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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Author: 봄가을
김정호는 어찌 된 영문인지도 모른 채 교진산의 부하들에 의해 쫓겨났다.

전화 한 통에 교진산이 이토록 이상해지다니…… 김정호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 이마에 식은땀이 나기까지 했다.

그는 그 전화 한 통이 한지훈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김정호는 인맥이 꽤 있는 편이라 이미 한지훈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의 구체적인 정보는 아예 찾을 수가 없었다.

이것이 바로 김정호가 이곳에 온 이유다.

“가자! 빨리 데려다줘!”

심상치 않은 기운에 김정호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느꼈고 빨리 자신의 형에게 이 일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김씨 가문이 상대하기에도 한지훈은 절대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김정호가 도로에 진입했을 때 주위에 4대 녹색 지프차가 나타나 거칠게 그들을 막아섰다.

끼익!

급정거로 인한 괴성이 온 거리에 울려 퍼졌고 김정호의 자동차는 지면에 긴 검은색 타이어 자국을 남겼으며 타이어에서는 흰 연기나 뿜어져 나왔다.

“무슨 일이야?”

뒷좌석에 앉아있던 김정호는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는지 소리쳤다.

앞좌석 부하가 내려서 상황을 살피려는 찰나, 차 문은 밖에서 벌컥 열렸다.

검은색 중산복을 입은 특수요원들이 직접 차량 통제에 나섰다.

몇몇은 총을 김정호의 머리통에 겨누더니 차갑게 말했다.

“김정호! 당신은 지금부터 외부와 아무런 연락도 할 수 없어! 압류되었다고!”

김정호는 너무 화가 나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

“아주 제멋대로네? 죽고 싶어 환장했어? 내가 누군지 알고 까부는 거야? 나 김정호야! S시 김씨 가문이라고, 내가! 누가 시켰는지 당장 말해! 어디 낯짝이나 보자!”

“나야!”

갑자기 사람들 속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민학이 뒷짐을 지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자기 군복과 모자를 고쳐 쓰더니 말했다.

“김정호, 오랜만이야! 별일 없지?”

“뭐 하자는 겁니까? 나한테 감히 뭐 하는 짓이냔 말입니다!”

김정호의 얼굴빛은 잿빛이 되어버렸다. 한민학이 S시 총사령관이고 본인보다 상급자인 건 엄연한 사실이지만 그를 압류할 것까지는 없지 않은가?

그의 얼굴을 보더니 한민학은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김씨 가문이 뭘 잘못했는지 아직도 모르는 눈치군? 끌고 가!”

한민학는 김정호에게 험한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끌고 갈 것을 명령했다.

욕설을 마구 퍼부어 대는 김정호를 한민학은 투명 인간 취급했다.

한민학의 부하가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한민학은 푸른 구름을 잠시 감상하고는 부하의 어깨를 툭 치며 웃더니 말했다.

“당연히 처리하고 해산해야지. 다들 요 며칠 쉬라고 해. 일을 했으면 휴식도 있어야지? 남은 일은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럼…… 네!”

김씨 가문 저택.

거실에 서 있는 김정필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아직도 연락이 안 돼?”

김정필의 곁에는 김씨 가문의 핵심 일꾼들이 그의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부하가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아직 연락이 안 됩니다. 아마 무슨 일이 생기신 듯합니다. 사람을 보내 상황을 알아보는 게 어떨까요?”

김정필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침울해진 얼굴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됐어. 원래 계획대로 진행해! 일주일 뒤에 한번 두고 보자고! 한지훈이 어떤 그릇인지 한번 봐야겠어. 감히 김씨 가문을 건드리다니!”

김씨 가문과 한지훈은 이미 둘도 없는 원수가 되어버렸다.

한지훈은 강우연을 안전하게 낭월 산장으로 데려다줬고 강우연은 방안에 틀어박혀 누구도 만나려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문 앞에서 지키고 있는 한지훈의 표정에는 웃음기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강우연에게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우연아, 믿어줘. 오늘처럼 무릎 꿇고 네가 돌아오길 빌 거야! 이건 내가 약속할게!’

용일이 흥분된 표정으로 달려와 말했다.

“사령관님,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드래곤 궁 사람들 모두 S시에 도착했습니다! 사대용존도 사령관님의 분부에 따라 대기하고 있습니다. 명령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한지훈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김태우는 어쩌고 있어?”

용일은 시답잖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사령관님 분부대로 매일 최고의 치료를 해주고 나서 뼈를 깎는 고통을 맛보게 하고 있습니다. 죽기 엄청나게 겁내는 놈입니다.”

용일은 목숨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서슴지 않는 이런 인간쓰레기들을 혐오했다.

패기도 없이 대장부가 할 일이 아니라고 여겼다.

“좋아. 일주일 뒤에 내가 직접 김씨 가문 저택에 김태우를 데려갈 거야!”

한지훈의 말투에는 하늘을 뚫을 듯한 사나운 기운이 느껴졌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동안 한지훈이 매일 하는 일이라곤 강우연과 고운이 곁을 지켜주는 것이었다.

