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염한 여자가 눈앞에서 자꾸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한지훈은 코끝이 간지러운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가 자꾸만 후각을 자극했다.대충 얼굴을 수습한 뒤에 한이연은 머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역시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답게 30분도 안 되어 꽤 괜찮은 스타일링이 완성되었다. 평소의 모습이랑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동화책에서 금방 걸어 나온 왕자님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의 모습이었다.원래도 미남이었지만 평소에 관리에 신경 쓰지 않아서 조금 날카로운 인상이었는데 아티스트의 손을 거쳐 부드러운 이미지가 완성되었다.“우연이가 남자 보는 눈이 있네요. 정말 멋져요.”한이연은 팔짱을 끼고는 한지훈의 뒤에 서서 흐뭇한 얼굴로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며 말했다.“칭찬 고마워요. 본판이 좋아서 그래요.”“아이고… 말이나 못하면. 의상실은 저쪽이에요. 제가 같이 들어가서 어울리는 옷 몇 벌 골라드릴게요.”한이연은 그의 어깨를 툭 치고는 앞장서서 의상실로 향했다.한지훈은 그녀의 뒤를 따르며 뒷모습을 빤히 주시했다. 마음속에서 잔물결이 일고 있었다. 아무리 그라도 이 여자의 매력을 완전히 거부할 수 없었다.커다란 의상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유명 브랜드 의류가 걸려 있었다. 대부분이 해외 장인들이 수제작으로 만든 한정판 작품이었다. 아무거나 집어도 일반인의 일년 수입에 맞먹을 가격이었다.사실 한이연은 아무나 자신의 의상실에 들이지 않았다. 이 안에 있는 옷들은 그녀가 직접 애정하는 소장품들로 그 가치가 천문학적 숫자였다. 정말 친한 단골손님을 제외하고는 의상실에 들어온 손님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하지만 한지훈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이건 어때요? 한번 입어봐요.”한이연은 무심하게 셔츠 하나를 골라 한지훈에게 건네며 말했다.“사이즈는 알아요?”“내 눈을 믿어요. 한번 보면 사이즈를 알거든요.”그녀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그래요? 그런 점은 저와 같네요.”한지훈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옷을
오랜 시간 훈련을 통해 단련된 한지훈의 몸매는 균형 잡힌 근육을 유지하고 있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은 아니지만 한지훈만의 독특한 매력이 풍겼다.물론 그건 세상물정 모르는 여자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한이연은 그의 몸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왜 없지? 주군의 정보가 틀렸나?’그녀의 표정을 빤히 쳐다보던 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계속 이렇게 서 있게 할 거예요? 설마 내 몸매 보고 반한 건 아니죠?”한이연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다른 셔츠를 그에게 건넸다.“이거로 갈아입어요. 이게 더 어울릴 것 같네요.”“네? 좀 너무하네요.”한지훈은 싱긋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내 몸까지 보여드렸는데 한이연 씨도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요?”한이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싸늘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지금 장난이시죠?”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빛이 불안으로 흔들렸다.“뭔가 오해했나 보네요.”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장난 아닌데요?”한지훈은 그녀에게로 성큼 다가서서 그녀를 벽으로 밀치고는 갑자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내가 너랑 장난하는 거로 보여?”한이연은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들었다. 사내에게서는 조금 전까지 볼 수 없었던 위압감이 풍겼다.설마 들킨 걸까?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고 숨 막히는 정적이 잠깐 흘렀다.점점 의상실 분위기는 뜨겁게 변해갔고 한이연은 점점 호흡이 가빠지고 있었다. 가쁜 호흡이 그녀가 속으로 당황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한지훈은 그녀가 말이 없자 손을 뻗어 그녀의 하얀 목을 만지다가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가슴 가까이로 손이 내려가자 한이연의 몸이 뻣뻣하게 굳더니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여기 수시로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에요. 경고하는데 이상한 짓 하지 말아요!”한지훈은 당황한 여자를 차갑게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렇다면 나도 경고 하나 하지. 여기서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해도 아무도 날 막지 못해. 못 믿겠
