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홀에 앉아있는 원씨 가문 사람들도 모두 3등급 이상이었다!그리고 2등급과 1등급이 바로 원씨 가문의 핵심 인물들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말하자면 황제의 친척에 해당되는 수준이었고, 다섯 장로들은 5등급에 속하지 않았다. 그들은 원씨 가문의 핵심이며, 원씨 가문의 규칙과 등급을 제정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그러니, 원문준이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일어나도록." 세 번째 장로가 침착하게 말하자, 원문준은 재빨리 일어나 맨 끝자리에 앉았다. 옆에 있던 원씨 가문 식구들도 손을 흔들며 웃었다. "문준아, 축하한다! 3등급이 됐으니 앞으로 더 많은 협력을 해야겠구나.""그래, 문준아. 오늘 파티를 열어서 함께 축하하도록 하자.""하하하! 문준이 이제 막 3등급이 되었으니 할 일이 많을 것도 같네, 다음번에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몇 사람의 축하에 원문준도 웃으며 대꾸했다."여러분, 너무 치켜세워주지 마십시오. 여러분도 모두 제가 존경하는 선배들입니다.""하하하......"원씨 가문 식구들도 웃어 보였고, 이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원문준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고, 오랫동안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그를 천대했던 사람들이 이제 자신이 3등급으로 오르자 그들은 지체 없이 호의를 표했다. 아마도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고 현실일지도 모른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 이때, 세 번째 장로가 말을 꺼내자 홀은 금세 조용해졌다."유인혁, 북양 군구 쪽에 움직임은 없는가?"세 번째 장로는 옆에 앉은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물었다.그러자 유인혁은 재빨리 일어나 공손히 대답했다. "예, 장로님. 밀고에 의하면 북양 군구에서 10만 북양 파용군을 파견해 용경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상황으로 볼 때 우리 원씨 가문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미리 준비를 해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말을 듣자, 홀에 있던 원씨 가문 식구들 중 일부는 낯빛이 어두워지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그렇게 한마디로 결론이 났다.아무도 감히 셋째 장로의 말에 반대 의견을 내지 못했다.원씨 가문 일원들 모두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히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셋째 장로님.”“그래. 다들 알아서 준비하도록. 한지훈 그 녀석 북양의 10만 파용군까지 움직였으니 아마 쉽게 물러서지 않을 거야.”셋째 장로의 두 눈이 싸늘하게 빛났다.모두가 해산한 뒤, 거실에는 원씨 가문의 중요인물들과 다섯 명의 장로만 남았다.그들 중에는 장로 후보인 원유림도 있었다.셋째 장로는 눈앞에 있는 다섯 명의 장로 후보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이제 조무래기들은 다 나갔으니 너희들 생각을 듣고 싶구나.”그 말을 들은 5인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그들 중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중년 사내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유림 형님이 먼저 말해보시겠습니까?”다른 세 명도 고개를 끄덕였다.원유림은 그들을 노려보다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능구렁이들 같으니라고!셋째 장로가 말했다.“유림이 네가 말해보거라.”원유림은 공손한 자세로 고개를 숙이고는 입을 열었다.“셋째 장로님 생각에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다만 한지훈을 상대하는 일에 있어서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걱정이라니?”셋째 장로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나머지 후보자들은 그 말을 듣고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원유림이 말했다.“한지훈은 30만 파용군을 통솔하는 북양의 총사령관입니다. 그가 이끄는 부대는 8개국의 백만 대군도 물리친 적이 있지요. 용국 국민들에게 그는 영웅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이런 사람을 만약 우리 원씨 가문이 나서서 감옥으로 보낸다면 아마 백성들의 불만만 거세질 겁니다. 어쩌면 30만 파용대군이 우리 원씨 가문 저택까지 쳐들어올 수도 있고요.”거실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셋째 장로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계속해 보거라.”원유림은 계속해서 말했다.“게다가 한지훈 개인도 6성급 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인이 제압하기는 힘든 인물이라고요. 그가 앙심을 품고 우리
