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스제약이라는 말에 가족들은 순간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드디어 우리 딸이 살 수 있게 되었어요. 제발 우리 딸에게 신약을 내려주세요!”노인은 피해자 가족들을 일으키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말게. 난 진스제약의 부대표 최익상이네. 우리 회사는 절대 죽어가는 사람을 방치하지 않아! 우리 환자가 아니더라도 똑같이 대하는 게 우리 회사 모토라네!”사람들은 그 말에 감동하면서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진스제약은 진짜 양심 기업이네. 공짜로 다른 기업의 환자를 치료해 주다니. 창해시에서 저만큼 양심적인 회사는 더는 찾아볼 수 없을 거야.”“이 무책임한 지성그룹과 비교하면 완전 하늘과 땅 차이야!”소지안은 점점 더 마음이 조급해졌다.“아니, 갑자기 진스제약이 왜 나타났대요? 불난 틈에 도둑질하는 것과 뭐가 달라요?”그런데 옆에 있던 엄진우는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소 비서님, 주안단 먹게 저도 하나 주세요.”“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그게 먹고 싶어요?”소이안은 도무지 엄진우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않고 왜 뜬금없이 주안단을 먹겠다고 하는 걸까?일부러 이러나?“그래요......”그녀는 비록 애가 타들어 갔지만 직원에게 부탁해 주안단을 가져와 실망한 표정으로 엄진우에게 넘겨주었다.엄진우의 등장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내가 여태 이 사람 너무 과대평가한 걸까?”소지안은 약간 어두운 눈빛으로 중얼거렸다.어쩌면 자기가 생각한 것보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나 보다.반대편.“이 약을 환자에게 먹이면 곧 일어날 거라네. 최근 우리 회사에서 새로 출시한 만병통치약이지. 3차의 임상실험에서 모두 이상적인 효과를 보았는데 완치율이 무려 99%라네.”상대는 떨리는 두 손으로 약을 받아 들더니 딸에게 먹였다.그러자 1분도 안 되는 사이에 거의 죽어가던 여자는 갑자기 두 눈을 뜨더니 문드러진 피부도 빠르게 회복되었다.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엄진우는 팔짱을 낀 채 앞으로 발걸음을 옮겨 담담하게 말했다.“그리고 판단력도 없는 당신들, 당신들은 기본적인 상식도 없어요? 내가 다 쪽팔리네!”소지안은 깜짝 놀랐다.“엄진우 씨, 이게 다 자작극이라고요? 가짜라는 말이에요?”그 말에 사람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당신 뭐야? 왜 사람을 욕하고 난리야? 두 눈으로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이때 최익상이 어두운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자네 이 회사 직원인가? 우리 회사 제품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되어 이런 방법으로 깎아내리려는 건가?”사람들은 분분히 그 말에 동의했다.“맞아요! 이 회사는 양심도 없고 비겁해요!”“진스제약을 이길 수 없으니까 이런 비겁한 수단이나 쓰나 본데, 다들 이 사람 말에 속지 마!”소지안은 다급히 다가와 조마조마하게 말했다.“엄진우 씨, 말 함부로하면 안 돼요. 그러다 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요?”엄진우는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모든 걸 꿰뚫어 봤으니까.”엄진우는 군중 속으로 들어가더니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처음부터 이 소동은 모두 가짜였어요. 진스제약에서 악의적으로 자작극을 벌인 거라고요!이 환자의 병은 주안단의 부작용이 아니에요! 오히려 일부러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는 약물을 과다 복용한 뒤 자작극의 배우로 참여했죠!”엄진우는 또박또박 말했다.“그리고 이 환자는 피부가 문드러졌을 뿐 다른 문제는 전혀 없어요. 즉 생명의 위험은 없었다는 얘기죠!이때 갑자기 진스제약의 부대표라는 사람이 ‘우연히’ 나타나 골든 주스라고 불리는 약을 먹였더니 바로 눈을 떴죠. 이 환자는 의식을 잃은 게 아니라 연기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엄진우의 조리 있는 설명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최익상도 잠시 안색이 창백해졌다.자작극인 걸 알아챘다니.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목소리를 높였다.“헛소리! 증거 없는 말은 하지 마!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씨불이다니!”환자 역할의 여자와 그 가족들도 펄쩍 뛰며 말했다.“그
