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진우는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낮추며 마치 표범처럼 몸을 튕겨 올렸다.그는 수직으로 점프하는 것이 아니라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뛰어오랐다.몸이 최고점에 도달했을 때 강력한 핵심 근육의 힘을 이용해 공중에서 잠시 멈추었다.그 후 벽에 있는 창턱을 강하게 차며 몸을 한층 더 올렸다. 창턱을 잡고 있는 8개의 손가락 힘만으로 전신 무게를 지탱하고 있었다.엄진우의 팔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손가락이 강하게 힘을 주어 그의 몸을 공중으로 튕겨냈다. 이렇게 해서 그는 한 층씩 계속 올라갔다. 아래에 있는 성집행청의 사람들 눈에는 그의 몸이 점점 더 작아지면서도 더욱 위엄 있어 보였다.남자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엄진우는 이미 20층까지 올라갔다. 그것도 60미터가 넘는 높이였다. 조심하지 않으면 산산조각이 날 수 있는 높이였다.“미쳤어! 미쳤어! 이 미친놈을 어디서 찾은 거야?”남자는 놀라며 조연설을 바라보았다. 그는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미치다뇨. 단지 실력이 굉장히 뛰어난 거예요.”조연설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번졌고 마음속으로 엄진우를 자랑스러워했다.공중에서 엄진우는 손가락으로 2308호의 창턱을 잡고 몸을 휘저어 방 안으로 들어왔다.“방금 내가 올라온 이 경로가 범인이 올라온 경로일 가능성이 높아요. 이 경로만이 외벽과 거리의 모든 CCTV를 완벽하게 피해 갈 수 있거든요. 또 이 경로의 유리 외벽은 낮에 해가 비추는 방향으로 눈부신 햇빛을 반사해서 일반적으로는 아무도 외벽을 올려다보지 않아요.”성집행청 사람들이 방 안으로 돌아오자 엄진우는 한결 편안한 얼굴로 말했다.남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고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이 모든 게 사실이니까.비록 그는 엄진우의 방법이 복제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런 가능성이 있다면 조사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가능성도 놓칠 수는 없었다.“즉시 견인 장비를 설치하고 외벽과 창턱을 조사해라!”그는 무거운 어조로 명령했다.곧 아파트의 지붕에는 견인 장비가 설
조사가 중요한 돌파구를 맞이했다.전담반은 시청으로 돌아왔고 시청 전체 층은 전담반의 사무실로 비워두었다.벽에는 찍힌 혈흔 사진들이 주찬호에 의해 위에서 아래로 순서대로 붙여졌다. 그 혈흔 사진들을 응시하면서 주찬호는 미간을 찌푸렸다.엄진우가 말한 대로 범인이 출입한 경로는 모든 CCTV를 완벽하게 피했다.이 혈흔 사진들이 그들에게 더 많은 단서를 제공할 수는 없었다.엄진우는 의자에 앉아 전담반의 의견을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리는 동안 오랜 침묵만이 흘렀다.그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그는 지나치게 주목받고 싶지 않았다. 지나치게 주목받는 것은 적을 만들기 마련이니까.“엄진우 씨, 뭘 알아내셨나요?”한숨 소리가 주찬호의 귀에 다소 거슬리게 들려서 마음이 좀 불편했다. 엄진우의 기술과 용기는 그를 감명시켰지만 단서의 해석에서는 아직 누구에게도 져본 적 없었다.그러나 이 혈흔이 엄진우 덕분에 발견된 것이어서 그는 감정을 눌러야 했다.“이 혈흔은 이미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엄진우는 일어나 사진 앞으로 걸어갔다.“이 사진 중 유리 외벽에서 발견된 혈흔은 범인의 발끝이 남긴 것입니다.”말하면서 그는 사진을 떼어내어 다른 쪽의 빈 공간에 붙였다.“우리는 이 발자국을 아주 쉽게 복원할 수 있어요.”엄진우는 펜을 들어 발바닥 전체를 그리기 시작했다.발끝과 혈흔이 완벽하게 일치했다.복원된 부분은 발끝과 완벽하게 통합되어 이상함이 전혀 없었다.마치 발끝 부분이 이 발바닥에서 잘라낸 것처럼 보였다.“동아시아인과 유럽인의 발바닥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이 발바닥을 관찰하면 이것이 전형적인 유럽인의 발바닥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범인의 범위를 창해시의 유럽인으로 좁힐 수 있습니다.”엄진우의 추론에 모든 사람은 충격을 받았다. 범인의 발자국을 간단히 복원했다? 그게 간단한 일이었던가? 그들의 인식으로는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는
