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하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소찬석, 네가 뭔데 나랑 손을 잡아? 너한테 그런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게다가 엄진우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내가 알아서 해. 너 학원 다닐 때 나한테 얻어터졌던 거 벌써 잊은 거야?”오윤하의 말에 전화기 저편의 소찬석은 이마에 핏대를 세우고 화를 억눌렀다.“오윤하. 너 이 새끼 안 죽이면 나중에 후회해. 내가 너 생각해서 말해주는데 엄진우 그 새끼 아무도 다룰 수 없는 호랑이야. 그런 자식을 컨트롤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네가 잡아먹히게 되는 수도 있어. 내가 전에 강남 무도랭킹에 오른 고수를 보냈거든? 그런데 어떻게 됐을까? 그 자식은 멀쩡하고 두 고수는 처참하게 죽었어.이 새끼 겨우 20대 초반인데 벌써 무도랭킹에 오른 두 고수를 죽일 실력을 갖췄어. 만약 실력이 앞으로도 더 늘게 된다면 부처님이 와도 제어할 힘이 안 돼. 오윤하 네가 아무리 북강의 공주라고 해도 겨우...”소찬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윤하는 전화를 끊어버렸고 소찬석은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짓더니 버럭 화를 냈다.“씨발!”소찬석은 완전히 뚜껑이 열려 휴대폰을 부숴버렸다.“어때요? 오윤하가 거절한대요?”뒤에 서있는 여인은 몸매가 아주 좋았는데 검은 면사를 두르고 있어 이목구비를 볼 수 없었다.“하아,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 끊었다고? 쌍년이 가문만 믿고 까불어대네.”소찬석은 안경을 벗고 성질을 부렸다.“아니, 이게 며칠짼데 뷔젠트는 왜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 거죠? 이게 협력이에요? 강남 무도랭킹 고수가 둘이나 죽었어요.”“어머! 장관님, 세상 사람들은 당신을 태산이 무너져도 꿈쩍없을 거라고 하던데, 지금 보니 별거 아니네요.”여자는 입을 크게 벌리고 깔깔 웃어댔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시죠. 뷔젠트가 만약 날 칼잡이로 쓸 목적이라면 난 바로 당신들과 정면으로 붙을 거예요.”소찬석은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그는 사법부와 소씨 가문이라는 자원을 손에 쥐었으며 강남 최고 지니어스라는 타이틀까지 소유
탁! 예우림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손에 들려있던 사인펜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파렴치한 변태 새끼. 날이 아직 밝은데 벌써 꿈꾸는 거야, 뭐야!"예우림의 아름다운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고 입은 멈출 줄 몰랐다. "내가 질투한다고? 웃기시네! 세상에 남자가 너 하나만 남아도! 길가에 거지와 살더라도 난 절대 너 같은 뻔뻔한 자식을 택하지 않아! 퉷! 욕하는 것도 역겨워!"과격한 반응에 직원들은 깜짝 놀라 눈꺼풀이 다 뛰기 시작했다. 늘 얼음처럼 차갑고 호수처럼 잔잔하던 부대표님이 저렇게 화를 냈다고? 그냥 평범한 장난 같은데 굳이? 예전과 같으면 아마 그저 웃고 넘어갔을 것인데... "두 사람 정말 뭔가 있는 거 아닐까? 어떡해, 너무 짜릿하잖아. 저렇게 차가운 부대표님이 마케팅 부서 사원과 그렇고 그런..."직원들은 마치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듯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다들 뭐라는 거야? 퇴근 시간에 퇴근 안 하고 뭐 해? 야근 신청이야?"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린 채 직원들을 향해 호통쳤다. 수군거리던 직원들은 깜짝 놀라 분분히 도망갔다. 곧 사무실에는 예우림 혼자 남아 씩씩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사무실을 갔다 왔다 하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물결이 일렁거리는 것이 왠지 아주 초조해 보였다. 데이트? 이 자식이 날 두고 지금 뭐 하는 거지? 밤 8시. 제트썬 카지노. 도로변에 흰색 파가니 오픈 탑 슈퍼카가 정지되어 있었고 매끈한 긴 다리에 하얀 피부의 여자가 차 문 옆에 서있었다. 그녀는 에르메스 다이아몬드 백에 페라가모 하이힐, 그리고 발렌시아가 크롭티를 입었는데 탄탄한 복근은 행인들의 시선을 강탈했다.행인들은 그녀를 힐끗거리며 그녀가 기다리는 사람을 추측해 보았는데 저렇게 예쁘게 차려입은 거로 보아, 아마도 남자 친구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도대체 어떤 마약 같은 남자기에 이런 여자가 도로에서 기꺼이 기다리는 걸까? 순간 행인들은 이 미스터리한 남자가 궁금하기도, 질투가 나기도 했다. 탁. 이때, 멀지 않은 곳.
