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한지훈은 강우연과 함께 집을 나섰다.오늘 밤에는 중요한 비즈니스 파티가 있었고 강우연은 회사를 대표하여 참석해야 했다.강우연은 파티를 위해 평소보다 더 정성껏 자신을 단장했다.그녀는 한지훈과 함께 한 시간 정도 운전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조용한 골목 안에는 남부 지역의 따뜻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고층건물이 즐비한 강중에서 유일하게 옛 풍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골목의 맨 끝에는 고전적인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얼핏 보면 고대의 주점과 흡사한 모습이었다.차에서 내린 한지훈은 자세히 건물을 관찰했다. 이런 곳에 자주 오는 것은 아니지만 겉으로 보는 것처럼 소박한 곳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이 건물 꽤 비쌀 것 같죠?”강우연의 질문에 한지훈은 담담히 물었다.“여기가 당신 지인의 개인 별장인가?”강우연은 약간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부드럽게 웃었다.“맞아요. 최근에 알게 된 지인인데 코디와 헤어숍을 운영하는 친구거든요. 해외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 됐는데 실력이 아주 대단해요. 최소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이 친구에게서 케어를 받을 수 있어요. 오늘은 당신을 위해 예약한 거예요.”“나?”한지훈은 그제야 시선을 내려 자신의 옷차림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좀 촌스러운 것 같기도 했다.하지만 출발하기 전에 자신에게 전혀 귀띔도 안 해준 아내가 좀 의아하기도 했다.‘우연이가 기쁘면 그걸로 된 거지 뭐.’강우연은 한지훈의 팔짱을 끼고 대문을 지나 정원으로 들어섰다. 저택에서 하얀 원피스를 입은 미인이 나와 그들을 맞아주었다.“우연아, 뭐 하러 이렇게 일찍 왔어?”한지훈은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여인에게 힐끗 시선을 주었다. 요염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여인이었다.단추를 세 개까지 푼 하얀색 블라우스는 섹시함을 강조했고 유난히 긴 다리도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매력 넘치는 그녀의 미소는 순수하면서도 섹시한 아름다움이었다.그냥 거리에 나가 걸어만 다녀도 남자들의 시선을 다 가로챌 정도의 미인이었다.가녀린 허
성숙한 매력을 풍기는 여인은 얼굴에 잔잔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와서 강우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우연아, 일찍 올 거였으면 미리 연락이라도 주지 그랬어? 이분은 누구야?”여자의 시선이 옆에 있는 한지훈에게 닿았다.“지훈 씨야. 전에 얘기했었던 내 남편. 오늘 나랑 같이 파티에 참석할 거야.”강우연은 간단히 소개를 하고는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지훈 씨, 이쪽은 한이연이에요. 이 코디샵 사장이죠. 정말 예쁘지 않나요? 웬만한 연예인보다 이연이가 더 예쁜 것 같아요.”“당신 말처럼 미인이네. 하지만 내 눈에는 당신이 더 예뻐.”한지훈은 한이연이라는 여자에게 힐끗 시선을 주고는 다시 웃는 얼굴로 아내를 바라보며 말했다.그의 말에 강우연이 눈을 흘겼다.“말이나 못하면….”“반가워요, 한이연이에요.”미인이 인사하며 하얀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우리가 같은 한씨일 줄은 몰랐네요. 우연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오늘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미남이신데요?”“당신 같은 미인과 같은 성씨라니 제 영광이죠.”한지훈은 웃으며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았다.그 말을 들은 한이연이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여자는 웃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그녀의 눈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신비한 힘이 있는 것 같았다.“이제 안으로 들어가죠.”한이연이 웃으며 말했다.한지훈은 정원에 세워진 수많은 외제차와 우리에 애완용으로 기르고 있는 공작새와 호랑이를 보고 부러운 얼굴로 말했다.“동물을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네요. 하지만 호랑이와 공작새를 애왕용으로 키우려면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갈 텐데 정말 대단해요.”강우연이 의아한 얼굴로 그에게 눈치를 주었지만 한지훈은 못본척 행동했다.유명 코디샵 주인으로써 한이연의 연수입은 적지 않았다. 그녀를 찾는 손님 중에는 잘나가는 기업 대표들도 많았고 한이연에게 돈은 단지 숫자에 불과했기에 자칫 무례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한이연은 의아한 얼굴로 한지훈을 힐끗 보고는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답했다.“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에요. 재
