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서경희의 뒤에 서있던 강신도 우물쭈물하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맞아... 제대로 협상해 보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그러자 안색이 한껏 가라앉은 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협상을 할 거면 태도부터 잘 갖추던가요! 갑자기 들어와서 큰 소리로 난동 부리면 대체 누가 협상하고 싶은 마음이 있겠어요?”그 말을 들은 서경희는 마음속에 분노가 끓어오르긴 했지만, 감히 뭐라 할 수는 없었다. “우리 강신 회사... 당장 부도나기 직전이라고!”그러자 강우연은 의심스러운 표정을 하며 물었다. “엄마, 그럴 리가 없잖아? 전에 우리 우연 그룹이 30억 원까지 투자도 해줬는데? 그 투자가 이루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왜 벌써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된 거야? 심지어 바로 지난주에 내가 같이 합작할 만한 프로젝트까지 몇 개 줬잖아. 그 프로젝트들, 모두 최소 몇 억의 이익을 낼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야.”바로 그때, 서경희는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강우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래, 너 말 잘 꺼냈다. 바로 네가 언급한 그 몇 개의 프로젝트 때문에 지금 회사가 망하게 생겼어! 그 프로젝트 담당 대표가, 글쎄 돈을 먹고 튀었다고! 지금 회사가 얼마나 난장판인지 알아? 한 켠으로는 다른 몇 명의 대표들과도 조율해야 하고, 다른 한 켠으로는 이미 약재를 예약 주문한 고객들한테 양해를 구하고 있어. 강우연 너, 그게 정말 진심으로 우리 강신이를 응원해 주려고 추천해 준 프로젝트가 맞긴 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넌 엄연히 강신 누나인데 대체 어떻게 그런 나쁜 심보를 가질 수가 있는 거야?” 이 말을 들은 강우연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내 한지훈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찬가지로 한지훈 역시 눈살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서경희와 강신을 바라보았다. “우연이가 그런 짓을 벌일 사람은 아니에요. 여태 발생한 모든 일들을 저한테 똑똑히 얘기해 주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최대한 나서볼게요.”내심 솔깃했던
“약왕파?”한지훈의 미간은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그와 약왕파 사이에는 원래 큰 마찰이 없었고, 더군다나 지난번 국왕이 일부러 자신과 약왕파와의 관계를 조정했으니 그들이 뒤에서 그런 짓을 하지는 않지 않겠는가? “그래, 알겠어.”한지훈이 어두운 얼굴로 전화를 끊었고, 서경희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다급하게 물었다. “한 서방? 어떤가? 일은 해결되었어? 우리 신이가 설마 감옥을 가는 건 아니겠지…?”그러자 한지훈은 서경희를 흘끗 보더니 대답했다. “우선 돌아가세요. 일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네.”그제야 서경희는 강신을 데리고 서둘러 사무실을 나섰다. 두 사람이 떠난 후, 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창밖을 내다보며 약왕파의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여보, 왜 그래요? 배후의 사람을 해결하는 게 어려운 거예요?"강우연은 자연스럽게 그의 난처함을 알아차렸고, 한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해결하기 어려운 건 아니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말이야. 그자들은 왜 하필 지금 강신 회사를 건드렸는지 당최 이해할 수 없어. 이게 그자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그럼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강우연이 낮은 목소리로 묻자,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내가 해결할게.”“확실한 거죠?”그러자 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네 남편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마.”말을 마친 그는 강우연과 잠시 시간을 보낸 뒤 회사를 나왔고, 용각의 신한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로님, 저 대신 약왕곡 사람에게 연락을 해 주십시오.”전화 너머로 신한국은 잠시 넋을 잃고는 의심하며 말했다. “이놈아, 뭘 하려고 그러냐? 넌 이제 공식적인 직위가 없는데도 약왕파와 마찰을 빚고 싶은게야?”“원로님, 오해입니다. 이번에는 약왕파와 마찰을 빚고 싶은 게 아니라, 약왕파가 강중을 건드렸습니다.”“무슨 일이지?”신한국이 되묻자, 한지훈은 그에게 상황을 알렸다. 그 말을 들은 신한국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신한국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 약왕파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평화롭고 단순하지 않다. 약왕파 안에는 급진파, 중립파, 보수파인 총 세 파벌로 나누어졌지. 