그녀는 두려운 감정이 앞섰다.사실 탈의실에 들어선 순간부터 한지훈은 수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상함은 어느새 확신으로 변했다.“나한테 뭔가를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만약 너에게 날 쓰러뜨릴 능력이 있었다면 진작에 움직였을 거야. 지금처럼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겠지. 네가 누군지, 목적이 뭔지 말해. 어쩌면 우연이 얼굴을 봐서 널 살려줄 수도 있으니까.”한이연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고민에 잠겼다.“내 인내심을 시험하려 하지 마.”한지훈은 손끝으로 단추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한이연은 당황해서 점점 몸이 떨려오고 눈앞이 어질ㅓ웠다.“이제 말해. 넌 누구고 왜 여기로 온 거지?”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아니면 나한테서 뭔가를 찾고 있었던 건가?”한이연은 여전히 답이 없었다.그녀가 이런 상황에서도 버티고 입을 다물 거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한지훈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정말 자백을 거부할 거야?”물론 그녀가 무슨 짓을 할까 봐 걱정되는 건 아니었다. 한이연 정도는 얼마든지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침묵을 선택했다면 날 탓하지 마.”말을 마친 그는 한손으로 한이연의 옷깃을 잡고 잡아당겼다.순식간에 단추가 뜯겨져 나가고 하얀 가슴이 그의 눈앞에 드러났다.참으로 완벽한 몸매였다.한이연은 수치심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손으로 앞을 가리려 했다. 하지만 한지훈은 매정하게 그 손을 잡아 뒤로 고정했다.그녀의 얼굴이 분노로 뻘겋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 모습마저도 매력적이었다.“망할 자식!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기나 해?”어깨가 젖혀지면서 여자의 육감적인 몸매가 그대로 남자의 앞에 드러났다.그녀는 나가기만 하면 이 파렴치한 남자를 찢어 죽이겠다고 다짐했다.살면서 이런 굴욕은 처음이었다.“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지금 상황에 할 말은 아니지 않나?”한지훈은 차가운 냉기를 풀풀 풍기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사실 난 아주 관대한 사람이야. 귀찮은 건 딱 질색이라고. 상대
한지훈이 싸늘하게 웃으며 손을 허공에 올리자 놀란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한이연은 거친 숨을 토하며 긴장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왜? 겁이 나?”한지훈은 냉랭한 표정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나한테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을 때 이런 결과도 예상했었어야지. 젊은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서로 불붙는 건 당연하잖아? 내가 무슨 짓을 할 거라는 생각은 아예 안 한 건가? 넌 남자들이 다 좋아하는 몸매를 가졌어. 그런 몸으로 대놓고 날 유혹했다면 무언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얘기겠지.”“내 생각에 두 가지 가능성이 있어. 첫째, 나한테 뭔가 원하는 것이 있다. 둘째, 넌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일부러 나한테 접근한 거야. 내 말이 틀려?”한이연은 움찔하며 경악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그의 예상은 정확했다.한지훈은 흥미롭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물론 또 다른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 내 얼굴 보고 반해서 날 소유하고 싶어서 일부러 유혹했거나. 정말 그런 거라면 꿈 깨. 난 헤픈 사람도 아니고 내 아내도 이런 걸 바라지는 않을 테니까.”그 말을 들은 한이연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어찌 이렇게 건방진 자식이 다 있지?사람이 어쩜 이렇게 뻔뻔할까?한지훈은 허공에 멈춘 손을 힐끗 보고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솔직히 같은 공간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까 나도 참기 힘든 것 같아. 넌 어떻게 생각해?”한이연은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싸늘하게 말했다.“나 건드리지 마! 허튼 수작 부렸다가는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그 말을 하는 사이에 이미 한지훈의 손가락이 그녀의 목까지 닿았다. 한이연은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을 감았다. 온몸을 떠는 모습이 뭔가 고민이 많아 보였다.한이연은 지금 이 순간이 후회스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었다.왜 하필이면 직접 나선다고 해서 이런 상황을 만든 걸까? 이러다가 주군의 계획마저 다 들통나면 어떻게 되는 걸까?그녀는 상