다른 남자였으면 코피를 쏟을만한 장면이었지만 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를 돌려 거울 앞에 서 있는 강우연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갑자기 피가 코로 쏠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경국지색이라는 말도 강우연에게는 부족할만큼 단장한 뒤의 그녀는 아름다웠다. 마치 천국에서 내려온 천사가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붉은색 이브닝 드레스는 뒤가 파인 디자인이었고 하얗고 둥근 어깨도 살짝 드러냈다.평소와는 다르게 섹시함을 강조한 모습이었다.긴 머리는 우아하게 틀어 올려 가는 목선을 드러냈다.몸에 딱 붙는 드레스는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냈다. 한이연과 같이 서 있어도 전혀 꿀리지 않는 몸매였다.뒤돌아선 강우연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한지훈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그녀는 남편의 시선이 오로지 자신을 향해 있다는 것에 강한 만족감과 뿌듯함을 느꼈다.여자라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여보, 너무 예뻐.”한지훈은 솔직하게 감탄사를 늘어놓았다.강우연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먼저 나가 있을 테니까 남편 부탁해.”휴게실로 간 강우연은 소파에 앉아 오늘 만나야 할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그들을 설득할지 고민했다.한편, 한이연은 문을 닫고는 거울 앞의 의자를 툭툭 치며 한지훈에게 말했다.“여기 와서 앉아요.”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같은 공간에 있으려니 한지훈은 어색하기도 해서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쩔쩔맸다.“멍하니 서서 뭐 해요? 여기 와서 앉으라니까요?”한이연은 그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재촉했다.“네, 지금 가요.”한지훈은 그제야 걸음을 옮겨 거울 앞에 마주 앉았다.고개를 들자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한이연의 얼굴이 보였다.그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한이연은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에 선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다.그녀가 허리를 숙이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졌다.한편, 자기 일
요염한 여자가 눈앞에서 자꾸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한지훈은 코끝이 간지러운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가 자꾸만 후각을 자극했다.대충 얼굴을 수습한 뒤에 한이연은 머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역시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답게 30분도 안 되어 꽤 괜찮은 스타일링이 완성되었다. 평소의 모습이랑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동화책에서 금방 걸어 나온 왕자님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의 모습이었다.원래도 미남이었지만 평소에 관리에 신경 쓰지 않아서 조금 날카로운 인상이었는데 아티스트의 손을 거쳐 부드러운 이미지가 완성되었다.“우연이가 남자 보는 눈이 있네요. 정말 멋져요.”한이연은 팔짱을 끼고는 한지훈의 뒤에 서서 흐뭇한 얼굴로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며 말했다.“칭찬 고마워요. 본판이 좋아서 그래요.”“아이고… 말이나 못하면. 의상실은 저쪽이에요. 제가 같이 들어가서 어울리는 옷 몇 벌 골라드릴게요.”한이연은 그의 어깨를 툭 치고는 앞장서서 의상실로 향했다.한지훈은 그녀의 뒤를 따르며 뒷모습을 빤히 주시했다. 마음속에서 잔물결이 일고 있었다. 아무리 그라도 이 여자의 매력을 완전히 거부할 수 없었다.커다란 의상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유명 브랜드 의류가 걸려 있었다. 대부분이 해외 장인들이 수제작으로 만든 한정판 작품이었다. 아무거나 집어도 일반인의 일년 수입에 맞먹을 가격이었다.사실 한이연은 아무나 자신의 의상실에 들이지 않았다. 이 안에 있는 옷들은 그녀가 직접 애정하는 소장품들로 그 가치가 천문학적 숫자였다. 정말 친한 단골손님을 제외하고는 의상실에 들어온 손님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하지만 한지훈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이건 어때요? 한번 입어봐요.”한이연은 무심하게 셔츠 하나를 골라 한지훈에게 건네며 말했다.“사이즈는 알아요?”“내 눈을 믿어요. 한번 보면 사이즈를 알거든요.”그녀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그래요? 그런 점은 저와 같네요.”한지훈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옷을
