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장한 남자가 허겁지겁 등록처로 달려와 엄진우를 거칠게 밀쳤다.방심한 엄진우는 휘청거렸고 그 남자는 신분증을 탁자에 던지며 말했다.“빨리 등록해!”직원들이 불만이 있었지만 그들은 일반인이었기에 강한 수련자들에게 반항하지 못했다.그때 엄진우가 차갑게 말했다.“너희 어머니가 선착순이라는 걸 안 가르쳐주셨나?”그 남자는 잠시 멈칫하며 엄진우의 반응에 놀랐다.그는 고개를 돌려 엄진우를 노려보며 마치 분노한 사자처럼 보였다.“주먹이 크면 이치가 통한다는 것밖에 몰라. 왜, 불만 있어?”“나를 밀치고 새치기를 했는데, 불만이 없을 리가 있겠어?”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불만이 있으면 참고 있어! 안 그러면 뇌 맛을 보게 될 거야.”그 남자는 거대한 주먹을 쳐들며 위협했다.“무슨 짓이야! 링 위 밖에서 싸움은 금지야. 싸우려거든 당장 나가.”이때 한 관리자가 나타나 단호하게 경고했다.그는 강력한 기운을 발산하였고 상당한 수련을 쌓은 자임이 분명했다.“운이 좋은 줄 알아. 오늘은 살려줄게. 하지만 링 위에서 나를 만나지 않기를 기도해.”그 남자는 엄진우를 가리키며 비웃은 후 신분증을 챙기고 회장으로 들어갔다.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등록 정보를 작성하였다.그는 오히려 그가 자기와 맞붙기를 바랐다.회장 안에는 무도 대회에 참가하는 수련자들이 수천 명이 모였다.“덩! 덩! 덩!”종소리가 울리자 혼잡하던 회장이 조용해졌다.“여러분, 안녕하세요.”한 아름다운 여성이 링 위에 올라섰다.회장 안의 모든 남자는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으며 엄진우도 예외는 아니었다.그가 주목한 이유는 바로 그 여성이 어젯밤 분신을 파괴당한 카와시마 요시코였기 때문이다. 카와시마 요시코도 엄진우를 잠시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리며 미소 지었다.“이제 본 대회의 규칙을 발표하겠습니다...”점차 회장 안에 소란스러운 소음이 퍼지기 시작했다.이번 무도대회의 규칙은 이전과 큰 변화가 있었다.예전의 첫 라운드 토너먼트가 이번에는 혼전으로 변경된 것이다.이
엄진우는 7조에 배정되었다.그가 7조가 있는 구역에 도착했을 때 다른 참가자들은 이미 모여 있었다.7조의 참가자 중 몇몇은 다른 수련자들의 환대를 받으며 눈에 띄게 두드러진 존재였다.분명 이들은 이 조의 시드 선수들이다.혼전이기 때문에 선수들은 생명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이 시드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 아마도 그들이 자신들에게 손 봐줄 거라 생각하고 있다.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그 시드 선수 중에는 문 앞에서 그를 밀쳤던 그 남자도 있었다.그 남자는 엄진우를 보자 기뻐하며 흉악한 웃음을 지었다.그는 앞에 있는 선수를 거칠게 밀치고 엄진우에게로 다가갔다.“이 자식, 결국 내 손에 걸렸군!”그 남자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날뛰어온 터라 감히 그에게 반항하는 자는 없었다. 엄진우가 말대꾸할 때 이미 사형선고가 내려진 셈이었다.“형님, 이 마른 원숭이와 모순이라도 있습니까? 이런 것에 형님이 직접 나설 필요는 없어요! 링 위에 올라가면 제가 죽여드릴게요.”이때 한 참가자가 나와서 그 남자에게 아첨하며 웃었다.“그래! 이런 것에 내가 나서기에는 창피하니까 그냥 너에게 맡길게. 저 자식을 죽이면 링에서 살아 돌아오게 도와주마.”마연우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약속했다.“형님, 이 자식이 형님과 갈등이 있다면 저와도 원수입니다 그러니 저도 꼭 한몫하게 해주세요. 이 자식을 산산조각 내고 싶어요.””맞아요. 형님, 저도 지금 준비하고 있습니다.”주변의 다른 참가자들이 저마다 외쳤고 마연우에게 잘 보이려 했다.“알았어, 알았어! 이렇게 하자. 이 자식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떼어내면 너희들은 살아남을 수 있어.”마연우는 웃으며 오만하게 말했다.다른 시드 선수들은 다소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보아하니 마연우가 이조에서 가장 강력한 듯했다. 오만한데 다 이유가 있었다.“지금 첫 번째 조의 선수들은 링 위로 올라가세요.”그 소리가 울려 퍼지자 첫 번째 조의 100명의