한지훈은 옆에 있던 옷걸이에서 셔츠 하나를 집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걸쳐주었다.물론 그 과정에서 피부가 닿는 것은 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겁에 질린 한이연은 그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곧이어 한지훈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가서 문을 열어. 우연이 오해하면 곤란하니까.”말을 마친 그는 곧장 뒤돌아서 한이연과 거리를 두었다. 다시 노크소리가 들리자 한이연은 감정을 추스르고 다가가서 문을 열었다.강이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한이연을 보고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이연아,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한이연은 아직도 화끈거리는 얼굴을 매만지며 조금 전 한지훈과 대치하고 있던 상황을 떠올리며 분을 삭혔다.“그래? 의상실이 좀 더웠나 봐.”그녀는 어색한 얼굴로 변명했다. 어쩐 일인지 조금 전 한지훈의 만행을 강우연에게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난 별로 안 더운데? 어쩌면 단 둘이 같은 공간에 있으려니까 이연 씨가 쑥스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나 봐. 내가 좀 잘생겼잖아?”이때 소파에서 일어선 한지훈이 피식거리며 말했다.강우연이 고개를 들자 이미 세미정장으로 갈아입은 한지훈이 보였다.하얀색 셔츠에 검은색 외투는 그의 귀티 나는 분위기를 더욱 강조했고 심플한 디자인의 브로치로 포인트를 주어 따분함을 덜었다.화려하지는 않지만 심플함과 우아함이 돋보이는 차림이었다. 한이연이 골라준 옷은 마치 그를 위해 제작한 것처럼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강우연뿐이 아니라 한이연마저도 그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홀린 듯 바라보았다.하지만 조금 전 그가 했던 만행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며 이가 갈렸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을 부릅뜨며 한지훈을 쏘아보았다.“시간 다 돼가는 것 같으니까 이제 가자.”강우연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앞장서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한지훈은 강우연이 다 내려간 뒤에 한이연의 등 뒤에 바짝 붙어서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네가 누구든, 네 배후에 누가 있든, 그리고 목적이 뭐든 우연이는 건드리지 마. 네가 매력적인 미
비즈니스 파티에는 우연그룹의 고위임원들을 제외하고도 강중의 유명 기업 인사들과 지방 대기업 오너들까지 초대되었다.강우연과 한지훈은 조금 더 일찍 행사장에 도착했다. 호텔 입구에서 그들은 의학협회의 이 회장을 만났다.그는 여성 파트너와 동행했는데 강우연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자마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정말 왔네요? 안 올 줄 알았는데 말이죠.”고개를 돌린 강우연은 이 회장의 얄미운 얼굴을 보고 싸늘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강우연을 먼저 들여보낸 한지훈이 어깨를 툭 치자 이 회장은 겁이 나서 황급히 피하며 물었다.“뭐… 뭐 하자는 거지?”한지훈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경고하듯 말했다.“이 회장님, 조용히 지내다 돌아가시는 게 좋을 겁니다. 내가 누군지는 이 회장님이 더 잘 알 거예요. 지난번 경고, 장난 아니었습니다.”“당신이 북양왕이라는 거 알아. 하지만 우리 의학협회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우리의 배후에는 약왕파가 있어. 네가 아무리 잘나도 나한테 존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지. 오늘 저녁에 네 콧대를 꺾어줄 분이 도착하실 거야!”이 회장은 어젯밤 일만 떠올리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하지만 오늘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니 한지훈이 정말로 사람들 앞에서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한지훈은 눈썹을 꿈틀하며 냉소를 지었다.“대체 무슨 자격으로 내 앞에서 그런 건방진 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당신, 죽고 싶어?”이 회장은 욕설을 퍼부으며 뒤로 뒷걸음질쳤다.“두고 봐. 오늘 넌 제대로 망신당하게 될 거야.”말을 마친 그는 파트너와 함께 파티홀로 들어갔다.한지훈은 도망치듯이 현장을 떠나는 이 회장의 뒷모습을 보고는 못 말린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연회가 정식으로 시작되고 따분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한지훈은 조용히 강우연의 곁을 지켰다.오늘 초대된 사람들은 전부 의학 업계에서 한 자리 차지한 인물들이었다. 강중과 다른 도시의 의학 업계의 유명 인사들은 전부 이곳에 모였다.
