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한지훈은 강우연과 함께 집을 나섰다.오늘 밤에는 중요한 비즈니스 파티가 있었고 강우연은 회사를 대표하여 참석해야 했다.강우연은 파티를 위해 평소보다 더 정성껏 자신을 단장했다.그녀는 한지훈과 함께 한 시간 정도 운전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조용한 골목 안에는 남부 지역의 따뜻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고층건물이 즐비한 강중에서 유일하게 옛 풍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골목의 맨 끝에는 고전적인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얼핏 보면 고대의 주점과 흡사한 모습이었다.차에서 내린 한지훈은 자세히 건물을 관찰했다. 이런 곳에 자주 오는 것은 아니지만 겉으로 보는 것처럼 소박한 곳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이 건물 꽤 비쌀 것 같죠?”강우연의 질문에 한지훈은 담담히 물었다.“여기가 당신 지인의 개인 별장인가?”강우연은 약간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부드럽게 웃었다.“맞아요. 최근에 알게 된 지인인데 코디와 헤어숍을 운영하는 친구거든요. 해외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 됐는데 실력이 아주 대단해요. 최소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이 친구에게서 케어를 받을 수 있어요. 오늘은 당신을 위해 예약한 거예요.”“나?”한지훈은 그제야 시선을 내려 자신의 옷차림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좀 촌스러운 것 같기도 했다.하지만 출발하기 전에 자신에게 전혀 귀띔도 안 해준 아내가 좀 의아하기도 했다.‘우연이가 기쁘면 그걸로 된 거지 뭐.’강우연은 한지훈의 팔짱을 끼고 대문을 지나 정원으로 들어섰다. 저택에서 하얀 원피스를 입은 미인이 나와 그들을 맞아주었다.“우연아, 뭐 하러 이렇게 일찍 왔어?”한지훈은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여인에게 힐끗 시선을 주었다. 요염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여인이었다.단추를 세 개까지 푼 하얀색 블라우스는 섹시함을 강조했고 유난히 긴 다리도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매력 넘치는 그녀의 미소는 순수하면서도 섹시한 아름다움이었다.그냥 거리에 나가 걸어만 다녀도 남자들의 시선을 다 가로챌 정도의 미인이었다.가녀린 허
성숙한 매력을 풍기는 여인은 얼굴에 잔잔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와서 강우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우연아, 일찍 올 거였으면 미리 연락이라도 주지 그랬어? 이분은 누구야?”여자의 시선이 옆에 있는 한지훈에게 닿았다.“지훈 씨야. 전에 얘기했었던 내 남편. 오늘 나랑 같이 파티에 참석할 거야.”강우연은 간단히 소개를 하고는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지훈 씨, 이쪽은 한이연이에요. 이 코디샵 사장이죠. 정말 예쁘지 않나요? 웬만한 연예인보다 이연이가 더 예쁜 것 같아요.”“당신 말처럼 미인이네. 하지만 내 눈에는 당신이 더 예뻐.”한지훈은 한이연이라는 여자에게 힐끗 시선을 주고는 다시 웃는 얼굴로 아내를 바라보며 말했다.그의 말에 강우연이 눈을 흘겼다.“말이나 못하면….”“반가워요, 한이연이에요.”미인이 인사하며 하얀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우리가 같은 한씨일 줄은 몰랐네요. 우연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오늘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미남이신데요?”“당신 같은 미인과 같은 성씨라니 제 영광이죠.”한지훈은 웃으며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았다.그 말을 들은 한이연이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여자는 웃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그녀의 눈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신비한 힘이 있는 것 같았다.“이제 안으로 들어가죠.”한이연이 웃으며 말했다.한지훈은 정원에 세워진 수많은 외제차와 우리에 애완용으로 기르고 있는 공작새와 호랑이를 보고 부러운 얼굴로 말했다.“동물을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네요. 하지만 호랑이와 공작새를 애왕용으로 키우려면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갈 텐데 정말 대단해요.”강우연이 의아한 얼굴로 그에게 눈치를 주었지만 한지훈은 못본척 행동했다.유명 코디샵 주인으로써 한이연의 연수입은 적지 않았다. 그녀를 찾는 손님 중에는 잘나가는 기업 대표들도 많았고 한이연에게 돈은 단지 숫자에 불과했기에 자칫 무례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한이연은 의아한 얼굴로 한지훈을 힐끗 보고는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답했다.“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에요. 재
