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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2화

작가: 별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09 19:00:00
국빈대호텔은 창해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호텔 중 하나이다.

이곳에는 천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이 두 개 있는데 천급 홀과 지급 홀이라 불린다.

천급 홀은 일정제약이 예약해 오늘 한의학 포럼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사실 일정제약은 아예 국빈대호텔 전체를 빌릴 계획이었다.

돈이 넘쳐나는 그들에게는 그 정도 비용쯤 아무렇지도 않았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직전 갑자기 상부에서 중단 지시가 내려왔다.

국빈대호텔은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기업이었는데 엄진우가 인맥을 동원해 중간에 끼어들어 지급 홀을 예약한 것이다.

두 연회장은 바로 위아래로 배치되어 있었다.

이번 한의학 포럼 정상회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카와시마 요시코는 직접 사인회장에 나와 참가하는 한의사들을 맞이했다.

사인회장은 국빈대호텔 앞 광장에 마련되었고 참가자들을 위해 커다란 사인판이 세워져 있었다. 참가자들은 거기에 사인을 남길 수 있었다.

또한 일정제약이 고용한 미녀 도우미들이 두 줄로 서서 레드카펫 양쪽을 장식하며 눈길을 끌었다.

반면 엄진우가 주최한 용국 한의학 포럼은 호텔에서 빌려온 작은 탁자 하나를 구석에 놓고 엄진우가 홀로 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뒤에는 대나무 장대를 이용해 걸어놓은 천 조각이 있었고 거기에 먹으로 휘갈겨 쓴 ‘용국 한의학 포럼’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창피하지 않아?”

카와시마 요시코는 엄진우 앞에 다가와 그 뒤의 천을 힐끗 보며 얼굴에 이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가 창피하다는 거지?”

엄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참 강심장을 가졌어. 하지만 네가 부끄럽지 않더라도 용국 한의학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건 알고 있어?”

카와시마 요시코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카와시마 씨가 정말 자비심이 많으시네. 용국 한의의 체면까지 걱정해 주시다니.”

엄진우는 피식 웃으며 비꼬았다.

