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 그룹 본사 정문 앞에 한 대의 파가니 와이라가 위세를 떨치며 가로막고 있었고 차는 정문을 완전히 막아버렸다. 경비원들이 문밖으로 나가면서 손에 여러 개의 수건을 쥐고 있었다. 차 문이 열리기도 전에 그들은 차 위에 엎드려 열심히 차를 닦기 시작했다. 그들이 비굴하게 굴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범성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 문이 열리자 한 경비원은 이미 허리를 굽혀 땅에 엎드렸다. 이범성은 발에 신은 루이 비통 운동화로 경비원의 등에 발을 디디며 차에서 내렸다.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훨씬 낫군. 지난번은 등이 제대로 펴지지 않아서 차체와 수평이 맞지 않았어. 다음에도 이렇게 유지해.” 이범성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다. 경비원은 땅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도련님이 만족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몇 명의 몸매가 섹시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들이 서둘러 다가와 이범성의 외투를 벗겨주었다. 이범성은 히히 웃으며 그녀들을 감싸안더니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녀들의 가슴을 힘껏 움켜잡았다. 갑자기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중 한 명에게 시선을 돌렸다. “만든 거야?” 이범성의 눈길이 그녀의 가슴에 떨어지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팍!“꺼져!” 이범성은 그녀의 얼굴을 한 대 후려치고 욕설을 내뱉으며 윤씨 그룹 본사로 들어갔다. 이때 윤휘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프런트 데스크에 서 있는 예우림을 보고 그는 잠시 멈칫했다. 윤휘는 지성그룹에서 예우림을 만난 적이 있었지만 예우림과 엄진우의 관계는 모르고 있었다. 현재 그는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급히 이범성을 맞이하러 갔다. “도련님, 무슨 바람이 불어오셨습니까?” 윤휘는 크게 웃으며 매우 친근하게 인사했다. “물론 윤 회장의 따뜻한 바람이 나를 간지럽혀 왔죠. 윤 회장은 정말로 즐길 줄 아는 분이군요. 회사에 이런 훌륭한 사람들을 두어 나를 어쩔 줄 모르
윤휘는 예우림과 엄진우의 관계를 모르지만 어쨌든 엄진우와 친분이 있는 여자라 이 장소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랐다. “비즈니스 관계? 그게 뭔 상관입니까! 이 여자를 가지겠습니다!” 이범성이 예우림을 가리키며 강압적인 어조로 말했다. 윤휘는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리며 이범성 곁에 있는 몇 명의 여성들에게 비밀스럽게 눈짓을 했다. “도련님, 우리만으로 만족하지 않습니까?” “맞아요! 이 여자 한눈에 봐도 경험이 없어 보여요. 우리는 다르죠. 당신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다 해드릴 수 있어요!” “이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포기할 건가요?” 그녀들은 즉시 의도를 파악하고 몸을 이범성에게 가까이 붙이며 애교를 부렸다. “꺼져!” 예우림을 바라보는 이범성의 눈에는 다른 사람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밀착해 있는 매력적인 여성들을 거칠게 밀어내고 예우림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나랑 가자!” 그는 예우림의 손을 잡으려 했다. 예우림은 얼굴에 혐오감을 드러내며 몇 걸음 물러났다. “내 몸에 손대지 마!” 그녀가 차갑게 말했다. 이범성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이상한 미소가 그의 얼굴에 번졌다. “한 성깔하네.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오랜만이야.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 여자는 내가 성폭행한 후 이미 유흥업소에 팔려 갔어. 하지만 넌 걱정하지 마. 아름다우니 내가 그렇게 대할 리가 없지. 네가 순순히 말만 잘 듣는다면 말이야.” 이범성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누구든지 간에 내 몸에 손대면 죽어도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예우림이 이를 악물고 단호히 말했다. 윤휘가 이범성에 대한 태도를 통해 그녀는 이범성이 상당한 배경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악의에 굴복할 수는 없었다! 이범성은 눈을 가늘게 뜨며 점점 음산한 표정으로 변해갔다. “내 인내는 한계가 있어. 윤 회장이 가서 잘 얘기해 보세요.” 이범성이 성가시다는 듯 윤휘에게 손짓했다.
