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님? 보셨습니까? 엄진우 그놈 굴복했죠?” 아무것도 모르는 장춘목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제가 그럴 줄 알았습니다. 코딱지만 한 회사가 정 회장님에게 맞서는 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늬미 굴복은!” 쿵! 순간 장춘목의 머리는 마치 수박처럼 산산이 터져버렸고 피 못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켰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부하들은 너무 놀라 넋을 잃은 채 감히 숨소리도 내지 못했다. 멀리서 보면 똥개, 가까이서 보면 정대용! 이건 적나라한 도발이자 모욕이다. 50년을 살아오며 정대용은 처음 누군가에게 이런 모욕을 당했다. “죽여라! 반드시 죽여라!” 화가 난 정대용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댔다. “모든 인원을 동원해 비담 컴퍼니를 포위하라! 난 그자들을 전부 죽일 것이다.” “회장님, 창해시는 우리 구역이 아닙니다.” 한 부하가 좋은 말로 설득하려고 했다. “섣불리 무력을 쓰다간 지하 세계 대란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정대용은 머리도 들지 않은 채 상대 부하에게 주먹을 날렸고 부하는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날 설득하는 자는 죽음이다.” 그 모습에 부하들은 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죽은 부하는 정대용의 심복으로 한순간 정대용에게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다. 부하들은 하는 수 없이 일제히 대답했다. “넵!” “다른 도시의 내 형제들까지 전부 호출해서 창해시를 공격한다!” 정대용은 이 바닥에서 못 하는 것이 없다. 그와 친분이 있는 지하 황제만 해도 강남성 절반을 차지한다. 그의 명령이 떨어지고 반나절도 안 되어 십여 명의 지하 황제들이 연이어 도착했다. 그들은 병력을 이끌고 새까맣게 모여 정대용의 구역에서 이 일에 대해 논의했다. “강해시 지하 황제 고순철 회장님 도착하셨습니다!” “평안시 지하 황제 진태평 회장님 도착하셨습니다!” “남산시 지하 황제 독고준 회장님 도착하셨습니다!” “...” 총 열세 명의 지하 황제가 도착했는데 전부 정대용과 호형호제
그 말을 들은 지하 황제들은 깜짝 놀랐다. 악랄하고 욕심 많은 정대용이 이런 말을 하다니. 아마도 엄진우라는 그놈에게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지금 정대용의 눈동자에는 오직 복수의 불길만 활활 타올랐고 다른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형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셨는데 저희가 어떻게 보고만 있겠어요? 당장 쳐들어갑시다!” “창해시로 쳐들어가서 땅과 여자를 나누자고요!” “형님을 위해 우리가 나서죠!” 다들 잇달아 일어나서 입장을 표명했다. 아무튼 정대용의 부하들이 앞장설 테니까 그들은 뒤에서 주워 먹기만 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형님, 엄진우 그놈을 정말 죽일 생각이라면 비담 컴퍼니보다 지성그룹에 쳐들어가 예우림을 잡는 게 더 빠를 것 같아요.” 평안시 지하 황제 진태평이 몸을 일으키고 말했다. “여기 오기 전에 제 부하한테서 비담 컴퍼니는 지성그룹 지사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리고 대표인 엄진우는 워낙 지성그룹의 평사원이었는데 지성그룹 대표 예우림의 눈에 들어 파격적으로 승진했다고 하네요.” 그 말을 들은 정대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이 맞아. 지성그룹은 상장 회사라 돈과 여자가 비담 컴퍼니보다 훨씬 많을 거야. 그러니 더 공격할 가치가 있다는 거지.” “지성그룹에 쳐들어가시죠!” 사람들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10만 명의 지하 타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창해시로 돌진했다. 같은 시각 창해시. 지하 황제 장강수는 놀라운 소식을 받았다. 정대용이 열세 명의 지하 황제와 10만 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내 구역으로 쳐들어온다고? “정대용 대체 뭘 하려는 거지? 정말 미친 건가?” 장강수는 대경실색했다. 비록 창해시는 장강수의 구역이지만 그의 부하들을 전부 합쳐봤자 2만 명이 전부이고 그 중 정예 타수는 고작 수십 명일 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열세 명의 지하 황제를 상대할 수 있단 말인가? “회장님, 아니면 그냥 도망가는 건 어떨까요...” 장강수의 4대 금강도 사색이 되어버렸다. “10만 명, 정대용까지 해서 열네