조연설의 정교한 얼굴은 순식간에 붉은빛으로 물들더니 화가 난 듯이 엄진우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똑바로 들어. 난 미션 수행 때문에 여기서 너와 이러고 있는 거야. 감히 다른 망상을 한다면 넌 내 손에 죽는다.”말을 끝낸 그녀는 턱을 치켜들더니 가느다란 팔을 엄진우의 팔에 감았다.이 순간, 두 사람은 정말 사이좋은 연인 같아 보였다.이 장면에 외부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부럽기도, 질투 나기도 했다. 이럴 수가! 난 왜 저런 복이 없는 걸까. 두 사람은 연인처럼 팔짱을 끼고 제트썬 카지노로 들어갔다.카지노에 들어서자마자 엄진우는 조연설을 곁눈질하며 놀려댔다.“조 청장, 이번 미션을 위해 아주 희생이 많네. 이렇게 등이 훤히 드러나는 크롭탑 입은 모습은 처음 봐.”“닥쳐!”조연설은 얼굴이 빨개진 채 버럭 화를 내며 엄진우를 노려보았다.눈치도 없는 인간!그녀는 분명 연석에게 약간 섹시하고 약간 여성스러운 옷으로 가져오라고 했다. 그런데 옷이 도착했을 때 그녀는 말문을 잃고 말았다.이건 분명 모델들이나 입는 패션이다. 하지만 딱히 대체할 옷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조금 어색한 차림으로 오게 되었다.엄진우의 시선은 상대의 풍만한 가슴에 꽂혔다.“아니, 이 사이즈 뭐야? 패드 밀어 넣은 거지? 티가 너무 나잖아.”손을 뻗어 조연설의 가슴을 움켜쥐는 순간, 엄진우는 잠시 흠칫하더니 급히 손을 거두고 난처한 듯 웃어 보였다.“조 청장, 미안. 난 가짠 줄 알았지... 진짜였네? 정말 미안해. 아니 예전에는 이렇게 큰 줄 몰랐어. 최근에 2차 성장이라도 한 거야?”화가 난 조연설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고 당장이라도 엄진우를 한바탕 패주고 싶었다.만지는 것도 모자라 이런 파렴치한 말을 내뱉다니.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조연설, 진정하자. 넌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여자야. 그러니 이런 새끼가 내뱉는 말에 신경 쓸 것 없어.“제트썬 제대로 털지 못하면 엄진우 당신 절대 가만 안 둬.”그녀는 마음속으로 적어
“예강호 씨, 설마 타짜야? 아니 어떻게 매번 이길 수 있지?”예강호 옆에 앉은 요염한 여자는 상대를 곁눈질하더니 테이블을 내리치며 벌떡 일어섰다.예강호는 한 손으로 담배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카드를 든 채 담담하게 말했다.“천수관음, 자신 없으면 그만 물러서. 졌다고 개처럼 짖어대는 게 우습지도 않아?”요염한 여자는 발끈하며 말했다.“도박판에서 내 별명이 천수관음인 걸 알면서 감히 나한테 도발해? 나랑 일대일로 붙을 자신 있어?”“두 사람 그만 싸워. 이 순간을 즐기자고.”옆에 있던 상강시 재벌인 황태강이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흥, 천수관음은 무슨. 저속한 도박쟁이일 뿐이지.”예강호가 들고 있던 칩을 내던지자 칩은 바로 테이블을 뚫고 바닥에 던져졌다.“당신이 원한 거야. 그렇다면 크게 붙는 건 어때? 올인할 자신 있어?”“그렇게나 빨리 죽고 싶다면, 소원 들어줘야지.”천수관음이 날카롭게 맞섰다.양측은 모든 칩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삽시간에 모두가 게임을 그만두고 흥미진진하게 판을 지켜보았다.“이건 최소 수백억이 걸린 판이야. 생각만 해도 짜릿한데?”“역시 고래 싸움이 제일 재밌단 말이야. 예강호라는 자는 비록 정체가 분명치 않지만 게임 실력은 아주 수준급이야. 하지만 천수관음도 베테랑이지. 특히 제트썬에서 19연승의 기록을 세운 적도 있어.”“카드 오픈!”딜러의 목소리와 함께 예강호는 이내 패를 까려고 했다. 하지만 이때 엄진우가 갑자기 나타나 흥미롭다는 듯 입을 열었다.“저기요. 올인은 하지 마세요. 이러다 호구 돼요.”순간 장내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플레이어들이 가장 꺼리는 것이 중요한 시각에 누군가 튀어나와 판을 휘젓는 것이다.“당신 뭐야? 여기 알바야? 함부로 끼어들면 안 된다는 거 몰라?”상강시 재벌인 황태강이 선두로 일어나 소리를 질러댔다.이내 천수관음도 고개를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아가,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야. 당장 꺼져.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못 나갈 수도 있단다.”이때 예강호가