“제가 만약 거절하겠다면요?” 예우림이 침착하게 물었다. 그녀는 목소리를 일부러 낮추지 않았다. 이 말을 들은 이범성의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걸렸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신은 거절할 자격이 없어요.” 윤휘는 고개를 저으며 평온한 어조로 사실을 말할 뿐이었다. “당신이 거절한다 해도 도련님은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 내가 도련님이 윤씨 그룹 본사에서 손을 대지 않도록 막을 수 있지만 여기서 나가면 제경 전체에서 당신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제경을 벗어나려는 생각은 하지 마요. 도련님이 한마디만 하면 어떤 교통수단도 이용할 수 없게 될 거니까. 그리고 당신이 협조하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까지 연루될 거예요.” 예우림의 마음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이범성 같은 사람의 신분이라면 제경이 아니라 용국 전체에서도 그의 손에서 벗어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죽는 한이 있어도 난 절대 따르지 않을 거야!” 예우림의 창백한 얼굴에는 결연한 표정이 가득했다. 그녀는 이미 결심했다. 반항할 수 없다면 주저하지 않고 자살할 것이라고! “죽음이 그렇게 쉬웠으면 좋겠어.” 그때 이범성이 차갑게 말했다. “여기는 제경이야. 용국 최고의 의료 자원을 가지고 있지. 그러니 자살을 시도해도 죽지 못할 거야. 난 용국 최고의 의사들을 불러서 너를 치료하게 할 수 있거든. 만약 천운으로 자살에 성공한다 해도 네가 이 세상에 남겨둔 소중한 사람들은 어떡할 거야?” 이범성은 휴대폰을 꺼내 예우림의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리고 그는 전화를 걸었다. “즉시 이 여자의 모든 사회적 관계를 조사해. 조상 삼대까지 전부 조사해!” 전화를 끊은 지 채 2분도 안 돼서 이범성은 한 장의 자료를 받았다. “할아버지 예흥찬, 아버지 예정국, 삼촌 예정명...” 이범성의 입에서 하나하나의 이름이 흘러나왔고 예우림의 모든 가족 관계가 그녀조차도 기억하지 못했던 먼 친척까지 전부 조사되었다! “그리고 절친이자
엄진우가 현재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지 여부와 상관없이 예우림은 한 가지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 엄진우는 자기의 남자라는 것을. 아무리 이범성의 권세가 하늘을 찌른다 하더라도 엄진우를 떠나게 하고 자기를 모욕당하게 할 수는 없었고 엄진우가 이범성과 맞서 싸워 이기지 못한다고 해서 자기의 몸을 희생해 엄진우의 생명을 지킬 수도 없었다. 그것은 한 남자의 자존심을 모욕하고 짓밟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엄진우 역시 그런 일을 받아들일 수 없으리라고 믿었다. 왜냐하면 엄진우은 진정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만약 엄진우가 여기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예우림은 죽는 한이 있어도 엄진우를 연루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엄진우는 이곳에 나타났고 이제 생사도 두 사람이 함께할 것이다. “회장님, 엄진우는 제 남자예요.” 예우림는 다시 한번 침착하게 말했다. 윤휘의 얼굴에는 고통스러운 표정이 가득했다. 오늘 일진이 좀 사납네?한쪽은 엄진우, 한쪽은 이범성. 도대체 누구를 선택해야 한단 말인가? “하하하하, 정말 웃기군!” 이범성은 비웃으며 큰소리로 웃었다. “엄진우가 뭐라도 되나? 그저 작은 개미, 하찮은 놈일 뿐이야! 손가락 하나로도 짓밟아 죽일 수 있어! 내 말 들어. 저 녀석은 널 지킬 수 없어.” “술과 색욕에 빠져 건강도 잃어버린 너 같은 놈이 뭘 할 수 있겠어? 건강한 여자도 너보다 힘이 셀걸?” 엄진우는 주먹을 움켜쥐고 이범성 쪽으로 걸어갔다. “바닥에 있는 놈들만이 주먹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나는 제경에서 20년 넘게 깡패질을 하면서 남자들을 억누르고 여자를 괴롭혔지만 왜 아무도 나에게 손을 대지 못했는지 알아? 내 성이 이씨이기 때문이야! 내가 한마디만 하면 수많은 사람이 나에게 목숨을 바치려고 할걸. 하지만 너는 평생 남의 밑에서 일하며 나의 하루 소비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벌겠지.” 이범성은 엄진우를 경멸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윤씨 그룹의 모든 보안 요원들이 엄진우를 향해 걸어갔다