순간 소지안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그게 가능할까?최익상은 배를 끌어안고 웃기 시작했다.“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만든다고? 젊은이, 헛된 꿈 꾸지 마! 아쉽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어. 지성그룹은 완전히 패배했어. 어쩌면 내일이면 이 창해시에서 사라질 수도 있겠군.”엄진우는 상대의 빈정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곧장 환자에게 다가가 말했다.“진스 제약의 돈 꽤 받았다는 거 알아요. 그러니 당신은 절대 진스제약을 배신하지 않겠죠.하지만 당신이 얼마를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있어요. 바로 목숨이죠.”이때 최익상이 뒤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또 시작이군! 입만 열면 헛소리!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바본 줄 아나? 사람이 어찌 저렇게 무식한가?”엄진우는 환자를 향해 말했다.“손으로 머리에 있는 여기 백회혈을 눌러봐요.”상대는 멈칫하더니 싸늘하게 웃었다.“당신이 뭔데? 내가 왜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지?”그 말에 엄진우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그래요. 마음대로 하세요. 어차피 당신 목숨이니까.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마세요.”환자는 잠시 안색이 변하더니 쌀쌀맞게 코웃음을 쳤다.“나 지금 겁주는 거야? 나 멀쩡하거든? 그래, 누를게. 누르면 되지?”환자는 엄진우에게 창피를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백회혈을 눌렀다.그런데 그 순간, 수천 개의 화살이 심장을 뚫는 듯한 통증에 그녀는 비명을 지르더니 피를 토하며 그대로 주저앉았다.“딸! 너 왜 이래?”환자의 가족들은 겁에 질려버렸다. 그 피는 가짜가 아닌 진짜이기 때문이다.사람들도 경악했다.분명 진스제약의 골든 주스를 마시고 멀쩡해졌는데 왜 갑자기 피를 토한 거지?환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서 최익상에게 물었다.“최 대표님, 저 왜 이래요?”예상치 못한 상황에 최익상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당황해하지 말게. 주안단의 독이 아직 빠져나오지 않을 걸세. 골든 주스 한 첩 더 줄 테니까 이것만 먹으면 바로 멀쩡할 거야.”하지만 환자는 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주안단을 먹은 적도 없는데
최익상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버렸다.“난 당신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네. 이 사람들의 말을 어찌 믿고 나한테 이런단 말인가? 이런 방법으로 우리 진스제약에 누명을 씌우려나 본데 꿈 깨!우리 진스제약은 4대 고대 무가의 진씨 가문이 창립한 거야. 아무나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그렇다면 죽어도 죽은 이유를 알게 해주지.”엄진우는 손에 주안단을 들고 천천히 다가갔다.“지성그룹의 주안단, 난 이미 찬찬히 관찰했어.효능을 말하라면 콜라겐 보충, 미백, 스킨케어에 효능이 있지. 게다가 부작용은 시중에 판매되는 기타 스킨케어 제품보다 무려 50%나 낮아. 그러니 내장에 미치는 피해는 거의 없다고 보면 돼.하지만 당신의 골든 주스! 겉보기엔 감기나 위장병 같은 자질구레한 병증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이런 복잡한 성분을 가진 약은 오히려 인체의 생명 기능을 무력화시켜 수명을 미리 당겨쓰는 것과 다름없어. 특히 뇌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줄 거야.”엄진우는 처음부터 여자의 연기를 눈치채고 자기의 추측에 확신을 얻기 위해 소지안에게 주안단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그리고 여자가 골든 주스를 마시는 순간, 엄진우는 한 눈에 여자의 머리에 검은 점이 생긴 것을 발견했는데 이것은 뇌졸중의 전기 징후이다.엄진우의 말은 논리가 분명하고 일리가 있고 근거도 있었다.시간이 지남에 따라 최익상의 안색도 점점 더 참담해졌다.사실 이 골든 주스는 이제 1차례의 임상실험을 끝낸 상황이다. 하지만 진씨 가문 소주인 진천무는 돈을 빨리 벌기 위해 여러 테스트를 무리하게 건너뛰었고 그러다 보니 이 골든 주스에 대한 부작용도 잘 알지 못했다.“하지만 다행인 건 이 골든 주스로 인한 내상은 불치병은 아니야.”여기까지 말한 엄진우는 바로 은침을 꺼내 여자의 머리에 찔렀다.삼화취정!쿵! 상대는 마치 영혼이 뚫린 듯 순간적으로 몸을 떨며 간신히 눈을 떴다.“나 방금 저승사자한테 끌려갔는데? 살았네?”“살았어! 살았다!”환자의 가족은 눈물을 흘리