오랜 시간 훈련을 통해 단련된 한지훈의 몸매는 균형 잡힌 근육을 유지하고 있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은 아니지만 한지훈만의 독특한 매력이 풍겼다.물론 그건 세상물정 모르는 여자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한이연은 그의 몸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왜 없지? 주군의 정보가 틀렸나?’그녀의 표정을 빤히 쳐다보던 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계속 이렇게 서 있게 할 거예요? 설마 내 몸매 보고 반한 건 아니죠?”한이연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다른 셔츠를 그에게 건넸다.“이거로 갈아입어요. 이게 더 어울릴 것 같네요.”“네? 좀 너무하네요.”한지훈은 싱긋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내 몸까지 보여드렸는데 한이연 씨도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요?”한이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싸늘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지금 장난이시죠?”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빛이 불안으로 흔들렸다.“뭔가 오해했나 보네요.”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장난 아닌데요?”한지훈은 그녀에게로 성큼 다가서서 그녀를 벽으로 밀치고는 갑자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내가 너랑 장난하는 거로 보여?”한이연은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들었다. 사내에게서는 조금 전까지 볼 수 없었던 위압감이 풍겼다.설마 들킨 걸까?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고 숨 막히는 정적이 잠깐 흘렀다.점점 의상실 분위기는 뜨겁게 변해갔고 한이연은 점점 호흡이 가빠지고 있었다. 가쁜 호흡이 그녀가 속으로 당황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한지훈은 그녀가 말이 없자 손을 뻗어 그녀의 하얀 목을 만지다가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가슴 가까이로 손이 내려가자 한이연의 몸이 뻣뻣하게 굳더니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여기 수시로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에요. 경고하는데 이상한 짓 하지 말아요!”한지훈은 당황한 여자를 차갑게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렇다면 나도 경고 하나 하지. 여기서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해도 아무도 날 막지 못해. 못 믿겠
그녀는 두려운 감정이 앞섰다.사실 탈의실에 들어선 순간부터 한지훈은 수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상함은 어느새 확신으로 변했다.“나한테 뭔가를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만약 너에게 날 쓰러뜨릴 능력이 있었다면 진작에 움직였을 거야. 지금처럼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겠지. 네가 누군지, 목적이 뭔지 말해. 어쩌면 우연이 얼굴을 봐서 널 살려줄 수도 있으니까.”한이연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고민에 잠겼다.“내 인내심을 시험하려 하지 마.”한지훈은 손끝으로 단추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한이연은 당황해서 점점 몸이 떨려오고 눈앞이 어질ㅓ웠다.“이제 말해. 넌 누구고 왜 여기로 온 거지?”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아니면 나한테서 뭔가를 찾고 있었던 건가?”한이연은 여전히 답이 없었다.그녀가 이런 상황에서도 버티고 입을 다물 거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한지훈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정말 자백을 거부할 거야?”물론 그녀가 무슨 짓을 할까 봐 걱정되는 건 아니었다. 한이연 정도는 얼마든지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침묵을 선택했다면 날 탓하지 마.”말을 마친 그는 한손으로 한이연의 옷깃을 잡고 잡아당겼다.순식간에 단추가 뜯겨져 나가고 하얀 가슴이 그의 눈앞에 드러났다.참으로 완벽한 몸매였다.한이연은 수치심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손으로 앞을 가리려 했다. 하지만 한지훈은 매정하게 그 손을 잡아 뒤로 고정했다.그녀의 얼굴이 분노로 뻘겋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 모습마저도 매력적이었다.“망할 자식!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기나 해?”어깨가 젖혀지면서 여자의 육감적인 몸매가 그대로 남자의 앞에 드러났다.그녀는 나가기만 하면 이 파렴치한 남자를 찢어 죽이겠다고 다짐했다.살면서 이런 굴욕은 처음이었다.“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지금 상황에 할 말은 아니지 않나?”한지훈은 차가운 냉기를 풀풀 풍기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사실 난 아주 관대한 사람이야. 귀찮은 건 딱 질색이라고. 상대
한지훈이 싸늘하게 웃으며 손을 허공에 올리자 놀란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한이연은 거친 숨을 토하며 긴장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왜? 겁이 나?”한지훈은 냉랭한 표정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나한테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을 때 이런 결과도 예상했었어야지. 젊은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서로 불붙는 건 당연하잖아? 내가 무슨 짓을 할 거라는 생각은 아예 안 한 건가? 넌 남자들이 다 좋아하는 몸매를 가졌어. 그런 몸으로 대놓고 날 유혹했다면 무언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얘기겠지.”