예강호가 말하는 젊은이는 바로 엄진우이다.“사과? 장난해? 난 저런 밑바닥 인간들에게 눈길도 안 주는 사람이야. 그렇다고 네가 감히 날 정말 어쩌기라고 하겠어? 내가...”펑!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예강호는 황태강의 머리통을 향해 총을 쏴버렸다.그러더니 천천히 다가가 시체를 한쪽에 치워버리고 천수관음을 바라봤다.“천수관음, 당신은?”이 순간 상대는 마치 넋이라도 잃은 듯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죽이지 마, 나 죽이지 마. 시키는 대로 다 할게.”천수관음은 털썩 무릎을 꿇더니 거북이처럼 엄진우의 신발을 핥기 시작했다.“미안해.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니까 한 번만 봐줘. 옆에 호텔 있으니까 내가 제대로 모실게. 나 그런 거 잘해. 만족스러울 때까지 해 줄게.”그러더니 요염한 눈빛으로 엄진우를 바라보았다.엄진우는 혐오스럽게 상대를 발로 걷어찼다.“됐으니까 멀리 떨어져.”호의로 귀띔해 줬을 뿐인데 이런 피비린내 나는 사건이 발생했다.역이 제트썬 카지노, 물이 아주 깊었다.예강호가 사람을 죽였음에도 사람들은 모두 못 본 척하며 자기가 할 일을 계속했다.바로 이때, 뒤늦게 달려온 홀 지배인은 피바다에 쓰러진 황태강의 모습에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우리 카지노 VIP 황태강 님을... 대체 누구 짓이야? 이 정도면은 적어도 다리 하나와 1억은 바쳐야지. 아니면 여기서 나갈 생각 하지도 마!”“나야.”예강호는 자리에 앉아 한 쪽 다리를 테이블에 올렸다.“예강호 님?”홀 지배인은 이내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허리를 굽신거리며 말했다.“어머, 강남 제일 폭도이자 전 강남 무도랭킹 20위 안에 드는 강자 예강호 님? 최근 강남 한 명문가 온 가족을 죽인 일로 수배당하고 있으시던데, 안심하세요. 제트썬은 손님의 개인사를 절대 묻지 않는 것이 원칙이니 마음껏 게임을 즐기셔도 좋습니다. 얘들아, 예강호 님 심기 불편하지 않으시게 저 시신 당장 처리해.”말을 마친 홀 지배인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다급히 도망가 버렸다.엄진우는
예강호의 조언에 엄진우는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어차피 칩 주셨으니 제가 알아서 마음 편히 해볼게요. 즐거우면 된 거 아닌가요?자, 이 100억 전부 걸고 두 분과 게임 할 게요.”예강호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100억은 평범한 사람들이 몇 평생을 벌어도 벌 수 없는 돈이야. 차라리 이거 돈으로 바꿔서 떠나는 건 어때?”어떻게 이 돈을 전부 내던질 생각을 하는 거지?이놈... 보통 놈이 아니야.예강호는 문뜩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천재 아니면... 강을 건너는 용.엄진우의 말에 두 도박꾼은 웃음을 터뜨렸다.“좋지! 우린 돈만 보지 사람은 보지 않아. 어디 한 번 덤벼 봐.”“이렇게 진심으로 돈을 주겠다는데 한 번 제대로 가르쳐줘야지 않겠어?”같은 시각.칩을 바꾸고 돌아온 조연설은 아무리 둘러봐도 엄진우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이 새끼 또 어디로 튄 거지?”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막연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대형 스크린에서 갑자기 소식이 전해졌다.“제트썬 카지노 3층 최신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상강시 재벌 황태강과 천수관음이 암암리에 손을 잡고 게임을 하던 중 한 청년으로 인해 들통나게 되었는데 황태강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고 천수관음은 쫓겨난 상황입니다.그리고 해당 청년은 도킹과 도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곧 팽팽한 게임이 진행될 예정입니다.”이 소식은 마치 폭탄처럼 순식간에 장내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고 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헐, 오늘 3층 대박이다.”“강남 제일 폭도 예강호도 보인다!”“천수관음도 명성이 자자한 카지노의 강자였는데 이렇게 한순간에 몰락당할 줄이야.”“제일 주목해야 할 사람이 바로 그 미스터리한 청년이지. 대체 누굴까? 천수관음과 황태강을 아웃시키고 도킹과 도신에게 도전장을 내밀다니.”“새로운 강자의 탄생인가?”“하하! 눈치껏 물러나는 게 좋을 거야. 첫판부터 최강자들에게 덤비면 뼈도 못 추리게 될걸?”사람들의 수군거림에 조연설은 미간을 찌푸렸다.“보나마나 엄진우
