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인이 모를 줄은 몰랐던 임유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그게 사실은...”임유환은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는 사건의 자초지종에 대해 얘기했다.“이런 미친놈!”그리고 그 말을 다 들은 서강인은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그런 개 같은 놈이 감히 내 딸에게 손찌검을 해?!”서강인은 지금 당장이라도 정우빈의 뺨을 날려주고 싶었다.“걱정 마세요, 정우빈이 인아한테 한 짓들 제가 다 백배로 갚게 할 거에요.”화를 내는 서강인에 임유환은 다시 차가워진 눈을 번뜩였다.“고마워 정말.”임유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던 서강인은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자네만 괜찮으면 이제부터 아저씨라고 불러, 가주님은 너무 멀어 보이잖아.”“네, 아저씨.”바로 호칭을 바꾸는 임유환에 서강인도 호탕하게 웃었다.“하하, 듣기 좋네. 그럼 나도 유환이라고 부를게.”서강인은 임유환의 어깨를 두드리며 옆에 있던 서인아를 바라보았다.임유환의 말을 듣고 나니 화장에 가려진 딸의 왼쪽 볼에 난 멍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정우빈이 어젯밤 때렸다는 뺨인 것 같아 다시 화가 치밀어올라 몸을 떨어대던 서강인은 이내 죄책감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 딸, 아빠가 집안일 때문에 바빠서 너한테 신경을 너무 못 썼네.”“아빠는 우리 집안 가장인데 당연히 집안일이 먼저고 그게 제일 중요한 거죠. 그런 소리 마세요.”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문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여겨야만 했던 아빠의 고초를 너무나 잘 알고 있던 서인아는 자책하는 아빠를 원망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모습에 마음이 아파왔다.가장의 딸로서 그 책임을 나눠 가지는 게 당연하다 생각해왔던 서인아기에 그전에도 원망은 해본 적이 없었다.“딸, 나는...”서강인은 조금 자란 뒤로 일찍 철이 들어 아버지 걱정만 하던 서인아에 반해 자신은 아버지 노릇도 제대로 못 한 것 같아 코끝이 찡해났다.“나 진짜 괜찮다니까요.”서인아는 그런 아빠를 향해 일부러 더 웃어 보이며 말했다.“이런 상처는 며칠 뒤면 다 사라질 건데 왜 그래요 자꾸.”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 임준호가 임유환에게로 다가왔다.15년 만에 본 아버지라는 인간은 눈가에 주름이 더 생긴 것 말고는 별다른 점이 없었다.그 옆에 선 여자는 소녀처럼 탄력 있는 피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서른이 넘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관리를 잘한 것 같았다.“유환아, 15년 사이에 많이 컸구나. 하마터면 널 알아보지 못할뻔했어.”“네.”먼저 인사를 건네는 임준호에 임유환은 담담하게 짧은 대답을 남길 뿐이었다.임유환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정함과 한기에 주위의 공기도 차갑게 얼어붙는 것 같았다.누가 봐도 부자 사이가 원만하지 않음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상태였다.조명주도 가라앉은 분위기를 느끼고는 부자 사이의 대화를 나누기 편하게 비켜주려고 임유환을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유환 씨, 먼저 얘기해요. 저랑 서우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임 선생님, 그럼 저도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래.”흑제의 인사에 임유환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사람들이 빠르게 빠져나가고서야 임유환은 무표정으로 말 한마디 없이 임준호를 응시했다.끝을 알 수 없는 매정함에 임준호는 난감한 듯 말했다.“우리 부자가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 생각도 못 했어.”“그러게요.”대답하는 임유환의 말투는 여전히 매정하고 낯선 이를 대하는 듯 서먹했다.“후...”그리고 그런 임유환의 태도를 느낀 임준호는 깊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유환아, 네가 그때 일로 아직도 날 미워하는 거 알아. 하지만 네가 생각한 그런 건 절대 아니야. 그냥 사정이 있어서 말을 못 한 것뿐이야.”“그럼 사실은 뭔데요?”임준호를 보는 임유환의 눈에 파동이 일었다.“사실...”“오빠.”임준호가 입을 열려 하자 채수빈이 나지막하게 그를 말렸다.“미안해, 아직은 말 못 하겠다.”깊은숨을 들이마신 임준호가 말을 거두자 임유환은 다시 차가운 눈을 하고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말을 못 한다고요?”“저 여자 말은 아주 잘 듣나 봐요?”저런 아버지를 보고 있으니 임유환은 어머니가 더
