냐?!”“하찮은 백성 몇을 죽인 것이 뭐 대단한가? 설사 용경을 몰살했다 해도, 그건 우리 장씨 가문이 잃은 이자의 일부를 되찾은 것일 뿐이다! 더구나 죽은 자들은 단지 한지훈으로 가장했던 자들뿐이었어!”“그게 오히려 그 한지훈에게 면을 세워준 일이다! 그따위 놈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장씨 가문 자손을 죽여?! 자손들을 연달아 살해당했는데, 국왕 폐하마저 침묵이라니! 그따위 국왕이 개와 다를 바가 무엇이냐?!”장세풍은 돌아오자마자 거칠게 포효하며 마치 미친 개처럼 날뛰었다. 무종 대장로와 종묘 장로 앞에서도 국왕을 개에 비유하며 조롱을 퍼붓는 건, 그야말로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었다.“장형, 지금은 한지훈과의 대립을 따질 시점이 아닙니다. 비무가 끝나면 그때 죽여도 늦지 않습니다!”그때, 서른

  • 용왕사위   제2742화

    노인은 버둥거리며 일어나려 했지만, 그 몸부림은 전혀 무의미했다.오히려 그의 몸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강대한 위압감이 그의 온몸을 짓누르자 그는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바로 그때, 밤하늘 위에 오색찬란한 빛줄기들이 차례차례 떠올랐다.천지 이변이 연달아 일어나자, 용경의 백성들조차 놀라 넋을 잃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마침내 용경 전체가 오색 광휘에 휩싸였고, 밤하늘의 별빛조차 모두 사라진 채 찬란한 광채만이 세상을 뒤덮었다.각국의 역외 강자들도 속속 복귀하고 있었다.이때, 안드레 역시 문 앞에 멍하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한때 오륙 최강자라 불리던 그였지만, 그의 몸은 도저히 제 의지로 버틸 수 없을 만큼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비록 그도 천신계 강자였지만, 이런 공포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었다.“이건…… 정말로 천신이 강림한 수준이지 않은가! 수백 년간 왜 각계에서 역외 강자들의 귀환을 막아왔는지 알겠군!”그는 온몸으로 느끼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감탄하듯 말했다.이는 그조차도 감히 맞설 수 없는 힘이었다.이때 안드레의 옷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심지어 예전 한지훈과 대면할 때조차 느끼지 못한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그러나 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담담한 눈으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곁에 서 있던 도청전인 역시 떨리는 몸을 도저히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그의 두려움을 감지한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기침을 한 번 했다.그 순간, 도청전인의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의 마음을 짓누르던 공포감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전 세계가 왜 천신계 강자의 세속 출현을 금지해 온 건지 이제야 알겠군. 이건…… 핵무기보다 훨씬 무섭잖아!”“핵무기?! 핵은 고작 한 번밖에 못 쓰지만, 천신계 강자는 혼자서 만 리를 도륙할 수 있어!”사람들 사이에서 탄식과 경악이 터져 나왔다.그러나 이건 겨우 첫 번째로 세속에 귀환한 역외 강자들일 뿐이었다.그것도, 가장 약한 자들만이 귀환했을 뿐이었다.