거실에 다섯 장로들만 남게 되자 줄곧 말이 없던 대장로가 창밖을 바라보며 뒷짐을 지고 일어섰다.“국왕 쪽 움직임은?”셋째 장로가 인상을 쓰며 답했다.“천자각 첩보원이 보낸 정보에 따르면 국왕께서는 북양에서 용경으로 통하는 도로를 개방하고 10만 대군을 위해 길을 터주었다고 합니다. 용각의 네 장로들도 잔뜩 반발하며 직접 천자각까지 찾아갔다고 하네요.”그 말을 들은 대장로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국왕께서 이번에는 칼을 빼드실 생각이구나.”그 말을 들은 나머지 장로들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고작 한지훈을 위해 국왕께서 우리 원씨 가문에 칼을 겨눈단 말씀이십니까?”대장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쓴웃음을 지었다.“모르지. 이번 대 국왕은 비록 전대 국왕처럼 횡포한 성격은 아니지만 아주 능구렁이 같은 사람이야. 그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 그러니 우리도 조심, 또 조심해서 움직여야 해. 자칫 잘못했다가는 정말 한지훈 그 녀석 손에 우리 가문이 망할 수도 있어!”“지나친 걱정이십니다. 한지훈 그 꼬맹이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요.”셋째 장로가 웃으며 말했다.“그러길 바라야지.”대장로는 여전히 음침한 표정을 하고 천자각이 있는 방향을 노려보았다.그 시각, 천자각.국왕은 용 선생과 용각의 네 장로들과 치열한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폐하, 대체 무엇을 하시려는 겁니까? 왜 저희들에게도 알려주지 않으십니까?”강만용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는 국왕이 자신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일을 행한데 대해 큰 불만을 품고 있었다.국왕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손님들에게 차를 올리라고 손짓하고는 말했다.“이번 일은 용국의 근간을 지키고 미래의 방향을 결정 짓는 중요한 일이다. 사전에 용각에 통지하지 않은 건 중간에 정보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번에 우리가 상대해야 할 상대는 4대 가문 중 하나인 원씨 가문이니까.”강만용과 용각의 장로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폐하, 대체 뭘 계획하고 계신
잠시 후, 용각의 장로들은 천자각을 떠났다.국왕은 맨 위층 창가에 서서 떠나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용 선생에게 물었다.“용 선생, 이번에 우리가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용 선생은 한참 침묵하다가 답했다.“게임은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 누가 이길지는 두고 봐야죠. 다만 제가 확신할 수 있는 건, 이번에 원씨 가문을 뿌리 뽑지는 못해도 이빨 하나 정도는 충분히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래? 왜 그렇게 확신하지?”고개를 돌린 국왕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용 선생을 바라보며 물었다.용 선생이 웃으며 답했다.“저는 한지훈을 믿으니까요. 그 녀석은 항상 우리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기적을 가져다주었지 않습니까!”그 말에 국왕은 껄껄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역시 용 선생이야.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군.”국왕은 다시 고개를 돌려 용경 전체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한지훈 그 녀석은 참 빨리도 성장했어. 그리고 항상 나에게 기적을 보여주었지. 그 녀석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변수와도 같아. 이번에도 우리에게 기적을 가져다주기를 바라고 있어.”그날 저녁, 한지훈을 태운 헬기가 용경의 한 공항에 착륙했다.헬기에서 내린 그는 곧바로 군용차를 타고 천자각으로 왔다.“폐하, 지금 당장 원씨 가문을 치러 가겠습니다.”천자각에 발을 들인 한지훈이 한 첫마디였다.서재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던 국왕이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승산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있지?”한지훈은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국왕을 똑바로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런 건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원씨 가문을 박살내는 게 제 목표입니다.”국왕은 고개를 들고 눈앞의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뒷수습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양이군.”“이 일로 인해 벌어지는 모든 결과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오늘 이곳에 온 건 폐하께 원씨 가문을 처결할 결심을 고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폐하께서 저를 막으려 하신다면 지금 당장 저를 잡아서 가두세요.”한지훈이 싸늘한
