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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4장

연아처럼 자존심이 강한 여자에게는 그 일은 당연히 큰 상처로 남았다.

도윤은 이 일은 자신의 잘못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었다.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는 그들이 부탁한 포도주 두 병을 가지러 나왔다.

놀랍게도, 그 둘이 술을 마시고 와인에 취하기 시작하자, 현희는 도윤에게 그들의 짐가방을 싸는 것을 도와 달라고 했다.

그가 마치 개인적으로 그들의 일을 해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행히도, 연아는 잡생각들을 하느라 그에게 시선을 두지 않았다.

그 둘의 짐을 다 쌌을 때쯤, 포도주 두 병은 비어져 있었다.

연아는 이때 분명 술에 취해 있었지만, 계속 와인을 더 마시자고 고집했다. 도윤은 그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도윤이 마침내 떠날 준비가 되자, 연아는 몸을 움츠리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녀는 분명 술을 너무 빨리, 그리고 많이 마신 듯했다. 현희도 두 번째 병을 비울 때쯤 이미 잠을 자러 들어갔고 이제 의식 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마시자! 더 마시고 싶어!” 연아가 흐느끼며 말했다.

도윤은 빨리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그런 연아의 모습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로 다가가면서 그가 도움을 주는 것은 죄책감 때문이지 애정이 아니라고 스스로 되뇌었다.

“어쨌든, 연아가 나만 아니었어도 인생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지도 몰라…”

팔로 그녀를 벌쩍 들어올리며, 도윤이 말했다. “그래, 이만하면 오늘 많이 마셨어… 내일도 할 일이 있잖아. 그니까 빨리 들어가서 쉬어!”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막 이불을 덮어주려고 할 때 연아가 갑자기 도윤이의 손목을 잡았다.

“이..도윤…? 정말 너야…?” 연아가 흐릿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사람 잘못 보셨어요!” 도윤은 황급히 연아의 손을 잡아 떼며 말했다.

“너, 결국 나를 보러 와 줬구나…! 너한테 할 말이 많아… 아직 가지 마! 제 말, 내 말 좀 들어줘!” 연아가 술 취한 사람 치고는 놀랍게도 꽉 움켜쥔 채로 말을 이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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