  • 용왕사위   제2741화

    그에게 아직 숨이 붙어 있는 한, 누구도 감히 용국 땅을 밟게 두진 않을 것이다!잠시 더 앉아 있다가, 한지훈과 허천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허천은 머뭇거리며 한지훈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한 선생님, 사실 드릴 말씀이 하나 있는데,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어요.”한지훈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말하세요.”허천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어젯밤에 선생님을 모셔다드린 후, 우연히 할아버지와 서영호, 그리고 장령풍이라는 사람의 대화를 들었어요. 그들이 선생님 이야기를 하더라고요.”한지훈은 전혀 놀란 기색 없이 물었다.“그래서, 뭐라고 하던가요?”“그들이 말하길, 이번 비무가 끝난 후, 승패를 막론하고 서천술이 직접 선생님을 문책하러 올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이번엔 반드시 선생님을 죽이려는 계획이라고 했어요! 한 선생님, 제발 지금이라도 도망치세요. 멀리, 아주 멀리 가셔야 해요!”허천은 눈에 눈물이 고인 채, 간절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한지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방금 그 노인장이 뭐라 했는지 못 들었나요? 그들은 이기지도 못하고 살아남지도 못할 거라고 합니다. 죽을 사람들인데, 그런 자들이 나를 어떻게 죽이겠어요?”“게다가 지금 용국이 큰 재앙을 맞이하려는 시점인데, 나 혼자 살겠다고 도망칠 수는 없지요.”“내가 더는 북양왕이 아닐지라도, 적어도 나는 용국 사람입니다. 우리 동포가 도살당하는 걸 눈 뜨고 볼 순 없는 노릇이에요!”한지훈의 목소리에는 단단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그 단호한 눈빛에, 허천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이후 이틀 동안, 각 방면의 세력은 잠잠해졌다.결국 천신계 강자가 눈 깜짝할 새에 살해당한 상황에서, 누구도 또다시 문제를 일으킬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역외 강자와의 대결을 하루 앞둔 밤.허천지는 특별히 한지훈과 도청전인의 방을 찾아왔고, 진지한 얼굴로 당부하듯 말했다. “두 분, 오늘 밤에는 절대로 밖에 나가지 마십시

  • 용왕사위   제2740화

    한지훈은 상대를 한 번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저는 그냥 궁금해서 그랬습니다. 어느 누가 감히 이렇게 공개적으로, 다른 나라가 이미 손에 넣은 진법 비기를 빼앗으려 드는 건지 말이지요.” 노인은 한지훈을 바라보며 수염을 비비고는 웃으며 말했다.“역외 강자들이 돌아오고 나면, 이 세상의 판도는 완전히 뒤바뀔 거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그저 예고편에 불과하지.”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렇습니까? 역외 강자가 돌아온다면, 이 세상은 곧 난세로 접어든다는 뜻인가요?”“난세이기도 하고, 난세가 아니기도 하지. 사실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고 나면, 천신계 강자들이 마음껏 세상 위를 활보하게 된다. 그때가 되면, 무기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핵무기조차 천신계 강자를 죽이지 못할 수도 있어. 그런 세상이 오면 무공이 곧 권력이고, 누구 주먹이 세냐에 따라 세상을 명령할 수 있지.”“좋은 물건이 있다 해도, 그자가 손짓 한 번이면 약자는 고분고분 바칠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새로운 질서다.”“그리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건 약자들뿐이야. 약자는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서로를 공격하며 생존을 모색하게 되지. 이게 바로 역외 강자들이 돌아온 후의 세상이다.”노인은 말을 마치고 혼자 차를 따라 느긋하게 한 모금 마셨고,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어르신 말씀을 들으니, 걱정은 전혀 없으신 듯하네요?”노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하지. 역외 강자들이 전부 돌아온다 해도, 우리 미륙은 여전히 안전할 거다. 왜냐하면 미륙에는 역외 강자만 있는 게 아니거든.”“수백 년 전부터 미륙에 숨어 지내던 고수들도 있네. 그들은 심지어 역외 강자들조차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들이지.”노인의 이 말에 많은 이들이 놀라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지만,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자마자 곧 고개를 돌리고는 조용해졌다.모두가 입을 다물자, 노인은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젊은이, 자네 인상이 좋아 보이니 특별히 충고 하나

