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큰 사건을 앞드고 있어서일까? S시 전체에 기이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그리고 잠시 후, 송호문의 사무실.그의 앞에는 김정학의 세 숙부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묘한 분위기의 정적 끝에 세 사람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송 청장, 며칠 뒤에 우리 가문에서 아주 성대한 행사를 열 예정이네. 장소는 여기 지도에 그려진 범위, 참여 인원은 약 2000명쯤 될 것 같아. 송 청장 애들이 괜히 이 근처에 나타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데... 행여나 우리 가문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들린다 해도 행사가 끝나고 나서 다시 얘기했으면 좋겠네. 괜히 안 좋은 일에 휘말릴까 봐 걱정돼서 그래. 우리 송 청장,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지 않겠나?”너무나 무례하고 건방진 요구에 송호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김해준 이사장님! 이곳은 S시 경찰청입니다. 이사장님 집 안방이 아니라고요. 이사장님 말씀이 정말 통하실 것 같습니까? 경찰청 청장을 이렇게 협박하고도 정말 무사할 거라 생각해요? 그쪽 집안과 관련된 그 추잡한 일들 제가 정말 탈탈 털어볼까요?”송호문의 가슴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재벌가 사람들에겐 대통령마저도 청와대를 잠깐 스쳐가는 손님일 뿐이라지만 공권력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이렇게 대놓고 협박할 수가 있나 싶어 화가 나고 기가 막혔다.하지만 그의 분노에도 세 사람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하하, 송 청장, 그래. 자네가 우리 가문이 하는 일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거 우리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우리 조카가 동원구 군단장이라는 건 알고 있겠지? 그리고 자네가 주장하는 우리 가문의 범죄들, 아직 혐의에 불과하지. 제대로 된 증거 하나 잡은 거 없을 텐데... 우리도 어디까지나 좋은 마음에서 자네를 만나러 온 거란 걸 알아줬음 좋겠네. 우리 송 청장 다칠까 봐 진심으로 걱정되는 마음에서 말이야.”말을 마친 김해준 일행은 바로 사무실을 나섰다.혼자 남겨진 송호문은 한참을 씩씩대다 결국 찻잔을 바닥에 내팽개쳤다.“미쳤어!
문앞을 막은 직원들이 바로 허리를 숙인 채 뒤로 물러서고 그 사이로 지팡이를 든 노인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백발이 무성하고 거동도 편치 않은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죽지 않은 날카로운 시선이 남자가 한때 얼마나 무서운 사람이었는지 그대로 말해 주고 있는 듯했다.하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면 바로 고개를 숙였을 그 눈빛도 전장에서 진정한 죽음의 공포가 어떤 것인지 피부로 느꼈던 한지훈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기에 태연하게 그를 맞이했다.한편, 혐오 가득한 시선으로 강우연을 훑어보던 강준상이야말로 한지훈을 마주한 순간 움찔하고만다.‘저 청년... 어떻게 저런 눈을 가지고 있지? 마지 사신 같아. 아니, 맹수 같은가... 어찌 보면 세상 풍파 다 겪은 노인 같은 눈이기도 하군.’강준상, 50년째 강운그룹 회장으로 군림하고 있는 존재, 강운그룹을 삼류 중소기업에서 지금의 대기업으로 키운 장본인이기도 했다.“할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우연이 글쎄 남자랑 같이 집에 돌아왔다니까요. 게다가 어쩜 그렇게 뻔뻔하게... 할아버지더러 직접 마중까지 나오라고 하는 건지...”강준상을 부축해 함께 나온 강희연이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강희연, 강우연의 사촌언니인 그녀가 왜 이렇게까지 동생을 싫어하게 된 걸까?이 모든 감정의 시작은 바로 질투였다.딸이라곤 강우연, 강희연 둘 밖에 없는 집안이었지만 강희연이 아무리 노력해도 할아버지 강준상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손녀는 바로 강우연이었다. 먹고 입는 것에서 미묘한 차이를 느끼는 건 물론 공식적인 자리에도 강준상은 항상 강우연을 대동했으니까.5년 전, 결혼도 하지 않은 강우연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집안에서 쫓겨난 뒤에야 강희연은 그 자리를 대신해 강준상의 곁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그래서 강희연은 강우연이 증오스러웠고 다시 나타난 그녀의 존재가 너무나 불안했다.이제 겨우 익숙해진 이 모든 것들을 전부 빼앗아가는 건 아닐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한편, 강준상은 얼음장보다 더 차가운
