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천은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잠깐 침묵하다가 고개를 숙였다.“명을 받들겠습니다!”사내는 고개를 끄덕인 뒤에 조용히 별장을 나가버렸다.사내가 떠난 뒤, 사람들은 분노에 찬 얼굴로 너도나도 바쁘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어르신, 폐하도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왜 우리만 3개월이나 가만히 있으라는 거죠?”“맞아요! 폐하는 편애가 너무 심하세요!”“3개월이면 한지훈 그 녀석에게 숨돌릴 시간을 주는 거 아닙니까!”사람들의 불만을 들으며 원효천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다들 입 다물어! 사사로이 폐하에 대해 의논하는 건 중죄야! 다들 죽고 싶어?”그의 호통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원효천은 뒤에 있는 원상용에게 말했다.“국왕께서 지시를 내렸으니 한지훈에게 3개월 시간을 더 줄 수 밖에! 난 3개월 동안 계속 폐관 수련할 것이다! 넌 가문을 안정시키고 3개월 뒤의 토벌을 준비하거라. 약속 시간이 지나면 난 출관해서 북양왕을 도륙하러 갈 것이다!”말을 마친 원효천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거실을 나갔다.원상용 일행은 떠나는 그의 뒷모습에 대고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살펴 가십시오!”그 시각, 약왕파.약왕파 종문의 저택 내부에 장로와 장교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들의 표정도 음침하게 굳어 있었다.황학용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불만을 토로했다.“장로님들, 장교 여러분, 북양왕은 정말 괘씸한 놈이예요. 이 기회에 놈의 기세를 꺾어야 합니다. 놈이 4대 가문과 척을 지고 중상을 입은 지금이 바로 기회입니다. 정예를 파견해서 놈을 암살하여 돌아가신 종사님들의 복수를 해야 합니다!”오허청도 옆에서 거들었다.“저는 도련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번 강중 행으로 알아본 바, 북양왕은 정말 거만하고 예의 없는 놈이었어요. 우리 약왕파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고요! 심지어 저와 도련님을 협박까지 했었죠. 놈이 중상을 입은 지금이 혼쭐을 내줄 기회입니다!”장로들과 장교들의 표정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들은 약왕파 장로들 중의 극히 일부분이고 황학용을 지지하는 세력이
그 시각, 강중.강중에는 봉쇄령이 내려졌고 모든 출입이 제한되었다.성 안의 백성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기에 거리를 순찰하는 무장 경찰대오를 보고 긴장감에 떨었다.온병림은 강중에서 한 달 동안 군사 훈련이 있을 거라고만 공지했다.물론 적지 않은 사람들은 강중에서 뭔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예감했다.한편, 한지훈은 3일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세 명의 신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그의 부상을 치료하고 있었다.바이탈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내상이 심각하여 아직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우리 남편 괜찮은 거죠?”강우연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신의에게 묻자 손강수가 잠깐 고민하다가 답했다.“사모님, 아직까지 상태는 양호합니다. 하지만 체내에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강력한 기가 계속 오장육부를 자극하고 있는 상태예요. 그 기운이 조금 이상해요. 만약 스스로 이 힘을 통제할 수 있다면 깨어나게 될 겁니다. 지금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강우연은 잔뜩 낙담한 얼굴로 고개를 떨구었다.신의들을 각자 방으로 안내한 뒤에 강우연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한지훈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한지훈을 보자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강우연은 침대로 다가가 작은 손으로 상처투성이인 그의 손을 잡았다.한지훈이 쓰러진 3일 동안 그녀는 매일 눈물로 하루를 보냈다.“여보, 내 말 들려..? 제발 무사히 깨어나 줘! 나랑 고운이한테는 당신뿐이잖아. 제발 우리를 버려두지 마….”강우연은 그의 손을 꽉 잡고 눈물을 흘렸다.“당신에게 무슨 일 생기면 나랑 고운이는 어떻게 살라고…! 우리한테는 당신이 필요해. 당신을 깨울 수 있다면 내 목숨도 바칠 수 있어….”결국 그녀는 더는 참지 못하고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터뜨렸다.바로 그때,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갑자기 방 안에 나타났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강우연에게 말했다. “지훈이는 아무 일 없을 거야.”소리를 들은 강우연은 고개를 번쩍 들고 놀란 눈으로 갑
