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팀장 자리, 연봉 6천만에 성과급 추가.”엄진우는 손가락 하나를 펴며 말했다.“승진 가능성은요?”이경미가 또 물었다.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비록 그의 말이 이경미의 정곡을 찔렀지만 그녀는 이성적인 사람이라 몇 마디 말로는 붙잡을 수 없었다.“솔직히 말하자면 현재의 라방팀의 팀장은 내가 직접 임명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당신을 위해 예외적으로 라방팀 성과에 따라 승진과 강등을 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겠어요. 매달 성과를 기준으로 누가 성과가 좋으면 그 사람이 팀장 자리를 차지하게 될 거예요.”엄진우는 탁자를 세게 치며 단호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이경미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이 순간 이경미는 절세미인이 따로 없었다.“그렇다면 저는 비담 컴퍼니에 합류하겠습니다.”이경미의 말을 들은 소지안은 긴 숨을 내쉬며 안도했다.그러더니 이경미가 마음을 바꿀까 두려운 마음에 서둘러 인사부에 그녀를 데리고 가 계약서를 쓰게 했다.사무실에는 소지안과 엄진우만 남았다.“이제 왜 내가 대표인지 알겠지?”엄진우는 소지안의 턱을 손가락으로 살짝 들어 올리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그건 인정해 주지. 말할 필요도 없어.”엄진우가 했던 말들은 소지안은 아예 생각조차 못 했다.이경미가 사무실에 들어온 지 몇 분 되지 않았는데 엄진우의 눈에는 그녀가 투명 인간이 된 것처럼 성격과 심리를 모두 꿰뚫어 보고 있었고 그래서 대화의 흐름도 엄진우가 계속 주도할 수 있었다.“그럼 이제부터는 내 말을 무조건 따라 줘야 하지 않겠어? 지금 명령하는 데... 나한테 키스해.”소지안은 엄진우를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더니 그에게 미친 듯이 키스했다.곧 두 사람의 옷이 흐트러지고 숨을 헐떡이었다.“멈춰!”소지안은 급히 엄진우를 밀치며 닫힌 문을 불안하게 쳐다보았다.하마터면 억제하지 못할 뻔했다.“너무 자만하지 마. 결국 이경미를 붙잡은 건 그 팀장 자리 때문이잖아.”소지안은 옷을 정리하며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소지안과 내기를 한 후 엄진우는 자연스럽게 라방팀으로 향했다.라방팀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 회사의 금지 구역이었으며 엄진우와 소지안 외에는 허락 없이 그곳에 들어갈 수 없었다. 이는 엄진우가 라방팀을 설립할 때 정한 규칙으로 불필요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규칙 덕분에 회사는 이미 여러 사람을 해고한 적이 있었다. 또한 이 규칙 덕분에 비담 컴퍼니는 업계에서 좋은 명성을 얻었고 이경미가 비담 컴퍼니에 지원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엄진우가 라방팀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서 여러 여직원이 화장을 하고 있었고 몇몇은 속옷만 입고 있었다. 비담 컴퍼니에서는 이처럼 외모로 먹고사는 여성들이 이렇게 무방비할 수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엄진우는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고 코피가 날 뻔했다.여직원들은 엄진우를 보고 전혀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엄진우에게 눈웃음을 치며 다가왔다.“곧 방송 시작인데 어서 준비해.”공나경이 나와서 일부러 엄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직원들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거리면서 자리로 돌아갔다.이 모습을 본 엄진우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공나경이 이 팀장 자리를 유지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공나경의 사무실로 들어갔고 공나경은 금세 풀이 죽었다.“엄 대표님, 저를 그냥 이 자리에서 내려주시는 게 좋겠어요. 이 팀장 자리 저는... 저는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공나경은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녀는 단순한 여자라 이 자리에 앉아 매일 다른 스트리머들의 암투를 대응하느라 지쳐 있었다.“넌 내가 힘들여 세운 팀장이야. 아직 성과를 내지도 못하고 내려오면, 내 회사에서의 위신은 어떡하려고?”엄진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리고 너 자신을 믿어 봐. 난 네가 잘할 수 있다고 믿어. 어쩌면 네 잠재력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클지도 몰라.”엄진우가 공나경을 라방팀 팀장 자리에 강제로 올린 이유는 당연히 그만한 목적이 있었다. 그는 미모에 현혹될 사람이 아니었다. 외모로