그들은 5년 만에 재회한 만큼 할 말이 많았지만, 기회가 부족했고 특히 강우연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한지훈과의 대화도 적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강우연은 한지훈을 미워도 했지만, 한시도 그를 잊어본 적이 없었기에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의지할 데 하나 없고 절망감이 느껴질 때 그녀는 한지훈이 나타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거듭되는 실망으로 강우연은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가 가장 무기력하고 절망에 빠진 시각에 한지훈이 나타났다.

한지훈은 강우연의 5년이라는 암흑의 시간 뒤 한 줄기 빛처럼 그녀의 전부와 미래를 밝게 비춰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한지훈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여전히 알지 못했다.

침실에서 강우연은 세심하게 고운이를 돌봤다.

세 명의 의사가 정성껏 치료해 준 덕에 고운이는 아주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뼈가 부러진 고통은 치료하는 데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 순간, 고운이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한지훈이 사 온 토끼 인형을 품에 안고 말했다.

“와! 이건 아빠가 고운이한테 사준 첫 번째 선물이야. 헤헤……”

고운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던 한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고운이가 좋아하면 아빠가 매일매일 사줄게.”

강우연이 조금은 못마땅한 듯 말했다.

“그렇게 무작정 예뻐하면 애 버릇 나빠져요.”

한지훈은 그런 강우연을 바라보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 딸이야. 내 마음이지.”

고운이가 강우연에게 혀를 내밀더니 말했다.

“아빠는 고운이를 좋아해. 고운이도 아빠 좋아! 엄마 미워. 고운이 엄마 안 사랑해!”

고운이는 한지훈의 품에 쏙 안기더니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강우연은 당연히 고운이가 하는 말이 순진한 농담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고운이의 두 손을 자기 눈에 올려놓고는 우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엄마 운다. 엄마 필요 없어? 이제 며칠이라고……”

강우연은 우는 척을 그만두고 고운이를 간지럽히며 장난을 쳤다.

깔깔깔……

고운이의 웃음소리는 참 해맑았고 세 식구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밖에 있던 부하들도 이 행복한 장면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고운이의 갑작스러운 말 한마디에 침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엄마, 고운이 언제 아빠 얼굴 볼 수 있어? 왜 고운이 눈앞은 까매……”

네 살 난 고운이는 커다란 침대에 앉아 있었고 분홍색 공주 잠옷을 입고 있었으며 피가 묻은 거즈로 두 눈을 휘감고 있었다.

고운이는 실명했고 회복할 가능성은 아주 낮았다.

의사들이 백방으로 치료 방법을 찾았지만 가장 적합하고 성공률이 높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한지훈은 고운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고운이 무서워하지 마. 아빠가 있잖아. 의사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잘 치료하면 아빠 볼 수 있어.”

고운이는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응…… 고운이 말 잘 들을게.”

고운이는 영원히 앞을 볼 수도, 아빠를 볼 수도 없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강우연은 도저히 이토록 잔혹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창가에 가서 고운이가 들을세라 눈물을 삼켰다.

고운이는 그녀의 딸이자 전부였다……

한지훈은 강우연의 떨리는 어깨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운이가 잃은 거 김씨 가문에 가서 다 가져올 거야!”

그러고는 차가운 얼굴로 침실을 떠났고 그의 부하들도 진작에 웃음기 가신 얼굴로 대기하고 있었다.

용일은 끓어오르는 화를 애써 참으며 말했다.

“사령관님, 출발하시죠!”

“그래!”

그 순간, 그는 마치 거대한 용과도 같았고 살벌한 기운이 하늘을 찔렀으며 모든 것이 준비돼 있었다.

밖에는 세 대 지프차가 있었는데 그중의 한 대에는 피투성이의 김태우가 타고 있었다.

요 며칠 그는 세상의 고통이란 고통은 다 맛보았고 초췌하기 그지없었으며 죽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정도였다.

한지훈은 지프차에 앉아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출발!”

쾅!

지프차가 굉음을 내며 김씨 가문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김씨 가문, 내가 왔다. 죽을 준비 됐나?’

이와 동시에 30만 북양군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행진했고 진령을 넘어 벌써 S시 5리 밖에 도달했다.

그들의 모습은 카키색 바다를 방불케 했고 기세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는 용국의 불패 군사였고 용국이라는 나라의 근본이었다.

그들의 살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고 백만대군을 방불케 하는 기세였다.

“돌격!”

갑자기 30만 북양군이 군령을 받고 출발했고 해일 같은 기세가 천지를 휩쓴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차가운 칼자루처럼 하늘 아래 우뚝 서 있었다.

S시는 각 부문의 협조하에 봉쇄되어 거리가 텅 비어 있었다.

삼십분도 채 되지 않아 30만 북양군이 S시를 가득 메웠고 그들의 동작은 놀랍도록 정갈했다.

그곳 시민들은 연락을 받고 집에 머물렀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

군대의 자태와 기세는 8급 대지진을 방불케 했다.

