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엄진우의 알 수 없는 말에 두 여자는 갈피를 잡을 수 없었지만 그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억지로 불안감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지금부터 사활은 엄진우에게 달렸고 그 외에는 다른 출로가 존재하지 않는다.이때, 위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오윤하는 무심코 엄진우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저거 그날 길에서 나 욕하던 자식 아니야? 저 자식이 왜 여기 있지?”“아가씨, 눈에 거슬리신다면 당장 죽여버릴까요?”옆에 있던 부하가 입을 열었다.“아무튼 우리 오씨 가문이 죽이려는 사람은 아무도 살릴 수 없어. 추적은 더 말할 것도 없고.”게다가 오윤하에게는 명왕의 약혼녀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까지 있다.“조급해할 것 없어. 지금 죽이기엔 좀 아쉬워. 더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잖아?”오윤하는 늘씬한 다리를 쭉 뻗으며 거만하게 웃었다.“보아하니 진천무와는 라이벌인 것 같은데...... 진천무가 오프닝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인기와 지지를 얻었으니 저 자식에겐 상당히 불리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어.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을지 궁금하네.”“당연히 참패죠. 자칫하면 지성그룹은 완전히 아웃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약삭빠른 부하는 이내 상황을 한눈에 파악했다.진천무는 이미 주도권을 확실히 잡은 상태이다.“일단 지켜보자고.”하지만 그럴수록 오윤하는 왠지 곧 극적인 반전이 일어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다이아 스킨 크림 공개 후.진천무는 지성그룹의 이전 제품을 카피한 기초하에 새로운 성분을 믹스하여 더 좋은 효과를 낸 신제품도 계속 공개했는데 이들도 모두의 호평을 받았다.“다들 보시다시피 우리 진스제약은 비록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에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회사에는 17개의 부서와 수천 명의 직원이 있는데 그중 50% 이상이 의대 졸업생이고 수십 명이 석박사입니다.”진천무는 의기양양해서 말했다.“우리 진스제약은 지금 상장을 준비 중인데 국내외 여러 재단이 이미 내부 주식을 예약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상장 후 3일 안
“꺅!”갑작스러운 살벌한 상황에 사람들은 너무 놀라서 심장이 멎을 뻔했다.피범벅이 된 절단된 팔은 바닥에 가로놓여 보기만 해도 끔찍했고 습격을 당한 무도종사는 창백한 얼굴로 그 자리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진 회장! 수많은 관중 앞에서 지금 뭐 하는 짓입니까?”누군가 용기를 내어 불만을 털어놓았다.하지만 진천무는 오히려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다들 진정하세요. 이것 또한 오늘 발표회의 절차입니다.”“그게 무슨 뜻이죠?”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진천무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주머니에서 정교한 케이스를 꺼내 열더니 절단된 팔을 주어 무도종사의 절단면에 붙이고 하얀 가루를 전부 뿌렸다.3초도 지나지 않아 모두가 놀랄만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절단된 팔과 절단면은 눈에 보이는 속도로 저절로 빠르게 아물기 시작하더니 옅은 핑크빛 흉터만 남았다.순간 장내가 발칵 뒤집혔다.“내 눈이 잘못된 건 아니지? 절단된 팔이 저절로 붙었다고?”“맙소사. 이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장면 아니야? 이런 게 어떻게 현실로 될 수 있어?”예우림과 소지안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이...... 이건 지성그룹의 제조법이 아니야! 저런 걸 어떻게 연구해 낸 거지?”세상에 정말 이런 약이 존재한다고?관객들만 멍해진 게 아니다.심지어 심사위원들조차 어안이 벙벙해졌다.그들은 모두 강남성 의학계 거물이자 전국 의학계에서도 알아주는 인물들이다.절단된 뼈의 재생은 항상 의학계의 위대한 추구였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우리는 이것을 블랙 단골제라고 부릅니다.”진천무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이 제품은 절단된 기관, 예를 들면 팔다리가 절단되었을 때 사용하면 바로 나무를 접합하는 것처럼 이을 수 있는데 사람이 숨만 붙어있는다면 심지어 머리가 절단되어도 살릴 수 있습니다.”“정말 신기합니다. 이건 의학계의 기적입니다!”관중들은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빨리 출시해 주세요. 가격이 얼마라도 반드시 구매할 겁니다.”“10년 넘게 장애인으로