그 말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이들이 바로 전설로만 전해지던 호용 기병단이었던 것이다.용국의 가장 신비롭고 무시무시한 부대가 바로 이들이었다.3천 호용 기병단 정예는 과거 전쟁 시기 10개 국을 멸망시키고 20만이 넘는 적군의 목을 베었다고 전해진다.잠시 후, 한지훈은 용 선생의 안내를 받아 지하창고 입구에 도착했다.자하 창고 양측에는 총 열여섯 명의 호용 기병단 대원들이 지키고 있었다.아무리 한지훈이라고 해도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과 살기에 경외심이 일 정도였다.그는 열쇠를 꺼내 무거운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가장 눈에 띈 것은 중앙에 있는 제단이었다.높은 제단 위에 찬란한 빛을 뿜는 검 한 자루가 꽂혀 있었다.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용검이라고 부르는 이 검은 기이한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검날에는 아홉 마리의 용이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듯한 모습이 새겨져 있었는데 보고만 있어도 위압감이 느껴졌다.한지훈은 그냥 가까이서 검을 보고만 있는데도 날카로운 검이 자신의 몸을 관통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지하 창고의 모든 것은 이 검을 위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으나 어쩐지 검기는 지하창고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세 번 예를 올리고 용검을 취하세요.”옆에 있던 용 선생이 말했다.한지훈은 그가 말한 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세 번 절한 뒤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검자루를 잡았다.검을 빼서 손에 쥔 순간, 한지훈은 귓가에 아홉 용이 울부짖는 것 같은 이명이 들렸다.그와 동시에 거대한 검기가 지하창고를 벗어나 천자각 전체를 중심으로 회오리바람을 만들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천자각 상공에서 먹구름이 가득 몰려들더니 무시무시한 소용돌이를 형성했다.거리의 백성들은 급기야 핸드폰을 들고 이 장관을 촬영했다.순식간에 시작된 천지이변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일부 무속인들이 나와서 각자 해석을 내놓으며 떠들어대기 시작했고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너무 당황하지 마세요! 하늘
그날 저녁.용경의 북부에서 대기하고 있던 10만 파용군이 지시를 받고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들은 검은 깃발을 휘날리며 호호탕탕하게 전진했다.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검은색 파도를 보는 것 같은 장관이었다.하늘을 찌르는 살기에 아무도 그들의 가까이에 접근하지 못했다.중무장한 파용군은 실탄을 장전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그 시각, 한 사람이 계단을 밟고 성문 꼭대기로 올라갔다.금용 전포를 입은 한지훈은 어깨에 6성 훈장을 달고 위풍당당하게 자신의 군대와 마주했다.그는 근엄한 표정으로 10만 군사를 내려다보며 온몸으로 살기와 위엄을 내뿜었다.그의 뒤에는 중무장한 그의 근위대와 용린을 비롯한 4대 용존이 자리했다.그들이 내뿜는 기세는 용경을 뒤흔들 것처럼 진동하고 있었다.“북양!”“북양!”“북양!”순식간에 10만 파용군의 우렁찬 구호가 하늘을 찢었다.마치 야수가 포효하는 듯한 그 소리는 근방 100km 넘는 지점까지 울려퍼지며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만약 전장에서 그들을 적으로 만났다면 적군마저 기가 눌려 도망갈 판이었다.10만 대군은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마지막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들을 마주한 한지훈은 검은색 검집 안에 감추었던 금빛의 용검을 빼들고 높이 치켜들며 소리쳤다.“전군! 지금 원씨 저택으로 출발한다! 반드시 그들을 멸하고 돌아올 것이다!”“명을 받들겠습니다!”“명을 받들겠습니다!”“명을 받들겠습니다!”10만 대군은 모두가 입을 모아 포효하듯 함성을 지르며 곧장 천용산이 있는 방향으로 진군하기 시작했다.절제된 발걸음 소리가 천지간에 울려퍼지며 사람들의 피를 들끓게 했다.단 한 사람을 위해 움직이는 그들의 위세와 살기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한지훈은 싸늘한 표정으로 진군하는 군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8대 용장은 명을 들으라!”“예, 사령관님!”8대 용장이 한지훈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너희는 대군을 따라 천용산에 잠복한다. 원가 놈들이 이상한 움직임을 보일 시, 즉시 척살
