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이분은...”조연설이 설명하려는 순간 남자가 말을 끊었다.“이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어요. 당장 내보내세요. 조연설 씨, 당신이 명단에 포함된 건 당신에 대한 내 배려에요. 당신 아버지와 내 아버지가 오래된 친구이기도 하고 경험을 쌓게 하려고 일부러 이름을 넣어준 거예요. 하지만 다른 사람은 안 돼요. 이해하겠어요?”남자는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조연설은 닭살이 돋았다.2308호 방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자기의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현장에 들어선 이후로 엄진우는 현장을 관찰하는 데만 집중했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그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난 연설이가 도와달라고 해서 왔어요. 현장에 들어가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도와요?”이 말을 듣고 남자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비웃었다.“당신이? 사건 해결을 돕는다고?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요? 강남성 최고의 사건 해결 전문가로 집행 시스템 내에서 신통한 탐정이라는 칭호를 갖고 있어요. 내가 강남성에 온 이후 총 13건의 미제 사건을 해결했고 37명의 사형수들을 법의 심판을 받게 했어요. 당신이 사건 해결을 돕는다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세요! 내가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강남성에서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남자는 차갑게 웃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당신들이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연설이 나를 찾은 거 아닙니까. 당신들이 조금만 더 효율적으로 일했다면 나를 찾지도 않았겠죠.”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사건 발생 후 현재까지 24시간도 안 되었어요. 이런 대형 사건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남자는 화가 나서 물었다.“당신이 안 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안 되는 건 아니죠.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사건을 해결할 거라고 바라지는 않지만 사건 현장에서 하루 종일 조사를 했는데 아무런 단서라도 찾았나요?”엄진우는 반문했다.남자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우리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어딘가에 반드시
“맞아요. 범인은 창문을 통해 들어왔어요. 그래서 범인이 살인을 하고나서도 방과 복도에 아무 발자국도 남기지 않은 거예요.”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는 장갑을 착용하고 방의 창문을 열었다.23층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지러움을 느낄 높이였다.아파트의 외벽은 매끈한 유리 벽으로 되어 있었다.이 매끈한 외벽을 보고 나서는 어떻게 외벽을 타고 23층에 올라오는지를 상상할 수가 없었다.“똑똑한 척은! 우리가 이런 가능성도 고려해 봤지만 바로 제외한 가능성 중 하나에요. 능력이 있다면 그쪽이 직접 보여줘 봐요. 어떻게 창문을 통해 출입할 수 있는지 보고 싶네요.”남자는 차갑게 말했다.엄진우는 물론 와이어를 사용해 자신을 매달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결국 23층에서 와이어를 사용해 자신을 매달려면 60~70미터 길이의 와이어가 필요하고 성인의 체중을 견딜 수 있을 만큼 두꺼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와이어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게다가 범인이 와이어 매단 후 어떻게 풀 수 있을지도 문제가 된다.“뭐가 어렵다고?”엄진우는 창틀 위로 올라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뭘 하려는 거요?”모두 놀라서 소리쳤고 남자는 급히 외쳤다. 이 미친놈이 자극받아 창문에서 뛰어내리려는 건 아니겠지? 정말 인명사고가 나면 자기도 처벌받을 거라고 생각했다.“보여 달라면서요?”말을 마친 엄진우는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2308호 방 안에서는 비명이 들렸다.“저 미친놈!”남자는 욕을 퍼붓고 창문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가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을 목격했다.엄진우는 매 층을 떨어질 때마다 발끝으로 벽에 튀어나온 창턱을 가볍게 디디며 낙하 속도를 줄였다. 하지만 그 튀어나온 창턱은 겨우 2~3센티 미터 정도였다. 엄지우는 마치 큰 새처럼 우아하게 움직이며 가볍게 1층 바닥에 착지했다.물론 엄진우의 실력으로는 23층에서 곧바로 떨어져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이는 그가 수련자이기 때문이다. 만약 범인이 수련자가 아니라면 흔적 하나
