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은 덤덤하게 한고운을 안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어린이들 눈에는 순포사도 아저씨야. 맞지 한고운?”한고운은 생각을 하더니 한지훈이 날리는 윙크를 보고 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응.”강우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반나절 후 한고운은 잠이 들었다. 강우연은 한쪽 끝에 앉아 있는 한지훈을 보더니 그한테로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 아까는 제가 너무 충동적이었어요. 당신.... 괜찮죠?”한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강우연을 바라보더니 얼굴을 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난 괜찮아. 난 오히려 당신한테 매일 맞고 싶은걸.”강우연은 한지훈을 힐끗 쳐다보더니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은 입이 참 가벼워요.”그리고 분위기가 갑자기 다운되더니 두 사람 사이엔 대화가 없어졌다.“당신...”“당신...”한순간, 한지훈과 강우연은 같은 타이밍에 당신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한지훈은 웃으면서 강우연을 보면서 말했다.“당신 먼저 말해요.”강우연은 그제야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서 근심 가득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연씨가문의 사건을 당신이 해결할 자신 있어요? 3일 후면 길정우가 군단장으로 취임하는 날이에요. 만약 당신이 아직도 해결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면 빨리 S시를 떠나요...”한지훈은 웃으면서 근심 가득한 강우연의 얼굴을 보더니 물었다.“지금 저를 걱정하는 거예요?”이 얘기를 듣자 강우연은 한지훈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누가 걱정을 해요! 꿈 깨요! 전 그저... 그저 고운이가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 고운이가 당신을 그렇게 따르는데 만약 당신한테 일이 생겨봐요 그럼 고운이는... 엄청 속상해할 거예요. 한지훈씨, 제 말에 동의해 주세요. S시를 떠나요. 그러면 연씨가문도 당신을 대처할 방법이 없을 거예요.”한지훈은 웃더니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한고운을 보며 말했다.“나도 알아요. 걱정 말아요. 모든 것이 다 잘 해결될 거예요.”강우연은 더 말하고 싶었지만,한지훈의
서경희는 군용 지프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의심 가득한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휴, 강학주 저기 군용차를 좀 보세요, 아까 올라탄 사람이 한지훈 아니에요? 그 군용차의 번호판이 용군00001인것 같았어요!”강학주는 고개를 돌려 시야에서 멀어지는 군용차를 보고 말했다.“당신이 잘못 본 것일 거야 가자.”서경희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몇 마디 중얼중얼 거리고는 이 사건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세 사람은 병실에 도착했고 강우연이 한고운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서경희는 차갑게 물었다.“강우연 한지훈은? 왜 너 혼자만 있는 거지?”강우연은 일어서면서 말했다.“엄마, 강지훈 아까 금방 갔어. 개인 사정 때문에 이틀 동안S시를 떴어.”“뭐?! S시를 떠났어? 그것도 이틀이나?!”서경희는 이 얘기를 듣고 순간 화가 나서 다리를 치며 말했다.“강우연, 강우연! 너 바보야? 한지훈 그 상가견이 무슨 개인 사정이 있겠어? 삼일 뒤면 길정우 중장이 군당장으로 취임하는 날인데 한지훈이 이시각에 이틀 동안 S시를 뜬다고? 쟤 지금 너희 모녀 둘을 두고 도망간거야! 이틀은 무슨 이틀,다 핑계야! 내 보기에는 다시는 안 돌아 올거 같아!”서경희의 한마디에 병실 분위기는 순간 조용해졌다.강우연도 멍하니 있다 얼굴에는 의심하는 표정이 스쳤다. 그러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엄마 안 그럴 거야. 난 한지훈을 믿어. 무조건 처리 해야 할 개인 사정이 있어. 처리 다 하면 돌아올 거야. 절때로 나랑 한고운을 버리지 않을 거야.”“아이참! 너 이 고집불통아! 한지훈이 뭐라면 뭐인 거야? 한지훈이 도대체 너한테 무슨 유혹적인 행동을 했기에 이토록 감싸고 도는 거야? 강우연 넌 잊지 마. 5년 전, 한지훈만 아니면 네가 지금 이 모습 일거 같아? 걔만 아니면 일찌감치 부잣집에 들어가 부잣집 부인이 됐어!”서경희는 화가 터졌다.강학주도 얼굴색이 어두워서 물었다.“진짜 이틀 동안 S시를 뜬다고 했니?”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원래 강우연은 한지훈을 믿었지만 서경희의 말
