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국은 얼굴에 웃음을 짓고 있었다.“그러게다. 이렇게 불행할 줄은 몰랐어. 비행기 고장이라니. 우림아, 빨리 다음 항공편 예약해 줘. 할아버지의 건강이 급한데.”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할아버지의 병은 급하지 않아요...”예우림이 말을 시작하자마자 예정명이 끊었다.“급하지 않다고? 그런 소리가 너에게서 나올 줄을 몰랐어. 아무리 그래도 네 할아버지인데! 병은 분명 치료 가능해. 그 기회를 포기할 생각이야?”예정명이 단호하게 말했다.“본래 치료가 가능했지만 당신들 때문에 지금은 치료가 불가능해졌어요.”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리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만약 엄진우의 말이 사실이라면 예흥찬이 속고 있는 게 분명했다.예흥찬은 자유와 권력을 위해 자기의 생명을 내걸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이런 계획에 동의할 리가 없었다.수년간의 다툼을 통해 예우림은 예흥찬을 잘 알고 있었다.“그게 무슨 뜻이야!”예정명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친애하는 삼촌, 제게 질문만 하지 말고 착륙하면 큰 선물을 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이제 착륙했으니 어떤 큰 선물인지 한번 봅시다.”예우림은 비웃으며 예정명을 바라보며 물었다.“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그때 공항 직원이 휠체어에 앉아 있는 예흥찬을 밀고 나왔다.걸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공항 측에서 그의 건강 상태를 걱정해 휠체어로 이동시킨 것이다.“우림에게 다음 항공편 예약하라고 재촉하고 있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메이요 클리닉의 임상 시험에 못 갈 거니까.”예정국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래, 우림아, 빨리 비행기 예약해 줘.”예흥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예우림에게 말했다.“할아버지, 메이요 클리닉의 일정에 작은 문제가 생겨서 이틀 뒤에나 갈 수 있어요.”예우림은 엄진우의 추측을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예흥찬의 폐암이 폐약단 때문이라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녀는 예정국과 예정명이 떠나는 것을 허락할 수는 없었다.“무슨 문제야?”예흥찬이 미간을 찌푸리
“우림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메이요 클리닉 의사도 그런 일이 애초에 없다고 했어!”예흥찬은 안색이 어두워지며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는 이미 자기의 수명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는데 예우림이 메이요 클리닉에 치료할 방법이 있다고 말해 다시 살아갈 희망을 품게 했다.“우림아, 설마 아직도 할아버지한테 앙심 품고 메이요 클리닉에 안 보내려고 이런 핑계를 대는 거 아니야?”예정명은 옆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말했다.예우림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어떻게 예흥찬의 질문에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사실, 우림은 어르신께서 해외에서 낯선 환경에 계시는 게 걱정돼 메이요 클리닉팀을 국내로 불러 치료받게 하려고 했던 거예요. 아직 결정된 건 아니니까 괜히 실망하실까 봐 미리 말씀드리지 않았던 거죠.”그때 엄진우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예흥찬은 공항에서 엄진우를 본 순간부터 이미 좋게 보지 않았었다. 과거에 있었던 불쾌한 일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하지만 엄진우의 말을 듣고 그는 잠시 멍해지더니 곧 기대에 찬 얼굴로 물었다.“우림아, 그게 정말이냐?”이 순간만큼은 예전의 감정 따위는 자기의 생명보다 중요하지 않았다.예우림은 엄진우의 확신에 찬 표정을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 순간 예정명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뻥치지 마. 메이요 클리닉 의료진을 국내로 불러 치료한다고? 그게 무슨 핑계야! 네가 메이요 클리닉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해 알긴 해? 그들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들이고 각국의 고위 인사들이야! 그런 게 가능했다면 진작에 메이요 클리닉을 집으로 불렀겠지! 네가 뭐라고, 그런 일이 가능하겠어? 정말 가능하다면 당장 전화해 봐.”예정명은 비웃으며 말했다.“미안하지만 나 정말 할 수 있어.”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내 국제 전화를 걸었다.긴 벨 소리가 울렸다.“전화도 안 받는데 뭘 그렇게 폼 잡고 있어?”예정명의 비꼬는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가 연결되었다.“브루스 박사, 저 엄진우입
