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명의 얼굴이 순간 붉으락푸르락해졌다!그때,인파속에서 별안간 체구가 우람한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나왔다.바로 창해시 합기도 고수 원준이었다!합기도 9단인 그는 한때 수많은 해외의 합기도 고수를 쓰러트리기도 한 데다 무도종사에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불리기도 했다!“원준! 드디어 왔군!”안위명이 그를 발견하고는 한껏 기뻐하며 얼른 가까이 다가왔다.“오늘 여기에 시비거는 녀석이 찾아와서는 날 때린 것도 모자라 우리 더러 쓰레기라고 하지 뭐야!”그 말을 들은 원준은 버럭 화를 냈다.“젠장, 누가 겁도 없이! 그건 나까지 욕보이는 것 아냐?”안위명은 한껏 오버하며 말했다.“내가 특별히 네 이름을 짚었어! 그랬더니 그 자식이 뭐라는 줄 알아? 버러지라고 하지 뭐야!”원준의 두 눈이 분노로 활활 타오르더니 차갑게 냉소했다.“보아하니 내가 너무 오랫동안 사람을 죽이지 않은 모양이네! 감히 날 안중에도 두지 않고!”그의 몸에서 음산한 기운이 퍼져나왔다.사람들은 그 기운에 소름이 돋아 몸을 떨었다.“저 자식, 또 돌파하다니! 벌써 반쯤은 무도종사 행렬에 진입했어!”원준은 기세등등해져서 물었다.“대체 어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자식이야? 지금 제 발로 나와서 내가 그 발을 부러트릴 수 있게 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안 나오면 묫자리부터 봐둬야 할 거야!”지난번 바에서 그 섬뜩한 남자가 뺨을 내려쳐 무도종사를 날리는 것을 보고 두 눈이 번뜩 뜨인 원준은 완전히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분발하고 강해지려고 노력했고 실력도 쭉쭉 늘어만 갔다!그리하여 그는 조금의 과장도 없이 설령 무도종사와 마주친다고 해도 5, 6번 합을 주고받을 자신은 있었다!안위명은 얼른 튀어나와 엄진우를 가리키며 말했다.“바로 저 자식이야!”원준이 차갑게 대꾸했다.“고개 들어! 어떻게 생긴 녀석이야?”엄진우가 무심하게 턱을 들어 올렸다.“나를 부르는 건가?”그 순간 시린 한기가 원준을 엄습해 소름이 돋은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세상에, 어떻게….그 사람이야!
“개처럼 짖어 봐, 그러면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가 주지.”엄진우는 여전히 눈을 가늘게 뜬 채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사람들이 깜짝 놀란 것은 원준이 무려 다시 바닥에 엎드렸다는 것이었다.“멍멍! 멍멍멍! 도련님의 화가 풀리신다면 아버지라고도 부를 수 있습니다!”엄진우는 입술을 삐죽였다.“그건 됐어, 난 너 같은 개는 키우지 못할 것 같거든.”위층에 있던 예우림은 그 광경에 두 눈이 다 휘둥그레졌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그녀도 저 원준과는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오만하기 짝이 없는 부잣집 도련님이었다!그런데 무려 저렇게 비굴하게 나오다니!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그때 박도명이 다가와 말했다.“우림 씨, 이패왕이 3층에서 차 한잔하자고 해요. 이건 제가 우림 씨를 위해 고생고생해서 겨우 쟁취해 낸 기회예요!”“이패왕이요?”호문 이야기가 나오자 예우림의 마음속에는 은근한 불안이 느껴졌다.하지만 박도명에 대한 신뢰로 그녀는 거리낌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잠깐 가방 좀 들어주세요. 금방 화장실 다녀올게요!”“네!”박도명은 알랑거리며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예우림이 그의 시야 속에서 사라지자 순식간에 눈빛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우림 씨, 날 탓하지 마요! 그러게 왜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건드려서 미움을 샀어요!”“아쉽네, 저런 요물을 한 번 가지고 놀아보고 싶었는데… 곧 있으면 망가져 버리겠네!”잠시 후.엄진우는 보드게임 구역에서 나왔다. 소지안은 별안간 그의 팔짱을 끼더니 웃으며 말했다.“자! 저쪽에 공연이 있대요, 같이 보러 가요!”엄진우는 뒤늦게 뒤를 찾아봤지만 예우림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하지만 현재까지는 별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호문이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소지안이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엄진우 씨, 진짜 재미 없어요! 저랑 같이 공연 보는 것도 안 돼요? 계속 우림이만 돌아보고. 제가 보기엔 오늘 우림이는 전혀 위험할 게 없