김정호는 어찌 된 영문인지도 모른 채 교진산의 부하들에 의해 쫓겨났다.전화 한 통에 교진산이 이토록 이상해지다니…… 김정호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 이마에 식은땀이 나기까지 했다.그는 그 전화 한 통이 한지훈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김정호는 인맥이 꽤 있는 편이라 이미 한지훈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의 구체적인 정보는 아예 찾을 수가 없었다.이것이 바로 김정호가 이곳에 온 이유다.“가자! 빨리 데려다줘!”심상치 않은 기운에 김정호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느꼈고 빨리 자신의 형에게 이 일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김씨 가문이 상대하기에도 한지훈은 절대 만만치 않았다.그런데, 김정호가 도로에 진입했을 때 주위에 4대 녹색 지프차가 나타나 거칠게 그들을 막아섰다.끼익!급정거로 인한 괴성이 온 거리에 울려 퍼졌고 김정호의 자동차는 지면에 긴 검은색 타이어 자국을 남겼으며 타이어에서는 흰 연기나 뿜어져 나왔다.“무슨 일이야?”뒷좌석에 앉아있던 김정호는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는지 소리쳤다.앞좌석 부하가 내려서 상황을 살피려는 찰나, 차 문은 밖에서 벌컥 열렸다.검은색 중산복을 입은 특수요원들이 직접 차량 통제에 나섰다.몇몇은 총을 김정호의 머리통에 겨누더니 차갑게 말했다.“김정호! 당신은 지금부터 외부와 아무런 연락도 할 수 없어! 압류되었다고!”김정호는 너무 화가 나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아주 제멋대로네? 죽고 싶어 환장했어? 내가 누군지 알고 까부는 거야? 나 김정호야! S시 김씨 가문이라고, 내가! 누가 시켰는지 당장 말해! 어디 낯짝이나 보자!”“나야!”갑자기 사람들 속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이목을 집중시켰다.한민학이 뒷짐을 지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자기 군복과 모자를 고쳐 쓰더니 말했다.“김정호, 오랜만이야! 별일 없지?”“뭐 하자는 겁니까? 나한테 감히 뭐 하는 짓이냔 말입니다!”김정호의 얼굴빛은 잿빛이 되어버렸다. 한민학이 S시 총사령관이고 본인보다 상급자인 건 엄연한 사실이
“도착했습니다!”여느 때처럼 용좌에 앉은 김정필의 주먹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털썩!용오가 온몸이 피투성이인 김태우를 바닥에 털썩 내려놓았다.그 충격에 튀어오른 빗물이 김태우의 온몸 가득 뒤덮인 상처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으아아악, 아버지. 저...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자식들... 좀 죽여주세요! 저... 이제 어떻게 살아요. 어떻게!”어느새 피로 물든 빗물 위에 누운 김태우가 저 멀리 거실 쪽에서 보이는 그림자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퍽!”하지만 한지훈은 그 아우성마저 듣기 싫다는 듯 김태우의 등을 거세게 걷어찼다.“야! 한지훈! 너 진짜 죽고 싶어? 여긴 이제 우리 집이야. 우리 구역이라고! 여기까지 들어온 이상, 네가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아버지가 그 유명한 김정필이야. 네 사지를 산 채로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 아, 아니지. 강우연 그 계집애, 네 마지막 숨을 붙여두고 네 앞에서 강우연 그 계집애를 더럽혀주겠어. 그리고 그 더러운 핏줄도... 내가 진작 죽어버렸어야 했는데!”이제 정말 집으로 왔다는 안도감에서인지 그 동안 정말 금방이라도 죽을 듯 축 늘어져있던 사람이 미친 듯이 날뛰며 온갖 악담을 퍼붓기 시작했다.하지만 그의 등을 밟은 한지훈의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콰직.등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으아아악! 아파! 아버지! 저 좀 살려주세요!”이대론 정말 가슴이 터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김태우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그리고 한지훈 역시 용좌에 앉은 김정필을 주시하기 시작했다.“한지훈이라고 했나? 그래. 그 패기 하나는 인정해 주지. 감히 8명만 데리고 우리 집에를 쳐들어와? 꼭 불빛을 향해 달려드는 하루살이 같은 꼴이구나. 정확히 3분 주마. 내 아들 풀어줘. 그리고 바짝 엎드려서 우리에게 용서를 빌어라. 그렇게만 한다면 네 가족들만은 용서해 주마.”김정식의 분노 어린 목소리가 저택에서 메아리가 되어 울리고 또 울렸다.하지만 한지훈의 입가에는 도발적인
“하하하! 넌 이제 죽었어! 죽었다고! 우리 김 씨 가문은 영원히 S 도시의 일인자야! 이 사람들은 전부 우리 김 씨 가문에서 키워낸 블러드 킬러거든! 몇십 명이 같이 덤벼도 저 사람들을 당해내지 못해! 한지훈, 넌 오늘 죽었어! 당장 나를 풀어줘!”김태우는 마치 생의 희망을 느낀 듯, 건방지게 웃었고 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김정필 곁에 서있는 열 명이나 넘는 고수들을 쓱 훑어보았다.한지훈은 그들에게서 풍기는 기운과 눈빛에서 그들이 꽤 강한 실력을 갖춘 망나니들이라는 걸 느꼈지만 그 정도 실력으로 한지훈을 상대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으며 한지훈뿐만 아니라 용일부터 용팔까지 눈앞에 있는 저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한지훈! 내 아들을 당장 풀어주고 무릎 꿇어서 우리 김 씨 가문에게 사죄해!”