“엄진우 씨, 사과는 하지 마세요. 오히려 제가 감사해야죠. 엄진우 씨가 없었다면 지금의 메이요 클리닉도 없었을 겁니다. 기회가 된다면 직접 만나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전화기 너머의 브루스 박사의 목소리에는 깊은 감사의 마음이 가득했다.“그럼 요즘 만나면 되겠네요?”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으시다면 며칠 안에 의료팀을 이끌고 용국으로 와주셨으면 합니다. 폐암 4기인 환자가 있는데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메이요 클리닉에서 곧 임상 시험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제 조수도 충분히 팀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용국 속담으로 말하자면 이건 사근구원이 아닙니까?”브루스 박사는 의아한 듯 말했다.그의 모든 기술은 엄진우가 가르쳐 준 것이었고 폐암 표적 치료법도 최근에 연구 개발한 것이었다. 의술이 훨씬 더 발전한 지금도 그는 엄진우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이 연구할 수 있었다면 엄진우도 분명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방법이 없어요. 그분들은 메이요 클리닉만 믿거든요.”엄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그는 굳이 자기가 예흥찬을 치료해주겠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랬다간 조롱만 당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알겠습니다. 그런 환자들은 많이 봤으니 이해합니다. 어쨌든 엄진우 씨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며칠 내로 용국에 가겠습니다. 주소를 보내주세요.”브루스 박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봅시다.”엄진우는 전화를 끊고 예정명을 바라보았다.“해결됐어. 이틀 내로 메이요 클리닉의 브루스 박사가 팀을 이끌고 올 거야. 브루스 박사에 대해서는 들어봤겠지?”“당연히 들어봤지. 그분은 메이요 클리닉의 창립자잖아! 전 세계의 권력자들과 부자들의 귀빈이고 그분을 아는 사람은 목숨 하나 더 얻은 셈이지! 근데 네가 그분을 안다고? 웃기지 마. 엑스트라를 데려오려고? 연기는 또 그럴듯하게 하네!”예정명은 비웃으며 말했다. 그
“당신들이 비행기 표를 살 수 있는지 한번 해보시지. 이미 공항 측에 얘기했어. 당신들은 이미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당분간 비행기를 탈 수 없을 거야. 이틀 동안은 집에 얌전히 있어. 메이요 클리닉팀이 도착하면 직접 집에 와서 검진을 해줄 테니까.”엄진우는 말하려던 예우림을 제지하며 말했다.이제 더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사실이 눈앞에 펼쳐지면 그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테니.엄진우의 말에 예정국과 예정명의 얼굴은 순간 굳어졌다.두 사람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항공권 예매 앱을 열고 표를 사려 했다.하지만 정보를 입력하고 나서도 계속 주문 제출이 실패했다는 메시지만 떴다.“괜히 애쓰지 마. 비행기 표는 물론이고 버스표도 못 살 거야. 그리고 당신들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도 이미 동결했어.”엄진우는 비웃듯이 말했다.“엄진우, 너무 하는 거 아니야!”예정국은 분노에 찬 차 큰 소리로 외쳤다.“당신들을 위해서야. 어르신이 지금 이 상태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사고 날 수도 있어.”엄진우가 느긋하게 말했다.“네가 창해시의 왕이라도 된 것 같지! 그렇게 거들먹거리다간 언젠가 누군가는 널 처리할 거야!”예정명은 이를 악물고 엄진우를 노려보았다.“누가? 손강호?”엄진우는 차갑게 웃으며 한 이름을 내뱉었다.그 이름을 듣자 예정명은 순간 얼어붙었고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너... 너 어떻게 알았지?”예정명의 눈에는 공포의 기색이 어렸다.“페약단 같은 걸 네 수준에서 접하지 못해. 창해시에서 그걸 너희에게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은 손강호밖에 없어. 손강호는 이미 제경으로 쫓겨난 줄 알았는데, 아직도 쥐새끼처럼 창해시에 숨어 있네. 이번에 함께 처리해야겠다.”말을 마친 엄진우는 예우림을 데리고 떠났다.“정명아, 그게 무슨 말이야?”예흥찬은 의아한 표정으로 예정명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버지, 집에 가요.”예정명은 넋이 나간 듯 말했다.엄진우의 추측이 맞았다. 폐약단은 손강호가 그에게 준 것이었다.엄진우를 쓰러뜨리려 온갖