“대체 어떤 남자길래 정대용이 열세 명의 지하 황제와 10만 부하를 데리고 쳐들어온단 말이야!” 그 말을 들은 장강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정대용은 대체 그 남자를 얼마나 원망하기에 이런 결정을 했던 걸까? “비담 컴퍼니, 엄진우.” 빡빡이가 입을 열었다. “놈은 우리 회장님의 산업을 망쳤을 뿐만 아니라 공개적으로 도발했다. 하여 우리 회장님은 창해쪽의 그 어떤 세력이든, 이 일에 관여한다면 바로 우리의 적으로 간주하고 함께 밀어버린다고 하셨다!” 빡빡이의 말에 장강수와 현장에 있는 모든 부하는 또 한 번 놀랐다. 엄진우 님을 상대로 쳐들어왔다고? 장강수는 잠시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가 물었다. “그래서 이젠 어떻게 할 계획인가?” “지성그룹을 포위해서 엄진우와 관계있는 예우림을 인질로 삼을 것이다. 그러면 엄진우 그놈은 날개가 있어도 감히 날지 못하게 되겠지.” 상대는 콧구멍을 하늘로 쳐들고 크게 웃느라 장강수의 눈동자에 휘몰아치기 시작하는 폭풍우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장강수, 총명한 사람이라고 들었다. 그러니 지금부터 당신은 가만히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 회장님 뜻대로만 한다면 이 일이 끝나면 당신에게도 전리품을 나누어줄 생각이 있다.” 상대는 전혀 물러설 기색 없이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당신이 여태 쌓아놓은 것들은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러자 장강수는 고개를 들고 괴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선 당신들에게 복종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거지?” “역시 똑똑하네.” 빡빡이는 불쑥 장강수의 자리에 털썩 앉더니 기지개를 켜며 입을 열었다. “내가 말이야, 멀리서 오느라고 물도 못 마셨어. 목마르니까 빨리 한 상 제대로 차려. 그리고 같이 술 마셔줄 예쁜 여자도 몇 명 준비해! 날 즐겁게 해준다면 돌아가서 우리 회장님한테 당신 좋은 말 몇 마디 해줄게. 그러면 회장님도 당신 더 챙겨주실 거야
“뭐지?” 예우림은 심장이 철렁해서 다급히 통창으로 달려가 밖을 내다보았는데 회사 아래에는 사람들이 시커멓게 몰려있었다. 그들은 지성그룹을 완전히 포위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예우림은 도무지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더 놀라운 건 창해시 지하황제 장강수도 직접 사람을 거느리고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강수의 기세로나 머릿수로나 절대 상대와 비할 수 없었다. “장강수, 자네가 어쩐 일이야? 날 돕고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으려는 생각이야?” 장강수가 수만 명의 부하를 데리고 나타나자 정대용은 장강수가 당연히 이 작전에 합류하러 온 줄 알고 입꼬리를 올렸다. “자네 같은 모난 사람도 꼬리를 내리는 날이 있다니. 내 동생도 같이 왔어? 왜 안 보이지?” “동생? 자네가 보낸 그자를 얘기하는 건가?” 장강수는 이를 훤히 드러내며 웃었다. “아, 내가 펄펄 끓는 기름 솥에 넣어서 한바탕 튀겼어. 맛이 괜찮더라고.” 순간 정대용은 사색이 되어 버럭 화를 냈다. “내 사람을 죽였어?” “그럼. 내가 직접 여기까지 온 건, 자네에게 할 말이 있어서야. 지성그룹을 건드린다면 자네들은 전부 죽음이야.” 장강수는 시가를 한 대 꺼내 불을 붙이더니 카리스마 넘치게 말했다. “창해시는 이 장강수의 구역이야! 감히 어디서 행패야!” “그러니까, 내가 하는 일에 반기를 든다는 거지?” 정대용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러자 장강수는 맨손으로 시가를 끄더니 상대의 얼굴에 던지며 말했다. “잔말 말고, 지성그룹에서 떨어져!” 쿵! ... 비담 컴퍼니는 지금 전체 직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엄진우는 단상에 서서 PPT로 불야성 프로젝트에 대해 인내심 있게 브리핑했다. 불야성 프로젝트는 완벽한 오락 및 레저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 대규모 시민 광장을 건설하여 창해시 전체의 상업 중심지가 될 예정이다. 그 덕에 주변 집값과 땅값도 함께 상승하게 될 것이며 앞날이 아주 창창하다. 그러니 비담 컴퍼니는 반드시 더 이른 시일에