“당신 대체 누구야? 별장 안에 수많은 무인들이 있어. 허튼 짓 하면 사람 부를 거야!”강우연은 싸늘한 목소리로 사내에게 경고했다.그러자 사내는 피식 웃더니 손을 올렸다. 강우연이 손에 쥐고 있던 단도는 갑자기 흔들리더니 그녀의 손을 벗어나 허공으로 떠올랐고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어느새 사내의 손으로 들어갔다.그 광경을 목격한 강우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러 버렸다.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수단이었다!사내는 단도를 자세히 살피더니 말했다.“모사 단도, 확실히 괜찮은 무기네. 안타깝게도 그 보검은 아직도 행방불명이지. 누군가는 부러졌다고 하는데 사실 그건 이 단도와 한 세트였어. 하나가 부서지면 다른 하나도 부서진다는 것을 의미하지!”사내의 말을 잠자코 듣던 강우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당신 대체 누구야? 원하는 게 뭐야?”바로 그때 사내가 쓰고 있던 모자를 벗고 얼굴을 드러냈다.회색 빛의 머리에 강인한 턱선, 세월의 흔적이 여기저기 보였지만 굉장히 카리스마 넘치는 미남이었다.그의 두 눈은 한지훈과 매우 흡사했다.눈빛에서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싸늘함과 위압감이 느껴졌다.“누… 누구세요?”강우연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사내에게 물었다.대략 오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내는 담담한 미소를 짓더니 단도를 강우연에게 돌려주고 한지훈을 힐끗 보고는 그녀에게 말했다.“난 한용이라고 해. 넌 나한테 할아버지라고 불러야 하겠지.”한지훈의 할아버지인 한용?한지훈이 전에 여러 차례 할아버지에 관해 언급한적이 있었지만 강우연은 그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한용을 바라보다가 단도를 도로 허리춤에 차고 인사를 올렸다.“몰라봬서 정말 죄송해요, 할아버지.”그러자 한용은 껄껄 웃더니 인자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좋아! 역시 내 손자가 선택한 여자라서 그런지 골격이 단단하군! 열심히 수련하면 언젠가는 내 손자의 오른팔이 되어 녀석의 힘이 되어줄 수 있겠어!”강우연은 무슨 뜻인지 몰라 그저
강우연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고개를 돌리고 혼수상태에 빠진 한지훈을 바라보다가 그만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한지훈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었지만 그와 고운이를 버려두고 가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웠다.3일째 잠만 자고 있는 한지훈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그런데 한용에게 방법이 있다고 하니 그게 무엇이든 시도는 해보고 싶었다.평생 깨어나지 못하더라도 시도는 해보고 싶었다.강우연은 눈에 맺힌 눈물을 닫고 고개를 돌려 진지한 표정으로 한용에게 큰절을 올리고 말했다.“할아버지, 어떻게든 지훈 씨를 깨워주세요. 제가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면 저 때문에 힘들어하지 말고 저를 잊고 좋은 여자 만나 행복하게 살라고 전해주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아쉽고 미련이 남았지만 그녀는 이미 결단을 내린 뒤 였다.한용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부축해서 일으켰다.“내가 어떻게 너희 둘을 갈라놓겠니? 내가 녀석을 구하려고 널 혼수상태에 빠뜨린 걸 지훈이가 알면 날 증오할 거야…!”강우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용을 바라보자 한용이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걱정 말거라. 조금 전에는 네 결심이 어떤지 보려고 테스트한 거야. 할아버지를 너무 원망하지 말거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만큼 중요하고 비밀에 부쳐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야. 만약 지훈이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일을 진행할 수 없고 심각하면 지훈이에게 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 너에게 거짓말을 한 거란다.”강우연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할아버지를 믿을게요.”“그래, 지훈이가 너 같은 아이와 결혼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한용은 흐뭇한 눈으로 강우연을 바라보며 말했다.곧이어 그의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다만 이 방법이 만능은 아니란다.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어.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할아버지가 목숨을