이 남자가 바로 진씨 가문의 소주, 진천무이다.최익상은 순간 벼락을 맞은 듯 노발대발했다.“진천무! 그게 무슨 개소리야! 난 분명 당신 명령으로 그런 천리에 어긋나는 일을 저질렀다고!그런데 지금 나한테 덮어씌우겠다는 거야?”진천무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지금 감히 나한테 반말이야? 당신 따위가?”반말에 불쾌해진 진천무는 그의 배를 세게 걷어찼고 순간 최익상은 갈비뼈가 부러져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기억해. 우리 진씨 가문에서 오직 우리 아버지만 나한테 반말할 수 있어. 최익상, 넌 우리 가문이 키웠던 파리야. 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야 한다고! 알아들었어?”진천무는 턱을 치켜들고 최익상을 내려다보았다.“오늘 이 일은 당신이 짊어지는 거야. 진씨 가문과 진스제약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네.”최상익은 배를 끌어안고 통증에 오관이 다 일그러졌지만 어금니를 깨물고서라도 참아야만 했다.“꺼져! 그깟 일도 제대로 못 하는 파리 새끼야. 하도 아직 마지막 쓸모가 있기에 살려두는 거지, 아니면 넌 지금 나한테 죽었어.”최익상을 쫓아낸 후, 진천무는 손으로 책상을 세게 내리쳤는데 책상은 그대로 쩍 갈라져 버렸다.“예우림, 하하! 내가 짠 판을 무사하게 통과했네?”진천무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숨 막히는 살기를 뿜어냈다.“처음이네. 이 진천무 님을 거절한 여자가. 내가 너 절대 가만두지 않아. 네년도, 그 비법도 나 반드시 손에 넣고 말 거니까 기대해.”이번 사건으로 진스제약에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지성그룹의 비법을 손에 넣어야 판을 뒤집을 수 있다.도도하고 거만한 여자가 자꾸만 떠오르는 것이 하루라도 빨리 움직여야겠다.“여자를 수도 없이 놀아봤지만 예우림 같은 타입은 처음이네? 뼛속까지 차가운 여자...... 아주 흥미로워.”이때 박도명이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왔다.“소주님, 방금 알아봤는데 이 일은 예우림과는 큰 관계가 없습니다. 엄진우라는 그 자식이 한 짓이더군요.그 새끼 예우림 뒤를
“당연히 걸어들어왔겠지.”검은 옷의 남자가 여유롭게 말했다.박도명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을 저으며 다급히 소개했다.“소주님, 이분은 정 선생입니다. 아주 대단한 실력을 갖췄죠.”“정 선생이든, 장 선생이든 여긴 우리 진씨 가문의 구역이야. 그런데 감히 내 허락도 없이 들이닥쳐? 내가 물로 보여?”진천무는 화가 잔뜩 차올라서 말했다.“그리고 누가 나한테 반말하래?”말이 끝나기 바쁘게 진천무는 마치 번개처럼 빠르게 정남선에게 돌격했다.그런데 주먹이 거의 얼굴에 닿는 순간, 정남선은 마치 거대한 철사처럼 진천무를 칭칭 감았다.“내력 대만원. 꽤 쓸만하네. 역시 4대 고개 무가의 후예다워.”정남선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았다는 듯 진천무를 향해 빙그레 웃어 보였다.진천무는 뒤로 여덟 걸음 물러서더니 동공이 흔들렸다.상대는...... 강자이다. 게다가 엄청난 강자.“정 선생, 진천무 인사드립니다. 아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눈치가 빠른 진천무는 바로 예의를 갖춰 인사를 올렸다.“오늘 어떤 일로 친히 방문하셨는지요?”“엄진우를 상대하려면 그까짓 병사로 어림도 없다는 걸 알려주려고 왔어.”정남선은 가볍게 웃더니 소매 속에서 금으로 만들어진 작은 병을 하나 내밀었다.“하지만 여기에 그자를 이길 보물이 있지.기억해. 그자를 만나면 바로 이 금병부터 열어. 그러면 엄진우는 싸울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무너질 거야.”지난번에 엄진우에게 제대로 터진 후 정남선은 한동안 폐관 수련을 통해 실력을 향상했는데 이제는 엄진우를 이길 자신이 있었다.그의 목표는 뷔젠트의 명령을 실행해 예우림을 죽이는 것이다.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엄진우니 일단 엄진우부터 해결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진천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하지만 정 선생, 왜 절 도와주시는 거죠?”“돕는다고? 무슨 오해가 있는 건 아닌지?”정남선은 큰소리로 웃어댔다.“난 진씨 가문이 예전의 호문처럼 내 꼭두각시가 되길 바랄 뿐이야. 날 위해 살고 날 위