그 시각, 원가네 저택에서는 긴급 회의가 소집되었다.5대 장로는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가문의 일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대기하고 있던 한 원가의 일원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말했다.“조금 전 입수한 소식에 따르면 한지훈의 10만 파용군이 이미 천용산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살기가 하늘을 찌른다고 하던데 이번에 한지훈이 크게 마음을 먹었나 봐요.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그 말을 들은 원가의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누군가는 가소롭다는 듯이 대놓고 비웃음을 날렸다.“북양왕? 꼬맹이 주제에 파용군을 통솔하면 누가 두려워할 줄 알고? 설마 놈이 정말 우리 천용산까지 쳐들어 오겠어?”“한지훈은 그저 망한 가문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멍청이일 뿐입니다. 과거 한씨 가문도 결국 우리 4대 가문이 연합하여 보내버렸잖습니까? 한지훈 혼자 무슨 큰일을 하겠어요?”“북양에 10만 군사가 있으면 우리도 8만 원가군이 있어요. 놈이 오면 그놈의 불패 신화를 오늘 깨부숴 버리자고요.”물론 걱정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장로님! 섣불리 판단하시기엔 이릅니다. 한지훈은 이번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것 같습니다.”“상대는 10만 파용군이에요. 그 유명한 파용군이라고요. 물론 우리도 8만 친위군이 있지만 전장을 구른 군사와 대적할 바는 못 되지 않겠습니까!”“장로님, 잘 고민해 보세요. 국왕도 한지훈을 막지 않고 의도적으로 용경에 입성하게 하지 않았습니까! 국왕의 계략에 속으면 안 됩니다!”5대 장로는 인상을 찡그리고 떠드는 인원들을 노려보았다.쾅!결국 참다못한 셋째 장로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치며 호통쳤다.“그만! 난 이미 결정한 거 절대 번복하지 않아! 각자 자기 일만 잘하면 돼! 한지훈 그놈은 오늘 필시 천용산에서 죽게 될 거야!”“당장 8만 원가군에게 연락해서 전군 천용산을 호위하라고 지시해!”“북양군이 물러가기 전에 절대 후퇴란 없어!”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입을 다물었다.조금 전 첩보를 가져온 사내가 지
“계속 주시하다가 보고해!”셋째 장로가 싸늘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이미 그의 속도 뒤집어진 상태였다.대체 이게 무슨 속도란 말인가!이어진 시간에 5분에 한번씩 병사가 뛰어들어왔다.소식을 전달 받을 때마다 원씨 일가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다.“북양 파용군이 10km 지점까지 도착했습니다.”“5km 지점까지….”“3km….”“보고드립니다! 북양 파용군은 천용산 1km 떨어진 지점에서 멈추고 대기하고 있습니다.”천용산과 1km 떨어진 지점에서 주둔했다는 소식에 셋째 장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 정보 정확한 거야?”병사가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틀림없습니다, 장로님! 북양 파용군은 천용산과 1km 떨어진 지점에서 갑자기 행군을 멈추고 현재 대기하고 있습니다.”“알았으니까 나가봐!”병사를 내보낸 뒤, 셋째 장로는 불안한 듯, 거실을 왔다갔다하며 북양군의 의도를 파악하려 애썼다.“왜 하필이면 1km 지점에서 멈추었을까?”이때, 줄곧 말이 없던 원유림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장로님, 제가 보기에 이는 한지훈과 북양군이 우리한테 시위하는 겁니다. 전쟁을 치르지 않고 우리를 굴복시키려는 거죠.”그 말을 들은 셋째 장로는 인상을 확 찌푸리며 상석에 앉은 대장로를 바라보았다.“대장로께서는 어찌 보십니까? 지금 바로 저들을 칠까요?”대장로는 먼 곳을 바라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만약 북양군이 거기서 더 움직이지 않는다면 원가군도 섣불리 움직일 필요는 없어. 아직은 상황을 지켜보자고.”“왜 그래야 합니까?”셋째 장로의 물음에 대장로가 웃으며 답했다.“한지훈을 기다려야지. 곧 도착할 거야.”그 말을 들은 셋째 장로는 고개를 홱 돌리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대리석으로 된 긴 복도를 지나면 산 아래로 향하는 999개의 돌계단이 있었다.원가의 저택까지 오려면 꼭 거쳐야 하는 길이었다.그 시각, 산기슭.한지훈과 4대용존의 주변에는 이미 죽은 원가 친위대와 킬러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전포를 두르고
