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은 덤덤하게 한고운을 안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어린이들 눈에는 순포사도 아저씨야. 맞지 한고운?”한고운은 생각을 하더니 한지훈이 날리는 윙크를 보고 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응.”강우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반나절 후 한고운은 잠이 들었다. 강우연은 한쪽 끝에 앉아 있는 한지훈을 보더니 그한테로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 아까는 제가 너무 충동적이었어요. 당신.... 괜찮죠?”한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강우연을 바라보더니 얼굴을 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난 괜찮아. 난 오히려 당신한테 매일 맞고 싶은걸.”강우연은 한지훈을 힐끗 쳐다보더니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은 입이 참 가벼워요.”그리고 분위기가 갑자기 다운되더니 두 사람 사이엔 대화가 없어졌다.“당신...”“당신...”한순간, 한지훈과 강우연은 같은 타이밍에 당신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한지훈은 웃으면서 강우연을 보면서 말했다.“당신 먼저 말해요.”강우연은 그제야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서 근심 가득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연씨가문의 사건을 당신이 해결할 자신 있어요? 3일 후면 길정우가 군단장으로 취임하는 날이에요. 만약 당신이 아직도 해결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면 빨리 S시를 떠나요...”한지훈은 웃으면서 근심 가득한 강우연의 얼굴을 보더니 물었다.“지금 저를 걱정하는 거예요?”이 얘기를 듣자 강우연은 한지훈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누가 걱정을 해요! 꿈 깨요! 전 그저... 그저 고운이가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 고운이가 당신을 그렇게 따르는데 만약 당신한테 일이 생겨봐요 그럼 고운이는... 엄청 속상해할 거예요. 한지훈씨, 제 말에 동의해 주세요. S시를 떠나요. 그러면 연씨가문도 당신을 대처할 방법이 없을 거예요.”한지훈은 웃더니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한고운을 보며 말했다.“나도 알아요. 걱정 말아요. 모든 것이 다 잘 해결될 거예요.”강우연은 더 말하고 싶었지만,한지훈의
서경희는 군용 지프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의심 가득한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휴, 강학주 저기 군용차를 좀 보세요, 아까 올라탄 사람이 한지훈 아니에요? 그 군용차의 번호판이 용군00001인것 같았어요!”강학주는 고개를 돌려 시야에서 멀어지는 군용차를 보고 말했다.“당신이 잘못 본 것일 거야 가자.”서경희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몇 마디 중얼중얼 거리고는 이 사건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세 사람은 병실에 도착했고 강우연이 한고운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서경희는 차갑게 물었다.“강우연 한지훈은? 왜 너 혼자만 있는 거지?”강우연은 일어서면서 말했다.“엄마, 강지훈 아까 금방 갔어. 개인 사정 때문에 이틀 동안S시를 떴어.”“뭐?! S시를 떠났어? 그것도 이틀이나?!”서경희는 이 얘기를 듣고 순간 화가 나서 다리를 치며 말했다.“강우연, 강우연! 너 바보야? 한지훈 그 상가견이 무슨 개인 사정이 있겠어? 삼일 뒤면 길정우 중장이 군당장으로 취임하는 날인데 한지훈이 이시각에 이틀 동안 S시를 뜬다고? 쟤 지금 너희 모녀 둘을 두고 도망간거야! 이틀은 무슨 이틀,다 핑계야! 내 보기에는 다시는 안 돌아 올거 같아!”서경희의 한마디에 병실 분위기는 순간 조용해졌다.강우연도 멍하니 있다 얼굴에는 의심하는 표정이 스쳤다. 그러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엄마 안 그럴 거야. 난 한지훈을 믿어. 무조건 처리 해야 할 개인 사정이 있어. 처리 다 하면 돌아올 거야. 절때로 나랑 한고운을 버리지 않을 거야.”“아이참! 너 이 고집불통아! 한지훈이 뭐라면 뭐인 거야? 한지훈이 도대체 너한테 무슨 유혹적인 행동을 했기에 이토록 감싸고 도는 거야? 강우연 넌 잊지 마. 5년 전, 한지훈만 아니면 네가 지금 이 모습 일거 같아? 걔만 아니면 일찌감치 부잣집에 들어가 부잣집 부인이 됐어!”서경희는 화가 터졌다.강학주도 얼굴색이 어두워서 물었다.“진짜 이틀 동안 S시를 뜬다고 했니?”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원래 강우연은 한지훈을 믿었지만 서경희의 말