김정필이 손을 뻗어 한지훈을 가리키며 목청을 높였지만 한지훈은 되려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오른쪽 다리를 천천히 들어 발로 김태우를 힘껏 차서 김정필 발 곁으로 보내 버렸다.“풀어주면 어쩌려고요?”한지훈이 차갑게 물었고 김태우는 고통스러운 비명소리와 함께 갈비뼈가 전부 부러진 채, 김정필 앞에 쓰러져 있었으며 입에서 새빨간 피를 토하던 그는 덜덜 떨리는 손을 뻗어 김정필의 구두를 꽉 잡으며 겨우 말을 꺼냈다.“아버지… 꼭 저 대신… 복수를 해주세요!”김정필은 자신 앞에서 정신을 잃은 김태우를 보며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 살기를 뿜어냈으며 떨리는 두 주먹을 꽉 잡고는 오열했다.“태우야! 아들아! 아악! 죽여! 당장 저놈들을 한 명도 남기지 말고 다 죽여버려!”화가 끓어오른 김정필은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렀고 싸움은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였다.김 씨 가문의 킬러들은 손에 칼과 쇠 파이프를 들고 한지훈을 향해 무섭게 달려들었고 이를 본 용일과 용팔 등 사람들도 순식간에 공격을 가했다.탕!그 순간, 총소리가 김 씨 가문 저택에 울려 퍼졌고 김정필이 킬러들 무리 뒤에서 권총을 꺼내 들고 한지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죽어! 내 아들 목숨 값으로 너도
털썩!순간, 강우연은 하얀 연꽃 마냥 바닥에 쓰러졌고 몸에 떨어진 빗물은 순식간에 빨갛게 물들어 버렸으며 입고 있던 하얀 원피스도 어느새 핏물에 물든 채, 빨간 드레스로 변해버렸다.다급하게 달려온 한지훈은 충혈된 두 눈으로 강우연을 품에 꽉 껴안은 채, 눈물을 뚝뚝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우연아… 우연아… 왜, 네가 대체 왜 여기에 있어…”강우연은 한지훈의 품에 안겨 새빨간 피를 계속 토해내고 있었다. 거센 빗줄기는 끊임없이 그녀의 가녀린 몸과 천사 같은 얼굴을 때렸으며 그녀는 피로 범벅이 된 오른손을 힘겹게 뻗어 한지훈의 눈썹과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졌다.“지훈 씨, 당신 얼굴을 한 번도 이렇게 만져본 적이 없는 거 같네요… 5년 동안 당신을 많이 미워했어요… 하지만 그날 밤 당신이 나타난 순간, 전 평생 당신을 위해 살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지훈 씨, 한 가지만 약속해 줘요…”강우연이 예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약속할게! 뭐든 약속할게!”한지훈이 비통한 마음으로 강우연을 품에 꽉 껴안자 강우연이 그의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고운이와 잘 살겠다고 약속해요… 지훈 씨, 당신을… 사랑해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지훈을 만지고 있던 강우연의 손은 힘없이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졌고 이 순간, 한지훈은 빗물 속에서 무릎을 꿇은 채,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그는 떨리는 몸으로 강우연을 꽉 껴안았으며 화가 치밀어 오른 그의 살기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아악!”한지훈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며 소리를 질렀고 순간, 하늘에는 천둥번개가 번쩍거렸으며 그의 모습은 마치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 같았다. 그는 강우연을 품에 안은 채, 바닥에서 서서히 몸을 일으켰으며 살기로 가득한 눈빛으로 목청을 높였다.“드래곤 궁! 삼천 강자! 8대 드래곤 장군! 4대 드래곤 헌터! 당장 내 앞으로 집결!”한지훈 뒤에 서있던 용일은 이를 꽉 깨물더니 충혈된 두 눈으로 품에서 신호탄을 꺼내 탕 소리와 함께 하늘을 향해 방아쇠를
우르릉 쾅쾅!갑자기 무섭게 느껴지는 살기와 함께 용일 등 강자들의 기세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의 사람들이 김 씨 가문 저택의 정문에서 빗물을 가로지르며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드래곤 궁, 드래곤 헌터 소속, 용린 인사 올립니다!”순간, 하늘에서 엔진 소리가 크게 울리더니 헬기 위에 우뚝 서있던 검은 복장을 입은 그림자 하나가 저승사자 마냥 헬기에서 뛰어내렸다.“드래곤 궁, 드래곤 헌터 소속, 용운 인사 올립니다!”이와 동시에, 김 씨 가문 저택의 지붕 위에 그림자 두 개가 나타나더니 똑같이 무서운 기운을 뿜어내며 입을 열었다.“드래곤 궁, 드래곤 헌터 소속, 용형 인사 올립니다!”“드래곤 궁, 드래곤 헌터 소속, 용월 인사 올립니다!”세계 4대 저승사자로 불리는 드래곤 궁의 4대 드래곤 헌터가 김 씨 가문의 저택에 전부 모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드래곤 궁의 삼천 강자들도 4대 드래곤 헌터를 따라 끊임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너도나도 한지훈 앞에 한 쪽 무릎을 꿇었다.이와 동시에,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탱크들이 줄을 지어 김 씨 가문의 저택 밖에 자리를 잡았고 포신은 일제히 김 씨 가문 사람들을 겨냥하고 있었다. 또한 공중에는 수많은 헬기들이 저택 위를 빙빙 에워 돌면서 완전 무장한 그림자들이 헬기에서 줄을 타고 내려왔다.이를 보고 있던 김 씨 가문 사람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자리에 굳어버렸고 특히 두려움에 가득 찬 김정필은 덜덜 떨리는 몸을 겨우 진정시키며 말까지 더듬었다.“너… 너 도대체 누구야?”한지훈은 피범벅이 된 강우연을 꽉 안은 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고 그 순간, 한지훈의 어마어마한 살기와 기세에 온 세상이 놀란 듯했다.그에게 남은 건, 끝이 보이지 않는 분노뿐이었다!이때, 용일 등 여덟 명이 비단 상자를 손에 든 채, 걸음을 맞춰 다가왔으며 비단 상자 위에는 검은색 드래곤 깃발이 덮어 있었다.그들은 거센 빗줄기 속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걸음걸이로 한지훈에게 다가갔으며 검은색 드래곤 깃발을 벗기자 그
