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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소대호는 깜짝 놀랐다.

지금 허성호는 손녀딸의 병 때문에 원망이 가득 찬 상태라 무슨 짓이든 벌일 수 있기에 그는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다급히 입을 열었다.

“어르신! 신의님이 농담하신 겁니다. 견식이 넓으신 어르신께서 어떻게 모조품을 낙찰받으셨겠습니까?”

그랬더니 엄진우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말했다.

“견식이 넓어요? 80억을 주고 가품을 사 온 모질이가 아니고요?”

순간 소대호의 미소는 그대로 굳어졌다.

망했다. 이젠 끝장이다.

허성호는 삽시간에 격노하며 말했다.

“발칙한 것! 곱게 보내주려고 했더니 네 놈이 감히 나에게 도발해? 가품이라는 걸 증명해! 그게 아니라면 다리 하나뿐만 아니라 이 허씨 저택에서 일 년은 종노릇을 해야 할 거야!”

소대호는 어쩔 바를 몰랐다.

“어르신, 신의님은 제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그러니 제발 말을 거두어주세요!”

“대호 자네, 이 일에 끼어들지 말게. 자네도 나와 등질 텐가?”

허성호는 소대호의 체면을 하나도 봐주지 않고 음침한 얼굴에 큰소리로 호통쳤다.

이 ‘궁중 시녀도’는 그가 가장 아끼는 소장품으로 평소 집에 귀한 손님이 왔을 때나 꺼내서 전시하곤 했다.

그런데 새파란 애송이가 이 그림의 정체를 의심하다니.

이건 공공연한 도발이다.

그 말에 엄진우는 담담하게 허성호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진짜 ‘궁중 시녀도’는 눈빛이 한스럽고 애처롭죠. 깊은 궁궐에 갇혀 빛도 보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 그림 속의 시녀는 눈빛이 요염하고 섹시해요. 당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채 제멋대로 모방했기 때문이에요.”

엄진우는 계속 말했다.

“당인 당백호는 명나라의 수재였지만 그의 첫사랑은 황제의 후궁이 되었고 그렇게 두 사람은 평생 다시 만날 수 없었어요. 그리움이 짙어지다 보니 결국 저런 눈빛이 나오게 된 거죠.”

이는 엄진우가 그림에 대해 잘 알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품 ‘궁중 시녀도’가 바로 명왕 보고에 있기 때문이다.

그 말에 허성호는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맞다, 이 애송이의 말이 다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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