순간 군졸들이 달려들어 강학주와 서경희를 바닥에 제압했다.강우연도 그들의 마수를 피해 가지는 못했다. 그녀는 두 손이 결박된 채, 소파에서 제압당했다.그들은 병상에 있는 고운이조차 거칠게 잡아당겨 포박했다.분노한 강우연이 소리쳤다.“당신들 누구야! 내 딸 풀어줘! 그 아이는 건드리지 말란 말이야!”놀란 고운이가 울음을 터뜨렸다.“엄마, 고운이 너무 무서워! 아저씨들 우리 엄마 풀어주세요. 저희는 죄를 저지르지 않았어요. 아빠는? 엄마, 아빠는 어디 있어?”머리가 산발이 된 서경희도 새된 비명을 질렀다.“악! 당신들 누구야?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야! 사람 살려!”짝!선두에 선 군졸이 서경희의 뺨을 때리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입 다물어! 우린 길정우 중장님의 명령을 받고 당신들을 체포하러 왔어! 이봐, 빨리 이 사람들 끌고 나가!”지시가 떨어지자,군졸들이 서경희 일가를 끌고 병실을 나갔다.정신이 아찔해진 서경희가 소리쳤다.“우연아! 이게 다 너랑 한지훈 때문이야! 이제 어떡해! 우리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서경희는 눈물범벅이 되어서도 안 가겠다고 두 다리로 버텼다.강학주 역시 분노한 눈빛으로 딸을 쏘아보며 소리쳤다.“너희들 때문에 우리까지 피해를 보는구나! 한지훈 이놈은 진작에 알고 도망간 것 같아!”강우연도 혼란스러운 얼굴로 군졸들에 의해 병실에서 끌려 나갔다.그들 일가는 형이 확정된 범죄자들처럼 전부 군졸들에게 이끌려 병원을 나섰다.주변에서 지켜보던 구경꾼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저 사람 강운의 강우연 아니야? 누구한테 밉보였기에 군인들까지 출동해서 끌고 가는 거지?”“몰랐어? 저 여자 남편 한지훈이 길정우 중장 심기를 건드렸잖아. 길시아 결혼식에서도 깽판을 부리고 길시아를 폭행까지 했대! 아마 저 사람들 쉽게 빠져나가기 어려울 거야!”“불쌍하네. 저 어린애는 무슨 죄야? 애한테까지 수갑을 채웠네.”사람들은 작디작은 손에 수갑을 차고 엉엉 울음을 터뜨리는 고운이를 측은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병원을
비굴하게 애원하는 두 모자를 보자 강학주는 화가 치밀었다.“지금 뭣들 하는 거지? 당장 일어나! 창피한 줄도 모르고!”강우연 역시 실망한 표정으로 엄마와 동생을 바라보았다.길시아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풀어줘? 하! 그럴 수는 없지! 난 강운의 모든 사람들을 다 잡아들일 생각이야! 물론 강우연 네가 내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면 네 딸과 부모님은 풀어줄지 고민해 볼게. 어떻게 생각해?”그녀는 오만방자한 자태로 강우연 일가를 내려다보았다.강우연은 울고 있는 고운이를 보자 마음이 아팠다.서경희와 강신이 다급히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강우연! 뭘 고민하고 있어? 당장 무릎 꿇고 시아 씨한테 사과하지 않고! 우린 잡혀가고 싶지 않아! 이 일은 처음부터 너랑 한지훈이 잘못한 거잖아! 우리까지 피해를 보게 하지 마!”서경희와 강신의 압박에 강우연은 눈물을 머금고 긴 한숨을 토해냈다.“나만 꿇으면 내 딸과 부모님은 풀어줄 거지?”길시아가 차갑게 대답했다.“그래.”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강우연은 쓰린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다.“네 말대로 꿇었으니까 내 딸과 내 부모님은 풀어줘. 모든 건 나 혼자 책임질게.”길시아가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강우연, 정말 순진하네. 너 하나 꿇는다고 내가 정말 저 사람들을 풀어줄 줄 알았어? 웃겨!”강우연은 가슴이 철렁해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길시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날 속였어?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길시아는 다가가서 그녀의 뺨을 때리며 말했다.“너한테 그런 말 할 자격 없어! 저 사람들을 전부 끌고 가!”말을 마친 길시아는 먼저 차에 올랐다.군졸들이 달려들어 강우연 일가를 끌고 뒷좌석에 태웠다.쾅!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강우연의 머리가 차 문에 부딪혀 피가 쏟아졌다.그녀는 고집스럽게 몸을 일으키고 고운이를 품에 안으며 군졸들에게 소리쳤다.“우릴 풀어줘! 내 남편은 한민학 군단장의 지인이야! 이한승 회장님도 너희를….”하지만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운
