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소식을 받았습니다… 원래 부상과 대결을 하려던 두 나라가 항복을 해서, 오전에 한 경기만 치렀다고 합니다…”호지해의 비서가 다가와 그들에게 속삭였다.이 말은, 상대방이 거의 하루 종일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비축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용국 선수들은 이미 전신에 멍이 들어 체력은 한계에 도달했다!이는 격전이 될 게 뻔했고, 잠시 후 유흥국은 붕대를 두른 채 다시 링에 올랐다. 이를 본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 소좌룡은 링 아래에서 자신의 선수들에게 말했다. “상대방은 이미 지쳤으니 이번 경기는 우리가 이긴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길 뿐만 아니라, 반드시 완벽하게 이겨야 할 거다!”“그들에게 항복할 기회를 주지 말고, 링 위에서 고문하고 모욕하며 상대의 존엄성을 짓밟아 버리도록!”“그들이 스스로 칭하는 엘리트라는 사람들이 우리 앞에서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 조금도 없다는 걸 보여주고, 톡톡히 망신을 주도록 해라!”소좌룡은 자신이 한지훈의 한 글자에 놀라 그 자리에서 오줌을 싼 추태를 잊지 않고 있었고, 이 때문에 한지훈의 체면을 구기려 했다! 총 사흘간 치러지는 경기에 만약 용국 팀이 첫날도 넘기지 못한다면 역대 최저 점수를 기록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한지훈이든 용국이든 다른 나라로부터 비웃음을 살 게 당연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이미 새로 개발한 약을 복용했고, 이 약의 효과는 한 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이 시간 동안 저는 10명의 상대도 모두 때려눕힐 수 있습니다!”그중 키 큰 무도복 차림의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중산휘, 네가 그렇게 자신이 있으니 먼저 나서도록!”소좌룡은 중산휘라는 이름의 병사를 첫 번째로 출전시켰다. 이번 시합은 종합적인 자질을 겨루는 대회이기 때문에, 신체 운동에 의존해 얻은 자질이든, 약물 주입에 의존하여 달성된 극한의 힘이든 모두 상관없었다. 이 자유 격투에서는 도핑이나 마약이 위반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유흥국이 링에 올라가기 전에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군인의 모습에,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많은 소녀들은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절대 항복하려 하지 않을 거야. 어떻게든 자신의 나라에 영예를 안겨주려 할 거야.”군인을 바라보는 한지훈의 눈빛 속에도 존경심이 드러났다. 그런데 바로 그때, 중산휘는 다시금 주먹을 들어 올려 유흥국의 복부를 세게 때렸다. 꽤나 강한 한 방에 유흥국은 그 자리에서 바로 기절하고는 항복하였다. 이미 특훈을 받은 특전사들은 아직 쉬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일단은 다른 후보들을 잠시 참전시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런 특훈도 받지 못한 병사들은, 중산휘를 상대로 얼마 버텨내지를 못했다. 다들 몇 분도 안되어 잇달아 땅에 쓰러져 항복을 선언하게 됐다. 중산휘는 이미 무려 다섯 명의 상대를 물리쳤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체내에 여전히 무궁무진한 힘이 남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피는 점점 끓어올랐고, 그는 전혀 피로를 느끼지도 못했다. “정말 약한 놈들이네. 실력이 좀 괜찮은 놈이 하나도 없어? 용국이 이렇게까지나 쓰레기였었나?” 이내 중산휘는 바닥에 누워 있던 연백을 직접 발로 세게 내리차, 힘껏 그의 손을 밟았다. 200근에 가까운 그의 몸무게에 발의 힘까지 더해지자, 연백의 손뼈는 아주 쉽게 부러져버렸다. 연백은 안간힘을 쓰며 중산휘의 다리를 밀쳐내려 애썼지만 더 이상 힘이 나지가 않았다. 눈앞의 적들은 자신보다 컨디션도 좋을 뿐만 아니라 실력도 매우 강하여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는 이것뿐이었다. 연백은 이미 연이은 싸움에 지쳐있었고, 몸에 난 부상 때문에 더 이상 움직일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땅에서 일어날 힘조차 없었다. 그러나 반면 중산휘는 여전히 투지가 강했다. “이미 다섯 명이나 나랑 붙었는데, 나를 이긴 사람은 하나도 없어. 보아하니 너희 용국 병사들은 실력이 다 고작 이 정도일 뿐이구나!”1중산휘는 참지 못하고 크게 웃어대기 시작했다. 링 아래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병사들은 잔뜩 분노하여 주먹을