그 카키색 물결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거리는 텅 비었고 고속기차며 공항도 운행을 멈췄다.

그들은 비장한 각오로 김씨 가문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 시각, 김씨 가문 저택.

장엄하고 으리으리한 저택에는 핵심 일꾼들이 모두 현관에 앉아 있었고 김정필은 차가운 눈빛으로 문 앞을 주시하고 있었다.

우르릉!

천둥, 번개가 온 도시를 삼켰고 큰비가 S시를 뒤덮었다.

김씨 가문 저택은 빗물에 잠겨 창연하고 스산해 보였고 빗소리는 따닥따닥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오늘은 김씨 가문과 한지훈의 생사 결단의 날이었다!

김정필이 부하들한테 물었다.

“오늘 한지훈이 쳐들어올 것 같으냐?”

그러자 한 부하가 조롱하듯 말했다.

“허허. 한씨 가문 쓰레기가 무슨 자금으로 김 씨 가문한테 도전장을 내민단 말입니까?”

또 다른 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김 씨 가문한텐 껌이죠.”

“감히 김씨 가문 도련님을 데려가다니. 한지훈 그놈을 갈기갈기 찢어놔야 합니다.”

“하하하! 한지훈이 감히 여기까지 온다면 본때를 보여 줄 겁니다. S시 사람들 보는 앞에서 김 씨가문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톡톡히 보여줄 거라고요!”

그런 부하들의 말을 듣고 김정필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좋아! 오늘 한지훈을 이용해 우리 세력과 집안을 보여줘야겠어.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라는 걸 똑똑히 보여주겠어!”

탁! 탁! 탁!

김씨 가문 저택 대문에서 들려오는 빗속의 발걸음 소리가 예리하고 매섭게 들려왔다.

김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그 소리에 숨을 죽였다.

음산한 그림자가 천천히 나타났고 살벌한 기운이 주위의 모든 것들을 삼켜버릴 듯했다.

땅을 가르는 듯한 천둥소리가 온 저택에 울려 퍼졌다.

“나, 한지훈. 약속대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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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순간, 김정필은 겁이 나서 몸을 덜덜 떨고 있었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한지훈을 보며 우물쭈물 물었다.“당신… 당신 도대체 누구야? 당신한테 어떻게 청색 무늬 드래곤 전포가 있을 수 있지?”김정필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공포와 두려움이 느껴지기 시작했으며 자신이 S 도시 김 씨 가문의 가주라는 사실과 오늘 그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의 곁에는 김 씨 가문의 고수들이 수천 명이나 모여 있었고 열 명이나 넘는 블러드 킬러들까지 지켰지만 전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시종일관 강우연을 품에 꼭 안은 한지훈은 두 눈에서 분노가 홍수 마냥 쏟아져 나왔고 그의 곁에 나타난 세 명의 명의는 강우연의 처참한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보스, 사모님은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곽 명의의 말에 한지훈은 눈빛이 반짝거리더니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재빨리 강우연을 세 명의 명의에게 맡겼다.부하들의 호송 하에 안전하게 떠나는 강우연과 세 명의를 보며 그제야 안심한 한지훈이 다시 시선을 김정필에게 돌려 싸늘하게 물었다.“내가 누구냐고? 허허, 난 단지 네가 한없이 만만하게 여기던 건방진 녀석이고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강우연의 남편이자 한고운의 아빠야! 김정필! 넌 내가 평생 목숨 걸고 지키고 싶은 여자를 하마터면 죽일 뻔했어. 네가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는 잘 알고 있겠지? 내 가여운 딸은 네놈의 아들 때문에 두 눈이 실명을 했는데 내가 김 씨 가문을 쉽게 용서하고 네놈을 가만둘 거라고 생각해?”한지훈의 말에 김정필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한지훈은 자신의 진짜 신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눈치가 빠른 김정필은 삼천 명의 드래곤 궁 강자들에게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기운과 한지훈 뒤를 지키고 있는 여덟 명의 부하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소문난 네 명의 드래곤 헌터들을 통해 한지훈은 그들이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무서운 존재일 것이라는 알아차렸다!어마어마한 힘을 지닌 레전드 인물들이 한지훈에게 저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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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김 씨 가문의 가주가 한지훈 앞에 한 마리의 개처럼 무릎을 꿇고 연신 살려달라고 애걸하고 있다니!바로 이때, 한지훈이 발로 김정필을 뻥 차서 수십 미터 밖으로 던져버렸고 김정필은 그대로 천지 동정의 거치대에 강하게 부딪치고 말았으며 극심한 고통과 함께 순식간에 피를 토했다.하지만 김정필은 감히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바닥에 엎드려 몸을 덜덜 떨면서 한지훈만 쳐다보았고 한지훈은 천천히 김정필에게 다가가 고고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다가 허리에서 칼을 꺼내 그에게 던졌다.“두 가지 선택이 있어. 첫 번째, 이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김 씨 가문도 S 도시에서 영원히 제명된다. 두 번째, 나에게 도전장을 내밀면 내가 보기 좋게 죽여줄게!”김정필은 한지훈의 말에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힘겹게 손을 뻗어 바닥에 버려진 칼을 꽉 잡은 뒤, 외마디 비명과 함께 한지훈을 향해 칼을 휘두르면서 광기 넘친 표정으로 호탕하게 웃었다.“한지훈! 이건 네가 죽으려고 환장한 거야! 아악!”하지만 다음 순간, 한지훈이 손을 들자 청색 무늬 드래곤 전포가 밝게 반짝이더니 그 손으로 김정필의 목을 꽉 조였고 김정필은 순식간에 두 눈이 밖으로 튀어나왔으며 머리는 한쪽으로 기운 채, 그대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그리고 나서 한지훈이 손을 쓱 내뻗자 김정필의 시체는 동정 속에 빠졌고 그의 몸에서 흐르고 있던 핏물은 동정 속에 있던 빗물과 섞여 빨갛게 물들어 버렸으며 이내 김정필의 시체가 물 위로 떠올랐다.목숨을 잃던 순간, 하늘을 바라보던 김정필의 시선은 점점 흐릿하다가 이내 까맣게 변해버렸다.결국 S 도시를 주름잡던 시대의 레전드 인물인 김정필은 이렇게 S 도시에서 제명되고 말았고 남은 김 씨 가문 사람들은 반항은 꿈도 못 꾼 채, 빗속에서 무릎을 꿇고 울면서 애걸했다.“살려주세요! 이 모든 건 김정필 부자의 잘못입니다! 저희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저희는 억울합니다!”그들의 말에 한지훈은 코웃음을 치면서 그들을 빤히 쳐다보았다.“억울? 당신네 김 씨