소식이 퍼지자 많은 재벌과 권력자들은 급히 공항으로 달려갔다.하지만 그들이 도착했을 때 이미 누군가 메이요 클리닉의 의료팀을 모셔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모두의 존경을 받는 브루스는 이 시각 차 안에 앉아 존경과 흥분이 가득한 얼굴로 엄진우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브루스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엄진우는 당장이라도 그를 차에서 내쫓았을 것이다.브루스의 아내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메이요 클리닉은 브루스가 세상을 떠난 아내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었다.“엄진우 씨, 제가 개발한 표적 치료법에 대해 매우 자신 있지만 새로운 기술이니만큼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치료를 할 때 제 옆에서 지켜봐 주시고 저언을 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브루스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 말은 결코 겉치레가 아니었다.“그리 과한 요구는 아니지만 아마 당신이 그 표적 치료법을 쓸 기회는 없을 거예요.”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왜요? 환자가 폐암 말기라고 들었는데. 이 치료법은 바로 그런 환자들을 위한 건데요.”브루스는 머리를 긁적이며 의아해했다.“이 환자의 경우는 좀 특수해요. 곧 알게 될 겁니다.”엄진우는 방금 비행기에서 내린 브루스를 바로 진료하러 보낼 수 없었기에 일단 지성그룹 소유의 호텔로 그들을 보내 체크인하게 했다.엄진우와 예우림은 먼저 별장으로 돌아갔다. 브루스의 요청에 따라 2층 거실을 비우고 그의 작업실로 꾸며야 했기 때문이다.엄진우는 그렇게까지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브루스가 고집했기에 그대로 따랐다.“너희들 대체 뭐 하는 거야?”예정명이 예흥찬의 휠체어를 밀며 방에서 나와 무거운 어조로 물었다.“메이요 클리닉의 브루스 박사가 거실을 비워달라고 요청했어.”엄진우는 가구를 옮기며 무심히 말했다.“끝까지 쇼하려는 거지? 좋아, 메이요 클리닉의 의료팀이 오지 않으면 어쩔 건데?”예정명은 비웃으며 물었다.“그럼 이러지. 만약 오늘 메이요 클리닉의 의료팀이 여기 오지 않으면 당신들을 보내줄게. 창해시에 남든 해외로 나가
“브루스 박사님! 와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을 만나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예흥찬은 얼굴이 불타오르듯 붉어졌고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이 순간 그의 눈에 브루스는 마치 천사처럼 보였다.“지금 너무 흥분하시면 안 됩니다. 현재 상태에서는 감정이 너무 격해지는 건 좋지 않습니다.”브루스는 진지하게 말했다.며칠 전만 해도 예흥찬은 침대에 누워 움직이기도 힘들었다.그가 이렇게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은 메이요 클리닉에서 치료받기로 결정된 후 의사가 대량의 약물을 투여했기 때문이었다.“알겠습니다. 박사님 말씀이 옳습니다. 브루스 박사님, 만약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는 아마 이미 치료를 포기했을 겁니다. 이 세상에서 말기 폐암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일 겁니다.”예흥찬은 최대한 침착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사실 그렇게까지 흥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용국에는 저보다 훨씬 뛰어난 의술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도 그의 가르침 덕분입니다.”브루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말을 듣고 예흥찬은 잠시 멍해졌다.용국에 그런 명의가 있다는 말인가?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데.“그 사람이 누구입니까? 박사님이 이렇게 높이 평가하다니, 게다가 박사님을 가르치다니요? 정말 믿기 힘듭니다.”예흥찬은 충격을 받은 듯 물었다.“용국에 이런 말이 있죠. ‘먼 데 있는 줄 알았는데, 가까이에 있다’라고. 제가 말하는 그 사람은 바로 이 방에 있는 엄진우 씨입니다.”그 순간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눈이 커다래지며 충격에 빠졌다.예우림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녀는 엄진우의 의술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브루스의 말에서 그가 브루스보다도 뛰어나다고 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브루스는 메이요 클리닉의 창립자이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의료계의 거물 아닌가!엄진우가 이렇게 위대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전혀 몰랐다.“이... 이게 말이 됩니까!”“그러게요. 브루스 박사님, 정말이십니까?”