6조의 싸움이 끝난 후, 링에서 살아남아 나간 사람은 겨우 열 명뿐이었다. 그중 두 명은 팔이 잘렸고, 두 명은 단전이 파괴된 상태였다. 600명의 수련자인데! 그들은 현대에서도 고수나 무도 종사자라고 불릴 수 있는 수련자들이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 600명의 수련자의 힘은 6만 군대의 역할을 초월할 것이다!그러나 그들은 단지 몇 그루의 천재지보를 위해 서로를 잔인하게 죽였다.“7조, 링 위로 올라오세요.” 카와시마 요시코는 엄진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웃었다. 엄진우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링으로 걸어갔다. 그의 안색은 매우 어두웠다. 엄진우와 마연우사이의 갈등은 이때 이미 전체 회장에 퍼져 있었다. 나머지 선수들도 모두 이를 알고 있었다. 현재, 사람들은 엄진우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저 사람이 마연우에게 대든 자인가?” “용기는 대단하지만 지나치게 아둔하군!” “그러게. 기운 파장이 약한 걸 보니 실력도 별로인 것 같아. 마연우를 말할 것도 없고, 링에 올라가는 저 사람 중 아무라도 저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거야.” “젊은 나이에 왜 스스로 죽음을 찾는 거지?” “풋내기 젊은이가 어떻게 알았겠어. 자기의 한 번의 무모함으로 생명을 잃을 줄은.” 어떤 이는 안타까워하고, 어떤 이는 경멸하며, 또 어떤 이는 불행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7조 혼전, 정식으로 시작합니다!” 말이 떨어지자, 링에 오른 마연우는 멍해졌다. 링 위에 왜 저 자식밖에 없어!“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다른 사람들은 어디 갔어?” 그는 눈을 크게 뜨고 아래에 있는 심판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심판은 듣지 못하는 듯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내가 만든 환상의 세계에 있으니까.” 이때 엄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무슨 소리야?” 마연우는 잠시 멈칫하며 엄진우를 바라보았다. “너희가 방금 보았던 앞의 6조 선수들이 싸우는 장면은 사실 모두 환상이야. 앞의 6조 선수들조차 링에서 경기를 하며
아래의 선수들 눈에는 7조의 선수가 링에 오른 후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고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시작되었다.마연우와 그 무모한 젊은이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싸우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링 위에서 서로를 노려보았는데 긴장감이 감돌았다. 갑자기, 마연우가 큰 소리로 외치며 주먹을 엄진우에게 날렸다! 그가 만들어낸 권풍은 주변의 모든 선수를 밀어냈다! 이를 보아 그의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주먹에 맞으면 호랑이라도 고깃덩어리로 될 것이다! 하지만 엄진우는 천천히 손바닥을 내밀어 이 공격을 가볍게 받아냈다. 그는 마연우의 주먹을 잡고 흔들림 없이 서 있었다. 마연우는 온몸이 굳어버렸고 이마에서 땀이 방울져 떨어졌다. 그는 자기가 마주하고 있는 존재가 인간이 아니라 고대의 거대한 야수라고 느꼈다! “대학에 다니는 내 여동생도 너보다 더 세게 때리겠어.” 엄진우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조롱하는 듯 말했다. 어떤 각도에서 보면 그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엄혜우가 그를 때릴 때 그는 진기로 막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어느 정도의 통증은 느낄 수 있으니까. 그러나 마연우의 이 주먹은 간지럽히기에도 미치지 못했다. 마연우는 이를 악물고 자기의 주먹을 엄진우의 손바닥에서 빼내려 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콰직!” 엄진우가 살짝 힘을 주자 마연우의 손은 마치 골다공증 환자처럼 부서졌다! 그가 얼마 전 엄진우 앞에서 위세를 떨치던 그 커다란 주먹이 이제는 쭈글쭈글해졌다! 마연우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그의 얼굴은 극도로 창백해졌다. 이어 엄진우는 그의 손을 잡고 마치 샌드백처럼 마연우를 땅에 처박았다! 현강으로 제작된 링의 바닥이 함몰되고 부서졌다! 그리고 마연우의 모든 뼈가 부서졌다! 그는 코에서 피를 흘리며 마치 녹초가 되어 땅에 누워 있었다. “푸슉!” 엄진우는 그의 심장을 밟아 부숴버렸다. 그 후 그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십 명의 선수가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네가 아무리 자존심이 강하더라도, 오늘은 네가 진 걸 인정해야 하지 않겠어? 이미 알고 있어. 네가 나머지 300명의 선수를 겁주기 위해 강한 힘을 의도적으로 보여준 거라는 걸. 하지만 그 전에, 이미 600명 이상의 선수가 죽었어. 그 사람들은 모두 용국의 수련자들이야. 내가 살짝 계략을 부렸을 뿐인데 용국 수련계가 엄청난 손해를 봤네. 