엄진우는 침묵한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윤휘는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지만 그를 향한 차가운 시선이 마치 날카롭게 찌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몸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땀은 그의 옷을 완전히 적셔놓았다. 엄진우의 위세는 윤휘에게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윤씨 그룹이 전성기일 때조차 엄진우에게 거의 멸망할 뻔했었다. 만약 엄진우에게 윤씨 그룹이 아직 쓸모가 없었더라면 지금쯤 윤씨 그룹은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하물며 지금의 윤씨 그룹은 한쪽 다리가 이미 부러진 상태나 다름없다. 윤휘는 알고 있었다. 엄진우가 자기를 용서하지 않는다면 오늘 이후 윤씨 그룹은 완전히 사라질 것임을.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엄진우는 시선을 거두고 예우림을 바라보았다. "당신 뜻은?" 윤휘는 고개를 들어 예우림을 바라보았고 그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예우림는 잠시 혼란에 빠졌다. 그녀는 엄진우가 윤씨 그룹을 굴복시키고 이득을 얻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과정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엄진우가 어떻게 이토록 강력한 사람을 무릎 꿇게 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예우림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엄진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용서해 줘. 회장님은 나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어." 엄진우가 오기 전에 윤휘가 이범성을 도와 자신을 설득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을 도와준 것도 있었다. "오늘은 당신을 용서할게. 다음번에 이런 일이 또 있으면 다시는 태양을 볼 수 없을 거야." 엄진우는 차갑게 말했다. 윤휘는 길게 숨을 내쉬고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했다. 만약 그가 예우림이 엄진우의 여자인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그녀를 공주님처럼 모셨을 것이다. "일어나." 엄진우의 말이 떨어지자 윤휘는 비로소 바닥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이범성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자료에 따르면 엄진우는 그저 하찮은 사람에 불과했고 고작 몇 년 군대에 다녀온 것뿐이었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윤휘 같
순간 윤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씨 가문은 대대로 아들 하나만 있는 집안으로 이번 세대에 이르러서도 이범성뿐이다. 비록 이범성이 방탕하게 살며 바지 속 욕망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이씨 가문은 그를 통해 가문의 대를 이을 희망을 보았다. 어쨌든 그동안 이범성은 여러 여자를 임신시키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씨 가문 같은 대가족에서는 정실부인이 정해지지 않으면 결코 이범성이 밖에서 자식을 두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범성이 임신시킨 여자들의 아이는 모두 이씨 가문의 압력으로 낙태되었다. 그런데 이제 이범성의 중요한 부위가 망가졌으니 이씨 가문 입장에서는 그가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대가족에게 있어 대를 잇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범성은 끊임없이 돼지 잡는듯한 소리를 질렀고 결국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 씨, 이건 좀......” 윤휘는 결국 고개를 숙이며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씨 가문에서 무슨 반응을 보이든 나를 찾아오라고 해.” 엄진우는 그렇게 말한 후 이범성을 마치 죽은 개처럼 질질 끌고 윤씨 그룹의 건물 밖으로 내팽개쳤다. “엄진우, 우리 빨리 창해시로 돌아가자.” 상대는 진정한 용국의 정점에 있는 이씨 가문이기에 예우림은 불안한 마음에 말했다. “당신은 안강제약을 인수하러 온 거 아니었어?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무슨 창해시로 돌아간다는 거야?”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 세력은 창해시에 있어. 창해시에 돌아가야만 이씨 가문이 우리에게 손을 쓰더라도 대응할 시간이 있잖아. 최악의 경우 특별한 경로를 통해 해외로 도망갈 수도 있어. 하지만 제경에서는 우리가 손쓸 방법도 없이 당할 수밖에 없을지도 몰라.” 예우림은 걱정스레 말했다. “걱정 마, 당신은 일만 편히 처리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엄진우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는 과거 제경에서 이씨 가문과 암투를 벌였으며 이씨 가문
