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팀에서 이미 사람을 보내 접촉했는데 그 사람들 아예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어요. 지금 아예 수습할 수 없는 사태까지 와버렸다고요. 게다가 이미 인터넷에 영상도 올라왔고 대규모의 네티즌들이 악의적으로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어요. 이건 분명 음모예요!”소지안은 화가 나서 씩씩 거렸다.“우림이라도 제정신이면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겠는데, 취해버렸으니...... 이 큰 기업게 이 일을 해결할 사람이 오직 우림이 뿐이더라고요.”“지금 갈테니까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기다려요!”엄진우가 조리정연하게 말했다.아까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니 이건 분명 지성그룹의 제품 비법을 노리는 진천무의 짓이다.그는 대리를 시켜 예우림을 먼저 별장으로 돌려보내고 혼자 회사로 돌아갔다.지금 지성그룹의 입구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피해자 가족이라 자칭하는 사람들은 피부가 짓무른 채 죽어있는 여자를 옆에 두고 소리를 질러댔다.“돈 때문에 양심도 팔아먹은 나쁜 놈들! 다들 여기 좀 보세요! 우리 딸이 이 회사에서 제작한 주안단을 쓴 지 며칠 도 안 돼서 얼굴이 이렇게 문드러지더니 이렇게 죽어버렸어요!”“뷰티제품이 아니라 완전 독약이잖아?”피해자 가족이라 자칭하는 사람들은 얼굴이 빨개져서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그에 비해 홍보팀 직원들은 상당히 불리해 보인다.“아주머니, 아저씨. 두 분 심정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안단은 출시된 지 8년 가까이 되었는데 한 번도 이런 상황이 발생한 적 없습니다. 혹시 다른 문제는 아닐까요?”그들은 상대방에게 이치를 따지려고 했다.하지만 상대는 거칠게 말을 끊고 막무가내로 행동했다.“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책임을 회피하는 거야, 뭐야? 아이고, 내가 애지중지 키운 딸이 어쩌면 하루아침에 이런 시체가 되었을가. 그런데도 정작 가해자는 책임을 회피하다니.하느님, 어찌 이런 부도덕한 사람들을 보고만 있으십니까?”순간 주위를 둘러싼 구경꾼들은 참지 못하고 폭언을 퍼부었다.“너무하네! 지성그룹이 이렇게
진스제약이라는 말에 가족들은 순간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드디어 우리 딸이 살 수 있게 되었어요. 제발 우리 딸에게 신약을 내려주세요!”노인은 피해자 가족들을 일으키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말게. 난 진스제약의 부대표 최익상이네. 우리 회사는 절대 죽어가는 사람을 방치하지 않아! 우리 환자가 아니더라도 똑같이 대하는 게 우리 회사 모토라네!”사람들은 그 말에 감동하면서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진스제약은 진짜 양심 기업이네. 공짜로 다른 기업의 환자를 치료해 주다니. 창해시에서 저만큼 양심적인 회사는 더는 찾아볼 수 없을 거야.”“이 무책임한 지성그룹과 비교하면 완전 하늘과 땅 차이야!”소지안은 점점 더 마음이 조급해졌다.“아니, 갑자기 진스제약이 왜 나타났대요? 불난 틈에 도둑질하는 것과 뭐가 달라요?”그런데 옆에 있던 엄진우는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소 비서님, 주안단 먹게 저도 하나 주세요.”“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그게 먹고 싶어요?”소이안은 도무지 엄진우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않고 왜 뜬금없이 주안단을 먹겠다고 하는 걸까?일부러 이러나?“그래요......”그녀는 비록 애가 타들어 갔지만 직원에게 부탁해 주안단을 가져와 실망한 표정으로 엄진우에게 넘겨주었다.엄진우의 등장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내가 여태 이 사람 너무 과대평가한 걸까?”소지안은 약간 어두운 눈빛으로 중얼거렸다.어쩌면 자기가 생각한 것보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나 보다.반대편.“이 약을 환자에게 먹이면 곧 일어날 거라네. 최근 우리 회사에서 새로 출시한 만병통치약이지. 3차의 임상실험에서 모두 이상적인 효과를 보았는데 완치율이 무려 99%라네.”상대는 떨리는 두 손으로 약을 받아 들더니 딸에게 먹였다.그러자 1분도 안 되는 사이에 거의 죽어가던 여자는 갑자기 두 눈을 뜨더니 문드러진 피부도 빠르게 회복되었다.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엄진우는 팔짱을 낀 채 앞으로 발걸음을 옮겨 담담하게 말했다.