구구절절 맞는 말에 또다시 말문이 막혀버린 임준호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날 일은 나도 너희 엄마한테 미안하게 생각해...”“미안해요?”자책이라도 하듯 몸을 떨며 고개를 숙이는 임준호에 임유환은 냉소를 흘리고는 말했다.“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면 끝난 거예요? 그 말 한마디면 엄마가 다시 살아 돌아와요?”“엄마가 당신한테 어떻게 했는데요! 죽는 순간까지도 당신 걱정을 했다고요!”“당신이 그런 엄마한테 한 짓을 생각해봐요! 어떻게 사람이 그래요!”“나는...”임유환의 다그침에 임준호의 떨림은 점점 더 심해졌다.“대답해요 임준호 씨, 남자답게 대답이란 걸 하라고!”감정이 북받친 임유환이 임준호의 멱살을 쥐고 흔들자 임준호는 고통스러워하며 임유환의 얼굴도 똑바로 보지 못했다.“유환아, 그래도 네 아버진데 얼른 그 손 놔!”그때 한쪽에 서 있던 채수빈이 임유환을 뜯어말렸다. 온화하기만 했던 두 눈은 어느새 흥분과 책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때 분노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며 밖으로까지 뿜어져 나왔다.일그러진 표정으로 채수빈을 쳐다보는 임유환의 검은 눈동자는 마치도 야수의 눈빛같이 흉악스러웠다.채수빈은 그 매서운 눈빛에 깜짝 놀랐지만 여전히 임유환을 말리고 있었다.그에 화가 치밀어오른 임유환이 낮은 목소리로 채수빈을 향해 으르렁거렸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감히 날 말려?”본인에게 임유환을 말릴 자격도, 임유환 앞에 나설 자격도 없음을 알고 있는 채수빈은 임유환 말에 낯빛이 창백해졌다.하지만 또 임유환의 오해를 받고 혼자 괴로워하는 임준호가 마음에 걸렸던 채수빈은 다시 표정을 굳히며 임유환을 나무랐다.“내가 자격이 없다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준호 오빠는 네 아버지잖아. 어떤 아들이 아버지한테 이런 행동을 해, 교양 없게!”“내가 교양이 없다고?”임유환은 채수빈이 아버지한테 점수를 따려는 줄로 알고 코웃음을 쳤다.임유환의 어머니를 괴롭혀 죽게 만들고 그 자리에 자신이 올라서서는 아버지를 쥐고 흔들며
“유환아, 나는...”임준호는 또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됐어요, 이제 그만 해요. 연기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담담히 말을 끊은 임유환은 무정한 표정으로 채수빈을 바라보았다.“당신이 무슨 수로 임준호 씨를 구워삶았길래 저 사람이 이렇게 지극정성인진 모르겠는데.”“내가 여자를 안 죽이는 걸 다행으로 알아. 적어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전엔 안 죽이니까.”“아니었으면 당신은 임준호 씨가 보호해줘도 이 자리에서 죽었을 거야. 내가 죽이고 싶으면 나한테 어려운 일은 아니거든.”“유환아, 이 일은 저 사람과는 상관없는 일이야. 화는 나한테 내, 저 사람 다치게 하지 말고.”임유환 말에 바로 불안한 기색을 드러내는 임준호에 임유환은 점점 더 실망하며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전에는 안 죽인다니까요.”“그리고 임준호 씨, 다음부턴 제 이름 똑바로 불러주세요.”“우리 엄마가 죽고 내가 쫓겨나던 그때부터 나랑 임씨 집안은 아무 상관도 없어졌어요.”“내가 아직도 임씨 성을 유지하는 건 엄마와 한 약속 때문에, 우리 엄마 눈 편히 감으시라고 안 바꾸는 거예요.”임유환의 말에 임준호는 심장이 세차게 떨리며 호흡까지 가빠졌다.임준호는 깊은 한숨을 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유... 임유환, 아빠 말 들어. 얼른 연경을 떠나. 그날 일은 네 생각처럼 그리 간단하지가 않아.”“떠나라고요? 왜요, 제가 여기서 당신 가족들의 행복을 망치기라도 할까 두려우세요?”임유환은 임준호를 보며 입꼬리를 올려 차갑게 웃어 보였다.“내가 이번에 여길 온 건 원래부터 엄마 것이었던 것들을 되찾기 위해서예요.”“임씨 집안, 정씨 집안, 그리고 나머지 6대 가문, 그딴 건 다 신경 안 쓸 거예요.”“그날 어머니를 죽이는 데 가담한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든지 그날 일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에요.”“그 사람들에는 당연히 임준호 씨와 당신 아내도 포함이고요.”“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에요.”단호하게 마지막 말을 마친