지금 이 순간, 김정필은 겁이 나서 몸을 덜덜 떨고 있었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한지훈을 보며 우물쭈물 물었다.“당신… 당신 도대체 누구야? 당신한테 어떻게 청색 무늬 드래곤 전포가 있을 수 있지?”김정필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공포와 두려움이 느껴지기 시작했으며 자신이 S 도시 김 씨 가문의 가주라는 사실과 오늘 그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의 곁에는 김 씨 가문의 고수들이 수천 명이나 모여 있었고 열 명이나 넘는 블러드 킬러들까지 지켰지만 전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시종일관 강우연을 품에 꼭 안은 한지훈은 두 눈에서 분노가 홍수 마냥 쏟아져 나왔고 그의 곁에 나타난 세 명의 명의는 강우연의 처참한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보스, 사모님은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곽 명의의 말에 한지훈은 눈빛이 반짝거리더니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재빨리 강우연을 세 명의 명의에게 맡겼다.부하들의 호송 하에 안전하게 떠나는 강우연과 세 명의를 보며 그제야 안심한 한지훈이 다시 시선을 김정필에게 돌려 싸늘하게 물었다.“내가 누구냐고? 허허, 난 단지 네가 한없이 만만하게 여기던 건방진 녀석이고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강우연의 남편이자 한고운의 아빠야! 김정필! 넌 내가 평생 목숨 걸고 지키고 싶은 여자를 하마터면 죽일 뻔했어. 네가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는 잘 알고 있겠지? 내 가여운 딸은 네놈의 아들 때문에 두 눈이 실명을 했는데 내가 김 씨 가문을 쉽게 용서하고 네놈을 가만둘 거라고 생각해?”한지훈의 말에 김정필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한지훈은 자신의 진짜 신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눈치가 빠른 김정필은 삼천 명의 드래곤 궁 강자들에게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기운과 한지훈 뒤를 지키고 있는 여덟 명의 부하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소문난 네 명의 드래곤 헌터들을 통해 한지훈은 그들이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무서운 존재일 것이라는 알아차렸다!어마어마한 힘을 지닌 레전드 인물들이 한지훈에게 저토록
그 말을 듣자, 대장로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사실, 모든 정보 중에서도 무신종과 국왕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조정 역시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무적천 또한 세상과 단절된 것처럼 보였다!“그 뜻은...?”그러자 황약사는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걸으며 대꾸했다. “자네는 진왕의 반란이 왜 실패했는지 알고 있는가?”“그건... 소인도 잘 모르겠습니다!”대장로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곤륜에 한 노인이 있었지. 그자는 손을 한 번 드는 것만으로도 무적천을 얌전히 물러서게 만들었는데, 장도령은 말할 것도 없지. 그런데도 자네는 장도령이 정말 무적천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가?”“겉모습만 봐선 안 되는 법일세. 무적천조차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건, 그 역시 두려워하고 있다는 뜻이지! 그가 두려워하는 자가 누구일 거라 생각하는가?”그 말을 들은 대장로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한지훈에게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장의 카드가 있다는 말씀이군요?”황약사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노인이 한지훈의 비장의 카드가 아닐 수도 있고, 한용이 한지훈의 의지처라고 보기도 어렵네. 다만, 한지훈과 조정 모두 이렇게 고요하다는 건 분명 비범한 기운이 숨어 있다는 뜻이지!”“그러니 약왕파를 위해선 더더욱 참고 견뎌야 하네. 상황이 명확해지기 전까진 절대로 함부로 수를 두어 선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위험천만한 처지에 빠질 걸세!”대장로는 황약사의 입에서 '위험천만'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처음이었다.그렇다면 지금의 국면은 겉보기엔 일방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 속에 숨은 파도가 요동치고 있다는 뜻이었다.황약사조차도 위험을 느끼고 있을 정도라니!“곡주님, 정말로 한지훈이 그토록 대단한 인물입니까?”대장로는 여전히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러자 황약사는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한 영상을 보여주었다.그 영상은 서로 다른 두 장면을 이어 붙인 것이었고, 첫 번째 장면은 한지훈이 동방 오