“그리고 판단력도 없는 당신들, 당신들은 기본적인 상식도 없어요? 내가 다 쪽팔리네!”소지안은 깜짝 놀랐다.“엄진우 씨, 이게 다 자작극이라고요? 가짜라는 말이에요?”그 말에 사람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당신 뭐야? 왜 사람을 욕하고 난리야? 두 눈으로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이때 최익상이 어두운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자네 이 회사 직원인가? 우리 회사 제품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되어 이런 방법으로 깎아내리려는 건가?”사람들은 분분히 그 말에 동의했다.“맞아요! 이 회사는 양심도 없고 비겁해요!”“진스제약을 이길 수 없으니까 이런 비겁한 수단이나 쓰나 본데, 다들 이 사람 말에 속지 마!”소지안은 다급히 다가와 조마조마하게 말했다.“엄진우 씨, 말 함부로하면 안 돼요. 그러다 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요?”엄진우는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모든 걸 꿰뚫어 봤으니까.”엄진우는 군중 속으로 들어가더니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처음부터 이 소동은 모두 가짜였어요. 진스제약에서 악의적으로 자작극을 벌인 거라고요!이 환자의 병은 주안단의 부작용이 아니에요! 오히려 일부러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는 약물을 과다 복용한 뒤 자작극의 배우로 참여했죠!”엄진우는 또박또박 말했다.“그리고 이 환자는 피부가 문드러졌을 뿐 다른 문제는 전혀 없어요. 즉 생명의 위험은 없었다는 얘기죠!이때 갑자기 진스제약의 부대표라는 사람이 ‘우연히’ 나타나 골든 주스라고 불리는 약을 먹였더니 바로 눈을 떴죠. 이 환자는 의식을 잃은 게 아니라 연기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엄진우의 조리 있는 설명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최익상도 잠시 안색이 창백해졌다.자작극인 걸 알아챘다니.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목소리를 높였다.“헛소리! 증거 없는 말은 하지 마!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씨불이다니!”환자 역할의 여자와 그 가족들도 펄쩍 뛰며 말했다.“그
순간 소지안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그게 가능할까?최익상은 배를 끌어안고 웃기 시작했다.“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만든다고? 젊은이, 헛된 꿈 꾸지 마! 아쉽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어. 지성그룹은 완전히 패배했어. 어쩌면 내일이면 이 창해시에서 사라질 수도 있겠군.”엄진우는 상대의 빈정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곧장 환자에게 다가가 말했다.“진스 제약의 돈 꽤 받았다는 거 알아요. 그러니 당신은 절대 진스제약을 배신하지 않겠죠.하지만 당신이 얼마를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있어요. 바로 목숨이죠.”이때 최익상이 뒤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또 시작이군! 입만 열면 헛소리!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바본 줄 아나? 사람이 어찌 저렇게 무식한가?”엄진우는 환자를 향해 말했다.“손으로 머리에 있는 여기 백회혈을 눌러봐요.”상대는 멈칫하더니 싸늘하게 웃었다.“당신이 뭔데? 내가 왜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지?”그 말에 엄진우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그래요. 마음대로 하세요. 어차피 당신 목숨이니까.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마세요.”환자는 잠시 안색이 변하더니 쌀쌀맞게 코웃음을 쳤다.“나 지금 겁주는 거야? 나 멀쩡하거든? 그래, 누를게. 누르면 되지?”환자는 엄진우에게 창피를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백회혈을 눌렀다.그런데 그 순간, 수천 개의 화살이 심장을 뚫는 듯한 통증에 그녀는 비명을 지르더니 피를 토하며 그대로 주저앉았다.“딸! 너 왜 이래?”환자의 가족들은 겁에 질려버렸다. 그 피는 가짜가 아닌 진짜이기 때문이다.사람들도 경악했다.분명 진스제약의 골든 주스를 마시고 멀쩡해졌는데 왜 갑자기 피를 토한 거지?환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서 최익상에게 물었다.“최 대표님, 저 왜 이래요?”예상치 못한 상황에 최익상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당황해하지 말게. 주안단의 독이 아직 빠져나오지 않을 걸세. 골든 주스 한 첩 더 줄 테니까 이것만 먹으면 바로 멀쩡할 거야.”하지만 환자는 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주안단을 먹은 적도 없는데
