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 때문에 오셨습니까?”“현금이 좀 필요해서요. 그리고 카드도 하나 새로 만들어 주세요. 돈 넣을 거예요.”3번 창구 여직원의 질문에 임유환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현금은 얼마나 찾으시겠습니까?”“2천억이요.”“2천억이요?”큰 액수에 깜짝 놀란 은행직원이 다시 한번 되물었다.“정말 2천억 맞으신가요?”“네.”“혹시 예약하셨나요?”“아니요.”“죄송하지만 저희 은행은 예약하지 않으시면 방금 요구하신 업무는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은행직원은 정중하게 임유환의 부탁을 거절했다.예약하지 않으면 그렇게 많은 액수의 돈은 절대 찾을 수가 없었다.임유환의 옷차림을 본 은행직원은 2천억은커녕 2천만 원도 없을 것 같아 혹시 머리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하고 있었다.그리고 뒤에 떨어져서 그 대화를 듣고 있던 서지혜가 그럼 그렇지 역시 다 허세였다는 생각에 안도하며 입으로 냉소를 내뱉었다.하지만 임유환은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블랙 골드카드를 꺼내어 은행직원에게 건넸다.“이건?”그건 대하 은행 본부 직원이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블랙 골드카드였다.보통의 블랙카드도 아주 높은 신분의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건데 블랙 골드카드는 그것보다 더 발급받기 어려웠다.전국에서 이 카드를 소지한 사람을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비밀번호 입력해 주세요.”그래서 더 놀란 직원이 손까지 떨려 안내를 하자 임유환이 차분하게 비밀번호를 찍어 눌렀다.그리고 임유환 카드의 잔액을 확인한 직원은 천문학적인 숫자에 깜짝 놀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일, 십, 백, 천, 만... 2만 억, 20만 억, 200만 억...그 뒤에 공이 어찌나 많은지 다 셀 수도 없었다.“실례하지만 카드가 본인 소유 맞으신가요?”이런 숫자는 처음 본 직원이 반신반의하며 물었다.“당연하죠.”“그럼 혹시 카드에 얼마 있는지 알고 계셨나요?”“아니요, 신경 써본 적이 없어서.”임유환이 고개를 젓자 은행직원이 숨을 들이쉬며 어딘가 이상한지 고개를 갸
고 전무는 열댓 명쯤 되는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임유환에게로 다가왔다.그 모습을 본 서지혜는 임유환의 말이 다 사실이었을까 봐 잔뜩 긴장을 하며 서윤후에게 말했다.“자기야, 전무까지 온 거면 저 남자가 진짜 VIP 아닐까?”“모르지 나도...”서윤후도 전무까지 오며 커진 일에 고개를 저었고 최서우도 큰 눈을 깜빡이며 임유환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진짜 은행 VIP인가?“당장 저놈 경비실로 데려가.”하지만 고 전무 입에서 나온 다음 말에 최서우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임유환도 어이없는 상황에 눈썹을 꿈틀거리며 눈앞의 전무를 보고 말했다.“내가 뭘 어쨌다고 경비실에 가야 하는 겁니까?”“뭘 어쨌냐고?”고 전무는 냉소를 흘리며 대답했다.“겁이 없는 건지 무식한 건지, 어디서 감히 블랙 골드카드 주인을 사칭해!”“내가 블랙 골드카드 주인인데 뭘 사칭했다는 겁니까?”전무가 자신을 오해했다는 것을 안 임유환이 차분함을 유지하며 말했지만 전무는 점점 더 임유환을 무시했다.“당신 거라고? 근데 카드에 얼마가 있는지도 몰라?”“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지?”임유환은 고개를 들어 전무의 눈을 보며 평온하게 대꾸했다.“내가 카드 비밀번호를 알고 카드가 내 거라는 걸 알면 되는 거 아닌가?”“허! 정말 다 까발려져야 사실대로 말할 거야? 좀 있다 경찰 오는데 그 앞에서 해명해보든지 그럼!”“당장 이놈 경비실로 데려가!”“내 신분에 대해서 다시 확인도 안 해?”화를 내는 전무에 임유환이 마지막 기회라는 듯 물었지만 전무가 임유환이 도망가서 자신이 블랙 골드카드 주인에게 잘 보일 기회를 놓칠까 봐 단칼에 거절했다.“뭐해 안 데려가고!”이 블랙 골드카드의 주인은 그 신분이 아주 높은 사람이었기에 카드를 찾아준다면 필시 자신을 부행장 자리까지 올려줄 것이다.그러니 이 좋은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고 전무가 더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됐어. 내 발로 걸어가. 그리고 당신, 내가 경고하는데 나중에 후회하지마.”그리고 고
경비실.최서우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임유환을 바라보았다.고 전무는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임유환을 보며 말했다.“그만 입 다물고 사실대로 말해, 이 블랙 골드카드 어디서 났어!”“내 거라고 말했어 나는.”“네 거라고? 근데 왜 카드에 얼마가 있는지도 몰라!”“그런 거 신경 안 써서 몰라. 당신들 은행은 전국에서 다 신분 조회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들어가서 확인해봐.”“조사를 아주 철저히 했나 봐?”여전히 차분한 임유환에 고 전무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내가 전무라서 블랙 골드카드 소유자 신분을 확인할 수 없는 걸 알고 그러는 거지?”“그럼 당신들 은행장한테 조회해 보라고 해.”“은행장님?”고 전무는 임유환의 어이없는 발언에 화가 치밀어올라 소리쳤다.“나도 연락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쁜 분더러 신분을 조회하라고? 