“영화국의 새로운 의학은 용국 한의에서 비롯된 것이니 용국 한의가 너무 망신을 당하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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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원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수십 명의 인물들은 결코 무명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중 몇몇은 그와 같은 급의 한의학계에서 종사자로 손꼽히는 거장들이었다. 이들이 왜서 그처럼 이름 없는 포럼에 참가하러 온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다른 사람들 또한 충격을 금치 못했다. 이게 대체... 갑자기 이름 없는 포럼이 어떻게 거물급 인사들로 빛나는 자리가 된 거지?이렇게 되면 그들은 더욱 배신자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일부 사람들은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말로 나라를 배신했다는 오명을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는 사이 세 명의 도인과도 같은 노인이 걸어왔다. 그 순간 현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저 세 사람이 오다니!일부 사람들은 갑자기 극도로 긴장했다. 설마 저 세 사람도 이 이름 없는 포럼에 참가하러 온 것이란 말인가? 만약 진짜 그렇다면 일정제약의 한의학 정상회담에 참석한 이들은 나라를 배신했다는 죄명을 완전히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양쪽 모두 거장급 인사들이 참가하고 있는데 그들은 영화국 사람들이 주최한 포럼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카와시마 요시코가 그들을 열렬히 맞이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이 세 사람은 용국 현대 한의학의 기초를 다진 인물들이다! 현재 용국 한의학의 진료 기준과 규범은 바로 이 세 사람이 초안을 작성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이들은 용국 한의학의 살아있는 백과사전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들 세 사람조차 한의학 정상회담에 참석했으니 이제 그 누구도 그들에게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그들의 마음속에는 이 세 사람에 대한 약간의 경멸이 생겨났다. 밖에서는 고고한 선인 같은 모습을 하더니 결국 그들도 배신을 했군!“허허, 나는 태원석이 한 말이 맞다고 생각하네. 다 같이 모이면 힘이 커지고 함께 모여 토론을 통해 수준을 높이는 것이지. 왜 이렇게 문파 간의 벽을 세우려 하는 건가? 게다가 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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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약 포럼 정상회담에 참가한 한의사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곤란해했다. 이쪽에서 빠져나가고 싶지만 일정제약이 제공한 혜택을 포기하기는 아까웠다. 하지만 빠져나가지 않으면 평생 배신자라는 오명을 짊어지게 될 것이다. 체면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용국에는 옛 시가 하나 있지요. '강산은 대대로 인재들이 나타나 각기 수백 년 동안 새로운 바람을 연다.'라고. 포럼은 경력을 자랑하고 권위를 내세우는 자리가 아닙니다. 어디가 더 뛰어난지 자연히 선택될 것입니다. 비록 당신이 용국 현대 한의의 화석 같은 존재일지라도 사람들이 무조건 당신 쪽에 가야 한다는 법은 없지요." 기모노를 입은 중년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너는 또 누구냐?" 진 영감은 그를 노려보며 무거운 어조로 물었다. "자기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마츠시타 텐케이, 영화국 의학의 창시자이자 기초를 닦은 사람입니다." 마츠시타 텐케이는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 "영화국 의학? 왜 나는 들어본 적이 없지?" 진 영감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는 평생을 한의 연구에 몰두하면서 다른 의학 분야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이 학문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영감님이 들어본 적 없는 게 당연하지요. 이 영화국 의학은 그들이 자칭한 것일 뿐입니다. 우리의 한의를 가져다가 조금 수정한 후 자기들의 것이라고 주장한 거겠죠." 엄진우가 한쪽에서 진 영감에게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진 영감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 "뻔뻔하군! 정말 너무 뻔뻔해!" 그는 화가 나서 얼굴이 새빨개졌다. "제가 바로잡겠습니다. 우리는 한의를 베낀 것이 아니라 용국 한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용국 한의보다 더 깊은 내공과 뛰어난 수준을 갖추었고 새로운 방향을 개척했습니다. 왜 이것을 영화국 의학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것이지요? 만약 여러분이 진정 용국 한의를 더 잘 보급하고 더 많은 사람을 치료하려는 목적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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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그렇게 해." 진 영감은 마츠시타 텐케이가 이미 케이스를 미리 본 것에 개의치 않았다. 그는 평소에는 온화하고 교만하지 않은 성격이지만 자신만의 자존심도 있었다. 평생 한의학을 연구해 온 그는 거의 모든 질병을 대충 살펴보면 대략적인 판단이 가능했다. 물론, 나이가 많아 일부 질병에 대해서는 치료 방안이 있어도 실행할 체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마츠시타 텐케이가 제안한 이 방식은 오히려 진 영감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진 영감은 마츠시타 텐케이에게서 케이스를 받아들였다. 케이스 내용은 환자가 매우 드문 질병에 걸려 면역력이 극도로 낮고 어떤 병원균이 몸에 들어가더라도 큰 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환자는 여러 가지 동반 질병도 가지고 있었다. 진 영감은 케이스를 읽고 난 후 눈을 감고 깊은 사유에 잠겼다. 다른 사람들이 케이스를 열람하자 모두 미간을 찌푸리며 한치의 힌트도 잡지 못했다. 잠시 후 진 영감은 눈을 떴는데 흐릿한 눈동자 속에서 번뜩이는 빛이 스쳤다. "찾았어!" 진 영감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그를 경악하며 바라보았다. 이게 바로 현대 한의의 살아있는 화석의 실력인가? 이렇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케이스를 이 짧은 시간 안에 치료 방안을 생각해 냈다는 것인가? 진 영감은 자신 있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의 말에 매료되어 감탄하며 박수를 보냈다. "당신 차례야." 진 영감은 마츠시타 텐케이를 바라보며 중압감과 긴장감을 드러냈다. "어르신, 잘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교류한 모든 한의사 중에서 아마도 당신이 가장 높은 수준을 가진 분일 겁니다." 마츠시타 텐케이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리고는 곧 화제를 돌려서 말했다. "하지만 제가 말했듯이 영화국 의학은 이미 용국 한의를 완전히 통합하였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습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자기의 방안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그의 설명을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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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상사의 비밀을 알아버렸다   제967화