이 급진파는 끊임없이 약왕파가 힘과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외부에서도 끊임없이 회사를 설립하고 주요 제약 회사를 인수하며 심지어는 일부 의약 종문도 급진파와 관련이 있어. 하지만 보수파는 약왕파가 현재를 고수하고 의약 연구와 영약 정제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 중립파는 약왕파 안에서 영향력이 부족하지만, 약왕파 전체의 세력 균형을 좌우할 수 있는 정도야.”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연 그룹의 급속한 확장이 강중의 제약 시장에서 급진파들의 이익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더욱이 우연 그룹은 최근 다른 지방에 회사를 설립하고 해외 제약 시장까지 확대할 예정이었으니, 이는 필연적으로 약왕파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 사건은 약왕파의 급진파들이 보내는 작은 경고였다. 이 핵심을 깨달은 한지훈은 비웃으며 말했다. “원로님,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 대신 약왕파의 급진파 대표에게 한 마디 전해주십시오. 그들이 정정당당하게 우리와 경쟁을 하는 거라면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지만, 만약 뒤에서 이런 음험한 계략을 쓴다면, 나 한지훈은 절대 그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요!”이 말을 들은 신한국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이놈아, 절대 함부로 굴어서는 안 된다. 네 그 말은 약왕파의 급진파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같지 않느냐?”“선전포고요? 하하, 저를 먼저 건드리지 않는 이상, 저도 남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먼저 저를 건드렸으니, 당연히 끝을 보아야겠죠! 원로님, 제 뜻대로 전해 주십시오!”한지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자, 신한국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 알겠다. 참, 오국 합동 군사 훈련 소식은 접했느냐? 어떻게 생각하지?”“그들의 목적은 분명 다른 데에 있을 겁니다. 오국 합동
순식간에 동방원홍 주변에 있던 십여 명의 사사들이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에게 달려든 십여 명의 사사를 바라보고는 힘없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 자들의 실력은 매우 형편없었고, 가장 실력이 좋은 사람도 전신 강자에 불과했다! 동방 원자일맹은 이미 덫에 걸린 짐승이나 다름없었다. 한지훈이 손을 들자 오릉군 가시가 솟구쳐올 랐고, 공중에서 눈부신 은빛 호선을 그려내며 번쩍였다! 순식간에 오릉군 가시는 십여 명의 사사의 가슴과 복부를 관통해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푸슉! 십여 명의 사사들은 모두 피웅덩이에 쓰러지며,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이 장면을 본 동방원홍과 동방오호는 모두 넋을 잃고 말았고, 사사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에게 죽임을 당한 것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이때,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한지훈을 보며 동방원홍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뭘 하려는 거지? 난 동방 가문의 사람이다. 만약 나에게 손을 쓴다면 동방 가문은 절대 네놈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동방원홍은 두려움에 떨었고, 그가 비록 무술을 연마했다고 해도 실력은 볼품없었으며 무도 대사의 경지밖에 오르지 못했다! 삼성 지급 천왕을 순식간에 죽일 수 있는 한지훈 앞에서는 그저 개미에 불과한 수준인 것이다. 이때, 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동방원홍을 노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동방풍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이니, 다른 사람을 탓해서는 안 된다! 너희 동방 가문 사람들이 계속 나에게 손을 쓰니 나도 이젠 한계에 달했으니, 이만 여기서 끝을 보자!”그러자, 한지훈은 손을 들어 동방원홍의 가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 순간 동방원홍도 한지훈의 주먹에 담긴 무서운 힘을 느낄 수 있었고, 그는 손을 들어 막으려 했지만 이미 한지훈의 주먹에 의해 그의 두 손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동방원홍은 곧장 거꾸로 날아가 땅바닥에 굴렀고, 피를 몇 입 토해내며 간신히 말을 쥐어 짜냈다.“네… 네 이놈…”하지만, 동방원홍은 그