단해룡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수십 명의 천왕계 고수들이 일제히 검을 뽑았다.단해룡을 중심으로 한 무리는 더 이상 강우연과 말다툼을 벌이지 않았고, 행동으로 강우연에게 한씨 가문이 반드시 멸할 것이라고 알렸다! “너희들…… 정말 내 스승님이 돌아오시는 게 두렵지 않다는 말이냐?!”천검종의 한 제자가 급히 앞으로 나서서 강우연을 가로막으며 창백한 얼굴로 외쳤다.도청전인은 이제 단해룡과 무리를 견제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단해룡 일당에게 있어 초천서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도청전인은 대화조차 나눌 자격이 없는 존재였다.“네가 말하는 게 도청전인이냐?! 그가 내 앞에 선다 해도, 감히 나를 반하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냐?!”단해룡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말과 함께, 단해룡의 몸이 번개처럼 움직이며 순식간에 강우연을 향해 돌진했다.“멈춰라!”단해룡이 강우연으로부터 다섯 걸음도 채 떨어지지 않았을 때, 무리 뒤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사람들은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고, 그곳에는 도포를 두른 한 노인이 있었다.백발이 바람에 휘날리며, 선인과 같은 풍모를 자아내며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였다.“도청전인?!”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놀라서 소리쳤다.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도청전인이 강우연을 위해 직접 나설 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하지만 문제는, 과연 단 한 명의 도청전인이 단해룡을 포함한 수십 명의 고수들을 상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모두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였고, 도청전인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혼자서 이 모든 적을 상대할 수는 없을 터였다.“도청전인, 나는 불필요한 살생을 원치 않는다. 천검종과 한씨 가문은 본래 아무런 연관도 없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강우연과 초천서의 자식들을 위해 이 많은 무림인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냐?”단해룡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도청전인은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빠르게 강우연에게 다가갔다. 그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예를 갖춘 채 말했다.“노비가 늦게
그때가 되면 누가 국왕의 자리에 오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단해룡은 이렇게 거리낌 없이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단해룡! 감히 국왕 폐하를 무시하다니, 네 놈은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이순풍이 분노를 터뜨리며 손을 들어 단해룡의 가슴을 향해 공격했고, 사성 천왕계의 강대한 힘으로 주변 공기가 요동치며 거대한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 그 기세는 단해룡을 단숨에 제압할 듯했지만, 이순풍의 손바닥이 단해룡에게 닿기 불과 세 치 거리에서 단해룡이 주먹을 내질렀다! 그 주먹에는 강력한 진법의 위력이 담겨 있었다.이순풍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그가 채 손을 떼기도 전에, 단해룡의 주먹이 이미 그의 가슴에 명중했다!“푸욱!”이순풍은 즉시 피를 토하며 공중으로 튕겨 나갔고, 그의 몸은 무려 7~8미터가 날아가 거대한 고목을 들이받고서야 땅에 나뒹굴었다.“이 장로님!”대장로는 재빨리 앞으로 달려가 쓰러진 이순풍을 부축했다.“이 장로님, 괜찮으십니까? 상처가 깊습니까?”이순풍은 이미 숨이 가빠져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는 힘겹게 손가락을 들어 단해룡을 가리켰지만 단 한 마디도 내뱉을 수 없었다.“흥! 난 이미 경고했다. 당신 따위는 감히 나와 싸울 자격조차 없다고!”그는 거만하게 고개를 젖히고 큰소리로 웃었다.“단해룡! 감히 종묘의 장로를 해치다니, 그 대가가 얼마나 클지 알고나 있느냐!”대장로는 이를 악물며 쏘아붙였다. 그러나 단해룡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흥, 아직도 이해를 못 한 것 같군. 그 계약이 폐기되는 순간, 세상은 완전히 뒤바뀔 것이다!”“그때가 되면 무력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가 올 텐데, 너희 같은 종묘나 무종 장로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그리고 한 가지 확실히 말해주지, 그날은 멀지 않았다!”이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정신이 번쩍 들었다.무종과 명산들은 그동안 산속에 틀어박혀 세속과 단절된 삶을 살아야 했었기에, 그들에게 있어서 이 말은 마치 구원의 빛과도 같았다.
