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한지훈은 앞으로 돌격해 갔다. 이 순간, 한지훈은 마치 인간 세상에 내려온 신처럼 온몸에 공포의 살의를 내뿜은 채 용국 국운의 금빛을 감싸고는 미친 듯이 달려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천왕 전장은 눈썹을 비틀고는 겁에 질린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 순간, 정신이 흐리멍덩해진 전장은 저항하고 싶었지만, 왠지 모르게 두 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쾅! 곧이어 한지훈은 천왕 전장의 가슴을 향해 직접 주먹 한 방을 날렸다. 그 주먹은 마치 유성이 대지를 관통하는 것처럼 충격이 어마어마했다. 결국 천왕 전장은 피를 뿜어내기 시작했고, 내장까지 뒤틀어져 몸이 거꾸로 날아가 뒤에 있는 수백 도룡 군단의 무리로 떨어지게 되었다. 심지어 그의 몸은 아예 포물선을 그린 채 지상에서 100미터나 높게 올라갔다. 비할 데 없이 공포스러운 장면이었다. 이를 목격한 사방의 사람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총을 든 도룡 군단의 병사들은 천왕 전장이 한방에 날아가는 모습에 모두 눈앞의 전투를 잊고는 아연실색하여 땅에 쓰러진 천왕 전장을 보고 있었다. 전장이 쓰러지자 거세게 불던 바람은 이내 멈추었고, 기온은 아예 영하로 떨어져 버렸다. 뚜벅뚜벅! 곧이어 한지훈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 천왕 강자에게 다가갔다. 총을 든 도룡 군단의 병사들은 다가오는 한지훈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피해버렸다. 혹시나 미움을 받았다가 사신에게 죽임을 당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쾅! 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을 한 채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천왕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피바다에 쓰러진 천왕 전장은 흉강 갈비뼈가 모두 부러진 왼쪽 가슴을 붙잡고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너... 너 대체 왜 이렇게 강한 거야!" 한지훈은 차갑게 웃었다. "유언이라도 있어?" 그러자 천왕 전장은 차가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네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우리 도룡 군단이 있는 이상 넌 그저 강아지이고 개미일 뿐이야! 한
그들은 적군들의 기관총까지 빼앗아내 남은 총알로 현장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결국 도처에는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이 전투는 온전히 세 사람이 장악하고 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10만의 병력을 지니고 있던 도룡 군단은 순식간에 5만 명만 남게 되었다. 남은 5만 명은 죽을힘을 다해 싸울 수밖에 없었다. 단 세 사람의 힘으로 5만 도룡 군단이 제압당했기 때문이다. 쾅! 곧이어 한지훈의 그림자는 노발대발하더니 다시금 눈앞에 있는 1000명의 적군을 휩쓸어버렸다. 그 후 그의 그림자는 마치 한 마리의 용처럼, 맹호처럼, 악귀처럼 무섭게 달려들어 이 수만 명의 도룡 군단을 무자비하게 사살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쿵’하는 소리와 함께 한지훈은 단 한 방의 주먹으로 앞에 있는 수십 명의 남은 병사들까지 사살시킨 채, 살벌한 눈빛으로 한왕을 주시하고 있었다. 청색 왕포를 입고 줄곧 여유롭게 뒷짐을 진 채 서있던 한왕은 그제야 본성을 드러냈다. "훗! 북양왕, 네가 강하다는 건 나도 인정할게! 네가 2성 현급 천왕의 실력을 갖고 있을 거라고는 나도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 한왕은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띤 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알기로는 보름 전까지만 해도 넌 그저 천왕일 뿐이었는데... 단 보름 만에 천왕에서 2성 현급 천왕으로 진급하다니, 확실히 전무후무한 기록이야! 역시 한씨 가문의 후대다워! 역시 용국의 국운을 이어받은 가문답기도 해!" "하지만,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있는 한 넌 기필코 죽게 될 거야!"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왕은 직접 자신의 몸에 걸친 두루마기를 풀고는 냅다 던져 공중에 날려버렸다. 그렇게 그의 몸에는 단지 금색 황포만 남아 있었다. 사실 한왕은 미리 전투 준비를 충분히 마친 상황이었다. 이 황포는 원래 그가 용경을 포위하고 국왕으로부터 압박을 받게 될 상황에 대비해 준비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한지훈의 등장으로 인해 계획이 조금 틀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 덕에 한왕은 두려울 게 없었다.