최익상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버렸다.“난 당신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네. 이 사람들의 말을 어찌 믿고 나한테 이런단 말인가? 이런 방법으로 우리 진스제약에 누명을 씌우려나 본데 꿈 깨!우리 진스제약은 4대 고대 무가의 진씨 가문이 창립한 거야. 아무나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그렇다면 죽어도 죽은 이유를 알게 해주지.”엄진우는 손에 주안단을 들고 천천히 다가갔다.“지성그룹의 주안단, 난 이미 찬찬히 관찰했어.효능을 말하라면 콜라겐 보충, 미백, 스킨케어에 효능이 있지. 게다가 부작용은 시중에 판매되는 기타 스킨케어 제품보다 무려 50%나 낮아. 그러니 내장에 미치는 피해는 거의 없다고 보면 돼.하지만 당신의 골든 주스! 겉보기엔 감기나 위장병 같은 자질구레한 병증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이런 복잡한 성분을 가진 약은 오히려 인체의 생명 기능을 무력화시켜 수명을 미리 당겨쓰는 것과 다름없어. 특히 뇌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줄 거야.”엄진우는 처음부터 여자의 연기를 눈치채고 자기의 추측에 확신을 얻기 위해 소지안에게 주안단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그리고 여자가 골든 주스를 마시는 순간, 엄진우는 한 눈에 여자의 머리에 검은 점이 생긴 것을 발견했는데 이것은 뇌졸중의 전기 징후이다.엄진우의 말은 논리가 분명하고 일리가 있고 근거도 있었다.시간이 지남에 따라 최익상의 안색도 점점 더 참담해졌다.사실 이 골든 주스는 이제 1차례의 임상실험을 끝낸 상황이다. 하지만 진씨 가문 소주인 진천무는 돈을 빨리 벌기 위해 여러 테스트를 무리하게 건너뛰었고 그러다 보니 이 골든 주스에 대한 부작용도 잘 알지 못했다.“하지만 다행인 건 이 골든 주스로 인한 내상은 불치병은 아니야.”여기까지 말한 엄진우는 바로 은침을 꺼내 여자의 머리에 찔렀다.삼화취정!쿵! 상대는 마치 영혼이 뚫린 듯 순간적으로 몸을 떨며 간신히 눈을 떴다.“나 방금 저승사자한테 끌려갔는데? 살았네?”“살았어! 살았다!”환자의 가족은 눈물을 흘리
이 남자가 바로 진씨 가문의 소주, 진천무이다.최익상은 순간 벼락을 맞은 듯 노발대발했다.“진천무! 그게 무슨 개소리야! 난 분명 당신 명령으로 그런 천리에 어긋나는 일을 저질렀다고!그런데 지금 나한테 덮어씌우겠다는 거야?”진천무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지금 감히 나한테 반말이야? 당신 따위가?”반말에 불쾌해진 진천무는 그의 배를 세게 걷어찼고 순간 최익상은 갈비뼈가 부러져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기억해. 우리 진씨 가문에서 오직 우리 아버지만 나한테 반말할 수 있어. 최익상, 넌 우리 가문이 키웠던 파리야. 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야 한다고! 알아들었어?”진천무는 턱을 치켜들고 최익상을 내려다보았다.“오늘 이 일은 당신이 짊어지는 거야. 진씨 가문과 진스제약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네.”최상익은 배를 끌어안고 통증에 오관이 다 일그러졌지만 어금니를 깨물고서라도 참아야만 했다.“꺼져! 그깟 일도 제대로 못 하는 파리 새끼야. 하도 아직 마지막 쓸모가 있기에 살려두는 거지, 아니면 넌 지금 나한테 죽었어.”최익상을 쫓아낸 후, 진천무는 손으로 책상을 세게 내리쳤는데 책상은 그대로 쩍 갈라져 버렸다.“예우림, 하하! 내가 짠 판을 무사하게 통과했네?”진천무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숨 막히는 살기를 뿜어냈다.“처음이네. 이 진천무 님을 거절한 여자가. 내가 너 절대 가만두지 않아. 네년도, 그 비법도 나 반드시 손에 넣고 말 거니까 기대해.”이번 사건으로 진스제약에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지성그룹의 비법을 손에 넣어야 판을 뒤집을 수 있다.도도하고 거만한 여자가 자꾸만 떠오르는 것이 하루라도 빨리 움직여야겠다.“여자를 수도 없이 놀아봤지만 예우림 같은 타입은 처음이네? 뼛속까지 차가운 여자...... 아주 흥미로워.”이때 박도명이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왔다.“소주님, 방금 알아봤는데 이 일은 예우림과는 큰 관계가 없습니다. 엄진우라는 그 자식이 한 짓이더군요.그 새끼 예우림 뒤를
