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들어도 나이 든 것 같은 목소리였다.크지도 않은 목소리가 결혼식장의 혼란을 순식간에 잠재워버렸다.“총사령관님이야!”사람들뿐만 아니라 임유환의 시선도 상석에 앉아있는 백발의 총사령관에게로 향했다.총사령관은 화를 내지도 않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임유환과 정서진을 보며 말했다.“오늘 일은 둘 다 그만하지.”그 말에 정서진은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고 임유환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총사령관님을 향한 임유환의 눈빛에는 물론 존경도 묻어나 있었지만 한기도 함께 있었다.총사령관은 스승님의 오랜 벗이자 나라의 공신이었으니 존경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어머니의 복수를 이렇게 그만둘 수는 없었다.“총사령관님, 이 일에 꼭 관여하셔야겠어요?”위협적인 투로 말하는 임유환에 사람들은 감히 총사령관을 상대로 이런 태도를 보이는 그를 놀란 듯 쳐다보았다.정서진도 이때다 싶어 총사령관의 화를 돋우려 한마디 거들었다.“어디서 감히 총사령관님한테 그런 말을 내뱉어!”“총사령관님, 저 자식이 이렇게 건방져요, 총사령관님한테도 저렇게 무례하다니, 제가 지금 당장 저놈을 잡아들이겠습니다!”“괜찮아.”총사령관은 손을 저으며 임유환을 바라보았다.그도 임유환의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여기서 더 손 놓고 있었다가는 임유환이 결혼식장을 뒤집어엎을 것만 같아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그는 피바다를 이렇게 많은 하객들에게 보여줄 생각이 없었다.만약 소문이 새어나가기라도 하면 그 영향도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총사령관님이 너그러우셔서 이렇게 넘어가시는 거야! 너는 운 좋은 줄 알아!”정서진이 임유환을 향해 코웃음을 치자 임유환은 차가운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됐어, 다들 조용히 해!”능구렁이 같은 정씨 일가가 역겨워 난 총사령관은 한 번 더 호통을 쳤다.“예, 사령관님.”정씨 일가는 입으로는 대답을 하고 있었지만 표정에서는 우쭐거림과 조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마치 총사령관이 정씨 집안 편이라는 듯한 표정이었다.정서진은 총사령관이 임유환이 일을
정씨 일가가 나가자 임유환도 명령을 내려 군사를 철수했다.그렇게 결혼식장은 다시 조용해졌고 하객들은 경악과 놀라움에 찬 눈길을 임유환에게로 보냈다.그중에서도 조 씨, 전 씨, 손 씨, 이 씨, 윤 씨 등 5대 가문의 가장들이 유독 더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임씨 집안의 버려진 아들이 정씨 집안과 맞설 정도의 힘을 키웠으니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조 씨, 전 씨, 손 씨, 이씨 일가는 그날의 일이 떠올라 낯빛이 점점 어두워졌다.“오늘 일은 그냥 해프닝쯤으로 기억하고 다들 이만 집으로 돌아가게.”그때 총사령관이 다시 입을 열자 사람들은 눈치 있게 하나둘 결혼식장을 빠져나갔다.“총사령관님, 그럼 저희도 이만 가보겠습니다.”5대 가문의 사람들도 총사령관에게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는데 그중 네 명은 그 발걸음이 아주 급해 보였다.윤씨 집안 가장만이 표정 변화 없는 얼굴로 임유환을 주시하다가 천천히 밖으로 향했다.그렇게 결혼식장에는 순식간에 총사령관, 임유환, 그리고 서강인 부녀만이 남게 되었다.“죄송해요, 아까는 제가 사령관님을 오해했어요.”임유환은 진심으로 죄송스럽다는 듯 총사령관을 향해 아까일에 대해 사죄드렸다.“하하, 너랑 나 사이에 뭐 그런 걸로 사과를 해.”늙은 모습이었지마는 줄곧 위엄을 잃지 않았던 총사령관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스스럼없이 임유환을 향해 말했다.그에 임유환은 오히려 난처한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그 광경을 본 서강인은 잠시 벙쪄있다가 총사령관을 향해 물었다.“사령관님은 임유환이랑 아는 사이셨어요?”눈을 크게 뜨며 참지 못하고 묻는 서강인 옆에는 별로 다르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입술만 달싹이는 서인아가 있었다.임유환이 총사령관과 친분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는데 지금 보아하니 그사이가 아주 좋아 보였다.“하하, 알고 있었지.”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총사령관은 서강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이놈은 내가 아주 좋게 본 놈이야, 꼭 잡아둬.”“나도 이만 가봐야겠으