“아버지!” 이자태는 빠른 걸음으로 마당 안으로 들어오며 무거운 어조로 불렀다. 아들의 목소리를 들은 이용진은 거친 숨을 내쉬며 그제야 멈춰 섰다. “확실히 알아봤느냐?” 이용진은 이를 악물고 물었다. 이런 가문에 있어 자손이 없다는 것은 멸망과 다름없는 재앙이었다. “확인했습니다. 윤휘가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자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엄진우! 엄진우! 엄진우!” 이용진의 두 눈은 핏발이 섰고 엄진우의 이름을 한 번 또 한 번 반복하며 마침내 고함을 질렀다. “아버지, 몸조심하세요!” 이자태는 눈가가 붉어진 채 급히 앞으로 나가 이용진의 등을 두드렸다. “너무하는군! 그 녀석의 여자가 맞다 해도 범성이 그 여자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게 굴 수가 있단 말인가!” 이용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생사조차 불분명한 손자를 생각하니 그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아버지, 걱정 마세요. 절대 엄진우를 그냥 두지 않겠습니다!” 이자태도 이를 갈며 말했다. “범성의 상태는 어떤가?” 이용진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오 의사가 치료하고 있지만……” 말을 하다 말고 이자태는 잠시 망설이다가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말해!” 이용진이 크게 소리쳤다. “오 의사 말로는 중요 부위는 보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자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용진은 몸이 휘청이며 거의 쓰러질 뻔했다. “그럼…… 이후에 시험관 아기 시술이라도 할 가능성은 있나?” 이용진은 이자태의 부축을 밀어내며 다시 물었다. 이자태는 고개를 숙이고 살며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부위가 완전히 부서져 희망이 없습니다.” 이용진은 입술이 떨리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버지, 저는 이미 준비가 끝났습니다. 오늘 밤 반드시 엄진우와 그 가족 모두를 몰살시키겠습니다!” 이자태의 눈빛은 잔혹하게 번뜩였다. 그는 이
이때 예우림은 호텔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하루 종일 놀란 심경에 저녁에는 안강제약의 인수 절차와 주의 사항을 정리하느라 피곤이 극에 달해 거의 쓰러지듯 잠들어 버렸다. 호텔 밖에서는 이자태가 사람들을 데리고 당당하게 호텔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적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 갑자기 이자태는 손바닥을 세우며 멈췄다. 그 뒤를 따르던 사람들이 모두 멈춰서 그를 바라보았다. “엄진우의 행방을 확인해.” 이자태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지시했다. 이자태는 이용진의 말을 다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그는 항상 아버지의 말을 따랐고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배운 신중함도 어느 정도 몸에 배어 있었다. 게다가 이씨 가문의 권세로 누군가의 행적을 알아내는 것은 그저 전화 한 통이면 충분했다. “엄진우는 도련님을 다치게 한 후 시골 농장으로 도망가 숨어 있습니다. 오후부터 지금까지 전혀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자태의 곁에 있던 사람이 금세 정보를 얻었다. 그 말을 들은 이자태는 비웃음을 지었다. 별 볼 일 없는 녀석일 뿐인데 아버지가 그토록 신중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동시에 이자태는 슬픔을 느꼈다. 그의 아들이 이처럼 하찮은 녀석 때문에 생식능력을 잃었다니! “가자!” 이자태는 생각을 정리한 후 깊게 숨을 들이쉬고 사람들을 이끌고 호텔로 들어섰다. 호텔 사장은 프런트에서 지키고 있다가 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렸다. “당신들...... 무슨 일이죠?” 그는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우리는 할 일이 있어서 왔소. 당신과는 상관없으니 그저 예우림이라는 여자가 어느 방에 머물고 있는지만 말해주면 되오.” 이자태의 옆에 있던 사람이 호텔 사장에게 성큼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우리는 고객의 정보를 공개할 수 없습니다! 당장 나가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습니다!” 호텔 사장은 두려웠지만 직업 윤리상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