순간 군졸들이 달려들어 강학주와 서경희를 바닥에 제압했다.강우연도 그들의 마수를 피해 가지는 못했다. 그녀는 두 손이 결박된 채, 소파에서 제압당했다.그들은 병상에 있는 고운이조차 거칠게 잡아당겨 포박했다.분노한 강우연이 소리쳤다.“당신들 누구야! 내 딸 풀어줘! 그 아이는 건드리지 말란 말이야!”놀란 고운이가 울음을 터뜨렸다.“엄마, 고운이 너무 무서워! 아저씨들 우리 엄마 풀어주세요. 저희는 죄를 저지르지 않았어요. 아빠는? 엄마, 아빠는 어디 있어?”머리가 산발이 된 서경희도 새된 비명을 질렀다.“악! 당신들 누구야?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야! 사람 살려!”짝!선두에 선 군졸이 서경희의 뺨을 때리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입 다물어! 우린 길정우 중장님의 명령을 받고 당신들을 체포하러 왔어! 이봐, 빨리 이 사람들 끌고 나가!”지시가 떨어지자,군졸들이 서경희 일가를 끌고 병실을 나갔다.정신이 아찔해진 서경희가 소리쳤다.“우연아! 이게 다 너랑 한지훈 때문이야! 이제 어떡해! 우리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서경희는 눈물범벅이 되어서도 안 가겠다고 두 다리로 버텼다.강학주 역시 분노한 눈빛으로 딸을 쏘아보며 소리쳤다.“너희들 때문에 우리까지 피해를 보는구나! 한지훈 이놈은 진작에 알고 도망간 것 같아!”강우연도 혼란스러운 얼굴로 군졸들에 의해 병실에서 끌려 나갔다.그들 일가는 형이 확정된 범죄자들처럼 전부 군졸들에게 이끌려 병원을 나섰다.주변에서 지켜보던 구경꾼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저 사람 강운의 강우연 아니야? 누구한테 밉보였기에 군인들까지 출동해서 끌고 가는 거지?”“몰랐어? 저 여자 남편 한지훈이 길정우 중장 심기를 건드렸잖아. 길시아 결혼식에서도 깽판을 부리고 길시아를 폭행까지 했대! 아마 저 사람들 쉽게 빠져나가기 어려울 거야!”“불쌍하네. 저 어린애는 무슨 죄야? 애한테까지 수갑을 채웠네.”사람들은 작디작은 손에 수갑을 차고 엉엉 울음을 터뜨리는 고운이를 측은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병원을
비굴하게 애원하는 두 모자를 보자 강학주는 화가 치밀었다.“지금 뭣들 하는 거지? 당장 일어나! 창피한 줄도 모르고!”강우연 역시 실망한 표정으로 엄마와 동생을 바라보았다.길시아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풀어줘? 하! 그럴 수는 없지! 난 강운의 모든 사람들을 다 잡아들일 생각이야! 물론 강우연 네가 내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면 네 딸과 부모님은 풀어줄지 고민해 볼게. 어떻게 생각해?”그녀는 오만방자한 자태로 강우연 일가를 내려다보았다.강우연은 울고 있는 고운이를 보자 마음이 아팠다.서경희와 강신이 다급히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강우연! 뭘 고민하고 있어? 당장 무릎 꿇고 시아 씨한테 사과하지 않고! 우린 잡혀가고 싶지 않아! 이 일은 처음부터 너랑 한지훈이 잘못한 거잖아! 우리까지 피해를 보게 하지 마!”서경희와 강신의 압박에 강우연은 눈물을 머금고 긴 한숨을 토해냈다.“나만 꿇으면 내 딸과 부모님은 풀어줄 거지?”길시아가 차갑게 대답했다.“그래.”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강우연은 쓰린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다.“네 말대로 꿇었으니까 내 딸과 내 부모님은 풀어줘. 모든 건 나 혼자 책임질게.”길시아가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강우연, 정말 순진하네. 너 하나 꿇는다고 내가 정말 저 사람들을 풀어줄 줄 알았어? 웃겨!”강우연은 가슴이 철렁해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길시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날 속였어?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길시아는 다가가서 그녀의 뺨을 때리며 말했다.“너한테 그런 말 할 자격 없어! 저 사람들을 전부 끌고 가!”말을 마친 길시아는 먼저 차에 올랐다.군졸들이 달려들어 강우연 일가를 끌고 뒷좌석에 태웠다.쾅!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강우연의 머리가 차 문에 부딪혀 피가 쏟아졌다.그녀는 고집스럽게 몸을 일으키고 고운이를 품에 안으며 군졸들에게 소리쳤다.“우릴 풀어줘! 내 남편은 한민학 군단장의 지인이야! 이한승 회장님도 너희를….”하지만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운