“내 생각에 두 가지 가능성이 있어. 첫째, 나한테 뭔가 원하는 것이 있다. 둘째, 넌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일부러 나한테 접근한 거야. 내 말이 틀려?”한이연은 움찔하며 경악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그의 예상은 정확했다.한지훈은 흥미롭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물론 또 다른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 내 얼굴 보고 반해서 날 소유하고 싶어서 일부러 유혹했거나. 정말 그런 거라면 꿈 깨. 난 헤픈 사람도 아니고 내 아내도 이런 걸 바라지는 않을 테니까.”그 말을 들은 한이연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어찌 이렇게 건방진 자식이 다 있지?사람이 어쩜 이렇게 뻔뻔할까?한지훈은 허공에 멈춘 손을 힐끗 보고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솔직히 같은 공간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까 나도 참기 힘든 것 같아. 넌 어떻게 생각해?”한이연은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싸늘하게 말했다.“나 건드리지 마! 허튼 수작 부렸다가는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그 말을 하는 사이에 이미 한지훈의 손가락이 그녀의 목까지 닿았다. 한이연은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을 감았다. 온몸을 떠는 모습이 뭔가 고민이 많아 보였다.한이연은 지금 이 순간이 후회스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었다.왜 하필이면 직접 나선다고 해서 이런 상황을 만든 걸까? 이러다가 주군의 계획마저 다 들통나면 어떻게 되는 걸까?그녀는 상
한지훈은 옆에 있던 옷걸이에서 셔츠 하나를 집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걸쳐주었다.물론 그 과정에서 피부가 닿는 것은 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겁에 질린 한이연은 그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곧이어 한지훈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가서 문을 열어. 우연이 오해하면 곤란하니까.”말을 마친 그는 곧장 뒤돌아서 한이연과 거리를 두었다. 다시 노크소리가 들리자 한이연은 감정을 추스르고 다가가서 문을 열었다.강이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한이연을 보고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이연아,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한이연은 아직도 화끈거리는 얼굴을 매만지며 조금 전 한지훈과 대치하고 있던 상황을 떠올리며 분을 삭혔다.“그래? 의상실이 좀 더웠나 봐.”그녀는 어색한 얼굴로 변명했다. 어쩐 일인지 조금 전 한지훈의 만행을 강우연에게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난 별로 안 더운데? 어쩌면 단 둘이 같은 공간에 있으려니까 이연 씨가 쑥스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나 봐. 내가 좀 잘생겼잖아?”이때 소파에서 일어선 한지훈이 피식거리며 말했다.강우연이 고개를 들자 이미 세미정장으로 갈아입은 한지훈이 보였다.하얀색 셔츠에 검은색 외투는 그의 귀티 나는 분위기를 더욱 강조했고 심플한 디자인의 브로치로 포인트를 주어 따분함을 덜었다.화려하지는 않지만 심플함과 우아함이 돋보이는 차림이었다. 한이연이 골라준 옷은 마치 그를 위해 제작한 것처럼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강우연뿐이 아니라 한이연마저도 그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홀린 듯 바라보았다.하지만 조금 전 그가 했던 만행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며 이가 갈렸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을 부릅뜨며 한지훈을 쏘아보았다.“시간 다 돼가는 것 같으니까 이제 가자.”강우연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앞장서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한지훈은 강우연이 다 내려간 뒤에 한이연의 등 뒤에 바짝 붙어서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네가 누구든, 네 배후에 누가 있든, 그리고 목적이 뭐든 우연이는 건드리지 마. 네가 매력적인 미
안드레는 항쟁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는 한지훈과는 전혀 승산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끝까지 완강하게 반항한다면, 한지훈은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유럽 전체는 슬픔에 빠지게 됐고, 수많은 사람들은 안드레의 안쓰러운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유럽을 지킬 사람도 없게 됐다. “한 선생님, 안드레 님께서는 이미 자결을 통하여 사죄하셨으니 이제라도 제발...”쿠러는 검을 찔려 죽은 안드레의 마지막 모습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안돼! 적어도 4분의 3의 목숨은 내놔야 돼!”이내 한지훈이 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곧바로 별빛이 쏟아졌다. 