어쩌면 단순히 한지훈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일 수도 있었다.오허청은 아직 병원에서 요양 중이라 불참했다.“이 회장님, 반가워요.”황학용은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대범하게 인사를 받았다.그러고는 이 회장이 건넨 잔을 받아들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저에게 소개할 사람이 있다고 하셨는데 도착하셨나요?”“네. 저쪽입니다.”이 회장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한지훈과 강우연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저기 보세요. 저 녀석입니다. 저 녀석이 오씨 어르신을 때려 병원으로 보낸 한지훈이라는 놈입니다. 북양왕으로 불리는 놈이지요.”황학용은 이 회장이 가리킨 방향을 힐끗 바라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한지훈이 아닌 그 옆에 있는 강우연이었다.그는 이처럼 아름다운 여인은 처음이었다. 약왕파에도 미인은 많지만 강우연과 비길 수는 없었다.강중 같은 작은 도시에 이런 미인이 존재한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소종주, 저놈이 한지훈이에요. 어제 오씨 어르신을 때려서 병원으로 보내고는 오늘 멀쩡히 파티에 참석했네요. 혼 좀 내줘야 하지 않겠어요?”이 회장은 증오로 가득 찬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황학용을 꼬드겼다.약왕파의 실세인 황학용이 있으니 두려울 것이 없었다.황학용은 약왕파 청년 세대의 엘리트라고 불리는 인물이었고 신분과 지위도 동년배들을 훨씬 능가했다.황학용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우연에게서 시선을 돌려 웃고 있는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영시종을 멸하고 오허청을 병원에 보낸 인물이 정녕 저 녀석이란 말인가!‘북양왕? 아주 대단한 놈이네!’그는 용국에 이름을 알린 북양왕이 대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졌는지 궁금해졌다.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황학용은 여전히 담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이 회장과 같이 온 파트너는 황학용의 얼굴에서 홀린 듯, 시선을 떼지 못했다.이 남자야말로 그녀가 원하던 이상형이었다.다시 이 회장을 바라보니 거부감만 들었다.그녀는 이때다 싶어 다가가서 황학용의 팔짱을 끼고는 풍만한 가슴으로 그의 팔을 지그시 누르
물론 이 회장이 여기 오기 전에 미리 당부한 것도 있었다. 이 회장은 흐뭇한 눈길로 파트너를 바라보았다.황학용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느긋한 말투로 말했다.“약왕파를 위협하는 존재가 있었다니. 처음 듣는 일이네요. 재밌네.”이 회장은 긴장한 얼굴로 황학용의 눈치를 살폈다. 그의 목적은 아주 간단했다. 약왕파를 끌어들여 한지훈의 콧대를 눌러주는 일이었다.그리고 눈치 빠른 그는 황학용이 강우연에게 깊은 관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재빨리 캐치했다.“소종주님, 가서 인사나 건넬까요?”이 회장이 작은 소리로 그에게 물었다.황학용은 잔을 든 채로 한지훈에게 다가갔다.그는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의 앞으로 다가가서 섰다.한지훈도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황학용을 발견했다.오늘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상계의 엘리트들이었기에 한눈에 황학용을 알아본 사람도 적지 않았다.그들의 시선이 한지훈에게로 쏠렸다.황학용은 담담한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고 있었고 한지훈은 그의 눈빛에서 불쾌감을 느꼈다.황학용은 먼저 우호적으로 한지훈에게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이렇게 만나게 돼서 반가워요. 황학용이라고 합니다.”한지훈이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약왕파 사람입니까?”그 질문에 황학용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뭐가 기뻐서 이렇게 웃고 있는 거지요?”한지훈이 되물었다.그 말을 들은 황학용은 잠시 당황했고 뒤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이 회장도 마찬가지였다.어색한 침묵이 잠깐 흘렀다. 한지훈이 대놓고 면박을 주는 통에 황학용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는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우아한 말투로 말했다.“한 선생은 농담도 잘하시네요. 지난번에 오씨 어르신 일은 얘기 들었습니다. 그쪽에서 먼저 잘못을 했고 저는 한 선생과 강우연 씨에게 사과하러 온 겁니다.”황학용이 이 정도로 대범하게 나올 줄 몰랐던 한지훈은 인상을 썼다.물론 그의 말을 믿는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속이기에는 충분했다. 그들은 너도나도 경외심 가득한