경기 시작과 동시에, 중산휘는 바로 전투태세를 취했지만 한지훈은 여전히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는 건들건들한 모습을 보이며 심지어는 담뱃불을 뿜기도 했다. “설마 용국에 더 이상 남은 사람이 없는 거야? 어떻게 너 같은 사람을 링에 내보낸 거야? 꽤 비참한 상황인가 보네.”중산휘는 마냥 방심하고 있는 한지훈의 모습을 보고는 한심하듯 그를 조롱했다. “너 같은 졸병 하나 상대하는 건 식은 죽 먹기니까 얼른 끝내자.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고.”하지만 한지훈은 머리도 들지 않고 목만 비틀며 관절을 풀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네 선택을 후회하게 해 주마. 내가 단번에 너의 뼈마디 하나하나를 다 밟아 부러뜨릴 거야. 네가 감히 큰소리도 치지 못하게.”곧이어 중산휘가 먼저 한지훈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가 보기에는 한지훈은 허점 많은 사람이라, 어디를 공격해도 다 치명타일 거라 생각했다. 바로 그때, 그는 쏜살같이 한지훈의 앞으로 달려가 강하게 펀치를 날리며 한지훈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던졌다. 그가 날린 주먹은 윙윙거리는 바람소리를 낼 뿐만 아니라, 그 힘도 매우 무겁고 컸다. 만약 일반인이 이 주먹에 맞게 되면 반드시 바로 기절하게 될 것이다. 프로 복서라도 멀쩡하게 버텨내긴 어려울 정도의 파워였다. 이 끔찍한 주먹에 모두들 안색이 어두워졌다. 한지훈과 함께 훈련을 받은 다섯 명의 병사들도, 이 공포의 주먹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그러나 한지훈은 여유롭게 몸을 뒤로 젖히고는, 자신의 눈앞에 다가온 주먹을 손쉽게 피했다. 곧바로 한지훈은 몸을 훌쩍 날리더니 이내 다리를 들어 중산휘의 무릎을 한 발로 밟고는, 위로 뛰어올라 다른 한 다리로 중산휘의 얼굴을 세게 내리쳤다. 이것은 바로 항룡복호권이었다. 한지훈은 단번에 회피하여 반격에 성공했고 상대의 급소까지 정확히 맞혔다. 한지훈의 강한 한 방을 감당해내지 못한 중산휘는 힘 없이 뒤로 넘어졌고, 그의 코와 입술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왔으며 이빨도 여러 개 떨어져 나갔다. “쾅!”저
“죽어!”중산휘는 고함을 지르면서 순식간에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 “젠장!”그러나 바로 그때, 한지훈은 단번에 방어를 하고는 곧이어 자신의 손바닥을 내밀어 중산휘의 얼굴을 정신없이 후려쳤다. 결국 중산휘의 공격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곧바로 한지훈은 직접 자신의 손가락을 중산휘의 목구멍에 찔렀다. 갑작스레 목이 막혀버린 중산휘는 더 이상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힘도 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지훈의 여전히 개의치 않고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중산휘의 뺨을 또 때렸다. “팍!”이 우렁찬 따귀 소리는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건 네가 우리 팀원들을 모욕해서 받게 된 벌이야!”어느새 중산휘의 얼굴 반쪽은 빨갛게 변해버렸다. “팍!”곧이어 또 따귀 소리가 들렸고, 이번에는 중산휘의 이빨이 아예 모두 날아가버렸다. “이건 네가 주제넘게 감히 우리한테 도전해서 받게 된 벌이고!” “팍!”어느새 너덜너덜해진 중산휘의 얼굴에는 핏자국이 가득했고, 코와 입가에는 피가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이건 네가 우리 용국을 모욕한 죄야!”연이어 세 번의 따귀를 맞은 중산휘는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제자리에서 오랫동안 멍하니 있다가는,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파닥파닥거리며 한지훈의 앞에 무릎을 꿇고는 손을 뻗어 자신의 목을 가렸다. 그는 맘 같아서는 반격하고 싶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숨을 쉬는 것조차도 어려웠다. 심지어 항복을 외칠 힘조차 없어 그저 한지훈한테 일단 계속하여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무대 아래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소좌룡은 다급히 큰 소리로 외쳤다. “이 미친놈아! 너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야? 얼른 정신 못 차려? 빨리 일어나라고!”“중산휘!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반격하지 못하는 거야?”“빨리 공격하라고! 왜 무릎까지 꿇고 바보처럼 맞고만 있어? 네가 이러면 우리 체면은 뭐가 돼!”“정말 창피해서 미쳐버릴 지경이네. 얼른 내려와!”“돈 받았나 보네. 너 저 놈들한테서 돈 받고 이러는
이내 한지훈은 중산휘의 복부까지 걷어차기 시작했다. 그의 강력한 파워는 중산휘를 단번에 링 밖으로 내쫓았다. 힘 없이 몸이 날려간 버린 중산휘는, 어느새 갈비뼈가 모두 부러져버렸고 입에서는 피를 뿜어내어 다시금 쓰러져버렸다. 그의 두 눈은 초점조차 없었고, 전투 능력마저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의 초라한 모습에, 현장은 그야말로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부상이든 용국이든 불구하고, 다들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 중산휘를 보고는 공포심에 휩싸이게 되었다. “너무 무서워...”그들은 남한테 죽도록 맞게 되어 죽는 것보다도, 이렇게 모질게 모욕을 당하고 나서 가장 수치스러운 방식으로 패배하는 것이 가장 감당하기 힘들거라 생각했다. 곧이어 의료진이 다가와 중산휘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소좌룡에게 말했다. “체내 갈비뼈가 다섯 개 부러진 상황이고, 손바닥 뼈 또한 골절되어 한동안 후유증이 남게 될 겁니다. 또한 위가 파열돼 출혈이 심한 상황이고, 턱뼈 또한 파열되어 경미한 뇌진탕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성대마저 찢어진 상황이라 목소리를 낼 수도 없을 거예요.”