  • 용왕사위   제21화

    “그게… 한지훈 씨, 우 씨 가문은 Y 도시에서 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우 씨 가문의 세력이 Y 도시에서 뿌리가 깊기 때문에 함부로 건드렸다가 큰 화를 불러올 겁니다! 한지훈 씨가 우 씨 가문을 상대로 손을 쓰면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건드리게 되는 셈입니다! 가문 세력들 사이의 관계가 너무 복잡하기에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송호문은 말을 하면서도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조금 전에 우 씨 가문을 상대로 손을 쓰겠다는 한지훈의 말에 송호문은 겁이 나고 걱정부터 앞섰다. 현존하고 있는 가문들의 파워와 세력 그리고 그들의 인맥은 한두 마디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만약 충돌이 생기게 되면 더욱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 뻔했다!전투 구역은 절대적인 힘을 기반으로 하지만 상업계와 정치계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서로서로가 연결되어 있었다.송호문의 말에 한지훈은 그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송 총사령관님의 호의는 잘 알겠습니다. 저한테 다 생각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말을 끝낸 한지훈은 그대로 돌아서서 떠났고 그의 뒤를 따르던 드래곤 궁의 삼천 강자들과 8대 드래곤 장군, 그리고 4대 드래곤 헌터도 송호문이 보는 앞에서 김 씨 가문 저택을 떠났으며 아무도 감히 막는 사람이 없었다.송호문 등 사람들은 김 씨 가문 저택에 서서 한지훈 일행이 완전히 사라지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너무 살 떨리고 두려운 존재였다! 저게 바로 파이터 보스의 아우라인가? 저 사람이 바로 30만 파이터를 통치하는 파이터 킹인가? 저런 사람이 바로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다!“송 총사령관님, 김 씨 가문 사람들은 어떻게 처리할까요?”제복을 입은 남자가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고 송호문은 넓은 김 씨 가문 저택을 쓱 훑어보았으며 전에 한없이 건방지던 김 씨 가문 사람들은 너도나도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전부 끌고 가서 조사해!”송호문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는 예전부터 김 씨 가문을 처리

  • 용왕사위   제22화

    한지훈이 안방에 들어섰을 때 강우연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 한지훈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서서히 다가가 창백한 얼굴로 눈을 꼭 감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강우연을 쳐다보았다.“왜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한 거야? 왜 거기에 나타난 거야?”한지훈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침대 끝에 주저앉아 얼음장 마냥 차가운 강우연의 손을 꼭 잡았으며 그제야 그녀의 허약한 맥박이 느껴졌다.바보 같은 이 여자가 한지훈을 위해 목숨까지 걸었는데 한지훈이 어찌 이 여자를 지키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지훈 씨, 얼른 도망가요! 얼른 가요! 고운아… 우리 딸… 악! 안 돼! 안 돼… 지훈 씨, 언제 돌아오시는 건가요… 저 너무 힘들어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거 같아요…”눈을 꼭 감은 강우연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총알을 두 발이나 맞은 그녀가 걱정하고 신경 쓰는 건 여전히 한지훈과 한고운이었다! 이 순간, 한지훈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얼굴을 강우연의 손에 묻은 채, 가볍게 손에 입을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강우연, 이제부터 아무도 너를 건드리지 못하게 할 거야! 네가 원하는 건 내가 다 이뤄줄게. 네가 이 세상을 원한다고 하면 내가 이 세상을 네 앞에 가져다줄게.”한지훈은 그렇게 강우연의 곁을 밤새 지켰다. 5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눈앞의 이 여자를 자세히 본 적이 없었으며 처음 그녀를 마주쳤던 건, 한지훈이 평생 잊을 수 없는 그 결혼식 때였다.길 씨 가문의 공주인 길시아는 한지훈이 열여덟 살 때 가장 사랑하는 여자였으며 그녀를 위해서라면 한지훈은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었다!그때 당시 길시아와 한지훈은 S 도시 전체가 인정하는 선남선녀였으며 두 사람은 한 몸처럼 모든 장소에 함께 나타나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한지훈이 그토록 사랑하고 평생 함께 하고 싶었던 그 여자는 두 사람만의 세기 결혼식에서 4대 가문과 손을 잡고 한 씨 가문을 벼랑 끝에 몰아세웠고 그로 인해 한지훈의 부모님은 한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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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왕사위   제2530화