용국을 배반한다니?!이순풍의 흰 눈썹이 살짝 꿈틀거리더니, 차가운 시선으로 단해룡을 바라보았다.“용국을 배반한다고? 단 맹주, 자네 간이 참으로 크구려!”말이 끝나자마자, 이순풍은 사성 천왕계 강자의 기운을 뿜어내며 단해룡을 응시했다.무종의 대장로 또한 손에 든 지팡이를 힘껏 쥐며, 차디찬 눈빛으로 단해룡을 주시했다.'배반'이라는 단어는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대역죄다.단해룡이 어떤 신분이든, 이 말을 내뱉는 순간 곧바로 역적이 되는 것이며, 역적이라면 누구든 죽여 마땅했다!“흥! 겨우 사성 천왕계 따위가 감히 내 앞에서 거들먹거리는 거요?!”단해룡은 이순풍을 전혀 눈에 두지 않았다.종묘 장로가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어도, 그들의 권위는 단해룡 같은 무종 강자 앞에서는 무의미했다.무종에서 통하는 것은 오직 주먹뿐이며, 힘이 곧 정의였다! “쾅!”단해룡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거센 돌풍이 평지를 휩쓸었다.이때 하늘엔 먹구름이 몰려들며 대낮의 태양마저 어둠 속에 가려졌다.곧이어 하늘에서 천둥이 울려 퍼지더니, 맑았던 하늘에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비록 아직 싸움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미 승부는 갈린 것이나 다름없었다.두 사람은 비록 서로 손을 대지 않았지만, 이미 우열을 가리기에는 충분했다. 단해룡이 아무렇지도 않게 진법을 펼쳐, 기후마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이순풍과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 드러나는 것이었다!“이 씨 어르신, 어찌 생각하오?”단해룡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얼굴이 굳어진 이순풍을 보고 비웃듯 말했다.“자네는 아직도 내가 예전과 같은 경지일 거라 생각한 거요?”“지난 수십 년간, 나는 단 하루도 단련을 멈춘 적이 없소. 비록 옛날에 내가 자네에게 한 수 밀렸던 적이 있긴 했지. 하지만 지금 자네는 나와 싸울 자격조차 없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오!”쿠궁!단해룡의 이 말은 그야말로 극도로 거만했다!종묘 장로조차 자신과 싸울 자격이 없다는 듯이 내뱉다니!이순풍의 호흡이 한층 거칠어졌다.강우
한지훈의 아이들도 반드시 죽어야 한다!이곳에 모인 자들은 애초부터 강우연과 말로 해결할 생각이 없었고, 그들의 신분만으로도 강우연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바로 그때, 검은색 SUV 한 대가 달려와 한지훈의 저택 정문 앞에서 멈춰 섰다.문이 열리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차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는 바로 무종의 대장로였다! “이 많은 인원이 모여서 고아와 과부를 괴롭히려 하다니, 너무한 것 아닌가? 더구나 한지훈의 시신이 아직도 식지도 않았거늘, 국왕 폐하의 조명이 내려진 상태에서 국부인인 강우연을 감히 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대장로는 지팡이를 짚고 서서 묵직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동시에, 반대편 차 문이 열리며 종묘의 한 장로도 차에서 나와 단해룡 무리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무종이든 무맹이든, 국가의 법도를 따를 줄 알아야 할 것이다!”“혹시, 자네들은 천성종의 사례를 잊은 것이냐? 설마 국왕 폐하께서 다시 한번 천성종의 비극을 자네들에게도 반복하게 만들지 않을 거라 믿는 게야?!”종묘 장로가 뒷짐을 진 채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응시했다. 천선종은 30년 전에 국가의 대군에 의해 멸망한 무종의 종문이었다. 그 당시 천성종의 한 제자가 사소한 자존심 싸움 끝에 한 도위소병을 살해했고, 무종 제자의 신분인 그는 조정이 이 일을 그냥 넘길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뜻밖에도 국왕은 즉시 명을 내려 두 개의 야전 군단을 출동시켜 천성종을 포위했고, 살인자를 넘기지 않으면, 천성종을 평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당시 천성종의 문주는 무종의 고위층 및 무맹 맹주와 친분이 있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조정의 행동이 그저 경고일 뿐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다음날, 두 전투 군단은 만 개 이상의 포를 동시에 쏘아 올리며 심지어 공군까지 동원했다. 무종의 제자들이 강하다고 한들, 이런 급이 다른 공격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당시 국왕은 작전부에 포탄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부인, 큰일 났습니다! 문밖에 수십 명의 고수가 몰려왔습니다. 게다가 천검종 제자들 중 상당수가 중상을 입었고, 상대측에서 십 분 안에 나오지 않으면 강제로 쳐들어오겠다고 선언했습니다!”한 천검종 제자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강우연 앞으로 달려와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뭐라고?!강우연은 최근 며칠 동안 벌어진 일들이 분명 배후에서 조종하는 자가 있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무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한지훈이 사라지고 도청전인마저 행방이 묘연한 상황에서, 강우연의 현재 실력으로는 이 많은 고수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하지만, 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강우연은 설령 싸워서 이길 수 없더라도 정면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물러나 있어라. 내가 직접 나가 보겠다!”