중산휘의 자세한 상황에 대해 의료진이 장황하게 설명을 하자, 이 얘기를 듣고 있던 모든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말은 중산휘가 결국 한지훈에 의해 완전히 무너졌다는 거잖아?’ 그 순간, 사람들의 얼굴에는 공포의 정서가 만연했다. 의료진들은 그 와중에도 성대가 손상됐다는 디테일한 점마저 알아차렸다. 그 뜻은 즉, 중산휘는 일찌감치 항복하려 했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아예 항복할 자격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알 수 있는 바, 링 위의 한지훈은 그야말로 대체불가의 존재였다. “그리고 신체적인 문제보다도, 우선은 심리적 치료가 더 중요할 것 같아요.”시합에 참가한 선수들 뿐만 아니라, 의료진도 괜히 마음이 떨렸다. 결국 중산휘는 몸이 회복되더라도 평생 한지훈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편 링 위에 서있던 한지훈은 표정이 어두워진 그들을 바라보
“또 나랑 붙을 사람?”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링 위에 서있던 한지훈은, 마지막으로 남은 단 한 명의 부상 병사를 바라보며 노호하였다. “너희 부상 병사들, 고작 이 정도였어? 너무 약하네! 백 년 전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우리 용국은 너희를 쉽게 이겨버릴 것 같네!”하지만 남은 병사는 그저 팀원들을 지휘하는 전략 담당자였을 뿐, 그의 전투 능력은 결코 뛰어나지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아홉 명의 팀 동료들이 한지훈한테 잇달아 얻어맞아 허무하게 패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는 어안이 벙벙해나 마음속으로는 이미 공포심이 극한에 이르렀다. “저 안 할래요! 각하, 저희 이제 그만 돌아가죠!”그 병사는 심지어 소좌룡을 붙잡고는 울기 시작했다. “저 자식이랑 안 붙을 거야? 너 이렇게 겁 많은 놈이었어? 너의 동료들이 지금 모두 쓰러졌는데, 남은 너라도 어떻게든 이겨야 하지 않겠어?”잔뜩 흥분한 소좌룡은 그 병사를 향해 노발대발하며 욕했다. “대체 어떻게 이겨요? 각하도 봤잖아요. 상대는 무려 북양 왕이에요!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다들 방금 지켜봤잖아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예요!”“그리고 저는 단지 전략가일 뿐, 전혀 그들에게 상대가 되는 적수는 아니에요. 그렇게 이기고 싶으시다면, 왜 각하께서 직접 올라가지 않으세요? 각하한테는 저희의 생명이 하나도 중요하지가 않은가 보네요. 정말 이기적이시네요!”그 병사는 잔뜩 분노하여 소좌룡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너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내 명령을 거역하겠다는 거야?”소좌룡 역시 노발대발하며 언성을 높였다. “저는 단지 제 목숨을 지키고 싶은 거니까 더 이상 강요하지 마세요!” 이미 멘털이 무너질 대로 무너진 병졸은 결국 고함을 질렀다. “네가 지금 이 자리에서 그냥 이렇게 포기한다면 난 널 탈영병으로 간주할 거야. 그리고 귀국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은 너를 업신여기게 되고 심지어 넌 군사 법정까지 가야 돼! 그러니까 내 말대로 해. 당장 링 위로 올라가서 싸워!” 소좌룡은
어느새 한지훈의 안색은 매우 어두워졌다. “그래, 알겠어. 일단은 신룡전에 있는 병사들을 데리고 비밀리에 작전을 펼쳐가! 일단 어떠한 돌발 상황이라도 생기게 되면 언제든지 전 병력을 동원하도록 명령해! 절대 그 누구도 우리 용국의 국본을 넘볼 수는 없어!” “네! 용왕님!”용운은 그의 명령을 그래도 따르기로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한지훈은 불안감을 주체하지 못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일들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버렸다. 놀랍게도 용 선생과 그의 배후에 있는 무신종은 용국과 전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어떠한 대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한지훈은 이내 재빨리 용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몇 분을 기다려도 아무도 받지 않았다.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는 또 몇 번이나 연락을 해보았지만, 여전히 받는 사람이 없었다. ‘설마 용각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겠지?’ 한지훈은 긴장된 마음으로 다시 용운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이번에는 용운도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순간 한지훈은 뭔가를 깨달은 듯,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보아하니 관령도의 신호를 아예 차단한 것 같았다. 잠시 침묵에 잠긴 한지훈은 곧바로 사방의 상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는 당장 큰 계획을 세우기는 무리라고 생각하여, 일단은 경기 준비를 먼저 무사히 끝내기로 했다. 