한왕의 숨결은 너무나도 공포스러웠다. 마치 곧 핵이라도 폭발할 듯한 폭풍전야의 분위기에 그의 온몸에서는 살의가 뿜어져 나왔다. 제자리에 선 그는 대지를 뒤흔드는 살의를 뿜어냈고 곧바로 뛰어내려 한지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왜 이렇게 느려? 너무 느리잖아. " 바로 그때, 한왕의 그림자는 한 줄기의 번개처럼 갑자기 튀어나와 한지훈 앞으로 순식간에 다가갔다. 그 순간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위압이 한왕에게서 폭발했다. 곧이어 그는 차갑게 웃으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주먹을 날려 한지훈에게로 뻗었다. 그 주먹은 번개보다도 훨씬 빨라 보였다. 뿐만 아니라 파워 또한 엄청 폭발적이었다. 한왕의 주먹은 마치 핵이 폭발하는 것 마냥 거센 기운을 뿜어내며 한지훈에게로 돌진했다. 그 주먹은 아무리 한지훈이라도 전혀 막아낼 수가 없었다. 한왕의 속도가 그만큼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결국 한지훈은 일단 두 팔을 들어 올려 자신의 몸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주먹의 힘을 이겨내지 못한 한지훈의 몸은 수백 미터나 날아가버렸고, 그의 두 발은 이내 피가 낭자한 시체 무리에 떨어졌다. 그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땅에는 두 개의 커다란 도랑이 남기도 했다. 이를 본 사람들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편, 살아남은 5 만 도룡 군단의 병사들은 잇달아 먼 곳으로 대피하고 있었다. 용운과 용형은 그 틈을 타 재빨리 한왕에게 돌진하여 공격을 하였다. 그러나 그들 두 사령관의 실력은 삼성 지급 천왕인 한왕 앞에서는 그저 유치한 수준이었다. ‘훗.’ 한왕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용운과 용형에게 주먹 한 방을 날려 그들 또한 수백 미터 밖으로 날려버렸다. 결국 두 사람은 힘 없이 땅에 떨어진 채 마찬가지로 가슴을 붙잡고는 피를 뿜어냈다. ‘이 파워는 너무나도 강해!’ ‘역시 이것이 삼성 지급 천왕의 실력인 건가?’ 한왕은 점점 거만한 태도를 보이며 웃고 있었고 그의 두 눈에는 공포의 기운이 흐른 채 예리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응시하며
한왕은 한지훈의 주먹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 그러자 한지훈의 몸은 거꾸로 날아가는 포탄처럼 굉음과 함께 바로 땅에 쓰러졌다. 그 강한 충격에 전부의 한쪽에 있던 강철 벽은 아예 부서졌고, 탱크 몇 대까지 터져버리게 되었다. 순식간에 그 작은 산에서는 쿵하는 굉음과 함께 연기와 먼지가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여러 개의 금과 함께 자갈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은 깜짝 놀라할 말을 잃었다. 모두들 그 작은 산을 조용히 주시하기만 했다. 용운과 용형은 이미 중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힘차게 일어나고는 황급히 뛰쳐나와 한왕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한왕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이내 걸음을 멈추더니 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를 막는 자들은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 너희들은 나한테 상대도 안되잖아. 이렇게 무의미한 희생은 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데. " 그 말에 용형은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차갑게 웃었다. "우리는 오직 용왕만을 위해 싸우는 거야. 한왕 이 개자식, 용왕을 죽이려면 먼저 우리부터 죽이고 가! " 한왕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흰색 번개처럼 순식간에 달려들어 직접 용운의 목을 조르고는 그를 땅에서 들어 올렸다. 용운은 내심 크게 당황했다. 그야말로 너무나도 무서운 속도였다. 오성 사령관의 경지로서는 한왕의 속도를 전혀 파악할 수가 없었다. 한왕은 용운의 목덜미를 꽉 잡은 채 그를 들고는 손에 힘을 힘껏 주었다. "내가 너 하나 죽이는 건 개미 밟는 것 마냥 쉬운 일이야! " 용운의 얼굴은 점점 붉어졌고 남은 힘을 다해 힘차게 발버둥 쳤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한왕의 몸에서 나오는 삼성 지급 천왕의 위압이 너무나도 강했다. 그 위압은 모든 천왕들을 통틀어서도 가장 강력했다. 일반 강자들로 하여금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할 정도로 차원이 달랐다. 순간 용형이 허리춤에서 비수를 뽑아내더니 이내 한왕을 찔렀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한왕은 고개를 돌려 가증스러운 살의를 뿜어내며 용형을 노려보았다. 곧