회사 입구를 나서는데 소지안이 다급히 달려와 물었다. “진우 씨, 무슨 일이야?” 비서에게 화를 내는 엄진우의 모습에 그녀는 걱정이 되어서 따라 나왔다. 그녀는 엄진우가 그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처음 보았고 본능적으로 큰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예우림에게 사고가 생겼어.” 엄진우는 짧게 상황을 설명했고 소지안은 너무 놀라 턱이 다 빠질 것 같았다. “열세 명의 지하 황제? 십만 명의 부하? 맙소사, 정대용 미친 거야?” 비록 그녀는 정대용이 원수는 꼭 갚는 성격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복수심이 강할 줄 생각도 못 했다. “진우 씨, 절대 혼자 가면 안 돼! 열세 명의 지하 황제에 지독한 정대용까지 있어. 게다가 십만 명의 부하들까지 있다고! 지금 이건 어쩌면 진우 씨를 낚으려는 덫일 지도 몰라. 그들의 덫에 걸리면 우림이도 못 구하고 진우 씨도 다칠 수 있어!” 소지안은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나한테 시간을 줘. 30분이면 5천 명 정도는 소집할 수 있어.” 이론상 소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지하 세계의 대부분 양아치들 보다 전투력이 훨씬 강하다. 비록 이 5천 명의 경호원들로 상대를 진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엄진우를 지켜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엄진우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30분? 그때면 우림이 어떻게 될지도 몰라.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더는 기다릴 수 없어. 지금 바로 가야 해.” 엄진우는 다급히 떠나려고 했지만 소지안은 필사적으로 그를 막아섰다. “안 돼! 이렇게 가면 진우 씨도 위험하다고!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마!” 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소지안, 더는 막지 마! 예우림 내 여자야!” “그러는 난 진우 씨 여자 아니야? 가려거든 나 죽이고 가!” 소지안은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엄진우는 평소 한없이 고분고분하던 여자가 이렇게 고집을 부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소 비서, 당신...” 하지만 엄진우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미안해.” 말을
“제 주머니에 있습니다.” 엄진우는 장강수의 주머니에서 최고급 쿠바를 꺼내 장강수의 입에 넣어주고 불을 붙였다. 아쉽게도 장강수는 이미 몸이 굳어지기 시작해 담배를 빨 수조차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죽기 전에 담배를 필 수 있다니, 이건 정말 신선놀음이나 다름없습니다. 참 의미 있는 생을 살았네요.” 몇 분 후, 시가는 바닥에 떨어지고... 장강수는 그렇게 죽어버렸다. 엄진우는 그의 옆에 서서 미소를 지은 채 죽은 장강수를 한참 바라보더니 안색이 싸늘하게 변했다. 쿠우웅! 찰나의 순간, 먹구름이 하늘을 가려 세상이 어둡게 변했다. 엄진우는 처음으로 이런 분노를 느꼈다. 뼈에 사무치는 분노가 그의 세포와 피에 침투해 미칠 것만 같았다. “절대 헛된 죽음이 되지 않을 거야.” 엄진우는 홀로 지성그룹에 들어갔다. 정대용 무리의 파괴로 지성그룹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렸고 보안팀도 전멸했다. 다행히 대부분의 직원은 제때 탈출했고 일부 도망가지 못한 직원들은 상대에게 죽임을 당했다. 엄진우는 피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에 있는 대표 사무실로 향했다.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시커먼 무리가 물샐틈없이 그를 에워쌌다. “나타났네.” 십여 명의 지하 황제들이 하나둘 나서며 건방지게 웃어댔다. “이 여자만 잡으면 엄진우가 반드시 나타난다고 하더니 형님 말이 맞았어.”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지금 해. 비록 들어줄 건 아니지만. 하하하!” 그들은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 “정대용이 누구야?” 엄진우는 그들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담담하게 물었다. 이때, 정대용이 사람들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입꼬리를 올렸다. “엄진우. 내가 바로 정대용이다! 날 욕할 때 이런 결과 생각해 봤어?” “내가 타깃이라면 내 회사로 와도 될 것을, 왜 무고한 사람을 마구 죽이려는 거지?” 엄진우는 상대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고 정대용은 어깨를 으쓱하며 싸늘하게 웃었다. “그러