강우연은 단호히 말한 뒤, 간단히 몸을 정리하고 검복으로 갈아입은 뒤 저택을 나섰다. “여러분, 제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토록 몰려와 죄를 묻는 것이죠?”단해룡 등 무리를 마주해도 그녀는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네 따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릴 자격이 있단 말이냐? 사실대로 말해 주지. 오늘 우리가 온 이유는 단 하나! 바로 한지훈이 남긴 빚을 갚으러 온 것이다!”단해룡이 뒷짐을 진 채 험상궂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원상호도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한지훈이 우리 원씨 가문 사람들을 그렇게 많이 죽였는데, 어쨌든 우리에게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해명?!강우연은 이를 악물고 싸늘하게 말했다. “어떤 해명을 말하는 거지?”“흥! 한지훈이 저지른 죄악을 말하자면 끝이 없지. 하지만 우리 원씨 가문은 원래 도리를 중시하는 집안이다. 한지훈이 우리 원씨 가문의 두 어르신을 죽였으니, 그 대가는 당연히 치러야겠지!”“목숨은 목숨으로 되갚는 것이야말로 가장 공정한 처사다! 그렇지 않습니까?”원상호가 말하며 뒤쪽에 서 있는 무리들을 돌아보았다.“옳소! 살인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는 법!”“그래! 한 목
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도청전인?”국왕은 지금까지 도청전인을 만나본 적이 없었고, 그가 누구인지도 몰랐다.하지만 한지훈이 추천한 인물이라면 믿을 만했다.“그럼 짐이 그에게 관직을 하사하여, 나라를 위해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겠는가?”국왕이 신중하게 묻자, 한지훈은 손을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용국이 위기에 처하면 그가 스스로 나설 것입니다. 그는 무종 사람으로 자유로운 삶에 익숙합니다. 오히려 관직을 주면 그에게 부담이 될 것입니다.”“제가 그를 국왕께 추천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부터 저는 공개적인 장소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오륙으로 떠나기 전까지, 적어도 제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아야 합니다.”국왕은 이 말을 듣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한지훈, 그대는 진정 나라의 기둥이로구나! 가장 먼저 찾은 것이 아내와 자식이 아니라 짐이라니! 짐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겠구나!”위기가 해소되자 국왕의 표정도 한층 부드러워졌고,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오직 국왕 폐하의 근심을 덜기 위해 이곳에 온 겁니다. 이제 할 말을 다 했으니, 저는 물러나겠습니다.”한지훈이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국왕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물었다.“한지훈, 이번 곤륜에서의 경험이 상당했을 텐데... 지금의 그대는 어느 경지인가?”잠시 침묵이 흘렀다.“천신입니다!”짧고 날카로운 대답이 밤하늘을 가르며 울려 퍼졌고, 순식간에 한지훈의 모습이 사라졌다.“천신...?!”국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지훈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그의 마음은 한동안 진정되지 않았다.“국왕 폐하, 방금 누군가 다녀갔습니까?”진우가 문을 밀고 꼭대기 층 테라스로 들어오며 말했고,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주변을 살폈다.“그래, 한지훈이었다!”국왕이 담담히 대답했다.“한지훈이라고 하셨습니까?!”진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귀신이나 환영 같은 걸 믿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한지훈은 이미…“쓸데없이 놀라
이 시각, 강중에서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도는 것과 달리, 용경은 한층 더 고요했다.용각에서 국왕은 홀로 천자각 꼭대기에서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지금 한지훈이 부재한 상황에서, 용국은 반드시 그를 대신할 인물을 찾아야만 했다!그러나 유청은 그 기준에 명백히 미치지 못했다.적어도, 실력이나 경지에 있어서 유청은 열국을 위압할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바로 그때, 한 사람의 그림자가 불쑥 내려앉았다!“누구냐!”국왕은 즉시 돌아서며 크게 외쳤고, 동시에 허리에 손을 뻗어 검을 뽑으려 했다.“국왕 폐하, 저입니다.”스윽—!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국왕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한... 한지훈?!그 이름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 국왕은 등줄기를 타고 한기가 훑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너... 너는 사람이냐, 귀신이냐?”국왕은 말을 하며 몇 걸음이나 물러섰고, 정신을 가다듬어 자세히 보니 과연 한지훈이었다!다만, 지금의 한지훈은 이전과는 어딘가 달라 보였고, 그의 분위기 역시 확연히 변화한 듯했다.예전의 한지훈에게서는 절대적인 위엄이 느껴졌다면, 지금의 한지훈은 더욱 깊고 심오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국왕 폐하, 이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하산한 뒤에서야 국상을 알았지만, 다행히 운 좋게도 죽지 않았습니다!”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죽지 않았다니?!”국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눈가에는 감격의 눈물이 맺혔다.“한지훈! 네 녀석... 나를 기절초풍하게 만들 뻔했구나! 네가 정말 죽었다면, 용국은 도대체 어떻게 되었겠느냐!”국왕은 말하며 성큼 다가와 한지훈의 옷깃을 움켜쥐고는 세차게 흔들었다.“하지만, 예 씨 부부는 저로 인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가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두 부부 덕분입니다! 그 부부가 목숨을 걸고 저를 지켜주지 않았다면, 지금 이 수정층 아래에 누워 있는 것은 바로 저였을 것입니다!”한지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래… 예 씨 어르신
