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밑으로 들어와서 일하는 건 어때?”한지훈은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화사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당신의 부하가 되라는 말씀인가요?”뜻밖의 제안에 화사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깊은 고민에 휩싸였다.그는 이미 독가시에 속한 몸이고 한지훈의 제안에 응한다면 조직을 배신한다는 것을 의미했다.어쩌면 배신자로 낙인 찍혀 평생 독가시 멤버들에게 쫓겨다닐지도 모른다.독가시는 엄격한 계율에 따라 운영되는 조직이었다. 그가 한지훈의 제안에 응한다면 독가시에서는 그를 상대로 수배령을 내릴 것이고 그렇다면 평생 도망자 신세가 될 수도 있었다.조직의 보스를 떠올리면 화사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예전의 화사였다면 배신은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었다.하지만 현실은 그에게 잔인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한지훈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오늘 당장 죽게될 것이다.하지만 제안을 받아들이자니 독가시 멤버들의 추격이 두려웠다.아무리 봐도 한지훈은 조직에 속한 사람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일까?한지훈은 화사를 빤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 내 밑에서 일하면 넌 사는 것이고 내 제안을 거절한다면 죽게 될 것이야. 너 스스로 선택해.”화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질문 하나만 해도 되나요? 왜 저를 선택하셨나요?”“원인은 아주 간단해.”말을 마친 한지훈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지금 너에게 말해줄 필요는 없지.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 걱정하지 마. 뭘 걱정하는지 나도 알아. 내 밑으로 들어오면 넌 무사할 거야. 독가시? 아마 오늘 밤이 지나면 그들은 용국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 거야.”“사라진다고요?”화사는 충격에 빠진 얼굴로 멍하니 묻다가 이내 바닥에 이마를 대고 큰 절을 올렸다.“주군으로 모시겠습니다. 주군을 위해 모든 위험을 무릅쓰겠습니다!”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이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화사는 그것을 똑똑
전원 전신!배후에 있는 자가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부었을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이 정도의 전력이라면 변방국들을 전복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둘러보았고 그의 주변으로 살기가 넘실대기 시작했다.그들이 이 밤중에 갑자기 길목을 막았다는 건 굳이 묻지 않아도 그들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다.“죽어!”사내 들 중 리더로 보이는 사내 한 명이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일반인이 이런 전신을 마주했다면 굳이 그들이 뭘 하지 않아도 기세만으로 심장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하지만 한지훈은 담배를 입에 물고 그들을 대수롭지 않게 쳐다보며 천천히 연기를 들이마시고는 냉소를 지었다.“그렇다면 상대해 줘야겠네.”말을 마친 한지훈은 곧장 행동에 옮겼다.그의 몸을 중심으로 거대한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손을 들자 수십 개의 표창이 그의 손을 벗어나 예리한 빛을 내며 사내들을 향해 날아갔다.푸흡!순식간에 표창들은 앞에 서 있는 열다섯 명의 심맥과 사지를 관통했고 그들은 거의 동시에 한지훈의 앞에 털썩 하고 무릎을 꿇었다.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하게 한지훈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던 일행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온몸에 피를 뿜으며 천천히 바닥으로 쓰러졌다.한방에 열다섯을 보내버린 것이다.무시무시한 실력 앞에 남은 인원들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한지훈을 노려보았다.그들은 4대가문의 엄격한 선별을 거쳐 선발된 전신강자들이었다.아무리 용수급 전사라고 해도 이 정도의 전력을 가진 자들을 상대하기 어려울 거라는 판단 하에 그들은 이번 습격을 감행하게 되었다.하지만 열다섯 명이나 한방에 날려버리는 한지훈의 모습에 그들은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한발 한발 남은 인원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말해. 