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하긴!”예정명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네가 한 짓을 왜 우리한테 물어봐? 네가 엄진우를 장씨 가문에서 돈 받아오라고 부추긴 거지?”“맞아요! 정광 건설이 우리 기업에 진 빚 제가 대신 받아왔는데, 문제 있어요?”예우림은 다리를 꼬고 눈을 똑바로 떴다.예정국은 고개를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순진하긴 짝이 없구나. 너 설마 우리가 그동안 장씨 가문의 세력이 두려워서 그 돈 못 받았다고 생각하는 거야?그 돈은 네 할아버지가 장씨 가문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특별히 허락한 돈이라고! 4대 고대 무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만 우리 예씨 가문이 창해시에서 오래도록 번창할 수 있다는 거 정말 모르겠어?”예정국은 손바닥으로 회의실 테이블을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그런데 너 때문에 이 모든 계획이 다 파괴됐어! 이 일로 우리 가문은 장씨 가문에 완전히 찍히게 되었다고!심지어 장씨 가문 소주가 직접 이체했다던데, 장필문 그 사람 워낙 뒤끝이 길고 당한 건 배로 갚아주는 성격이야! 이젠 우리 가문은 망하게 생겼어. 알기나 해? 어떻게 책임질 건데?”두 사람이 사정없이 밀어붙이자 예우림도 괜히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만약 두 사람의 말대로라면, 엄진우는 아마 장필문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을 테니까.그러다 4대 고대 무가가 복수라도 하게 된다면......“아버지, 삼촌, 두 분 말씀은 알아들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바로 처리할게요.”예우림은 다급히 수습했다.그녀는 이 돈을 장씨 가문에 돌려준 뒤 자기의 인맥을 이용해 장필문에게 선물이라도 보낼 생각이었다.제발 이 풍파가 빨리 지나가길......그런데 이때, 밖에 있던 경비원이 들어와 말했다.“대표님, 전무님, 부대표님. 장씨 가문 소주 장필문과 정광 건설의 장정광이 지성그룹에 방문하셨습니다.”그 말에 예정국과 예정명은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망했어. 틀림없이 따지러 온 거야. 엄진우 이 새끼 사고 아주 제대로 쳤나 보군.”이때 지성그룹의
두 사람의 진술을 들은 예우림은 순식간에 안색이 변해버렸다.“그러니까 엄진우가 장씨 가문 사람들은 죽인 건 정당 보호라는 거지? 엄진우 잘못이 아니라는 거 맞지?아버지, 삼촌. 그렇다면 난 엄진우 해고할 수 없어요! 장씨 가문에 건네는 것도 절대 안 돼요.”그 말에 예정명과 예정국은 펄쩍 뛰며 말했다.“미쳤어? 장씨 가문에서 직접 찾아왔는데 엄진우를 건네지 않겠다니? 너 지금 우리 가문 말아먹으려는 속셈이야?”“내가 직접 사과할게요. 하지만 엄진우는 안 돼요. 목숨을 걸어서라도 내 직원은 내가 지켜요!”예우림은 단호하게 말한 뒤 팔짱을 끼고 씩씩하게 걸어 나갔다.그 모습에 예정국은 얼굴이 축 처져서 혼잣말을 했다.“예우림...... 내가 어쩜 저런 걸 낳아서는! 무모한 것!”“형님, 이 일은 어쩌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어요.”이때 예정명이 말머리를 돌렸고 그 말에 예정국은 어리둥절해졌다.“그게 무슨 뜻이야?”“생각해 봐요. 장필문이 직접 찾아왔는데 엄진우를 내놓지 않는다면 우림이 혼자 감당할 수 있겠어요?”예정명은 야비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결국 예씨 가문의 어른인 저와 형님이 나서야죠. 그렇게 되면 우림이의 체면은 바닥으로 떨어질 테고 이사회는 언제든지 우림이를 해임할 수 있어요.”그 말에 예정국은 정신을 번쩍 차리며 말했다.“그러니까, 이 기회에 권력을 빼앗자는 말이야?”“하하하! 바로 그거죠. 하늘이 내려준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어요. 우림이가 굳이 죽음을 택하겠다면 그냥 놔두자고요.”두 사람은 손뼉을 치더니 다급히 예우림을 따라 사무실로 향했다.같은 시각 부대표 사무실.한쪽 눈이 망가진 장필문과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은 장정광이 복잡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있었다.두 사람에게서 풍기는 악한 기운에 비서팀의 직원들은 지레 겁에 질려 다들 흩어지고 말았다.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예우림은 전에 없던 압력이 느껴졌다.“이게 바로 4대 고대 무가가 주는 무게인가?”예우림은 비록 마음의 준비를 마쳤지만 그