다른 남자였으면 코피를 쏟을만한 장면이었지만 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를 돌려 거울 앞에 서 있는 강우연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갑자기 피가 코로 쏠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경국지색이라는 말도 강우연에게는 부족할만큼 단장한 뒤의 그녀는 아름다웠다. 마치 천국에서 내려온 천사가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붉은색 이브닝 드레스는 뒤가 파인 디자인이었고 하얗고 둥근 어깨도 살짝 드러냈다.평소와는 다르게 섹시함을 강조한 모습이었다.긴 머리는 우아하게 틀어 올려 가는 목선을 드러냈다.몸에 딱 붙는 드레스는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냈다. 한이연과 같이 서 있어도 전혀 꿀리지 않는 몸매였다.뒤돌아선 강우연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한지훈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그녀는 남편의 시선이 오로지 자신을 향해 있다는 것에 강한 만족감과 뿌듯함을 느꼈다.여자라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여보, 너무 예뻐.”한지훈은 솔직하게 감탄사를 늘어놓았다.강우연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먼저 나가 있을 테니까 남편 부탁해.”휴게실로 간 강우연은 소파에 앉아 오늘 만나야 할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그들을 설득할지 고민했다.한편, 한이연은 문을 닫고는 거울 앞의 의자를 툭툭 치며 한지훈에게 말했다.“여기 와서 앉아요.”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같은 공간에 있으려니 한지훈은 어색하기도 해서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쩔쩔맸다.“멍하니 서서 뭐 해요? 여기 와서 앉으라니까요?”한이연은 그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재촉했다.“네, 지금 가요.”한지훈은 그제야 걸음을 옮겨 거울 앞에 마주 앉았다.고개를 들자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한이연의 얼굴이 보였다.그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한이연은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에 선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다.그녀가 허리를 숙이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졌다.한편, 자기 일
요염한 여자가 눈앞에서 자꾸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한지훈은 코끝이 간지러운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가 자꾸만 후각을 자극했다.대충 얼굴을 수습한 뒤에 한이연은 머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역시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답게 30분도 안 되어 꽤 괜찮은 스타일링이 완성되었다. 평소의 모습이랑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동화책에서 금방 걸어 나온 왕자님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의 모습이었다.원래도 미남이었지만 평소에 관리에 신경 쓰지 않아서 조금 날카로운 인상이었는데 아티스트의 손을 거쳐 부드러운 이미지가 완성되었다.“우연이가 남자 보는 눈이 있네요. 정말 멋져요.”한이연은 팔짱을 끼고는 한지훈의 뒤에 서서 흐뭇한 얼굴로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며 말했다.“칭찬 고마워요. 본판이 좋아서 그래요.”“아이고… 말이나 못하면. 의상실은 저쪽이에요. 제가 같이 들어가서 어울리는 옷 몇 벌 골라드릴게요.”한이연은 그의 어깨를 툭 치고는 앞장서서 의상실로 향했다.한지훈은 그녀의 뒤를 따르며 뒷모습을 빤히 주시했다. 마음속에서 잔물결이 일고 있었다. 아무리 그라도 이 여자의 매력을 완전히 거부할 수 없었다.커다란 의상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유명 브랜드 의류가 걸려 있었다. 대부분이 해외 장인들이 수제작으로 만든 한정판 작품이었다. 아무거나 집어도 일반인의 일년 수입에 맞먹을 가격이었다.사실 한이연은 아무나 자신의 의상실에 들이지 않았다. 이 안에 있는 옷들은 그녀가 직접 애정하는 소장품들로 그 가치가 천문학적 숫자였다. 정말 친한 단골손님을 제외하고는 의상실에 들어온 손님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하지만 한지훈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이건 어때요? 한번 입어봐요.”한이연은 무심하게 셔츠 하나를 골라 한지훈에게 건네며 말했다.“사이즈는 알아요?”“내 눈을 믿어요. 한번 보면 사이즈를 알거든요.”그녀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그래요? 그런 점은 저와 같네요.”한지훈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옷을