게다가 그중 99명은 네가 직접 죽인 사람들이야. 너한테 말해줄게. 네가 죽인 사람 중 누가 있었는지.대대로 용국의 변방을 지켜온 검각의 후계자. 오늘이 그 후계자의 18세 생일이고 오늘이 지나면 그 후계자는 칼을 들고 변방으로 가서 다음 60년을 지킬 거야.용국 전쟁 아카데미의 수석 제자. 그를 죽이지 않았다면, 다음 국사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았어.용국 해외 전략 책임자의 유일한 아들. 그의 아버지는 얼마 전 용국의 해외 전략 성공을 위해 큰 기여를 하다 처참히 희생되었지.” ...... 하나씩 하나씩. 카와시마 요시코는 말을 하면서 엄진우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그녀는 이 자존심 강하고 강력한 남자가 약한 모습 드러내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녀는 실망했다. 엄진우는 계속해서 아무런 감정 변화가 없었다. “설마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건가?” 카와시마 요시코는 미간을 찌푸리며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아니, 이 나라의 영웅들을 내가 어떻게 신경 쓰지 않겠어?” 엄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 네 입에서 용국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걸 항상 듣는 만큼 신경 쓰지 않을 리가 없지. 그럼 왜 그렇게 차분하게 보이는 거지?” 카와시마 요시코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사람들은 아예 죽지 않았기 때문이야.”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카와시마 요시코는 잠시 멈칫하며 링 위를 바라보았다. 링 위에는 여전히 시체들이 널려 있었고 피도 마르지 않았다.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그녀는 다소 황당함을 느꼈다. 혹시 이 강력한 남자가 심리가 이렇게
“다들 꺼져!” 엄진우는 서로 눈치만 보는 수련자들을 향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멍청한 놈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카와시마 요시코의 음모를 간파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 모두 고개를 떨군 채 부끄러워하며 조용히 떠났다. 심지어 발소리조차 없이 사라졌다. 카와시마 요시코가 박수를 칠 때 엄진우는 이 수련자들의 환영을 이미 해제했다.그래서 그들은 모두 카와시마 요시코의 말을 들었고 그녀의 음모를 알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떠난 후 링 위에는 엄진우와 마연우의 시체만 남았다. 진짜로 죽은 사람은 마연우뿐이었다. 엄진우는 일정제약이 보상으로 내놓은 천재지보를 모두 주머니에 넣었다. 그중 백 년 된 장생초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엄진우가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비록 백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약재로는 충분했다. 이 장생초가 있으면 엄진우는 장생단을 제조할 수 있다. 비록 사람을 진짜로 불로장생하게 하지는 못하겠지만 진 영감이 몇 달 더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문제없었다. 이것도 의외의 수확이다. 수련자들이 떠나면서 카와시마 요시코의 음모는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그러자 곧 엄청난 논란이 일어났다.“죽을 놈의 일정제약! 죽을 놈의 카와시마 요시코! 죽을 놈의 영화국인들!” “영화국 놈들은 아직도 우리를 망치려는 마음을 버리지 않았어!” “내가 거기에 있었다면 그놈들을 모두 죽였을 텐데!”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그들을 저주하고 있었다. “아가씨, 내일 열릴 한의약 포럼 회의는 열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카와시마 요시코와 함께 용국에 온 일정제약의 한 고위 간부가 그녀 곁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왜?” 카와시마 요시코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무도대회의 소식이 퍼지면 아마 용국에서 우리 일정제약을 쥐 취급할 겁니다. 누가 우리 포럼에 참여하겠습니까?” 그 간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용국에는 이런 말이 있지. ‘천하의 모든