이것이 생존의 법칙이다. 한지훈은 땅에 쓰러진 시체를 차갑게 노려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온병림에게 전화를 걸어 시신을 치울 사람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온병림이 도착했을 때, 그는 땅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는 곧장 겁에 질리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들은 용경 동방 가문의 원자일맥 가주와 어르신이지 않은가…한지훈은 역시 너무나도 무자비한 자였다! 동방 가문의 원자일맥 일가를 몰살해 버리다니…그리고 이때, 한지훈은 별장 주방 안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이 일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 한편, 용경의 동방 가문. 대청 안에는 동방 가문의 장로들과 핵심 인사들로 가득 차 있었고, 동방 가문의 가주도 어두운 얼굴로 가장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때, 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방금 전 강중 군구에서 또 다른 시체를 보내왔소. 그중에는 동방원홍과 동방오호도 있었네! 여기 계신 모두는 동방 가문의 고위층인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다들 말해 보시게!”대청에 있던 모든 사람이 이 말을 듣자, 모두 제각기 이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누구는 화가 나서 즉시 찻잔을 깨뜨리며 소리쳤다. “해임된 북양왕이 감히 우리 원자일맥 사람을 죽이는 흉악한 짓을 저지르다니! 가주님, 무슨 일이 있어도 한지훈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맞습니다! 그자는 너무나도 날뛰고 있습니다! 만약 이 일이 알려지면 저희 동방 가문이 어떻게 용국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습니까?!”“무관무직인 옛 북양왕은 이빨 빠진 호랑이나 다름없으니, 당장이라도 죽일 수 있을 겁니다!!”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여러분, 조급해 하지 마십시오. 한지훈은 지금 삼성 지급 천왕을 죽일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만약 그와 충돌이 일어난다면 우리 동방 가문에게도 불리할 겁니다!”“옳소. 혼자서 삼성 지급 천왕을 죽일 수 있는 존재라면 우리는 그자를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됩니다! 원자일맥은 자업자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절대로 그들 때문에 우리 동방
같은 시각, 약왕곡. 급진파의 대표들이 모여 용각의 신 원로가 방금 전한 말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쉰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선두에 있던 한 노인은 냉랭함이 가득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여러분도 모두 들었다시피, 한지훈이 신 원로에게 전갈을 보냈소. 우리가 이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말해 봅시다.”그러자 아래에 있던 사람이 즉시 일어나 말했다. “삼 장교님! 한지훈은 이미 북양왕의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젠 그저 평민에 불과합니다. 그의 말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 말입니다! 우리는 그저 계획에 따라 행동하기만 하면 됩니다!”“맞습니다! 칠 장로님의 말씀이 바로 제 뜻이기도 합니다! 군사적 위치가 없는 한지훈은 어떤 물보라도 일으킬 수 없습니다. 비록 그의 실력이 강하긴 하지만, 저희 약왕파에도 강자는 있습니다.”하지만, 이때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 장교님, 여러분, 아무래도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비록 한지훈은 이제 새로운 군주에 의해 군직을 박탈당했지만 그의 위신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약왕파에게 좋지만은 않습니다. 그를 건드려서 만약 약왕파를 찾아오게 하면, 그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아이고, 넷째 장로님, 너무 걱정이 많으십니다.”그러자 다른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한지훈 한 명에 불과한데, 게다가 그는 북양왕의 신분도 없고 파용군도 없이 무슨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 저희 약왕파에 도전할 수 있는 다른 자본이 있을까요?”“그리고 잊지 마십시오. 우리는 아직 한지훈에게서 적용용심을 얻어야 합니다. 아무리 안 돼도 그의 피라도 얻어서 연구를 해야한다는 말입니다.”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자리에 앉아 있던 삼 장교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꺼냈다. “됐소, 이 일은 그만 논의하도록 합시다. 우리의 계획은 변함이 없소. 그리고 일곱째 장로, 우리 약왕파의 급진파를 대신해 강중으로 가서 한지훈을 만나 보시오. 만약 협상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무슨 일이야?” 한지훈이 담담하게 물었다. “용왕님, 신룡전 정보부에서 최근 몇 가지 정보를 조사해서 가장 먼저 알려 드리려고 합니다.”용운이 진지하게 말하자,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정보지?”용운이 대답했다. “첫 번째 정보는 이번에 북양 국경의 5개국 합동 군사 훈련이 북양을 음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며, 이는 이국을 비롯한 9개국 정상회의 지시로 인한 것입니다.”이 말을 들은 한지훈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말했다. “역시나, 내 추측이 맞았군. 이건 그들이 용국의 새 군주를 시험하는 거다, 다른 정보는 뭐지?”