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진우는 책자를 한 번 훑어보고 내용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 재빨리 뒤에 있는 한의사들에게 던졌다. 그의 행동을 본 카와시마 요시코는 그를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냥 그렇게 저 사람들에게 준다고?” 카와시마 요시코가 물었다. “이건 원래 일정제약이 약속한 거 아니야? 그냥 주는 데 뭐가 문제야?” 엄진우은 카와시마 요시코를 놀라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이해하지 못했다. “그 안의 내용은 엄청 귀한 거야!” 카와시마 요시코가 말했다. 엄진우은 드디어 그녀의 의도를 이해하고 웃음을 지었다. “그 안의 내용이 너희에게는 귀중할지 몰라도 나에게는 별로 의미가 없어. 이런 처방과 기법보다 훨씬 더 나은 것들이 내 머릿속에 있으니까.” 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카와시마 요시코는 이를 갈았다. 그녀는 자기의 계략이 실패한 것에 화가 났고 엄진우가 이렇게 큰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에 질투스러웠다. “이제 가도 돼?” 카와시마 요시코가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 “당연히 안 되지! 이것은 너희가 전에 약속한 것일 뿐 이렇게 많은 한의사를 지체시켰고 용국 한의학의 명예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데 대해 보상 없이 가겠다고?”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 순간 카와시마 요시코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너무한 거 아냐!” 그녀가 소리쳤다. 엄진우의 얼굴도 어두워지며 카와시마 요시코에게 다가갔다. “비록 네가 단지 분신일 뿐이지만 여기서 네가 데려온 모든 사람이 죽는다면 네게도 큰 손해가 될 거야.” 그는 낮은 목소리로 위협했다. 카와시마 요시코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엄진우을 한동안 응시한 후 뒤에 있는 노인을 한 번 바라보았다. 마치 두 사람의 힘을 마음속으로 평가하는 듯했다. “원하는 게 뭐야?” 카와시마 요시코가 잠시 침묵한 후 물었다. 그녀 뒤에 있는 노인은 영화국의 네 기둥 중 하나이다. 즉, 영화국에서 가장 강력한 네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래? 보아하니 네 옆에 있는 이 사람들의 목숨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군." 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말했다. "한번 해 보시지." 카와시마 요시코의 차가운 얼굴에는 살기가 떠올랐다. 그녀 뒤에 있던 노인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카와시마 요시코 앞을 가로막았다. "이 자를 믿고 설치는 건가?" 엄진우는 노인을 한 번 훑어본 후 여전히 평온한 표정을 유지했다. "나는 텐키 존자, 영화국 사주 중 한 사람이다. 너 따위가 아가씨를 위협하기엔 아직 멀었어!" 텐키 존자는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영화국에서 가장 강한 인물 중 하나로 그의 앞에 있는 엄진우를 풋내기로 여겼다. 카와시마 요시코가 계속해서 지시를 내리지 않아서 엄진우를 죽이지 않은 것뿐 진작에 손을 대고 싶었다. "카와시마, 내가 충고 하나 하지. 신중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거야. 만약 이 자가 나를 이기지 못한다면 결국 내 두 가지 조건을 받아들이게 될 거고 그때는 사주 중 하나를 그냥 잃게 되는 셈이지 않겠어?"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늘 위엔 하늘이 있고, 사람 위엔 사람이 있는 법이지. 네가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나? 텐키 존자, 저 녀석을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카와시마 요시코는 한 걸음 물러서며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받은 텐키 존자는 흥분하며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그는 그 거만한 젊은이가 죽음에 직면하는 절망의 순간을 빨리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텐키 존자가 발을 땅에 세게 내디디자 사람들은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이윽고 수많은 망령이 땅을 뚫고 나왔다! 이는 텐키 존자가 소환한 망령 군단이다! 물론 이 망령들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었다. 국빈대호텔이 지어지기 전에 이곳은 공동묘지였고 무수히 많은 시체가 묻혀 있었다. 카와시마 요시코가 이곳에서 포럼을 개최한 것도 그 이유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 망령 군단은 텐키 존자의 조종 아래 강력한