강우연은 온몸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힘겹게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은 어두웠고 높이 달린 작은 창문에서 희미하게 햇살이 비쳐 들어오고 있었다.“고운아!”그녀는 다급히 고운이부터 찾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 고운이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쓰러져 있었다.강우연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달려가서 차가운 바닥에서 고운이를 일으켜 품에 안았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아이의 얼굴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주었다.“고운아, 눈 좀 떠봐. 엄마야. 엄마 여기 있어, 고운아….”눈물이 속절없이 흘러 아이의 뺨에 떨어졌다.고운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녀도 더 이상 살아갈 생각이 없었다.“큭! 엄마… 고운이 머리가 너무 아파….”엄마의 부름을 들은 고운이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힘겹게 눈을 뜨고 신음을 토해냈다. 아이의 목소리는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힘이 없었다.강우연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이의 뺨에 볼을 가져다댔다.“고운아, 엄마 여기 있어. 겁먹지 마. 아빠가 오셔서 우릴 구해주실 거야.”“엄마, 아빠가 정말 우릴 구하러 올까?”고운이가 힘겹게 물었다.“오실 거야! 아빠라면 당연히 오실 거야!”강우연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빠가 우리한테 지켜주신다고 약속했잖아. 아빠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니까 무조건 오실 거야! 고운아, 잠들지 말고 정신 차려야 해. 엄마가 노래 불러줄까?”“응. 좋아.”고운이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두운 창고에서 강우연은 아이를 품에 안고 낮은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어두운 하늘에 반짝이는 뭇별, 반딧불이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네….”“하늘의 별도 눈물을 흘리고 지상의 꽃들이 시들었지만 싸늘한 바람 속에 그대의 목소리가 내 마음을 위로하네….”청아한 목소리가 창문을 너머 바깥까지 전해졌다.굳게 닫혔던 문이 열리고 강렬한 빛이 비쳐 들어오자,강우연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아이를 품에 안은 채, 구석진 곳으로 도망가서 겁에 질린
복부에 심한 타격을 입은 강우연은 정신이 아득해졌다.“내 딸을 풀어줘. 제발 이렇게 빌게. 고운이만 풀어줘….”강우연은 바닥에 엎드린 채 계속해서 애원했다.경호원의 품에 안긴 고운이도 솜 주먹을 마구 휘두르며 경호원의 얼굴에 생채기를 냈다.“나쁜 놈들! 우리 엄마 때리지 마! 우리 아빠가 오면 당신들 전부 죽었어! 엄마!”강우연은 아픈 복부를 움켜잡고 아이를 향해 힘겹게 손을 뻗었다.“고운이 울지 마. 엄마 괜찮아. 괜찮아….”길시아가 다가와서 아이의 뺨을 거칠게 때리며 말했다.“조그만 것이 시끄럽게 하네! 또 소리 지르면 땅에 묻어버릴 거야!”그 말을 들은 고운이가 겁에 질려 울음을 멈추었다.강우연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길시아에게 애원했다.“시아야, 제발. 고운이만 풀어줘. 이렇게 빌게….”길시아는 싸늘한 표정으로 강우연의 얼굴 앞까지 다가가서 기고만장한 자태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풀어줘? 지금 장난해? 내가 왜 너희를 풀어줘야 하지? 살고 싶으면 한지훈 행방부터 불어!”길시아는 깊은 짜증이 몰려왔다.처자식을 버리고 혼자 도망쳐?역시 무능한 겁쟁이 녀석!강우연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예쁜 얼굴은 피와 흙으로 얼룩지고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나도 몰라. 나도 지훈 씨 어디 있는지 정말 모른다고. 시아야, 제발… 고운이만 풀어줘. 우릴 풀어주면 당장 짐 싸서 S시를 떠날게. 평생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게.”짝!길시아가 강우연의 뺨을 때리며 소리쳤다.“몰라? 강우연, 내가 바보인 줄 알아? 처자식이라면 끔뻑 죽는 한지훈이 너희한테까지 행방을 숨겼을 리 없잖아? 그냥은 입을 안 열겠다 그거지?”말을 마친 그녀는 뒤돌아서 경호원에게 눈짓했다. 경호원이 고운이를 높게 들어 올리자 길시아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강우연에게 말했다.“강우연, 기회는 한 번뿐이야. 배 아파 낳은 딸이야, 아니면 한지훈이야? 선택해. 계속 입 다물고 있으면 네 딸은 이대로 추락할 거야!”“아아아… 안 돼! 그러지 마! 시아야!