은빛 별빛에 비친 모든 무도 사람들은 순간 잿더미로 변한 채 공기 속에서 흩어지게 됐다. 마치 그들은 이 세상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것처럼. 곧이어 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곧장 북쪽으로 향하여 영륜으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는 고요해졌다. 안드레가 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재앙을 면하지 못했다. “아이고! 한때 2차 대전 정세까지 좌우하던 안드레가 한지훈 앞에서 자결까지 하며 사죄했는데도 용서를 받지 못했다니!”“한지훈 이 놈, 이번 기회에, 전 세계로 하여금 용국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끔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이번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만 해도, 이미 수만 명이 넘어!”“그게 뭐 어때서? 그러게 누가 그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들을 멸망시킬 의도를 보이라고 했어!”인터넷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역외에 세력이 전혀 없는 일부 작은 나라들은, 이번 사건을 더욱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나라에 역외 강자가 없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상황이, 자신들의 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이젠 한지훈이 영륜으로 가려 할 거야!”“영륜은 비록 작은
안드레는 생각했다. 지난번에 공해상에서 한지훈으로부터 미움을 사거나 용국 묘당으로부터 미움을 산 상황에 한지훈은 그저 무릎을 꿇고 절하는 것만을 요구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스스로 무릎을 꿇으면 한지훈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일단 유럽 다른 역외 강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그는 오늘의 모든 것을 되찾을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서 무릎을 꿇고 절하는 안드레의 모습에 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드레, 그때랑 지금의 상황은 정말 달라. 그날, 너희들이 저지른 과실은 단지 용국의 명예만을 손상시켰을 뿐이야!” “하지만 오늘의 너희들은 감히 우리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하고 있지!”“내 눈에는, 네가 아무리 절을 해도 우리 용국 백성들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어!”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 유럽 전역 백성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안드레는 완전히 멍해졌다. 사실 그와 한지훈은 같은 일성 준 천신계 강자였다. 자신이 방금 보인 절은, 한지훈의 수원을 적어도 5년은 증가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한지훈에게 있어서 좋은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절이, 한 푼의 가치도 없다니? “한지훈! 너 사람을 그렇게 너무 업신여기지 마! 이번에 너에게 패배한 것은 단지 이곳에 처음으로 돌아온 역외 강자들일뿐이고, 앞으로 다른 역외 강자들도 계속해서 돌아올 거라는 거 명심해!”“안드레 선생님께서는 우리 유럽의 대표로서, 이미 매우 성실하고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넌 대체 뭘 또 어떻게 하려는 거야!”“어떻게 하냐고?”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유럽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전부 죽이려 하는데, 고작 절 한번 하는 거로 본인 마음 편안하게 하려는 거면 그게 맞는 것 같아?”“이 세상에 그렇게 쉬운 도리가 어디 있어! 차라리 내가 너희 유럽에 500개의 핵무기를 던지고 나중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할까?”한지훈은 비웃음을 띤 얼굴로 아래쪽에 있는 쿠러를 바라보았
당시 미육과 연합하여 용국을 지원하자는 제안을 건넸을 때, 아무도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이 상황에 그는 절대 나서며 말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드레의 단호한 거절에 유럽 전체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됐다. “용국이랑 연락 닿았어? 뭐라고 해?”고위층 간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다른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저희가 줄곧 최선을 다해 연락하고 있긴 한데, 용국 측은 그저 용각이 용국 국왕에게 보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용각 측은 줄곧 응답이 없습니다!”중년 남자는 겨우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뭐라고!”그 얘기에 고위층 간부는 책상 위를 탁하고 세게 내리쳤다. “그 놈들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인종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 국왕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감히 한지훈이 유럽에서 우리를 학살하게끔 방임한 건지!”