“소주님, 우리에게 엄진우를 내놓으시라면 기꺼이 내놓겠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의 지성그룹은 예우림 부대표가 지배하고 있기에 우리도 어쩔 수 없습니다.”두 사람의 연기에 예우림은 웃음이 나왔다.“때가 언젠데 불난 집에 도둑질이죠? 정말 좋은 아빠고 좋은 삼촌이네요.”예정명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불난 집에 도둑질이라니? 예우림, 우린 기업을 살리는 거야!엄진우를 내놓지 않으면 우리 다 같이 죽는 거라고!”이때 예정국은 이미 장필문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신거리며 말했다.“염려 마십시오. 엄진우는 능력도 없고 권력도 없는 일개 직원입니다. 소주님이 예우림 부대표 해임에 힘을 실어주신다면 엄진우 그놈 당장 잡아 와서 소주님 앞에 무릎을 꿇게 하겠습니다.”그 말에 장필문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미친! 뭐? 내 앞에서 무릎 꿇게 하겠다고? 당신 지금 나 죽이려고 작정했어!? 멍청한 것!”커다란 손바닥이 번개같이 예정국의 얼굴을 휩쓸더니 예정국은 그대로 뒤로 벌렁 넘어졌고 입과 코에서는 피가 솟구쳤다.지금의 장필문에게 엄진우는 저승사자보다 더 두려운 존재가 되었다.심지어 그의 이름만 들어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바지에 오줌을 지릴 것 같았다.갑작스러운 따귀에 아까만 해도 득의양양하던 예정국은 삽시에 안색이 굳어져 버렸다.어떻게 된 거지? 예정국이 말실수라도 한 걸까?“예우림 씨, 아마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따지러 온 게 아니라요...... 사과하러 온 겁니다.”장필문이 예의 바르게 웃어 보였다.“죄송합니다. 이천억 너무 늦게 갚았죠? 그리고 귀사의 직원을 다치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엄진우 님을 만나고 비로소 제가 잘못 살아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 이 장필문 새롭게 태어나 바르게 살 겁니다. 부디 저의 무례를 용서하세요.”장정광도 비틀거리며 일어서더니 이빨 한 대도 없이 훤한 분홍빛 잇몸을 드러냈다.“맞습니다! 이 모든 게 우리 잘못입니다. 용서를 빌기 위해 특별히 찾아왔습니다.”두 사람은 예
“이천억 해결하면 어떤 요구든 하나 들어주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엄진우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왜요? 이천억 못 받으셨어요?”순간 예우림은 얼굴이 화끈해져서 두 눈을 질끈 감고 쌀쌀하게 대답했다.“받았어!”“그럼 된 거 아니에요? 같이 씻을래요?”엄진우는 용기를 내어 무리한 요구를 했다.오늘 그는 단지 그녀의 집에서 푹 쉬고 싶었을 뿐이다.하지만 날씨가 너무 더웠던 탓에 그는 별장 전체에서 가장 편하고 좋은 예우림의 욕실에서 샤워했고 그때 마침 예우림이 들어왔던 것이다.애매하지만 화끈한 상황이다.마른 장작과 뜨거운 불인 외로운 남녀, 그리고 욕실의 분위기.“지금 같이 씻자고 그랬어?”예우림은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이 자식, 아주 간땡이가 제대로 부었구나.예전 같았으면 슬리퍼로 먼지 나게 내리친 뒤 밖으로 쫓아냈을 텐데 오늘은 엄진우가 그녀의 약점을 잡고 있었다.하는 수 없이 잠시 멈칫하다가 두 눈을 천천히 뜨자 남자의 탄탄한 근육과 복근이 시야에 들어왔다.“여기서?”예우림의 싸늘한 얼굴은 점점 빨개졌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시간 좀 줘. 나도 마음의 준비는 좀 해야겠어.”이 나이 먹도록 남자와 손도 몇 번 잡아보지 못했는데 대낮에 욕실에서 그런 걸 하자니......젠장, 멍청하긴! 왜 저 자식 요구를 들어줘서는.엄진우는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그렇다면 적응하는 거 좀 도와드릴까요?”“너 그게 무슨 뜻이야?”“같이 씻으려면 옷부터 벗어야죠. 그렇다면 이 부하직원이 직접 도와드릴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 그런 거 잘해요.”순간 예우림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엄진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따져 물었다.“여자들 많이 벗겨줬다는 거야?”“켁켁! 아니, 굳이 벗겨봐야 아나요?”엄진우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그제야 예우림은 날카로운 시선을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우선 검정색 스타킹부터 벗기 시작했다.다음으로 외투와 원피스까지 벗어버리자 검정색 레이스 브래지어와 풍만한 가슴이 장관을 이루었다.