서강인이 모를 줄은 몰랐던 임유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그게 사실은...”임유환은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는 사건의 자초지종에 대해 얘기했다.“이런 미친놈!”그리고 그 말을 다 들은 서강인은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그런 개 같은 놈이 감히 내 딸에게 손찌검을 해?!”서강인은 지금 당장이라도 정우빈의 뺨을 날려주고 싶었다.“걱정 마세요, 정우빈이 인아한테 한 짓들 제가 다 백배로 갚게 할 거에요.”화를 내는 서강인에 임유환은 다시 차가워진 눈을 번뜩였다.“고마워 정말.”임유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던 서강인은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자네만 괜찮으면 이제부터 아저씨라고 불러, 가주님은 너무 멀어 보이잖아.”“네, 아저씨.”바로 호칭을 바꾸는 임유환에 서강인도 호탕하게 웃었다.“하하, 듣기 좋네. 그럼 나도 유환이라고 부를게.”서강인은 임유환의 어깨를 두드리며 옆에 있던 서인아를 바라보았다.임유환의 말을 듣고 나니 화장에 가려진 딸의 왼쪽 볼에 난 멍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정우빈이 어젯밤 때렸다는 뺨인 것 같아 다시 화가 치밀어올라 몸을 떨어대던 서강인은 이내 죄책감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 딸, 아빠가 집안일 때문에 바빠서 너한테 신경을 너무 못 썼네.”“아빠는 우리 집안 가장인데 당연히 집안일이 먼저고 그게 제일 중요한 거죠. 그런 소리 마세요.”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문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여겨야만 했던 아빠의 고초를 너무나 잘 알고 있던 서인아는 자책하는 아빠를 원망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모습에 마음이 아파왔다.가장의 딸로서 그 책임을 나눠 가지는 게 당연하다 생각해왔던 서인아기에 그전에도 원망은 해본 적이 없었다.“딸, 나는...”서강인은 조금 자란 뒤로 일찍 철이 들어 아버지 걱정만 하던 서인아에 반해 자신은 아버지 노릇도 제대로 못 한 것 같아 코끝이 찡해났다.“나 진짜 괜찮다니까요.”서인아는 그런 아빠를 향해 일부러 더 웃어 보이며 말했다.“이런 상처는 며칠 뒤면 다 사라질 건데 왜 그래요 자꾸.”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 임준호가 임유환에게로 다가왔다.15년 만에 본 아버지라는 인간은 눈가에 주름이 더 생긴 것 말고는 별다른 점이 없었다.그 옆에 선 여자는 소녀처럼 탄력 있는 피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서른이 넘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관리를 잘한 것 같았다.“유환아, 15년 사이에 많이 컸구나. 하마터면 널 알아보지 못할뻔했어.”“네.”먼저 인사를 건네는 임준호에 임유환은 담담하게 짧은 대답을 남길 뿐이었다.임유환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정함과 한기에 주위의 공기도 차갑게 얼어붙는 것 같았다.누가 봐도 부자 사이가 원만하지 않음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상태였다.조명주도 가라앉은 분위기를 느끼고는 부자 사이의 대화를 나누기 편하게 비켜주려고 임유환을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유환 씨, 먼저 얘기해요. 저랑 서우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임 선생님, 그럼 저도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래.”흑제의 인사에 임유환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사람들이 빠르게 빠져나가고서야 임유환은 무표정으로 말 한마디 없이 임준호를 응시했다.끝을 알 수 없는 매정함에 임준호는 난감한 듯 말했다.“우리 부자가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 생각도 못 했어.”“그러게요.”대답하는 임유환의 말투는 여전히 매정하고 낯선 이를 대하는 듯 서먹했다.“후...”그리고 그런 임유환의 태도를 느낀 임준호는 깊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유환아, 네가 그때 일로 아직도 날 미워하는 거 알아. 하지만 네가 생각한 그런 건 절대 아니야. 그냥 사정이 있어서 말을 못 한 것뿐이야.”“그럼 사실은 뭔데요?”임준호를 보는 임유환의 눈에 파동이 일었다.“사실...”“오빠.”임준호가 입을 열려 하자 채수빈이 나지막하게 그를 말렸다.“미안해, 아직은 말 못 하겠다.”깊은숨을 들이마신 임준호가 말을 거두자 임유환은 다시 차가운 눈을 하고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말을 못 한다고요?”“저 여자 말은 아주 잘 듣나 봐요?”저런 아버지를 보고 있으니 임유환은 어머니가 더