산속에서는 두터운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한지훈은 허리를 구부리고는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한편으로는 자신의 주먹에 의해 수백 미터나 날아간 한왕을 흘깃 보았다. 이미 피투성이가 된 한지훈의 눈에는 살의가 가득했다. 깊은 구덩이에 빠져버린 한왕은 다시금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몸에서는 여전히 삼성 지금 천왕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는 쿨한 척하며 손을 들어 가슴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내심 그는 방금 한지훈의 주먹이 뜻밖에도 자신의 방어를 깨뜨린 것에 대해 충격을 금치 못했다. 이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왕은 눈썹을 치켜들고는 입가에는 음산한 웃음을 띤 채, 맞은편에 있는 피투성이의 한지훈을 응시하며 말했다. "북양왕! 역시 넌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어. 이성 현급 천왕의 실력으로 날 공격하는 것에 성공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나한테 뜻깊은 경험을 선사해 줘서 고맙긴 해. 그래서 말인데, 난 더더욱 널 내 사람으로 삼고 싶어. 마지막으로 너한테 기회를 줄게. 내 밑으로 들어와서 날 모시는 건 어때? " 그러나 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한왕, 너 꿈 깨. 오늘 난 어떻게든 널 죽여버릴 테니까! " 곧바로 한지훈의 그림자는 다시 뛰어내렸다. 이번에 그가 뿜어낸 이성 현급 천왕의 기운은 아까보다도 더욱 강력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몸을 에워싸는 옅은 금빛의 용국운의 기운도 점점 더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냅다 자신에게 돌진하는 한지훈의 모습에 한왕은 눈썹을 찌푸렸다. "국운 세례라니? 말도 안 돼. 어떻게 국운이 이렇게 빨리 열리게 되는 거지? " 한왕이 망설이는 틈을 타 한지훈은 공격을 날렸다. "국운 세례가 있다 해도 뭘 할 수가 있겠어? 그래도 난 삼성 지급 천왕인데, 어찌 너 같은 이성 현급 천왕이 나한테 대항할 수가 있겠어? 천박한 놈, 당장 죽어! " 한왕 또한 맹렬하게 포효하며 멀리에서 공격을 펼쳤다. 쿵쾅! 순식간에 두 사람은 다시 뜨거운 전투에 빠졌다. 그러나 얼핏 봐도
먼 곳 지평선 끝에서는 천왕과 2성 현급 천왕의 공포의 기세를 지닌 몇 줄기의 그림자들이 나타나 한왕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한왕! 오늘 반드시 너를 죽이고 말 거야!" "늙은 영감, 이젠 죽을 때가 됐어!" "북양왕!" 쾅! 곧이어 일곱 줄기의 그림자는 하늘을 찌를 듯한 위압과 살의를 지니고는 한왕을 향해 돌진하였다. 한편 그 시각.대국로는 빠르게 달려가 피바다에 쓰러진 한지훈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명치에 뚫린 총구멍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한왕의 총알은 아예 한지훈의 심장을 파괴해 버렸다. 설령 신선이 온다 해도 당장 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온 얼굴에 분노로 가득 찬 대국로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내 그는 몸을 웅크리고는 한지훈을 보며 말했다. "드디어 우리가 왔어. 넌 정말 잘한 거야..." 의식이 흐릿해진 한지훈은 눈앞에 나타난 대국로를 보고는 겨우 미소를 지었다. "나라를 지키려다 죽게 되는 것이기에 후회는 없어요! 어르신, 저를 도와... 우연이랑 고운이 잘 보살펴주세요..." 그러자 대국로는 눈시울이 촉촉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비슷한 시각, 칠존 천왕은 여전히 한왕과 맹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한왕은 어디까지나 삼성 지급 천왕이었기에 칠존 천왕과 2성 천왕을 상대하는 것에 큰 무리는 없었다. 방금 전부터 상황을 쭉 지켜보던 대국로는 눈살을 찌푸리고는 이내 몇 걸음 내디디더니 한왕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전세는 순식간에 과열되었다. 한편 한지훈은 금이 간 땅에 누워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순간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흘러가기 시작했다. 부대에 들어선 후로부터 그는 줄곧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용국이 제일이었다. 그러나 이젠 자신에게 귀여운 딸이 있고, 와이프인 우연이 있게 된 후로부터는 한지훈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항상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바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는 영원히 강우연과 한고운의 곁을 지키고 싶었다. 어떻게든 그동
그 순간,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하더니 천지가 크게 흔들렸다. 어느새 5만 도룡 군단의 병사들은 북양 20만 파용군과 서망 전쟁부 20만 대군의 무자비한 공격 하에 순식간에 전군이 전멸하게 됐다. 그렇게 아예 일방적으로 전쟁이 끝나버렸다. 결국 5만 도룡 군단 병사들은 거의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 채 모두 피바다에 쓰러져 시체가 돼버렸다. 그 결과, 북양은 온통 빨간 피로 물들이게 되었고 들판에는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뒤이어 40만 정도 되는 대군이 진을 치고 전장 전체를 포위했다. 