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숙인 동방염은 주위에 가득 모인 사람들을 흘깃 보고는 난색한 모습을 보였다. 그 눈치를 알아챈 원상용이 이내 손을 흔들자 몇몇 하인들은 재빨리 자리를 물러났고 그제야 동방염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원 가주님, 가주님께 큰 선물을 드리러 왔습니다!”뒤이어 동방염은 가방에서 서류 하나를 꺼내 건네며 말했다. 위의 내용을 대충 훑어본 원상용은 웬 도표들을 발견하고는 약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건...”상업적인 제안을 하려는 것 같은 예상이 든 원 씨 집안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설령 원 씨 집안이 강대한 세력 및 풍부한 자금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어떤 산업에 개입하고 싶은지는 오로지 원 씨 집안의 선택에 달려 있었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원 씨 집안의 눈에 들지 않으면 그저 분가루처럼 전혀 가치가 없었다. “이것은 강중의 한 의약 회사입니다. 하지만 배후 사장은 사실 바로 한지훈이죠. 가주님께서는 아직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이 회사는 현재 용국 모든 의약 분야의 표준 제정권을 장악하고 있습니다!”동방염의 이 말을 들은 원상용의 얼굴에는 비로소 빛이 드러났다. 한 분야 전체의 표준 제정권을 갖고 있다는 것은 즉 발언권을 소유한 회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규모는 사실 그리 크지는 않았다. 도합 10조도 안 되는 총자산인데, 이런 회사가 어떻게 용국의 의약계 명맥을 잡아낸 건지 이해가 안 갔다. 사실 원 씨 집안의 최하층으로부터 성장해 온 원상용은 일부 특수한 영역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식품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의약이었다. 자고로 나라의 백성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먹는 것과 병을 치료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약왕파는 장기간 자신들의 세력을 굳혀온 것이었다. 설령 국왕이라 하더라도 평생 병이 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럼 그 말은......”원상용은 직접적으로 동방염의 계획을 물었다. “원 가주님, 제 계획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바로 이 회사
한참을 망설이던 원상용은 마지못해 동의했다. 사실 원상용은 내심 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원 씨 집안이 나서지 않으면 다른 두 가문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되고, 그렇게 서로 미루다 가는 결국 약왕파가 어쩔 수 없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됐든 4대 가문 중 명실상부의 최고 가문이 되려면 원 씨 집안은 절대적인 실력이 있어야 했고, 또한 4대 가문에 대한 절대적인 장악력을 가져야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원상용은 결국 10조 원을 꺼내어 동방염과 손잡고 강우연의 회사를 인수하기로 결정하였다. 양측은 협의하에 서명하고 수표까지 확인한 후에야 동방염은 안심하고 웃었다. “한지훈이 이번에 감히 나타나지 못한 것은 내심 두려웠다는 것입니다. 이 틈을 노려 원 씨 집안이 나서서 인수하면 그 또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될 겁니다.” “그러므로 원 가주님은 안심하고 독 안에 든 쥐를 잡기만 하면 됩니다!”이 말을 들은 원상용은 이내 하하 웃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은 원 씨 집안 가주와 한지훈의 대결에 온 관심을 쏟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지훈 쪽에는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심지어 더 이상 공개적으로 이 대결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한지훈만 난처해지는 상황이 될 뿐이었다. 감히 도전장을 응하지도 못한다는 것은 즉 한지훈이 겁을 먹어 원 씨 집안을 피하고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맞아. 한지훈 이 놈, 반드시 죽여야 해! 우리 원 씨 집안 가주와 5로를 죽여놓고 이렇게 숨어버리면 일이 끝날 거라 생각한 건가? 정말 순진하기 그지없네! 우리 4대 가문의 명예를 걸고서라도 그 어린놈을 제대로 혼쭐 내줄 거야!”“왕년에 한용도 내 손아귀에 머물러있던 놈이야. 하물며 내가 한지훈을 못 제압하겠어?”이내 원상용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기세가 뿜어져 나오자 동방염은 괜히 긴장하게 되었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은 한창 의 내용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손에 들린 핸드폰이 울