“월리엄, 우리가 사람을 죽이고 나서 다시 이 건물에 돌아온 건 너무 대담한 짓 아니야?”침대 머리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던 여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헤이, 앨리스, 좀 편하게 생각해. 그 용국 놈들 10년이 지나도 우리를 못 찾을 거야.”월리엄이 비웃으며 대답했다.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들이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도 당당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사건이 벌어진 같은 아파트의 민박에 체크인할 줄은. 전담반이 아파트 내의 수상한 인물들을 조사할 때 두 사람은 사건 후에 체크인했고 사건 전에는 CCTV에 이들이 드나드는 모습이 찍히지 않았기에 첫 번째로 이들을 용의자에서 제외했다.“왠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이 들어.”앨리스는 연기를 내뿜으며 그녀의 표정은 연기 속에서 흐릿하게 보였다.“아마도 피에 대한 갈망이 네 욕망을 자극하고 아직 만족하지 않아서 그런 거겠지.”월리엄은 와인잔을 내려놓고 앨리스 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앨리스, 우리는 피를 갈망하는 뱀파이어지만 그 저질 잡종들과는 달라. 우리는 가장 고귀하고 오래된 순혈 뱀파이어야! 이 용국 사람들의 피는 너무 저급하고 비리비리해서 우리 같은 고귀한 존재가 먹을 수 없어.”월리엄은 앨리스의 어깨를 잡고 단호하게 말했다.“네 말이 맞을지도.”앨리스는 담배를 비벼 끄고 어깨를 으쓱했다.“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네 욕망을 충족시켜 줄 수는 있어.”월리엄의 잘생긴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떠올랐다.“우리에겐 아직 완료하지 않은 임무가 있어.”앨리스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몇 마리의 저급한 돼지들일 뿐이야. 그 신비한 조직이 왜 그들의 몸을 필요로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야 뭐 오늘 밤 잠깐 시간 내서 그들을 모두 죽이면 돼.”월리엄은 허리띠를 풀며 히죽거렸다.“이제 우리 마음껏 즐기자.”그는 웃으며 말했다.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표정하게 옷을 벗었다.월리엄은 그녀를 덮쳤지만 앨리스는 끝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힘이
월리엄이 창문을 열었다.밑에 서 있는 집행관을 보자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비록 이 아파트는 이미 봉쇄된 지 오래였지만 그동안은 출입구만 봉쇄된 상태였다.그런데 지금 월리엄이 서 있는 창문 아래쪽 벽에는 출입구가 없었고 집행관이 서 있는 자리가 바로 그가 오르내리던 지점이었다.“앨리스, 뭔가 이상해.”월리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앨리스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알몸인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창가로 달려갔다.곧 그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아무리 10년을 줘도 이 멍청한 용국 사람들은 우리가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지 절대 알 수 없을 거라며?”앨리스는 월리엄을 노려보며 물었다.“이건...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야. 물론 우리가 잡힌다고 해도 그들이 우리에게 어쩌지도 못하겠지만. 귀찮은 일은 피하는 게 좋겠지. 그러니 우선 여기서 벗어나자.”월리엄은 코를 만지며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이 건물은 360도 빈틈없는 감시 상태야. 그런데 어떻게 나가?”앨리스는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그 말을 들은 월리엄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우린 고귀한 뱀파이어잖아. 설마 네가 그 멍청한 용국 사람들한테 동화된 건 아니겠지? 당연히 뚫고 나가야지!”앨리스는 곧 옷을 입고 월리엄과 함께 방을 나섰다.두 사람은 캐리어를 끌며 빠르게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죄송한데요. 지금 건물은 봉쇄 중이라 나가실 수 없습니다.”시청에 들어온 지 1년도 안 된 집행관 조이현이 그들을 가로막으며 경계하는 눈빛을 보였다.“우리 급한 일이 있어서 꼭 나가야 해요.”앨리스는 월리엄의 손을 잡고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오만한 월리엄과는 달리 앨리스는 여전히 상당히 신중했다.가능하면 큰 소동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고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죄송합니다. 특수 상황이므로 지금은 아무도 출입할 수 없습니다.”조이현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우린 외국인이에요. 당신들에게 우리를 억류할 권한은 없어요!”앨리스는 미간을 찌푸