“어떤 방법인데요?”공나경은 기쁨에 차서 엄진우를 바라보며 급하게 물었다.“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엄진우는 이렇게 말하고는 바로 떠났다.공나경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남겨졌다.3일 후면 경쟁이 시작되는 데 언제 알려 준다는 거지?3일은 금세 흘러갔다. 이 3일 동안 공나경은 불안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그녀는 엄진우에게 수없이 많은 메시지와 전화를 보냈지만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했다.한편 소지안은 엄진우가 공나경을 도와주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가 생각한 내기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나경이 가격을 대폭 할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한다면 부대표인 소지안에게 절대로 숨길 수 없게 된다.소지안은 만전을 기하기 위해 직접 라방팀으로 갔다.이경미는 여전히 민낯으로 궁녀 옷을 입고 있었고 이로 인해 귀티를 더해 남성들의 모든 환상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소지안의 얼굴에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떠올랐다.이번 내기는 그녀가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느님이 와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한편 공나경은 화장을 마친 후 거울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3일 동안의 불안으로 인해 그녀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얼굴에는 눈물 자국까지 남아 있었다.공나경은 이미 이경미를 보았고 한 번 보았을 뿐인데 바로 절망감을 느꼈다. 그녀는 도저히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심지어 가격을 대폭 할인한다고 해도 그녀가 남자라면 더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이경미의 방송에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곧 방송 시간이 되었다.이경미는 정시에 방송을 시작했다.그녀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나자마자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와’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곧이어 방송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수많은 사람들이 방송에 몰려들었다.이경미는 시청자와 대화는 전혀 하지 않고 제품을 하나하나 소개할 뿐이었다.그러나 모든 제품은 그녀가 소개하자마자 순간 매진되었다.“제품 빨리 추가해.”백스테이지는
그 말에 엄진우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공나경의 머리를 톡쳤다.“그 작은 머리로 뭔 생각하는 거야? 말했잖아.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이 아니라고. 됐어. 거울 봐봐.”공나경은 급히 거울 앞으로 달려갔다.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순간, 그녀는 순간 넋을 잃었다.“이... 이게 정말 나라고?”공나경은 자기의 얼굴을 만지며 믿기 힘들다는 듯이 말했다.지금 거울 속의 그녀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다워졌다. 심지어 이경미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거울 속의 네가, 네가 아니면 귀신이겠어?”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처음 널 봤을 때 너의 특이한 체질을 알아봤어. 넌 일억 명 중의 하나인 매골천성지체야. 하지만 이 체질은 바로 드러나지 않고 특별한 방식으로 개발해야 해. 전에 개발하지 않은 이유는 너의 마음가짐을 시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야. 네가 조금이라도 불순하거나 충성심이 없었다면 평생 이 기회를 얻지 못했을 거야.”엄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엄진우는 이 기간 동안 공나경이 겪었던 어려움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지난 3일 동안 공나경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도 충분히 이해했다.공나경의 외모와 비담 컴퍼니 라방팀 팀장이라는 신분으로 그녀가 다른 회사로 이직해도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견뎌냈다.“그럼... 그럼 왜 3일 전에 저한테 말하지 않았어요?”공나경은 약간의 원망을 담아 애처로운 표정으로 엄진우를 바라보며 물었다.“3일 전에 말했으면 지금처럼 이런 애처로운 표정이 나올 수 있었을까? 이게 바로 오늘 이경미를 이길 수 있는 비장의 무기야.”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공나경의 외모는 이경미와 막상막하였다. 3일 전에 말했다면 엄진우는 공나경이 이경미를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 공나경의 애절하고 애처로운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냉혹한 사람도 그녀를 위해 미치게 만들고 모든 것을 바치게 만들 것이다.이제야 공나경은 엄진우의 깊은 배려를 이해하게 되었다.