이 상황이 막막한 가운데, 한지훈은 왠지 모르게 창령에 거대한 비밀이 묻혀 있는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 자신조차도 왜 창령이라는 두 글자를 듣자마자, 마음이 흔들리게 됐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한지훈은 반드시 직접 찾아가 그 비밀을 알아내고 싶었다. 이내 그는 강우연에게 몇 마디 당부를 남긴 후 곧바로 창령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창령은 일반적인 야산 그 자체로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라, 한지훈은 일단 비행기를 타고 강해시에서 내린 뒤 다시 용운에게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색 지프차 한 대가 한지훈 앞에 멈춰 섰다. 이내 차 창문이 열리더니 용운이 머리를 내밀어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용왕 님, 타세요!”그렇게 한지훈이 차 문을 열고 올라타자마자 용운은 다시 시동 걸고 운전하였다. “용왕 님, 현재 창령의 상황이 확실히 뭔가 좀 이상합니다. 창령에 들어간 저희 쪽 적지 않은 부하들이 모두 허무하게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어떤 애들은 심지어 일주일 정도 실종되고 나서는 영문도 모른 백리 밖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이런 일들에 대해서는 제가 직접 전화로 용왕 님께 상세히 얘기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부하들 그 누구도 큰 사고를 당하지는 않았습니다!”용운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런 일은 여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용운 또한 창령 부근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비록 나침반이 없더라도, 방향을 인도하는 그 어떤 설비가 없더라도 용운은 자신의 요령만으로도 충분히 혼자서 원시 밀림을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어? 길을 잃었다고? 네 말은, 창령에 뭔가...”“네! 바로 초자연적인 현상이요!”용운은 자신의 추측을 매우 확신하였다. 바로 5일 전, 길을 잃은 용운은 뜻밖에도 이틀 후에 강해시의 한 큰 산에 나타나게 됐는데 그곳은 강해시에서 20킬로 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그러나 창령과 강해시 사이의 거리는 무려 약
그렇게 차는 300킬로미터에 가까운 쏜살같은 시속으로 창령 방향으로 질주해 갔다. 한창 달리던 와중, 용운은 갑자기 길 중턱에 차를 멈춰 세우고 엔진을 끄고는 말했다. “용왕님, 차는 여기까지만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 앞에는 대략 70리 정도 되는 산길뿐입니다!”이내 한지훈은 차에서 내리고는 성큼성큼 걸어 내려갔다. 산길 주위는 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고, 심지어 벌레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며, 시선이 닿는 곳곳은 온통 옅은 흰 안개뿐이었다. 뿌연 안개는 숲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여기는 원래 이렇게 안개가 자주 끼는 건가?”한지훈은 용운을 따라 창령으로 깊이 들어서면서 담담하게 물었다. “아니요. 최근 따라 유독 심한 것 같아요. 게다가 그 부상인들이 온 이후로 이 일대의 새와 짐승들까지 사라진 것 같아요!”용운 또한 의문점을 제기하였다. 설령 야생 동물이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벌레나 새 울음소리라도 들리는 게 정상인데 이 숲은 쥐 죽은 듯한 고요함만 있을 뿐이었다. 이 얘기를 들은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더 이상 의심할 여지도 없이 틀림없이 인위적으로 생긴 환경이라고 확신했다. 자고로 천왕계의 강자들은 최소 2성 현급 천왕계부터 이 세상의 모든 힘을 동원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한지훈이 도청전인과 대결을 펼칠 때도 이 능력을 활용했었다. 그러나 도청전인이 말한 바와 같이 각성이 다름에 따라 천왕계의 강자들은 동급에서도 능력의 차이가 존재했다. “용왕님, 저 앞에 있는 골짜기를 보세요!”두 사람은 재빠른 걸음으로 수십 리의 산길을 놀랍게도 30분도 안 되어 다 걸었다. 바로 그때, 작은 산비탈을 넘을 무렵 용운은 급히 한지훈을 부르고는 산비탈 아래 산골짜기를 향해 손을 가리켰다. 산골짜기에는 아주 작은 캠프가 있었다. 그 안에는 어두컴컴하게 켜진 열몇 개의 전등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멀지 않은 곳에는 사람이 직접 뚫은 듯한 동굴 입구가 하나 있기도 했다. 옆에 쌓여 있는 큰 돌을 보아하니