손톱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임준호는 죄책감, 억울함, 그리고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것 같았다.채수빈은 그런 임준호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다.“오빠, 오빠는 할 만큼 했어요,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요.”“수빈아, 너는 나랑 결혼한 거 후회해?”갑작스러운 임준호의 질문에 채수빈은 잠시 자책과 함께 당황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확신에 찬 듯 고개를 저었다.“아니요.”“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네, 없어요.”채수빈은 대답을 번복하지 않고 웃으며 임준호를 향해 말했다.“오빠는 나한테 언제나 남자다운 모습만 보여줬어요. 또 엄청 잘해줬고요.”15년 동안 임준호는 억지로 끌려온 채수빈이 힘들지 않게 물심양면으로 보살펴주었고 혼자서 임씨 집안의 막중한 책임을 떠안았었다.그러니 채수빈 눈에는 임준호만큼 남자다운 사람도 없어 보였다.“고마워, 수빈아...”감동한 얼굴을 하고 있던 임준호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것인지 다시 고통스러워했다.“하연 언니 생각나서 그래요?”그 모습에 채수빈이 조심스레 물었다.지난 15년간 임준호가 이따금 이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일 때면 십중팔구는 사별한 아내를 떠올리고 있었다.아까 임유환과의 대화 때문인지 오늘은 그 표정이 더욱더 선명했다.“응.”임준호는 한숨을 시작으로 대답을 했다.“내가 살면서 제일 미안한 사람이 하연이야.”“나 따라 평생을 고생만 하다가 드디어 내가 우리 가문 수장이 되었는데, 그럼 하연이랑 장모님 모시고 행복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럴 줄 정말 몰랐어.”여기까지 말한 임준호는 저를 위해 죽음을 선택한 고하연이 떠올라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렇게 고하연이 죽을 때까지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고 생각한 임준호는 어떨 때는 그때 죽은 게 고하연이 아닌 자신이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오빠, 인제 그만 힘들어해요. 언니도 하늘에서 오빠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은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거예요.”부드럽게 위로를 하던
호텔 앞에서는 임유환이 바람을 맞으며 찌푸린 미간을 한 채 서 있었다.그 얼굴에 감도는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은 임유환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었다.조명주, 최서우, 흑제가 한참을 기다려서야 밖으로 나오는 임유환을 볼 수 있었다.조명주는 어두워진 임유환의 표정을 보고 물었다.“괜찮아요?”“네.”임유환은 애써 입꼬리를 올려봤지만 마지못해 웃는 게 뻔히 보였다.“진짜 괜찮아요? 밖에서 산책이라도 좀 할래요? 같이 가 줄게요.”“고마워요, 조 중령님. 근데 저 진짜 괜찮아요. 오늘은 좀 피곤해서 호텔로 가서 쉬고 싶어요.”힘들어 보이는 임유환에 조명주가 걱정스레 물었지만 임유환은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오늘 말고 내일 저녁은 어때요?”“그래요, 그럼 내일 저녁에 봐요.”오늘 하루 많은 일을 겪었으니 임유환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조명주도 더 권하지는 않았다.그리고 조명주도 오늘은 피곤하기도 했으니 내일 보는 게 서로에게 더 좋을 것 같았다.“그런 내일 봐요, 오늘 일은 정말 고마웠어요.”오늘 조명주가 의리있게 나서준 모습에 정말 감동을 한 임유환이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임유환은 아버지와 매정한 임씨 집안보다 옆에 있어 주는 친구들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우리 사이에 뭐 그렇게 인사까지 해요. 그럼 내일 저녁이나 같이 먹을까요?”조명주와 최서우는 원래도 연경에서 며칠 놀고 가려고 했는데 마침 임유환한테 궁금한 것도 있으니 오늘보다는 내일 밥을 먹으면서 천천히 물어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그래요.”대답을 마친 임유환은 최서우와 조명주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흑제가 예약해둔 7성급 호텔로 향했다.스위트룸 앞에 선 흑제가 임유환을 향해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주인님, 그럼 오늘은 이만 쉬세요. 무슨 일 있으시면 저 부르시고요, 저 바로 옆방이에요.”“응, 그래. 너도 쉬어, 오늘 고생했어.”말을 마친 임유환은 방으로 들어가 샤워부터 했다.그리고 침대에 누웠지만 늦은 시각임에도 잠이 오지 않아 자