총성이 울리자 아파트 건물 안팎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모든 집행원이 주목했다. 내부 통신 채널은 쉴 새 없이 울렸고 모든 집행원은 총성이 들린 방향으로 달려갔다.엘리베이터는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전담반도 아파트로 향하고 있었다.“뭐라고? 범인이 움직였다고? 무조건 막아야 해! 우리 곧 도착할 거야.”주찬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범인이 이렇게 자진해서 모습을 드러내고 대담하게 행동에 나설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 말을 듣고 엄진우는 문손잡이를 당겼다. 그러나 고속으로 달리는 차 문이 자동 잠금 되어 있었기에 열리지 않았다.“뭐 하려는 거요?”주찬호는 놀라서 물었다. 차는 현재 시속 90km 이상으로 달리고 있었는데 이 속도에서 뛰어내린다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하지만 엄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은 얘기를 나눌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쾅!엄진우는 힘을 주어 문을 밀어내더니 차 문을 뜯어냈다. 운전 중이던 집행원은 반사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뒤를 돌아보니 엄진우는 이미 차에서 뛰어내렸다.“엄진우!”주찬호는 놀라서 크게 외쳤다.그는 이를 꽉 깨문 채 이 끔찍한 장면을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했다.그러나 엄진우는 깃털처럼 가볍게 착지했고 발끝으로 바닥을 살짝 디딘 후 마치 표범처럼 빠르게 뛰어갔다. 곧 몇 번의 도약만으로 주찬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이... 이게...”차에 있던 모든 사람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할 말을 잃었다.주찬호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시야에서 벗어난 엄진우는 전력을 다해 속도를 내며 아파트로 향했다.아파트 안.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고 문이 천천히 열렸다.“손들어! 너희는 이미 포위됐다!”문밖에서는 수십 명의 집행원이 권총을 들고 크게 외쳤다.월리엄은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엘리스와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당장 멈춰! 그렇지 않으면 쏠 것이다!”집행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월리엄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빵!한 집행원이
“당신 해고야!”검은 정장스커트에 늘씬하고 굴곡 있는 몸매를 뽐내는 여자가 차갑게 말했다.섹시하고 화끈한 D컵의 소유자를 바라보던 엄진우는 저도 몰래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그녀는 갑자기 나타난 낙하산 부대표, 엄진우의 직속 상사인 예우림이다.나이는 스물일곱, 해외파 박사학위 소유자로 연봉이 무려 2천억에 달한다고 한다.출근 첫날, 그녀는 대대적으로 인사조정을 시작했다.“엄진우 씨 차례예요.”인사부 직원이 엄진우를 불렀다.엄진우는 초조하게 사무실로 들어갔다.“부대표님, 찾으셨습니까?”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바닥에 엎드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름다운 육신을 미친 듯이 떨고 있는 예우림이 보였다.순간, 뜨거운 피가 엄진우의 정수리까지 솟구쳤다.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하고 싶은 충동에 입이 바싹 말라오며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아름다운 몸매보다 더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당장 나가!”엄진우를 발견한 예우림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버럭 화를 냈다.깜짝 놀란 엄진우가 그대로 나가려는 그때, 뒤에서 예우림의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잠깐! 이리 와서...... 나 좀 도와줘.”엄진우는 하는 수 없이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가 익숙하게 맥을 짚었다.사실 그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예우림은 몸이 잔뜩 달아오른 채 가쁜 숨을 내쉬더니 저도 몰래 레이스 브래지어를 당기고 있었다.엄진우는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부대표님, 이건 독입니다. 합환산이라고 불리는 이 독은 독성이 너무 강해 이대로 계속되면 3분 안에 온몸으로 독이 퍼져 자체 발화로 사망하게 될 겁니다. 지금 부대표님을 구하는 단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제 몸으로 해독을 돕는 겁니다.”예우림은 순간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엄진우는 표정이 돌변하더니 그녀의 양해를 구했다.“그럼 실례하겠습니다.”엄진우는 그녀의 옷을 마구 찢더니 미친 듯이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잠깐......”예우림은 깜짝 놀랐다. ‘해독’이