이내 그들이 캠프 입구에 도착하자, 고대 부상 의상을 걸친 한 젊은 여성이 문 앞에 서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젊은 여성은 한지훈과 용운 두 사람을 마주하고는 공손하게 약간 몸을 숙인 채 유창한 용국어로 입을 열었다. “두 분, 들어오세요!”한지훈은 이 젊은 여성을 흘깃 훑어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연약해 보이는 여자였지만, 적어도 2성 현급 사령관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 용운 또한 다소 놀란 표정으로 젊은 여성을 보았다. 그가 놀란 건 그녀의 전력이 아니라, 너무나도 어려 보이는 얼굴이었다. 얼굴만 보면 기껏해야 열여섯, 열일곱 살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어마 무시한 전력을 가지고 있으니, 한지훈 또한 그녀한테 자꾸만 관심이 가곤 했다. 뒤이어 나무 문을 열고 캠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용운은 저도 모르게 냉기를 들이마셨다. 밖에서 보면 이곳은 아주 초라한 몇 개의 작은 텐트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와 한지훈이 문을 밀고 들어서서 마주하게 된 모습은, 뜻밖에도 없는 것이 없는 화려한 모습이었다. 앞의 정원은 족히 수백 평방 미터에 달하였고, 오솔길은 돌로 구불구불 만들어졌고, 나무로 만든 가옥은 완전히 부상 시대의 건축 스타일을 그대로 옮겼다. 심지어 마당에는 십여 개의 석조 촛대도 있었다. 산비탈에서 보았던 그 작은 불빛이 아마도 이 촛대들이 낸 것이라 예상됐다. “용왕님! 이게...”용운은 다소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한지훈은 그런 용운에게 너무 놀랄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손을 살짝 흔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뒤이어 그들은 오솔길을 밟고는 가옥의 문어귀로 걸어갔다. 이내 한 젊은 청년이 방문을 살짝 열고는 문어귀의 복도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공손하게 말했다. “두 분 들어오세요!”한지훈은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방으로 들어갔다. 용운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밖에 남아 주변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었다. 이 시각, 이 오두막 외에도 두 채의 오두막 집에 불빛이 켜져 있었다. 심지어 사방에서는 부상
“설마 당신이 바로 광명 십존?”한지훈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젊은 남자는 아무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제가 알기로는 음양 가문은 진법에 아주 능통하다고 하던데, 방금 저희는 산꼭대기에서 환상을 본 것 같습니다.”한지훈은 담담히 차를 마시며 말했다. 이내 젊은 남자는 크게 웃어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빛, 그림자, 안개 등 세상의 모든 물질들은 모두 음양으로 새로 만들어 낼 수 있어요. 당신의 눈앞에 마주한 이 넓은 세상이, 전부 환상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그럼 설마 그쪽이 바로 부상의 음양 가문이란 말인가요?”한지훈은 순간 정신을 다잡았다. 물론 삼성 지급 천왕의 경지의 능력을 갖고 있는 그였지만, 그의 할아버지인 한용 그리고 도청 전인 세 사람이 장악하고 있던 자연의 힘은 모두 달랐다. 사실 그 또한 빛, 그림자, 안개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허상의 존재인 환상을 만들어내는 건 무형의 물질이라 할 수 있다. “아니요. 음양술은 용국에서 유래한 것이기에 저희는 일정한 경지에 도달하게 되면 다 같이 용국의 조상지로 돌아가 진정한 원천을 찾고는 합니다!”“잠깐 함께 했을 뿐이지만 당신의 뛰어난 기세를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말인데, 저는 당신과 함께 수천 년 동안 잃어버린 비밀을 찾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젊은 남자는 한지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매우 깊어 보였다. 마치 오랫동안 고인 물처럼, 그 어떤 일에도 휘둘리지 않을 것 같은 강인함도 보였다. “뭔 비밀 같은 소리야!”이때 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탁!”곧이어 젊은 남자는 석판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놓고는 말했다. “한 씨 집안사람이라면, 이런 글을 읽을 줄은 알려나?”한지훈은 젊은 남자가 건네준 석판을 받아 들었다. 그 위에 적힌 문자들은 한 씨 집안이 쓴 속 문자와는 확연히 달랐지만, 꽤 비슷한 점도 있었다. “소호!”그중 한지훈은 두 글자를 읽어냈고, 뒤이어 점