곧이어 한지훈은 호지해를 찾아가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전했다. 그 말을 들은 호지해도 충격을 금치 못했다. 5만 금위대가 관령도를 포위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사령관님, 혹시 생각해 둔 계획이라도 있으신 겁니까?”호지해는 긴장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물었다. 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지금 적의 올가미 속에 들어온 우리는 일단 그 변화를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어. 절대 우리의 신분을 손상시키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돼. 방심했다가 반란군으로 몰리게 되면 우리는 영원히 그 누명을 벗을 수가 없을 거야. 이런 상황들을 모두 감안하
이때, 옆에 있던 호지해가 담배 한 개비를 한지훈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용국을 위해서라도 속전속결로 끝내자. 용경 쪽은 아직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도 않아서 일단 우린 조심해야 돼. 지난번에 소좌룡이 했던 말 기억하지? 예상 밖의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도 몰래 사전에 준비를 해야 돼.”한지훈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다음날 아침, 한지훈은 곧 경기에 참가할 두 선수를 데리고는 운동장에서 조깅을 하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곧이어 오후가 되었고, 먼저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선수들은 차를 타고는 강기슭으로 향했다. 그들의 목표는 섬의 상륙구에서 작은 섬을 따라 다른 한쪽으로 헤엄쳐 가는 것이었다. 그들이 수영하게 될 전체 길이는 총 4킬로미터이다. 그리고는 자전거 주차소에 와서 40킬로미터 거리에 달하는 라이딩을 마치고는, 다시 작은 섬의 밀림에 도착하여 10킬로미터나 되는 장거리를 달리게 된다. 그렇게 전체 길이는 총 54킬로미터로서, 그야말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난이도였다. 곧이어 수영 경기장에 도착하게 되자, 많은 사람들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는 해안가에서 워밍업을 하고 있었다. 다들 거침없이 상의를 벗은 채 끊임없이 준비 운동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 훈련을 거친 특전사들이라 그런지, 역시나 완벽한 몸매뿐만 아니라 건장한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한지훈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몸에도 같은 상처가 나있어 그것은 마치 영웅의 표식과도 같았다. 한지훈과 용국의 선수들은 계속하여 몸을 풀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때, 누군가의 도발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용국 선수들. 수치스럽게 당하고 싶지 않다면 차라리 기권하는 게 좋지 않겠어?”한지훈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에는 남고려 출신의 키가 크고 외모마저 수려한 한 잘생긴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단번에 남자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남자는 바로 남고려 진영의 대장인 강명우였다. 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을 한 채 상대방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과연 누가 강하고 누가 약한지는 비교
핏빛 햇살이 지상을 비추니, 수많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족히 10살은 늙어 보일 정도로 얼굴이 초췌해졌다. 이건 대체 무슨 진법이야? 모두들 깜짝 놀랐다. 한편 한지훈의 머리에도 뜻밖에 흰머리가 생기게 됐는데, 노화하는 속도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두 배 이상 빨랐다. 빠르게 늙어가는 한지훈의 모습에 장도령은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하하! 한지훈, 이제야 알겠지! 너를 죽이기 위해서는 난 굳이 이 검을 쓸 필요도 없었어! 네가 뭔데 감히 삼절진을 깨달았다고 으스대는 거야? 이게 바로 삼절진 중의 지절진이라는 거야!”장도령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이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지절진이 대체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빠르게 노화시킬 수 있는 거지? “천절진은 천둥 번개를 움직여 천위를 장악할 수 있고!”“지절진은 사계절 기후를 이용하여 시간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고! 인절진은 사람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고, 맞지?”한지훈이 고개를 드는 순간, 그의 얼굴 피부는 한없이 구겨지고 목소리마저 많이 늙게 됐다. “한지훈, 너는 확실히 남들보다 능력이 뛰어나긴 해. 삼절진 진법을 깨달은 지 단 10일도 안 되어 그 참뜻을 이해하게 되다니. 