예우림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나를 살려줘요?”이패왕은 음험하게 웃었다.“호문에 시집오는 건 이류가문 출신인 네게는 아주 호사인 일이다! 내 아들을 돌보고 밤에는 내 시중을 든다면 어쩌면 자식도 남길 수 있겠지! 그러면 자네도 성공한 인생인 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예우림은 테이블 위의 컵을 들어 곧바로 상대의 얼굴에 뿌렸다.“제 대답은 이걸로 하죠! 감사하네요!”물 빠진 쥐 신세가 된 이패왕은 그대로 웃음을 멈췄다!“감히!”호문의 호위들의 안색도 돌변하더니 흉흉한 기세로 일제히 예우림을 둘러쌓다!박도명마저도 대경실색했다.“여러분, 다 오햅니다, 오해예요! 저희는 대화를 나누러 온 거지, 싸우러 온 게 아닙니다!”“오늘은 도시관리과 부과장의 체면을 봐서, 그냥 보내주도록 하지!”모두가 보는 앞에서 물을 맞고도 이패왕은 화를 내기는커녕 웃기만 했다.이미 완전히 목숨을 내놓을 각오를 했던 예우림마저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내 예우림은 곧장 고개를 돌려 이패왕의 방을 나왔다.하지만 그때 현장에서 작은 방송이 울렸다.“여러분, 여러분! 저희 주최 측에 방금 들어온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마이단 아가씨의 바다의 심장인 블루 다이아몬드 티아라가 사라졌다고 합니다!”“저희는 현장에 도둑이 침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며 현재 현장에 있는 모두를 일일이 수색할 생각입니다! 모두 협조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그 말을 듣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침묵에 빠졌다.마이단은 해외의 한인 재벌이자 이번 파티의 최대 스폰서였다.도대체 누가 간이 배밖으로 나와 그녀의 것을 훔친단 말인가! 죽으려고 작정한 게 분명햇다!마이단은 아예 무대 위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이 바다의 심장은 해외의 한 나라의 여왕이 제게 준 생일 선물로 위에는 제 이름이 새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가 만든 것입니다!”“저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것이라 이 세상엔 오직 하나뿐이죠! 한때 2천억을 주고 사가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전부 거절했
말이 끝남과 동시에 현장은 삽시간에 수군거림으로 가득했다. 모든 사람의 이목이 예우림에게로 향하더니 저들끼리 쑥덕대기 시작했다.세상에, 도둑이 저 최상급 요물이었다니! 역시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모르는 일이냐!예우림은 하얗게 질린 얼굴을 했다.“난 바다의 심장 같은 건 몰라요. 본 적도 없는데 제가 훔쳤을 리가요!”“못 믿겠으면 박 부과장님이 저를 위해 증언해 줄 수 있어요! 오늘 하루 종일 제 옆에 있었어요!”말을 마친 예우림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렇죠, 도명 씨?”하지만 박도명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예우림은 순간 머리가 울리는 듯했고 한기가 온몸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그녀는 별안간 박도명이 자신의 가방을 만진 적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설마 그 사람이 한 짓인가?도망친 상대를 보자 그녀는 섬뜩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건 하나의 판인 것이다!그리고 미아단은 이미 펄쩍 뛰며 사람들을 이끌고 다가와 두 눈을 부릅떴다.“예 대표님, 지금 증거랑 증인이 모두 있는데 뭘 더 발뺌할 생각인 거죠?”“바다의 심장이 당신 가방에서 나온 걸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똑똑히 봤어요!”그리고 이패왕도 그때 앞으로 나서며 말을 이었다.“예우림 씨, 재계의 떠오르는 스타라고 존중해줘서 오늘 이 호문의 땅에 발을 디디게 해줬는데 사람 마음은 이리 모르는 일이군!”“마이단 아가씨, 주최 측으로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제 아가씨께서 예우림 씨에게게 무슨 짓을 하든 저희 호문은 절대로 끼어들지 않겠습니다!”마치 모든 것은 사전에 준비가 된 듯 휘몰아쳤다.예우림의 안색이 돌변했다.“저에게 시간을 주세요. 스스로 결백하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어요!”하지만 사람들은 그녀의 반대편에 서서 질책했다.“예우림 씨, 이렇게 된 거 그냥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요!”“맞아요.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이런 짓을 하면 쉽게 용서받을 수 없어요!”“마이단 씨가 오늘 뭐 하든 저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거에요.”예우림은 순식간에