모두들 한편에 모인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내 북양 20만 파용군은 흑금룡기를 들고는 거센 바람을 맞으며 노호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쪽 무릎을 꿇고는 한지훈이 누워있는 방향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북양 만세!" "사령관님 만세!" "북양 만세!" "사령관님 만세!" 그들이 노호하는 소리는 천지를 뒤흔들었고, 북양 전구 전체에 메아리치기도 했다. 끝없는 함성에 다들 전투 의지가 더욱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서망 전쟁부의 새 사령관은 검은 검을 들고 갑자기 휘두르더니 자신의 한쪽 무릎을 꿇고는 노호하였다. "서망 전쟁부 전체 경례! 사령관님께 인사 올립니다!" 노호하는 그의 목소리는 마치 호랑이가 울부짖는 듯 카리스마가 어마어마하여 온 장내에 울려 퍼졌다. 곧이어 20만 서망 전쟁부 병사들의 울부짖는 소리도 전장에 널리 퍼졌다. 그들 또한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고는 많은 사람들이 빼곡히 둘러싸인 한지훈의 방향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이 부대의 위엄은 매우 드높았고, 전의도 넘쳐흘렀다. 이것은 그들이 용국 북양 왕인 한지훈에게 표하는 최고의 경의였다. 한 세대의 북양왕이 나라를 위해 전사하였으니, 그들은 이 영웅을 영원히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곧바로 용일, 용팔, 홍장미, 그리고 일부 부대장, 장성 장교들 역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어서 임용, 흑용, 서효양 등 사령관들도 한쪽 무릎을 꿇고는 숙연한 표정으로 피바다 속에
그중에서도 특히나 임용은 갑자기 나타난 한용의 모습에 잔뜩 격동되어 기뻐하며 소리쳤다. "사존! 정말 당신이에요? 사존?" 말하면서 임용의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했다. 곧이어 한용은 고개를 돌려 임용을 보고는 담담하게 웃었다. "기특하네. 역시 2성 현급 천왕이야. 날 실망시키지 않았어.” 이 칭찬을 들은 임용은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용일, 용팔, 홍장미, 흑룡 사령관, 서효양 사령관 그리고 서망 전쟁부의 남준 사령관은 모두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지금까지 기다려왔습니다. 천용 원수께서 직접 한지훈을 살려주시길 간곡히 간청드립니다!" 천용 원수라는 소리에 한용은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오래간만에 듣는 단어였다. 곧이어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지훈이는 나의 손자인데, 당연히 이렇게 허무하게 죽기를 놔두진 않을 거야. 내가 직접 약을 받아올 거야!" 이내 한용은 많은 병사들을 뚫고는 바로 대국로와 한왕의 전투 제대로 향했다. 한창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용은 겁 없이 그들의 전투에 끼어들었다. 심지어 한왕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그 공포의 기운이 가득한 순간에도, 삼성 지급 천왕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그 순간에는 한용은 천천히 걸어갔다. 그의 등장에 대국로는 바로 후퇴하여 전장을 한용과 한왕에게 남겨주었다. 고개를 돌린 한왕은 무덤덤히 걸어오는 한용을 보고는 처음에는 눈살을 찌푸렸다가 나중에는 차가운 소리로 크게 웃었다. "한용이었네! 하하하하! 오늘 이렇게 너를 다시 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한용은 초라해진 한왕의 상태를 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한왕, 내 손자를 살려내기 위해 약을 가지러 왔어." 그러자 한왕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갖고 있는 약은 없다." 이 말을 들은 한용은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그의 눈동자에서 갑자기 하늘을 찌를 듯한 살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난 너한테 굳이 손을 쓰고 싶지 않아. 그런데 만약 네가 굳이
한지훈의 말에, 유장군은 한껏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한지훈에 대한 인상이 그런대로 괜찮았었는데, 한지훈이 뜻밖의 말을 꺼내자 유장군은 그를 달리 보게 되었다. 필칸트는 4성 천급 천왕계인데, 너 같은 사령관 강자가 찾아가서 괜히 남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죽음을 자초하는 꼴이 될 텐데? 일단 충돌이 발생하게 되면, 마영리를 되찾을 생각은 영원히 기대하지도 마! 그러나 한지훈은 필경 흑병대 사람이기에 유장군은 불만을 품고 있어도 겉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용국에서의 흑병대 권력은 매우 놀라울 정도로 컸으니까. 만일 잘못 보였다가 한지훈이 용국으로 돌아가서 자신을 고발하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기왕 네가 기어코 죽으려고 그 길을 떠나려 한다면, 네가 과연 어떻게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똑똑히 지켜볼게! 이내 진개국은 천천히 차를 길가에 세우고는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 선생님, 신중히 생각하셔야 합니다. 오늘 저녁, 정말 필칸트를 만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은 기본적으로 저희 용인을 적대시하고 있습니다. 