역시 난 널 잘못 보지 않았어!” 장도령은 이를 악물었다. 사실 한지훈이 아직 얘기하지 않은 한 가지 사실이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장도령이 현재의 실력으로 삼절진을 펼치면 최대 한 시간까지 버틸 수 있긴 하지만 그 후 그는 정력을 다 소모하고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은 자신의 체면을 위해, 장 씨 집안의 명망을 위해 생명을 불태우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한편 도청 전인은 고개를 들어 붉은 해가 하늘에 뜬 것을 바라보고는, 저도 모르게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오늘 한지훈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비명으로 죽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수십 년 전 당시 그 일전에서도, 부상군 무리는 일찍이 천산에 진입했었다. 당일 정오에도 하늘에는 핏빛이 물들었었다. 핏빛의 땡
다시 말해 인체에 있는 자기장이 폭발하게 된다면, 이런 외력은 더 이상 작용하지 않게 된다. 바로 이때, 한지훈은 다시 깊은 공명 속으로 들어갔다. 전과 달리, 한지훈은 이 와중에 하나의 도리를 깨닫게 되었다. 대체 왜 공명 상태에 들어가야만 완벽한 진법을 펼쳐낼 수 있는 건지. 그 이유는 그 순간이 돼야만 자신의 마음이 우주와 통하고, 몸의 자기장이 우주와 동기화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념원에 따라온 하늘의 별들을 동원할 수 있고 구름을 움직일 수도 있으며 땡볕을 좌우지할 수도 있다. 드넓은 우주에 비해 장도령이 동원한 이런 자연의 힘은 그야말로 보잘것없었다. 이내 광풍이 크게 일면서 무수한 검 그림자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가 뭇사람들의 귓가에 울림과 동시에 주위에는 울부짖는 소리만 들려왔다. 도청 전인과 진우 두 사람은 한지훈 뒤에 담담하게 선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렇게 강력한 수법에 의해 죽게 된다면, 그들 두 사람은 마냥 허무하게 죽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지훈과 함께 황천길을 갈 수 있다는 것도 그들 두 사람은 영광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들의 마음속에는 조금의 두려움이나 아쉬움도 없었고, 다만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늘의 별들이여!”이때 한지훈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자, 적색 장총이 다시 나타났다. 이내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갑자기 빛을 발하며 사람들의 머리 위에 몰려있던 먹구름을 흩뜨렸다. 뿐만 아니라 천둥 번개도 따라서 사라졌다. 지상도 다시 평화를 되찾게 되었다. 심지어 수많은 바람의 칼날들 또한 서서히 미풍으로 변하여 사람들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어? 나... 나 죽지 않았어!”“하느님이 날 살렸어!”“정말 감사합니다!”수많은 사람들은 잇달아 무릎 꿇고 하늘을 향해 절을 하였다. 마찬가지로 진우와 도청 전인도 참지 못하고 천천히 두 눈을 뜨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치 아무 일도 발생한 적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의 분노는 이미 극에 달했다. 그는 데뷔한 이래로 단 한 번도 피를 흘린 적이 없었다. 그동안 수많은 험악한 대전을 치르면서도 장도령은 한 번도 물러선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년 만에 천산에서 내려오자마자 한지훈의 공격을 받고 피를 토해내다니. 비록 그는 자신이 던진 공격이 도리여 반사되어 해를 입게 된 것에 납득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만약 이대로 오늘 한지훈을 놓치게 된다면, 앞으로 장도령의 위신은 추락하게 될 것이다. 유럽의 강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용국에서도 그는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한지훈! 얼른 무기를 내려놓지 못해? 너 설마 너로 인해 이 주위 반경 몇 리 안에 있는 백성들이 모두 죽어도 상관없다는 거야!”노 씨 어르신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는 한지훈의 모습에 잔뜩 화가 났다. 사실 그는 백성들의 안위보다도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게다가 그뿐만이 이 검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그는 전에 이미 직접 그 위력을 목격했었다. 당시 주변에 있던 몇 명 천왕계 고수들, 그리고 수만 명의 군인들은 거의 동시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하늘에서는 천둥이, 땅에서는 가시가 돋쳤고, 게다가 수도 없이 날려오는 검들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만약 눈에 보이는 도검이라면 피하기 쉽지만, 문제는 무형의 존재였기에 피할 틈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노 씨 어르신은 조급한 나머지 바지에 실수를 할 뻔했다.“무기를 내려놓으라고?”그 말에 한지훈은 차갑게 노 씨 어르신을 힐끗 쳐다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한지훈! 너 설마 아직도 지금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거야? 이제 곧 이곳은 천둥에 의해 초토화되고, 모든 사람들은 가시에 찔려 처참한 시체가 될 거라고. 너는 모든 사람들이 너와 함께 죽기를 바라는 거야?”“네 마누라와 아이는 살리고 싶지 않아? 진우와 도청 전인도 살리고 싶지 않냐고!”“네가 이렇게 고집부리면 뭐