엄진우는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낮추며 마치 표범처럼 몸을 튕겨 올렸다.그는 수직으로 점프하는 것이 아니라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뛰어오랐다.몸이 최고점에 도달했을 때 강력한 핵심 근육의 힘을 이용해 공중에서 잠시 멈추었다.그 후 벽에 있는 창턱을 강하게 차며 몸을 한층 더 올렸다. 창턱을 잡고 있는 8개의 손가락 힘만으로 전신 무게를 지탱하고 있었다.엄진우의 팔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손가락이 강하게 힘을 주어 그의 몸을 공중으로 튕겨냈다. 이렇게 해서 그는 한 층씩 계속 올라갔다. 아래에 있는 성집행청의 사람들 눈에는 그의 몸이 점점 더 작아지면서도 더욱 위엄 있어 보였다.남자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엄진우는 이미 20층까지 올라갔다. 그것도 60미터가 넘는 높이였다. 조심하지 않으면 산산조각이 날 수 있는 높이였다.“미쳤어! 미쳤어! 이 미친놈을 어디서 찾은 거야?”남자는 놀라며 조연설을 바라보았다. 그는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미치다뇨. 단지 실력이 굉장히 뛰어난 거예요.”조연설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번졌고 마음속으로 엄진우를 자랑스러워했다.공중에서 엄진우는 손가락으로 2308호의 창턱을 잡고 몸을 휘저어 방 안으로 들어왔다.“방금 내가 올라온 이 경로가 범인이 올라온 경로일 가능성이 높아요. 이 경로만이 외벽과 거리의 모든 CCTV를 완벽하게 피해 갈 수 있거든요. 또 이 경로의 유리 외벽은 낮에 해가 비추는 방향으로 눈부신 햇빛을 반사해서 일반적으로는 아무도 외벽을 올려다보지 않아요.”성집행청 사람들이 방 안으로 돌아오자 엄진우는 한결 편안한 얼굴로 말했다.남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고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이 모든 게 사실이니까.비록 그는 엄진우의 방법이 복제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런 가능성이 있다면 조사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가능성도 놓칠 수는 없었다.“즉시 견인 장비를 설치하고 외벽과 창턱을 조사해라!”그는 무거운 어조로 명령했다.곧 아파트의 지붕에는 견인 장비가 설
조사가 중요한 돌파구를 맞이했다.전담반은 시청으로 돌아왔고 시청 전체 층은 전담반의 사무실로 비워두었다.벽에는 찍힌 혈흔 사진들이 주찬호에 의해 위에서 아래로 순서대로 붙여졌다. 그 혈흔 사진들을 응시하면서 주찬호는 미간을 찌푸렸다.엄진우가 말한 대로 범인이 출입한 경로는 모든 CCTV를 완벽하게 피했다.이 혈흔 사진들이 그들에게 더 많은 단서를 제공할 수는 없었다.엄진우는 의자에 앉아 전담반의 의견을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리는 동안 오랜 침묵만이 흘렀다.그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그는 지나치게 주목받고 싶지 않았다. 지나치게 주목받는 것은 적을 만들기 마련이니까.“엄진우 씨, 뭘 알아내셨나요?”한숨 소리가 주찬호의 귀에 다소 거슬리게 들려서 마음이 좀 불편했다. 엄진우의 기술과 용기는 그를 감명시켰지만 단서의 해석에서는 아직 누구에게도 져본 적 없었다.그러나 이 혈흔이 엄진우 덕분에 발견된 것이어서 그는 감정을 눌러야 했다.“이 혈흔은 이미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엄진우는 일어나 사진 앞으로 걸어갔다.“이 사진 중 유리 외벽에서 발견된 혈흔은 범인의 발끝이 남긴 것입니다.”말하면서 그는 사진을 떼어내어 다른 쪽의 빈 공간에 붙였다.“우리는 이 발자국을 아주 쉽게 복원할 수 있어요.”엄진우는 펜을 들어 발바닥 전체를 그리기 시작했다.발끝과 혈흔이 완벽하게 일치했다.복원된 부분은 발끝과 완벽하게 통합되어 이상함이 전혀 없었다.마치 발끝 부분이 이 발바닥에서 잘라낸 것처럼 보였다.“동아시아인과 유럽인의 발바닥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이 발바닥을 관찰하면 이것이 전형적인 유럽인의 발바닥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범인의 범위를 창해시의 유럽인으로 좁힐 수 있습니다.”엄진우의 추론에 모든 사람은 충격을 받았다. 범인의 발자국을 간단히 복원했다? 그게 간단한 일이었던가? 그들의 인식으로는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는