음양존이 공유하려는 것은, 당연히 바로 이 석판의 내용이었다. 비록 이 위에 적힌 문자들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는 대충 보아도 자신의 부하들이 번역한 내용이 문제가 많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어떤 부분은 뜻이 너무 혼란스럽고 모호했으며, 어떤 부분은 뜻이 전혀 전달되지도 못했다. 하지만 한지훈은 한 씨 집안 태생으로서, 오래된 이런 부호들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 고대 부호들은 아마도 용족 유적의 놀라운 비밀을 밝혀내는 열쇠일 가능성도 있었다. 마침 전 세계에 있는 용족의 비밀을 찾고 있던 광명파의 10대 성존은, 이번이 바로 계속하여 그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역외의 강자들과 달리 광명파는 줄곧 용족의 유적을 따라 또 다른 강자의 길을 개척하기를 바랐다. “번역한 내용은 이미 매우 정확해. 다만, 이 부분이 틀렸어. 여기는 태호가 아니라 소호야. 그리고 이 부분은 용혼의 비호가 아니라 창룡의 마음이고!” 한지훈은 일단 눈에 띄는 두 곳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내 음양존은 급히 종이와 펜을 들고는 위의 글을 수정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수정을 거친 번역문은 훨씬 내용이 자연스러워졌다. 단 두 군데만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글의 뜻은 많이 달라졌다. “소호?”음양존은 이 두 글자를 반복하며 읽었다. 부상은 용국의 역사에 대해서 약간의 기록을 해두긴 했지만, 단지 당나라와 진나라에 관한 역사만 적혀 있었을 뿐이었다. 그보다 더욱 오래된 기록은 줄곧 공백이었던 탓에, 이 소호라는 단어를 알 리가 없던 음양존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의아해했다. “맞아, 바로 소호야. 하지만 소호족은 태호족만큼 강하지는 않아. 자고로 태호는 황제보다 앞선 용국 문명의 시조로서, 태호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벼와 각종 작물도 없었을 거야!”“전설 속 태호족의 족장의 이름은 바로 신명이라고들 하는데, 용국의 기록에도 이 내용들은 매우 모호하여 전혀 증명할 길은 없어!”한지훈은 담담하게 설명해 주
뒤이어 음양존은 한지훈을 데리고 거대한 석문 앞으로 다가왔다. 눈앞에 놓인 두 돌문은 족히 10여 미터 높이를 하고 있었고, 문 앞의 대청 옆에는 심지어 석판들도 있었는데 그 위에는 고대 문자들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이내 한지훈은 횃불을 꺼내 그 빛을 빌어 문자들을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원래 이곳은 소호족이 조상들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곳이었고, 바로 이 석문 안에 제단이 있었다. “심신을 신에게 바치면 신의 비호를 받을 수 있다?”한지훈은 의심 가득한 마음으로 위에 적힌 글을 읽어갔다. 한참 읽다 보니 글 속에는 이 석문을 여는 방법에 대해서도 적혀 있었다. “다들 알다시피 이 석문 안의 미지의 무언가는 바깥을 에워싸고 있는 석판보다도 훨씬 가치가 있다. 하지만 이 석문은 제아무리 폭약으로 폭파하려 하더라도 전혀 소용이 없다!”“다만 난 그것을 열 수 있는 방법이 반드시 있다고 믿고 있다. 단지 우리가 아직 그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이지!”옆에 있던 음양존은 능숙하게 글을 읽어가는 한지훈을 보고는 넋을 잃었다. “문 앞에 있는 칠성 촛대를 밝히기라도 할까?”그 말에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석문 앞을 흘깃 보았다.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난 탓에, 문 앞에는 일곱 개의 흔적만 남아 있었고 칠성 촛대는 진작에 사라진 상황이었다. “여기에 응당 촛대가 일곱 개 있어야 하는데, 설마 전에 이곳으로 들어올 때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던 거야?”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러자 음양존은 뜰에 있는 십여 개의 촛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안에 일곱 개가 있긴 해. 모두 원래 이곳에 있던걸 저기로 옮겨놓은 거야. 다만 저 위에는 딱히 가치 있는 정보는 없어.”“당장 이 쪽으로 다시 보내!”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한지훈은 갑자기 급히 분부하였다. 그 말에 음양존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 한지훈의 뜻에 따라 부하들을 파견하여 그 7개의 촛대를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촛대마다 그 위에는 작은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곧이어 하드레이의 몸에서는, 전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다시 한번 한지훈을 덮쳐들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칼을 휘둘렀다. 이내 수많은 칼빛이 두 사람을 겹겹이 에워쌌다. 