강우연은 온몸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힘겹게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은 어두웠고 높이 달린 작은 창문에서 희미하게 햇살이 비쳐 들어오고 있었다.“고운아!”그녀는 다급히 고운이부터 찾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 고운이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쓰러져 있었다.강우연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달려가서 차가운 바닥에서 고운이를 일으켜 품에 안았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아이의 얼굴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주었다.“고운아, 눈 좀 떠봐. 엄마야. 엄마 여기 있어, 고운아….”눈물이 속절없이 흘러 아이의 뺨에 떨어졌다.고운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녀도 더 이상 살아갈 생각이 없었다.“큭! 엄마… 고운이 머리가 너무 아파….”엄마의 부름을 들은 고운이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힘겹게 눈을 뜨고 신음을 토해냈다. 아이의 목소리는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힘이 없었다.강우연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이의 뺨에 볼을 가져다댔다.“고운아, 엄마 여기 있어. 겁먹지 마. 아빠가 오셔서 우릴 구해주실 거야.”“엄마, 아빠가 정말 우릴 구하러 올까?”고운이가 힘겹게 물었다.“오실 거야! 아빠라면 당연히 오실 거야!”강우연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빠가 우리한테 지켜주신다고 약속했잖아. 아빠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니까 무조건 오실 거야! 고운아, 잠들지 말고 정신 차려야 해. 엄마가 노래 불러줄까?”“응. 좋아.”고운이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두운 창고에서 강우연은 아이를 품에 안고 낮은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어두운 하늘에 반짝이는 뭇별, 반딧불이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네….”“하늘의 별도 눈물을 흘리고 지상의 꽃들이 시들었지만 싸늘한 바람 속에 그대의 목소리가 내 마음을 위로하네….”청아한 목소리가 창문을 너머 바깥까지 전해졌다.굳게 닫혔던 문이 열리고 강렬한 빛이 비쳐 들어오자,강우연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아이를 품에 안은 채, 구석진 곳으로 도망가서 겁에 질린
복부에 심한 타격을 입은 강우연은 정신이 아득해졌다.“내 딸을 풀어줘. 제발 이렇게 빌게. 고운이만 풀어줘….”강우연은 바닥에 엎드린 채 계속해서 애원했다.경호원의 품에 안긴 고운이도 솜 주먹을 마구 휘두르며 경호원의 얼굴에 생채기를 냈다.“나쁜 놈들! 우리 엄마 때리지 마! 우리 아빠가 오면 당신들 전부 죽었어! 엄마!”강우연은 아픈 복부를 움켜잡고 아이를 향해 힘겹게 손을 뻗었다.“고운이 울지 마. 엄마 괜찮아. 괜찮아….”길시아가 다가와서 아이의 뺨을 거칠게 때리며 말했다.“조그만 것이 시끄럽게 하네! 또 소리 지르면 땅에 묻어버릴 거야!”그 말을 들은 고운이가 겁에 질려 울음을 멈추었다.강우연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길시아에게 애원했다.“시아야, 제발. 고운이만 풀어줘. 이렇게 빌게….”길시아는 싸늘한 표정으로 강우연의 얼굴 앞까지 다가가서 기고만장한 자태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풀어줘? 지금 장난해? 내가 왜 너희를 풀어줘야 하지? 살고 싶으면 한지훈 행방부터 불어!”길시아는 깊은 짜증이 몰려왔다.처자식을 버리고 혼자 도망쳐?역시 무능한 겁쟁이 녀석!강우연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예쁜 얼굴은 피와 흙으로 얼룩지고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나도 몰라. 나도 지훈 씨 어디 있는지 정말 모른다고. 시아야, 제발… 고운이만 풀어줘. 우릴 풀어주면 당장 짐 싸서 S시를 떠날게. 평생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게.”짝!길시아가 강우연의 뺨을 때리며 소리쳤다.“몰라? 강우연, 내가 바보인 줄 알아? 처자식이라면 끔뻑 죽는 한지훈이 너희한테까지 행방을 숨겼을 리 없잖아? 그냥은 입을 안 열겠다 그거지?”말을 마친 그녀는 뒤돌아서 경호원에게 눈짓했다. 경호원이 고운이를 높게 들어 올리자 길시아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강우연에게 말했다.“강우연, 기회는 한 번뿐이야. 배 아파 낳은 딸이야, 아니면 한지훈이야? 선택해. 계속 입 다물고 있으면 네 딸은 이대로 추락할 거야!”“아아아… 안 돼! 그러지 마! 시아야!