진미령은 가방을 들고 일어서며 차갑게 비웃었다.“난 명문대 졸업했고 대기업 임원이야. 연봉 오천에 차 두 대, 집도 자가라고! 어디서 월급 200만 원도 안 되는 찌질이가 감히 나와 맞선을 봐? 재벌 2세인 줄 알고 나왔는데 이게 뭐야? 스물다섯에 차도 없고 집도 없는 쓰레기가 무슨 낯짝으로 아직도 살아 있어?”진미령은 엄진우에게 삿대질하며 귀에 거슬리는 말을 마구 내뱉었다.엄진우의 표정은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했다.만약 이곳이 북강이라면 그녀는 물론, 그녀의 가족까지도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이때 하수희가 다급히 말렸다.“아가씨, 우리 진우가 지금은 비록 가진 게 없지만 누구보다 착실하고 부지런한 아이라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이거 놓고 꺼져요! 어디 늙은이가 감히!”진미령은 하수희를 거칠게 밀쳤다.“우리 엄마 건드리지 마!”엄진우의 눈은 이미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이때 옆에 화장을 짙게 한 늙은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차갑게 말했다.“이봐, 창해댁. 우리 미령이가 얼마나 귀한 아인데 이런 조건으로 우리 미령이와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해? 하도 창해댁이 애걸복걸해서 내가 하는 수 없이 우리 딸 데리고 나오긴 했는데, 이건 너무 무성의한 거 아니야?”진미령의 어머니인 최란화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하수희는 심장이 철렁하더니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아니, 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창해댁네 땅 말인데. 만약 그 땅을 예물로 준다면 우리 딸도 아마 한 번 더 생각해 볼 거야.”최란화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계속 말했다.“아, 그리고 지금 사는 그 집 처리하고 그 돈으로 애들 신혼집이라도 마련해줘야겠지?”엄진우는 어이가 없었다.“땅도 주고 집도 처리하면 우리 엄마는요? 뭐 밖에서 자게 내버려둬요?”“이것 봐, 이제 첫 번째 조건만 제기했을 뿐인데 이런 태도로 나오면 우리 딸 마음 얻을 수나 있겠어?”최란화는 이내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하수희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언니, 그러지 마세요. 그래요,
“네?”엄진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뭐 하고 있어? 나 처음 봐? 아까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잖아!”엄진우가 미동도 없자 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엄진우의 팔짱을 끼고 바로 벤틀리 차에 태우고 홀연히 떠나버렸다.사람들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장면을 쳐다보았다.대단해 보이는 여자가 엄진우를 찾으러 왔다니!진미령은 믿을 수 없었다.저런 여자가 왜? 뭐가 부족해서 엄진우같은 찌질이를 찾는 걸까?최란화도 넋이 나간 사람처럼 입을 쩍 벌리고 멀어져가는 벤틀리를 바라보았다.“창해댁 아들 설마 부잣집 딸과 사귀는 거야? 그런데 맞선은 왜 나와? 지금 누구 놀리는 거야?”하수희도 머릿속이 텅 비었다.엄진우가 어떻게 저런 여자와..........벤틀리는 한참을 달리다가 도로 중간에 멈추었다.예우림의 브이넥과 검은색 스타킹은 너무 치명적이라 조수석에 앉은 엄진우는 도무지 시선을 둘 곳이 없어 일부러 눈을 돌리며 우물쭈물했다.“부대표님, 대체 무슨 일로 저 찾으러 오신 거죠?”짝!엄진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예우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뺨을 갈겼다.“변태 자식!”예우림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하지만 엄진우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부대표님, 저도 그 상황에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미안해요. 화가 풀리지 않는다면 화 풀리실 때까지 때리세요. 아니면 저 바로 해고하셔도 좋아요.”레스토랑 앞에서 예우림을 보는 순간, 엄진우는 곧 폭풍우가 휘몰아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분명 아까 일 때문에 그에게 따지러 온 것이다.역시, 호랑이는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니다. 게다가 하필 그 호랑이가 예우림이라니.엄진우의 말에 예우림은 행동을 멈추고 싸늘하게 말했다.“이름은 엄진우, 홍보팀의 인턴이라고?”“네.”“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어. 만약 이 일만 잘 해낸다면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해주고 정규직으로 돌려주지.”예우림이 도도하게 말했다.“제 도움이 필요한 일도 있어요? 설마 또 아까처럼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