“좋아, 아주 좋아! 한지훈, 네가 감히 이토록 오만하게 구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너희 용국의 연안을 피바다로 만들어 주겠다!”안드레는 장창을 단단히 움켜쥐고 용국의 방향을 가리켰다. 순간, 장창 끝에서 눈부신 백색 광채가 점점 강렬해졌고, 그 빛은 마치 실체화된 살기처럼 퍼져 나갔다. 게다가 진법의 증폭을 받은 살기는 지나가는 곳마다 인간이든 짐승이든 가리지 않고 모조리 소멸시킬 기세였다.“한... 한 씨 형님, 제발 다시 생각해 보시오!”진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누구든 안드레는 결코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그가 이 창을 휘두르는 순간, 수많은 무고한 백성들이 화를 당할 것이었다.“안드레, 네 따위가 감히 우리 용국 백성을 해치겠다고?”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한쪽 팔을 뻗어 갑판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진왕검!”그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고풍스러운 나무 상자가 갑자기 열리더니 넉 자 세 치 길이의 진왕검이 강렬한 빛을 뿜어내며 상자에서 튀어나와 한지훈을 향해 날아왔다.진왕검이 손에 닿는 순간 날카로운 진동음이 울려 퍼졌고, 곧이어 은빛 광채가 하늘을 뒤덮으며 반쪽 하늘 전체를 가득 채웠다.진왕검은 고대로부터 왕들이 차고 다니던 검이었으며, 수천 년 동안 단 한 번도 부러진 적이 없는 검이었다. 진왕검이 가진 특성은 단순한 명검의 재질이 아니라, 어떤 보검도 가질 수 없는 제왕의 기운이 함께 깃들어 있다는 점이었다.그 은빛 광채 속에서는 마치 용의 포효가 어렴풋이 들려오는 듯했고, 게다가 검신 위에 새겨진 거대한 청룡 문양이 하늘을 향해 기세등등하게 치솟았다. 이 순간, 사방 수백 리 내의 공간이 진왕검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 찰나에 살기로 가득 차올랐으며, 마치 이 한 자루 검이 하늘을 가르고 대지를 단숨에 두 동강 낼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절대적인 압도적 기세가 하늘과 땅을 휩싸며 퍼져 나갔고, 이내 넓디넓은 바다가 폭풍처럼 요동쳤으며, 하늘의 구름마저 급변했다. 그곳에 있던
한지훈에게 손을 쓰는 순간 박살 날 텐데!“짝!”한지훈은 아무런 징조도 없이 손바닥을 번쩍 들더니, 다시 한번 안드레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이번에는 힘을 많이 주지는 않았고, 안드레가 바닷속으로 곤두박질치지는 않았다.하지만 이 손바닥 한 방은 그야말로 안드레에게 엄청난 모욕이었다!게다가 모든 사람 앞에서 카일 가문 전체를 모욕하는 것이기도 했다!“네… 네 이놈! 반드시 널 죽이고 말겠다! 용국 동남 연안 전체가 무너지고, 제재소의 심판을 받게 된다 해도 반드시 네놈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안드레의 얼굴은 이미 부어올라 일그러져 있었고, 두 눈에서는 당장이라도 불길이 뿜어져 나올 듯했다.그는 이를 악물며 주먹을 꽉 쥐었고, 손톱이 살갗을 깊숙이 파고들어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장창!”안드레가 손을 뻗자, 배 위에 놓여 있던 장창이 순식간에 허공을 가르며 그의 손으로 날아왔다.장창을 손에 쥔 순간, 안드레의 몸에서 폭발적인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그 기세는 하늘마저 어둡게 만들었고, 뜨거운 태양조차 창백하게 변해 버렸다.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살육밖에 없었고, 한지훈이 가져온 이 치욕을 수많은 피로 씻어내겠다고 결심한 것이다!그는 과거, 무려 십 년 넘게 이름을 날린 전신 강자와 싸웠을 때조차 이런 치욕을 겪은 적이 없었다!그가 장창을 쥐자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고, 길게 늘어진 백발이 바람 한 점 없는 바다 위에서 스스로 일렁이며 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줄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다!“안 돼!”진우가 놀라 소리쳤다.안드레의 목표는 한지훈이 아니었다!그는 창끝을 용국 동남 연안의 해안가를 향해 겨누고 있었다!그가 이 창을 내리꽂는 순간, 용국 동남 해안은 그 여파에 휩쓸릴 것이다!게다가, 분노에 찬 천신계 강자의 일격이라면 그 피해가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한지훈, 네게 마지막 기회를 주마! 당장 무릎 꿇고 사죄하라! 그렇지 않으면 용국의 해안 도시들이 피바다가 될 것이다!”안드레는 장창을
모든 이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한지훈의 모습이 홀연히 사라졌다!안드레마저 매우 놀랐고, 그가 허둥지둥 한지훈의 흔적을 찾는 순간 한지훈이 어느새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한지훈은 주먹을 높이 치켜들어 그대로 안드레를 향해 내리꽂았다!안드레는 깜짝 놀라 급히 주먹을 휘둘러 반격했고, 천신계 강자의 기운이 순식간에 폭발하며 사방 수 리 내의 바다 위가 거센 파도로 출렁였다!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다!그러나 다음 순간, 안드레와 한지훈의 주먹이 격돌했다!쿵!안드레가 자부하던, 모든 것을 단숨에 초토화할 것 같던 그 주먹이 한지훈의 주먹과 맞닿는 순간 그 힘이 한없이 무력해졌다.심지어 안드레의 팔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콰득!”안드레는 한 손으로 팔을 부여잡고 물러서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지훈을 응시했다. “이, 이럴 리가 없어!”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설마, 자신이 한지훈에게 밀린단 말인가?“말했지, 누가 죽을지는 아직 모른다고!”