"방금 전에 이미 기회를 줬어." 엄진우는 차갑게 말했다. 그는 손을 멈추지 않고 한 손으로 텐키 존자의 목을 붙잡더니 카와시마 요시코의 애원 속에서 그의 목을 단숨에 부숴버렸다! 머리 없는 시신이 공중에서 떨어졌다. 카와시마 요시코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영화국의 사주 중 한 명인 텐키 존자가 죽었다. 비록 이것이 카와시마 가문을 곧바로 최상위 가문의 자리에서 밀어내지는 않겠지만 가문의 힘은 크게 약해질 것이고 심지어 거대한 위험과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그녀는 텐키 존자가 엄진우를 이기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무사히 물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텐키 존자는 빨리 패배했고 심지어 반격할 여지조차 없었다고 할 수 있었다. 카와시마 요시코의 얼굴은 매우 창백해졌다. 이번 용국 행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문은 텐키 존자를 잃었다. 영화국으로 돌아가면 가문에서 그녀가 직면할 상황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가장 큰 문제는 엄진우다. "카와시마, 그 두 가지 조건은 어떻게 생각해?" 텐키 존자를 죽인 후 엄진우는 무표정하게 카와시마 요시코를 바라보며 물었다. 카와시마 요시코의 마음은 쪼그라들었지만 얼굴에는 억지 미소를 지었다. "모든 걸 말한 대로 수락할게!" 카와시마 요시코는 다른 방법이 없었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비록 그녀가 여기 있는 것은 단지 한 분신일 뿐이지만 그녀와 함께 용국에 온 일정제약의 고위 간부들이 열몇 명 있었다. 만약 그들이 모두 죽는다면 일정제약의 많은 업무가 정지될 것이고 심지어 일정제약이 쇠퇴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럼 카와시마, 지금 당장 이 두 가지 조건을 이행해 주기 바라." 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하고 진안석을 바라보았다. "진안석 씨, 이 재단은 당신이 주도해서 설립하세요. 완성되면 이 재단의 회장 자리를 맡고요." 진안석은 엄진우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다소 두려운 표정
카와시마 요시코는 일정제약 이사회에서 매우 강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비록 이러한 요구라도 추진될 수 있었다. 곧 카와시마 요시코는 권한 위임서에 서명했다. 일정제약이 보유하고 있던 수백 개의 한의학 특허가 무상으로 용국의 모든 한의학 기업과 개인에게 개방된 것이다! 카와시마 요시코가 일정제약의 법인 자격으로 권한 위임서에 서명하고 인감을 찍은 후 엄진우 주위에서는 열광적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진 영감은 심지어 눈물까지 흘렸다. 이 한의학 특허들은 모두 조상들이 후대에게 남겨준 보물이었는데 그들은 이 보물을 잃어버려 외국으로 유출되고 말았다. 그들은 오히려 남에게 지배당해야 했고 보물산을 바라보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그 보물들이 드디어 돌아왔다! 심지어 한의학 포럼 정상 회담에 참가하기로 한 의사들조차도 이 순간에는 벅찬 감정으로 엄진우을 바라보며 그에게 뜨거운 눈빛을 보냈다.“이제 가도 돼?” 카와시마 요시코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물었다. 비록 그녀의 마음속에는 분노와 울분이 가득했지만 상황이 그렇듯이 엄진우 앞에서 억지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가도 돼. 하지만 카와시마, 기억해 둬.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다.’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난 영화국에 직접 찾아갈 거야.” 엄진우는 그녀를 응시하며 ‘직접’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가 그들을 보내준 이유는 여기서 가장 가치 있는 존재인 카와시마 요시코가 분신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모두 죽인다 해도 얻을 것은 없었기에 차라리 일부 이익을 얻는 것이 나았다. 하지만 카와시마 요시코가 먼저 진 영감에게 손을 대고 용국 한의학을 망치려 했던 일은 결코 쉽게 잊힐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 특허들은 원래 용국의 것이었으나 그들이 온갖 수단으로 빼앗아 간 것에 불과했다. 언젠가 엄진우는 그들이 삼킨 것을 모두 토해내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럼 영화국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게.” 카와시마 요시코는