구구절절 맞는 말에 또다시 말문이 막혀버린 임준호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날 일은 나도 너희 엄마한테 미안하게 생각해...”“미안해요?”자책이라도 하듯 몸을 떨며 고개를 숙이는 임준호에 임유환은 냉소를 흘리고는 말했다.“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면 끝난 거예요? 그 말 한마디면 엄마가 다시 살아 돌아와요?”“엄마가 당신한테 어떻게 했는데요! 죽는 순간까지도 당신 걱정을 했다고요!”“당신이 그런 엄마한테 한 짓을 생각해봐요! 어떻게 사람이 그래요!”“나는...”임유환의 다그침에 임준호의 떨림은 점점 더 심해졌다.“대답해요 임준호 씨, 남자답게 대답이란 걸 하라고!”감정이 북받친 임유환이 임준호의 멱살을 쥐고 흔들자 임준호는 고통스러워하며 임유환의 얼굴도 똑바로 보지 못했다.“유환아, 그래도 네 아버진데 얼른 그 손 놔!”그때 한쪽에 서 있던 채수빈이 임유환을 뜯어말렸다. 온화하기만 했던 두 눈은 어느새 흥분과 책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때 분노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며 밖으로까지 뿜어져 나왔다.일그러진 표정으로 채수빈을 쳐다보는 임유환의 검은 눈동자는 마치도 야수의 눈빛같이 흉악스러웠다.채수빈은 그 매서운 눈빛에 깜짝 놀랐지만 여전히 임유환을 말리고 있었다.그에 화가 치밀어오른 임유환이 낮은 목소리로 채수빈을 향해 으르렁거렸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감히 날 말려?”본인에게 임유환을 말릴 자격도, 임유환 앞에 나설 자격도 없음을 알고 있는 채수빈은 임유환 말에 낯빛이 창백해졌다.하지만 또 임유환의 오해를 받고 혼자 괴로워하는 임준호가 마음에 걸렸던 채수빈은 다시 표정을 굳히며 임유환을 나무랐다.“내가 자격이 없다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준호 오빠는 네 아버지잖아. 어떤 아들이 아버지한테 이런 행동을 해, 교양 없게!”“내가 교양이 없다고?”임유환은 채수빈이 아버지한테 점수를 따려는 줄로 알고 코웃음을 쳤다.임유환의 어머니를 괴롭혀 죽게 만들고 그 자리에 자신이 올라서서는 아버지를 쥐고 흔들며
“유환아, 나는...”임준호는 또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됐어요, 이제 그만 해요. 연기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담담히 말을 끊은 임유환은 무정한 표정으로 채수빈을 바라보았다.“당신이 무슨 수로 임준호 씨를 구워삶았길래 저 사람이 이렇게 지극정성인진 모르겠는데.”“내가 여자를 안 죽이는 걸 다행으로 알아. 적어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전엔 안 죽이니까.”“아니었으면 당신은 임준호 씨가 보호해줘도 이 자리에서 죽었을 거야. 내가 죽이고 싶으면 나한테 어려운 일은 아니거든.”“유환아, 이 일은 저 사람과는 상관없는 일이야. 화는 나한테 내, 저 사람 다치게 하지 말고.”임유환 말에 바로 불안한 기색을 드러내는 임준호에 임유환은 점점 더 실망하며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전에는 안 죽인다니까요.”“그리고 임준호 씨, 다음부턴 제 이름 똑바로 불러주세요.”“우리 엄마가 죽고 내가 쫓겨나던 그때부터 나랑 임씨 집안은 아무 상관도 없어졌어요.”“내가 아직도 임씨 성을 유지하는 건 엄마와 한 약속 때문에, 우리 엄마 눈 편히 감으시라고 안 바꾸는 거예요.”임유환의 말에 임준호는 심장이 세차게 떨리며 호흡까지 가빠졌다.임준호는 깊은 한숨을 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유... 임유환, 아빠 말 들어. 얼른 연경을 떠나. 그날 일은 네 생각처럼 그리 간단하지가 않아.”“떠나라고요? 왜요, 제가 여기서 당신 가족들의 행복을 망치기라도 할까 두려우세요?”임유환은 임준호를 보며 입꼬리를 올려 차갑게 웃어 보였다.“내가 이번에 여길 온 건 원래부터 엄마 것이었던 것들을 되찾기 위해서예요.”“임씨 집안, 정씨 집안, 그리고 나머지 6대 가문, 그딴 건 다 신경 안 쓸 거예요.”“그날 어머니를 죽이는 데 가담한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든지 그날 일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에요.”“그 사람들에는 당연히 임준호 씨와 당신 아내도 포함이고요.”“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에요.”단호하게 마지막 말을 마친
