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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손톱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임준호는 죄책감, 억울함, 그리고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것 같았다.

채수빈은 그런 임준호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오빠, 오빠는 할 만큼 했어요,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요.”

“수빈아, 너는 나랑 결혼한 거 후회해?”

갑작스러운 임준호의 질문에 채수빈은 잠시 자책과 함께 당황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확신에 찬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

“네, 없어요.”

채수빈은 대답을 번복하지 않고 웃으며 임준호를 향해 말했다.

“오빠는 나한테 언제나 남자다운 모습만 보여줬어요. 또 엄청 잘해줬고요.”

15년 동안 임준호는 억지로 끌려온 채수빈이 힘들지 않게 물심양면으로 보살펴주었고 혼자서 임씨 집안의 막중한 책임을 떠안았었다.

그러니 채수빈 눈에는 임준호만큼 남자다운 사람도 없어 보였다.

“고마워, 수빈아...”

감동한 얼굴을 하고 있던 임준호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것인지 다시 고통스러워했다.

“하연 언니 생각나서 그래요?”

그 모습에 채수빈이 조심스레 물었다.

지난 15년간 임준호가 이따금 이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일 때면 십중팔구는 사별한 아내를 떠올리고 있었다.

아까 임유환과의 대화 때문인지 오늘은 그 표정이 더욱더 선명했다.

“응.”

임준호는 한숨을 시작으로 대답을 했다.

“내가 살면서 제일 미안한 사람이 하연이야.”

“나 따라 평생을 고생만 하다가 드디어 내가 우리 가문 수장이 되었는데, 그럼 하연이랑 장모님 모시고 행복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럴 줄 정말 몰랐어.”

여기까지 말한 임준호는 저를 위해 죽음을 선택한 고하연이 떠올라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고하연이 죽을 때까지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고 생각한 임준호는 어떨 때는 그때 죽은 게 고하연이 아닌 자신이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빠, 인제 그만 힘들어해요. 언니도 하늘에서 오빠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은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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