그날 밤, 정씨 집안 도련님의 혼사가 깨졌다는 소식과 임씨 집안의 버려진 아들이 연경으로 돌아왔다는 소문이 연경의 골목마다 파다하게 퍼졌다.윤씨 집안 아가씨의 방.윤여진은 거울 앞에 서서 오늘 새로 산 카키색 미니스커트를 몸에 대보고 있었다.짙은 검은색의 머리카락이 어깨를 쓸어내리며 찰랑거렸고 빨갛고 도톰한 입술 위로 초롱초롱 빛나는 눈은 감았다 뜰 때마다 반짝여 보는 이를 홀릴 정도였다.그중에서도 제일 이목을 끄는 것은 단연 예쁨 몸매였는데 하나도 처지지 않고 볼록하게 솟아오른 가슴은 못 해도 E컵은 돼 보였다.엉덩이도 그에 어울리게 풍만했는데 이런 얼굴, 이런 몸매에 미니스커트까지 입는다면 남자 여럿 울리는 건 어렵지 않을 듯했다.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집사 윤영준이 고개를 숙이며 들어와서는 윤여진에게 오늘 결혼식장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알려주었다.“그럼 정우빈이 결혼식을 못 올렸단 얘기야?”윤여진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도톰한 입술을 움직이며 놀라운 듯 물었다.이 연경에서 정우빈의 결혼식을 망치고 그의 여자를 넘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네.”“어머, 누가 감히 그런 짓을 해?”집사의 긍정에 윤여진은 흥미가 생긴 듯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그게... 임씨 집안의 버려진 도련님이랍니다.”“임씨 집안 버려진 도련님?”윤 집사의 말에 윤여진은 잠시 벙쪄있다가 이내 매혹적인 얼굴에 놀라운 기색이 역력해졌다.윤여진은 흔들리는 눈동자를 한 채 집사에게 물었다.“그럼 설마... 임유환?”“네, 그렇답니다.”“후...”윤여진이 깊은 한숨을 내뱉으니 그 가슴이 덩달아 위아래로 움직이며 큰 호선을 그렸다.“역시, 내가 살아있을 줄 알았어.”잠깐의 놀라움 뒤에 윤여진은 중얼거리며 웃고는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이 윤여진이 찜한 남자인데, 당연히 그러고도 남지.”“오늘 결혼식에 유환 오빠도 올 줄 알았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가는 건데.”말을 하던 윤여진은 스트레칭을 하며 요염한 몸매를 뽐냈다.그 모습을 곁눈질로만 쳐다본 윤
한편 정씨 집안에서는 정서진이 임유환에게 맞아 누운 정우빈을 구겨진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었다.증기단까지 먹인 아들이 임유환에게 밀려나 허리까지 다쳐 이렇게 앓아누우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정서진이다.아까 신의를 불러 상태를 물었었는데 허리가 골절되고 증기단의 부작용까지 더해져 한동안은 누워서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상처가 다 낫는다 해도 전처럼 격렬한 수련은 못 할 거라 덧붙였다.“임유환 이 개자식, 내가 꼭 이 두 손으로 그놈을 죽일 거야, 그런 놈도 안 죽이면 내가 정서진이 아니지.”음침한 표정 뒤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가 깔려있었다.“아버지, 꼭 저 대신 그놈 죽여주세요!”오늘 그 많은 하객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고 영영 불구가 될 뻔했던 정우빈은 이를 악물며 분노를 뿜어냈다.정우빈은 지금 임유환에게 복수하지 않으면 밥도 잘 넘어가지 않을 만큼 분했다.“걱정 마, 우빈아. 네 복수는 이 아빠가 꼭 해줄게.”정서진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말했다.“너는 치료에만 집중해. 내일 아침에 신의가 와서 수술 진행할 거야.”“고마워요, 아버지.”정우빈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에는 아직도 현실을 믿기 힘들다는 듯 억울함이 가득했다.한낱 하루살이 정도로 여겼던 임유환이 어떻게 무제의 실력을 갖췄는지 믿기지 않았고 그래서 자신이 그딴 놈에게 졌다는 것도 분하기 짝이 없었다.“아들, 자꾸 그놈 생각하지마. 그놈이 널 이긴 건 말 못 할 수법을 쓴 거야. 너한테는 대적도 안 되는 보잘것 없는 놈이니까 신경 쓰지 마.”정서진은 그런 아들의 생각을 눈치채고 달래듯 말했다.“가주님, 임유환의 신분에 대해 이미 다 알아봤는데, 그게...”“그게 뭐?”한 하인이 들어와 임유환에 대해 보고하자 정서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고 누워있던 정우빈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제 조사에 따르면 그놈의 신분은 평범합니다. 5년 전에 허유나라는 여자와 결혼을 해서 5년 동안 그 여자에게 빌붙어 살다가 얼마 전에 이혼당했답니다.”“근데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