한용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걱정 마. 내가 있으니 아무 일도 없을 거다!”“네, 할아버지를 믿을게요.”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언제 시작하나요? 저는 뭘 하면 될까요?”강우연이 재차 물었다.“저녁에 시작할 거야. 네가 할 일은 간단해. 나와 지훈이의 매개체가 되는 거야.”“제가요?”그러자 한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다.“지금 지훈이가 혼수상태라 직접 기운을 넘겨줄 수는 없어. 게다가 내 힘은 너무 크고 방대해서 특수한 체질과 골조를 가진 사람이 필요해. 그 사람이 나와 지훈이의 매개체가 되어주는 거야.”“너는 백 년에 한번 나올까 한 특수한 체질을 가졌어. 난 너를 통해 내 체내의 힘을 상대적으로 균형 있고 안전한 상태로 만들 수 있지.”“다만 너도 똑같이 내 체내의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강우연은 그제서야 모든 것을 알 것 같았다. 쉽게 말하면 그녀는 한용의 압도적인 힘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한용은 진지한 표정으로 강우연을 바라보며 재차 물었다.“우연아, 진짜 잘 생각해야 해. 이걸 시작하면 네 몸도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할 거야. 만약 네가 버티지 못한다면 지훈이도 깨어날 수 없어. 네가 끝까지 감당해서 도공법이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그 기운은 여전히 네 체내에 머무르게 될 거야. 그때가 되면 네 성격도 완전히 바뀌겠지.”“어떻게 바뀌는데요?”한용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솔직히 그건 나도 확답을 줄 수 없어. 그래서 네 의견을 묻는 거야. 할 수 있겠어?”“네, 할 수 있어요!”강우연은 한치의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그럼 준비하자. 별장에 있는 수영장으로 약욕을 할 거야. 지훈이의 부상을 치료하고 네 신체가 내 힘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약물을 수영장에 풀 거야. 저녁 여덟 시에 시작하자!”한용이 진지하게 말했다.강우연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고 한지훈에게 다가가서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여보, 난 아직도 그날을 기억해. 당신이 공중에서 내려와 날 받아주던 날
별장 내부의 수영장은 이미 짙은 검은색 물약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이는 모두 한용이 오후에 얻은 약재를 물에 담가 끓인 약재였다. 동시에 한용은 수년 동안 보관해 온 많은 영약을 수영장에 넣었다. 모든 것이 준비되자 한용은 고개를 끄덕였다.용운과 다른 사람들은 앉은 자세를 유지한 채 한지훈을 수영장에 살며시 넣었다. 반면, 강우연은 헐렁한 잠옷을 입고 한 걸음 한 걸음 약탕에 들어가 한지훈과 마주 앉았다. 한용은 수영장 가장자리에 서서 강우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지훈이의 두 손을 꼭 잡거라, 이제 시작한다!"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맑은 눈동자는 감격에 겨워 반짝이며 한지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한지훈의 두 손을 꼭 잡은 채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그러자 한용은 손을 들어 즉시 자신의 힘을 통해 천생서문에 기록된 하나의 심법으로 강우연의 체내에 주입했다! 그 순간, 별장 전체에 성난 파도 같은 기세와 위압이 감돌았다! 용운과 용형, 용월 세 명의 용존 조차도 천지를 파괴하는 듯한 횡포한 기운을 전혀 견딜 수 없었다!이때, 넓은 검은 옷을 입은 한용은 그들의 눈에 마치 마군이 세상에 내려온 것처럼 보였다. 한용의 몸에 깃든 기운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고, 그들의 영혼을 떨게 했다!그것은 모두를 능가하는 강력한 기세였고, 이것이 바로 진정한 천왕계라고 할 수 있었다!!!용운을 포함한 세 명의 용존은 한용이 천왕계의 어떤 경지까지 올랐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한용이 확실히 일성 준천이 아니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한용의 몸에 깃든 강한 힘과 웅장한 기세로 인해 이 일방이 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너희 셋이 감당할 수 없다면 이곳을 떠나 밖으로 나가 몸을 피해도 된다."한용은 눈썹을 살짝 추켜세우며 용운을 포함한 세 명의 용존이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았고, 그들이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용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약탕을 바라보았고,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지는 강우연을 바라보며