저희한테 매우 불친절한 태도를 보이고요!”그러자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요? 저희 용인들에게 매우 불친절하다고요? 그럼 더더욱 그 사람을 알아가고 싶네요! 마침 유럽의 어린 천재들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거든요!”그 말을 들은 유장군은, 한지훈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져갔다. 그러나 그에 반면 진개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흑병대 본부가 한지훈을 파견한 이상 그는 반드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을 거라 믿었다. 이내 잠시 생각에 잠긴 진개국은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 선생님, 그럼 저희는 한 선생님이 뜻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선물을 준비하고, 저희는 저녁에 칸트 가문의 생일 파티에 참가하는 겁니다!”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사실 선물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1원짜리 봉투 두 개만
그 말에 진개국은 난색한 표정을 띤 채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한 선생님, 전 사실 그렇게나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칸트 가문은 프랑스 북성에서도 손꼽히는 대가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뿐만 아니라 유럽 전 지역에서도 서열 6위를 차지하는 대가문입니다. 반면 저는 단지 소상인일 뿐이라 그만큼의 대가문을 만나는 건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저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이내 진개국은 한지훈과 유 장군을 자신의 차에 태웠다. 사실 칸트 가문은 용국이나 미륙에서는 유명하지 않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아주 유명하다. 칸트 가문은 프랑스 북성의 공작 가문으로서, 지위는 말할 것도 없고 근 십여 년 동안 가문에서는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였다. 용국과 달리 프랑스는 전투력으로 귀족 간의 서열을 구분하고 있었다. 근 몇 년간 칸트 가문은 젊은 세대 강자만 해도 네 명의 천왕급 인물을 배양시켰다. 심지어 그중 한 명은 4성 천급 천왕의 실력까지 달성했다. 그는 유럽의 유일한 천신계 강자인 안드레, 그리고 수제자 오마르와 함께 유럽의 어린 천재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차에 오른 후, 유장 군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 선생님, 진 선생이 전혀 힘을 쓰려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그의 말대로 칸트 가문은 지금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들은 감히 마영리를 받아들이지도 못했을 겁니다!”“그러니 한 선생께서는 부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세요. 저희가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 내어 칸트 가문 사람들을 만나도록 자리를 마련해 볼 겁니다!”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는 이곳에 처음 온 것이니 남에게 강요하기도 불편했다. 이때 한창 운전하고 있던 진개국이 한마디 했다. “한 선생님, 만약 정 빠른 시일 내에 만나 뵙고 싶으시다면 저에게 좋은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물었다. “네? 무슨 방법이죠. 말해보세요!”진개국은 허허 웃
제이슨으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난 한지훈은 그제야 대략적인 감이 잡혔다. 뒤이어 이틀 동안 한지훈은 줄곧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했다. 필경 이번 유럽 방문기는, 과연 얼마나 시간이 걸려야 돌아올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제이슨 또한 마찬가지로 이틀 동안 용국 특산물까지 가득 사들고는 집안 어른들의 비위를 맞추어주기도 했다. 사실 그의 미래는, 이 집안에서 미움을 받게 되냐 아니냐에 달려 있었다.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이려면 대가를 따지지 않고 더욱더 위로 올라가 가문에서 자신의 지위를 높여야 했다. 그리고 이틀 후, 한지훈은 제이슨과 함께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유럽으로 향하는 중, 한지훈은 제이슨으로부터 이번에 유럽 무도 학원에 모집된 용국인 학생은 6명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6명의 실력은 대부분 사령관 경지에 머물러 있었고, 유럽의 학생들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었다. 그 사실에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창밖을 응시하였다. “그 말은 즉, 용국에는 천왕계 실력의 수강생이 한 명도 없다는 거네!”