    단해룡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수십 명의 천왕계 고수들이 일제히 검을 뽑았다.단해룡을 중심으로 한 무리는 더 이상 강우연과 말다툼을 벌이지 않았고, 행동으로 강우연에게 한씨 가문이 반드시 멸할 것이라고 알렸다! “너희들…… 정말 내 스승님이 돌아오시는 게 두렵지 않다는 말이냐?!”천검종의 한 제자가 급히 앞으로 나서서 강우연을 가로막으며 창백한 얼굴로 외쳤다.도청전인은 이제 단해룡과 무리를 견제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단해룡 일당에게 있어 초천서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도청전인은 대화조차 나눌 자격이 없는 존재였다.“네가 말하는 게 도청전인이냐?! 그가 내 앞에 선다 해도, 감히 나를 반하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냐?!”단해룡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말과 함께, 단해룡의 몸이 번개처럼 움직이며 순식간에 강우연을 향해 돌진했다.“멈춰라!”단해룡이 강우연으로부터 다섯 걸음도 채 떨어지지 않았을 때, 무리 뒤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사람들은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고, 그곳에는 도포를 두른 한 노인이 있었다.백발이 바람에 휘날리며, 선인과 같은 풍모를 자아내며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였다.“도청전인?!”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놀라서 소리쳤다.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도청전인이 강우연을 위해 직접 나설 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하지만 문제는, 과연 단 한 명의 도청전인이 단해룡을 포함한 수십 명의 고수들을 상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모두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였고, 도청전인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혼자서 이 모든 적을 상대할 수는 없을 터였다.“도청전인, 나는 불필요한 살생을 원치 않는다. 천검종과 한씨 가문은 본래 아무런 연관도 없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강우연과 초천서의 자식들을 위해 이 많은 무림인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냐?”단해룡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도청전인은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빠르게 강우연에게 다가갔다. 그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예를 갖춘 채 말했다.“노비가 늦게

  • 용왕사위   제2529화

    그때가 되면 누가 국왕의 자리에 오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단해룡은 이렇게 거리낌 없이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단해룡! 감히 국왕 폐하를 무시하다니, 네 놈은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이순풍이 분노를 터뜨리며 손을 들어 단해룡의 가슴을 향해 공격했고, 사성 천왕계의 강대한 힘으로 주변 공기가 요동치며 거대한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 그 기세는 단해룡을 단숨에 제압할 듯했지만, 이순풍의 손바닥이 단해룡에게 닿기 불과 세 치 거리에서 단해룡이 주먹을 내질렀다! 그 주먹에는 강력한 진법의 위력이 담겨 있었다.이순풍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그가 채 손을 떼기도 전에, 단해룡의 주먹이 이미 그의 가슴에 명중했다!“푸욱!”이순풍은 즉시 피를 토하며 공중으로 튕겨 나갔고, 그의 몸은 무려 7~8미터가 날아가 거대한 고목을 들이받고서야 땅에 나뒹굴었다.“이 장로님!”대장로는 재빨리 앞으로 달려가 쓰러진 이순풍을 부축했다.“이 장로님, 괜찮으십니까? 상처가 깊습니까?”이순풍은 이미 숨이 가빠져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는 힘겹게 손가락을 들어 단해룡을 가리켰지만 단 한 마디도 내뱉을 수 없었다.“흥! 난 이미 경고했다. 당신 따위는 감히 나와 싸울 자격조차 없다고!”그는 거만하게 고개를 젖히고 큰소리로 웃었다.“단해룡! 감히 종묘의 장로를 해치다니, 그 대가가 얼마나 클지 알고나 있느냐!”대장로는 이를 악물며 쏘아붙였다. 그러나 단해룡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흥, 아직도 이해를 못 한 것 같군. 그 계약이 폐기되는 순간, 세상은 완전히 뒤바뀔 것이다!”“그때가 되면 무력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가 올 텐데, 너희 같은 종묘나 무종 장로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그리고 한 가지 확실히 말해주지, 그날은 멀지 않았다!”이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정신이 번쩍 들었다.무종과 명산들은 그동안 산속에 틀어박혀 세속과 단절된 삶을 살아야 했었기에, 그들에게 있어서 이 말은 마치 구원의 빛과도 같았다.