특히나 장도령으로부터 검경을 전수받은 도청 전인은 더욱 놀랐다. 앞서 본 장도령의 두 검은, 자신의 수법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이 세 번째 검은, 도청 전인이 아직까지도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이었다. “쓱!”장도령의 거검이 다시 내리 꽂히기도 전에, 한지훈이 먼저 일격을 가했다. 순간 적색 장총의 창끝에서는 눈부신 흰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장도령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았고, 자신이 손을 드는 사이에 한지훈의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적색 장총은 뜻밖에도 어마무시한 위세와 함께 직접 장도령의 방어막을 깨뜨렸고 그의 손에 들린 장검의 검 끝을 부딪혔다. “땡!”다시 한번 금속이 충돌하는 굉음이 울렸고, 하늘을 가득 채운 천둥 번개의 빛은 갑자기 사라지고 거대한 검 그림자도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푸!”이내 장도령의 팔이 갑자기 저려나기 시작하더니,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오장육부 전해지기 시작하면서 입가에는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검을 펼치던 도중 한지훈의 총에 맞았기에, 장도령은 그 기운에 눌리게 되어 피까지 토해내게 된 것이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장도령은 크게 놀랐다. 한지훈이 나의 수법을 아예 차단할 수 있다니? 말도 안 돼! 사실 천둥 번개가 그의 손에 있는 검 그림자 속에 모이게 되는 순간 주위에는 매우 강력한 자기장이 형성되기에, 장총은 말할 것도 없고 대포 하나도 뚫을 수 없었다. 충격적인 장면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멍하니 있었다. 한지훈이 무려 장도령의 묘기를 차단했다고? “한지훈! 너... 빌어먹을!”장도령의 두 눈에는 분노가 뿜어져 나왔고, 이내 동공은 순식간에 핏빛으로 변했다. 장도령은 그제야 치욕과 모욕을 느끼게 됐다. 그는 과거 15개국의 고수를 상대하면서도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았었다. 그런데 자신보다 한참 어린 20대 후배를 상대로, 뜻밖에 상처를 입게 되다니? “천산칠검! 파룡식!”바로 이때, 장도령이 노호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 든 장검은
단 네 개의 검으로 8명의 용급 천왕계 강자들을 죽였다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 사실만으로도 장도령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때, 장도령이 손목을 뒤집자 무수한 검화가 펼쳐졌고 그 모습은 매우 웅장했다. 곧이어 하늘에는 수많은 거검이 나타났다. 이 장면은 당시 도청 전인이 처음 검경을 펼쳤을 때의 장면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장월동이 펼친 이 위세는 도청 전인의 검경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수많은 거검의 검 그림자는 겹겹이 쌓여 공중에서 합쳐지게 됐다.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검은 점점 더 단단해지는 동시에, 검봉 위에는 마치 천둥빛이 반짝이는 것처럼 한 줄기의 전류가 왔다 갔다 하며 노닐고 있었다. 이내 한지훈이 손을 들려하자, 장도령의 검은 바로 한지훈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검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바람 소리도 없이 내리 꽂히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그 맹렬한 검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검이 떨어지는 위세는, 마치 수백 개의 검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떨어지는 듯했다. 어떤 각도, 어떤 방식으로 받든 지 결국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곧이어 검이 한지훈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한지훈의 가슴에서 갑자기 금빛 한 줄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적색의 장총 한 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땡!”곧이어 적색 장총은 장도령의 손에 들린 칠성 상문검과 제대로 부딪혔다. “우르릉!” 큰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는 무수한 불꽃이 튀어 육안으로도 보아낼 수 있는 속도로 사방으로 퍼지게 됐다. “뭐야?”장도령은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이 검은 누구든지 절대 쉽게 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검의 오묘한 점은 바로 검에 이미 진법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설사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라 하더라도 이 검은 전혀 당해낼 수 없다. 그 말은 즉, 한지훈의 손에 있는 이 장총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이 장총에도 진법의 위력이