“주인님, 비록 천왕계 수강생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용국에서는 두 명의 교사를 파견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이 두 사람은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 생각에는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제이슨은 한지훈에게 설명했다. 사실 이러한 학생 모집은 바로, 무도 학원이 고의로 용국을 소외시켜 다른 수단을 통해 용국을 배척하려는 것이었다. 그들의 야비한 속셈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드러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비행기는 프랑스의 수도에 착륙하였고, 제이슨은 한지훈을 데리고 가장 먼저 무도 학원으로 향하여 등록하였다. 이내 한지훈을 도와 학원에 이틀간의 휴가를 내고는, 한지훈을 데리고 무도 학원에서 빠져나오고 나서야 제이슨은 비로소 식은땀을 닦아냈다. “주인님, 방금 엄청 위험했어요. 아까 그 교관이 바로 러셀로란 가문 사람이었어요!”“방금 주인님께서 계속 아래
한지훈은 반드시 아무도 그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조심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유럽 여행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맞이할 수도 있게 된다. “한 선생님, 사실... 그 출입국 기록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 선생님께서는 진 선생님과 함께 출국하셨기에 그 사실만으로도 한 군림의 정체가 바로 한 선생님이라는 걸 설명하는 겁니다!”나계홍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곧바로 진우에게 문자를 보내, 즉시 그와 자신의 출입국 기록을 소각하라고 했다. 이내 한지훈은 나계홍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잘했어!”그러자 나계홍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한 선생님, 일단 제 차에 타십시오. 제가 선생님을 한 씨 공관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한 씨 공관? 그 말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강중을 떠난 지 이제 겨우 며칠밖에 안 됐는데 벌써 또 한 씨 공관으로 돌아가야 한다니. 어두워진 한지훈의 표정에 나계홍은 급히 해명했다. “한 선생님, 사실 변한 건 크게 없습니다. 다만 인테리어를 조금 개선했을 뿐입니다. 이것 또한 도청 선배님의 뜻이라 전 단지 명령받은 대로 진행한 것뿐입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새로 이름까지 지었습니다. 필경 사모님도 이젠 국부인의 신분이 되셨으니 공관이라고 부르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나계홍의 얘기를 들은 한지훈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차는 한 씨 별장으로 향했다. 지금의 한 씨 별장은, 며칠 전 한지훈이 지냈을 때의 모습보다 훨씬 웅장했다. 담장만 해도 높이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가 있었고, 담장 정중앙에 있는 별장은 앞문과 뒷문으로 향하는 길에 모두 1리 정도 되는 광활한 땅을 두고 있었다. 이는 도청 전인이 강우연의 안전을 위해 내린 조치였다. 또한 주위에 안배한 천검종 제자 초소들 중, 가장 실력이 약한 초소라 하더라도 최소 4성 전신계 강자였다. 일반 무종이라면 감히 한 씨 공관에 한 발짝도 들어갈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강중에 벌써 도착했다고?”“그렇습니다. 저는 가문을 대표해서 용국 무도 학원에 입학할 학생들을 선발하러 온 겁니다. 이틀 안에 오륙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문 사람들이 의심할 겁니다!”제이슨은 한지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시간이 이렇게 촉박하다고?”한지훈은 의아한 듯 물었다.“주인님, 사실상 무도생은 이미 내정되어 있고 저는 형식적으로 얼굴만 비추는 겁니다. 혹시 미리 정해둔 학생과 얼굴이 좀 다른지 정도만 확인하면 됩니다!”“다른 건 제가 나설 일도 아니고요. 하지만 제 권한으로 주인님은 실력 테스트를 면제해 드릴 수 있습니다!”제이슨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오늘 오후에 바로 강중으로 돌아가지.”한지훈은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고, 국왕은 한지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지훈 사령관, 이번에 오륙에 가는 김에 용국을 위해 한 사람만 데려와 줄 수 있겠나? 그자는 광명존과 매우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네.”“하지만 칸트라는 가문에 의해 숨겨져서 우리가 사람을 보내 몇 번이나 교섭을 시도했지만 전부 허탕만 쳤지!”한지훈은 눈썹을 두어 번 꿈틀거리며,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오? 그자의 이름이 뭡니까?”“마영리! 한때 흑병대 소속이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렸지. 광명존의 입을 통해 알아낸 사실인데, 그자가 용국의 기밀 문서를 다수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다만 그 문서들은 용국 내에 있어서, 섣불리 용국으로 돌아오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니……”국왕은 말을 하다 말고 진우에게 시선을 돌렸고, 진우는 재빨리 말을 받았다. “그 기밀 문서들이 바로 그자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패인 셈입니다. 그자는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문서를 넘기려 하지는 않을 겁니다. 마영리만 잡아들여서 기밀 문서를 전부 없애 버리면, 모든 게 해결될 겁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최선을 다해보죠.”진우는 명함 한 장을 한지훈에게 건네며