용운이 이어서 말했다. “두 번째 정보는, 저희가 용왕님의 지시에 따라 4대 가문의 범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있었고, 이제 몇 가지 증거를 찾은 겁니다! 원씨 가문이 적국과 결탁한 혐의가 있었습니다! 국경의 여러 나라들과 비밀리에 정보를 교환했으며, 심지어 9개국 정상회와 비밀리에 만난 적도 있습니다!”여기까지 들은 한지훈은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고, 안색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역시 원씨 가문이야! 생각만큼 쉽지 않군 그래!”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 “계속 추적하도록 해, 확실한 증거를 얻어야 한다!”“예, 용왕님!”용운은 대답을 하며 곧이어 다시 입을 열었다. “용왕님, 그리고 세 번째 정보가 있습니다.”“말해.”“용왕님, 저희는 최근에 한 조직이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그 조직은 단 한 번도 기록된 적이 없는 조직입니다. 지난 며칠 동안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 왔으며, 심지어 서부 이사회의 특권까지 동원했는데도 그 조직에 대한 어떤 정보도 조사하지 못했습니다.”용운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하자, 한지훈이 이 말을 듣더니 눈썹이 일그러지며 말했다. “무슨 조직이지?”“광명파입니다.”그 이름을 들은 한지훈은 얼굴이 가라앉으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광명파, 들어본 적이 있다. 서부 이사회조차도 그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이 조직이 얼
한지훈은 잠시 생각하더니,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낡은 나무 문을 밀고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한약 냄새가 확 풍겨왔다. 가게 안은 넓지는 않지만, 약초가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장부를 맞추고 있는 듯한 한 젊은이가 약초를 상자에 넣고 있었고, 한지훈은 곧장 그에게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그러자 젊은이는 고개도 들지 않고 계속해서 작은 저울로 한약의 무게를 재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안으로 들어가세요.”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고개를 돌렸고, 옆에는 회색 커튼이 있었다. 고민 끝에 그는 커튼을 젖히고, 막 들어서려고 하자 바로 정면에서 좋은 약초 냄새와 방울 소리가 그를 맞이했다! ‘퍽!’이때, 한 연약한 형체가 한지훈의 팔에 부딪히며, 고통에 찬 비명이 뒤따랐다. “아악, 당신 뭐야? 왜 길을 막고 있어!”한지훈은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고, 상대를 보니 대략 열일곱 여덟 살쯤 된 소녀가 하얀 치마를 입은 채 발목과 손목에는 예쁜 금빛 방울을 달고 있었다. 그녀는 두 가닥으로 땋은 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뽀로통하게 땅바닥에서 일어나 두 손을 허리에 짚고 화가 난 듯 턱을 치켜들며 한지훈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한지훈은 황급히 자리를 비켜서서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흥! 누구세요? 뭐 때문에 오신 거죠?”그제야 어린 소녀는 한지훈을 주시하기 시작했고, 한지훈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사람을요? 당신같이 덜렁대는 사람이 무슨 사람을 찾겠다고?”어린 소녀는 아직 화가 덜 풀린 듯 한지훈을 가리키며 꾸짖었다. 한지훈도 매우 난처했다. 이 어린 소녀가 자신에게 악의가 없고, 그저 자신 때문에 넘어졌기에 단지 화가 난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한지훈은 계속해서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한 노인이 어린 소녀 뒤에서 걸어 나와 몇 번 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영아, 그렇게 무례하게 굴면 안 되지! 어서 가서 손님에게 차 한 잔 따
젊은 남자는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를 무시하고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뒷짐을 진 채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고, 승 사제가 여긴 어쩐 일인가?” 초천서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인사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은 승소천에게 다시 한번 경외의 눈길을 보냈다. 초천서마저도 이렇게나 존중의 뜻을 보이는 사람이란 건, 훗날 반드시 약종의 미래가 될 거라 확신했다. 비록 승소천의 실력은 단지 일성 사령관뿐이긴 하지만, 약종 사람들은 전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단방 그리고 얼마나 많은 처방을 숙달할 수 있는지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약종이 무종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약종의 환산 고단 덕에 무종의 문인 제자들이 초기 단계인 1~2년 내에 경지를 빠르게 향상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약 영역에서 능력이 출중한 약종 문인일수록, 무종의 추앙을 더욱 많이 받게 되자 무종에서의 영향력도 더욱 커지게 된다. 