“월리엄, 우리가 사람을 죽이고 나서 다시 이 건물에 돌아온 건 너무 대담한 짓 아니야?”침대 머리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던 여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헤이, 앨리스, 좀 편하게 생각해. 그 용국 놈들 10년이 지나도 우리를 못 찾을 거야.”월리엄이 비웃으며 대답했다.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들이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도 당당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사건이 벌어진 같은 아파트의 민박에 체크인할 줄은. 전담반이 아파트 내의 수상한 인물들을 조사할 때 두 사람은 사건 후에 체크인했고 사건 전에는 CCTV에 이들이 드나드는 모습이 찍히지 않았기에 첫 번째로 이들을 용의자에서 제외했다.“왠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이 들어.”앨리스는 연기를 내뿜으며 그녀의 표정은 연기 속에서 흐릿하게 보였다.“아마도 피에 대한 갈망이 네 욕망을 자극하고 아직 만족하지 않아서 그런 거겠지.”월리엄은 와인잔을 내려놓고 앨리스 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앨리스, 우리는 피를 갈망하는 뱀파이어지만 그 저질 잡종들과는 달라. 우리는 가장 고귀하고 오래된 순혈 뱀파이어야! 이 용국 사람들의 피는 너무 저급하고 비리비리해서 우리 같은 고귀한 존재가 먹을 수 없어.”월리엄은 앨리스의 어깨를 잡고 단호하게 말했다.“네 말이 맞을지도.”앨리스는 담배를 비벼 끄고 어깨를 으쓱했다.“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네 욕망을 충족시켜 줄 수는 있어.”월리엄의 잘생긴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떠올랐다.“우리에겐 아직 완료하지 않은 임무가 있어.”앨리스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몇 마리의 저급한 돼지들일 뿐이야. 그 신비한 조직이 왜 그들의 몸을 필요로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야 뭐 오늘 밤 잠깐 시간 내서 그들을 모두 죽이면 돼.”월리엄은 허리띠를 풀며 히죽거렸다.“이제 우리 마음껏 즐기자.”그는 웃으며 말했다.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표정하게 옷을 벗었다.월리엄은 그녀를 덮쳤지만 앨리스는 끝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힘이
월리엄이 창문을 열었다.밑에 서 있는 집행관을 보자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비록 이 아파트는 이미 봉쇄된 지 오래였지만 그동안은 출입구만 봉쇄된 상태였다.그런데 지금 월리엄이 서 있는 창문 아래쪽 벽에는 출입구가 없었고 집행관이 서 있는 자리가 바로 그가 오르내리던 지점이었다.“앨리스, 뭔가 이상해.”월리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앨리스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알몸인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창가로 달려갔다.곧 그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아무리 10년을 줘도 이 멍청한 용국 사람들은 우리가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지 절대 알 수 없을 거라며?”앨리스는 월리엄을 노려보며 물었다.“이건...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야. 물론 우리가 잡힌다고 해도 그들이 우리에게 어쩌지도 못하겠지만. 귀찮은 일은 피하는 게 좋겠지. 그러니 우선 여기서 벗어나자.”월리엄은 코를 만지며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이 건물은 360도 빈틈없는 감시 상태야. 그런데 어떻게 나가?”앨리스는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그 말을 들은 월리엄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우린 고귀한 뱀파이어잖아. 설마 네가 그 멍청한 용국 사람들한테 동화된 건 아니겠지? 당연히 뚫고 나가야지!”앨리스는 곧 옷을 입고 월리엄과 함께 방을 나섰다.두 사람은 캐리어를 끌며 빠르게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죄송한데요. 지금 건물은 봉쇄 중이라 나가실 수 없습니다.”시청에 들어온 지 1년도 안 된 집행관 조이현이 그들을 가로막으며 경계하는 눈빛을 보였다.“우리 급한 일이 있어서 꼭 나가야 해요.”앨리스는 월리엄의 손을 잡고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오만한 월리엄과는 달리 앨리스는 여전히 상당히 신중했다.가능하면 큰 소동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고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죄송합니다. 특수 상황이므로 지금은 아무도 출입할 수 없습니다.”조이현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우린 외국인이에요. 당신들에게 우리를 억류할 권한은 없어요!”앨리스는 미간을 찌푸