“용서 못해! 절대 용서할 수 없어!”그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이 상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쿠로, 이젠 너의 그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치를 때가 됐어. 당초 한지훈이 유럽을 찾아왔을 때, 내가 너희들더러 더 이상 용국을 건드리지 말라고 충고했었지!”“적어도 태세가 조금이라도 좋아진 후에 다시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았겠건만, 너희들은 기어코 내 말을 듣지도 않았어! 결국 한지훈은 지금 유럽으로 달려가고 있고!”“너희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역외 강자들은 뭐 하고 있어? 그렇게 입버릇처럼 떠벌리던 그 동맹국들은?”바로 그때 안드레가 들이닥쳤다. 안드레를 보자마자 쿠러의 표정은 마침내 좀 가라앉았다. “안드레, 지금 오직 너만이 세계 무도 연맹에 연락을 나눌 수 있어. 우리나라는 이젠 완전히 위기의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잖아.”쿠러는 급히 반갑게 맞이하며 본론부터 꺼냈다. 그러나 안드레는 쓴웃음만 보였다. “사실 이미 세 시간 전에 연락하긴 했어. 그들의 뜻은, 이번
유 씨 어르신과 양 씨 어르신의 침착함에 비해, 상황은 계속하여 들끓었다. 사실 천신급 강자가 이렇게 강한 다른 나라들에 침투해 마구 살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몇 개 대도시까지 전부 도살되었다. 이 소식에 전 세계는 크게 놀랐다. 그제야 사람들은, 용국이 수천 년 동안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것만큼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용국에 정복된 많은 나라들은 더욱 깊이 새기게 됐다. 감히 자신보다 강한 자를 공격하려는 자는, 언젠다는 반드시 죽임을 당할 거라고. 현재 수많은 나라 원수들은, 모두 세계 무도 연맹이 한지훈을 제재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방법이야말로 그들의 나라를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 무도 연맹도 유독 평온한 태도를 보이며 모든 일을 묵인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육과 부상 천신계 강자들이 잇달아 참사하고 난 후, 세계 무도 연맹은 더 이상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이 상황에 전 세계는 침묵에 빠지게 됐다. 필경 세계 무도 연맹은, 천도 맹약이 세속에 파견한 하나의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그러나 천도맹약이 역외 강자들을 돌아오게끔 만들어,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한 의도는 이미 드러나게 됐다. 이 상황에 세계 무도 연맹이 소리를 내어 한지훈을 경고하게 되면, 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지금 이 순간, 용국의 해체를 꿈꾸던 국가 원수들은 하나같이 깊은 후회에 빠졌다.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결코 용국 해체 계획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곧이어, 한지훈이 부상 강자와 미육 강자들을 잇달아 참살하는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그저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의 나라가 이젠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부상 젊은이들은 이 뉴스를 통해, 교토에서 발생한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바로 스크린을 껐다. 그들 역시 이 모
그러나 노인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에는 순간 괴상한 빛줄기가 나타났다. “안돼!”노인은 큰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빛이 지나치는 곳마다, 사람이고 가축이고 모두 사라지게 됐고 땅 위에는 피만 흐를 뿐이었다. 노인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도 없이, 급히 손을 들어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막아내기도 전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보임과 동시에 번쩍하여 노인의 등 뒤를 노렸다. 이내 금빛이 반짝이는 장총 한 자루가 노인을 찔렀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노인이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적색 사냥용 장총에 맞는 순간을 목격하게 됐다. 그렇게 노인은 시체가 되어 바로 쓰러졌다. 방금 한지훈이 보인 일격은 매우 간단해 보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원의 오의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노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었다. 결국 노인은 반항할 기회조차 없이 총에 찔려 죽게 됐다. 뒤이어 한지훈이 손을 살짝 들자, 하늘에는 황금 노을이 뒤덮였고 무수한 살기가 이집트의 수도를 뒤덮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집트의 수도 전체는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무종 고수든 일반 백성이든 무차별적으로 말살되었다. “너... 