엄진우가 깜짝 놀라는 순간, 여자는 이미 가정용 하이힐 슬리퍼를 휘두르기 시작했다.“으악! 부대표님! 말로 하세요!”하필이면 웃통을 벗고 있어 움직임을 심각하게 제한당했다.게다가 예우림의 키는 엄진우의 이마까지 올라올 만큼 별로 작지 않았는데 대략 1미터 78센티 좌우로 추측된다.전투력이 아주 대단했다.역시 호랑이의 엉덩이는 함부로 만지는 게 아니다. 게다가 상대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예우림이다.“근데 장필문 일은 어떻게 된 거야?”예우림이 진지하게 묻자 엄진우는 대충 얼버무렸다.“그러니까, 제가 도리를 따졌는데 그 자식이 깨우쳤다면 믿으실래요?”예우림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예전 같으면 안 믿었을 거야. 근데 네가 이렇게 멀쩡하게 장필문의 마수에서 벗어났다는 거로 보아 분명 충돌은 없었을 테고.”예우림의 생각에 따르면 4대 고대 무가의 장씨 가문 소주 장필문이 엄진우의 목숨을 원한다면, 엄진우는 오늘 분명 죽었을 것이다.그렇다면 유일한 가능성은 엄진우가 정말 장필문을 설득했다는 것이다.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세상에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이번엔 너도 운이 좋았어. 장필문 그 자식 네가 장씨 가문 사람들 죽인 것도 추궁하지 않고 돈도 갚고 직접 사과하러 찾아왔다니.”예우림은 턱을 치켜들고 싸늘하게 말했다.“하지만 늘 오늘처럼 운이 좋을 순 없을 거야. 알겠어?그런 거물들이 생각을 고쳐먹는다는 건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 더 낮아.”엄진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부대표님 말씀이 맞아요. 욕실에서 이런 말이 뜬금없긴 하지만.”“멍청아, 분수 좀 지키라고 경고하는 거야. 더는 말썽 피우지 마! 그렇지 않으면 넌 그냥 해고야!”예우림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몰래 중지를 쳐들더니 어이없다는 듯 다시 가정용 하이힐 슬리퍼를 신고 욕실에서 나갔다.“아, 그리고. 너 다 씻으면 당장 내 방에서 꺼져! 내 욕실의 수건과 바디워시 그리고 샴푸까지 다 던져버려! 나 결벽증 있어!”여자의 새침한 뒷모습에 엄진우는
씩씩거리며 전화를 끄려는 그때, 소대호가 황급히 말했다.“신의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늦은 밤에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를 드린 겁니다. 그 아이가 지금 갑자기 병이 도졌는데 아주 심각합니다. 저러다 죽을지도 모른다고요.제 장인어른이 전 과학원 원사였던 허성호인데 한때는 우리나라 칩 사업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전 원사의 손녀딸?엄진우는 잠시 멈칫했다.엄진우가 존경하는 사람은 딱 두 부류인데 하나는 군인, 또 다른 하나는 과학자이다.그 외에 자본가,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은 그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는 부류에 속한다.“만약 원사님의 손녀딸이라면 구해 줄 가치가 있겠군요.”엄진우가 말했다.“차 대기 시켜요. 10분이 후에 나갈게요.”“네, 고맙습니다, 신의님!”소대호는 감격에 겨워 말했다.몇 분 뒤, 엄진우는 옷을 갈아입고 살금살금 밖으로 나갔다.하지만 이 순간, 예우림은 일찍이 위층에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한눈에 보고 있었다.그녀는 멀어져 가는 엄진우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며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흥, 한밤중에 나 몰래 나가다니. 이 자식 대체 뭘 숨기는 거야?”그녀는 갑자기 소지안이 생각났다. 대단한 재벌 2세에겐 눈길도 주지 않던 소지안이 하필 엄진우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다니.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더욱 의구심이 들었다.“지안이 엄진우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서 나한테 숨기는 눈치야. 그렇다면 내가 직접 조사하는 수밖에.”같은 시각.엄진우를 태운 소대호의 BMW 밴은 빠르게 외곽에 위치한 허씨 저택에 도착했다.엄진우가 차에서 내리자 깔끔한 정장 차림의 소대호가 급히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신의님, 늦은 밤에 이런 부탁을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엄진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알면 됐어요. 빨리 환자한테 안내하세요. 저 내일 출근해야 해요.”소대호는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네!”소대호는 엄진우를 허씨 저택의 고풍스러운 거실로 안내했다. 그런데 이거, 가는 길이 아주 복잡하다.