오랜 정적을 끝으로 드디어 엄진우가 자리에서 일어섰고 지성그룹의 임직원들은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하지만 예우림과 소지안의 표정은 이미 절망감을 감추기 힘들 정도로 어두워졌다.진천무는 만단의 준비를 했다.그는 대단한 비밀병기를 내놓았고 심지어 심사위원까지 매수했다. 그런데...... 그들에게 희망이라는 것이 있기나 할까?“우림아, 아니면 너 먼저 들어갈래? 너한테 난감한 상황이 생길까 봐 걱정 돼.”소지안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물론 엄진우를 믿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진천무의 기세가 너무 놀라워 이길 자신이 없었다.예우림은 얼굴을 붉히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피하긴 왜 피해? 나 지성그룹 부대표야. 오늘 잠시 피한다고 내일도 피할 수 있을 것 같아? 올 것은 반드시 오게 돼있어.”그녀는 애써 고개를 높이 쳐들었다.죽는다 하더라도 장렬하고 당당하게 죽을 것이다.“지성그룹은 그냥 포기하고 나가세요. 그러다 창피나 당해요!”엄진우가 단상에 오르는데 아래는 이미 야유와 조롱으로 가득 찼다.“상장회사의 신제품 발표회가 이렇게 초라하다니.”“그러니까! 진스제약에서는 수십 명의 연예인을 섭외했는데 지성그룹은 레드카펫도 없이.”이때 엄진우의 이름을 들은 심사위원들은 서로 귓속말을 했다.“엄진우? 엄씨라면 설마 4대 고대 무가의 엄씨 가문 사람인가요?”“그럴 리가요. 엄씨 가문 족보에 있는 사람이라면 다 들어봤는데 엄진우라는 자제는 없었어요.”“부장도 아니고 고작 팀장이 나서서 발표회를 하다니. 우리 의학계 거물은 안중에도 없는 것 아닙니까?”여기까지 말한 심사위원들은 서서히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엄진우를 바라보는 눈빛이 까칠하게 바뀌었다.이때 진천무가 음침한 미소를 지은 채 콧구멍을 높이 쳐들고 예우림에게 다가왔다.“예우림, 너 가끔 진짜 멋있다니까. 이런 엿같은 상황에서도 어쩜 표정 하나 변하지 않네? 안타깝지만 네가 패배라는 결말은 절대 바뀌지 않아.”소지안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도둑질해서 이긴 게 자랑스러워? 뻔뻔하네, 대
“쓰레기? 네가 만든 것들이야말로 쓰레기야!”엄진우는 진천무를 똑바로 바라보며 높은 소리로 맞받아쳤다.그 말에 사람들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헐, 저 새끼 지금 뭐라는 거야? 설마 진스제약의 신제품을 쓰레기라고 욕한 거야? 내가 잘못 들은 거지?”“이런 대단한 제품을 감히 저렇게 표현하다니.”“지성그룹 완전 꽝인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네. 적어도 입은 살아있었어.”오윤하도 그를 비웃었다.“저 자식은 여전하네. 장소 구분도 없이 헛소리를 지껄이다니. 무식한 거야, 용감한 거야?”진천무도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엄진우, 너 지금 네가 뭐라는 줄 알고 있어? 우리 진스제약의 신제품이 쓰레기라면, 지성그룹의 신제품은 뭔데?”엄진우는 바로 리모컨을 눌렀다.스크린에 투사된 첫 번째 PPT는 바로 아이스 스킨 파우더인데 진스제약의 다이아 스킨 크림과 거의 비슷한 모습에 사람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지성그룹 왜 저래? 정당한 수단으로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저런 꼼수를 부려? 아예 대놓고 카피했네?”“실력도 젬병인데 도덕도 없어.”사람들의 말에 소지안은 화가 나서 입이 다 비뚤어질 지경이었다.엄진우가 어떤 상황에서도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이미 나가서 그들과 논쟁했을 것이다.예우림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그 장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이때 진천무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엄진우, 카피 제품을 이렇게 당당하게 공개해? 그럴싸한 신제품이 없다면 빨리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서는 건 어때? 바쁜 사람들 데려다 놓고 이게 뭐 하는 짓이야!”엄진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한 번만 말할게. 당신 내 아이스 스킨 파우더 카피하고 아주 좋아죽는다는 거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애초에 난 아이스 스킨 파우더를 신제품으로 출시할 생각이 없었지. 그건 내가 만든 불량품이자 폐품이니까.”그의 말은 마치 폭탄처럼 던져졌고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예우림 역시 입을 다물지 못했고 위층의 오윤하도 순간 멍해졌다.현장에는