한편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일일이 망원경까지 들고는 공중을 바라보았다. 공중에서는 두 사람에게서 나오는 눈부신 빛만 보아낼 수 있었고 격렬하게 교전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전혀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공중에서만 수백 차례의 공격을 퍼부었다. 한지훈은 천신계를 돌파한 이래, 처음으로 누군가와 오래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 사실로만 보아도, 하드레이는 그야말로 유럽 최강의 실력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맹렬하게 싸우던 두 사람의 거리는 잠시 벌어졌고, 다시 한번 공중에서 맞붙게 되는 순간 하드레이는 저도 모르게 약간 비웃는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넌 내가 듣던 소문과는 달리 실력 차이가 좀 있네. 네가 고작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앞으로 이 세상에 더 이상 한지훈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 더욱이는 용국도 사라지게 될 거고!”방금 한바탕 싸움을 거친 하드레이는 이미 대충 실력이 파악되었다. 그가 보기에 지금의 한지훈은, 진법에 대한 이해가 아직 매우 부족했다. 전에 그가 줄곧 천신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좋은 운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행운은 영원히 한 사람만을 도와주진 않는다. 오늘, 하드레이는 한지훈에게 주어진 그 행운을 끝낼 작정이었다. “번개야!”그 순간, 하드레이는 한 손으로 검을 든 채 하늘을 가리켰다. 쾅!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보라색의 번개가 그의 검을 감쌌다. 이내 보라색 번개는 구름 위로 이어졌고, 한편으로는 하드레의 손에 들린 장검에 스며들게 됐다. 그 모습을 아래에서 지켜보던 영륜 사람들은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영륜 강자는 남달랐어! 이것이야말로 천신과 같은 위세지! 이 정도 위세 앞에서, 한지훈은 그
하드레이의 온몸에서는, 보라색 전기가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전광은 그의 몸을 거의 투명하게 비추었다. 그는 이미 한지훈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었지만, 한지훈이 여전히 고집을 피우려 하니 아예 한판 붙으려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는, 용국의 한지훈은 10여 명의 2성 현급 천신계 강자와 맞붙을 만큼 강한 실력을 가진 것에 놀랍긴 하지만 자신과도 같은 구 세대에 비하면 격차가 크다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을 거쳐온 하드레이는, 진법의 차원에서만 봐도 한지훈과는 한두 단계의 격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맞붙어본 적이 없었기에, 하드레이는 당연히 한지훈은 그저 우주 자기장을 소환하는 낮은 차원에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수준 낮은 상대는, 아무리 천신계라 하더라도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마주한 하드레이는 일단 주먹을 날려 대항하였고, 그 와중에도 하드레이의 자신감은 넘쳤다. 순간 하늘에서는 천둥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게다가 강한 기운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았다. “쿵쾅쿵쾅!” 마치 영륜 상공의 하늘 전체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 이내 한 줄기 거대한 번개가 밤하늘을 갈라버렸다. “설마 천신이 내려온 건가?”“영륜이 침몰하는 건 아니겠지?”“해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다들 저 바닷물 좀 봐!”해변가 사람들은 밀려오는 바닷물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기운과 힘은 그야말로 무서웠다. 엄청난 기운에, 인간들 뿐만 아니라 숲 속 동물들까지 모두 도망쳐 나왔다. 그래도 일반 천신계 강자들은 손을 쓰더라도, 모두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모든 기운을 완전히 밖으로 내보내진 않았으며 더욱이는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 일단 어기게 되면 세계 무도 협회 사람들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한지훈은 이미 그렇게나 많은 나라들을 휩쓸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도 협회는 여전히 묵과하고 있었다. 이는, 세계 무도 협회가 이미
