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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 임준호가 임유환에게로 다가왔다.

15년 만에 본 아버지라는 인간은 눈가에 주름이 더 생긴 것 말고는 별다른 점이 없었다.

그 옆에 선 여자는 소녀처럼 탄력 있는 피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서른이 넘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관리를 잘한 것 같았다.

“유환아, 15년 사이에 많이 컸구나. 하마터면 널 알아보지 못할뻔했어.”

“네.”

먼저 인사를 건네는 임준호에 임유환은 담담하게 짧은 대답을 남길 뿐이었다.

임유환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정함과 한기에 주위의 공기도 차갑게 얼어붙는 것 같았다.

누가 봐도 부자 사이가 원만하지 않음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상태였다.

조명주도 가라앉은 분위기를 느끼고는 부자 사이의 대화를 나누기 편하게 비켜주려고 임유환을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

“유환 씨, 먼저 얘기해요. 저랑 서우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임 선생님, 그럼 저도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래.”

흑제의 인사에 임유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사람들이 빠르게 빠져나가고서야 임유환은 무표정으로 말 한마디 없이 임준호를 응시했다.

끝을 알 수 없는 매정함에 임준호는 난감한 듯 말했다.

“우리 부자가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 생각도 못 했어.”

“그러게요.”

대답하는 임유환의 말투는 여전히 매정하고 낯선 이를 대하는 듯 서먹했다.

“후...”

그리고 그런 임유환의 태도를 느낀 임준호는 깊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유환아, 네가 그때 일로 아직도 날 미워하는 거 알아. 하지만 네가 생각한 그런 건 절대 아니야. 그냥 사정이 있어서 말을 못 한 것뿐이야.”

“그럼 사실은 뭔데요?”

임준호를 보는 임유환의 눈에 파동이 일었다.

“사실...”

“오빠.”

임준호가 입을 열려 하자 채수빈이 나지막하게 그를 말렸다.

“미안해, 아직은 말 못 하겠다.”

깊은숨을 들이마신 임준호가 말을 거두자 임유환은 다시 차가운 눈을 하고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말을 못 한다고요?”

“저 여자 말은 아주 잘 듣나 봐요?”

저런 아버지를 보고 있으니 임유환은 어머니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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