  • 용왕사위   제2528화

    용국을 배반한다니?!이순풍의 흰 눈썹이 살짝 꿈틀거리더니, 차가운 시선으로 단해룡을 바라보았다.“용국을 배반한다고? 단 맹주, 자네 간이 참으로 크구려!”말이 끝나자마자, 이순풍은 사성 천왕계 강자의 기운을 뿜어내며 단해룡을 응시했다.무종의 대장로 또한 손에 든 지팡이를 힘껏 쥐며, 차디찬 눈빛으로 단해룡을 주시했다.'배반'이라는 단어는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대역죄다.단해룡이 어떤 신분이든, 이 말을 내뱉는 순간 곧바로 역적이 되는 것이며, 역적이라면 누구든 죽여 마땅했다!“흥! 겨우 사성 천왕계 따위가 감히 내 앞에서 거들먹거리는 거요?!”단해룡은 이순풍을 전혀 눈에 두지 않았다.종묘 장로가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어도, 그들의 권위는 단해룡 같은 무종 강자 앞에서는 무의미했다.무종에서 통하는 것은 오직 주먹뿐이며, 힘이 곧 정의였다! “쾅!”단해룡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거센 돌풍이 평지를 휩쓸었다.이때 하늘엔 먹구름이 몰려들며 대낮의 태양마저 어둠 속에 가려졌다.곧이어 하늘에서 천둥이 울려 퍼지더니, 맑았던 하늘에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비록 아직 싸움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미 승부는 갈린 것이나 다름없었다.두 사람은 비록 서로 손을 대지 않았지만, 이미 우열을 가리기에는 충분했다. 단해룡이 아무렇지도 않게 진법을 펼쳐, 기후마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이순풍과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 드러나는 것이었다!“이 씨 어르신, 어찌 생각하오?”단해룡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얼굴이 굳어진 이순풍을 보고 비웃듯 말했다.“자네는 아직도 내가 예전과 같은 경지일 거라 생각한 거요?”“지난 수십 년간, 나는 단 하루도 단련을 멈춘 적이 없소. 비록 옛날에 내가 자네에게 한 수 밀렸던 적이 있긴 했지. 하지만 지금 자네는 나와 싸울 자격조차 없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오!”쿠궁!단해룡의 이 말은 그야말로 극도로 거만했다!종묘 장로조차 자신과 싸울 자격이 없다는 듯이 내뱉다니!이순풍의 호흡이 한층 거칠어졌다.강우

  • 용왕사위   제2527화

    한지훈의 아이들도 반드시 죽어야 한다!이곳에 모인 자들은 애초부터 강우연과 말로 해결할 생각이 없었고, 그들의 신분만으로도 강우연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바로 그때, 검은색 SUV 한 대가 달려와 한지훈의 저택 정문 앞에서 멈춰 섰다.문이 열리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차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는 바로 무종의 대장로였다! “이 많은 인원이 모여서 고아와 과부를 괴롭히려 하다니, 너무한 것 아닌가? 더구나 한지훈의 시신이 아직도 식지도 않았거늘, 국왕 폐하의 조명이 내려진 상태에서 국부인인 강우연을 감히 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대장로는 지팡이를 짚고 서서 묵직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동시에, 반대편 차 문이 열리며 종묘의 한 장로도 차에서 나와 단해룡 무리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무종이든 무맹이든, 국가의 법도를 따를 줄 알아야 할 것이다!”“혹시, 자네들은 천성종의 사례를 잊은 것이냐? 설마 국왕 폐하께서 다시 한번 천성종의 비극을 자네들에게도 반복하게 만들지 않을 거라 믿는 게야?!”종묘 장로가 뒷짐을 진 채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응시했다. 천선종은 30년 전에 국가의 대군에 의해 멸망한 무종의 종문이었다. 그 당시 천성종의 한 제자가 사소한 자존심 싸움 끝에 한 도위소병을 살해했고, 무종 제자의 신분인 그는 조정이 이 일을 그냥 넘길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뜻밖에도 국왕은 즉시 명을 내려 두 개의 야전 군단을 출동시켜 천성종을 포위했고, 살인자를 넘기지 않으면, 천성종을 평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당시 천성종의 문주는 무종의 고위층 및 무맹 맹주와 친분이 있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조정의 행동이 그저 경고일 뿐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다음날, 두 전투 군단은 만 개 이상의 포를 동시에 쏘아 올리며 심지어 공군까지 동원했다. 무종의 제자들이 강하다고 한들, 이런 급이 다른 공격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당시 국왕은 작전부에 포탄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 용왕사위   제2526화