그 말에 진천무는 말문이 막혔다.이것은 엄진우의 함정이었다.엄진우는 일부러 제조법에 한 가지를 빼놓았는데 이것이 바로 진천무를 잡기 위한 덫이었다.사람들도 이내 다이아 스킨 크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뭐야, 카피한 쪽이 진스제약이야?”“난 또 대단한 기업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기꾼? 실망이네.”“그건 아니지. 기껏해야 한 제품만 카피했을 뿐, 다른 좋은 제품도 있잖아.”어떤 사람은 진스제약을 질타하고 또 어떤 사람은 진스제약의 편을 들어주었다.“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군. 개자식이 감히 날 갖고 놀아? 발표회가 끝나면 너 가만 안 둬.”진천무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이때 갑자기 낭랑한 박수 소리가 위층에서 들려왔다.오윤하였다.오윤하는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다.“재밌네, 아주 재밌어!”엄진우는 교묘하고 뛰어난 수법으로 진천무를 제대로 가지고 놀았다.순간 엄진우에 대한 오윤하의 인상이 조금 달라졌다.짝짝짝!현장에 있는 사람들도 점차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소지안은 눈물을 글썽이며 감격스럽게 말했다.“진우 씨 지금 우릴 다 속인 거야? 그래! 카피한 놈들은 이렇게 혼내주는 게 맞아!”진천무의 쪼그라드는 모습에 그녀는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하지만 예우림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도 우린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어. 다이아 스킨 크림은 비록 진스제약의 주력 제품이지만 그것보다 더 강한 건 블랙 단골제야. 그건 우리 제조법을 베낀 제품도 아니고, 심지어 우리가 완전히 모르는 제품이지.”블랙 단골제만 있어도 진스제약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고 자본은 끊임없이 유입될 것이다.사람들도 단지 잠시 비난을 보낼 뿐 결국 그 제품을 살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진천무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그래! 내가 지성그룹 제품 제조법을 베꼈으면 또 어쩔 건데? 그게 없어도 나한테는 블랙 단골제가 있어!”그러자 심사위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죄송하지만 우리는 사람이 아닌 제품만 봅니다
진천무가 화를 내기도 전에 엄진우는 몸을 돌렸다.“방금 그건 단지 자그마한 에피소드일 뿐이에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우리 지성그룹의 신제품을 정식으로 공개합니다.”엄진우가 리모컨을 누르자 대형 스크린에는 아주 심플한 연고가 나타났다.“이름하여 자양 단골제입니다.”그 이름에 진천무는 펄쩍 뛰며 소리쳤다.“야, 씨! 이거 우리 블랙 단골제 카피한 거잖아! 이름까지 비슷하네!”엄진우는 어이없다는 듯 싸늘하게 웃어 보였다.“그 쓰레기를 내가 표절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엄진우는 한꺼번에 단상에서 뛰어내려 진스제약 사람들 쪽으로 걸어가더니 아까 팔이 잘렸던 무도종사를 향해 씩 웃으며 물었다.“다시 이어진 팔이 정말 원래 팔과 똑같아요?”상대는 안색이 돌변하며 말했다.“그럼요! 완전히 똑같죠! 오히려 힘이 더 좋아진 것 같아요!”“그렇다면 그 팔로 물컵 한 번 들어봐요.”엄진우는 자기 컵을 넘겨주며 싸늘하게 웃었다.그러자 상대 무도종사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지금 뭐 하자는 거야? 무도종사인 내가 설마 잔 하나를 못 들겠어?”진천무는 배를 끌어안고 깔깔 웃어댔다.“엄진우, 너 지금 개그 하냐? 뭔 개소리야?”무도종사에게 세 살짜리 아이도 들 수 있는 잔을 들라니. 기타 진스제약 사람들도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를 질렀다.“당장 꺼지지 않으면 당신 가만 안 둬!”엄진우는 일부러 상대를 자극했다.“아, 감히 못 들겠죠?”그러더니 바로 몸을 돌렸다.그러자 상대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거기 서! 내가 이것도 못 들까 봐? 부숴버릴 수도 있어!”“그래요. 마음대로 하세요.”엄진우는 담담하게 웃으며 잔을 상대에게 넘겨주고 바로 손을 뺐다.그 순간, 상대 무도종사의 안색이 갑자기 붉어지고 온몸에 핏줄이 솟아오르더니 팔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부숴버리기는커녕 들기도 힘들어 보였다.“창호야, 연기 그만하고 바로 부숴버려.”“그래, 그만하면 됐어. 그러다 사람들이 너 폐인으로 착각한다?”진스제약 사람들은 그가 일부러 그러는