누구의 사주를 받고 온 거지? 적염왕? 아니면 원씨 가문?”그의 목소리에는 진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남은 사람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허리춤에서 무기를 꺼내고 한지훈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지훈은 양발로 땅을 차고는 쏜살같이 적을 향해 달려나갔다.쾅!그리고 거대한 타격음과 함께 그는 열 명을 상대로 주먹을 날렸다.주먹은 거대한 힘을 싣고 공기를 가르며 적을 향해 나아갔다. 그가 천산서록에서 터득한 항룡복호권이었다.주먹은 산이라도 가를 기세로 거대한 폭발력을 가지고 날아가다가 적과 한뼘 정도 사이가 있는 곳에 도달했을 때 기류가 갑자기 변했다.쾅!순식간에 열 명은 거대한 충격을 받고 허공에 몸이 붕 뜨며 날아갔다.일부는 바닥에 추락하며 땅에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었고 일부는 근처에 있는 담벽에 부딪히며 담벽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리고 또 일부는 근처에 있는 기둥에 처박혔다.그들은 입에서 대량의 피를 뿜으며 기절했다. 흉부에는 무시무시한 자국이 나 있었으며 늑골도 부러진 상태였다.단 한번의 공격이었지만 열 명이나 되는 전신급 강자들을 순식간에 날려버린 것이다.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맨 처음 그에게 선전포고를 했던 사내에게 다가갔다.사내는 아직 살아 있었는데 입에서 피를 뿜으며 겁에 질린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고 있었다.순식간에 거대한 두려움이 닥쳐오고 사내는 움찔하며 도망칠 준비를 했다.그에게 한지훈은 저승사자와 다름없었다.조금 전 그가 휘두른 주먹은 사내가 평생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거나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이 정도의 파괴력이라면 이미 6성 용수의 실력을 넘어섰을 터!그는 한발 한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한지훈을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너… 6성 용수가 아니었어! 이미 그 경지를 돌파한 거야? 천왕인가?”한지훈은 사내의 앞으로 다가가서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천왕? 아니, 네 예상은 틀렸어. 난 아직 천왕의 경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어. 굳이 내 전력을 경지로 정의하자면 현재는 반보천왕이라고 할 수 있겠군.”반보… 천왕?그 순간 사내는 온몸의 기운이 쫙 빠지면서 눈빛이 절망으로 물들었다.“하! 반보천왕이었다니! 벌써 6성 용수를 돌파하고 반보천왕까지 달성
그 말을 들은 사내는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어깨를 떨었다.말을 마친 한지훈에게서는 감히 직시할 수조차도 없는 강력한 살기가 흘러넘쳤다.그 살기는 그의 동료를 죽일 때보다 더 원초적이고 차가운 것이었다.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자가 어쩌면 사람이 아니라 이미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들었다.자신도 열심히 수련하고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했는데 한지훈의 앞에 서니 한낱 벌레에 불과했다.한지훈은 사내의 눈빛을 뒤로하고 담담히 자리를 떴다.주변에 삭막한 정적이 감돌고 피비린내가 진동했다.스물넷이나 되는 전신이 전부 시체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진 상태였다.사내는 파견된 인원들 중에 유일한 생존자였다.4성천급 전신에 도달했을 때의 그 자부감이 완전히 무너진 순간이었다.강력한 힘 앞에서 그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예전에 그들도 자신들보다 약한 자를 벌레처럼 무시했지만 오늘 직접 벌레가 되어 겪어 보니 그게 얼마나 두렵고 섬뜩한 기분인지 알게 되었다.유일한 생존자는 온몸에 피를 흘리며 힘겹게 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비틀거리며 그곳을 떠나 원씨 가문으로 돌아갔다.거실에서 네 명의 가주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잠시 후, 피범벅이 된 사내가 힘겹게 거실로 들어오더니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원천걸은 음침한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혼자 돌아왔지? 나머지 사람들은?”피범벅이 된 사내가 바로 한지훈이 살려준 그 유일한 생존자였다.사내는 바닥에 쓰러진 채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가주님, 나머지 인원들은… 전부 사망하였습니다.”“뭐라?”그 순간 원천걸은 충격에 빠진 얼굴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남은 세 가주들도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사내를 노려보았다.“어떻게 그럴 수 있지? 무려 전신급 강자가 스물다섯 명이야! 한지훈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중상은 입혔어야지! 어떻게 혼자만 살아서 돌아온 거지? 걔 고작 6성이야!”원천걸의 고함이 거실에 진동했다.사내는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그 질문에 대답했다.“가주