그리고 이때, 입구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나타났다.“그만!”길정우는 싸늘한 표정으로 다가와서 강우연과 길시아를 번갈아 보았다.길시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불만스럽게 말했다.“오빠, 저들의 응징은 나한테 맡긴다고 하지 않았어?”길정우가 말했다.“약속을 어길 생각은 없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야. 아직 군단장으로 승진하기 전이라고. 이 일로 한민학에게 꼬투리를 잡힐 수는 없잖아!”길시아는 불만스러게 눈을 부릅뜨고 강우연을 쏘아보며 말했다.“운 좋은 줄 알아!”말을 마친 그녀는 찬바람을 쌩쌩 날리며 창고를 나갔다.길정우는 긴장한 기색으로 고운이를 품에 끌어안은 강우연을 보며 말했다.“고민할 시간을 이틀 더 주지. 한지훈의 행방을 불어. 안 그러면 내가 군단장으로 승진하는 날 저녁에 너와 네 딸은 경매품이 되어 해외로 팔려 갈 거야. 무슨 상황인지 이해됐지?”강우연은 입술을 피나게 깨물며 증오에 찬 눈빛으로 길정우를 바라보았다.“길 중장님, 백 번을 물어도 내 대답은 같아요. 난 한지훈 씨의 행방을 모른다고요!”길정후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좋아. 이틀 뒤에도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있는지 보자고.”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려 창고를 빠져나갔다.“고운아, 이제 괜찮아. 엄마 좀 봐봐. 응?”강우연은 긴장한 얼굴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운이의 몸은 이미 불덩이가 되어가고 있었다.아이는 힘겹게 눈을 뜨며 그녀에게 말했다.“엄마, 고운이 머리가 너무 아파. 그리고 피곤해. 아빠는 대체 언제 오는 거야….”강우연은 눈물을 흘리며 아이를 품에 껴안았다.“오실 거야! 아빠가 우릴 지켜준다고 약속했잖아.”그 시각.강우연 일가가 잡혀간 뒤에도 길정우의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길정우의 친위대가 군용 트럭을 끌고 정도현이 있는 태산그룹으로 쳐들어갔다.무장 군인들이 차에서 뛰어내려 회사의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다.지휘자는 소령 출신의 군인이었다. 그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태산그룹의 로비에 들어섰다.“당장 정도현을 이리로
소령은 싸늘한 눈빛으로 정도현에게 다가서더니 다리를 들어 그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정도현이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로비를 지키던 직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태산같이 굳건하던 정도현을 맨발로 쓰러뜨리다니!“난 길정우 중장의 명을 받들어 너희들을 체포하러 왔다! 한 명도 내보내지 말고 전부 잡아!”소장이 싸늘하게 지시를 내렸다.무장 전투 인원들이 달려 들어와 건물 전체를 통제했다.정도현이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한 군졸이 총구를 그의 머리에 겨누었다.정도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오는 소령에게 말했다.“장관,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난 길정우 중장과 충돌을 빚은 적 없습니다. 내 어떤 행동이 길 중장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터놓고 말씀해 주시지요. 제가 친히 선물을 준비해 찾아 뵙고 사죄드리겠습니다.”소령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군화발로 정도현의 머리를 힘껏 짓밟았다.순간 바닥에 흩어졌던 유리 조각이 정도현의 피부에 박혔고 쓰린 통증에 정도현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정도현은 끝까지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소령이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 그에게 말했다.“패기는 봐줄 만하네! 난 당신 같은 사람이 좋아! 정도현 회장, 당신이 지하 세력의 통치자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내 앞에서는 그냥 벌레보다 못한 쓰레기일 뿐이지! 난 언제든 내 기분에 따라 당신을 죽일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까!”“장관, 내가 뭘 잘못했는지부터 말씀해 주셔야 하는 게 아닙니까.”정도현은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엎드린 채, 여전히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령은 발을 거두고 옷매무시를 정리하고는 싸늘하게 말했다.“당신은 중장님의 심기를 거스른 적 없어. 하지만 우리 중장님께서는 승진 파티가 열리는 밤에 뭔가 특별한 선물을 원하셔. 참, 한지훈이랑 꽤 친분이 있다고 들었어. 그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지. 길 중장님은 한지훈을 죽여버리고 싶어하니까. 그와 친분이 있는 자들도 마찬가지야. 탓할 거면 당신의 어리석은 선택을 탓해. 하필이면 그 무능한 자식과 친구가