한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주먹을 치켜들었다!그 순간, 한지훈은 완전히 본래의 기운을 드러냈다!천신계 강자의 강대한 위압이 해저에 사는 수생 생물들조차 공포에 질려 사방으로 도망치게 만들었다!이제 안드레는 반격할 기회조차 없었다.아니, 한지훈의 주먹을 감히 정면으로 받아칠 용기조차 사라졌다.한지훈의 주먹이 연달아 안드레의 몸을 강타했고, 안드레는 피를 뿜으며 공중으로 날아갔다!“어린놈의 자식이! 너무 날뛰는군!”안드레의 말이 끝나자, 한지훈은 손바닥을 들어 안드레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찰싹!”안드레의 몸이 다시 한번 옆으로 튕겨 나갔고, 그의 몸이 바다에 떨어지기도 전에 한지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다시 한번 손을 들어 거침없이 뺨을 후려쳤다! 안드레의 몸이 또다시 다른 방향으로 튕겨 나갔고, 연속된 광경을 바라보던 배 위의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다!저자가 정말 오륙에서 유일한 천신계 강자라는 안드레인가?정말로 오륙의 평화 사절단이라고 불리는
따라서 한 수로 적을 제압하는 것이야말로 천신계 강자의 기본이었다! “하아... 역시 너무 젊군.”노인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바로 그 순간, 안드레의 주먹이 한지훈의 주먹과 맞부딪히려 할 찰나, 한지훈이 갑자기 주먹을 펼쳐 손바닥으로 변환하며 안드레의 주먹을 아래로 눌렀다.“음?”안드레는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이 사소한 변화 속에 과연 어떤 깊은 뜻이 숨어 있는 것인가?!“파악!”“쿵!”주먹과 손바닥이 맞닿는 순간, 맑고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 뒤를 따라 천둥 같은 굉음이 폭발했다.거대한 폭발음이 마치 바다 위에서 핵폭탄이 터진 듯한 위력을 뿜어냈다.순식간에 바다가 끓어오르며 사방으로 물보라가 솟구쳤고, 수많은 물고기가 끓는 바닷물 속에서 익어 떠오르기 시작했다!눈부신 한 줄기 강한 빛이 터져 나오자 사람들은 황급히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그렇게 30분이 지나고서야 빛이 점차 사라졌고, 사람들은 서서히 눈을 뜨며 한지훈과 안드레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카일 가문의 무리들은 눈을 뜨면서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안드레 경의 이 강력한 일격에서 살아남을 자가 있겠는가?!아마도 한지훈의 육신조차 산산이 부서졌을 터!하지만 그 순간, 모두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고 동시에 차가운 숨을 들이켰다!“이... 이럴 수가!”백발의 노인은 선박 난간을 붙잡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고, 주변 사람들 또한 모두 얼굴이 창백해졌다!바다 위에서 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여유롭게 서 있었던 것이다! 그의 시선은 몇백 미터 떨어진 바다를 향하고 있었으며, 그곳에는 안드레가 흐트러진 긴 머리를 휘날리며 서 있었다.안드레의 가슴팍에는 깊은 상처가 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머리카락과 눈썹에도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안드레조차도 이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서 있었다.방금 전, 한지훈의 손바닥과 맞닿았을 때 분명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는 한지훈의 손바닥
두 사람의 주먹이 충돌하는 순간, 한지훈과 안드레는 거의 동시에 한 걸음씩 물러섰다.거대한 충격이 몇 초가 지나도록 미친 듯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바닷물은 광풍에 휩쓸려 수십 장 높이로 치솟았다!안드레는 주먹을 살짝 쥐었고, 방금 그 순간 그는 분명한 통증을 느꼈다!천신계에 오른 이후, 안드레는 마지막으로 통증을 느낀 때가 언제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하지만 방금 한지훈의 일격이 그에게 통증을 안겨준 것이다!분명 서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힘을 발휘하긴 했지만, 한지훈은 막 천신계에 오른 젊은이일 뿐이었다!그런데 어떻게 이토록 강할 수 있단 말인가?!안드레는 놀란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이때의 한지훈 역시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고, 방금 받은 일격은 그가 살아오면서 맞은 가장 무거운 한 방이었다!만약 그의 몸이 뇌해의 세례를 받지 않았다면, 결코 받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곤륜 뇌해에서 단련된 그의 육체는 사실 안드레보다도 몇 배는 더 강력했다!다만 이제 막 돌파한 터라, 아직 완전히 몸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젊은이, 정말 대단하군. 감히 우리 카일 가문에 도전할 만하겠어!”안드레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두 번째 주먹이 그림자처럼 날아들었다!그 일격이 뻗어나가자, 바다의 수면이 수십 미터나 움푹 내려앉으며 거대한 원형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심지어 해저의 암초조차도 무너지며 부서졌고, 수백 미터 내의 바다 생물들이 동시에 죽고 말았다. 핏빛 안개가 해저에서 떠올라, 바다를 붉게 물들였다.이 광경을 보며 한지훈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안드레의 이 한 방은, 마치 용국 무학 중 격산타우와도 같은 기법이었다!겉보기엔 직선적인 공격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심오한 변수가 숨어 있었다!“이것이 바로 천신계 강자의 신력인가……?”진우는 경탄을 금치 못하며 중얼거렸고, 주변의 무리들도 연신 놀라움을 터뜨렸다.이 한 방이라면, 사람은 물론이고 전차나 전함조차도 견뎌낼 수 없을 것이