그리고 이때, 눈을 질끈 감은 강우연은 곧이어 한용이 읊는 심법 구결을 들었다. 이 순간, 그녀는 비할 바 없이 압도적인 기운과 힘에 휩싸였다! 그 힘은 마치 아홉 마리의 용이 하늘에서 포효하는 듯했고, 포악한 의지와 천지를 멸시하는 위력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강우연의 지각과 정신세계에는 오직 그녀와 아홉 마리의 용이 비상하며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 아홉 마리의 황금 용은 비길 데 없이 위압적이며, 용의 숨결만으로도 강우연의 마음속 정신세계를 거의 산산조각 내버렸다! 약탕 가장자리에 있던 한용은 강우연의 고통스러운 표정과 통제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며 미간을 찡그렸다."손자며느리야! 잘 들어라! 네 정신세계에서는 네가 주인이어야 해! 어떠한 허망한 존재도 너에게 항복해야 한다! 그 힘이 아무리 난폭하고 아무리 강해도, 그것은 너의 세계에서는 너를 복종해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해! 두려워하지 말거라, 네가 두려워할수록, 그것은 더욱 강해져! 그러니 용감하게 맞서야 해, 너 자신을 믿어!"한용의 말이 강우연의 귀에 들어갔고, 그녀의 얼굴은 투쟁으로 가득 찼다.그리고 강우연의 정신세계가 무너지려던 그때 한지훈과 한고운을 떠올렸다.‘아니! 난 지훈 씨, 내 남편을 구해야 해! 두려워하면 안 돼!’강우연은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되뇌며, 끊임없이 자신을 세뇌시켰다! 서서히 그녀의 몸에서 특별한 기운이 솟아올랐고, 그녀는 비록 삼성 지급 군왕의 실력뿐이지만, 곧 이 기운은 한용이 그녀에게 전달한 힘을 억누를 수 있는 기세를 갖게 되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한용이 소리쳤다.다음 순간, 강우연의 몸에 있던 압도적인 기운이 갑자기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힘이 들어섰다!이 힘의 모습을 본 한용의 얼굴은 안도감으로 가득 찼다.첫 번째 단계가 성공한 것이다! 강우연의 힘 조절이 이토록 섬세하고 강력할 줄이야!한용은 자기 손자며느리의 미래가 매우 무궁무진하다고 느꼈고, 제대로 가르친다면 용국에서 천왕계
그 순간 한지훈은 마치 마른 대지에 단비가 적시듯 필사적으로 강우연의 부드러운 힘을 흡수했다! 강우연은 놀라움과 기쁨에 휩싸였고, 한용이 보내오는 포악한 힘을 끊임없이 억제한 다음 한지훈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강우연은 마지막에 갈수록 힘이 들어 견딜 수 없었다. 한지훈은 그녀의 몸에 있는 온화한 힘을 끊임없이 흡수했고, 그 속도는 그녀가 억제하는 것보다 빠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수영장의 물약도 눈에 띄게 줄고 있었고, 모든 약물의 영성이 전부 한지훈에 의해 흡수되었다!강우연은 작은 부분만 흡수해 그녀의 몸을 안정시키는 데 사용했다. 이 광경을 본 한용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한지훈 이놈은 힘을 이렇게 많이 흡수했는데 왜 아직도 바닥이 나지 않은 거야? 준 천왕계에게 필요한 힘은 이 정도 뿐인데……"한용은 경악했다.하지만, 곧이어 그는 어떤 가능성을 떠올린 듯 눈이 휘둥그레지며 중얼거렸다."설마… 이놈이 계속해서 경지를 돌파하고 싶어 하는 건가?! 이성 천왕계에 도달하려고?!""안돼! 불가능해!""이런 일은 일어난 적이 없어!"한용의 낯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왜냐하면, 천왕계에 도달하는 것은 천지와 싸우는 것이었고, 그 어느 천왕계 강자라도 큰 행운과 기적이 필요했다.이는 하늘을 거스르는 일종의 여정인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반보천왕의 경지에 있으면서 평생 천왕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던가! 천왕계는 일종의 전설이며, 이를 돌파하고자 하는 자는 누구나 천지의 조화를 빼앗는 것이다. 그러니 준천왕의 경지에 도달한 것은 이미 하늘의 은총이었고, 만약 계속해서 경지를 돌파하고 싶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천지와 싸워야 하며, 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한용은 감히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는 이런 일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순간, 강우연의 몸은 분명히 버틸 수 없는 듯했고, 그녀는 약간 떨리기 시작하며 얼굴의 혈색도 빠르게 가라앉고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이 한 시간 넘게 지속되
한씨 가문은 또 한 명의 아들을 얻으니 집안에 경사가 가득했다!도청전인을 비롯한 모두가 등불을 밝히고 집안을 장식하며, 얼굴마다 웃음이 가득했다.나씨 가문의 사람들 또한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와 축하를 전했다.“한 선생님, 이는 저희 나씨 가문의 작은 성의입니다. 꼭 받아주십시오.”나계홍이 말하며 돈봉투를 한지훈에게 건넸다.한지훈은 돈봉투를 쳐다보지도 않고 옆에 있던 천검종 제자에게 넘기고는 웃으며 물었다.“나계홍 씨, 이 시점에 축하하러 올 용기가 있었습니까?”나계홍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한지훈의 말 속뜻을 깨닫고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한 선생님, 농담도 지나치십니다. 나씨 가문이 오늘날의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한 선생님의 은혜 덕분입니다. 이 시점에 한 선생님을 떠난다면, 그것이야말로 배신이고 의리를 저버리는 것입니다!”“배신과 의리를 저버리는 자는 하늘이 용납할 수 없는 법이지요!”나계홍은 지금 이 순간, 한지훈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것 외에는 더 좋은 말을 떠올릴 수 없었다.