순식간에 인터넷은 물론, 각 대형 매체에서도 일제히 한지훈의 구설수에 관한 기사를 올렸다. 그렇게 용국 전체는 떠들썩해졌다. 평범한 백성이라면 장도령이라는 사람의 신분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테지만, 한지훈은 그들 마음속의 언제나 영웅이 이었다. “정확히 7일 후, 장도령은 장 씨 집안을 대표하여 직접 강중으로 향하여 한지훈을 만날 예정이래!”얼마 지나지 않아 sns에는, 장 씨 집안 신도라는 닉네임의 한 사람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말은 매우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정보량은 엄청 많았다. 마찬가지로 그 글을 읽게 된 약왕파의 몇몇 장로들은 더 이상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한지훈, 너 이번에는 정말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구나! 장도령이 직접 산에서 내려와 너를 괴롭히려 하겠는데, 과연 네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대장로님, 저희... 드디어 고생길을 끝마치게 됐네요!”“그러게나 말이에요. 장월동을 죽인 이상 한지훈은... 틀림없이 죽음을 당하게 될 겁니다!”“맞아요. 무종과 무맹도 이번에는 절대 그를 도와주지 않을 겁니다. 그럼 이 기회에 차라리 곡주한테 도움을 청하여 저희가...”몇몇 장로들은 점점 더 욕심이 생겼다. 깊이 생각에 잠긴 대장로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빠른 걸음으로 뒤뜰로 향했다. 한편 그 시각, 황약사 또한 모든 상황의 태세 변화를 주시하고 있었다. 인터넷과 수많은 언론에서는 모두 한지훈에 대한 구설수를 언급하고 있었지만, 단 두 명만큼은 여전히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바로 국왕이다. 용국 당국은 여전히 이번 일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었다. 비록 이것은 민간의 싸움이긴 하지만, 한지훈의 지위는 특별하고 또한 이는 천자각의 이익과 손실과도 연관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국왕은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한지훈의 편에 서 있을 거라는 명확한 태도를 보였다. 다른 한 명은 바로 무신종의 무적천이었다. 사실 무신종과 천산 사이는 밀접한 관
장도령. 그는 바로 천산 장 씨 집안에서, 유일하게 세속의 일에 개입할 수 있는 대변인이었다. 악명이 자자한 그는, 이미 수십 년 전에도 두 손에 피를 가득 묻힌 적이 있었다. 과거 무종의 한 문주는 단지 말속에 장 씨 집안을 향한 약간의 경멸심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장도령이 직접 찾아가 무종을 멸문시켰었다. 당시 현장은 그야말로 피바다였고, 시체가 수도 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 후로 장도령의 이름은 유명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복을 걸친 채 손에는 칠성 상문검을 든 한 중년 남자가 음침한 표정과 함께 저벅저벅 로비로 들어섰다. 그는 땅 위에 놓인 단대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장월동의 시체를 보고는, 눈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조부님! 저 장도령 인사드립니다!”이내 장도령은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흰 눈썹 노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너 잘 봐봐. 우리 장 씨 집안의 자손이 다른 사람에게 잔인하게 살해되고, 게다가 우리 장 씨 집안의 삼절진마저 잃어버리게 됐어. 수천 년 역사 이래, 우리가 언제 한번 조룡의 유물을 다른 사람에게 이런 방식으로 빼앗긴 적 있기나 할까?”흰 눈썹 노인의 눈에는 차가운 빛이 비치더니, 이내 그 한기는 순식간에 생기로 전환되었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유 씨 어르신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역시 장 씨 집안 가주는 보통이 아니었다. 그의 실력은 천왕계보다는 더 위인, 천신계에 있을 거라 확신했다. “조부님, 이놈은 마땅히 처단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저희 장 씨 집안의 위세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장도령이 조용히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장 씨 집안의 위용을 모독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설사 상대가 국왕이라 할지라도, 5대 명산이라 할지라도 장 씨 집안의 체면을 멋대로 구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천산이든 화산이든 그 어떤 5대 명산 사람도, 장 씨 집안의 자손을 죽이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비록 용국 무종은 5대 명산 출신이긴 하지만, 정작 5대 명산의 진정한
