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진우는 용국 궁정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었다.지금은 용국 궁정과 전면전을 벌일 최적의 시기가 아니었고, 그들과 완전히 결별한 것도 아니었다.용국 궁정 내부에도 여러 파벌이 있었다.비행기가 착륙한 후 엄진우는 바로 제경국제학교로 향했다.이 학교는 제경의 최고 귀족 학교이다.이 학교에 다닐 수 있는 학생들은 부유하거나 권력이 있는 집안의 자녀들뿐이었다.물론 엄진우는 공부하러 온 것은 아니었다.그는 면접을 보러 왔다.그가 알고 있는 바로는 현재 용국 궁정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여러 장로의 손자들이 이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그들이 그의 가족을 건드렸으니 엄진우도 가만히 있지 않을 생각이었다.엄진우는 결코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다.가짜 이력서를 들고 엄진우는 학교 정문으로 걸어갔다.이때 경비원이 그를 막아섰다.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하나같이 대단한 인물들인데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누구세요? 뭐 하러 오셨습니까?”경비원은 팔짱을 낀 채 경계하며 그를 쳐다봤다. 이 사립학교의 경비원들은 합법적으로 총을 소지할 수 있었다.이는 이 학교 학생들의 부모들이 얼마나 막강한 권력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동시에 엄진우는 사방에서 많은 눈이 자기를 주시하고 있음을 느꼈다.“죄송하지만 면접 보러 왔습니다.”엄진우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면접? 학교에서 새 경비원이나 청소부를 뽑는다는 소식은 못 들었는데요.”경비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경계의 눈빛이 더욱 짙어졌다.교사 면접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제경국제학교에서 교사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풍부한 교육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전국 우수 교사상을 여러 번 받은 이력이 있어야 이력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교사 면접 보러 왔습니다.”엄진우는 조금도 불쾌한 기색 없이 겸손하게 웃었다.“교사? 웃기지 말고 당장 꺼져요! 안 그러면 가만두지 않아요.”경비원은 주저 없이 총을 꺼내 장전했다.총에 맞은 사람이 중대한 혐의가 있다고 충분히 설명할 수 있으
오성준은 잠시 멍하니 서 있더니 곧 폭소를 터트렸다.크리시 상은 물리학의 최고상이고 전 세계 모든 물리학자가 꿈꾸는 진주 같은 상이었다.지금까지 용국에서는 이 상을 받은 사람이 없었다.누군가가 이 상을 받았다면 제경국제학교 교사뿐만 아니라 나라의 자랑이 되었을 것이다.그런데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크리시 상 상장을 들고 자기 앞에 나타나 크리시 상 수상자라고 주장하다니?“사기 치려면 좀 더 확실하게 해. 안 그러면 놀림거리가 될 뿐이야.”오성준은 엄진우를 경멸하며 차갑게 말했다.“저 진짜 크리시 상 수상자 맞는데요.”엄진우는 상장을 주워 들고 한숨을 내쉬었다.“당장 꺼져. 정말 사람을 바보로 아는 거야?”오성준은 크게 소리쳤다.그 순간 자기의 지능이 모욕당한 것처럼 느껴졌다.“내 앞에선 넌 정말 바보나 다름없어.”엄진우는 오성준을 동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이 상장은 가짜가 아니라 진짜 크리시 상이었다.다만 엄진우의 요청으로 크리시 상 주최 측은 수상자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안 나가겠다는 거야? 당장 쏴 버려.”오성준은 분노하며 경비원에게 명령했다.경비원은 주저 없이 총을 들어 엄진우에게 겨눴다.그때 자동차 한 대가 천천히 학교로 들어왔고 뒷좌석에는 백발의 노인이 타고 있었다.백발의 노인은 총을 든 경비원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무슨 일인가?”노인은 궁금해하며 물었다.“도둑이 학교에 들어가려는 거겠죠.”기사가 무심코 말했다.이 학교는 제경 최고의 귀족 학교였기에 이런 일이 드물지 않았다.자동차가 엄진우 옆을 지나갈 때 노인의 시선은 계속 엄진우의 변장한 얼굴에 머물렀다.왜 저 얼굴이 익숙하게 느껴질까?갑자기 노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당장 차 세워!”노인은 급히 소리쳤다.기사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즉시 브레이크를 밟았다.“교수님, 왜 그러십니까...”기사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노인은 이미 차 문을 열고 있었다.“교수님, 도둑이 아직 제압되지 않았어요. 내려가시면 안 됩니다.