“무슨 말인가요?”예흥찬은 브루스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즉, 당신의 암은 아마도 독약에 의해 유발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한 현재 세계에는 폐암을 직접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브루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의 인식과 지금 검사 결과 사이에 큰 모순이 존재했다.검사 결과에 따르면 예흥찬의 폐암 세포는 발생에서 말기로의 발전이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내에 이루어졌고 이 세포들은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처럼 보였다.암세포가 생기기 전에 그의 폐에는 어떤 병변도 없었다.“아니요. 그런 약이 존재합니다.”이때, 엄진우가 입을 열었다.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그 약의 이름은 폐약단입니다. 이 약은 용국 역사에서 천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에 필요한 재료가 너무 희귀하고 공정이 너무 복잡해 수백 년 전에 사라졌습니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예정국과 예정명의 표정은 긴장으로 굳어졌다.그들이 예흥찬에게 투여한 것이 바로 이 폐약단이었다.“네가 이미 폐약단이 수백 년 전에 사라졌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확신할 수 있어? 게다가 우리는 최근 이 별장에 감금되어 있었고 누가 아버지에게 독약을 투여할 수 있었겠어? 설령 독약이 원인이라 하더라도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은 오히려 예우림이야.”예정명은 급하게 반박했다.엄진우는 그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건 단지 추측일 뿐인데, 왜 그렇게 긴장하고 그래? 혹시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그는 예정명을 비웃듯 쳐다보았다.“뭐... 뭐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고! 그저 의학은 엄격한 학문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을 뿐이야. 함부로 추측하지 마.”예정명은 억지로 침착한 척하며 소리쳤다.“말은 잘하네! 그런데 마침 내가 그 폐약단을 제조할 수 있어. 필요한 재료도 모두 있고.”엄진우는 웃으며 몇 가지 약재를 꺼냈다.그는 복잡한 작업을 거쳐 손에 검고 매끄러운 단약을 만들어냈다.단약에는 어두운 보라색의
도대체 누가 나를 해치려는 거야!?이때 예흥찬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쳐다보았다.“분명 네가 아버지에게 독을 탄 거야! 네가 말한 그 폐약단은 수백 년 전에 사라졌고 아마도 전 세계에서 너만이 폐약단을 제조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거야! 너 말고 누가 이렇게 아버지에게 독을 줄 수 있겠어?”예정국은 분노한 척하며 엄진우에게 외쳤다.“내가 독을 탄 게 맞다면 왜 여기서 폐약단을 꺼내겠어?”엄진우는 비웃으며 말했다.“지금은 싸울 때가 아닙니다. 암세포의 출처를 찾았으니 가장 중요한 것은 폐약단의 독성 분석입니다. 어쩌면 해독제를 개발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브루스가 진지하게 말했다.예흥찬은 이 말을 듣고 누가 독을 탔는지를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브루스 박사님, 재발 저를 구해주세요. 빨리 해독제를 개발해 주세요.”그의 눈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예흥찬 씨,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희망은 매우 희박합니다. 독성의 원인을 찾았다 하더라도 해독제를 개발하는 데는 일반적으로 수년이 걸립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당신의 상태로는 그때까지 버티기 힘듭니다.”브루스는 잠시 망설이다가 사실을 말했다.예흥찬은 마치 천둥에 맞은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해독제를 왜 개발합니까? 사실 이 별장 안에 폐약단의 해독제가 있어요.”이때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그 순간 예정명은 온몸이 얼어붙었다.폐약단의 해독제가 그의 짐 속에 들어있었기 때문이다.그는 누가 예흥찬의 폐암이 폐약단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을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해독제를 숨길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다.그는 그저 그들이 자유로워지면 해독제로 예흥찬을 치료할 계획이었다.“네가 해독제를 가지고 있다는 건가? 나를 구해준다면 앞으로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겠어. 예우림과의 결혼도 인정하고 직접 결혼식도 주례해 줄게.”예흥찬은 엄진우를 바라보며 흥분해서 말했다.“나한테는 없지만 어르신의 아들은 가지고 있어요. 갑시다. 내가 해독제를 가져다줄게요.”엄진우는 말하며 예정명의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