원천걸은 십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겨우 6성을 돌파하고 반보천왕의 경지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그런데 고작 한달 남짓한 시간 안에 나이도 어린 한지훈이 그와 똑 같은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대체 사람은 맞는 것일까?’이게 과연 한씨 가문 핏줄이 가진 천부적 재능이라는 것일까!남은 세 명의 가주들도 심각한 표정으로 원천걸을 바라보며 물었다.“원 가주, 우리가 큰 실수를 저질렀군. 이제부터 일이 좀 귀찮아지겠어.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반보천왕이라니! 한지훈이 경지를 돌파하는 속도가 이렇게나 빠를 줄이야! 만약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언젠가는 분명 천왕이 될 재목이야! 그때가 되면 우리 4대가문을 향한 위협은 더 커지게 되겠지!”“당 가주 말이 맞네. 한지훈은 위협이야. 놈이 완전한 성장을 이루기 전에 빨리 제거해야 해! 용국에 제2의 한용이 탄생하는 것을 지켜만 볼 수는 없어! 한씨 가문은 과거의 이름으로 사라져야 해!”거실 안 분위기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네 가주의 의견은 여느 때보다도 동일했다.현재의 한지훈이 이미 4대가문의 지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한달 사이에 반보천왕의 경지까지 돌파한 그의 속도를 보고 네 가주는 경외심마저 들 정도였다.이런 요괴는 없애는 게 맞다!이게 그들의 생각이었다.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필히 4대가문을 뒤엎는 존재가 될 것이다.원천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면 상의를 해보지. 어떻게 하면 한지훈을 제거할 수 있을까? 현재 전신강자는 놈에게 벌레와도 같은 존재야. 용수급 강자를 대량으로 파견한다면 돌파구가 생길지도! 하지만 우리 4대가문에게 그 정도의 강자는 마지막 히든 카드와도 같아! 섣불리 파견했다가 그들이 죽기라도 한다면 엄청난 손실이야!”“원 가주 말이 맞아. 경거망동은 위험하지! 이미 반보천왕의 경지까지 오른 인물이 아닌가! 일반 용수급의 강자는 이미 놈의 상대가 되지 않아! 5성이나 6성 정도면 몰라도!”거대한 몸집을 가진 당 가주가 음
한편, 한지훈은 4대가문이 연맹을 맺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이틀 뒤.조용하던 한지훈의 핸드폰이 울렸다.용린의 전화였다.“주군, 적염왕의 비밀기지를 수비하고 있는 역량을 파악했습니다. 이제 움직여도 될 것 같아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알겠어.”전화를 끊은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강우연에게 말했다.“나 이틀 정도 외출할 건데 그 기간동안 용운이 당신의 안전을 책임질 거야.”강우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딜 가려고요? 전쟁부에 일이 생겼어요?”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아내의 볼을 쓰다듬었다.“별일 아니야.”“알았어요. 조심해서 다녀와요.”강우연이 말했다.집을 나온 한지훈은 곧장 강중 공항으로 가서 전용 헬기를 타고 두 시간을 날아 용경의 군용 공항에 착륙했다.용린은 신룡전의 부하들과 함께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었다.한지훈을 한눈에 알아본 그들은 즉시 자리에 한쪽 무릎을 꿇고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주군, 오셨습니까!”한지훈은 담담한 얼굴로 부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인사는 됐어.”부하들은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용린은 빠른 걸음으로 한지훈에게 다가가서 말했다.“주군, 칠룡상 근처에 애들을 파견해 두었습니다. 별장 내부에서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요. 적염왕의 부하들은 아직 우리 애들을 발견하지 못했고요.”한지훈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칠룡산으로 가보자고!”“예!”용린은 한지훈과 함께 미리 대기시켰던 차를 타고 공항을 벗어났다.열 대가 넘는 군용트럭이 공항을 나와 고속도로를 타고 산으로 질주하고 있었다.대략 40분 뒤, 그들을 태운 차는 칠룡산 근처에 있는 한 폐공장 근처에서 멈추었다.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이 다가와서 한지훈에게 인사를 올렸다.“주군, 제4소대는 며칠 전부터 이곳에 잠복하여 감시하고 있었는데 수상한 움직임은 없었습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너희는 원래 했던 대로 맡은 일을 계속하고 용린