한지훈은 나씨 가문의 유일한 의지였고, 죽더라도 한지훈과 함께 죽는 것 외에는 길이 없었다!“좋습니다. 그대가 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니, 나씨 가문이 받은 은혜는 헛되지 않았네요. 밤이 깊었으니, 어서 돌아가 쉬시지요.”한지훈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강우연은 갓 출산한 몸이라 휴식이 필요했기에, 나계홍과의 접견은 불가능했고 나계홍도 더 머물지 않고 한지훈에게 작별을 고하고 떠났다.강중에서 나씨 가문과 몇몇 이름 없는 작은 가문만이 축하 선물을 보냈고, 다른 모든 가문은 모른 척하거나 심지어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다.심지어 강중의 시장조차도 장씨 가문의 복수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이전에는 결코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더불어 강릉의 많은 거물들도 고속도로로 모여들어 차 앞에 서서 조용히 장도령의 도착을 기다렸다.천성의 분위기는 전례 없는 긴장감에 휩싸였고, 모두가 서둘러 줄을 서거나 아첨하기에 바빴다.하지만
“명산도, 장씨 가문도 괜찮습니다. 만약 이 세상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들은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합니다. 누구든지 먼저 국법을 지키는 것이 국가에 대한 충성의 길이지요!”“그들 장씨 가문은 조룡의 무덤을 지킨다고 해서 용국에 은혜를 베푼 것이 아닙니다! 무덤 수호자로서 조룡의 무덤을 지키는 것은 그들의 의무일 뿐입니다!”“자신들이 해야 할 일만을 다하고, 전국 백성들의 머리 위에 올라타서 특권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그런 자들은 죽여야만 합니다!”한지훈은 대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진우는 무력하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다른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한지훈의 말이 분명히 맞았고, 장씨 가문은 이미 너무나도 거만해졌다. 국왕은 장씨 가문을 눈여겨보지 않은 것이 아니었지만, 그들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따라서 국왕은 장씨 가문을 적대 세력으로 분류하지 않았고, 그들이 저지르는 일들에 대해서도 그저 눈감아 주거나 지나쳐 버렸다!“주군, 이분이 말씀하신 대로 장씨 가문은 상대하기 쉽지 않으니, 장도령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도청전인도 조용히 조언했다.하지만 한지훈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한지훈의 마음이 확고해지자, 진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렇다면, 나 진우는 여기서 오래 머물게 될 것입니다. 아마 장도령은 천자각의 위엄을 두려워하여 관대한 처신을 했을지도 모릅니다!”“한 선생님…”그때, 한 명의 간호사가 빠르게 대청으로 달려와 초조하게 말했다.“강 대표님의 양수가 터졌습니다. 곧 출산할 예정입니다! 이미 병원에 연락을 했고, 산부인과 의사가 곧 도착할 것이니 문을 열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뭐라고?!한지훈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정말입니까?! 그럼… 빨리! 선생님, 경비원에게 알리고, 의료진은 무조건 출입을 허용해 주세요. 절대로 막지 말아야 합니다!”“알겠습니다!”도청전인은 급히 대청을 나와 문 쪽으로 온 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한지훈은 검은빛 명함을 한 번 흘낏 보고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그것이 진우의 것임을 알았다.이 명함은 흑병대에서만 사용하는 특별한 물건으로, 쉽게 꺼내지 않는 것이다.한지훈은 명함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를 안으로 모셔라!”잠시 후, 진우가 천검종 제자의 뒤를 따라 대청으로 들어섰다.“진 씨 형님, 먼 길을 오느라 수고했습니다. 어서 앉으시지요!”한지훈은 태연한 태도로 다과상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진우는 먼저 한지훈을 살펴본 뒤, 도청전인을 한참 동안 주의 깊게 관찰하고 나서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이 먼 길을 직접 오시다니, 여행을 온 것은 아니겠죠?”한지훈은 차를 따라주면서 웃으며 물었다.“아이고, 한 씨 형님, 이번에 저는 국왕 폐하의 명을 받고 급히 온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매우 긴급합니다!”진우는 한지훈이 내준 찻잔을 받았지만,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옆에 내려놓았다.“무엇이 그리 급합니까?”한지훈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아이고!”진우는 얼굴을 찌푸리며 손등을 쳤고, 곧장 한지훈에게 대답했다. “장도령이 이미 천산에서 하산하여 지금 천성에 도착한 것을 모르십니까? 그가 지금 오고 있는 중입니다!”진우는 말을 하며 한 문서를 꺼내 한지훈에게 건넸다.“이것은 국왕께서 친히 명령한 일입니다. 한 씨 형님께서 직접 오륙으로 가서 무도 학원을 감시하고, 즉각 출발할 것을 명하셨습니다!”