안드레는 항쟁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는 한지훈과는 전혀 승산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끝까지 완강하게 반항한다면, 한지훈은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유럽 전체는 슬픔에 빠지게 됐고, 수많은 사람들은 안드레의 안쓰러운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유럽을 지킬 사람도 없게 됐다. “한 선생님, 안드레 님께서는 이미 자결을 통하여 사죄하셨으니 이제라도 제발...”쿠러는 검을 찔려 죽은 안드레의 마지막 모습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안돼! 적어도 4분의 3의 목숨은 내놔야 돼!”이내 한지훈이 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곧바로 별빛이 쏟아졌다. 은빛 별빛에 비친 모든 무도 사람들은 순간 잿더미로 변한 채 공기 속에서 흩어지게 됐다. 마치 그들은 이 세상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것처럼. 곧이어 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곧장 북쪽으로 향하여 영륜으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는 고요해졌다. 안드레가 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재앙을 면하지 못했다. “아이고! 한때 2차 대전 정세까지 좌우하던 안드레가 한지훈 앞에서 자결까지 하며 사죄했는데도 용서를 받지 못했다니!”“한지훈 이 놈, 이번 기회에, 전 세계로 하여금 용국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끔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이번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만 해도, 이미 수만 명이 넘어!”“그게 뭐 어때서? 그러게 누가 그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들을 멸망시킬 의도를 보이라고 했어!”인터넷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역외에 세력이 전혀 없는 일부 작은 나라들은, 이번 사건을 더욱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나라에 역외 강자가 없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상황이, 자신들의 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이젠 한지훈이 영륜으로 가려 할 거야!”“영륜은 비록 작은
안드레는 생각했다. 지난번에 공해상에서 한지훈으로부터 미움을 사거나 용국 묘당으로부터 미움을 산 상황에 한지훈은 그저 무릎을 꿇고 절하는 것만을 요구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스스로 무릎을 꿇으면 한지훈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일단 유럽 다른 역외 강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그는 오늘의 모든 것을 되찾을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서 무릎을 꿇고 절하는 안드레의 모습에 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드레, 그때랑 지금의 상황은 정말 달라. 그날, 너희들이 저지른 과실은 단지 용국의 명예만을 손상시켰을 뿐이야!” “하지만 오늘의 너희들은 감히 우리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하고 있지!”“내 눈에는, 네가 아무리 절을 해도 우리 용국 백성들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어!”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 유럽 전역 백성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안드레는 완전히 멍해졌다. 사실 그와 한지훈은 같은 일성 준 천신계 강자였다. 자신이 방금 보인 절은, 한지훈의 수원을 적어도 5년은 증가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한지훈에게 있어서 좋은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절이, 한 푼의 가치도 없다니? “한지훈! 너 사람을 그렇게 너무 업신여기지 마! 이번에 너에게 패배한 것은 단지 이곳에 처음으로 돌아온 역외 강자들일뿐이고, 앞으로 다른 역외 강자들도 계속해서 돌아올 거라는 거 명심해!”“안드레 선생님께서는 우리 유럽의 대표로서, 이미 매우 성실하고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넌 대체 뭘 또 어떻게 하려는 거야!”“어떻게 하냐고?”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유럽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전부 죽이려 하는데, 고작 절 한번 하는 거로 본인 마음 편안하게 하려는 거면 그게 맞는 것 같아?”“이 세상에 그렇게 쉬운 도리가 어디 있어! 차라리 내가 너희 유럽에 500개의 핵무기를 던지고 나중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할까?”한지훈은 비웃음을 띤 얼굴로 아래쪽에 있는 쿠러를 바라보았
당시 미육과 연합하여 용국을 지원하자는 제안을 건넸을 때, 아무도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이 상황에 그는 절대 나서며 말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드레의 단호한 거절에 유럽 전체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됐다. “용국이랑 연락 닿았어? 뭐라고 해?”고위층 간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다른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저희가 줄곧 최선을 다해 연락하고 있긴 한데, 용국 측은 그저 용각이 용국 국왕에게 보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용각 측은 줄곧 응답이 없습니다!”중년 남자는 겨우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뭐라고!”