설령 그들이 전신계, 심지어 군왕계에 머물러 있다 하더라도 감히 건드릴 사람이 없게 된다. 만약 약종의 우두 머리한테 미움을 사게 되면, 그건 곧 수많은 종문의 미움을 사는 것과 같게 된다. “초 선배님, 약 10년 동안 만나 뵙지 못했는데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승소천은 초천서과 악수를 나누며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그 말은 즉, 초천서 역시 이전에 항산 약종의 제자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승소천과는 일통상맥하는 형제 사이라니? 뜻밖의 상황에 유준혁의 마음은 조급해났다. 그는 본래 약종 사람이기에, 초천서와 승소천 같은 사람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었다. 초천서 한 사람만으로도 약왕파를 얼마든지 깔아뭉갤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승소천마저 등장하게 됐으니, 그 결과는 감히 가늠하기 어려웠다. “여러분, 전 천부성에서 시독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왔습니다. 그러다가 방금 복도에서 강 대표의 손에 해독제인 단방이 있다는 것을 듣게 됐습니다!”“사실인가요?”승소
그는 국가가 필요로 한다는 한마디 말로, 일을 크게 과장시켰다. 이 상황에 만약 강우연이 단방을 내놓지 않는다면 국면을 돌보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받게 된다. 만약 그녀가 단지 평범한 여자였다면 별 문제는 없었겠지만, 그러나 그녀는 엄연히 북양 왕 한지훈의 아내이다. 그렇게 단 한마디로, 강우연은 궁지로 몰리게 됐다. “그래, 낙천우의 말이 맞아. 이건 우리가 너희들더러 단방을 내놓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단지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서야! 북양 왕은 줄곧 백성들을 지키느라 애를 썼는데, 설마 강 대표는 이 백성들이 비참하게 죽는걸 빤히 보고만 있을 거라는 거야?”이때 나장명과 낙천우의 뒤에 서있던 한 노인이, 수염을 매만지며 흉악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주시하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강 대표, 고작 처방전 하나뿐으로도 백성들을 구해낼 수 있다잖아. 만약 나였다면 진작에 목숨까지 바쳤을 거야?” 또 다른 한 노인이 무리를 비집고는 앞으로 나와 늠름한 척하며 말했다. “고작 처방전 하나요?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네요. 이 팔극연명단방, 실제로 사람의 피가 들어있긴 합니다. 방금 말씀하신 어르신, 그럼 차라리 흔쾌히 피를 내주시죠!”“본인이 스스로 뱉은 말이니, 백성들의 생명을 구해내고 싶다면 어디 한번 목숨 바쳐 봐!”유준혁은 이를 갈며 강우연의 몸 앞을 막고는, 눈앞의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방금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냅다 말을 내뱉은 노인은, 사실 목숨을 바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피 한 방울 바치는 것도 매우 꺼려하는 사람이었다. “당신들 대체 뭔데? 날 만만하게 보지 마. 설령 내가 여기서 죽는다 하더라도 너희들 단방 얻을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 게다가 강 대표는 엄연히 북양 왕 한지훈의 와이프인데, 너희들이 이렇게까지 핍박하는 건 더 이상 북양 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야?”유준혁은 이 틈을 타, 강우연의 정체를 들먹이며 그녀의 배후에 북양 왕 한지훈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유 문주, 이번에 얼마나
황약사는 그저 차갑게 웃었다. “문주 님, 하지만... 만약 저희 약왕파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저희의 명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이내 대장로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아니라, 적당한 시기를 찾아 모습을 드러내려는 거야. 그냥 내가 말한 대로 해!”황약사는 대장로를 향해 손짓을 하였다. “네!”황약사의 단호한 태도한 태도에 대장로는 황급히 물러났다. 한편 그 시각, 강우연과 유준혁은 이미 천부성에 도착하였고 제1병원으로 향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병실에는 이미 시독에 중독된 환자들이 가득 누워 있었다. “아이고...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차라리 통쾌하게 죽여줘. 나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정말 너무 괴롭다고!” 병상에 누운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에 강우연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신문에서 봤던 기사 내용 그대로, 환자들은 온몸에 검은 고름이 흐르고 피부와 근육까지 짓무르고 있었다. 너무 참담한 나머지 한 번 보고 나서는 다시는 차마 직시할 수가 없었다. “사모님, 이 사람들 너무 안타까워요. 아니면 저희 먼저 팔극연명단방으로 한번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요?”유준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그렇게 하죠. 