한지훈은 넋을 잃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명령은 너무도 시기가 절묘했고, 문서에는 큼지막하게 기밀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이는 분명 국가 일급 기밀로, 이번 작전에 참여하는 이들 외에는 누구에게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뜻했다.국왕은 사실 한지훈에게 오륙으로 가서 위기를 피하라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한지훈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곧바로 국왕의 의중을 이해했고, 고개를 살짝 저으며 대답했다. “오륙의 무도학원은 아직 설립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중요한 소식이 있다면 누군가는 제일 먼저 저에게 통지
장도령의 위명은 허언이 아니었다.그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어르신들에게 들은 이야기만으로도 그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더구나 이번에는 장씨 가문의 복수를 위해 나선 만큼, 더욱 가차 없는 행동을 보일 것이 분명했다.“그렇다면 한지훈 선생님께 알리는 것이 좋을까요?”나한비가 고뇌에 찬 얼굴로 물었다.이번에도 나씨 가문은 어쩔 수 없이 모두의 반대편에 서게 되었다.이 얼마나 기구한 운명인가! “우리보다 더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게다가, 우리가 직접 나서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한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거리를 두실 수도 있으니 말이야.”나계홍은 말을 마친 후 천천히 눈을 감았고, 고개를 연신 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최근 며칠간의 상황이 도청전인에게 보고되었다.그중에서도 '장도령'이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 도청전인의 표정은 단숨에 굳어졌다.“어서, 한 선생님을 뵈러 가자!”이때, 한지훈은 서재에서 삼절진의 진수를 연구하고 있었다.겨우 약간의 깨달음을 얻으려던 찰나,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한 선생님! 큰일입니다! 천산 장씨 가문의 대변인인 장도령이 이미 하산했으며, 게다가...”천산 장씨 가문?!생각보다 빨리 왔군!한지훈은 고개를 들며 도청전인을 바라보았다.“게다가 뭐라고 했죠?”“그가... 그가 선생님께 양팔과 양다리를 스스로 끊고 장씨 가문에 가서 사죄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가문 전체를 멸족하겠다고 했습니다!”도청전인의 목소리는 몹시 낮았고, 얼굴은 극도로 어두웠다.“오, 그래요? 장씨 가문 놈들은 다들 정신이 나갔나 보군요, 걸핏하면 남의 다리를 끊으라고 하는 걸 보니 말입니다. 그 사람의 말을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한지훈은 손을 휘저으며 도청전인에게 신경 쓰지 말라는 듯 말했다.도청전인은 뒤에 서 있던 천검종의 제자들에게 눈짓해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낸 뒤, 한지훈에게 다가와 정중히 말했다.“주상, 그자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한때 용
그 말을 듣자, 대장로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사실, 모든 정보 중에서도 무신종과 국왕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조정 역시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무적천 또한 세상과 단절된 것처럼 보였다!“그 뜻은...?”그러자 황약사는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걸으며 대꾸했다. “자네는 진왕의 반란이 왜 실패했는지 알고 있는가?”“그건... 소인도 잘 모르겠습니다!”대장로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곤륜에 한 노인이 있었지. 그자는 손을 한 번 드는 것만으로도 무적천을 얌전히 물러서게 만들었는데, 장도령은 말할 것도 없지. 그런데도 자네는 장도령이 정말 무적천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가?”“겉모습만 봐선 안 되는 법일세. 무적천조차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건, 그 역시 두려워하고 있다는 뜻이지! 그가 두려워하는 자가 누구일 거라 생각하는가?”그 말을 들은 대장로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한지훈에게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장의 카드가 있다는 말씀이군요?”황약사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노인이 한지훈의 비장의 카드가 아닐 수도 있고, 한용이 한지훈의 의지처라고 보기도 어렵네. 다만, 한지훈과 조정 모두 이렇게 고요하다는 건 분명 비범한 기운이 숨어 있다는 뜻이지!”“그러니 약왕파를 위해선 더더욱 참고 견뎌야 하네. 상황이 명확해지기 전까진 절대로 함부로 수를 두어 선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위험천만한 처지에 빠질 걸세!”대장로는 황약사의 입에서 '위험천만'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처음이었다.그렇다면 지금의 국면은 겉보기엔 일방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 속에 숨은 파도가 요동치고 있다는 뜻이었다.황약사조차도 위험을 느끼고 있을 정도라니!“곡주님, 정말로 한지훈이 그토록 대단한 인물입니까?”대장로는 여전히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러자 황약사는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한 영상을 보여주었다.그 영상은 서로 다른 두 장면을 이어 붙인 것이었고, 첫 번째 장면은 한지훈이 동방 오