그 얘기에 고위층 간부는 책상 위를 탁하고 세게 내리쳤다. “그 놈들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인종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 국왕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감히 한지훈이 유럽에서 우리를 학살하게끔 방임한 건지!”“용서 못해! 절대 용서할 수 없어!”그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이 상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쿠로, 이젠 너의 그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치를 때가 됐어. 당초 한지훈이 유럽을 찾아왔을 때, 내가 너희들더러 더 이상 용국을 건드리지 말라고 충고했었지!”“적어도 태세가 조금이라도 좋아진 후에 다시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았겠건만, 너희들은 기어코 내 말을 듣지도 않았어! 결국 한지훈은 지금 유럽으로 달려가고 있고!”“너희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역외 강자들은 뭐 하고 있어? 그렇게 입버릇처럼 떠벌리던 그 동맹국들은?”바로 그때 안드레가 들이닥쳤다. 안드레를 보자마자 쿠러의 표정은 마침내 좀 가라앉았다. “안드레, 지금 오직 너만이 세계 무도 연맹에 연락을 나눌 수 있어. 우리나라는 이젠 완전히 위기의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잖아.”쿠러는 급히 반갑게 맞이하며 본론부터 꺼냈다. 그러나 안드레는 쓴웃음만 보였다. “사실 이미 세 시간 전에 연락하긴 했어. 그들의 뜻은, 이번
유 씨 어르신과 양 씨 어르신의 침착함에 비해, 상황은 계속하여 들끓었다. 사실 천신급 강자가 이렇게 강한 다른 나라들에 침투해 마구 살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몇 개 대도시까지 전부 도살되었다. 이 소식에 전 세계는 크게 놀랐다. 그제야 사람들은, 용국이 수천 년 동안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것만큼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용국에 정복된 많은 나라들은 더욱 깊이 새기게 됐다. 감히 자신보다 강한 자를 공격하려는 자는, 언젠다는 반드시 죽임을 당할 거라고. 현재 수많은 나라 원수들은, 모두 세계 무도 연맹이 한지훈을 제재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방법이야말로 그들의 나라를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 무도 연맹도 유독 평온한 태도를 보이며 모든 일을 묵인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육과 부상 천신계 강자들이 잇달아 참사하고 난 후, 세계 무도 연맹은 더 이상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이 상황에 전 세계는 침묵에 빠지게 됐다. 필경 세계 무도 연맹은, 천도 맹약이 세속에 파견한 하나의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그러나 천도맹약이 역외 강자들을 돌아오게끔 만들어,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한 의도는 이미 드러나게 됐다. 이 상황에 세계 무도 연맹이 소리를 내어 한지훈을 경고하게 되면, 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지금 이 순간, 용국의 해체를 꿈꾸던 국가 원수들은 하나같이 깊은 후회에 빠졌다.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결코 용국 해체 계획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곧이어, 한지훈이 부상 강자와 미육 강자들을 잇달아 참살하는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그저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의 나라가 이젠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부상 젊은이들은 이 뉴스를 통해, 교토에서 발생한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바로 스크린을 껐다. 그들 역시 이 모
그러나 노인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에는 순간 괴상한 빛줄기가 나타났다. “안돼!”노인은 큰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빛이 지나치는 곳마다, 사람이고 가축이고 모두 사라지게 됐고 땅 위에는 피만 흐를 뿐이었다. 노인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도 없이, 급히 손을 들어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막아내기도 전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보임과 동시에 번쩍하여 노인의 등 뒤를 노렸다. 이내 금빛이 반짝이는 장총 한 자루가 노인을 찔렀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노인이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적색 사냥용 장총에 맞는 순간을 목격하게 됐다. 그렇게 노인은 시체가 되어 바로 쓰러졌다. 방금 한지훈이 보인 일격은 매우 간단해 보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원의 오의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노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었다. 결국 노인은 반항할 기회조차 없이 총에 찔려 죽게 됐다. 