안 되면 다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죠!”강우연은 유준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내 유준혁은 급히 작은 병 하나를 꺼내 그 속에서 10여 알의 팔극연명단방을 쏟아내고는, 간호사더러 펄펄 끓는 물을 좀 가져 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팔극연명단방을 끓는 물에 완전히 녹인 후, 증상이 가장 심한 몇 명의 환자들에게 탕약을 복용하라고 말했다. 약효를 증강하기 위해 유준혁은 특별히 또 몇 알의 일반 단약까지 녹여, 환자들을 도와 몸에 발라주었다. 그날 밤, 병세가 위중했던 환자들은 다행히 뚜렷하게 호전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몸에서는 더 이상 고름도 나지 않았다. 단 오후의 처치만으로도 이렇게나 좋은 효과를 거두게 되자, 이 소식은 병원을 떠들썩하게
“맞아요, 시독의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른 상황에 게다가 현재 병원은 전혀 속수무책입니다. 매일 거의 수백 명이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어요. 이 상황에 저희가 손을 떼는 건 말도 안 돼요!”유준혁도 나서서 변명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제가 보기에는 이번 일은 한 선생님과 다시 한번 상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도청 전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강우연은 빠른 걸음으로 2층 침실로 올라가, 자초지종을 한지훈에게 털어놓았다. “어떻게 생각하세요?”며칠간의 요양을 거쳐 한지훈의 상황은 이미 많이 좋아졌다. 다만 실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을 뿐이다. 적어도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는 것은 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가끔 주먹도 몇 번 내뻗을 수 있긴 하지만 여전히 몸은 피곤했다. “시간은 절대 저희를 기다리지 않아요. 반드시 지금 즉시 천부성으로 가야 해요. 만약 팔극연명단방이 정말 해독할 수 있다면 저희는 수많은 백성들을 구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강우연이 정색하며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강우연은 평범한 여성이긴 하지만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걱정하는 마음은 가득했다. “네 생각도 괜찮은 것 같아. 다만 현재 내 몸 상태로는 나설 수가 없어. 차라리 이렇게 하자고. 일단 유 문주 님이랑 같이 먼저 천부성으로 가. 난 며칠 후에 도청전인과 함께 갈게!”한지훈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 후에 의견을 밝혔다. “좋아요. 그럼 내일 아침 전 유 문주 님이랑 천부성으로 갈게요!”강우연은 말을 마치자마자 유준혁에게 다가가 한차례 교대했다. 이튿날 아침, 강우연과 유준혁은 천부성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가 막 이륙하자마자 낙씨 집안은 정보를 받게 되었다. “할아버님, 좋은 소식 있습니다. 강우연이 역시나 저희 계략에 걸렸습니다! 이제 그들이 비행기에서 내릴 때...”낙천택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아니야! 이 시독은 팔극연명단방만 해독시킬 수 있어. 강우연이든 황약사든
게다가 시독에 중독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온몸이 짓눌리는 듯한 고통을 받으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시독은 매우 오래된 큰 무덤을 파헤쳐진 뒤 방독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이유로 대규모의 전파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낙씨 집안이 꾸며낸 음모라고는 의심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날 밤, 낙씨 집안 수십 명의 문인 제자들은 일제히 천부성의 각 수원으로 향하여 흰색의 물약 한 병을 수원에 내다 부었다. 그렇게 짧디짧은 이틀 사이에 천부성에는 수천 명이 병으로 쓰러지게 됐고, 또 하나같이 온몸에 검은 반점이 돋기도 했다. 이 검은 반점들은, 밖으로 고름까지 흘러나올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피부가 벗겨지게 되어 어떤 약물을 써도 속수무책이었다. 이내 이 소식은 아주 빠르게 천성에 퍼지게 됐다. “사모님, 큰일 났습니다! 이것 좀 보세요...”도청 전인은 강중의 신문을 들고는 재빨리 강우연에게 건네주었다. 그 위에 실린 헤드라인 기사는 바로, 천부성의 괴질에 관한 보도였다. “사모님, 지금 천성 내의 각 약종들 그리고 제약 기업들이 모두 천부성으로 향하고 있는 중입니다!”“대부분의 약종들은 이것이 일종의 시독이라고 추측하고 있는데, 각 병원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치료 방안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고 이 괴질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더욱 영문을 모르고 있습니다!”“저희도 사람을 보내는 건 어떨까요?”강우연은 신문지를 들고는 고개를 숙인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유 문주 님은 어디 계세요? 당장 저 찾아오라고 하세요!”강우연이 정색하며 말했다. “이미 이쪽으로 달려오고 계십니다. 제가 보아하니 이번 일은 전반 용국에 일으킨 파장이 매우 큰 것 같습니다. 이 괴질은 전파속도도 아주 빨라 환자의 피가 묻게 되어도 전염된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건 시독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도청 전인은 진지하게 말했다. 그 말에 강우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약종은 비록 기기와 설비 방면에서는