대체 왜 백성들까지 학살하는 거야!”한지훈이 한창 손을 쓰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한지훈에게로 날아왔다. “너희 이집트 강자들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학살하려고 한 이상, 나야 당연히 용국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도리를 따져야지!”이내 한지훈이 다시 손을 흔들자, 몇 개의 도시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방금 나타난 노인은, 몇 리 밖으로 도망가기도 전에 눈썹이 뚫리게 되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천신계 강자가 죽게 되었다. 이 상황에 중년 남자는 그저 주먹을 꽉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난다 하더라도 한지훈이 멀리 떠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여러 나라들이 도살되면서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한편
중년 남자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하늘에서는 갑자기 비할 데 없이 눈부신 은빛이 번쩍였고 온 하늘은 그 은빛에 휩싸였다. 은빛을 보아낸 중년 남자는 깜짝 놀랐다. 이내 급히 의자에서 일어나 밖을 향해 소리쳤다. “얼른! 모두 전쟁 준비 태세로 들어가!"”그러나 그의 목소리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주위는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그저 눈앞에는 흰 빛이 지나가는 것만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사람이든 강철로 만든 무기든,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 공기 속으로 흩어지게 된 것이다. 곧이어 긴 머리의 남자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은 그 기운은,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충격에 빠지게 만들었다. 중년 남자는 하늘에 떠오른 누군가의 그림자를 발견하고는 저도 모르게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이때, 엄청나게 강한 기운이 다시 중년 남자의 뒤에서 느껴졌다. “누구야!”이는 한지훈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북양 왕, 한지훈!”한지훈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북양 왕, 여기는 엄연히 이집트의 수도인데 잘못 알고 찾아온 거 아니야? 천신계 강자라면 세속에 들어설 수는 있지만, 마음대로 살계를 열 수는 없지!” “우리 이집트의 수도까지 와서 뭘 하려는 거야!”이내 하늘에서는 한 노인이 느릿느릿한 발걸음으로 한지훈을 맞이했다. 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살계를 열면 안 된다는 거야? 그럼 너희 이집트 역외 강자들은 부상과 연합하여 우리 용국을 도살하려 했는데,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설마 고위층들은 맘대로 불을 질러도 되고, 백성들은 불을 지르지 못한다는 거야? 그런 말도 안 되는 게 어딨어! “흥! 그건 역외 강자들이 내린 결정이야. 네가 이미 이렇게까지 희생하며 용국을 지키려 한 이상 본분만 지켜! 당장 용국으로 돌아가고, 더 이상 다른 나라들과 갈등을 일으키지 마!”“너희 땅을 지키는 게 바로 네가 마땅히 해야 할 직책이야!”노인은 한지훈을 안중에 두지도
그의 쓴웃음과 함께, 부상이 수십 년 동안 세웠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가주님, 아직 저희에게는 숨겨진 핵무기가 두 개 더 있지 않습니까? 제가 봤을 때...”“뭐? 핵무기?”그 말에 직전 가주는 저도 모르게 탁자를 내리쳤다. 상대는 천신계 고수인데 핵무기로 상대한다고? 핵무기가 제대로 날아가 폭파하기도 전에, 부상에 있는 자신의 가문이 먼저 불똥을 맞을까 봐 두려웠다. “어리석은 놈! 그놈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나 해?”“천신계 강자 수법조차도 맘대로 되돌릴 수 있어. 만약 핵무기를 그놈에게 던진다면, 그건 그저 부상에 더 큰 공포를 조성할 뿐이야!” 직전 가주는 가문을 장악한 지 여러 해가 되었고, 또한 부상의 국권도 직전 가문이 손에 넣고 있었다. 그렇기에 요 몇 년 동안 겪은 풍파들에 대해 그는 모르는 게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는 정말 두려웠다. 한지훈 한 사람만으로 이미 부상을 피로 물들였는데, 만약 또다시 심기를 건드리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그는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고, 생각하려 하지도 않았다. 비록 스스로도 20대 청년 때문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걸 인정하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게다가 부상의 고수들 중, 한지훈의 손에서 죽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최신 정보에 따르면, 미육 쪽의 최고의 고수들도 방금 한지훈의 손에 죽게 됐고, 미육 전체의 사상자 수는 수천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건 얼마나 무서운 복수인가? 이 상황에 누가 감히 용국을 건드리고 한지훈을 건드리려 하겠는가? “가주님, 저희가 유럽 혹은 비육과 손을 잡는 건 어떤가요? 전 세계 고수들이 모두 한 곳에 모이게 되면 한지훈도 더 이상 피하기 어려울 거라 확신합니다!” 이때 직전 가문의 중요한 구성원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유렵? 연합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해?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 우린 그저 땅강아지일 뿐이야. 우린 그저 역외 다른 강자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아마 때가 되면...”그는 잠시 멈칫