산에서 참배를 하는 건 곧 조룡을 참배하는 것이었다. “유원룡? 뭐 하러 온 거야?”노인은 유 씨 어르신을 흘겨보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 이내 유 씨 어르신은 급히 고개를 들고는 말했다. “장... 장 씨 도련님께서 강릉에서 참사하셨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저희가 장 씨 집안을 위해 장례를 치르러 온 겁니다.” 장례? 그 말을 들은 노인은 순간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유원룡의 멱살을 잡고 물었다. “뭐? 강릉에서 누가 죽었다고?”깜짝 놀란 유 씨 어르신은 부들부들 떨면서 급히 단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장... 장 씨 어르신, 장월동 말입니다!”“뭐?”노인은 장월동이라는 세 글자를 듣고는 순간 얼굴색이 변했다. 필경 장월동은 장 씨 집안의 미래 상속자였기 때문이다. “어디 있어!”이내 노인은 재빠른 걸음으로 승용차로 달려갔다. “여기 있습니다!”유 씨 어르신은 노인을 데리고 단대 옆으로 데리고 향했다. 두 어깨가 부서진 채 이마에는 핏구멍이 뚫려있는 장월동의 처참한 모습에, 노인은 두 눈을 감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따라와!”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두 눈을 뜬 노인은 큰 소리로 말했다. 노인은 유원룡과 함께 장월동의 시체를 들고, 저벅저벅 장 씨 집안 대저택으로 들어섰다. 복도를 지나 골목을 지나 무려 30분을 걷고 나서야 산기슭의 한 웅장한 건물 앞에 도착했다. “기다려!”노인은 먼저 계단을 걸어 올라가 로비로 들어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모습을 드러낸 노인은 입구에 서있는 유원룡에게 소리쳤다. “시체 들고 들어와!”유원룡은 급히 자신의 뒤에 선 무극문 제자를 향해 손을 흔들고는, 빠른 걸음으로 노인을 따라 로비로 들어섰다. 한편 로비 정중앙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노인의 흰 눈썹은 어깨에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이내 천천히 눈을 뜬 노인은 장월동의 시체를 확인하자마자, 두 눈에는 한기가 돌았다. “월동아!”노인의 목소리는 마치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어르신, 제... 제
천생서문 전체 문장 중 총 6곳에서 이 네 글자가 나타났고, 한지훈은 줄곧 이 단어가 후손들을 격려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삼절진의 묘사와 결부하여 다시 읊어보게 된 한지훈은 이 단어 속에, 반드시 숨겨진 뜻이 있을 거라 확신했다. 이른바 인성승천이란, 인체 속에 포괄된 만상이 우주와 통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 말은 즉, 인력은 사실 우주와도 연관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체의 잠재력만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면, 충분히 천지를 뒤흔들 수도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이른바 자연계를 이루게 된다. 생각에 잠긴 한지훈은 두 손을 뒤로 젖힌 채 서재를 서성거렸다. 바로 그때, 도청 전인이 주전자 하나를 들고는 나타나 한지훈의 옆 책상에 올려놓았다. “주상, 차 한 잔 하시죠!”“그래!”“와이프는 잠들었고?”한지훈이 담담하게 물었다.“요 며칠 간병인이 항상 사모님을 저녁 8시 전에 잠들게끔 도와주고 있습니다. 아마 이쯤이면...”도청 전인은 고개를 들어 벽시계를 흘깃 보았다. “이미 잠들었겠네요.”그제야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자신이 써 내린 그 종이를 도청 전인에게 건네주었다. “도청, 이것 한번 좀 봐봐. 자네는 몇십 년 전에 출가하여 도를 배웠으니 이런 것에 대한 이해는 나보다 강할 거라 생각해.” 두 손으로 공손히 종이를 받은 도청 전인은 내용을 자세히 읽고는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주상, 자세한 내용은 너... 너무 복잡해서 잘 모르겠지만, 이 안에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두 글자가 있습니다!”“그 두 글자가 뭔데?”그 말에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도청 전인을 바라보았다. “보세요, 여러 곳에서 자기장을 언급하긴 했지만 사실 제가 보기에는 이 '인'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기장이야 어디든 다 있죠. 자연계든 인체든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혈액은 정상적으로 흐를 수도 없고, 숨도 쉴 수 없게 됩니다!”“그럼 과연 인체 안의 자기장을 끌어들일 것인가, 아니면 인체 밖의 자기장을 끌어들일