소대호는 깜짝 놀랐다. 지금 허성호는 손녀딸의 병 때문에 원망이 가득 찬 상태라 무슨 짓이든 벌일 수 있기에 그는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다급히 입을 열었다.“어르신! 신의님이 농담하신 겁니다. 견식이 넓으신 어르신께서 어떻게 모조품을 낙찰받으셨겠습니까?”그랬더니 엄진우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말했다.“견식이 넓어요? 80억을 주고 가품을 사 온 모질이가 아니고요?”순간 소대호의 미소는 그대로 굳어졌다.망했다. 이젠 끝장이다.허성호는 삽시간에 격노하며 말했다.“발칙한 것! 곱게 보내주려고 했더니 네 놈이 감히 나에게 도발해? 가품이라는 걸 증명해! 그게 아니라면 다리 하나뿐만 아니라 이 허씨 저택에서 일 년은 종노릇을 해야 할 거야!”소대호는 어쩔 바를 몰랐다.“어르신, 신의님은 제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그러니 제발 말을 거두어주세요!”“대호 자네, 이 일에 끼어들지 말게. 자네도 나와 등질 텐가?”허성호는 소대호의 체면을 하나도 봐주지 않고 음침한 얼굴에 큰소리로 호통쳤다.이 ‘궁중 시녀도’는 그가 가장 아끼는 소장품으로 평소 집에 귀한 손님이 왔을 때나 꺼내서 전시하곤 했다.그런데 새파란 애송이가 이 그림의 정체를 의심하다니.이건 공공연한 도발이다.그 말에 엄진우는 담담하게 허성호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진짜 ‘궁중 시녀도’는 눈빛이 한스럽고 애처롭죠. 깊은 궁궐에 갇혀 빛도 보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야 했으니까요.하지만 이 그림 속의 시녀는 눈빛이 요염하고 섹시해요. 당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채 제멋대로 모방했기 때문이에요.”엄진우는 계속 말했다.“당인 당백호는 명나라의 수재였지만 그의 첫사랑은 황제의 후궁이 되었고 그렇게 두 사람은 평생 다시 만날 수 없었어요. 그리움이 짙어지다 보니 결국 저런 눈빛이 나오게 된 거죠.”이는 엄진우가 그림에 대해 잘 알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품 ‘궁중 시녀도’가 바로 명왕 보고에 있기 때문이다.그 말에 허성호는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맞다, 이 애송이의 말이 다 맞았다.하
엄진우를 발견한 여자는 마치 토끼를 발견한 독수리처럼 하얀 몸을 엄진우에게 그대로 날렸다.순간 엄진우는 여자를 반쩍 안아 180도 회전시키더니 빠른 속도로 혈을 눌렀다. 그랬더니 여자는 바로 진정을 찾고 바닥에 쓰러져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그 모습에 사람들은 모두 감탄했다.“신의님, 사태가 급박하니 어서 손을 써주세요!”소대호가 다급히 말했다.허성호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맞잡고 말했다.“아까는 이 늙은이가 무례했네. ‘궁중 시녀도’는 정말 가품이었어. 인정하지. 이젠 우리 혜인이 좀 살려주시게.나한테 남은 거라곤 우리 혜인이 뿐이라네. 우리 허씨 가문에서 제일 귀한 혜인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 늙은이도 더는 살 희망이 없어.”하지만 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무심코 말했다.“싫은데요. 아까는 제 다리 하나 부러뜨리고 심지어 허씨 저택에서 종노릇을 하라더니. 그런 태도로 손녀딸을 구하실 수 있겠어요? 제가 그렇게 착해 보여요?”“허나 의사의 마음은 부모 마음과 같은 게 아니던가?”“부모 마음은 개뿔! 전 살릴 가치가 있는 사람만 살립니다.”엄진우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제가 착한 놈이 아니라서요. 도덕적인 걸로 자극하시려나 본데 저한테 안 먹혀요. 그럼 이만.”뒤 돌아 발걸음을 움직이는데 소대호가 다급히 말렸다.“신의님, 소대호가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혜인이만 살려주신다면 돈은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원하신다면 차도 여자도 요트도 상관없습니다. 다 드릴 수 있습니다.”“난 그딴 거 부족하지 않아요.”엄진우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사람을 구하고 싶다면 내 앞에 무릎꿇고 사과하세요.”“네, 그러겠습니다......”창해시 갑부 소대호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남자는 함부로 무릎을 꿇는 게 아니지만, 엄진우의 체면은 확실히 귀했다.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한 사람 더 있을 텐데요?”허성호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나 말인가?”알아주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