    "이제야 정체가 드러났어!" 일정제약이 개최하려는 것은 결코 한의학 포럼 정상회담이 아니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영화국 의학이 용국 한의를 완전히 대체했음을 선언하고 대부분의 한의사의 인정을 받는 것이었다! 모든 한의사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아무도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영화국 의학이 얼마나 강력한지 직접 목격했다. 카와시마 요시코의 말처럼 그들은 누구에게도 뒤처지고 싶지 않았고 시대에 뒤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마츠시타 씨, 들어가죠." 카와시마 요시코가 마츠시타 텐케이를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마츠시타 텐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품위를 유지한 채 카와시마 요시코와 함께 국빈대호텔로 향했다. 그제야 한의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사람이 시작하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과 함께 국빈대호텔의 입구로 향했다. "너희들의 진정한 모습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생각했는데 너희의 비열함을 여전히 과소평가했군." 그때 엄진우가 드디어 입을 열었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카와시마 요시코는 발걸음을 멈추고 엄진우를 돌아보았다. 왠지 엄진우의 차가운 미소를 보고 그녀의 마음속에 불안감이 스쳤다. "용국 한의가 능력이 없으니 할 말이 없지? 혹시 이분이 용국 한의학을 대표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싶은가?" 카와시마 요시코가 무거운 어조로 반박했다. 엄진우가 어떻게 진 영감이 용국 한의를 대표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는 용국 한의에 평생을 바쳤고 만약 패배했다고 해서 그를 대표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진 영감은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영감님은 물론 용국 한의를 대표할 수 있지만 영화국 의학을 대표할 수 없어. 아니, 영화국 의학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아!" 엄진우가 마츠시타 텐케이를 가리키며 크게 말했다. 마츠시타 텐케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콧방귀를 뀌었다. "영화국 의학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내가 방금 제안한 방안은 돌에서 튀어나온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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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상사의 비밀을 알아버렸다   제968화

    “터무니없는 소리! 증거 있어?!” 마츠시타 텐케이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맞다! 그가 말하는 영화국 의학은 모두 이 '장곡의서'에서 유래된 것이다. 우연히 이 책을 입수한 그는 한의학에 대한 깊은 관심과 연구를 해온 경력이 있는 덕분에 이 책을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완전히 책의 내용을 이해한 후 마츠시타 텐케이는 불순한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가 이 의서를 자기 외에 다른 누구도 보지 않았음을 확인한 후 그는 그 내용을 자기 것으로 삼고 영화국 의학이라는 유파를 창시했다. 예상대로 영화국 의학의 출현과 그 독창적인 이론과 방법은 영화국 의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마츠시타 텐케이는 화려하게 주목받는 인물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서 드러나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증거?” 엄진우는 싸늘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장곡의서 전체를 외워냈다. 그가 외워내자 마츠시타 텐케이는 이미 안색이 하얘지고 식은땀을 흘렸다. “이게 증거가 되나?” 주변 사람은 모두 충격에 가득 차 있었다. 이 장곡의서는 한의학의 정수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배우기만 하면 용국 한의학의 보물창고를 여는 열쇠를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또한 마츠시타 텐케이가 제안한 치료 방법이 이 책에서 모두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듣고 알았다.“도대체 내 저작을 어떻게 훔쳐 간 거지?! 이달 초에야 내 이론을 의서로 정리했을 뿐 아무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는데! 네가 내 원고를 어떻게 입수했지?!” 마츠시타 텐케이는 머리를 빠르게 돌리며 분노를 드러내며 질문했다. “영화국 귀신이라 부르는 이유가 따로 없군. 뇌가 정말 기막히게 잘 돌아가네. 하지만 가짜는 가짜일 뿐. 네가 아무리 변명해도 진짜가 되지 않아.” “이 장곡의서는 몇 년 전에 내가 우연히 한 위험한 곳에 들어가 죽을 줄 알았던 때 내 의학을 요약해 정리한 거야. 그때 나는 천재지보를 가지고 있었고 유능한 사람에게 전할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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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상사의 비밀을 알아버렸다   제96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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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상사의 비밀을 알아버렸다   제10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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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 여상사의 비밀을 알아버렸다   제1007화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 여상사의 비밀을 알아버렸다   제1006화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 여상사의 비밀을 알아버렸다   제1005화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 여상사의 비밀을 알아버렸다   제1004장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 여상사의 비밀을 알아버렸다   제1003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 여상사의 비밀을 알아버렸다   제1002화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 여상사의 비밀을 알아버렸다   제1001화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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