궁인은 황급히 재빠른 걸음으로 천자각을 뛰쳐나왔고, 국왕은 다시 고개를 돌려 양성우를 흘깃 보고는 손을 흔들었다. “이만 물러가!”“네!”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양성우는 더 이상 이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 빠른 걸음으로 물러났다. 약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진우는 재빨리 천자각에 들어섰다. “폐하!”진우는 도착하자마자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이것 봐 봐! 한지훈 이놈, 이번에 제대로 큰일을 저질렀더구나!”국왕은 비보를 진우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진우는 비보를 확인하자마자 두 손을 덜덜 떨며 비보를 땅에 떨어뜨렸다. “어... 어떡하면 좋죠! 장 씨 집안은 동방 가문과는 차원이 다른데요!”진우도 몹시 당황해 보였다. 자고로 용국 사람들은 누구 하나 천산 장 씨 집안의 특권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설사 한지훈이 북양 왕이라는 신분이 있다 하더라도, 장 씨 집안사람을 죽이게 된 이상 장 씨 집안이 찾아와 복수라도 하게 된다면 용국은 절대 간섭해서는 안 됐다. 수천 년 동안 탄탄한 바탕으로 계승해 온 장 씨 집안을, 한지훈 한 사람이 어찌 당해낼 수가 있겠는가? “폐하, 이번 일은 어떻게 하실...”진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조심스레 물었다. 지금으로서는 국왕뿐만 아니라 진우도 속수무책이었다. “이번 일에 대해 우리가 정면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울 거야. 하지만 여전히 미리 준비는 좀 해야 해. 일단 한지훈한테 전해, 요즘 조심하라고. 그리고...” 국왕은 왔다 갔다 서성거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가능하면 사람을 보내서 한지훈을 지키고 있어!”그 말에 진우는 참지 못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사람을 보내 한지훈을 지키라고? 무신종이든 천산 장 씨 집안이든 한지훈을 죽이고 복수하려 마음먹고 사람을 보낸다면,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을 파견할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흑병대에서는 웬만한 강자들은 다 막아낼 수 있는 고수를 찾을 수가 없었다. “예! 제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그러나 어찌 됐든 국왕의 명령이었기에 진우는 무조
한지훈은 눈앞의 노인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차갑게 말했다. “내가 대체 무슨 사고를 저질렀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 장월동 이놈이 날 사칭하고 그동안 돌아다니면서 악행을 저질렀기에 내가 혼내준 것뿐이야!”“비록 난 거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라를 지키는 북양 왕으로서 감히 우리 용국을 모독한 것에 대해서는 내가 응당 벌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해. 장월동 한 사람만 죽인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말을 마치자마자 한지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점점 멀어져 가는 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노인은 주먹을 꽉 쥐었다. 장월동조차도 한지훈의 적수가 될 수 없는 상황에, 자신이 괜히 나섰다가는 죽음을 자초하는 일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유 씨 어르신, 이젠 어떡하죠? 만약 천산 장 씨 집안이 장 씨 도련님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알게 되면 반드시 추궁할 텐데요!”이내 유 씨 어르신 뒤에 서 있던 한 젊은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 “우리 무극문은 결코 한지훈을 대신해서 이 책임을 짊어질 수는 없지. 당장 가서 차 한 대 준비하고, 장월동의 시체를 그대로 천산에 돌려보내. 반드시 장 씨 집안에...”말을 이어가던 노인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손을 흔들었다. “됐어, 내가 직접 갈 거야!”이번 일은 꽤나 중요한 일이었기에 유 씨 어르신 감히 부하들에게 맡길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한 마디라도 잘못 말했다가는 무극문이 멸망의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뒤쪽 차에서 내린 젊은 남자 몇 명은 들것을 들고 와서, 장월동의 시체를 올려놓고는 차에 올라탔다. 곧이어 검은색 승용차들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마치 방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같은 날, 강릉은 발칵 뒤집히게 됐다. 십여 명의 대 가문의 가주들, 그리고 상속자들이 모두 죽게 되었다. 심지어 한 명도 남김없이 모두 죽음을 당하게 됐다. 최고 부자의 아들인 낙소종마저 호텔에서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강릉 상류