오랜 시간 훈련을 통해 단련된 한지훈의 몸매는 균형 잡힌 근육을 유지하고 있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은 아니지만 한지훈만의 독특한 매력이 풍겼다.물론 그건 세상물정 모르는 여자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한이연은 그의 몸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왜 없지? 주군의 정보가 틀렸나?’그녀의 표정을 빤히 쳐다보던 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계속 이렇게 서 있게 할 거예요? 설마 내 몸매 보고 반한 건 아니죠?”한이연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다른 셔츠를 그에게 건넸다.“이거로 갈아입어요. 이게 더 어울릴 것 같네요.”“네? 좀 너무하네요.”한지훈은 싱긋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내 몸까지 보여드렸는데 한이연 씨도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요?”한이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싸늘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지금 장난이시죠?”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빛이 불안으로 흔들렸다.“뭔가 오해했나 보네요.”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장난 아닌데요?”한지훈은 그녀에게로 성큼 다가서서 그녀를 벽으로 밀치고는 갑자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내가 너랑 장난하는 거로 보여?”한이연은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들었다. 사내에게서는 조금 전까지 볼 수 없었던 위압감이 풍겼다.설마 들킨 걸까?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고 숨 막히는 정적이 잠깐 흘렀다.점점 의상실 분위기는 뜨겁게 변해갔고 한이연은 점점 호흡이 가빠지고 있었다. 가쁜 호흡이 그녀가 속으로 당황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한지훈은 그녀가 말이 없자 손을 뻗어 그녀의 하얀 목을 만지다가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가슴 가까이로 손이 내려가자 한이연의 몸이 뻣뻣하게 굳더니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여기 수시로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에요. 경고하는데 이상한 짓 하지 말아요!”한지훈은 당황한 여자를 차갑게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렇다면 나도 경고 하나 하지. 여기서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해도 아무도 날 막지 못해. 못 믿겠
그녀는 두려운 감정이 앞섰다.사실 탈의실에 들어선 순간부터 한지훈은 수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상함은 어느새 확신으로 변했다.“나한테 뭔가를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만약 너에게 날 쓰러뜨릴 능력이 있었다면 진작에 움직였을 거야. 지금처럼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겠지. 네가 누군지, 목적이 뭔지 말해. 어쩌면 우연이 얼굴을 봐서 널 살려줄 수도 있으니까.”한이연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고민에 잠겼다.“내 인내심을 시험하려 하지 마.”한지훈은 손끝으로 단추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한이연은 당황해서 점점 몸이 떨려오고 눈앞이 어질ㅓ웠다.“이제 말해. 넌 누구고 왜 여기로 온 거지?”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아니면 나한테서 뭔가를 찾고 있었던 건가?”한이연은 여전히 답이 없었다.그녀가 이런 상황에서도 버티고 입을 다물 거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한지훈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정말 자백을 거부할 거야?”물론 그녀가 무슨 짓을 할까 봐 걱정되는 건 아니었다. 한이연 정도는 얼마든지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침묵을 선택했다면 날 탓하지 마.”말을 마친 그는 한손으로 한이연의 옷깃을 잡고 잡아당겼다.순식간에 단추가 뜯겨져 나가고 하얀 가슴이 그의 눈앞에 드러났다.참으로 완벽한 몸매였다.한이연은 수치심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손으로 앞을 가리려 했다. 하지만 한지훈은 매정하게 그 손을 잡아 뒤로 고정했다.그녀의 얼굴이 분노로 뻘겋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 모습마저도 매력적이었다.“망할 자식!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기나 해?”어깨가 젖혀지면서 여자의 육감적인 몸매가 그대로 남자의 앞에 드러났다.그녀는 나가기만 하면 이 파렴치한 남자를 찢어 죽이겠다고 다짐했다.살면서 이런 굴욕은 처음이었다.“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지금 상황에 할 말은 아니지 않나?”한지훈은 차가운 냉기를 풀풀 풍기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사실 난 아주 관대한 사람이야. 귀찮은 건 딱 질색이라고. 상대