    “부인, 큰일 났습니다! 문밖에 수십 명의 고수가 몰려왔습니다. 게다가 천검종 제자들 중 상당수가 중상을 입었고, 상대측에서 십 분 안에 나오지 않으면 강제로 쳐들어오겠다고 선언했습니다!”한 천검종 제자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강우연 앞으로 달려와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뭐라고?!강우연은 최근 며칠 동안 벌어진 일들이 분명 배후에서 조종하는 자가 있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무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한지훈이 사라지고 도청전인마저 행방이 묘연한 상황에서, 강우연의 현재 실력으로는 이 많은 고수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하지만, 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강우연은 설령 싸워서 이길 수 없더라도 정면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물러나 있어라. 내가 직접 나가 보겠다!”강우연은 단호히 말한 뒤, 간단히 몸을 정리하고 검복으로 갈아입은 뒤 저택을 나섰다. “여러분, 제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토록 몰려와 죄를 묻는 것이죠?”단해룡 등 무리를 마주해도 그녀는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네 따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릴 자격이 있단 말이냐? 사실대로 말해 주지. 오늘 우리가 온 이유는 단 하나! 바로 한지훈이 남긴 빚을 갚으러 온 것이다!”단해룡이 뒷짐을 진 채 험상궂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원상호도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한지훈이 우리 원씨 가문 사람들을 그렇게 많이 죽였는데, 어쨌든 우리에게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해명?!강우연은 이를 악물고 싸늘하게 말했다. “어떤 해명을 말하는 거지?”“흥! 한지훈이 저지른 죄악을 말하자면 끝이 없지. 하지만 우리 원씨 가문은 원래 도리를 중시하는 집안이다. 한지훈이 우리 원씨 가문의 두 어르신을 죽였으니, 그 대가는 당연히 치러야겠지!”“목숨은 목숨으로 되갚는 것이야말로 가장 공정한 처사다! 그렇지 않습니까?”원상호가 말하며 뒤쪽에 서 있는 무리들을 돌아보았다.“옳소! 살인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는 법!”“그래! 한 목

  • 용왕사위   제2525화

    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도청전인?”국왕은 지금까지 도청전인을 만나본 적이 없었고, 그가 누구인지도 몰랐다.하지만 한지훈이 추천한 인물이라면 믿을 만했다.“그럼 짐이 그에게 관직을 하사하여, 나라를 위해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겠는가?”국왕이 신중하게 묻자, 한지훈은 손을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용국이 위기에 처하면 그가 스스로 나설 것입니다. 그는 무종 사람으로 자유로운 삶에 익숙합니다. 오히려 관직을 주면 그에게 부담이 될 것입니다.”“제가 그를 국왕께 추천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부터 저는 공개적인 장소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오륙으로 떠나기 전까지, 적어도 제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아야 합니다.”국왕은 이 말을 듣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한지훈, 그대는 진정 나라의 기둥이로구나! 가장 먼저 찾은 것이 아내와 자식이 아니라 짐이라니! 짐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겠구나!”위기가 해소되자 국왕의 표정도 한층 부드러워졌고,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오직 국왕 폐하의 근심을 덜기 위해 이곳에 온 겁니다. 이제 할 말을 다 했으니, 저는 물러나겠습니다.”한지훈이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국왕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물었다.“한지훈, 이번 곤륜에서의 경험이 상당했을 텐데... 지금의 그대는 어느 경지인가?”잠시 침묵이 흘렀다.“천신입니다!”짧고 날카로운 대답이 밤하늘을 가르며 울려 퍼졌고, 순식간에 한지훈의 모습이 사라졌다.“천신...?!”국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지훈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그의 마음은 한동안 진정되지 않았다.“국왕 폐하, 방금 누군가 다녀갔습니까?”진우가 문을 밀고 꼭대기 층 테라스로 들어오며 말했고,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주변을 살폈다.“그래, 한지훈이었다!”국왕이 담담히 대답했다.“한지훈이라고 하셨습니까?!”진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귀신이나 환영 같은 걸 믿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한지훈은 이미…“쓸데없이 놀라

  • 용왕사위   제2524화

    이 시각, 강중에서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도는 것과 달리, 용경은 한층 더 고요했다.용각에서 국왕은 홀로 천자각 꼭대기에서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지금 한지훈이 부재한 상황에서, 용국은 반드시 그를 대신할 인물을 찾아야만 했다!그러나 유청은 그 기준에 명백히 미치지 못했다.적어도, 실력이나 경지에 있어서 유청은 열국을 위압할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바로 그때, 한 사람의 그림자가 불쑥 내려앉았다!“누구냐!”국왕은 즉시 돌아서며 크게 외쳤고, 동시에 허리에 손을 뻗어 검을 뽑으려 했다.“국왕 폐하, 저입니다.”스윽—!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국왕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한... 한지훈?!그 이름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 국왕은 등줄기를 타고 한기가 훑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너... 너는 사람이냐, 귀신이냐?”국왕은 말을 하며 몇 걸음이나 물러섰고, 정신을 가다듬어 자세히 보니 과연 한지훈이었다!다만, 지금의 한지훈은 이전과는 어딘가 달라 보였고, 그의 분위기 역시 확연히 변화한 듯했다.예전의 한지훈에게서는 절대적인 위엄이 느껴졌다면, 지금의 한지훈은 더욱 깊고 심오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국왕 폐하, 이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하산한 뒤에서야 국상을 알았지만, 다행히 운 좋게도 죽지 않았습니다!”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죽지 않았다니?!”국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눈가에는 감격의 눈물이 맺혔다.“한지훈! 네 녀석... 나를 기절초풍하게 만들 뻔했구나! 네가 정말 죽었다면, 용국은 도대체 어떻게 되었겠느냐!”국왕은 말하며 성큼 다가와 한지훈의 옷깃을 움켜쥐고는 세차게 흔들었다.“하지만, 예 씨 부부는 저로 인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가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두 부부 덕분입니다! 그 부부가 목숨을 걸고 저를 지켜주지 않았다면, 지금 이 수정층 아래에 누워 있는 것은 바로 저였을 것입니다!”한지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래… 예 씨 어르신