오성준은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아무리 엄진우를 믿지 않는다 해도 양 교수를 의심할 수는 없었다.양 교수는 물리학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인물로 그가 누군가를 속이려 할 동기는 전혀 없었다. 더군다나 이는 쉽게 입증될 수 있는 일이다.양 교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그의 평생 명예는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다.그렇다면...이 젊은이는 정말 크리시 상 수상자인가?순간 오성준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엄진우가 이렇게 젊은 나이에 크리시 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그가 용국인이라는 점에 더욱 놀랐다.그리고 자기의 불확실해진 앞날에 대한 두려움에 몸서리쳤다.학교 측에서 크리시 상 수상자와 교감 선생님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생각하지 않아도 뻔했다.“당신 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때 팀이 이미 꽉 차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당신이 수상하던 날 전 무대 아래서 당신을 우러러보았습니다. 그날 저에게 약속했어요. 다시 만나게 되면 당신의 제자가 되게 해준다고. 그 약속 아직도 유효한가요?”양 교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엄진우는 그제야 기억이 났고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불과 3년 전인데 양지한은 너무 많이 늙어 보였다.그때 양지한은 비록 50대였지만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고 활기찼다.하지만 지금 그는 백발에 주름이 가득했다.“이 3년 동안 전 당신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연구 성과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3년이 지났지만 당신의 연구 성과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전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에요.”양지한은 눈물을 흘리며 자책했다.도성훈이 그의 인생에 나타났을 때 그는 삶은 목표와 꿈을 가지게 되었다.그러나 그것은 너무 멀고 닿을 수 없는 목표였고 그는 자기가 그것에 접근할 수 없음을 원망했다.엄진우는 조금 당황스러웠다.3년 전 그의 성격은 확실히 좀 더 자유분방했다. 양지한과는 어떤 갈등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의 엄진우는 절대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난 약속을 지키는 사람입니
“진 교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사직서는 쓰지 않고 그냥 구두로 사직할게요.”진한승에게 사직을 고하는 양지한의 눈에는 미련이 담겨 있었다.몇 년 동안 제경국제학교에서 일해 온 지라 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사직한다고요?”진한승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양지한은 제경국제학교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였다. 그가 있는 한 제경국제학교는 그 자체로 하나의 기준이 되었고 그는 제경국제학교의 정신적 상징이 되었다.“양 교수님, 저희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당장 고치겠습니다.”진한승은 크게 당황하며 물었다.양지한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진 교장님, 그동안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경고에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교감 선생님이 도 선생님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저도 도 선생님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교장님도 더는 설득하지 마세요. 도 선생님은 제 학문적 길에서 등대와 같은 분입니다. 제 여생의 유일한 꿈은 도 선생님을 따라 배우는 것입니다.”양지한은 굳건한 목소리로 말했다.진한승은 양지한이 말하는 ‘도 선생님’ 앞의 젊은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하지만 양지한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분명 엄청난 인물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양지한이 누구인가? 용국 물리학계의 최고 인물이다.그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제경국제학교에 오겠다고 하는데 오성준이 거절했다고?순간 진한승은 오성준에게 살기등등한 눈빛을 보냈다.“오성준, 지금 여기서 행위 예술 하고 있는 거야?”진한승이 차갑게 말했다.“진 교장님, 전... 저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오성준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말했고 마음속은 이미 후회로 가득 찼다.“당장 일어나!”진한승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얼굴이 붉어졌다.“진 교장님, 정말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일어나면 도성훈 씨가 떠나실 겁니다.”오성준이 울부짖으며 말했다.진한승은 잠시 멈춰서 엄진우를 바라보았다.이 젊은이가 바로 양지한보다 뛰어난 도 선생님이란 말인가?그는 입을 크게 벌