“이번에는 정말 네 덕분이야!”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진 영감은 여전히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제가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말했잖아요. 영감님이 직접 오실 필요는 없었어요.” 엄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하고는 장생초를 꺼냈다. “이게 전설 속의 장생초인가?”순간 진 영감은 장생초에 시선을 빼앗겼다. 장생초는 생장 환경이 극도로 까다롭다. 우선 장생초가 생장할 수 있는 곳은 낮과 밤의 온도 차가 30도 이상이어야 한다. 둘째로 100년 이상 자란 장생초만이 약용 가치가 있으며 이 100년 동안은 물 한 방울도 묻혀서는 안 된다. 가장 까다로운 것은 이 장생초가 생장하는 100년 동안에는 조금의 인기도 허락되지 않는다. 인간이 자연을 탐험할수록 이 세상에는 이런 환경이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아마도 엄진우가 손에 쥐고 있는 이 장생초는 세계에서 유일한 것일지도 모른다. “맞아요. 이걸로 영감님을 위해 장생단을 만들려고 해요.” 엄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의 판단으로는 장생단을 복용하지 않으면 진 영감은 이번 주를 넘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장생단 하나로 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진 영감은 잠시 침묵한 후 물었다. 그는 이미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어제의 용국 한의학 포럼 덕분에 지금 세상을 떠나는 것이 조금 더 아쉬워졌다. 어제 그는 용국 한의학이 번창할 가능성을 보았고 그것은 그가 평생을 바쳐 이루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몇 년 더 살아서 용국 한의학이 어떻게 변할지를 보고 싶었다. “일주일이에요.” 엄진우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진 영감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 곧이어 그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 이 녀석 진짜 아까운 줄 모르는구나. 귀한 장생초를 나의 수명을 일주일 늘리기 위해 쓰려고 하다니? 그냥 적당한 곳에 이 장생초를 씨앗으로 뿌려. 그러면 백 년 후 이 세상에 장생초가 널리 퍼질 수 있을 거야.” 그 말을 하자 진 영감은
“장생단의 성공률은 극히 낮아. 현재 존재하는 장생초는 이것 하나뿐일 수도 있어. 만약 실패하면 장생초는 아예 멸종할 수 있으며 완전히 낭비될 가능성이 커.” 진 영감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생단의 성공률이 낮다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얘깁니다.” 엄진우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 영감은 더 말하려 했지만 엄진우는 이미 손에 쥔 장생초를 공중으로 던졌다. 그리고 그의 손바닥에서 단화가 솟구쳐 나와 장생초를 순간 태워버렸다. 엄진우는 또 다른 다양한 단화를 계속해서 펼쳐 보였다! 진 영감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지켜보았다. “이게 지화 청염인가? 이게 유령골염인가? 이게......” 수많은 연단사가 평생 꿈꿔온 단화가 엄진우의 손에서 사용되었다. 진 영감은 혼란스러워졌다. 각기 다른 단화들이 공중에서 얽히며 마지막에 폭발하였다! 불타는 화염 속에서 한 개의 단약이 떨어졌다. 엄진우는 손을 뻗어 그것을 받아 들고 진 영감 앞에 내밀었다. “장생단 정도는 손쉽게 만들 수 있어요.” 엄진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꿀꺽. 진 영감은 어리둥절하며 침을 삼켰다. 그는 엄진우의 실력을 다시 한번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이... 이게 장생단이라고!” 심지어 고대의 성인이나 신이라 불리는 사람들조차 백 개의 화로 중 하나에서 단약을 만들 수 있었다. 혹시 엄진우는 한의학과 연단에서 이미 그런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일까? 진 영감은 점점 더 큰 놀라움에 빠졌다. “이제 거부할 이유가 없겠죠?” 엄진우의 조롱 어린 목소리가 진 영감를 깨웠다. 장생단이 이미 만들어졌다. 진 영감은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없었고 그냥 입을 벌려 장생단을 삼켰다. “그럼 영감님은 먼저 휴양하세요. 저는 제경에서 처리할 일이 좀 있어요. 일이 끝나는 대로 남강에 가서 불사의 꽃을 찾을게요.” 엄진우는 진 영감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이번에는