“오늘, 진왕검이 제자리를 찾았으니, 우리 용국의 국운은 창대하리라!”쏴아!진왕검의 칼날에서 섬광이 터져 나오며, 순식간에 대지를 환하게 비추었다!양옆으로 서 있었던 사졸들은 일제히 총을 높이 치켜들고, 국왕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수많은 백성 또한 일제히 무릎을 꿇고 큰 목소리로 환호했다. 백 발의 예포가 울려 퍼지는 웅장한 굉음이 멎은 후에야, 한지훈은 몸을 일으켜 국왕에게 말을 건넸다. “국왕 폐하, 백여 년 전 진왕검을 강탈해 갔던 카일 가문이 오늘 폐하께 머리 조아려 사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엎드려 있습니다!”말을 마친 한지훈은 몸을 살짝 옆으로 비켜서며 손짓으로 안드레 일행을 가리켰다.한지훈의 손끝이 향한 곳을 바라보니, 안드레와 카일 가문의 무리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풀이 죽은 모습으로 앞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국왕은 부릅뜬 눈에서 날카로운 광채를 뿜어내며, 눈앞에 서 있는 수십 명의 무리를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비록 그들이 백여 년 전 진왕검을 강탈했던 원흉들은 아니었지만, 나라의 원한과 가문의 깊은 슬픔은 뼈에 사무쳐 잊을 수 없었다!“무릎 꿇어라!”수천 명의 어림군이 일제히 우렁찬 함성을 내질렀다.“무릎 꿇어라!”수만 명의 백성들 또한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천신계 강자인 안드레조차 국왕과 어림군, 그리고 용국 백성들이 뿜어내는 거대한 위압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그의 뒤에 서 있던 카일 가문 사람들은 한지훈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이미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다.“안드레, 무릎을 꿇어라! 그리고 나의 용국 국왕께, 열 번 머리를 조아려 사죄하라!”한지훈은 뒷짐을 진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털썩!안드레는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고, 고개를 쳐들고 국왕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저 안드레가 카일 가문을 대표하여, 용국의 국왕 폐하와 용국 만백성에게 사죄드립니다!”말을 마친 안드레는, 두 눈을 감고 오만했던 고개를 숙였다.쿵!무거운 굉음과 함께, 안드레의 이마가 땅에
용칠은 소매로 이미 굳어버린 눈가의 핏자국을 거칠게 훔쳐냈고, 두 손으로 정복자의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검자루를 움켜쥔 그의 손에 온 힘이 실리며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오마르는 섬뜩한 냉기를 뿜어내는 정복자의 검날이 자신의 목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며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내질렀다. “아악! 안 돼!”푸욱!묵직한 파열음과 함께, 오마르의 머리가 공중으로 높이 솟아올랐다. 잘려나간 머리가 뒹굴고, 몸통은 핏물을 왈칵 쏟아내며 갑판 위로 푹 쓰러졌다.오마르의 시체가 갑판에 쓰러지는 것을 본 안드레는 눈앞이 캄캄해졌고, 몸을 휘청이며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다.오마르는 그가 가장 아끼는 제자이자, 미래의 후계자였다!20년 안에 천신계에 발을 들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강자였거늘!그런 제자가, 하필이면 용국에서 온 저 정체불명의 젊은이를 잘못 건드린 탓에 목이 잘려 죽다니!“안드레, 네놈이 직접 카일 가문 사람들을 이끌고 용경으로 가서 국왕께 머리 조아려 사죄하도록 하라. 불만은 없겠지?!”한지훈의 싸늘한 목소리가 귓가에 박혔다.안드레는 두 눈을 질끈 감았고, 치욕감에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불… 불만 없습니다!”한지훈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용칠의 손에 들린 정복자의 검을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이 검은 내 친구에게 선물로 주겠다. 괜찮겠나?”괜찮겠냐고?!안드레는 속으로 쓴웃음을 삼켰다. 감히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그는 감히 그럴 수 없었다!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괜찮습니다!”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뱃머리로 걸어가 거친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때 유람선은 이미 방향을 틀어 용국을 향해 뱃머리를 돌린 후였고, 밤낮으로 꼬박 하루를 항해한 끝에 유람선은 용국의 북방 항구에 닿았다.이곳에서 용경까지는 불과 200리 떨어져 있었고, 세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한지훈 일행은 용경으로 돌아왔다.천자각.흑병대로부터 진왕검이 용국으로 돌아왔다는