뒤이어 한지훈이 손을 살짝 들자, 하늘에는 황금 노을이 뒤덮였고 무수한 살기가 이집트의 수도를 뒤덮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집트의 수도 전체는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무종 고수든 일반 백성이든 무차별적으로 말살되었다. “너... 대체 왜 백성들까지 학살하는 거야!”한지훈이 한창 손을 쓰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한지훈에게로 날아왔다. “너희 이집트 강자들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학살하려고 한 이상, 나야 당연히 용국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도리를 따져야지!”이내 한지훈이 다시 손을 흔들자, 몇 개의 도시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방금 나타난 노인은, 몇 리 밖으로 도망가기도 전에 눈썹이 뚫리게 되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천신계 강자가 죽게 되었다. 이 상황에 중년 남자는 그저 주먹을 꽉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난다 하더라도 한지훈이 멀리 떠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여러 나라들이 도살되면서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한편
중년 남자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하늘에서는 갑자기 비할 데 없이 눈부신 은빛이 번쩍였고 온 하늘은 그 은빛에 휩싸였다. 은빛을 보아낸 중년 남자는 깜짝 놀랐다. 이내 급히 의자에서 일어나 밖을 향해 소리쳤다. “얼른! 모두 전쟁 준비 태세로 들어가!"”그러나 그의 목소리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주위는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그저 눈앞에는 흰 빛이 지나가는 것만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사람이든 강철로 만든 무기든,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 공기 속으로 흩어지게 된 것이다. 곧이어 긴 머리의 남자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은 그 기운은,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충격에 빠지게 만들었다. 중년 남자는 하늘에 떠오른 누군가의 그림자를 발견하고는 저도 모르게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이때, 엄청나게 강한 기운이 다시 중년 남자의 뒤에서 느껴졌다. “누구야!”이는 한지훈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북양 왕, 한지훈!”한지훈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북양 왕, 여기는 엄연히 이집트의 수도인데 잘못 알고 찾아온 거 아니야? 천신계 강자라면 세속에 들어설 수는 있지만, 마음대로 살계를 열 수는 없지!” “우리 이집트의 수도까지 와서 뭘 하려는 거야!”이내 하늘에서는 한 노인이 느릿느릿한 발걸음으로 한지훈을 맞이했다. 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살계를 열면 안 된다는 거야? 그럼 너희 이집트 역외 강자들은 부상과 연합하여 우리 용국을 도살하려 했는데,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설마 고위층들은 맘대로 불을 질러도 되고, 백성들은 불을 지르지 못한다는 거야? 그런 말도 안 되는 게 어딨어! “흥! 그건 역외 강자들이 내린 결정이야. 네가 이미 이렇게까지 희생하며 용국을 지키려 한 이상 본분만 지켜! 당장 용국으로 돌아가고, 더 이상 다른 나라들과 갈등을 일으키지 마!”“너희 땅을 지키는 게 바로 네가 마땅히 해야 할 직책이야!”노인은 한지훈을 안중에 두지도
그의 쓴웃음과 함께, 부상이 수십 년 동안 세웠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가주님, 아직 저희에게는 숨겨진 핵무기가 두 개 더 있지 않습니까? 제가 봤을 때...”“뭐? 핵무기?”그 말에 직전 가주는 저도 모르게 탁자를 내리쳤다. 상대는 천신계 고수인데 핵무기로 상대한다고? 핵무기가 제대로 날아가 폭파하기도 전에, 부상에 있는 자신의 가문이 먼저 불똥을 맞을까 봐 두려웠다. “어리석은 놈! 그놈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나 해?”“천신계 강자 수법조차도 맘대로 되돌릴 수 있어. 만약 핵무기를 그놈에게 던진다면, 그건 그저 부상에 더 큰 공포를 조성할 뿐이야!” 직전 가주는 가문을 장악한 지 여러 해가 되었고, 또한 부상의 국권도 직전 가문이 손에 넣고 있었다. 그렇기에 요 몇 년 동안 겪은 풍파들에 대해 그는 모르는 게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는 정말 두려웠다. 한지훈 한 사람만으로 이미 부상을 피로 물들였는데, 만약 또다시 심기를 건드리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그는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고, 생각하려 하지도 않았다. 비록 스스로도 20대 청년 때문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걸 인정하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게다가 부상의 고수들 중, 한지훈의 손에서 죽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최신 정보에 따르면, 미육 쪽의 최고의 고수들도 방금 한지훈의 손에 죽게 됐고, 미육 전체의 사상자 수는 수천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건 얼마나 무서운 복수인가? 이 상황에 누가 감히 용국을 건드리고 한지훈을 건드리려 하겠는가? “가주님, 저희가 유럽 혹은 비육과 손을 잡는 건 어떤가요? 전 세계 고수들이 모두 한 곳에 모이게 되면 한지훈도 더 이상 피하기 어려울 거라 확신합니다!” 이때 직전 가문의 중요한 구성원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유렵? 연합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해?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 우린 그저 땅강아지일 뿐이야. 우린 그저 역외 다른 강자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아마 때가 되면...”그는 잠시 멈칫