손톱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임준호는 죄책감, 억울함, 그리고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것 같았다.채수빈은 그런 임준호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다.“오빠, 오빠는 할 만큼 했어요,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요.”“수빈아, 너는 나랑 결혼한 거 후회해?”갑작스러운 임준호의 질문에 채수빈은 잠시 자책과 함께 당황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확신에 찬 듯 고개를 저었다.“아니요.”“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네, 없어요.”채수빈은 대답을 번복하지 않고 웃으며 임준호를 향해 말했다.“오빠는 나한테 언제나 남자다운 모습만 보여줬어요. 또 엄청 잘해줬고요.”15년 동안 임준호는 억지로 끌려온 채수빈이 힘들지 않게 물심양면으로 보살펴주었고 혼자서 임씨 집안의 막중한 책임을 떠안았었다.그러니 채수빈 눈에는 임준호만큼 남자다운 사람도 없어 보였다.“고마워, 수빈아...”감동한 얼굴을 하고 있던 임준호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것인지 다시 고통스러워했다.“하연 언니 생각나서 그래요?”그 모습에 채수빈이 조심스레 물었다.지난 15년간 임준호가 이따금 이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일 때면 십중팔구는 사별한 아내를 떠올리고 있었다.아까 임유환과의 대화 때문인지 오늘은 그 표정이 더욱더 선명했다.“응.”임준호는 한숨을 시작으로 대답을 했다.“내가 살면서 제일 미안한 사람이 하연이야.”“나 따라 평생을 고생만 하다가 드디어 내가 우리 가문 수장이 되었는데, 그럼 하연이랑 장모님 모시고 행복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럴 줄 정말 몰랐어.”여기까지 말한 임준호는 저를 위해 죽음을 선택한 고하연이 떠올라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렇게 고하연이 죽을 때까지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고 생각한 임준호는 어떨 때는 그때 죽은 게 고하연이 아닌 자신이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오빠, 인제 그만 힘들어해요. 언니도 하늘에서 오빠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은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거예요.”부드럽게 위로를 하던
호텔 앞에서는 임유환이 바람을 맞으며 찌푸린 미간을 한 채 서 있었다.그 얼굴에 감도는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은 임유환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었다.조명주, 최서우, 흑제가 한참을 기다려서야 밖으로 나오는 임유환을 볼 수 있었다.조명주는 어두워진 임유환의 표정을 보고 물었다.“괜찮아요?”“네.”임유환은 애써 입꼬리를 올려봤지만 마지못해 웃는 게 뻔히 보였다.“진짜 괜찮아요? 밖에서 산책이라도 좀 할래요? 같이 가 줄게요.”“고마워요, 조 중령님. 근데 저 진짜 괜찮아요. 오늘은 좀 피곤해서 호텔로 가서 쉬고 싶어요.”힘들어 보이는 임유환에 조명주가 걱정스레 물었지만 임유환은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오늘 말고 내일 저녁은 어때요?”“그래요, 그럼 내일 저녁에 봐요.”오늘 하루 많은 일을 겪었으니 임유환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조명주도 더 권하지는 않았다.그리고 조명주도 오늘은 피곤하기도 했으니 내일 보는 게 서로에게 더 좋을 것 같았다.“그런 내일 봐요, 오늘 일은 정말 고마웠어요.”오늘 조명주가 의리있게 나서준 모습에 정말 감동을 한 임유환이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임유환은 아버지와 매정한 임씨 집안보다 옆에 있어 주는 친구들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우리 사이에 뭐 그렇게 인사까지 해요. 그럼 내일 저녁이나 같이 먹을까요?”조명주와 최서우는 원래도 연경에서 며칠 놀고 가려고 했는데 마침 임유환한테 궁금한 것도 있으니 오늘보다는 내일 밥을 먹으면서 천천히 물어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그래요.”대답을 마친 임유환은 최서우와 조명주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흑제가 예약해둔 7성급 호텔로 향했다.스위트룸 앞에 선 흑제가 임유환을 향해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주인님, 그럼 오늘은 이만 쉬세요. 무슨 일 있으시면 저 부르시고요, 저 바로 옆방이에요.”“응, 그래. 너도 쉬어, 오늘 고생했어.”말을 마친 임유환은 방으로 들어가 샤워부터 했다.그리고 침대에 누웠지만 늦은 시각임에도 잠이 오지 않아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