  • 용왕사위   제2739화

    “흠, 아마 약탈당한 국가에서 복수를 위해 고수를 보낸 걸지도 몰라.”“에이? 혹시 용국의 한지훈 아니야? 그자가 예전에 오륙의 이성 천신계 강자 넷을 상대로 싸운 적 있잖아!”“말도 안 돼. 지금이 어떤 시국인데? 한지훈이 감히 함부로 나설 리가 없지.”사람들 눈에는 한지훈이 지금 숨기 바쁠 시점이었고, 신분을 드러낼 만큼 무모하지는 않다고 본 것이다.같은 시각, 허씨 가문의 대청 안에서는 주요 인물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그들 중에는 곧 천신계 돌파를 앞둔 고수들도 있었지만, 수십 명이나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이때 흰옷을 입은 남자가 바깥에서 급히 들어오자, 허천지가 얼른 일어나 물었다.“소식이 있나?”하지만 남자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손을 쓸 가능성이 있는 자들은 전부 조사해 봤지만, 단서 하나 찾지 못한 것이다.“가주님, 설마 얼굴조차 못 보신 겁니까?”그가 물었다.얼굴을 봤느냐고?허천지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처음부터 끝까지 상대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뭘 봤겠는가?“어젯밤, 그 자는 어둠 속에서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부끄럽게도, 누가 저희를 도운 건지조차 알 수가 없습니다.”허천지가 고개를 저었다.“가주님, 일성 준천신을 순식간에 죽인 실력이라면… 혹시 역외에서 귀환한 강자가 아닐까요? 설마 서천술 선배께서 은밀히 보낸 사람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아닐세. 서천술 선배라면 사전에 반드시 통보가 있었을 테지. 그래야 우리가 마중을 나갈 수 있을 테니까. 몰래 들어올 이유가 없지 않나.”허천지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더 캐낼 게 없다면 그만두게. 당분간 모두 경계심을 늦추지 말도록 하고.”이때, 허천과 함께 방을 쓰는 허신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할아버지, 혹시 천이가 데리고 온 그 친구 아닐까요? 어젯밤 그 친구 부탁으로, 천이가 할아버지를 뵈러 간 거잖아요.”허천지는 고개를 연신 저었다.“말도 안 된다! 한지훈이 그를 보낸 건 자기한테 불똥 튈까 봐

  • 용왕사위   제2738화

    죽은 두 사람은 비록 이제 막 준천신계를 돌파한 강자이긴 했지만, 외부 세계에선 대륙 하나를 제압할 만한 존재였다.그런데 방금 전, 단 한 방에 살해당한 것이다!게다가 그 천성구요 진법은 그야말로 신의 경지였다!구하러 나섰던 허천지조차 넋을 잃었고, 방금 그 순간, 그는 하늘에 아홉 개의 태양이 뜬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그 뜨겁고 불타는 느낌은 너무나도 생생했다!바닥에 흩어진 투명한 살점들을 바라보며, 장령풍은 자신의 목숨을 간신히 건진 것에 안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피를 토하며 날아간 서영호는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허천지는 급히 다가가 서영호의 상처를 살폈고, 다행히 내장은 다치지 않아 하루이틀만 쉬면 회복될 수 있었다.사람들을 시켜 서영호를 옮기게 한 뒤, 허천지는 냉랭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방금 전, 그는 세 가지 서로 다른 기운을 느꼈다.즉, 지금 죽은 둘 외에도 또 한 사람이 숨어 있다는 뜻이다.그러나 앞선 두 명이 순식간에 살해당하는 걸 보고는, 나머지 한 사람이 은둔하여 손을 쓰지 않은 것이다.방금 전 천성구요의 위력에 겁을 먹고 움직이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허천지는 장령풍을 한 번 흘겨보았고, 방금 전 무릎 꿇고 살려달라 외쳤던 모습이 너무 또렷했다.과연 저자가 장씨 가문의 미래라고 할 수 있을까?무겁게 한숨을 쉰 허천지가 장령풍을 향해 말했다.“장 도련님,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경호원을 붙여드릴 테니, 돌아가 쉬세요.”그러곤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장령풍의 흠뻑 젖은 바짓가랑이를 보았고,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민망함이 스쳤다.“예, 예, 허 선배님.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그 말을 남기고 장령풍은 서둘러 호텔 쪽으로 달려갔다.그날 밤, 진가복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죽은 자들 중에는 비륙의 고수뿐 아니라, 오륙 십 대 가문 중 하나인 로드 가문에서 파견한 강자도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게다가 그들은 모두 무도학원 진법루에서 큰 수확을 얻은 자들이었지만, 운이 장령풍이나 서영호만큼은