이패왕도 차갑게 뺨을 때렸다.“예우림! 이건 다 네가 자초한 것이야!”“이리 와! 저 여자의 옷을 벗겨!”삽시간에 마이단 재단의 수하들과 호문의 사람들은 마치 밀물처럼 밀려들어 예우림을 꽁꽁 묶기 시작하더니 그녀의 옷을 조각냈다. 그러자 흰 피부와 화끈한 몸매가 드러났다.검은 스타킹 조각이 바닥에 떨어지자, 은연 중에 안쪽의 실크 속옷이 보이기도 했다.마이단은 손에 채찍을 든 채 예우림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순간, 예우림은 처참한 비명을 질렀고 온몸이 덜덜 떨렸다.경국지색의 얼굴에 섬뜩한 피가 배인 상처 한줄기가 늘었다!“하하하! 이제야 아픈 걸 알겠어? 자, 다들 때려! 있는 힘껏 채찍질 해!”한대, 또 한 대 이어지는 채찍질은 미친 듯이 그녀의 몸에 내려쳐졌고 그녀의 몸은 순식간에 피로 붉게 물들었다!가련하기 그지없는 예우림은 온몸 구석구석이 전부 상처였다.그녀는 무력하게 바깥쪽의 사람들을 향해 중얼거리듯 말했다.“전 억울해요, 부디 제 억울함을 풀어주세요!”하지만 아까까지만 해도 예우림에게 아부하던 재벌들은 현재 얼굴을 바꾼 채 돌을 던졌다.“퉤! 쌤통이야! 예쁘면 돈을 훔쳐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난 또 얼마나 도도하길래 우리를 본체만체 하나 했더니! 이제 보니까 돈이나 밝히는 여자잖아!”“이제 얼굴이 망가졌으니 아쉽게 됐네. 원래는 주워가려고 했는데. 시체여도 뭐, 히히, 재미만 보면 됐지…”그리고 마이단 곁에 있는 남편인 방세진도 지금은 분노로 가득한 얼굴이었다.마이단이 조롱하며 말했다.“봤어? 이게 바로 당신이 손에 넣지 못해 안달이던 여자야. 지금은 내 발아래서 마음껏 가지고 놀고 있지! 마음 아픈 건 아니지?”방세진의 안색이 바뀌더니 예우림을 향해 세게 침을 뱉었다.“퉤! 백번 죽어도 모자랄 도둑이! 우리 조신한 와이프랑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어?”지금의 그는 이미 얼굴이 망가진 예우림에게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어차피 예쁜 여자는 널리고 널렸으니 예우림을 신경 쓸 사람은 없었다.그때 이패왕이 말했
“뭐라고? 누가 맞아 죽어?”엄진우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지자 상대는 화들짝 놀라 말했다.“지성 그룹의 대표이사 예우림이요! 몰라요? 마이단의 바다의 심장 티아라를 훔쳤다가 미아단이 예우림을 매달아 놓고 채찍질로 때려죽였잖아요!”그 말이끝나자 소지안은 대경실색했다.“우림이에게 사고가 생겼다고요?”엄진우는 마치 폭풍처럼 빠르게 달려 나갔다.들어가자마자 예우림이 흐트러진 차림새로 피웅덩이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게 보였다. 평소의 도도하고 오만한 분위기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예 대표님!”엄진우는 두 눈이 시뻘게졌고 마음속에서 우주가 터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때, 파티장 내의 의료진들이 뒤늦게 도착했지만 그저 간단하게 그녀의 몸만 확인한 뒤 그 자리에서 사망 판정을 내렸다.“과도 출혈로 인해 심장도 박동을 멈춰 이미 사망했습니다. 어르신의 분부대로 당장 화장터로 보냅시다!”말을 마친 뒤 들 것을 가져와 거칠게 예우림의 머리카락을 잡고 그녀를 그 위로 끌어올렸다.일촉즉발의 순간, 엄진우는 그 의사의 머리를 들어 올리더니 그 자리에서 가루로 만들어버렸다!“누가 예 대표님을 만지래?”“돌팔이 새끼들! 아직 안 죽었는데 화장터로 보내기 급급하다니! 너희들은 의사가 될 자격이 없어!”엄진우는 마치 분노한 사자처럼 크게 포효했다!다른 의사들은 그 광경에 분분히 대경실색했다.“사람 살려!”“뭐가 안 죽었다는 거야. 이 환자는 이렇게 크게 다쳤는데 병원으로 데려가도 아무런 소용도 없으니 의료자원 낭비나 다름없어!”엄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빠르게 다가갔다.“꺼져!”그 말을 뱉은 엄진우의 몸에서 별안간 강풍이 불더니 그대로 그들을 날려버렸다!이내, 엄진우는 상처투성이인 예우림을 안았고 몸에서 침들이 전부 튀어 나왔다.“오늘 너희들에게 진정한 용국 의술이 뭔지 가르쳐주지!”마치 흩날리는 매화꽃같이 온 로비의 상공을 메운 광경에 사람들은 입을 떡하니 벌렸다.침을 쥐는 엄진우의 행동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침들은 전부 정확하게