심지어 그의 손을 거쳐 멀쩡히 살아남는 적수도 거의 없었다. 그나저나 한지훈은 이제 몇 살인데? 고작 20대의 나이에도 이렇게나 강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으니, 장도령 또한 절대 무시할 수가 없었다. “너도 만만치 않은 놈이네. 동방 오우였으면 진작에 죽었을 텐데!”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태연하게 웃었다. 그러나 진우는, 한지훈이 뒤로 감춘 팔이 약간 떨리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다. 게다가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우는 점점 한지훈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방금 있었던 일전에서, 한지훈은 분명 손실을 입긴 했다. 그러나 장도령을 상대로 무너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매우 큰 기적이었다. “하하하!”이내 장도령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식, 매우 예리하네! 사실 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 정말 만만치는 않아. 만약 앞으로 무사히 실력을 닦게 된다면, 정확히 10년 후 넌 반드시 뛰어난 용봉이 될 거야. 하지만 아쉽게도 하늘은 너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아무리 네가 강하다 하더라도 우리 장 씨 집안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지!”“지금 국운이 시작된 이상 다들 알고 시피 국운이 한창 높아지고 있을 무렵, 모든 용인들은 모두 적지 않은 이익을 보게 될 거야. 아마도 2년 후가 되면, 그때는 내가 너를 죽이고 싶어도 적지 않은 기력을 쏟아야 되겠지!”“그렇기에 난 결코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거야. 과거 너 같은 인재들 수십 명이 이미 내 손에서 죽게 됐어. 게다가 네가 나더러 직접 손을 써라고 권한 이상 너한테 펼쳐질 엔딩은 단 하나뿐이야!”이 말을 들은 도청 전인과 진우 두 사람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방금 일전은 그저 맛보기 었단 말인가? 장도령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건가? 주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 또한 아연실색하였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데 그저 몸풀기 일뿐이었다니? “진짜 그냥 몸풀기였다고? 하지만...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신선 같은 수법이야!”“아니야. 장 선배가 일단 최선을 다해서 싸
“한지훈, 네가 감히 날 상대로 반격해? 네가 이 검을 쉽게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이건 단지 너한테 보여준 맛보기일 뿐이야!”화가 난 장도령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곧이어 검 자루는 현장을 휩쓸어버렸다. 순식간에 풍운은 변색되었고, 하늘의 구름 덩어리조차도 모양이 휘어버린 채 나뒹굴기 시작했다.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압도적인 이 기세는, 확실히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20여 년 동안 은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장도령의 위세는 여전히 용국을 압도할 정도였다. 어쩐지 그가 막 산을 내려왔을 무렵, 무종의 많은 문주와 일부 최정상 상업계 거물들은 뭇별같이 달려와 그를 맞이하였다. “어쩐지 장 씨 집안이 그동안 줄곧 이렇게 무종을 업신여겼더라니, 장도령은 세상을 아주 쉽게 보고 있었어!”도청 전인은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장면에 저도 모르게 감탄하였다. 그는 이 검의 위엄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지훈뿐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저 가능성만 있을 뿐이었다. 도청 전인은 한지훈을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장도령의 실력에 두려움을 가진 것이다. 확실히 너무나도 강한 실력이니까. 심지어 천신 경지에서는, 아무도 도달할 수 없을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유럽의 대부분 강자들도 장도령의 이름을 듣기만 하면 모두 간담이 서늘하다고들 한다. 많은 무종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진법과 검법을 이렇게나 정묘하게 결합할 수 있다니, 이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장도령 한 사람밖에 없을 거야!”