  • 용왕사위   제2737화

    하지만 그 누구도 정식 비무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런 대학살극이 벌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서영호와 장령풍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차렸을 때, 폭풍 같은 기류가 두 사람을 향해 날아왔다!서영호는 반응조차 못 하고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장령풍은 겁에 질린 채 무릎을 꿇고 머리를 감싸며 소리쳤다.“살려주십시오! 저는 하등 쓸모없는 놈입니다! 단지 이곳에 구경하러 온 것뿐입니다......”“저…… 저 그냥 시중도 들겠습니다! 종이든 말이든 다 할 테니,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그들은 사실 특수한 단약을 써서 겨우 실력을 끌어올린 상태였을 뿐, 진짜 실전 경험은 전무했다.그런데 상대는 고작 기류 한 줄기로 서영호를 반쯤 죽여놨으니, 분명 최소 준천신 강자일 것이다!자신보다 강한 강자를 만나자, 장령풍은 그대로 오줌을 싸버렸다.몸은 덜덜 떨리고, 눈조차 제대로 들 수 없었다.“휙!”그때,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한 명의 검은 복면을 찬 사람이 허공을 가르며 내려왔고, 싸늘한 눈빛으로 장령풍을 노려보며 말했다.“진법루에서 가져온 진법 비책을 네가 갖고 있지?”장령풍은 이미 잔뜩 겁에 질린 상태였고, 지금 이 순간 목숨을 유지하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그는 다른 것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고, 용국 무종의 미래 따위는 전혀 그와 무관한 일이 되었다!상대가 다시 묻기도 전에, 장령풍은 품속에서 두툼한 비책들을 꺼내 내밀었다.분명히 상대는 진법을 빼앗기 위해 온 것이니, 넘겨주기만 하면 자신의 목숨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검은 복면인은 그것을 낚아채며 한쪽 손으로 품었다.“멈춰라!!”“쉬익!”그 순간, 한 줄기 은빛이 스치며 주변 집들이 한바탕 흔들렸다.마침 이때 허천지가 검을 들고 있었다.진작에 진가복 전체가 진법에 쌓여 있었고, 이때 허천지는 즉시 진법을 가동했다.동쪽 하늘에서 솟은 눈부신 백광 아래, 진가복 전체가 대낮처럼 밝아졌다.수많은 살기가 일순간에 검은 복면을 쓴 사람을 겨눴다!그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 용왕사위   제2736화