그것은 단순한 위압감이 아니었으며, 진정한 대해였다!이 순간 모든 사람들이 안드레의 기세에 압도당했고, 심지어 진우조차도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전함 몇 척이 아니라 하나의 함대라 해도 안드레의 이토록 강력한 공격 앞에서는 단숨에 전멸했을 것이다!지금에서야 진우는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깨달았다.예로부터 천신 아래, 모두 개미와 같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천신계 강자와 비교하면, 천왕계 강자들끼리의 싸움이란 그야말로 아이들의 장난에 불과했다!그러나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 있는 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했고, 심지어 머리 위로 거대한 파도가 덮쳐오는 와중에도 한 번도 고개를 들어 바라보지 않았다. 이 얼마나 침착하며 자신만만한 태도인가! 하늘에서 산처럼 거대한 파도가 떨어지려 하자, 모든 이들이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시선을 집중했다.그 거대한 파도는 엄청난 파도 소리를 동반하며 한지훈을 덮쳤다!“콰광!”굉음과 함께 거대한 파도가 내리꽂혔지만, 한지훈은 여전히 그 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단지 그의 몸 앞에 금빛 장막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그리고 거대한 파도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이 광경을 본 안드레는 저도 모르게 손을 떨기 시작했다! 이 기술은 그가 가장 자신 있는 진법이었고,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파도는 한지훈은 물론이고 항모 한 척이라도 순식간에 침몰할 수 있었다! “이... 이게 가능하다고?”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경악하며 한지훈을 바라봤다!“이까짓 잔꾀로 나를 상대하려 했나? 안드레, 너무 순진했던 것 아닌가?”한지훈은 단 한 방울의 물방울조차 묻지 않은 상태였다!이 순간, 안드레는 진법만으로는 한지훈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이제 남은 유일한 방법은 직접 육탄전을 벌이는 것뿐이었다!이렇게 결심한 안드레는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젊은이, 네 실력은 인정하마. 하지만 네가 아무리 천신계 강자라 해도, 이제 막 경지에
바로 그때, 바다 위에서 부상국 국기가 걸려 있는 세 척의 전함이 다시 빠른 속도로 유람선을 향해 돌진해 왔다! 하지만 그 전함들이 유람선에 가까워지기도 전에, 엄청난 흡인력이 발생하며 세 척의 전함을 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 중심으로 빨아들였다!순식간에 전함들은 납작한 철판처럼 으스러져 버렸고, 이 광경을 본 모든 이들이 경악하며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한지훈이 서 있는 곳이 바로 그 블랙홀의 중심이었다!전함조차도 단숨에 압축되어 산산조각 났는데, 한지훈은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어째서 한지훈은 이토록 강력한 흡인력을 견딜 수 있는 걸까?하지만, 블랙홀은 한지훈을 향해 몰려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머리 위로는 거대한 파도가 솟구쳐 덮쳐 오고 있었다.마치 이 두 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하여 한지훈을 단숨에 바닷속 깊이 짓이겨버릴 것만 같았다!그때, 안드레가 손에 삼지창을 쥔 채 몸을 날려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마치 천지를 뒤흔드는 듯했고, 단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인데 주변의 공기마저 실체가 있는 듯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삼지창을 휘둘렀을 때, 허공에서 천둥 같은 폭음이 터져 나왔다!그러나 한지훈은 이 모든 공격을 눈앞에 두고도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으며, 그저 차가운 시선으로 안드레를 바라볼 뿐이었다.“저 용국 놈은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설마 겁에 질려 얼어붙은 건가?”“내 생각엔 완전히 포기한 거다. 저렇게 바다 위로 나간 건,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것뿐이지!”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자연스럽게 진우와 구원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흥, 이제 와서 동료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고? 너무 늦었어. 진작 그렇게 했어야지!”한 백인 남성이 냉소적으로 말했다.누가 봐도 한지훈이 죽는다면 안드레는 진우와 구원항까지 모조리 처치할 것이 분명했다!안드레의 삼지창이 한지훈을 향해 내리꽂히려는 순간, 그