“엄마, 나 너무 무서워. 나 이대로 죽는 거 아니지? 아빠... 아빠 보고 싶어. 나 진짜 아빠 있는 거 맞지? 나 이렇게 아프면... 아빠가 나 보러 와줄 거지? 흑흑...”눈물범벅인 얼굴의 강우연이 온통 피로 물든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을 꼭 부여잡았다.“그럼. 아빠 분명 오실 거야. 그러니까 우리 고운이 조금만 더 힘내자, 응?”아이를 겨우 달랜 강우연이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5년 동안 단 한 번도 걸지 않았던 그 번호를 눌렀다.“한지훈, 나... 강우연이야. 고운이가... 고운이가... 우리 딸이... 교통사고를 당했어. 우리 고운이... 정말 잘못 되면 어떡하지? 지훈아, 제발... 제발 우리 고운이 보러 와주면 안 돼? 네가 너무 보고 싶대. 내가 이렇게 빌 테니까 제발 돌아와줘. 너 지금 도대체 어디 있는 건데.... 흑흑흑...”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털썩 주저앉은 강우연의 가냘픈 등이 슬픔으로 파르르 떨렸다.한편, 수화기 저편. 봉장대(封將台) 위에 서 있던 한지훈의 손이 살짝 떨렸다.눈앞에 모인 십만 병사들의 얼굴이 순간 흐릿해졌다.오늘은 10년에 한 번씩 거행되는 용국(龍國)의 봉장대전, 단 30만 명의 파용군을 이끌고 8국 연합 100만 대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한지훈을 5대 구역 중 하나인 북양구 장군으로 봉하는 자리이기도 했다.그 어느 때보다도 기뻐야 할 순간이지만 5년 만에 걸려온 전화를 듣는 순간, 한지훈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다급하게 다시 전화를 걸어왔지만 들리는 건 차가운 연결음뿐...‘안 돼...’그리고 영광스러운 순간을 바로 앞둔 그 시각, 한지훈은 수많은 대신들과 장군들이 지켜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태산을 달리고 또 달렸다.그 모습에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봉장대전, 가문의 명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광스럽고 빛나는 자리, 그 자리를 제쳐두고 어딜 가는 걸까? 그것도 저렇게 굳은 표정으로...쿠궁!가파른 산길을 빠르게 내달린 한지훈이 산발치에 세워둔
한편, K대 대학병원.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갑자기 병실에 들이닥치더니 한고운에게 응급처치를 취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전부 내쫓아버렸다.다급한 마음에 강우연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당신들 뭐야! 저 사람들을 왜 내쫓아! 이러다 내 딸 진짜 죽는다고!”또각또각.저승사자의 목소리 같은 남자의 구두굽 소리가 찰나의 정적을 꿰뚫었다.곧이어 보디가드들이 홍해 갈라지 듯 양쪽으로 갈라지고 그 사이로 흰 정장을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분명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입가에 걸린 서늘한 미소가 수상한 남자였다.“강우연, 어떻게? 내가 말한 조건은 좀 생각해 봤어? 이번 사고는 그냥 경고일 뿐이야. 내 말대로 그냥 나랑 몇 번만 만나. 네 딸 지금 바로 구해 줄 거니까.”남자의 말을 듣던 강우연이 고개를 홱 돌렸다.혐오와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던 강우연이 남자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부여잡았다.“김태우! 우리 고운이 사고, 네가 낸 거야? 왜! 왜 그랬어 왜! 차라리 나한테 그러지. 왜 애꿎은 애한테 그러냐고! 우리 고운이 이제 겨우 네 살이란 말이야...”가슴 터져라 소리치던 강우연이 결국 오열하며 작은 주먹으로 남자의 가슴을 내리쳤다.“이게 어디에 손을 대!”짝!거침없이 강우연의 뺨을 날린 김태우가 그녀의 가는 팔목을 꽉 부여잡았다.“강우연, 왜 이래?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내가 그 동안 들인 돈이 얼만데. 튕기는 것도 정도껏이어야지. 딸이 있어서 나한테 관심을 안 주는 건가 싶어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사고 냈어. 커다란 트럭이 저 조그만 애랑 부딪히는데... 어우, 내가 시킨 거지만 좀 잔인하긴 하더라.”“으아아악! 김태우, 이 악마만도 못한 자식! 이 사이코패스, 변태 자식아! 내가 너 경찰에 신고할 거야!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강우연은 있는 힘을 다해 악을 쓰며 김태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돌아오는 건 그의 거센 따귀뿐이었다.그리고 강우연의 머리채를 꽉 부여잡은 김태우가 눈물로 범벅진 얼굴을 흥미롭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