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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이 분주한 아파트 건물은 이제 귀신이라도 들린 듯 사람의 그림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는 이미 정지되어 있었고 엄진우과 조연설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사건 현장은 23층이야. 피해자는 한 배낭 여행객이었고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는 현재 용국을 여행 중이었어. 어제 서강에서 막 돌아온 상태였지.”

조연설은 계단을 오르며 엄진우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조연설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체력이 대부분의 남자보다 훨씬 뛰어났다.

23층을 오르면서 얼굴 하나 붉어지지 않고 숨도 가쁘지 않았다.

“도착했어.”

계단 입구에는 집행 요원이 지키고 있었고 그들은 조연설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들의 시선이 엄진우에게 향했다.

“이분은 누구신가요?”

집행 요원이 물었다.

“내가 데려온 지원자야. 사건 현장을 보여주려고.”

조연설가 대답했다.

그 집행 요원은 조연설과 비슷한 나이로 보였고 집행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우리 집행청 사람인가요? 처음 뵙는 것 같은데요.”

그는 의아하게 엄진우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니, 우리 시스템 소속은 아니야.”

조연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듣자 집행 요원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떠올랐다.

“우리 집행청 소속이 아닌 사람은 안 될 것 같은데요. 우리 내부 사람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안에 성에서 온 사람들이 있어요. 알잖아요...”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성에서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콧대가 높아서 우리 집행청의 유능한 인재들도 주변 일만 하게 만들었어요. 하물며 이분이 우리 시스템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면 더 곤란해질 거예요.”

“이 사람은 달라. 우리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고 믿어.”

이런 신뢰는 엄진우가 여러 사건에서 조연설에게 거의 전지전능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누님, 저 좀 곤란하게 하지 마세요. 성에서 저를 이 계단 입구를 지키라고 시킨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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