“그럼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나는 결코 악을 처벌하고 선을 증진하려는 생각이 없고 모든 악을 제거하겠다는 신념도 없어. 나는 내 기분대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야.” 엄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허우성은 잠시 멈칫했다. “그건 상관없어요. 저를 강하게 만들어줄 수만 있다면요!” 그는 고집스럽게 말했다. 엄진우가 그가 상상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에 개의치 않았고 그는 노력해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불공정에 맞서 주먹을 날리고 악에 맞서 천둥처럼 행동할 것이며 모든 나쁜 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며 마음대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그런 사람으로! “강해진 네가 여전히 너일 거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지? 용감하게 악룡에 맞서 싸우는 전사도 결국 자신이 악룡이 될지 누가 알아?”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말했다. 그는 이런 예를 너무나도 많이 보아왔다. 누구도 타고난 범죄자가 아니다. 수많은 고지능 범죄자 중에도 한때는 뜨거운 심장을 지닌 사람이 많았다. “저는 악과 고통을 겪어봤기 때문에 평생 죄악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 허우성이 이를 악물고 외쳤다. “하지만 증오는 가장 쉽게 눈을 가리는 법이라는 걸 알아?” 엄진우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허우성은 입을 열었다가 본능적으로 부정하고 싶었지만 말문이 막혔다. “너를 제자로 받지 않을 거야. 만약 여기서 계속 무릎 꿇고 싶다면 꿇고 있어.” 한마디를 남기고 엄진우는 곧장 떠났다. 허우성는 엄진우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한동안 멍해졌다. 몇 걸음을 걷다가 엄진우는 갑자기 돌아섰다. 그는 허우성의 눈빛이 실망감으로 가득 차 있지만 여전히 맑고 투지가 넘치는 것을 보았다. “비록 너를 제자로 받지 않겠지만 기회를 줄 수는 있어.” 엄진우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허우성은 순간 멈칫했고 곧 기쁜 표정으로 가득 찼다. “절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윤씨 그룹 본사 정문 앞에 한 대의 파가니 와이라가 위세를 떨치며 가로막고 있었고 차는 정문을 완전히 막아버렸다. 경비원들이 문밖으로 나가면서 손에 여러 개의 수건을 쥐고 있었다. 차 문이 열리기도 전에 그들은 차 위에 엎드려 열심히 차를 닦기 시작했다. 그들이 비굴하게 굴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범성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 문이 열리자 한 경비원은 이미 허리를 굽혀 땅에 엎드렸다. 이범성은 발에 신은 루이 비통 운동화로 경비원의 등에 발을 디디며 차에서 내렸다.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훨씬 낫군. 지난번은 등이 제대로 펴지지 않아서 차체와 수평이 맞지 않았어. 다음에도 이렇게 유지해.” 이범성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다. 경비원은 땅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도련님이 만족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몇 명의 몸매가 섹시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들이 서둘러 다가와 이범성의 외투를 벗겨주었다. 이범성은 히히 웃으며 그녀들을 감싸안더니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녀들의 가슴을 힘껏 움켜잡았다. 갑자기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중 한 명에게 시선을 돌렸다. “만든 거야?” 이범성의 눈길이 그녀의 가슴에 떨어지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팍!“꺼져!” 이범성은 그녀의 얼굴을 한 대 후려치고 욕설을 내뱉으며 윤씨 그룹 본사로 들어갔다. 이때 윤휘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프런트 데스크에 서 있는 예우림을 보고 그는 잠시 멈칫했다. 윤휘는 지성그룹에서 예우림을 만난 적이 있었지만 예우림과 엄진우의 관계는 모르고 있었다. 현재 그는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급히 이범성을 맞이하러 갔다. “도련님, 무슨 바람이 불어오셨습니까?” 윤휘는 크게 웃으며 매우 친근하게 인사했다. “물론 윤 회장의 따뜻한 바람이 나를 간지럽혀 왔죠. 윤 회장은 정말로 즐길 줄 아는 분이군요. 회사에 이런 훌륭한 사람들을 두어 나를 어쩔 줄 모르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