저분은 틀림없이 한지훈 사령관님이시다! 한지훈의 모습을 또렷이 확인하는 순간, 용칠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주체할 수없이 쏟아져 내렸다!그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고, 국보인 진왕검을 되찾지 못하고 이 자리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었다!애초에 이 배에 오를 때부터 용칠은 살아 돌아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상대가 아무리 모진 고문을 가해도, 그는 단 한 마디의 정보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한지훈은 성큼 걸음을 옮겨 용칠의 바로 앞에 섰고, 온통 피투성이인 용칠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그랬느냐!”한지훈의 질문에 오마르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고, 그는 안드레를 향해 도움을 갈구하는 눈빛을 보냈다.“한지훈 선생님, 저희는 정복자의 검을 기꺼이 내놓겠습니다. 그리고 용국 국왕께 무릎 꿇고 사죄드릴 것을 맹세합니다! 부디......”안드레가 한 걸음 나서며 공손하게 말했다.그의 속내는 뻔했다.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니, 이쯤에서 적당히 마무리 짓고 넘어가자는 것이었다.“내가 너에게 묻고 있다.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냐?”한지훈은 안드레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용칠에게 다시 물었다.용칠은 심호흡을 한 번 크게 내쉬고,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안드레 뒤에 서 있는 오마르를 가리켰다.“한지훈 선생님, 저는......”안드레가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짝!한지훈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여 안드레의 뺨을 후려쳤고, 싸늘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네놈을 살려둔 것만으로도 이미 은혜가 하늘에 닿을 듯하거늘, 쓸데없는 소리를 한마디라도 더 지껄였다간, 그땐 죽음뿐이다!”안드레는 침을 꿀꺽 삼키고 입을 다물었고, 천천히 뒷걸음질 쳐 물러섰다.“저놈을 쳐 죽여라!”한지훈은 손가락으로 오마르를 가리키며 명령했다.“예!”용칠은 즉시 앞으로 튀어 나가 주먹을 휘둘러 오마르의 얼굴을 강타했다.퍽! 퍽! 퍽!연달아 세 방의 주먹이 꽂혔고, 오마르는 코와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 “네
너무 업신여긴다고?!한지훈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진왕검을 손에 쥔 채 안드레의 코앞까지 다가가 냉랭하게 쏘아붙였다. “업신여겨? 네놈은 아직 업신여기는 게 뭔지도 모르는 모양이군!”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섬광처럼 뻗어나간 발이 안드레의 뺨을 후려갈겼다!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안드레의 뺨에는 선명한 신발 자국이 새겨졌다.“감히 나의 용국 백성을 살해해? 천벌 받을 놈!”한지훈은 손을 휘둘러 다시 한번 안드레의 뺨을 강타했다. 하지만 그의 몸이 해수면에 닿기도 전에, 한지훈이 손을 뻗자 불가사의한 힘이 안드레를 끌어당겨 다시 한지훈의 눈앞으로 되돌려 놓았다.콰앙!한지훈의 묵직한 주먹이 안드레의 흉곽 정중앙을 꿰뚫었다.“커헉!”안드레는 입안 가득 피를 쏟아내며 곧장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쏴아아!한지훈이 손을 들자, 심해에서 검은 소용돌이가 솟아올랐다. 소용돌이는 안드레의 몸을 휩쓸어 수면 위로 끌어올리더니, 순식간에 백 미터 상공으로 솟구쳐 올랐다!“묻겠다, 카일 가문을 용경에 끌고 와 무릎을 꿇고 사죄하라는 것에 이의가 있나?!”한지훈은 손을 뻗어 안드레의 멱살을 움켜쥐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고, 안드레는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의 없습니다!”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상황에, 안드레의 얼굴은 불타는 듯 뜨거웠다.그가 누구인가?발 한 번 구르면 오륙 전체가 떨며 그 앞에 무릎 꿇게 만들 수 있는 안드레였다!그런 그가 지금, 굴욕을 삼키고 있었다.평소라면 일국의 국왕조차 함부로 알현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던가. 국왕이라 할지라도 그를 만나려면 삼고초려를 해야 했고, 막상 만난다 해도 깍듯하게 예를 갖춰야 했다.하지만 지금은?한지훈의 눈앞에서 그는 그저 굴욕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나의 용국 백성에게 사죄하라 명할 것이다. 불만 있나?!”한지훈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진왕검은 섬뜩한 빛을 뿜어냈다!“없… 없습니다!”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무릎 꿇어라!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