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투자자들은 이미 진스제약에 투자할 생각을 단념했다.그리고 생방송을 통해 많은 국민도 이 일을 알게 되었는데 국민은 하나같이 주문 취소 전화를 걸어오기 시작했다.워낙 반년이나 밀렸던 주문은 속속들이 취소당했고 약 10%도 남지 않았다.진천무는 심장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우림아. 내가 그랬잖아. 진우 씨 믿으라고!”소지안은 너무 흥분해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이번에 진스제약은 완전히 끝장이다. 그들이 말하는 비장의 무기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었다.워낙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던 오윤하는 이 장면에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블랙 단골제도 가짜였어? 진천무, 저거 완전 병신이네. 아니지, 그냥 재수가 없었던 거야. 그러게 왜 하필 저런 대단한 상대를 건드려서는.”그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엄진우, 정말 궁금하네. 이따가 사람 보낼 필요 없어. 내가 직접 만나러 갈 거야. 저런 인재는 다른 회사에 빼앗기기 전에 빨리 내 손에 넣어야 해.”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엄진우는 진천무를 벼랑까지 내몰지 않았고 단상으로 올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우리 지성그룹의 단골제는 블랙 단골제와 완전히 다른 제품입니다. 자양 단골제는 절단된 부위와 이을 필요 없이 상처에 바르기만 하면 부러진 그 어떤 기관도 원래대로 회복합니다.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학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진천무의 일로 화가 치밀어 오른 관중들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채 엄진우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뻥 치지 마! 걸핏하면 의학의 기적이야? 뭔 기적이 그렇게 많아?”“진천무가 기적이라고 말했다가 어떤 꼴이 났는지 몰라서 그래? 지성그룹도 그 나물에 그 밥이네. 개싸움 아주 재밌다, 재밌어!”“또 사기꾼이야? 꺼져!”하지만 엄진우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관객들을 향해 큰소리로 물었다.“한 번 시도해 보고 싶은 사람 없습니까?”그 말에 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심지어 예우림조차도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이지?”남자는 순간 큰소리로 웃어대기 시작했다.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엄진우가 설마 내뱉은 말을 번복할까?남자는 두 손가락만 남은 오른쪽 손을 엄진우에게 쑥 내밀었다.“이따가 너절로 손가락 자르기 힘들면 내가 도와줄게.”엄진우는 상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남자의 절단된 손가락에 연고를 조금 덜어내서 발라주었다.그러자 남자는 갑자기 안색이 돌변했다.“뜨거워, 간지러워! 뭔 거지 같은 약이야?”“잔말 말고 꺼져.”엄진우는 상대를 발로 뻥 걷어찼고 남자는 그대로 벌러덩 넘어졌다.“이 자식이 내가 가만히 있는데 감히 누구한테 발길질이야! 죽고 싶어?”남자는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엄진우에게 반격하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뒤에서 경악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손! 손가락이 자랐어!”남자는 순간 표정이 멍해지더니 오른손을 확인했다.정말이다!절단되었던 세 손가락에서 마치 싹이 자라듯 새살이 올라오고 있었다.5분간의 침묵이 흐른 후, 남자는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세 손가락이 다 회복됐어. 게다가 예전과 똑같아. 어떻게 이런 일이!”남자는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며 엄진우 앞에 무릎을 꿇었다.“대단하십니다! 지성그룹의 자양 단골제를 알아보지 못하고 무례를 저질러서 정말 죄송합니다.”그러더니 연신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순간 현장은 떠들썩해졌다.“그렇게 신기하다고?”“연결이 아니라 새로 자라났어!”“게다가 시간도 오래됐다잖아. 근데 순간 자라났어!”예우림도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어쩐지 우리한테까지도 숨긴다했는데, 이런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니.”소지안도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우리가 괜히 걱정했어. 진우 씨 저러는 거 스파이를 막기 위한 거였네.”“엄진우는 굳이 상대의 음모를 까발릴 필요조차 없었어. 저 제품 하나로 진스제약은 완전히 패배했을 거야.”자양 단골제는 모든 면에서 진스제약의 블랙 단골제를 압살한다.진천무는 극도로 어두운 안색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뒤에 앉은 의사의 멱살을 잡고 주먹