“북강에서? 당연히 나라를 위해 싸웠죠.”엄진우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의심할 여지 없이, 북강에서의 시간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기였다.그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또 많은 친구를 얻게 되었고 용국 북대문의 수호신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되었다.“직위가 꽤 높았죠? 듣자니 북강 군부대 체계에는 전신, 전왕, 전장으로 등급이 아주 확실하게 나누어졌다던데 진우 씨는 어떤 등급이에요?”소지안은 엄진우에게 기대에 찬 눈빛을 보냈다.엄진우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어떤 것도 아니에요.”명왕은 군부대 체계 위에 있었고 전신조차도 명왕에게는 시다바리나 다름 없었다.소지안은 잠시 멈칫하더니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어떤 것도 아니라고? 전장조차 아니라는 거잖아!설마 가장 평범한 병사였나?그렇다면 어떻게 자기 힘으로 장필문을 무릎 꿇게 하고 이레나를 복종시킨 거지?게다가 또 다른 거물도 그에게 예의를 갖췄다. 뭔가 비밀이 있는 게 분명하다.“그러면 북강에서 있었던 일 이야기해줘요.”소지안은 엄진우의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렸다.그런데 이때 전화가 걸려왔다.“엄 신의, 사흘이 지났는데 혹시 지금 귀한 걸음 해줄 수 있겠나?”용국 최고의 원사 허성호의 목소리다.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마침 시간 났으니 잠깐 들를게요.”그는 휴대폰을 끄고 소지안에게 말했다.“소 비서님, 할 일이 남았으니까 나중에 얘기해요. 부대표님 잘 돌봐주세요. 그럼 전 이만.”엄진우가 황급히 떠나자 소지안은 발을 동동 구르며 혼잣말했다.“젠장, 거의 알아낼 뻔 했는데!”......허씨 저택.허성호와 소대호, 그리고 허씨 저택의 하인들까지 모두 엄진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심지어 남궁민희와 조연설까지 화려하게 치장하고 일찌감치 도착해 엄진우를 기다리고 있었다.문을 들어서는데 남궁민희가 요염한 눈빛을 보냈다.“우리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 줄 알아요? 엄진우 씨, 어서 환자부터 구해줘요.”그녀는 한 시라도 빨리 그의 의술을 보고싶
“사람 목숨이 장난이야? 정말 구해주러 온 거면 진지하게 행동해!”조연설은 엄진우를 향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아무리 의술이 뛰어나면 뭐 해? 마음이 삐뚤었는데.”남궁민희도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담배를 약으로 쓸 수 있다는 말은 사부님께서 한 번도 들은 적 없어.”의학적인 소견으로 보았을 때, 담배에는 확실히 진정제가 들어있다. 하지만 허혜인의 상황에 진정제는 어울리지 않는다.허성호는 큰 소리로 웃었다.“알겠네. 엄 신의가 우리에게 장난을 쳤던 거군. 담배가 피우고 싶은 거였어. 여봐라, 당장 담배 열 보루를 가져오라!”허씨 가문에게 이 정도의 돈은 돈도 아니다.이때 소대호가 담배 열 보루를 엄진우에게 넘겨주었다.하지만 엄진우는 담배를 넘겨받지 않고 오히려 정색하며 말했다.“흡연자들에게 담배 나눠주세요. 그리고 여러분들은 목숨 걸고 피우세요.아, 연기가 도망가지 못하게 창문과 문도 모두 닫아요. 손녀딸을 살리려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하셔야 합니다.”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지한 건가?”“황당하네, 담배가 어떻게 사람을 구해? 민간요법이라도 되는 거야? 완전 돌팔이잖아.”조연설이 먼저 의문을 제기했다.남궁민희도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건 그녀가 예상한 상황과 완전히 다르다.분명 엄진우의 뛰어난 침술을 목격했는데 왜 이번에는 이런 황당한 치료법을 제안하는 걸까?“믿거나 말거나, 어차피 이 환자 이렇게 두면 죽음밖에 없어요. 그러니 알아서 하세요.”엄진우는 눈을 감고 말했다.“난 기껏해야 여기에 5분만 머무르다가 떠날 겁니다.”그러자 허성호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엄 신의의 말을 믿겠네. 여봐라, 다들 피우거라!”조연설을 아연실색하며 말했다.“아저씨, 이런 황당한 요구를 왜 들어줘요? 혜인이 생명이 달린 일이에요.”허성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어쨌든 죽음이야. 그럴 바엔 시도라도 해보는 게 좋지 않겠어?”사람들은 담배를 물고 열심히 피우기 시작했고 이내 방 전체가 담배 연기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