황약사가 말을 마치자, 옷자락을 휘날리며 앞마당을 나섰다.일반인들은 황약사가 의술이 뛰어나고 그 실력이 아무도 따라올 수 없다고만 알고 있었다.하지만 극히 일부만이, 황약사가 진정한 천왕계 강자이며 무적천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실력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설령 단해룡이 직접 나선다고 해도, 황약사의 손에서 쉽게 이득을 보지 못할 터였다.황약사의 예상대로, 한지훈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씨 가문이든 단해룡이든 가슴 한편에 약간의 설렘이 부풀어 올랐다. 한지훈이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아내와 자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장씨 가문의 사람들이 괜히 희생된 것도 아니고, 단해룡이 공개적으로 모욕당한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었다.예충기가 살아 있다면 감히 나서지 못했겠지만, 그마저도 곤륜산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젠 아무런 거리낌도 없었다!노 씨 어르신 무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각 문파와 접촉했고, 화산과 항산 역시 이에 호응하며 손을 잡았다. 이제 강우연이 강중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바로 그녀를 찾아가 책임을 묻겠다는 움직임이 퍼졌다!겉보기엔 용국이 평온해 보였지만, 물밑에서는 거센 격류가 휘몰아치고 있었다.사대 가문 중에서도 특히 동방 가문과 원씨 가문이 한지훈과 가장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기에, 이제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가주님, 듣기로는 노 씨 어르신과 무맹이 이미 열 개가 넘는 문파를 규합하여 한씨 가문을 찾아가 응징할 준비를 마쳤다고 합니다. 저희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원상용은 차분한 시선으로 보고한 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말하지 않아도, 우리 원씨 가문의 원한이 그냥 묻힐 수는 없지!”“한지훈, 네가 살아 있을 때 우리 원씨 가문 사람들의 목숨을 수없이 앗아갔다. 이제 네가 죽었으니, 우리가 잔인하다고 탓하지는 말아라!”원상용은 말을 마친 뒤 보고를 한 사람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꺼냈다. “원상호, 네가 원씨 가문을 대표하여 강중으로 가 강우연에게 책임을 물
이때, 약왕파에서 생방송을 지켜보던 장로들이 하나같이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비록 약왕파와 한지훈 사이에는 오래된 원한이 있었으나, 한지훈의 삶은 의롭고 당당하여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하아! 북양왕의 생애가 너무나도 짧았구나. 만약 그에게 10년만 더 주어졌다면, 이처럼 시신조차 찾을 수 없는 최후를 맞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군.”“수만 도에 달하는 고온 속에서라면, 누구라도 수증기로 변해 사라졌을 것이야. 하지만 제릉산에 의관총이라도 마련된 것이 그나마 영광이라 해야겠지.”장로들은 저마다 의견을 나누었다. 그러나 오직 오 장로만은 깊은 눈빛으로 화면을 응시하며 나지막이 말했다.“내 생각엔 며칠 안 가서 무종의 사람들이 우리 문파를 찾아올 거요. 우리 약왕파는 이미 한지훈과 엮여 있었으니, 지금이라도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소?”그의 말에 주변 장로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쏠렸다.“오 장로, 자네가 한지훈에게 당한 게 있다 해도, 그의 시신이 아직 식지도 않은 시점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소!”대장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비록 무종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해도, 최소한의 체면은 지켜야 했다.한지훈이 막 숨을 거둔 상황에서 즉각 손절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건 문파의 명예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터였다.“제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약왕파 전체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단해룡이나 원씨 가문, 동방 가문 같은 세력은 논외로 치더라도, 장씨 가문, 천산, 화산, 항산의 인물들이 한지훈을 가만히 두겠습니까?”“그들 중 어느 누구도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자들입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한지훈을 건드리지 못했던 것은 오직 그가 살아 있었기 때문이며, 더군다나 예충기까지 함께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제가 들은 바에 따르면, 예충기 부부마저도 이번 사태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합니다!”“그리고, 헬기를 통해 촬영된 그들의 시신 사진도 이미 공개되었습니다!”뭐라고?!앉아 있던 장로들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