현장은 처참하기 그지없었고 곳곳에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었다!“이 파티장 안의 수백 명이 넘는 사람을 전부 죽인 건가?”소지안은 멍하니 이 모든 것을 쳐다보며 도무지 믿기지가 않아 크게 심호흡을 했다.혼자만의 힘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가 있는 건가?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이게 바로 진정한 엄진우인가?엄빈우는 예우림을 소지안에게 맡기며 굳은 얼굴로 말했다.“소 비서님, 저 대신 예 대표님을 근처 병원에 데려가 보살펴주세요. 지금 몸이 너무 허약한 상태예요.”“전 지금 가서 마이단과 이패왕을 만나봐야겠어요!”그는 방금 마이단과 이패왕이 로얄호텔로 가 축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하지만 소지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엄진우 씨, 충동적으로 굴지 마요! 이패왕의 호문은 창해시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어 절대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에요!”“그리고 마이단은 해외 한인 재단을 뒷배로 두고 있잖아요! 만약 여기서 그 여자를 죽였다간 상대 세력의 미친 듯한 보복을 받게 될 거예요….”“신경 안 씁니다!”엄진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곧바로 밖으로 걸음을 옮겼지만 소지안은 마음이 조급해졌다.“안돼! 절대로 엄진우가 마이단을 건드리게 두어서는 안 돼! 안 그럼 누가 와도 그를 지킬 수 없을 거야!”“이렇게 딘 이상 소씨 가문의 힘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겠어! 우림이의 복수를 위해 이패왕을 죽이고 마이단에게도 경고를 줘야겠어”소지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화를 걸었다.“오 집사! 전용차 백 대 준비하고 2만 명 동원시켜! 오늘밤 로얄호텔을 급습할 거야. 이패왕의 머리를 가져와. 그 참에 마이단의 한쪽 손도 함께 가져오고!”전화 너머의 오 집사는 한참을 침묵했다.소지안이 다급해져 얼른 재촉했다.“오 집사! 들었어? 얼른 명령 집행해! 한시도 지체할 수 없어!”오 집사가 말했다.“죄송합니다, 아가씨. 방금 가문의 큰 어르신께서 통보를 내리셨습니다. 이미 아가씨께서 소씨 가문의 세력을 이용해 마이단과 이패왕을 건드리는 것을 엄금하고
“호문의 이패왕 씨와 재단의 마이단 씨를 말씀하시는 건가요?”프론트는 부럽다는 말투로 말했다.“그 사람들 오늘 호텔 전체를 통으로 빌렸어요. 지금 777번 룸에서 술 마시고 계세요. 지금 엄청 비싼 술들을 마구 주문하고 있다니까요!”엄진우는 그 말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엘리베이터에 오른 뒤.복도에 호문의 보디가드들이 가득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하나같이 체구가 우람했다.엄진우는 그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듯 담담하게 그들을 지나쳐 곧장 777번 룸으로 향했다.“어이! 거기 너 뭐야? 여긴 아무도 못 들어가!”여럿 거한들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다음 순간, 그들의 몸은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어지며 사방으로 튀었다!“킬러다!”사람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돌변했다.“시끄럽긴!”엄진우는 눈빛 하나 바뀌지 않은 채 담담하게 기세가 등등한 호문의 호위들을 향해 다가갔다.1분도 되지 않아 복도에는 온통 피와 살로 가득했다!엄진우는 피투성이라고 가득한 머리를 든 채 소리 없이 777번 룸 앞으로 향했다.안에서는 광롼의 파티가 이어지고 있었다.이패왕은 단숨에 비키니르 입은 여자들을 불렀다. 심지어는 분위기를 위해 스트립쇼까지 시작했다!“졌어! 졌으니까 하나 벗어!”“뭘 부끄러운 척이야! 만진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쿵!한바탕 소란 속에서 엄진우는 발길질로 대문을 박찼다.피투성이의 머리통은 마치 팽이마냥 그들의 테이블로 떨어지더니 회전하기 시작했다.“꺄악!”현장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엄진우는 아무 말도 없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남자를 잡더니 그대로 상대의 머리를 으깨버렸다!가장 원초적인 폭력이었다!“왜 예우림을 노린 거지?”그는 안쪽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패왕은 분노하며 대답했다.“저 자식이 엄진우입니다! 예우림의 옆에 있는 말단 직원인데 여기까지 찾아오다니!”“여기! 사람 없어? 당장 저 자식 끌어내서 개 먹이로 던져!”하지만 그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밖에서는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