모두가 숨을 죽이고 엄진우의 설명을 기다리는 그때, 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상세한 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발표회가 끝난 후 지성그룹 홈페이지에서 상관 정보를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말을 끝낸 엄진우는 빠른 걸음으로 무대에서 내려와 예우림에게 다가갔다.모두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이대로 발표회를 끝낸다고?이런 폭탄을 던져놓고 왜 이대로 그만두는 거지? 그럴 리가 없는데.예우림이 회안단에 대한 사실 여부를 물으려고 할 때,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엄진우 씨! 잠깐만요!”“예우림 부대표님, 잠시만요!”“우리 인터뷰에 반드시 응해주셔야 합니다. 우리는 회안단이라는 신제품이 아주 궁금합니다.”안타깝게도 기자들이 몰려오기 전에 더 많은 사람들이 물밀듯이 몰려들었는데 대부분이 관중들이었다.“세상에 정말 젊음을 되찾을 수 있는 제품이 있어요? 열 살 스무 살 젊어질 수 있냐고요?”“저 살래요! 언제 출시하는지 제발 알려주세요. 저 이건 사채 써서라도 반드시 살 거예요.”사람들은 엄진우와 두 여자를 물샐틈없이 에워싸고 속사포처럼 질문을 던졌다.심지어 심사위원들도 귀신에 홀린 듯 다가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예우림 부대표님, 저 잊지 않으셨죠? 회안단이 출시되면 꼭 우리한테 먼저 연락해 주세요.”“그러게요. 사실 우리도 늘 지성그룹의 발전을 기대하고 있었어요. 진스제약은 지성그룹에 비교도 안 돼요.”아까만 해도 무시당했던 예우림은 순간 모든 이의 관심을 받게 되었는데 마치 지옥에서 천국으로 올라간 것 같았다.하여 늘 침착했던 그녀도 지금은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태도가 돌변한 심사위원들을 보며 진천무는 욕설을 내뱉었다.“망할 자식들! 내 돈 받아처먹고 지금 누구한테 꼬리를 흔드는 거야? 내 돈 내놔!”순간 심사위원들은 하나같이 안색이 어두워졌다.“진 회장, 입조심하세요! 돈이라뇨? 우리가 당신 돈을 받은 적 있어요?”“우리는 진 회장에게 여러 차례 기회를 주었어요. 그러니 본인의 무능함을 탓하세요!”진천무의
진천무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다급히 소리를 질러댔다.맞다!북강 제일의 명문가인 오씨 가문 사람이 입을 연다면 소씨 가문도 그를 어쩌지 못할 것이다.진천무는 어쨌든 오늘 오윤하에게 깍듯하게 대했고 원하는 것을 해주었으니 적어도 체면은 봐줄 것이라고 생각했다.오윤하가 한 마디만 해도 상대 검사들은 바로 놀라서 도망갈 것이 뻔하다.아니나 다를까, 오윤하가 등장하자 사법부 검사들은 저도 몰래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오윤하는 턱을 치켜들고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살려달라고? 내가 왜?”진천무는 순간 희망을 잃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오윤하 씨, 오늘 오윤하 씨가 먹고 마신 것들은 전부 우리 진스제약에서 준비한 거지 지성그룹은 물 한 잔도 내놓지 않았다고요.”오윤하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제대로 알아 둬. 내가 먹고 마셔준 걸 넌 은혜로 생각해야 해. 그리고 오늘 빚진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야. 그런데 살려달라고? 넌 거울도 안 봐? 너 같은 벌레가 감히 나한테 도움을 청해?”그러더니 카리스마 넘치게 뒤돌아 가버렸다.진천무는 이성을 잃고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씨발, 씨발, 씨발! 오윤하, 이 씨발년아! 감히 나한테 그딴 식으로 지껄여? 내가 반드시 복수할 거니까 딱 기다려!”어쩜 거물들은 하나같이 저리 악독할까?“진천무 씨, 다른 일 없으면 같이 가주시죠. 수사에 협조하시길 바랍니다.”오윤하가 가버리자 사법부 사람들은 다시 기세를 되찾았다.진천무는 하는 수 없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화장실 급하니까 화장실 먼저 다녀올게요.”“여기서 기다릴 테니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세요. 강남성 어느 구석에도 우리 사람들이 있습니다.”상대는 엄숙하게 말했다.진천무는 몸을 돌려 화장실로 도망가 정남선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버지! 저 죽게 생겼으니 빨리 도와주세요.”“쓸모없는 개자식!”정남선은 전화기 너머로 욕설을 내뱉었다.“빌딩 후문에 롤스로이스 팬텀이 대기하고 있어. 기사가 공항까지 데려다줄 테