곧 백지연은 소지안의 사무실로 황급히 돌아왔다.“소 대표님...”백지연은 왠지 우물쭈물했다.“왜 그래요? 댓글 알바 찾았어요?”소지안은 고개를 들고 어리둥절해하며 바라봤다.백지연은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왜 그래요? 방송 시작과 동시에 바로 배치해야 했는데 지금 배치하면 너무 눈에 띄어서 그래요? 에휴, 이번에 엄 대표님의 체면이 완전히 구겨졌네.”이 순간 소지안은 약간 후회스러웠다.어쨌든 엄진우는 회사의 대표이기에 체면은 지켜줘야 했다.“소 대표님 그게 아니라요, 공나경 팀장님의 방송이 터졌어요. 서버가 터질 것 같아요. 우리가 배치한 댓글 알바는 아예 들어도 못가요.”백지연은 결국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뭐라고요?”소지안은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어떻게 그런 일이? 누가 공나경 팀장의 방송 서버에 손을 댔어요?”첫 번째로 떠오른 생각은 공나경의 방송 인기가 높아서 생긴 일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회사 서버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마련된 것이라 쉽게 터질 리가 없고 이경미의 방송 서버도 멀쩡하기 때문이다.“누가 감히 그런 일을 하겠어요? 소 대표님, 공나경 팀장님의 방송 인기가 너무 높아서 서버가 감당할 수 없어요. 지금 백스테이지 전체가 공나경 팀장님의 방송 서버를 확장하느라 바빠요.”백지연이 흥분하며 말했다.“이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소지안은 공나경의 방송 화면으로 전환했다.내부 네트워크였기 때문에 그녀는 쉽게 방송에 접속할 수 있었다. 화면 속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을 보자 소지안은 멍하니 서 있었다.이건...공나경이 그 사이 성형이라도 한 걸까?아니! 그럴 리가 없어.세상에 이런 성형을 해낼 병원은 없어!혹시 또 엄진우의 작품인가?엄진우가 못 하는 일이 도대체 뭐란 말인가?순간 소지안의 눈에 뜨거운 불꽃이 일었다.그녀도 엄진우에게 한번 받아보고 싶었다.아름다워질 수만 있다면 조건이 하나가 아니라 열 개라도 상관없었다.“소 대표님, 소 대표님.”백지연이 여러 번 불러서야 소
이경미와 공나경의 방송은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켜 비담 컴퍼니는 다시 한번 업계의 화제가 되었다. 이어지는 며칠 동안 두 사람은 기대에 부응하여 회사의 매출을 꾸준히 끌어올렸다.초반 몇 번의 방송에서는 공나경이 접속자 수나 거래액에서 이경미를 앞질렀지만 그 격차는 매번 줄어들었다. 4일째 되던 날 이경미는 드디어 공나경을 넘어섰고 그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졌다.그 이유는 바로 이경미의 방송 시청자들이 그녀에게 강한 애착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 번 그녀의 방송을 본 사람들은 다시는 그녀의 방송을 떠나지 못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녀의 방송을 시청했다.“이경미의 데이터가 좀 이상하지 않아?”엄진우는 기술 부서에서 제공한 데이터를 들고 소지안에게 말했다.“어떤 점이 이상하다는 거지?”소지안은 엄진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엄진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아마도 내가 너무 많이 생각한 것 같아. 이경미가 경쟁의 압박 속에서 자기의 모든 잠재력을 발휘한 것일 수도 있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거지. 지금 시간이 새벽 2시인데도 여전히 방송하고 있어. 이번 달 이경미 혼자서 우리 회사의 실적을 두 배로 올릴 수 있어. 이런 직원에게 뭐라고 더 할 수 있겠어?”소지안은 엄진우의 품에 앉아 있었고 엄진우의 손은 그녀의 민감한 곳에 놓여 있었는데 그녀의 두 뺨은 빨갛게 물들었다.졌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그녀는 짧은 정장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그 치마는 엉덩이의 반쪽만 가릴 수 있을 정도로 짧았고 상의 셔츠는 반투명했다.가려진 면적은 심지어 검은색 넥타이보다도 적었다.“그러면 이경미 같은 보물 직원을 찾은 지안 씨에게 어떤 보상을 해줘야 하지?”엄진우는 소지안의 두 볼을 잡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그걸... 왜 물어봐.”소지안은 부끄러움에 가득 차 말했다.엄진우가 소지안을 책상 위에 눌러 눕히자 책상 위의 서류들은 땅에 떨어졌고 두 사람만의 뜨거운 순간이 시작됐다.한편, 창해시 한 가정집의 어두운 화장실에서 한 남자가 변기에 앉