하지만 엄진우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오성준을 발로 걷어찼다.“자업자득이야.”그는 차갑게 말했다.곧 오성준은 집행관들에 의해 연행되었다.“도 선생님...”진한승은 손을 비비며 아부하는 표정으로 엄진우를 바라보았다.그의 이런 모습을 사람들이 보면 크게 놀랄 것이다.진한승은 교육계의 대단한 인물이다.교육부에서도 고위 관리들의 귀빈으로 대우받는 인물로서 그의 제안은 전국의 교육 종사자들에게 귀중한 가르침이 될 정도다.“그냥 도성훈이라고 불러 주세요.”엄진우는 표정이 조금 누그러지며 진한승에게 고개를 끄덕였다.진한승은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다.그의 태도로 보아 여전히 제경국제학교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었다.“그래도 도 선생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도 선생님, 아까 일은 작은 오해였을 뿐입니다. 이제 오해가 풀렸으니 저희 제경국제학교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셔서 이 대가정에 합류해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학교는 최선을 다해 도 선생님을 잘 모실 것입니다. 어떤 요구든지 말씀만 하시면 해결 가능한 것은 즉시 처리하고 해결이 어려운 것은 방법을 찾아 처리할 것이며 최우선 과제로 삼아 처리할 것을 약속드립니다.”진한승은 손을 가슴에 얹고 진심 어린 말로 약속했다.“진 교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하나만 여쭤볼게요. 제경국제학교에 합류하면 어떤 직책을 맡게 되나요?”“교학 연구주임 자리입니다. 현재 양 교수님이 물리학 교학팀장을 맡고 계십니다.”진한승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원래는 양지한이 교학 연구주임을 맡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양지한은 자기가 물리학만 전문으로 다룬다는 이유로 거절했다.현재 교학 연구주임은 제경국제학교가 설립된 이후 계속해서 가르쳐 온 오래된 교사가 맡고 있었다.“교학 연구주임 말고, 담임도 맡고 싶습니다.”엄진우의 말에 진한승은 어리둥절했다.엄진우가 일선 교사를 하고 싶어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양지한조차도 일선 교사를 맡지 않았고 가끔 대강당에서 강의를 여는 정도였다.“도 선생님, 우리
진한승은 크게 기뻐하며 즉시 엄진우와 계약을 맺고 입사 절차를 진행했다.물질적인 조건은 엄진우가 말하지 않아도 진한승이 자진해서 모두 충족시켰다.제경 중심에 위치한 독립 주택, 마이바흐 S680, 그리고 용국 국적까지 제공해주었다..엄진우는 거절하지 않았다. 어차피 모든 것이 ‘도성훈’ 이라는 신분 아래 이루어진 것이었다.게다가 그는 원래 해외 국적이었지만 이제는 용국 국적이 생겨 여러모로 일이 더 편리해졌다.진한승의 만찬 초대를 거절한 엄진우는 양지한과 함께 캠퍼스를 거닐었다.“도 선생님, 교장과 내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양지한은 주저하며 말했다.“왜? 당신도 내가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엄진우는 그를 힐끗 보며 물었다.“아...”양지한은 다소 당황했다.하지만 연구를 잘한다고 해서 교학도 잘하는 것은 아니었다.게다가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고급 지식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금의 제경국제학교 교사진만으로도 이미 용국 교육계의 최고 수준이었다.학생들의 성적을 30%나 올리게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자신감의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임무입니다.”양지한이 진지하게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죠?”엄진우는 의아해하며 물었다.“제경고가 A, B, C 세 등급의 반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모르실 겁니다. A반은 우수반으로, 매번 시험에서 총점의 10% 이상을 잃지 않는 것이 기준이고 B반은 매번 시험에서 총점의 20% 이상을 잃지 않는 것이 기준이에요. 학교가 도 선생님을 A반이나 B반에 배치하면 성적을 30% 올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양지한의 설명에 엄진우는 깜짝 놀랐다.그는 제경국제학교가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학교라는 것은 알았지만 학생들이 이렇게 우수할 줄은 몰랐다.한동안 엄진우는 어안이 벙벙해졌다.“하지만 C반이 있잖아요?”그는 급히 물었다.그는 이 학교에서 10년을 보낼 수는 없었지만 거짓 신분이라도 신뢰를 잃고 싶지 않았다.“C반은 전교에 3개 학년당 3개의 반밖에 없어요. 이 C반