총성이 울리자 아파트 건물 안팎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모든 집행원이 주목했다. 내부 통신 채널은 쉴 새 없이 울렸고 모든 집행원은 총성이 들린 방향으로 달려갔다.엘리베이터는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전담반도 아파트로 향하고 있었다.“뭐라고? 범인이 움직였다고? 무조건 막아야 해! 우리 곧 도착할 거야.”주찬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범인이 이렇게 자진해서 모습을 드러내고 대담하게 행동에 나설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 말을 듣고 엄진우는 문손잡이를 당겼다. 그러나 고속으로 달리는 차 문이 자동 잠금 되어 있었기에 열리지 않았다.“뭐 하려는 거요?”주찬호는 놀라서 물었다. 차는 현재 시속 90km 이상으로 달리고 있었는데 이 속도에서 뛰어내린다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하지만 엄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은 얘기를 나눌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쾅!엄진우는 힘을 주어 문을 밀어내더니 차 문을 뜯어냈다. 운전 중이던 집행원은 반사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뒤를 돌아보니 엄진우는 이미 차에서 뛰어내렸다.“엄진우!”주찬호는 놀라서 크게 외쳤다.그는 이를 꽉 깨문 채 이 끔찍한 장면을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했다.그러나 엄진우는 깃털처럼 가볍게 착지했고 발끝으로 바닥을 살짝 디딘 후 마치 표범처럼 빠르게 뛰어갔다. 곧 몇 번의 도약만으로 주찬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이... 이게...”차에 있던 모든 사람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할 말을 잃었다.주찬호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시야에서 벗어난 엄진우는 전력을 다해 속도를 내며 아파트로 향했다.아파트 안.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고 문이 천천히 열렸다.“손들어! 너희는 이미 포위됐다!”문밖에서는 수십 명의 집행원이 권총을 들고 크게 외쳤다.월리엄은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엘리스와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당장 멈춰! 그렇지 않으면 쏠 것이다!”집행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월리엄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빵!한 집행원이
엄진우는 23층에 도착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의 눈앞에는 바닥에 흐르는 핏물과 핏속에 쓰러져 있는 조이현이 보였다.조이현의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고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엄진우는 한숨을 내쉬었다.이 정도 상황에서는 그가 무쌍의 의술을 가지고 있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그는 신이 아니어서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릴 능력은 없다.엄진우는 조심스럽게 조이현의 눈을 감겨주었다.아래층에서는 주찬호와 그의 팀이 막 도착했다.아파트로 들어온 그들은 눈앞의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바닥은 피와 탄피로 뒤덮여 있었고 수십 명의 집행원들이 쓰러져 있었다.“빨리! 구급차 불러.”잠시 후 주찬호는 꿈에서 깨어난 듯 소리쳤다.“우리는... 우리는 괜찮아요.”한 집행원이 힘없이 말했다.주찬호가 그를 바라보니 그의 가슴에는 총알로 인한 구멍이 있었다.“지금은 참을 때가 아니야. 가슴에 총알이 박혔잖아.”주찬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꾸짖었다.“팀장님, 저희 진짜 괜찮아요.””맞아요. 아까 그 엄진우라는 청년이 우리 몸에서 총알을 꺼내주고 지혈도 해줬어요.””보세요. 아까 심장에 총알이 박혔는데도 지금 팀장님이랑 이렇게 얘기하고 있잖아요. 조금만 있으면 다시 팔팔해질 거예요.”집행원들은 저마다 떠들며 설명했다.주찬호는 입을 벌렸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이건 무슨 신화 같은 소리야?총알이 심장에 박혔는데도 살렸다고?게다가 여기는 수술실도 아니고 그런 전문 장비도 없을 텐데.도대체 엄진우가 못하는 게 뭐지?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범인은 두 명뿐이라며? 그리고 엄진우는 어디 있어?”주찬호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나서야 마음속의 충격을 억눌렀다.“조이현은 어디 있어?”이때 주변을 둘러보던 조연설은 조이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다급히 물었다.이 말을 듣고 모두가 침묵했다.그들의 반응을 보자 조연설은 마음속에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딩.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엄진우가 조이현의 시신을 안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