수많은 투자자들은 이미 진스제약에 투자할 생각을 단념했다.그리고 생방송을 통해 많은 국민도 이 일을 알게 되었는데 국민은 하나같이 주문 취소 전화를 걸어오기 시작했다.워낙 반년이나 밀렸던 주문은 속속들이 취소당했고 약 10%도 남지 않았다.진천무는 심장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우림아. 내가 그랬잖아. 진우 씨 믿으라고!”소지안은 너무 흥분해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이번에 진스제약은 완전히 끝장이다. 그들이 말하는 비장의 무기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었다.워낙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던 오윤하는 이 장면에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블랙 단골제도 가짜였어? 진천무, 저거 완전 병신이네. 아니지, 그냥 재수가 없었던 거야. 그러게 왜 하필 저런 대단한 상대를 건드려서는.”그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엄진우, 정말 궁금하네. 이따가 사람 보낼 필요 없어. 내가 직접 만나러 갈 거야. 저런 인재는 다른 회사에 빼앗기기 전에 빨리 내 손에 넣어야 해.”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엄진우는 진천무를 벼랑까지 내몰지 않았고 단상으로 올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우리 지성그룹의 단골제는 블랙 단골제와 완전히 다른 제품입니다. 자양 단골제는 절단된 부위와 이을 필요 없이 상처에 바르기만 하면 부러진 그 어떤 기관도 원래대로 회복합니다.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학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진천무의 일로 화가 치밀어 오른 관중들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채 엄진우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뻥 치지 마! 걸핏하면 의학의 기적이야? 뭔 기적이 그렇게 많아?”“진천무가 기적이라고 말했다가 어떤 꼴이 났는지 몰라서 그래? 지성그룹도 그 나물에 그 밥이네. 개싸움 아주 재밌다, 재밌어!”“또 사기꾼이야? 꺼져!”하지만 엄진우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관객들을 향해 큰소리로 물었다.“한 번 시도해 보고 싶은 사람 없습니까?”그 말에 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심지어 예우림조차도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이지?”남자는 순간 큰소리로 웃어대기 시작했다.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엄진우가 설마 내뱉은 말을 번복할까?남자는 두 손가락만 남은 오른쪽 손을 엄진우에게 쑥 내밀었다.“이따가 너절로 손가락 자르기 힘들면 내가 도와줄게.”엄진우는 상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남자의 절단된 손가락에 연고를 조금 덜어내서 발라주었다.그러자 남자는 갑자기 안색이 돌변했다.“뜨거워, 간지러워! 뭔 거지 같은 약이야?”“잔말 말고 꺼져.”엄진우는 상대를 발로 뻥 걷어찼고 남자는 그대로 벌러덩 넘어졌다.“이 자식이 내가 가만히 있는데 감히 누구한테 발길질이야! 죽고 싶어?”남자는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엄진우에게 반격하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뒤에서 경악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손! 손가락이 자랐어!”남자는 순간 표정이 멍해지더니 오른손을 확인했다.정말이다!절단되었던 세 손가락에서 마치 싹이 자라듯 새살이 올라오고 있었다.5분간의 침묵이 흐른 후, 남자는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세 손가락이 다 회복됐어. 게다가 예전과 똑같아. 어떻게 이런 일이!”남자는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며 엄진우 앞에 무릎을 꿇었다.“대단하십니다! 지성그룹의 자양 단골제를 알아보지 못하고 무례를 저질러서 정말 죄송합니다.”그러더니 연신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순간 현장은 떠들썩해졌다.“그렇게 신기하다고?”“연결이 아니라 새로 자라났어!”“게다가 시간도 오래됐다잖아. 근데 순간 자라났어!”예우림도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어쩐지 우리한테까지도 숨긴다했는데, 이런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니.”소지안도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우리가 괜히 걱정했어. 진우 씨 저러는 거 스파이를 막기 위한 거였네.”“엄진우는 굳이 상대의 음모를 까발릴 필요조차 없었어. 저 제품 하나로 진스제약은 완전히 패배했을 거야.”자양 단골제는 모든 면에서 진스제약의 블랙 단골제를 압살한다.진천무는 극도로 어두운 안색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뒤에 앉은 의사의 멱살을 잡고 주먹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