순간 유럽 전체는 공포에 휩싸이게 됐다. 전에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기 전에도, 한지훈 홀로 유럽 4대 천신계 강자들을 도살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유럽은 다른 열국 역외 강자들과 손을 맞잡고, 함께 용국을 멸망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한지훈이 전혀 모를 리는 없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의 보복이 유럽 전역을 피바다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 시각, 유럽 평범한 일가족의 한 노인은 이 소식을 접하고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깊은 탄식을 금치 못했다. 가족들은 떨리는 그의 손을 보아냈다. 다른 한편, 이들보다도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한 영륜 역시 같은 반응이었다. 그중에서도 한궁에 있던 한 백발노인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 “당장 가서 하드레이를 모셔와! 그렇지 않으면 우리 영륜이 아예 지구에서 사라질 수도 있어!”“캐럴 선생님, 제가 보기엔 이 소식의 신빙성이 너무 낮습니다. 그리고 설령 한지훈이 정말 그 역외 강자들을 죽였다 하더라도, 설마 그가 감히 국제 분쟁을 일으킬 수가 있겠습니까?”“그래서 전 굳이 하드레이 선생을 모셔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옆에 있던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한 중년 남자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국제 분쟁? 흥! 넌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나 본데, 연합국들은 이번에 용국 전체를 멸하려고 하는 거야! 네가 알긴 뭘 알아!”“만약 하드레이가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한지훈은 단 한 시간 안에 얼마든지 영륜을 불바다로 만들 수도 있었을 거야!”백발의 노인은 이미 단단히 화가 났다. “하지만 하드레이 선생께서는 앞으로 3년 안에는 그 누구도 그의 청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이 상황에 저희가 요청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게다가 한지훈이 뭐가 대단합니까. 하드레이 선생은 이미 삼성 지급 천신계 강자이고, 일단 하드레이 선생의 이름만 대기만 하면 한지훈은 아마 놀라서 도망갈 것입니다.”중년 남자는 여전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드레이는 확실히 유럽에
그 순간, 부상 전체는 들끓게 됐다. 거의 모든 국민들이, TV 생중계를 통해 이 피 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게 됐다. 무려 부상의 수많은 고위층, 그리고 무종 고수들이 잇달아 운명하게 된 것이다. 한편 직전 가문에는 나쁜 소식들만이 눈덩이처럼 굴러오게 됐다. 소식을 접한 직전 가문 가주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 부상의 모든 고수들이, 모두 한 사람으로부터 죽임을 당하게 됐다. 심지어 근 30년 간 자취를 감춘 고수조차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당했다. 그렇게 짧디 짧은 몇 시간 내에 부상 각지 고수들은 거의 전부 살해되었다. 게다가 국주의 황궁조차도 순식간에 평지로 옮겨지게 됐다. 그래도 다행인 건, 국주는 그 무렵 지하실에서 하인들과 밀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부상의 정신적 우상인 국주조차도 참살당했을 것이다. 한편, 각국 역외에서 돌아온 강자들이 용경에서 한지훈 한 사람에 의해 전부 격살당했다는 소식이 아주 빠르게 퍼지게 됐다. 이 순간, 세계 각지는 모두 지옥과도 같은 적막에 빠지게 됐다. 그 시각 미육의 한 우림 속에서는, 하늘을 찌를 듯한 큰 나무 아래 수수한 옷차림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사실 이 우림은 미육의 금지 구역이었다. 그 이유는, 노인이 줄곧 이곳에서 자연의 힘을 깨닫고 있었기에 일단 이 구역에 들어서는 모든 사람들을 침입자로 간주하여 격살하고 있었다. 노인은 어느새 천신계의 천기가 온몸을 감싸며, 자신에게도 드디어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그의 머리 위에는, 오색구름 덩어리가 모여 있었는데 이는 마치 그가 곧 새로운 길을 개척할 거라는 것을 의미하는 듯했다. 바로 이때,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한 중년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노인에게 다가와 당황한 표정으로 보고했다. “선생님, 큰 일 났어요. 저희 미육 역외 강자들이, 용국의 한지훈이라는 사람의 손에 죽게 됐다고 합니다!”남자는 말하면서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다. 그의 뒤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따랐는데,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