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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유환아, 나는...”

임준호는 또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됐어요, 이제 그만 해요. 연기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담담히 말을 끊은 임유환은 무정한 표정으로 채수빈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무슨 수로 임준호 씨를 구워삶았길래 저 사람이 이렇게 지극정성인진 모르겠는데.”

“내가 여자를 안 죽이는 걸 다행으로 알아. 적어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전엔 안 죽이니까.”

“아니었으면 당신은 임준호 씨가 보호해줘도 이 자리에서 죽었을 거야. 내가 죽이고 싶으면 나한테 어려운 일은 아니거든.”

“유환아, 이 일은 저 사람과는 상관없는 일이야. 화는 나한테 내, 저 사람 다치게 하지 말고.”

임유환 말에 바로 불안한 기색을 드러내는 임준호에 임유환은 점점 더 실망하며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전에는 안 죽인다니까요.”

“그리고 임준호 씨, 다음부턴 제 이름 똑바로 불러주세요.”

“우리 엄마가 죽고 내가 쫓겨나던 그때부터 나랑 임씨 집안은 아무 상관도 없어졌어요.”

“내가 아직도 임씨 성을 유지하는 건 엄마와 한 약속 때문에, 우리 엄마 눈 편히 감으시라고 안 바꾸는 거예요.”

임유환의 말에 임준호는 심장이 세차게 떨리며 호흡까지 가빠졌다.

임준호는 깊은 한숨을 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 임유환, 아빠 말 들어. 얼른 연경을 떠나. 그날 일은 네 생각처럼 그리 간단하지가 않아.”

“떠나라고요? 왜요, 제가 여기서 당신 가족들의 행복을 망치기라도 할까 두려우세요?”

임유환은 임준호를 보며 입꼬리를 올려 차갑게 웃어 보였다.

“내가 이번에 여길 온 건 원래부터 엄마 것이었던 것들을 되찾기 위해서예요.”

“임씨 집안, 정씨 집안, 그리고 나머지 6대 가문, 그딴 건 다 신경 안 쓸 거예요.”

“그날 어머니를 죽이는 데 가담한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든지 그날 일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에요.”

“그 사람들에는 당연히 임준호 씨와 당신 아내도 포함이고요.”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에요.”

단호하게 마지막 말을 마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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