“우리 회사에는 실적 요구가 있어요. 내일부터는 각자 세 명의 친구를 방송에 데려와 줘요. 여러분들이 절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다시는 제 방송을 보지 마세요.”이경미는 말을 마치고 방송을 종료했다.화장실에 있던 남자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마침내 정신을 차렸다.“여보, 여보!”그제야 그는 아내를 떠올리고 아내에게 벌벌 기어갔다.화장실 바닥은 이미 끈적끈적한 피가 가득했고 그의 아내는 이미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아아!”남자는 고통스럽게 외쳤다.방송을 마친 후, 이경미는 기술 부서로 향했다.“이경미 팀장님.”기술 부서 직원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열렬한 눈빛을 보였다.“안녕하세요. 오늘 제 데이터와 공나경 팀장님의 데이터를 비교해 보고 싶어요.”이경미는 가볍게 말하며 애원하는 눈빛을 보였다.그 순간 기술 부서 직원들은 마음이 녹는 것처럼 느껴졌다.“네, 당연히 가능합니다.”그들은 곧바로 이경미와 공나경의 오늘 방송 데이터를 출력해 주었다.“감사합니다.”이경미는 데이터를 받은 후 미소를 지으며 감사 인사를 하고 기술 부서를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기술 부서 직원들은 아쉬움에 젖어 있었다.이경미는 기술부를 나와 공나경과의 차이가 5분의 1도 되지 않는 데이터를 보더니 눈빛이 싸늘해졌다.“이건 네가 자초한 거야.”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악랄하게 중얼거렸다.비담 컴퍼니를 막 떠나자마자 이경미의 휴대폰이 울렸다.알 수 없는 번호였다.이경미는 엄숙한 표정으로 인적이 드문 장소로 이동해 전화를 받았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신도 계획 진척이 고작 이 정도인가?”전화기 너머로 질책하는 목소리가 들렸다.“감마님, 작은 문제가 있었어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곧 정상 궤도로 돌아올 겁니다.”이경미가 급하게 말했다.“오늘 미스터 V께서 직접 이 문제를 물어보셨다. 그분이 불만스러워한다면 어떤 후과가 있을지 알고 있지?”감마는 경고하는 말을 남기고는 전화를 끊었다.이경미
평소 재잘거리던 스트리머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문 채 겁에 질린 채 고개를 숙인 한 여자를 바라봤다.공나경은 그녀를 알고 있었다.진예주는 공나경과 같은 시기에 면접을 보고 비담 컴퍼니에 입사했고 대학을 갓 졸업한 젊고 활력이 넘치는 여자였다.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남자는 진예주를 발견하고 부하들을 거느리고 그녀에게 다가갔다.“하하! 아주 즐겁게 보내고 있네. 여기서 호강하고 있었어?”남자는 비웃으며 말했다.진예주는 몸을 떨며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빚 갚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야? 돈을 갚지 않으면 네 비밀을 공개할 생각이야.”남자는 눈을 반쯤 감고 낮은 목소리로 위협했다.진예주는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제발 그러지 마세요! 돈은 꼭 갚을게요. 당신들이 이러면 이 회사 짤려요. 그러면 돈 어떻게 갚아요?”진예주가 애원했다.“지금 우릴 협박하는 거야?”남자는 눈을 부릅뜨고 무서운 기운을 뿜어냈다.진예주는 놀라서 땅에 주저앉아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저... 저 그런 뜻이 아니에요. 제발 조금만 시간을 더 주세요.”“흐흐, 시간을 더 달라고? 좋아, 네 몸으로 먼저 일부를 갚아봐.”남자는 진예주의 몸을 탐욕스럽게 쳐다보며 웃었다.“오늘 돈을 갚든지, 아니면 우리를 즐겁게 해주든지. 그렇지 않으면 나도 부하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어.”그는 진예주를 향해 더러운 손을 뻗었다.진예주는 필사적으로 피했지만 남자의 더러운 손길을 피할 수 없었다.많은 스트리머들 앞에서 진예주는 남자에게 모욕을 당했다.그러나 이 무서운 남자들 앞에서 아무도 나서서 말릴 용기가 없었다.진예주는 절망적으로 울부짖었다.그녀의 옷은 남자에게 찢겨 점점 더 많은 살결이 드러나고 있었다.“공나경 팀장님, 살려주세요.”진예주가 소리쳤다.공나경은 두려움에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섰다.진예주는 평소 그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고 또한 그녀는 라방팀의 팀장이기에 방관할 수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나서지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