순간 유럽 전체는 공포에 휩싸이게 됐다. 전에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기 전에도, 한지훈 홀로 유럽 4대 천신계 강자들을 도살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유럽은 다른 열국 역외 강자들과 손을 맞잡고, 함께 용국을 멸망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한지훈이 전혀 모를 리는 없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의 보복이 유럽 전역을 피바다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 시각, 유럽 평범한 일가족의 한 노인은 이 소식을 접하고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깊은 탄식을 금치 못했다. 가족들은 떨리는 그의 손을 보아냈다. 다른 한편, 이들보다도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한 영륜 역시 같은 반응이었다. 그중에서도 한궁에 있던 한 백발노인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 “당장 가서 하드레이를 모셔와! 그렇지 않으면 우리 영륜이 아예 지구에서 사라질 수도 있어!”“캐럴 선생님, 제가 보기엔 이 소식의 신빙성이 너무 낮습니다. 그리고 설령 한지훈이 정말 그 역외 강자들을 죽였다 하더라도, 설마 그가 감히 국제 분쟁을 일으킬 수가 있겠습니까?”“그래서 전 굳이 하드레이 선생을 모셔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옆에 있던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한 중년 남자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국제 분쟁? 흥! 넌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나 본데, 연합국들은 이번에 용국 전체를 멸하려고 하는 거야! 네가 알긴 뭘 알아!”“만약 하드레이가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한지훈은 단 한 시간 안에 얼마든지 영륜을 불바다로 만들 수도 있었을 거야!”백발의 노인은 이미 단단히 화가 났다. “하지만 하드레이 선생께서는 앞으로 3년 안에는 그 누구도 그의 청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이 상황에 저희가 요청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게다가 한지훈이 뭐가 대단합니까. 하드레이 선생은 이미 삼성 지급 천신계 강자이고, 일단 하드레이 선생의 이름만 대기만 하면 한지훈은 아마 놀라서 도망갈 것입니다.”중년 남자는 여전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드레이는 확실히 유럽에
그 순간, 부상 전체는 들끓게 됐다. 거의 모든 국민들이, TV 생중계를 통해 이 피 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게 됐다. 무려 부상의 수많은 고위층, 그리고 무종 고수들이 잇달아 운명하게 된 것이다. 한편 직전 가문에는 나쁜 소식들만이 눈덩이처럼 굴러오게 됐다. 소식을 접한 직전 가문 가주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 부상의 모든 고수들이, 모두 한 사람으로부터 죽임을 당하게 됐다. 심지어 근 30년 간 자취를 감춘 고수조차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당했다. 그렇게 짧디 짧은 몇 시간 내에 부상 각지 고수들은 거의 전부 살해되었다. 게다가 국주의 황궁조차도 순식간에 평지로 옮겨지게 됐다. 그래도 다행인 건, 국주는 그 무렵 지하실에서 하인들과 밀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부상의 정신적 우상인 국주조차도 참살당했을 것이다. 한편, 각국 역외에서 돌아온 강자들이 용경에서 한지훈 한 사람에 의해 전부 격살당했다는 소식이 아주 빠르게 퍼지게 됐다. 이 순간, 세계 각지는 모두 지옥과도 같은 적막에 빠지게 됐다. 그 시각 미육의 한 우림 속에서는, 하늘을 찌를 듯한 큰 나무 아래 수수한 옷차림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사실 이 우림은 미육의 금지 구역이었다. 그 이유는, 노인이 줄곧 이곳에서 자연의 힘을 깨닫고 있었기에 일단 이 구역에 들어서는 모든 사람들을 침입자로 간주하여 격살하고 있었다. 노인은 어느새 천신계의 천기가 온몸을 감싸며, 자신에게도 드디어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그의 머리 위에는, 오색구름 덩어리가 모여 있었는데 이는 마치 그가 곧 새로운 길을 개척할 거라는 것을 의미하는 듯했다. 바로 이때,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한 중년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노인에게 다가와 당황한 표정으로 보고했다. “선생님, 큰 일 났어요. 저희 미육 역외 강자들이, 용국의 한지훈이라는 사람의 손에 죽게 됐다고 합니다!”남자는 말하면서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다. 그의 뒤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따랐는데,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