    허천지는 한눈에 필 칸트를 알아봤다.그는 오륙의 십 대 가문 중 하나인 칸트 가문의 가장 유망한 후계자였다!게다가 요즘은 역외의 강자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어, 칸트 가문에도 두 명의 강자가 상주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그런데, 겨우 북양왕이라 불리는 자, 소문만 무성한 초라한 일성 준천신 경지의 사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니?그런 자격으로 오륙 십 대 가문의 정점에 선 젊은이에게 말을 건다고?만약 상대방이 기분이라도 상하면, 한지훈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겠지만 자신의 손녀까지 휘말리면 큰일이었다!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허천지는 서둘러 앞으로 나서며 곁에 서 있던 허천을 확 잡아끌었다.“천아, 내가 뭐라고 했지? 밥 다 먹었으면 바로 한 선생을 모시고 돌아가서 쉬게 해드리라고 했잖아. 길거리에서 이러고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할아버지, 이분이 먼저 한 선생님에게 아는 척하며 인사하셨어요. 우리가 무례할 수는 없잖아요.”허천은 억울하다는 듯 허천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여긴 길 가다 아무나 붙잡아도 대단한 배경이 있는 사람들이야. 괜히 문제 생기면 누가 너희를 지켜주겠어? 게다가 저 사람, 오륙 십 대 가문에서 가장 유망한 젊은이라니까!”“한지훈이 먼저 인사했다고? 웃기고 있군! 그쪽에서 먼저 말 걸 일이 뭐가 있어! 당장 데리고 돌아가! 이런 곳에 더 있지 마!”“문제가 생기기라도 하면 우리 허씨 가문은 책임질 의무 따위 없다!”허천지는 싸늘하게 한지훈을 한번 흘겨보곤, 멀리 서 있는 몇 사람을 보고는 잠깐 눈살을 찌푸렸다가 말없이 돌아섰다.한지훈은 필 칸트와 몇 마디 더 나눈 뒤, 허천과 함께 허씨 가문에서 마련해 준 민박집으로 돌아갔다.하지만, 밤이 막 내려앉은 순간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터졌다!곧이어 수많은 빛줄기가 창문을 뚫고 쏟아져 들어왔다.사람 그림자들이 빠르게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다녔고, 한지훈은 창밖으로 수십 명이 피웅덩이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한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절대 나오지 마십시오!”문을 두

  • 용왕사위   제2735화

    장세풍이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 허천지는 눈빛이 번쩍였다.장세풍, 세속 세계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외 강자들과 오대 명산에겐 익히 알려진 이름이었다.이 사람은 바로 천사도 제7대 조사, 즉 장천사의 일곱 번째 제자였던 것이다!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설마 장씨 가문에서 유일하게 천사도 전승을 이은 그 장세풍을 말씀하시는 겁니까?!”허천지는 놀란 눈으로 말했다.“맞습니다! 바로 우리 선조이지요.”장령풍은 허천지가 장세풍을 경외하는 태도를 보이자, 얼굴에 더한 자부심을 드러냈다.“흠, 장 선배께서 오신다면, 이번 대전은 틀림없이 압승이겠지요. 만약 당시 그분이 역외로 은둔하지 않았다면, 어찌 그 후손의 변발 병사들이 용국을 차지했겠습니까?! 정말 생각지도 못했군요, 이번 대회에 그분까지 속세에 돌아오시다니!”허천지의 얼굴엔 기대감이 가득했다.“흥, 이번엔 반드시 우리 용국이 승리할 겁니다. 누구나 알고 있잖습니까, 대전에서 이기는 자는 명성을 떨칠 뿐 아니라, 용국의 국운까지 계승할 수 있다는걸!”서영호가 냉소하며 말했다.“한지훈 그 자식의 좋은 날도 이제 끝났습니다. 대전이 끝나는 날이 바로 그가 용심을 넘기고, 목숨을 내놓는 날이 될 겁니다!”이 말을 하며, 서영호의 눈에서는 살기가 번뜩였다.태어나서 지금껏 누가 그를 무릎 꿇게 한 적 있었던가?하지만 오륙에서, 한지훈은 그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게 했다!그때의 굴욕을 떠올릴 때마다 서영호는 이를 악물며 분노를 삼켰다.허천지는 서영호가 한지훈을 언급하며 증오를 품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자신이 매우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고 속으로 기뻐했다.한편, 한지훈 일행은 점심을 먹은 뒤 허천이 한지훈을 데리고 마을을 둘러보러 나섰다.과거엔 이 작은 마을이 특별한 구석이라곤 없었지만, 지금은 전혀 달랐다.각국의 거물들이 몰려오면서, 연예계 스타나 유명 국제 서커스단까지 이곳에 모여들고 있었기 때문이다.길을 걷는 동안에도 한지훈은 익숙한 얼굴들을 여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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