한지훈이 독이 풀렸다는 말을 듣게 되자마자, 낙천우는 더 이상 의지할 곳을 잃게 되고는 거듭하여 용서를 빌었다. “사모님, 이 놈 어떻게 처리할까요?”도청 전인은 천천히 보검을 꺼냈다. 낙천우는 심상치 않은 상황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그는 고작 일성 준사령관의 실력에 머무를 뿐이었다. 강우연을 상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하물며 5성 용급 천왕계의 도청 전인이라니? “사모님, 한 선생에게 독을 먹인 건 제가 아닙니다! 저... 저는 그저 낙씨 집안의 보잘것없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제발 살려주세요!”낙천우는 강우연의 앞에 무릎을 꿇고는 연신 절을 하며 용서를 빌었다. 사실 강우연은 방금까지만 해도 그를 죽일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확실히 낙천우가 말한 바와 같이, 그는 진정 독을 넣은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른 이상 낙씨 집안과의 관계는 최대는 완화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필경 맺힌 원한은 풀어야 하니까. “됐어요, 어르신. 돌려보내세요! 그리고 방금 내가 한 말 그대로 낙씨 집안에 전해. 더 이상 허튼 생각하지 말라고!”강우연은 말을 마치고는 더 이상 낙천우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몸을 돌려 2층 침실로 돌아갔다. 도청 전인은 낙천우를 차갑게 쳐다보았고, 손에는 장검을 들고 있었다. “선배님, 방금... 방금 강 대표께서 저를 풀어주라고 하신 거 들으셨죠! 그러니... 이렇게...”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청 전인은 다시 한번 따귀를 때리고는 그를 마당으로 쫓아냈다. “낙씨 집안으로 꺼져! 다시는 내 눈에 띄지는 마!”낙천우는 이를 악문 채, 땅에서 구르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한편으론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도청 전인을 바라보았다. “흥!”뒤이어 낙천우는 발을 동동 구르며 몸을 돌려 한 씨 별장을 성큼성큼 떠났다. 밖에 나오자마자 낙천우는 급히 전화를 꺼내 낙씨 집안 가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연락을 보낸 사람은 바로, 낙씨 집안 제2세대의 가주인 낙천택이었다. “일은 어
“낙천우? 낙씨 집안사람이 찾아왔다고요?”강우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당장 만나! 대체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 건지 한번 지켜봐야겠어!”한지훈은 무기력하게 강우연을 향해 말했다. 사실 도청 전인이 이 자리에 있는 한, 낙씨 집안사람들은 큰 일을 일으킬 수 없었다. “좋아요!”그 말에 강우연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도청 전인을 향해 말했다. “어르신, 낙천우더러 거실에서 저를 기다리라고 하세요!”“네!”도청 전인은 짧은 대답과 함께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우연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거실에 도착할 무렵, 스물 다섯 정도로 보이는 한 젊은이가 무덤덤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강우연이 위층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도 일어서지 않고 차갑게 웃었다. “당신이 바로 강우연이지? 내 예상이 맞는다면, 지금 한지훈은 혼수상태에 빠졌을 거야. 게다가 반쪽 발은 이미 저승길 문턱에 들어섰겠지!”“너!”강우연은 낙천우가 이렇게까지 도발적일 줄은 몰랐다. 심지어 연기를 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너희 낙씨 집안사람이 내 남편한테 독을 먹인 거지?”강우연이 싸늘한 눈빛으로 물었다. “에이, 그건 더 이상 비밀도 아니지.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할게. 나한테는 치료제가 있어! 만약 날이 밝기 전에 한지훈에게 먹인다면, 아마도 생명을 지켜낼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만약 시간이 지체된다면, 그때는 속수무책이 될 거야!”낙천우는 강우연을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감히 한 선생에게 독을 먹이고 직접 집까지 찾아오다니, 담이 아주 크구나!” 도청 전인은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낙천우는 개의치 않는 듯한 표정으로 도청 전인을 힐끗 쳐다보았다. “왜, 너 나랑 싸우고 싶은 거야? 우리 낙씨 집안의 유일무이한 해독제가 아니라면 내일 아침 날이 밝자마자 한지훈은 저승길에 오르게 될 거야!”“그리고 눈치라도 있다면 당장 팔극연명단방을 내놓아. 그렇지 않으면 해독제를 얻을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깊은 밤이 되었다. 