순식간에 인터넷은 물론, 각 대형 매체에서도 일제히 한지훈의 구설수에 관한 기사를 올렸다. 그렇게 용국 전체는 떠들썩해졌다. 평범한 백성이라면 장도령이라는 사람의 신분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테지만, 한지훈은 그들 마음속의 언제나 영웅이 이었다. “정확히 7일 후, 장도령은 장 씨 집안을 대표하여 직접 강중으로 향하여 한지훈을 만날 예정이래!”얼마 지나지 않아 sns에는, 장 씨 집안 신도라는 닉네임의 한 사람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말은 매우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정보량은 엄청 많았다. 마찬가지로 그 글을 읽게 된 약왕파의 몇몇 장로들은 더 이상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한지훈, 너 이번에는 정말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구나! 장도령이 직접 산에서 내려와 너를 괴롭히려 하겠는데, 과연 네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대장로님, 저희... 드디어 고생길을 끝마치게 됐네요!”“그러게나 말이에요. 장월동을 죽인 이상 한지훈은... 틀림없이 죽음을 당하게 될 겁니다!”“맞아요. 무종과 무맹도 이번에는 절대 그를 도와주지 않을 겁니다. 그럼 이 기회에 차라리 곡주한테 도움을 청하여 저희가...”몇몇 장로들은 점점 더 욕심이 생겼다. 깊이 생각에 잠긴 대장로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빠른 걸음으로 뒤뜰로 향했다. 한편 그 시각, 황약사 또한 모든 상황의 태세 변화를 주시하고 있었다. 인터넷과 수많은 언론에서는 모두 한지훈에 대한 구설수를 언급하고 있었지만, 단 두 명만큼은 여전히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바로 국왕이다. 용국 당국은 여전히 이번 일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었다. 비록 이것은 민간의 싸움이긴 하지만, 한지훈의 지위는 특별하고 또한 이는 천자각의 이익과 손실과도 연관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국왕은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한지훈의 편에 서 있을 거라는 명확한 태도를 보였다. 다른 한 명은 바로 무신종의 무적천이었다. 사실 무신종과 천산 사이는 밀접한 관
장도령. 그는 바로 천산 장 씨 집안에서, 유일하게 세속의 일에 개입할 수 있는 대변인이었다. 악명이 자자한 그는, 이미 수십 년 전에도 두 손에 피를 가득 묻힌 적이 있었다. 과거 무종의 한 문주는 단지 말속에 장 씨 집안을 향한 약간의 경멸심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장도령이 직접 찾아가 무종을 멸문시켰었다. 당시 현장은 그야말로 피바다였고, 시체가 수도 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 후로 장도령의 이름은 유명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복을 걸친 채 손에는 칠성 상문검을 든 한 중년 남자가 음침한 표정과 함께 저벅저벅 로비로 들어섰다. 그는 땅 위에 놓인 단대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장월동의 시체를 보고는, 눈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조부님! 저 장도령 인사드립니다!”이내 장도령은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흰 눈썹 노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너 잘 봐봐. 우리 장 씨 집안의 자손이 다른 사람에게 잔인하게 살해되고, 게다가 우리 장 씨 집안의 삼절진마저 잃어버리게 됐어. 수천 년 역사 이래, 우리가 언제 한번 조룡의 유물을 다른 사람에게 이런 방식으로 빼앗긴 적 있기나 할까?”흰 눈썹 노인의 눈에는 차가운 빛이 비치더니, 이내 그 한기는 순식간에 생기로 전환되었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유 씨 어르신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역시 장 씨 집안 가주는 보통이 아니었다. 그의 실력은 천왕계보다는 더 위인, 천신계에 있을 거라 확신했다. “조부님, 이놈은 마땅히 처단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저희 장 씨 집안의 위세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장도령이 조용히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장 씨 집안의 위용을 모독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설사 상대가 국왕이라 할지라도, 5대 명산이라 할지라도 장 씨 집안의 체면을 멋대로 구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천산이든 화산이든 그 어떤 5대 명산 사람도, 장 씨 집안의 자손을 죽이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비록 용국 무종은 5대 명산 출신이긴 하지만, 정작 5대 명산의 진정한