진천무는 순식간에 혼비백산했다. 그러니까 그를 데리러 왔던 운전기사는 남궁민희에게 살해당했던 것이다.그는 놀라서 비명을 질러댔다.“엄진우? 당신 엄진우 사람이야? 일개 서민이 날 죽이겠다고? 나 4대 고대 무가 진씨 가문의 소주야! 그런데 감히 날 죽인다면 우리 진씨 가문은 그 자식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만약 사법부 같은 거물이 자기를 죽이려 한다면 진씨 가문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엄진우 같은 나부랭이가 그를 죽이려 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시궁창에서 숨만 쉬고 있는 벌레가 창해시의 하늘인 4대 고대 무가를 건드리려고?상대의 건방진 태도에 남궁민희는 긴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우아하게 말했다.“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도, 진씨 가문도 다 같이 한꺼번에 죽여버릴 테니까.”말을 끝낸 그녀는 바로 트리거를 당겼다.이와 동시에, 빌딩에 있던 진씨 가문 사람들도 각자 암살을 당했다.어떤 사람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 목이 졸려 죽기도 했고, 또 어떤 사람은 물을 마실 때 유리조각으로 목이 베이기도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소음 권총으로 소리 없이 처리되기도 했다.진씨 가문은 그렇게 몰살당했다.그리고 같은 시간, 진씨 저택은 온통 불바다가 되어버렸다.그들의 상대는 용국 역사상 최연소 전신 용국청용전신이다.최강의 무도종사도 그의 따귀 한 대에 피를 토하며 죽어갔다.“청용 전신님. 제발 살려주세요. 진천무가 한 짓을 왜 우리에게 이러십니까? 4대 고대 무가는 북강과 아무런 원한 관계도 없습니다. 그런데 대체 왜 이러십니까?”아직 살아있는 진씨 가문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하지만 청용은 살기 가득한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했다.“명왕을 알아?”“명왕요? 북강의 살신! 혼자의 힘으로 해외 백만 명의 병사를 상대한 그 명왕 말씀입니까?”명왕이라는 이름만 들었는데도 그들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그들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그런 높으신 분을 저희가 어떻게 건드립니까? 얼굴 뵙기도 하늘의 별 따기란 말입니다.
“엄진우? 네가 왜 여깄어? 너 발표회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엄진우의 등장에 정남선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엄진우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중요해? 중요한 건 내가 널 죽여야 한다는 거야. 하지만 지금 뷔젠트에 관한 정보를 나한테 넘긴다면 목숨은 살려줄 생각이 있어.”정남선은 심호흡을 하더니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내가 너 만만한 인물이 아닐 거라고 예상은 했어. 너 뷔젠트가 목표구나? 근데 네가 정말 날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어떡하지? 이 몸은 이미 대종사가 되었단 말이야.”정남선은 한바탕 고함을 지른 후 재빨리 몸에서 단약을 꺼내 허겁지겁 먹었다.그러자 순식간에 그의 몸에서 불길이 치솟으며 옷이 갈라 터졌는데 곧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공포의 진기가 밖으로 뿜어나와 발아래의 땅바닥은 거미줄처럼 쩍 갈라졌다.“대환원단.”엄진우는 잠시 흠칫했지만 이내 싸늘하게 웃어 보였다.“대환원단은 비록 강제로 힘의 단계를 높일 수 있지만 10년 수명과 여러 가지 부작용이 그 대가이지. 정말 괜찮겠어?”“널 이길 수만 있다면 난 뭐든 할 수 있어!”정남선은 이목구비가 자유분방하게 일그러졌다.대종사의 힘은 그를 미치게 했다.이 수준의 무도종사에 이르면 심지어 10일 동안 음식과 물을 섭취하지 않아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그리고 맨 주먹으로 빌딩도 부수는 괴물 같은 힘을 얻을 수 있다.“난 지금 엄청 강해. 모든 사람이 내 눈에 그저 쓰레기일 뿐이야!”그는 피에 굶주린 짐승처럼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으르렁댔다.그러자 강풍이 몰아치며 엄진우를 삼켜버렸다.쿵쿵쿵---순간 주변의 빌딩들이 연이어 무너지기 시작했다.“하하하하! 죽었어. 이 새끼 뒤져버렸어!”정남선은 폭풍에 휩싸인 엄진우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뒤로 젖힌 채 크게 웃었다.“이게 바로 대종사의 실력인가? 내력종사보다 훨씬 강한 힘이라니, 아주 좋아! 엄진우, 내가 강해진 후 처음으로 죽인 사람이 너니까 넌 영광으로 생각해야 해.”“영광은 개뿔.”이