“영감님, 걱정 마세요. 영화국 놈들이 용국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큰 파장을 일으키진 못할 겁니다.”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네가 그렇게 자신 있으니 다행이야. 이번에 우리 용국 한의의 명성을 잃으면 큰일이니까. 만약 영화국 놈들이 우리 땅에서 자리 잡는다면 한의가 영화국의 것이 되는 날이 올까 봐 정말 두렵구나.” 진 영감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는 용국의 근대와 현대를 모두 겪은 사람으로 용국 한의가 어떻게 몰락했는지를 직접 눈으로 지켜보았다. 평생을 한의 발전을 위해 애썼지만 결국 이룬 것은 작은 공헌에 불과했다. 그리고 지금의 위기는 용국 한의를 무너뜨릴 수도 있을 만큼 심각했다.“제 기쁜 소식을 기대하세요! 아, 오늘 영화국 놈들에게서 장생초 한 그루를 빼앗았는데 이걸로 장생단을 만들어서 곧 보내드리겠습니다.”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절대 그럴 필요 없어! 장생단은 귀한 약인데 나 같이 썩어가는 몸에 낭비할 필요가 뭐 있겠나? 건강한 사람에게 주면 수명을 최소 10년은 늘릴 수 있어. 내게 써봤자 한 달 더 사는 게 고작일 거야.” 진 영감은 깜짝 놀라며 급히 말했다. 그는 엄진우가 장생단까지 만들 수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장생단은 현존하는 단방 중에서도 가장 만들기 어려운 약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약사들도 100번의 시도 중 단 한 알을 성공시키면 대단한 일이다. 게다가 장생초는 한 그루 구하는 것도 어렵고 100번의 약을 만들 재료로 쓰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제 눈에는 영감님만큼 이 장생단을 복용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영감님이 키워낸 한의 대가라 불리는 자들을 보세요. 그들의 인생은 개나 줘버린 셈이죠!” 엄진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진 영감 같은 사람이 하루라도 더 산다면 그건 용국에게 큰 복이다. “만들어 내면 다시 얘기하지.” 진 영감은 한숨을 쉬며 더 이상 엄진우와 고집부리지 않았다. 사실 그는 엄진우가 장생
국빈대호텔은 창해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호텔 중 하나이다. 이곳에는 천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이 두 개 있는데 천급 홀과 지급 홀이라 불린다. 천급 홀은 일정제약이 예약해 오늘 한의학 포럼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사실 일정제약은 아예 국빈대호텔 전체를 빌릴 계획이었다. 돈이 넘쳐나는 그들에게는 그 정도 비용쯤 아무렇지도 않았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직전 갑자기 상부에서 중단 지시가 내려왔다. 국빈대호텔은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기업이었는데 엄진우가 인맥을 동원해 중간에 끼어들어 지급 홀을 예약한 것이다. 두 연회장은 바로 위아래로 배치되어 있었다. 이번 한의학 포럼 정상회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카와시마 요시코는 직접 사인회장에 나와 참가하는 한의사들을 맞이했다. 사인회장은 국빈대호텔 앞 광장에 마련되었고 참가자들을 위해 커다란 사인판이 세워져 있었다. 참가자들은 거기에 사인을 남길 수 있었다. 또한 일정제약이 고용한 미녀 도우미들이 두 줄로 서서 레드카펫 양쪽을 장식하며 눈길을 끌었다. 반면 엄진우가 주최한 용국 한의학 포럼은 호텔에서 빌려온 작은 탁자 하나를 구석에 놓고 엄진우가 홀로 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뒤에는 대나무 장대를 이용해 걸어놓은 천 조각이 있었고 거기에 먹으로 휘갈겨 쓴 ‘용국 한의학 포럼’이라는 글씨가 보였다.“창피하지 않아?” 카와시마 요시코는 엄진우 앞에 다가와 그 뒤의 천을 힐끗 보며 얼굴에 이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가 창피하다는 거지?” 엄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참 강심장을 가졌어. 하지만 네가 부끄럽지 않더라도 용국 한의학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건 알고 있어?” 카와시마 요시코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카와시마 씨가 정말 자비심이 많으시네. 용국 한의의 체면까지 걱정해 주시다니.” 엄진우는 피식 웃으며 비꼬았다. “영화국의 새로운 의학은 용국 한의에서 비롯된 것이니 용국 한의가 너무 망신을 당하면 영화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