“더는 지켜볼 필요 없어. 100억 다 날리고 곧 축 처져서 떠날 거야.”말을 끝낸 남자는 차가운 표정으로 수정 컵에 담긴 볼가트를 한 번에 들이키고 말했다.“매년 이런 잘난척하는 바보들이 꼭 나타난단 말야. 그러다 하룻밤 사이에 자산 탕진하고 풀이 죽어서 떠나지.이 자식도 그 패턴을 벗어날 수 없어.”3층.“초짜니까 일단 가볍게 시작할래? 큰 수 작은 수 어때?”도신이 히쭉 웃으며 말하자 도킹은 깔깔거리기 시작했다.“큰 수 작은 수? 50%의 확률이야. 적어도 한꺼번에 날리는 일은 없지.”“젊은 친구, 반드시 놀아야겠다면 큰 수 작은 수가 가장 좋은 선택이긴 해.”예강호가 입을 열었다.그러자 엄진우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큰 수 작은 수도 괜찮지만 다소 시시한 느낌이 들어서요. 포인트까지 비교하는 게 좋겠네요.”그 말에 예강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하...”포인트까지 비교하면 이길 확률이 훨씬 낮을뿐더러 게다가 여러 가지 배열 조합이 아주 복잡하여 초짜가 하기엔 상당히 어려워진다. 특히 이런 강자들을 상대로 한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하지만 도킹과 도신은 서로를 마주 보며 활짝 웃었다.“좋아! 용감하군, 아주 멋지네!”딜러가 주사위 컵을 돌리자 낭랑한 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무겁게 테이블에 내려졌다.도신과 도킹은 귀를 쫑긋 세우고 소리를 들으며 곰곰이 생각했다. 이내 도신이 서서히 미소를 지었다.“이번 판은 조금 아슬아슬하군, 안정적으로 가는 게 좋겠어.”그러더니 큰 수에 칩을 베팅했다.“자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따르지.”도킹은 잠시 망설이더니 도신을 따라 큰 수에 베팅했다.예강호는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두 사람은 지금 돼지로 분장해 호랑이를 잡으려고 한다.이런 식으로 추측 포인트를 피하려 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엄진우는 그들의 선택을 참고할 수 없게 된다.오직 ‘큰 수’라는 애매한 단서로 큰 숫자의 조합 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을 찾아내야 하는데 이건 분명 바다에서 바늘을 찾는 것
누 눈이 핏빛으로 물든 거로 보아 두 사람은 정말 제대로 화가 난 모양이다.오랜만에 강렬한 살기를 느낀 예강호는 엄진우의 어깨를 짓누르고 말했다.“젊은 친구, 이미 280억을 땄고 내가 100억을 줬으니 근 300억을 번 셈이야. 내 말 들어. 계속 게임 진행하다가 한꺼번에 모든 걸 잃을 수 있어.”하지만 엄진우는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선생님, 제가 이 돈 다 잃을까 봐 걱정해 주시는 건 고마운데 전 여기 돈 따려고 온 게 아니에요. 게임은 내가 죽던지, 아니면 상대가 죽던 지 둘 중 하나죠.”그 말에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테이블에서 분분히 멀어졌다.“게임 즐겁게 해. 신선 싸움에 우리는 끼어들지 않을 거야.”“컥컥! 오늘은 이만 일어나지.”“맞아.”오직 도신과 도킹만이 축 늘어진 얼굴로 분노를 누르고 있었다.“애송아, 우리가 여길 휩쓸고 다닐 때 넌 고작 엄마 젖이나 빨던 아기였어. 그런데 누굴 죽여?”“애송이 하나 죽이는 데 우리 두 사람이 굳이 같이 나서야겠어? 내가 나서지. 아무도 끼어들지 마.”도신이 뻘건 눈으로 싸늘하게 말하자 도킹도 숙연하게 입을 열었다.“좋아. 이 새끼는 자네한테 맡길게. 오늘 따끔하게 혼내 줘.”엄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시큰둥하게 말했다.“아무나 상관없어요.”도신과 엄진우가 마주 앉았다.도신이 입을 열었다.“애들 장난도 아니고 저급한 건 패스하자고. 너도 베테랑이니 어려운 거로 바로 가는 건 어때? 여기 골든 마작이 있어. 만자(萬字)로 된 마작 중에서 바로 14개의 마작을 골라내는데 합친 수가 가장 높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야. 그리고 진 사람은 당장에서 천억을 내는 거지.”순간 예강호는 불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카지노 사람이라면 골든 마작은 당신의 필살기라는 사실을 다 아는데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게다가 판 돈을 천억으로 올리다니, 너무 비겁하다.“선생님, 괜찮아요.”엄진우는 전혀 흔들림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상대의 필살기가 뭐든, 결과는 변하지 않아요.”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