용국의 천생서문 역시 마찬가지로, 수천 년 심지어는 만 년 전의 비신까지 기록한 고서이다. 역사적으로 비교하자면, 영륜은 용국과는 전혀 비교할 수도 없었다. 용인들은 멋대로 수법을 연마하며 상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반면, 영륜 사람들은 그에 비해 항상 조마조마하게 목숨을 지켜야 했다. 이것이 바로 용국와 영륜의 차이였다. “할아버님, 저 정말 궁금해요. 대체 왜 그렇게 한지훈을 높게 평가하는 거예요?”빌리는 여전히 납득 못한 채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담담하게 웃으며 짧은 영화 한 편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호천 창세가 모습을 드러낸 그 순간이었다. 호천 창세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평범한 자일 수가 있을까? “자고로 호천 창세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한지훈을 위해 직접 모습을 드러냈어. 이건 뭘 설명하는 것 같아?”노인은 담담하게 물었다. 그러자 빌리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한지훈이 역외 강자들을 휩쓸 수 있었더라니, 그 뒤에는 아마도 호천 창세의 그림자가 있을 거라 믿었다. 적어도 호천 창세는 반드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너 호천 창세가 어떤 인물인지 알기는 해? 수많은 역외 강자들조차도 그를 만나면 사정하고 빌어야 해. 소문대로라면, 그는 현재 이 세상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이 소문들이 전부는 진짜가 아니더라도, 이 중에는 반드시 사실인 부분이 있을 거라고 믿어!”“그리고 용족 유적 말이야, 한지훈이야말로 용족 유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설령 이번에 그가 패한다 하더라도 호천 창세는 결코 그가 하드레이의 손에 죽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 노인의 표정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가 몇 년 동안 이 세계의 인심에 대해 터득한 바에 따르면, 호천이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이상 반드시 두 번째도 있을 거라는 것이다. 적어도 용족 유적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진 한지훈이 죽는 걸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아버님,
그 무렵, 영륜 타워팰리스 주위는 큰 흰빛으로 뒤덮여 있었고, 비할 데 없이 강한 기운이 고대의 나라를 수호하고 있었다. 비육의 모든 역사는 위조된 것이고, 유럽의 르네상스 역시 용국에서 유래한 수천 년의 문화 결정체이긴 하지만, 영륜이 유럽 대륙의 발원지라는 것은 전혀 부인할 수 없었다. 이곳에는 너무나도 많은 비밀이 잠재되어 있었고, 게다가 많은 오래된 전설과 일부 오래된 진법도 있었다. 하드레이가 100세 이전에 삼성 천신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오래된 비신에 의지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감이 넘쳤고, 호천창세가 직접 찾아오지 않는 한 자신만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영륜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나저나 그저 1성 천신계에 불과한 한지훈이 뜻밖에도 그렇게나 많은 세계 최고의 대국을 휩쓸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 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그 나라의 강자들이 모두 역외로 숨어들었다는 것 정도로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일성 준 천신계가 어떻게 천하를 휩쓸 수 있을까? 이때 미육의 한 빌딩에 있던 한 젊은 남자는, 옆에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할아버님, 한지훈이 과연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그는 바로 로저스 가문의 미래 후계자 중 한 명이었다. 이 가문은 줄곧 미육의 절반이 넘는 땅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1 가문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제1 가문은, 이번에 줄을 잘못 서게 되어 한지훈에 의해 전멸되었다. 그렇기에 이제 미육에서는 로저스 가문이 빛을 발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과연 로저스 가문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그들이 서게 될 라인에 달려 있었다. 때로는 순간적인 선택이 노력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이 젊은 남자의 이름은 빌리였다. 비록 그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지만, 자신과 한지훈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었다.