그리하여 장월동은 결국 삼절진의 비법을 흔쾌히 공유하기로 마음먹었다. 삼절진이야말로 한지훈을 망설이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한지훈은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어디 있는데?”그러자 장월동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속옷 안에 있어! 내가 속옷 위에 꿰매어 놨거든.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어!”장월동은 직접 건네고 싶었지만, 두 어깨가 이미 부서진 상황이라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이내 한지훈이 손을 뻗어 장월동의 옷을 찢고 그의 속옷까지 찢었다. 그의 말대로 속옷 안에는 흰 비단 한 장이 꿰매어져 있었고, 그 위에는 오래된 문자로 삼절진에 대한 설명이 빽빽이 쓰여 있었다. 한지훈은 잠시 훑어보고는 그 내용들을 곧바로 마음속에 아로새겼다. “한지훈! 이제 날 풀어줄 수 있지?”장월동은 고개를 들어 긴장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한지훈의 표정은 조금도 미동이 없었다. “그래도 너를 이렇게 풀어줄 수는 없을 것 같아. 미안하지만 넌 그냥 죽어줘야겠어!”한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뭐라고?”그 말을 들은 장월동은 벌컥 화를 냈다. 원하는 걸 내주면 날 풀어주기로 했잖아?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건데? “한지훈, 너 이렇게 뻔뻔하게 말을 바꿀 수가 있어!”장월동은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뭐라고? 난 너랑 뭔 약속 같은 건 안 한 것 같은데?”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장월동을 바라보았다. 젠장! 잔뜩 격분한 장월동은 하마터면 이를 깨뜨릴 뻔했다. 방금 마음이 너무나도 급했던 그는 한지훈이 약속을 하기도 전에 삼절진을 넘긴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하더라도 이미 늦었다. “한...”장월동이 입을 떼기도 전에, 오릉군 가시가 차가운 빛을 반짝이며 장월동을 향해 찔렀다. “푸!”그렇게 오릉군 가시는 아예 그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장월동의 미간을 뚫어 아예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푸!”이내 장월동의 몸은 힘없이 쓰러졌고, 그는 죽는 순간까지도
사실 장월동 그조차도, 천산 장 씨 집안을 떠난 후 현재의 절진이 뜻밖에도 이렇게나 큰 위력을 지니고 있을 줄은 몰랐다. 과거 그가 천산에 있을 당시, 역시나 천절진을 사용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 위력은 매우 약했었다. 그러나 눈부신 전광과 굉음과 함께 한지훈을 덮치기 시작하는 토네이도의 모습에, 장월동은 이미 한지훈의 죽음을 확신했다. “쏴!”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하늘의 별들이 빛을 번쩍이더니 한지훈이 오릉군 가시를 던지자 한줄기 유광이 토네이도의 중심으로 날려갔다. “찢어!”이내 한지훈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한 줄기 유광이 오릉군 가시로 몰리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오릉군 가시는 순식간에 토네이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쾅! 얼마 지나지 않아,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토네이도 속에서는 잇달아 비명이 들려왔다. 순식간에 토네이도는 육안으로 보아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약화되었다. 장월동은 눈앞의 이 장면이 믿기지가 않았고, 그가 멍하고 있는 틈을 타 오릉군 가시는 날카롭게 곧장 그를 향해 날려갔다. 쿵! 이번만큼은 장월동의 몸 앞을 가로막고 있던 푸른 광막은 쉽게 뚫리게 됐고, 오릉군 가시는 바로 그의 왼쪽 어깨를 뚫었다. “푸!”이내 한 줄기 핏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장월동의 몸은 다시 한번 거꾸로 날아갔다.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장월동은 땅에 힘없이 떨어지게 됐고,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그는 거의 질식할 것 같았다. 어려서부터 곱게 자라온 그는 한 번도 이렇게 큰 부상을 입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왼쪽 어깨 전체가 거의 부서진 상황이었다. 장월동이 땅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손으로 그의 또 다른 어깨를 꽉 잡았다. “철컥!” 무서운 소리와 함께, 장월동의 또 다른 한쪽 어깨도 깨져버렸다. “아악!”너무 아픈 나머지 장월동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쇼크 할 뻔하여, 몸을 끊임없이 벌벌 떨기도 했다. “한... 한지훈, 살려줘! 나... 나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