로비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황 약사는 눈을 감은 채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강우연이 갑자기 급하게 뛰어내렸다. “큰일 났어요, 지훈 씨... 지훈 씨가 피를 토하고 있어요!”강우연은 초조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말에 황 약사는 급히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한지훈의 침실로 향했다. 한편 한지훈은 검은색의 피를 크게 토하고 있었다. 그제야 황약사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모님,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검은색의 피를 토해내면 한 선생은 회복하실 수 있습니다!”이내 황약사는 은침 두 개를 꺼내 한지훈의 큰 혈 두 곳에 힘껏 찔렀다. “푸!”황약사의 은침이 한지훈의 혈도를 찌르자마자, 한지훈은 큰 피를 뿜어냈다. 강우연은 한껏 긴장한 얼굴로 한지훈과 황약사를 번갈아보았고, 유준혁조차도 감히 입을 떼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히 검은 피를 토하고 나서야 한지훈의 상황은 많이 안정되었다. 강우연은 고개를 숙인 채 병상의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한지훈의 얼굴색은 조금씩 붉어지기 시작했다. “여보!”그제야 강우연은 급히 병상 앞으로 다가와 한지훈의 손을 잡았다. 한지훈은 천천히 눈을 뜨고는 주위 사람들을 흘깃 보았다. “나... 나 지금 어디 있는 거야?”방금 깨어난 한지훈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있었다. “한 선생께선 중독되셨습니다. 지금 누워계신 건 당신의 침실이고요. 비록 독이 풀리긴 했지만, 너무 깊게 중독됐었기에 한동안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황약사는 한지훈의 맥박을 짚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한지훈은 더 이상 생명의 위협을 받지는 않았다. 다만 아직 체력이 회복되지 않았을 뿐이다. “황 문주 님 감사합니다!”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황약사에게 말했다. 그러자 황약사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한 선생님, 이 모든 건 우리가 응당 해야 할 일입니다. 비록 한 선생의 실력이 매우 높긴 하지만, 무종 특히는 약종에서는 독을 사용하는 고수들이 너무나
이내 도청전인은 급히 대장로를 데리고는 한지훈의 침실로 향했다. 대장로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고는 자신의 품에서 대나무 통 하나를 꺼냈다. 조심스럽게 대나무 통을 한지훈의 입에 갖다 대고서는, 천천히 탕약을 그의 입에 넣었다. “대장로 님, 이 약을 먹고 나서 얼마나 지나야 한 선생이 깨어날 수 있는 건가요?”도청전인이 상냥하게 물었다. 그러자 대장로는 난처한 표정을 보였다. “저도 사실 이렇게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 선생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여 저 또한 감히 확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게다가 문주께서는, 그 누구도 한 선생의 병세를 함부로 의논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까지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서 쫓아낼 거라요! 그러니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대장로는 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숙이고는 빠른 걸음으로 한지훈의 침실을 떠났다. “사모님, 황 약사가 아직 떠나지 않은 이상 구원받을 기회가 남아 있을 겁니다!”이때 옆에 서있던 유준혁도 작은 소리로 강우연에게 말했다. 물론 강우연은 도청전인과 유준혁 모두 자신을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겨우 눈물을 참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에게 손을 살짝 흔들고는, 혼자 있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게 로비로 돌아온 도청전인과 유준혁은, 마침 소곤소곤 속삭이고 있는 황약사와 대장로를 발견하고는 앞으로 나아갔다. “황 문주 님, 대체 어떻게 된 일인건지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한 선생님의 상황은 대체 어떤가요?”황약사는 잠시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 “두 분께서 알아차렸는지 모르겠지만 한 선생은 심한 중독에 빠지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색은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왜 그런지 아시나요?”유준혁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상황은 제가 평생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어서, 그 이유를 모르겠네요!”“그 이유는, 독이 기절음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안색에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겁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중독은 오히려 더욱 심해지게 됩니다. 만약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