안드레는 항쟁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는 한지훈과는 전혀 승산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끝까지 완강하게 반항한다면, 한지훈은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유럽 전체는 슬픔에 빠지게 됐고, 수많은 사람들은 안드레의 안쓰러운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유럽을 지킬 사람도 없게 됐다. “한 선생님, 안드레 님께서는 이미 자결을 통하여 사죄하셨으니 이제라도 제발...”쿠러는 검을 찔려 죽은 안드레의 마지막 모습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안돼! 적어도 4분의 3의 목숨은 내놔야 돼!”이내 한지훈이 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곧바로 별빛이 쏟아졌다. 은빛 별빛에 비친 모든 무도 사람들은 순간 잿더미로 변한 채 공기 속에서 흩어지게 됐다. 마치 그들은 이 세상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것처럼. 곧이어 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곧장 북쪽으로 향하여 영륜으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는 고요해졌다. 안드레가 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재앙을 면하지 못했다. “아이고! 한때 2차 대전 정세까지 좌우하던 안드레가 한지훈 앞에서 자결까지 하며 사죄했는데도 용서를 받지 못했다니!”“한지훈 이 놈, 이번 기회에, 전 세계로 하여금 용국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끔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이번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만 해도, 이미 수만 명이 넘어!”“그게 뭐 어때서? 그러게 누가 그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들을 멸망시킬 의도를 보이라고 했어!”인터넷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역외에 세력이 전혀 없는 일부 작은 나라들은, 이번 사건을 더욱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나라에 역외 강자가 없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상황이, 자신들의 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이젠 한지훈이 영륜으로 가려 할 거야!”“영륜은 비록 작은
안드레는 생각했다. 지난번에 공해상에서 한지훈으로부터 미움을 사거나 용국 묘당으로부터 미움을 산 상황에 한지훈은 그저 무릎을 꿇고 절하는 것만을 요구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스스로 무릎을 꿇으면 한지훈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일단 유럽 다른 역외 강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그는 오늘의 모든 것을 되찾을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서 무릎을 꿇고 절하는 안드레의 모습에 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드레, 그때랑 지금의 상황은 정말 달라. 그날, 너희들이 저지른 과실은 단지 용국의 명예만을 손상시켰을 뿐이야!” “하지만 오늘의 너희들은 감히 우리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하고 있지!”“내 눈에는, 네가 아무리 절을 해도 우리 용국 백성들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어!”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 유럽 전역 백성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안드레는 완전히 멍해졌다. 사실 그와 한지훈은 같은 일성 준 천신계 강자였다. 자신이 방금 보인 절은, 한지훈의 수원을 적어도 5년은 증가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한지훈에게 있어서 좋은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절이, 한 푼의 가치도 없다니? “한지훈! 너 사람을 그렇게 너무 업신여기지 마! 이번에 너에게 패배한 것은 단지 이곳에 처음으로 돌아온 역외 강자들일뿐이고, 앞으로 다른 역외 강자들도 계속해서 돌아올 거라는 거 명심해!”“안드레 선생님께서는 우리 유럽의 대표로서, 이미 매우 성실하고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넌 대체 뭘 또 어떻게 하려는 거야!”“어떻게 하냐고?”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유럽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전부 죽이려 하는데, 고작 절 한번 하는 거로 본인 마음 편안하게 하려는 거면 그게 맞는 것 같아?”“이 세상에 그렇게 쉬운 도리가 어디 있어! 차라리 내가 너희 유럽에 500개의 핵무기를 던지고 나중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할까?”한지훈은 비웃음을 띤 얼굴로 아래쪽에 있는 쿠러를 바라보았
당시 미육과 연합하여 용국을 지원하자는 제안을 건넸을 때, 아무도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이 상황에 그는 절대 나서며 말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드레의 단호한 거절에 유럽 전체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됐다. “용국이랑 연락 닿았어? 뭐라고 해?”고위층 간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다른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저희가 줄곧 최선을 다해 연락하고 있긴 한데, 용국 측은 그저 용각이 용국 국왕에게 보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용각 측은 줄곧 응답이 없습니다!”중년 남자는 겨우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뭐라고!”그 얘기에 고위층 간부는 책상 위를 탁하고 세게 내리쳤다. “그 놈들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인종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 국왕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감히 한지훈이 유럽에서 우리를 학살하게끔 방임한 건지!”“용서 못해! 절대 용서할 수 없어!”