한지훈이 싸늘하게 웃으며 손을 허공에 올리자 놀란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한이연은 거친 숨을 토하며 긴장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왜? 겁이 나?”한지훈은 냉랭한 표정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나한테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을 때 이런 결과도 예상했었어야지. 젊은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서로 불붙는 건 당연하잖아? 내가 무슨 짓을 할 거라는 생각은 아예 안 한 건가? 넌 남자들이 다 좋아하는 몸매를 가졌어. 그런 몸으로 대놓고 날 유혹했다면 무언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얘기겠지.”“내 생각에 두 가지 가능성이 있어. 첫째, 나한테 뭔가 원하는 것이 있다. 둘째, 넌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일부러 나한테 접근한 거야. 내 말이 틀려?”한이연은 움찔하며 경악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그의 예상은 정확했다.한지훈은 흥미롭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물론 또 다른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 내 얼굴 보고 반해서 날 소유하고 싶어서 일부러 유혹했거나. 정말 그런 거라면 꿈 깨. 난 헤픈 사람도 아니고 내 아내도 이런 걸 바라지는 않을 테니까.”그 말을 들은 한이연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어찌 이렇게 건방진 자식이 다 있지?사람이 어쩜 이렇게 뻔뻔할까?한지훈은 허공에 멈춘 손을 힐끗 보고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솔직히 같은 공간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까 나도 참기 힘든 것 같아. 넌 어떻게 생각해?”한이연은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싸늘하게 말했다.“나 건드리지 마! 허튼 수작 부렸다가는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그 말을 하는 사이에 이미 한지훈의 손가락이 그녀의 목까지 닿았다. 한이연은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을 감았다. 온몸을 떠는 모습이 뭔가 고민이 많아 보였다.한이연은 지금 이 순간이 후회스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었다.왜 하필이면 직접 나선다고 해서 이런 상황을 만든 걸까? 이러다가 주군의 계획마저 다 들통나면 어떻게 되는 걸까?그녀는 상
한지훈은 옆에 있던 옷걸이에서 셔츠 하나를 집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걸쳐주었다.물론 그 과정에서 피부가 닿는 것은 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겁에 질린 한이연은 그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곧이어 한지훈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가서 문을 열어. 우연이 오해하면 곤란하니까.”말을 마친 그는 곧장 뒤돌아서 한이연과 거리를 두었다. 다시 노크소리가 들리자 한이연은 감정을 추스르고 다가가서 문을 열었다.강이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한이연을 보고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이연아,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한이연은 아직도 화끈거리는 얼굴을 매만지며 조금 전 한지훈과 대치하고 있던 상황을 떠올리며 분을 삭혔다.“그래? 의상실이 좀 더웠나 봐.”그녀는 어색한 얼굴로 변명했다. 어쩐 일인지 조금 전 한지훈의 만행을 강우연에게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난 별로 안 더운데? 어쩌면 단 둘이 같은 공간에 있으려니까 이연 씨가 쑥스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나 봐. 내가 좀 잘생겼잖아?”이때 소파에서 일어선 한지훈이 피식거리며 말했다.강우연이 고개를 들자 이미 세미정장으로 갈아입은 한지훈이 보였다.하얀색 셔츠에 검은색 외투는 그의 귀티 나는 분위기를 더욱 강조했고 심플한 디자인의 브로치로 포인트를 주어 따분함을 덜었다.화려하지는 않지만 심플함과 우아함이 돋보이는 차림이었다. 한이연이 골라준 옷은 마치 그를 위해 제작한 것처럼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강우연뿐이 아니라 한이연마저도 그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홀린 듯 바라보았다.하지만 조금 전 그가 했던 만행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며 이가 갈렸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을 부릅뜨며 한지훈을 쏘아보았다.“시간 다 돼가는 것 같으니까 이제 가자.”강우연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앞장서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한지훈은 강우연이 다 내려간 뒤에 한이연의 등 뒤에 바짝 붙어서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네가 누구든, 네 배후에 누가 있든, 그리고 목적이 뭐든 우연이는 건드리지 마. 네가 매력적인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