적지 않은 종문 종주들도 모두 감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어느새 한지훈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동정심으로 가득했다. 반면 한지훈은 이내 손을 살짝 들고는 흔들었다. 이내 오릉군 가시는 마치 생명체처럼 순식간에 완벽한 호를 그어 장도령의 칠성상문검을 향해 다시 날아갔다. “우르릉!” 곧이어 오릉군 가시와 칠성 상문검이 다시 충돌하였고, 허공에서는 갑자기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검법과 진법이 동시에 펼쳐진 것이다. 놀라운 광경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동방 오우 또한 화산의 제자라고 하긴 하지만 장도령과는 전혀 비교할 차원이 안 됐다. 수법이든 진법이든 장도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매우 자연스러웠고, 마치 물 흐르듯이 모든 행동이 이어져 갔다. 지금 이 순간, 강중의 모든 사람들은 하늘 위 구름을 뚫은 흰빛을 보고는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대체 어떤 신위인 거지? 대체 어떤 수법을 쓴 거야! 구세대 사람들은 여태 장도령의 이야기를 마치 호랑이 이야기처럼 받아들였다. 많은 무종 사람들도 장도령의 이야기를 전설처럼만 듣고 자랐지만, 오늘 직접 마주해 보니 전설 속 장도령은 현실에 비해 매우 약해 보였다. “대단하네!” 한지훈은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장도령은 이미 진법을 능통하게 운용하였지만, 유독 하나 부족한 건 바로 진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였다. 다르게 말해서, 틀린 방법은 백 번 더 써도 결국 틀린 것이 된다. 그렇게 정확한 길을 가기까지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역시나 용국 백여 년 역사의 최고 강자답습니다! 어쩐지 장 씨 집안의 지위가 줄곧 높더라니, 형님과 같은 엄청난 강자와 비교했을 때 전 정말 부끄럽기 그지없네요!”노 씨 어르신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아부하였다. “어쩐지 당시 한 사람의 힘만으로 8명의 최고 천왕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더라니, 그것만으로도 세상 사람들은 충분히 놀랄 만해!”잇달아 적지 않은 무종 사람들도 분분히 의논했다. “한지훈, 이제 알겠지? 난 단지 더 이상 살인을 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내가 너보다 실력이 못한 게 아니라!”장도령은 차갑게 웃더니 이내 뛰어올라 한지훈에게로 달려들었다. 그가 몸을 훌쩍 날리며 일어서자, 그의 주변은 온통 은백색의 빛으로 덮이게 됐다. 순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필적할 수 없는 천위를 느끼게 됐다. 눈부신 은빛뿐만 아니라, 구름 속에서 교차하는 천둥과 번개는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했
뭐라고? 자결하는 것도 모자라 한지훈의 모든 재산을 장 씨 집안에 넘기라니? 장도령의 뒤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거물들은, 순간 안색이 변했다. 상대는 무려 북양 왕 한지훈이다. 무종 강자는커녕 국왕도 감히 그 앞에서 막말을 할 수가 없다. 순간 장내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고, 도청전인과 진우는 잇달아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장도령이 있는 한 그들에게는 전혀 발언권이 없었고, 그 누구도 감히 한 글자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자결하고 내 모든 재산을 너희 장 씨 집안에 넘겨야 한다고? 대체 뭘 믿고 이렇게 큰소리치는 거야?”한지훈은 장도령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왜? 설마 너 아직도 고집부리려는 거야? 용국 수천 년 역사 이래 우리 장 씨 집안이 왜 만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는지, 왜 역대 통치자들이 모두 우리 장 씨 집안을 특별히 대우했는지 그 이유를 몰라?”“오늘날의 국왕도 우리 장 씨 집안에 예우를 하고 있어. 게다가, 너도 봤지? 내가 하산하고 나서는 무종뿐만 아니라 무맹 또한 사람들을 보내 직접 날 맞이했지. 넌 설마 그 이유가 뭔지 모르는 거야?”“그건 바로 우리 장 씨 집안이 곧 용국의 하늘이기 때문이야! 우리 장 씨 집안은 조룡을 지키는 공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필적할 수도 없는 실력도 갖고 있어!”“너의 그 보잘것없는 기량은, 내 눈에는 전혀 여겨볼 가치도 없어! 하지만 너더러 자결하라는 것은 곧 너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고, 네 주변 사람들에게도 한 번쯤은 살 기회를 주는 거야!”장도령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너의 마지막 기회가 될 거야. 만약 굳이 내가 손을 쓰게 만든다면, 너뿐만 아니라 저 놈도 죽을 거야! 그리고 네 곁의 모든 가족들을 죽일 거야!”장도령의 말에 진우는 반박하지도 못했다. 도청 전인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장도령은 그동안 두 손에 수많은 피를 가득 묻혔었고, 심지어 사람을 죽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잔인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