그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이 상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쿠로, 이젠 너의 그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치를 때가 됐어. 당초 한지훈이 유럽을 찾아왔을 때, 내가 너희들더러 더 이상 용국을 건드리지 말라고 충고했었지!”“적어도 태세가 조금이라도 좋아진 후에 다시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았겠건만, 너희들은 기어코 내 말을 듣지도 않았어! 결국 한지훈은 지금 유럽으로 달려가고 있고!”“너희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역외 강자들은 뭐 하고 있어? 그렇게 입버릇처럼 떠벌리던 그 동맹국들은?”바로 그때 안드레가 들이닥쳤다. 안드레를 보자마자 쿠러의 표정은 마침내 좀 가라앉았다. “안드레, 지금 오직 너만이 세계 무도 연맹에 연락을 나눌 수 있어. 우리나라는 이젠 완전히 위기의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잖아.”쿠러는 급히 반갑게 맞이하며 본론부터 꺼냈다. 그러나 안드레는 쓴웃음만 보였다. “사실 이미 세 시간 전에 연락하긴 했어. 그들의 뜻은, 이번
유 씨 어르신과 양 씨 어르신의 침착함에 비해, 상황은 계속하여 들끓었다. 사실 천신급 강자가 이렇게 강한 다른 나라들에 침투해 마구 살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몇 개 대도시까지 전부 도살되었다. 이 소식에 전 세계는 크게 놀랐다. 그제야 사람들은, 용국이 수천 년 동안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것만큼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용국에 정복된 많은 나라들은 더욱 깊이 새기게 됐다. 감히 자신보다 강한 자를 공격하려는 자는, 언젠다는 반드시 죽임을 당할 거라고. 현재 수많은 나라 원수들은, 모두 세계 무도 연맹이 한지훈을 제재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방법이야말로 그들의 나라를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 무도 연맹도 유독 평온한 태도를 보이며 모든 일을 묵인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육과 부상 천신계 강자들이 잇달아 참사하고 난 후, 세계 무도 연맹은 더 이상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이 상황에 전 세계는 침묵에 빠지게 됐다. 필경 세계 무도 연맹은, 천도 맹약이 세속에 파견한 하나의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그러나 천도맹약이 역외 강자들을 돌아오게끔 만들어,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한 의도는 이미 드러나게 됐다. 이 상황에 세계 무도 연맹이 소리를 내어 한지훈을 경고하게 되면, 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지금 이 순간, 용국의 해체를 꿈꾸던 국가 원수들은 하나같이 깊은 후회에 빠졌다.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결코 용국 해체 계획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곧이어, 한지훈이 부상 강자와 미육 강자들을 잇달아 참살하는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그저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의 나라가 이젠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부상 젊은이들은 이 뉴스를 통해, 교토에서 발생한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바로 스크린을 껐다. 그들 역시 이 모
그러나 노인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에는 순간 괴상한 빛줄기가 나타났다. “안돼!”노인은 큰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빛이 지나치는 곳마다, 사람이고 가축이고 모두 사라지게 됐고 땅 위에는 피만 흐를 뿐이었다. 노인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도 없이, 급히 손을 들어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막아내기도 전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보임과 동시에 번쩍하여 노인의 등 뒤를 노렸다. 이내 금빛이 반짝이는 장총 한 자루가 노인을 찔렀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노인이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적색 사냥용 장총에 맞는 순간을 목격하게 됐다. 그렇게 노인은 시체가 되어 바로 쓰러졌다. 방금 한지훈이 보인 일격은 매우 간단해 보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원의 오의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노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었다. 결국 노인은 반항할 기회조차 없이 총에 찔려 죽게 됐다. 뒤이어 한지훈이 손을 살짝 들자, 하늘에는 황금 노을이 뒤덮였고 무수한 살기가 이집트의 수도를 뒤덮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집트의 수도 전체는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무종 고수든 일반 백성이든 무차별적으로 말살되었다. “너... 대체 왜 백성들까지 학살하는 거야!”한지훈이 한창 손을 쓰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한지훈에게로 날아왔다. “너희 이집트 강자들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학살하려고 한 이상, 나야 당연히 용국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도리를 따져야지!”이내 한지훈이 다시 손을 흔들자, 몇 개의 도시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방금 나타난 노인은, 몇 리 밖으로 도망가기도 전에 눈썹이 뚫리게 되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천신계 강자가 죽게 되었다. 이 상황에 중년 남자는 그저 주먹을 꽉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난다 하더라도 한지훈이 멀리 떠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여러 나라들이 도살되면서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