  • 용왕사위   제2523화

    황약사가 말을 마치자, 옷자락을 휘날리며 앞마당을 나섰다.일반인들은 황약사가 의술이 뛰어나고 그 실력이 아무도 따라올 수 없다고만 알고 있었다.하지만 극히 일부만이, 황약사가 진정한 천왕계 강자이며 무적천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실력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설령 단해룡이 직접 나선다고 해도, 황약사의 손에서 쉽게 이득을 보지 못할 터였다.황약사의 예상대로, 한지훈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씨 가문이든 단해룡이든 가슴 한편에 약간의 설렘이 부풀어 올랐다. 한지훈이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아내와 자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장씨 가문의 사람들이 괜히 희생된 것도 아니고, 단해룡이 공개적으로 모욕당한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었다.예충기가 살아 있다면 감히 나서지 못했겠지만, 그마저도 곤륜산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젠 아무런 거리낌도 없었다!노 씨 어르신 무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각 문파와 접촉했고, 화산과 항산 역시 이에 호응하며 손을 잡았다. 이제 강우연이 강중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바로 그녀를 찾아가 책임을 묻겠다는 움직임이 퍼졌다!겉보기엔 용국이 평온해 보였지만, 물밑에서는 거센 격류가 휘몰아치고 있었다.사대 가문 중에서도 특히 동방 가문과 원씨 가문이 한지훈과 가장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기에, 이제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가주님, 듣기로는 노 씨 어르신과 무맹이 이미 열 개가 넘는 문파를 규합하여 한씨 가문을 찾아가 응징할 준비를 마쳤다고 합니다. 저희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원상용은 차분한 시선으로 보고한 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말하지 않아도, 우리 원씨 가문의 원한이 그냥 묻힐 수는 없지!”“한지훈, 네가 살아 있을 때 우리 원씨 가문 사람들의 목숨을 수없이 앗아갔다. 이제 네가 죽었으니, 우리가 잔인하다고 탓하지는 말아라!”원상용은 말을 마친 뒤 보고를 한 사람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꺼냈다. “원상호, 네가 원씨 가문을 대표하여 강중으로 가 강우연에게 책임을 물

  • 용왕사위   제2522화

    이때, 약왕파에서 생방송을 지켜보던 장로들이 하나같이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비록 약왕파와 한지훈 사이에는 오래된 원한이 있었으나, 한지훈의 삶은 의롭고 당당하여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하아! 북양왕의 생애가 너무나도 짧았구나. 만약 그에게 10년만 더 주어졌다면, 이처럼 시신조차 찾을 수 없는 최후를 맞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군.”“수만 도에 달하는 고온 속에서라면, 누구라도 수증기로 변해 사라졌을 것이야. 하지만 제릉산에 의관총이라도 마련된 것이 그나마 영광이라 해야겠지.”장로들은 저마다 의견을 나누었다. 그러나 오직 오 장로만은 깊은 눈빛으로 화면을 응시하며 나지막이 말했다.“내 생각엔 며칠 안 가서 무종의 사람들이 우리 문파를 찾아올 거요. 우리 약왕파는 이미 한지훈과 엮여 있었으니, 지금이라도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소?”그의 말에 주변 장로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쏠렸다.“오 장로, 자네가 한지훈에게 당한 게 있다 해도, 그의 시신이 아직 식지도 않은 시점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소!”대장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비록 무종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해도, 최소한의 체면은 지켜야 했다.한지훈이 막 숨을 거둔 상황에서 즉각 손절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건 문파의 명예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터였다.“제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약왕파 전체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단해룡이나 원씨 가문, 동방 가문 같은 세력은 논외로 치더라도, 장씨 가문, 천산, 화산, 항산의 인물들이 한지훈을 가만히 두겠습니까?”“그들 중 어느 누구도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자들입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한지훈을 건드리지 못했던 것은 오직 그가 살아 있었기 때문이며, 더군다나 예충기까지 함께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제가 들은 바에 따르면, 예충기 부부마저도 이번 사태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합니다!”“그리고, 헬기를 통해 촬영된 그들의 시신 사진도 이미 공개되었습니다!”뭐라고?!앉아 있던 장로들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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