그 말에 사람들은 한바탕 폭소를 터뜨렸다. 그들의 눈에 엄진우는 그저 호랑이 굴에 기어들어 온 사냥감일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죽이기엔 왠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하여 그들은 엄진우라는 이 독 안에 든 쥐를 천천히 재미있게 가지고 놀다가 죽이기로 했다. “예우림 어딨어?” 엄진우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정대용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 여자 끌어와!” 그러자 몇 명의 건장한 남자가 예우림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나왔는데 예우림의 예쁜 얼굴에는 멍이 들어있었다. 그녀는 초췌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엄진우! 여긴 왜 왔어!”절망에 빠졌던 예우림은 엄진우를 보는 순간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지만 이내 희망은 분노로 바뀌었다. “넌 여기 오지 말았어야 했어! 누가 와도 소용없어. 누가 와도 다 죽어. 사람이 왜 이렇게 멍청한 거야.” “당신은 내 여자야. 내 여자한테 위험이 생겼는데 내가 안 오면 누가 와?” 엄진우는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집에 가자. 이 물건들은 내가 하나도 빠짐없이 치워버릴게.” 엄진우의 말에 사람들은 배를 끌어안고 미친 듯이 웃어댔다. “미친놈! 열네 명의 지하 황제와 몇만 명의 우리 부하들 앞에서 감히 큰소리를 쳐? 용기가 가상하군.” “죽기 전이라 헛소리를 내뱉는군. 쯧쯧, 보아하니 모든 걸 포기한 모양이네요.” “우릴 빠짐없이 치운다고? 한 사람이 한 주먹만 날려도 넌 뼈도 못 추려.” 엄진우가 말했다. “나한테 볼일 있었으면 날 직접 찾았어야지. 지하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그 정도도 몰라? 부하들이 보고 있는데 나약한 여자를 인질로 삼다니. 참 비겁하고 비굴한 놈들이군.” 그들은 깜짝 놀랐다. 이 자식이 감히 그들을 가르치려 하다니? 하지만 엄진우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지하 황제는 정대용을 포함해 모두 열네 명이고 게다가 부하만 해도 십만 명이 출동했다. 듣보잡 애송이를 상대하는데 인질까지 잡는 것은 확실히 졸렬한 행동이다. 이때 강해시 지하
스윽-- 장내는 마치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삽시간에 고요해졌다.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자식 배짱이 하늘을 찌른다. 감히 정대용에게 가래가 가득한 와인을 끼얹다니. “이... 이거 꿈이지?” 예우림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미친 건가? 십만 명이 되는 사람 앞에서 정대용에게 저런 모욕을 주다니. 이젠 절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개새끼, 죽여버린다!” 몇 초 후, 정대용은 눈에 핏발을 세우고 엄진우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이때, 진태평이 그를 말렸다. “형님, 이런 물건을 처리하는데 왜 굳이 형님 손을 더럽히겠습니까? 저 혼자면 충분합니다.” 그러자 기타 지하 황제들이 불만을 표시했다. “진 회장! 지금 뭐 하세요? 공을 가로채려는 건가요?” 모두가 정대용이 엄진우를 죽이고 싶어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런데 이때 진태평이 혼자 나선다면 나중에 땅을 나눌 때 진태평에게는 절대적인 우선권이 주어지게 된다. 진태평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전 단지 형님의 근심을 덜어주려는 것뿐이에요. 그리고 저 자식이 눈에 거슬려 도무지 참기 힘들더라고요.” 쿵!말을 끝낸 진태평은 빠른 걸음으로 엄진우에게 달려들더니 그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공로를 독차지하려면 다른 지하 황제들이 개입하기 전에 반드시 엄진우를 죽여야 한다. 그 모습에 예우림은 화가 나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리를 질렀다. “기습 공격이라니! 치사한 새끼!” 머릿수도 많은 사람들이 엄진우에게 비겁한 수단을 쓰다니, 정말 졸렬한 놈들이다. “난 원래 이런 놈이야. 그러니 뭐라 해도 신경 안 써.” 진태평은 비겁한 미소를 지었다. 정대용을 제외한 열세 명의 지하 황제들 중, 진태평은 가장 도덕이 없는 사람으로 모든 일에 그는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했다. “승자는 왕이고 패자는 역적이다! 이기는 사람이 정의고 지는 사람은 악이지!” 진태평은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엄진우의 머리로 내리꽂았다. 퍽! 이때 갑자기 허리케인이 휙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