“당연히 걸어들어왔겠지.”검은 옷의 남자가 여유롭게 말했다.박도명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을 저으며 다급히 소개했다.“소주님, 이분은 정 선생입니다. 아주 대단한 실력을 갖췄죠.”“정 선생이든, 장 선생이든 여긴 우리 진씨 가문의 구역이야. 그런데 감히 내 허락도 없이 들이닥쳐? 내가 물로 보여?”진천무는 화가 잔뜩 차올라서 말했다.“그리고 누가 나한테 반말하래?”말이 끝나기 바쁘게 진천무는 마치 번개처럼 빠르게 정남선에게 돌격했다.그런데 주먹이 거의 얼굴에 닿는 순간, 정남선은 마치 거대한 철사처럼 진천무를 칭칭 감았다.“내력 대만원. 꽤 쓸만하네. 역시 4대 고개 무가의 후예다워.”정남선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았다는 듯 진천무를 향해 빙그레 웃어 보였다.진천무는 뒤로 여덟 걸음 물러서더니 동공이 흔들렸다.상대는...... 강자이다. 게다가 엄청난 강자.“정 선생, 진천무 인사드립니다. 아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눈치가 빠른 진천무는 바로 예의를 갖춰 인사를 올렸다.“오늘 어떤 일로 친히 방문하셨는지요?”“엄진우를 상대하려면 그까짓 병사로 어림도 없다는 걸 알려주려고 왔어.”정남선은 가볍게 웃더니 소매 속에서 금으로 만들어진 작은 병을 하나 내밀었다.“하지만 여기에 그자를 이길 보물이 있지.기억해. 그자를 만나면 바로 이 금병부터 열어. 그러면 엄진우는 싸울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무너질 거야.”지난번에 엄진우에게 제대로 터진 후 정남선은 한동안 폐관 수련을 통해 실력을 향상했는데 이제는 엄진우를 이길 자신이 있었다.그의 목표는 뷔젠트의 명령을 실행해 예우림을 죽이는 것이다.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엄진우니 일단 엄진우부터 해결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진천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하지만 정 선생, 왜 절 도와주시는 거죠?”“돕는다고? 무슨 오해가 있는 건 아닌지?”정남선은 큰소리로 웃어댔다.“난 진씨 가문이 예전의 호문처럼 내 꼭두각시가 되길 바랄 뿐이야. 날 위해 살고 날 위
“북강에서? 당연히 나라를 위해 싸웠죠.”엄진우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의심할 여지 없이, 북강에서의 시간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기였다.그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또 많은 친구를 얻게 되었고 용국 북대문의 수호신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되었다.“직위가 꽤 높았죠? 듣자니 북강 군부대 체계에는 전신, 전왕, 전장으로 등급이 아주 확실하게 나누어졌다던데 진우 씨는 어떤 등급이에요?”소지안은 엄진우에게 기대에 찬 눈빛을 보냈다.엄진우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어떤 것도 아니에요.”명왕은 군부대 체계 위에 있었고 전신조차도 명왕에게는 시다바리나 다름 없었다.소지안은 잠시 멈칫하더니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어떤 것도 아니라고? 전장조차 아니라는 거잖아!설마 가장 평범한 병사였나?그렇다면 어떻게 자기 힘으로 장필문을 무릎 꿇게 하고 이레나를 복종시킨 거지?게다가 또 다른 거물도 그에게 예의를 갖췄다. 뭔가 비밀이 있는 게 분명하다.“그러면 북강에서 있었던 일 이야기해줘요.”소지안은 엄진우의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렸다.그런데 이때 전화가 걸려왔다.“엄 신의, 사흘이 지났는데 혹시 지금 귀한 걸음 해줄 수 있겠나?”용국 최고의 원사 허성호의 목소리다.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마침 시간 났으니 잠깐 들를게요.”그는 휴대폰을 끄고 소지안에게 말했다.“소 비서님, 할 일이 남았으니까 나중에 얘기해요. 부대표님 잘 돌봐주세요. 그럼 전 이만.”엄진우가 황급히 떠나자 소지안은 발을 동동 구르며 혼잣말했다.“젠장, 거의 알아낼 뻔 했는데!”......허씨 저택.허성호와 소대호, 그리고 허씨 저택의 하인들까지 모두 엄진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심지어 남궁민희와 조연설까지 화려하게 치장하고 일찌감치 도착해 엄진우를 기다리고 있었다.문을 들어서는데 남궁민희가 요염한 눈빛을 보냈다.“우리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 줄 알아요? 엄진우 씨, 어서 환자부터 구해줘요.”그녀는 한 시라도 빨리 그의 의술을 보고싶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