이십 대의 용국 청년이, 대중 앞에서 감히 카일 가문의 성물을 빼앗다니!이건 분명 오륙에서 세속을 떠도는 유일한 천신계 강자인 자신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안드레는 단순히 카일 가문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오륙 전체의 평화 사절이기도 했다!그가 천신계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기에, 지난 수십 년간 오륙에서는 다시금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방금도 말했지만, 이 검은 용경으로 가져가 국왕께 바칠 것이다. 내가 가져가겠다고 한 이상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고, 당신도 마찬가지다!”한지훈은 손가락을 흔들며 안드레를 향해 말했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한지훈 역시 천신계에 도달했지만, 문제는 그가 이를 막 돌파한 신참이라는 점이었다!안드레는 수십 년 전에 이미 천신계에 이른 베테랑 강자였다.둘의 경지가 같다고는 해도,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이는 마치 수십 년간 무예를 연마한 대사범과, 갓 입문한 젊은 무인이 싸우는 것과 같았다.둘 다 무예를 익혔다 한들,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실전에서 응용하는 능력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한 씨 형님, 차라리 그 정복자의 검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진우가 조심스레 한지훈을 말렸다.“돌려준다고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라 생각합니까? 게다가, 이까짓 조그마한 진법 따위... 나는 하늘과 바다를 움직이는 것조차도 두렵지 않거늘, 이 작은 자기장이 겁날 것 같습니까?”한지훈은 정복자의 검을 움켜쥐고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천신계이든, 천왕계이든, 진법이란 결국 두 가지 방식뿐이었다.하나는 자신의 자기장을 활용하여 우주의 자기장을 끌어당기는 것.또 하나는 자연계에 본래 존재하는 자기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변수가 너무 많을뿐더러 지구의 자기장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우주는 그야말로 무한한 영역이 아니던가?우주의 자기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법만이, 비로소 우주의 강력한 자기장을 모두 자신
안드레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다가 뒤집힐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수많은 수증기가 빠르게 치솟으며 해수면이 점점 상승하는 반면, 배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바다 한가운데 형성되었다!겉으로 보기엔 오마르의 진법만큼 웅장하지 않아 보였으나, 천신계 강자만이 감지할 수 있는 변화가 있었다.안드레가 거의 모든 해역의 자기장을 조종하고 있었고, 소용돌이의 중심부에는 곧 거대한 블랙홀이 나타났다.그 블랙홀 주변에는 번갯불이 뒤엉켜 번쩍이며 휘몰아쳤다.그것은 마치 모든 것을 삼키려는 듯 강력한 흡인력으로 유람선을 중심부로 빨아들이고 있었다.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고, 심지어 일부는 그대로 울음을 터뜨렸다.만약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면 이 배는 영원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말 것이다.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오직 안드레와 오마르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바닷속에서 생을 마감할 운명이었다!이때, 안드레는 한지훈을 향해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이것이 바로 그의 스승이 창안한 진법이었다.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사하겠지만, 한지훈만큼은 예외였다.그는 블랙홀의 강력한 자력에 의해 순식간에 찢겨나갈 것이었다!“망했다! 배가 가라앉고 있어! 다 저 용국 놈 때문이야!”“이봐, 용국 놈! 당장 카일 가문의 성물을 내려놓아라!”“네놈이야 죽고 싶어도, 우리까지 끌어들이진 말라고!”주변에 있던 백인 남자 몇 명이 하나둘씩 일어나 한지훈을 향해 분노의 외침을 내뱉었다.안드레는 결국 천신계 강자였고, 한 명의 천신계 강자는 나라 하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존재였다. 그의 힘으로 볼 때, 한지훈을 죽이는 것은커녕 한 국가를 멸망시키는 것도 충분한 일이었다.“젊은 친구, 천신계 아래는 모두 개미와 같다. 너와 나의 차이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이니, 나는 네가 저항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괜한 발버둥은 더 고통스러운 죽음을 부를 뿐이라고!”안드레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