엄진우가 C반 담임을 맡는 것을 원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내기에서 이길까 봐서가 아니라 그의 생명이 위험해질까 봐서였다.그와 동시에 제경국제학교에 새로운 교학 연구주임이 왔다는 소식이 학교 내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이건 정말 말도 안 돼! 임 선생님이 그동안 잘 해왔는데, 왜 갑자기 바꿔? 게다가 젊은 친구로 바꾸다니, 그 친구가 교학이 뭔지나 알아? 이건 정말 배신이야!”세 명의 교수들이 사무실에 모여 책상을 두드리며 분노를 표출했다.“가자! 그 젊은 친구를 만나봐야겠어.”세 명의 노교수는 즉시 교학 연구주임 사무실로 향했다.엄진우는 이미 교학 연구주임 사무실로 옮겨 학교의 교육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역시 전국 1위의 고등학교답게 고1에서는 이미 고3의 모든 내용을 학습하고 있었다.고2에서는 체계적인 복습과 모의고사를 준비하고 있었다.고3이 되면 만점을 목표로 전력투구하고 있었다.그때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사로가 끊긴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이때 세 명의 노교수들이 기세등등하게 들어왔는데 이들은 호의적인 방문객이 아니었다.“젊은이, 자네가 조금이라도 수치심이 있다면 지금 당장 교학 연구주임 자리에서 물러서.”“자네가 이 자리를 차지하는 건 학생들을 망치는 일이야. 아이들의 미래를 파괴하고 있다고.”“겨우 몇 살이라고 교학이 뭔지나 알아?”“자네가 어떻게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네가 나가지 않으면 우리 모두 사직할 걸세.”세 명의 노교수는 침을 튀겨가며 엄진우의 코앞에서 말했다.하지만 엄진우는 화를 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누구신지 여쭤봐도 될까요?”그가 차분히 물었다.“난 국어 교학팀장이야.”“난 화학 교학팀장이야.”“난 역사 교학팀장이야.”세 명의 노교수는 콧방귀를 끼며 자기들의 신분을 밝혔다.“세 팀장님, 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제가 교학 연구주임 자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하시는 거죠? 학문이란 나이가 많다고 해서 더 잘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 이 열 문제 중 난 첫 번째 문제만 겨우 풀 수 있어. 왕 선생님은 몇 개 풀 수 있어요?”금테 안경을 쓴 중년 남자 선생님이 옆 사람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손 선생님, 당신도 겨우 하나밖에 풀 수 없는데 저는 더 말할 것도 없어요. 하나도 풀지 못했어요.”왕 선생님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손 선생님은 올해 전국 10대 우수 교사 중 한 명이며 그중 유일한 화학 교사였다. 어느 정도로 그는 용국 최고의 화학 교사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젊은 친구가 이제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으면 좋겠네요. 제경고의 물은 너무 깊어서 그는 절대 감당할 수 없어요.”손 선생님은 고개를 저으며 엄진우에 대한 경멸을 드러냈다.“제경고의 화학 교학팀장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돼요?”하지만 엄진우는 열 문제를 듣고 나서 입가에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었다.엄진우의 말을 듣자 사람들은 격분했다.“아직도 큰소리를 치다니?”“큰소리만 치지 말고 능력을 보여 봐. 능력이 있으면 답해 보라고.””그러게. 내가 보기엔 넌 이 열 문제 중 하나도 답하지 못할 거야.”사람들은 하나같이 꾸짖었다.“젊은이, 학교가 자네를 고용했다는 것은 자네가 어느 정도의 실력이 있다는 뜻이겠지. 이렇게 하지. 스스로 교학 연구주임 자리에서 물러나서 내 조수로 들어와. 나를 따라 제대로 배운다면 언젠가 화학 교학팀장이 될 수 있을 거야.”화학 교학팀장은 엄진우에게 기회를 주려는 듯 말했다.교학 연구주임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배경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완전히 엄진우를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았다. 대신 자기의 실력을 알고 스스로 물러나기를 바랐다.“내가 언제 답하지 못한다고 했죠?”엄진우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화학 교학팀장은 화를 냈다.“좋아, 그럼 한번 답해봐. 자네가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고. 체면을 잃고 창피를 당하지 않길 바라.”엄진우는 웃으며 사무실의 칠판을 잡고 분필을 들었다. 열 문제를 푸는 데 십분도 걸리지 않았다.화학 교학팀장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