“그래, 내가 말했잖아. 난 그냥 꼭두각시일 뿐이라고. 진정한 뷔젠트 조직원은 내가 아니야.”정남선은 계속 피를 토했는데 아마 곧 죽을 것 같았다.이 소식은 정말로 충격적이었다.오랫동안 뷔젠트를 추적해 왔는데 고작 꼭두각시나 찾아냈다니!“그러니까 진짜 뷔첸트 조직원은 따로 있다는 얘기야? 여태 그 사람이 널 뒤에서 조종했어?”엄진우는 다급히 침을 꺼내 상대의 목숨을 살리려고 했지만 정남선은 그대로 무너지고 짓뭉개졌다.“혈주술이야! 정남선에게 저주를 건 상대는 주술의 고수가 분명해.”엄진우는 그의 의술로도 어찌할 수 없다는 생각에 동공이 움츠러들었다.정남선은 간신히 입을 벌려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여...... 여자야. 이름은...... 이름은......”“이름이 뭔데?”엄진우가 다급히 물었다.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남선은 처절한 비명과 함께 육체가 폭발하여 피가 사면팔방으로 튀었다.“배후의 인물이 입을 다물게 만들었나 보네.”엄진우는 정남선의 시체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뷔젠트의 단서가 이렇게 끊어졌다.예우림을 해치려는 자는 여전히 어둠 속에 숨으려고 한다.“기다려. 네가 아무리 꼭꼭 숨어도 난 반드시 널 잡을 거야.”엄진우가 맹세했다.진씨 가문의 멸망 소식은 재빨리 퍼져나갔다.조씨 가문은 감사국 사건으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조용히 지냈다.그리고 장씨 가문은 여전히 평정을 누리고 있었다. 장필문은 진씨 가문이 왜 멸망 당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이것이 바로 엄진우를 건드린 결과이다.가장 겁에 질린 가문은 바로 엄씨 가문이다. 게다가 기고만장했던 엄씨 가문의 엄비룡이 호텔에서 죽은 일도 예우림과 관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엄씨 어르신은 이 모든 것의 배후에는 반드시 엄진우가 있다고 단정했다.“아버지, 엄진우 이 자식이 점점 더 폭주합니다. 그 자식 이대로 내버려두면 안 됩니다. 형님을 헛되이 죽게 할 수는 없잖습니까?”엄비호의 태도도 크게 달라졌다.전에 엄진우는 적의 적이라 친구와도 같았지만
베이지색 정장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남자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고상한 분위기를 풍기며 걸어오자 소지안은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오빠!”소지안의 오빠? 그 말에 예우림도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사흘이 지났으니 이젠 나와 같이 가자.”소찬석은 바로 소지안의 팔목을 잡고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잠깐만요!”이때 예우림이 불쑥 소리쳤다.“당신이 지안이 오빠든 누구든 상관없어요. 지성그룹 부대표 비서를 이렇게 데려가는 건 불합리하지 않아요?”그 말에 상대는 몸을 돌리더니 싸늘하게 말했다.“지성그룹 부대표 예우림?”“네!”예우림은 당당하게 대답했다.“내 말 한마디면 1분 내로 당신 회사는 파산이야. 어때?”소찬석의 말에 지성그룹 사람들은 순식간에 안색이 얼어붙었다.대체 누구길래 저렇게 큰소리를 치는 거지?“하하! 대단한 사람이군!”이때 심사위원들이 가슴을 쭉 펴고 뒷짐을 쥔 채 다가왔다.“젊은이, 우리를 너무 안중에 두지 않는 거 아닌가? 너무 건방지게 굴지 말게. 그러다 우리가 혼낼 수도 있어.”지성그룹에 부탁할 것이 있었던 심사위원들은 바로 엄진우를 도와 한마디씩 했다.“나 지금 기분 너무 더럽지만 당신들이 무릎 꿇고 개처럼 짖어준다면 살려줄 생각은 있어.”소찬석이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그러자 사람들은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네가 뭔데 감히 우리를 개 취급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그중 누군가 소찬석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는데 주먹이 상대의 얼굴에 닿는 순간, 마치 철판을 내리친 것 같더니 주먹 전체가 움푹하게 들어갔다.그는 주먹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며 비명을 질렀다.“장관님, 뭐 더 할 일 있으십니까?”이때 제복을 입은 사법부 사람들이 줄줄이 들어왔다.그런 강렬한 압박감에 사람들은 순간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장관님?눈앞의 이 남자가 사법부 장관이라니!“소찬석? 강남 최고의 지니어스 소찬석?”이때 누군가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개처럼 소리를 짖기 시작했다.“장관님, 죄송합니다.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