산에서 참배를 하는 건 곧 조룡을 참배하는 것이었다. “유원룡? 뭐 하러 온 거야?”노인은 유 씨 어르신을 흘겨보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 이내 유 씨 어르신은 급히 고개를 들고는 말했다. “장... 장 씨 도련님께서 강릉에서 참사하셨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저희가 장 씨 집안을 위해 장례를 치르러 온 겁니다.” 장례? 그 말을 들은 노인은 순간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유원룡의 멱살을 잡고 물었다. “뭐? 강릉에서 누가 죽었다고?”깜짝 놀란 유 씨 어르신은 부들부들 떨면서 급히 단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장... 장 씨 어르신, 장월동 말입니다!”“뭐?”노인은 장월동이라는 세 글자를 듣고는 순간 얼굴색이 변했다. 필경 장월동은 장 씨 집안의 미래 상속자였기 때문이다. “어디 있어!”이내 노인은 재빠른 걸음으로 승용차로 달려갔다. “여기 있습니다!”유 씨 어르신은 노인을 데리고 단대 옆으로 데리고 향했다. 두 어깨가 부서진 채 이마에는 핏구멍이 뚫려있는 장월동의 처참한 모습에, 노인은 두 눈을 감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따라와!”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두 눈을 뜬 노인은 큰 소리로 말했다. 노인은 유원룡과 함께 장월동의 시체를 들고, 저벅저벅 장 씨 집안 대저택으로 들어섰다. 복도를 지나 골목을 지나 무려 30분을 걷고 나서야 산기슭의 한 웅장한 건물 앞에 도착했다. “기다려!”노인은 먼저 계단을 걸어 올라가 로비로 들어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모습을 드러낸 노인은 입구에 서있는 유원룡에게 소리쳤다. “시체 들고 들어와!”유원룡은 급히 자신의 뒤에 선 무극문 제자를 향해 손을 흔들고는, 빠른 걸음으로 노인을 따라 로비로 들어섰다. 한편 로비 정중앙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노인의 흰 눈썹은 어깨에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이내 천천히 눈을 뜬 노인은 장월동의 시체를 확인하자마자, 두 눈에는 한기가 돌았다. “월동아!”노인의 목소리는 마치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어르신, 제... 제
천생서문 전체 문장 중 총 6곳에서 이 네 글자가 나타났고, 한지훈은 줄곧 이 단어가 후손들을 격려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삼절진의 묘사와 결부하여 다시 읊어보게 된 한지훈은 이 단어 속에, 반드시 숨겨진 뜻이 있을 거라 확신했다. 이른바 인성승천이란, 인체 속에 포괄된 만상이 우주와 통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 말은 즉, 인력은 사실 우주와도 연관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체의 잠재력만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면, 충분히 천지를 뒤흔들 수도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이른바 자연계를 이루게 된다. 생각에 잠긴 한지훈은 두 손을 뒤로 젖힌 채 서재를 서성거렸다. 바로 그때, 도청 전인이 주전자 하나를 들고는 나타나 한지훈의 옆 책상에 올려놓았다. “주상, 차 한 잔 하시죠!”“그래!”“와이프는 잠들었고?”한지훈이 담담하게 물었다.“요 며칠 간병인이 항상 사모님을 저녁 8시 전에 잠들게끔 도와주고 있습니다. 아마 이쯤이면...”도청 전인은 고개를 들어 벽시계를 흘깃 보았다. “이미 잠들었겠네요.”그제야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자신이 써 내린 그 종이를 도청 전인에게 건네주었다. “도청, 이것 한번 좀 봐봐. 자네는 몇십 년 전에 출가하여 도를 배웠으니 이런 것에 대한 이해는 나보다 강할 거라 생각해.” 두 손으로 공손히 종이를 받은 도청 전인은 내용을 자세히 읽고는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주상, 자세한 내용은 너... 너무 복잡해서 잘 모르겠지만, 이 안에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두 글자가 있습니다!”“그 두 글자가 뭔데?”그 말에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도청 전인을 바라보았다. “보세요, 여러 곳에서 자기장을 언급하긴 했지만 사실 제가 보기에는 이 '인'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기장이야 어디든 다 있죠. 자연계든 인체든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혈액은 정상적으로 흐를 수도 없고, 숨도 쉴 수 없게 됩니다!”“그럼 과연 인체 안의 자기장을 끌어들일 것인가, 아니면 인체 밖의 자기장을 끌어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