그리고 이때, 입구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나타났다.“그만!”길정우는 싸늘한 표정으로 다가와서 강우연과 길시아를 번갈아 보았다.길시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불만스럽게 말했다.“오빠, 저들의 응징은 나한테 맡긴다고 하지 않았어?”길정우가 말했다.“약속을 어길 생각은 없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야. 아직 군단장으로 승진하기 전이라고. 이 일로 한민학에게 꼬투리를 잡힐 수는 없잖아!”길시아는 불만스러게 눈을 부릅뜨고 강우연을 쏘아보며 말했다.“운 좋은 줄 알아!”말을 마친 그녀는 찬바람을 쌩쌩 날리며 창고를 나갔다.길정우는 긴장한 기색으로 고운이를 품에 끌어안은 강우연을 보며 말했다.“고민할 시간을 이틀 더 주지. 한지훈의 행방을 불어. 안 그러면 내가 군단장으로 승진하는 날 저녁에 너와 네 딸은 경매품이 되어 해외로 팔려 갈 거야. 무슨 상황인지 이해됐지?”강우연은 입술을 피나게 깨물며 증오에 찬 눈빛으로 길정우를 바라보았다.“길 중장님, 백 번을 물어도 내 대답은 같아요. 난 한지훈 씨의 행방을 모른다고요!”길정후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좋아. 이틀 뒤에도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있는지 보자고.”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려 창고를 빠져나갔다.“고운아, 이제 괜찮아. 엄마 좀 봐봐. 응?”강우연은 긴장한 얼굴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운이의 몸은 이미 불덩이가 되어가고 있었다.아이는 힘겹게 눈을 뜨며 그녀에게 말했다.“엄마, 고운이 머리가 너무 아파. 그리고 피곤해. 아빠는 대체 언제 오는 거야….”강우연은 눈물을 흘리며 아이를 품에 껴안았다.“오실 거야! 아빠가 우릴 지켜준다고 약속했잖아.”그 시각.강우연 일가가 잡혀간 뒤에도 길정우의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길정우의 친위대가 군용 트럭을 끌고 정도현이 있는 태산그룹으로 쳐들어갔다.무장 군인들이 차에서 뛰어내려 회사의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다.지휘자는 소령 출신의 군인이었다. 그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태산그룹의 로비에 들어섰다.“당장 정도현을 이리로
소령은 싸늘한 눈빛으로 정도현에게 다가서더니 다리를 들어 그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정도현이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로비를 지키던 직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태산같이 굳건하던 정도현을 맨발로 쓰러뜨리다니!“난 길정우 중장의 명을 받들어 너희들을 체포하러 왔다! 한 명도 내보내지 말고 전부 잡아!”소장이 싸늘하게 지시를 내렸다.무장 전투 인원들이 달려 들어와 건물 전체를 통제했다.정도현이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한 군졸이 총구를 그의 머리에 겨누었다.정도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오는 소령에게 말했다.“장관,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난 길정우 중장과 충돌을 빚은 적 없습니다. 내 어떤 행동이 길 중장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터놓고 말씀해 주시지요. 제가 친히 선물을 준비해 찾아 뵙고 사죄드리겠습니다.”소령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군화발로 정도현의 머리를 힘껏 짓밟았다.순간 바닥에 흩어졌던 유리 조각이 정도현의 피부에 박혔고 쓰린 통증에 정도현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정도현은 끝까지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소령이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 그에게 말했다.“패기는 봐줄 만하네! 난 당신 같은 사람이 좋아! 정도현 회장, 당신이 지하 세력의 통치자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내 앞에서는 그냥 벌레보다 못한 쓰레기일 뿐이지! 난 언제든 내 기분에 따라 당신을 죽일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까!”“장관, 내가 뭘 잘못했는지부터 말씀해 주셔야 하는 게 아닙니까.”정도현은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엎드린 채, 여전히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령은 발을 거두고 옷매무시를 정리하고는 싸늘하게 말했다.“당신은 중장님의 심기를 거스른 적 없어. 하지만 우리 중장님께서는 승진 파티가 열리는 밤에 뭔가 특별한 선물을 원하셔. 참, 한지훈이랑 꽤 친분이 있다고 들었어. 그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지. 길 중장님은 한지훈을 죽여버리고 싶어하니까. 그와 친분이 있는 자들도 마찬가지야. 탓할 거면 당신의 어리석은 선택을 탓해. 하필이면 그 무능한 자식과 친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