너 지금 나랑 장난해?”“방법은 이미 다 알려줬어. 하든 말든 그건 당신 자유야.”“내가 경고하는데 너 몸 좀 사려. 그러다간 뼈도 못 추려.”절도범 따위가 제 앞에서 아는 척을 하자 열 받은 고 전무가 손가락질까지 했지만 임유환은 고개를 저으며 더 약 올렸다.“겁대가리 상실한 놈! 그래, 어디 두고 봐!”고 전무가 눈빛을 보내자 경호원 하나가 경찰봉을 들며 나섰다.“정말 나한테 손대겠다는 거야?”임유환은 끝도 없이 무례해지는 고 전무에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하지만 사건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모르는 고 전무는 아직도 임유환을 비웃고 있었다.“손대면 뭐? 어쩔 건데?”바뀔 생각이 없어 보이는 태도에 임유환은 고개를 저었다.안 그래도 기분이 별로인데 또 고 전무와 말씨름을 하며 힘 빼고 싶지 않았던 임유환은 핸드폰을 들어 은행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왕 은행장님, 여기에 일이 좀 생겼는데 처리 좀 부탁드려요. 제가 급한 일이 있어서요.”“야 너 연기 잘한다?”은행장의 성까지 부르며 연기하는 임유환을 고 전무는 가소롭다는 듯 바라봤다.성까지 알아낸 게 대단하긴 했지만 은행장님이 워낙
“네, 은행장님!”등에 식은땀이 난 고강준은 한동안 다리가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못하더니 이내 임유환 앞으로 와 무릎을 꿇었다.“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보는 눈이 없어서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선생님의 말을 믿었어야 했는데... 저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정말 죄송합니다!”퍽퍽퍽!그리고 연달아 큰 타격음이 들려왔다.고강준이 바닥에 머리를 박는 소리였다.뒤에 섰던 경호원들도 블랙골드 카드의 주인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한 채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됐어.”임유환도 전무를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손을 저으며 마무리하려 했다.“됐다고요?”그 모습에 고강준이 오히려 더 당황하며 임유환을 바라보았다. “왜, 머리 더 박을 거야?”“아니요, 아닙니다!”저에게 보내지는 시선에 고강준이 연신 고개를 저으며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 임 선생님 같은 분은 아량도 넓으시네요. 사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별말 하지 않고 저의 무례함을 용서해준 임유환을 고강준은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역시 돈 있고 힘 있는 사람은 그 태도부터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일어나. 빨리 내 일이나 좀 처리해줘. 점심에 친구랑 동창회에 가야 하니까 서둘러 줘.”“네, 지금 바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고강준은 바로 일어나 빠르게 2천억을 새 카드에 옮겨 넣었고 그걸 임유환 손에 쥐여주며 90도 인사를 했다.“임 선생님, 이건 저희 은행의 골드 VIP 카드 입니다. 그리고 이건 선생님의 블랙 골드카드 이고요.”“그래.”카드를 챙겨 넣은 임유환은 최서우와 함께 은행을 나왔다.“혹시 어디로 가십니까?”그때 고강준이 갑자기 행선지를 물어오자 역시나 목적지를 몰랐던 임유환이 최서우를 바라봤다.“네?”갑작스러운 질문에 눈빛이 흔들리던 최서우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소원 레스토랑이요.”“국제 파크 근처의 소원 레스토랑 맞으십니까?”“네.”“여기! 차 준비해서 임 선생님과 일행분 모셔다드려!
“그럼 유환 씨가 진짜 블랙 골드카드 주인인 거에요?”소원 레스토랑으로 향하며 최서우가 임유환을 향해 물었다.S 시 대리인인 것도 모자라 블랙 골드카드의 주인이라니, 임유환의 신분이 최서우가 생각했던 그 이상인 것 같다.블랙 골드카드 소유자는 온 대하에 다섯이 넘지 않았다.연경 서씨 집안의 서인아, 정씨 집안의 정우빈도 갖지 못한 걸 임유환이 가지고 있으니 놀랄 만도 했다.블랙 골드카드는 절대적인 재력과 권력의 상징이었다.“동창들과는 사이가 별로 안 좋은가 봐요?”임유환은 대답하기가 꺼려졌는지 일부러 말을 돌렸다. “내가 한 질문에 답부터 먼저 해줘요.”너무 궁금했던 최서우는 집요하게 물었다.“그건 내 미래의 아내한테만 알려줄 거에요.”임유환은 웃으며 의도적으로 대답을 피했다.“아내요?”최서우도 물론 말하기 싫다는 임유환의 뜻을 알아들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 애교를 부리며 물었다.“그럼 오늘 하루는 내가 아내 할 테니까 알려주면 안 돼요?”최서우가 이렇게 대담한 발언을 할 줄 미처 몰랐던 임유환이 놀란 눈을 하다가 이내 실소를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안 되죠. 진짜 아내 한테만 알려주는 거예요.”“에이, 유환 씨. 그냥 나한테만 알려줘요. 다른 사람한텐 진짜 말 안 할게요!”계속해서 애교를 부리는 최서우에 임유환은 한숨을 쉬었다.얘기 안 해주면 최서우 성격에 온종일 귀찮게 할 게 뻔해서 임유환은 아무 이유나 지어내기 시작했다.“이거 내 거 아니에요. 그냥 다른 사람 거 잠깐 빌린 거예요.”“다른 사람 거라고요?”카드가 임유환 본인의 것이 아니란 말에 잠시 놀라던 최서우가 다시 물었다.“누구요?”“흑제요.”“흑제 어르신이요?”카드의 주인이 흑제라면 이상할 건 없었지만 흑제와 임유환이 서로 카드까지 빌려줄 정도로 가까웠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블랙 골드카드를 준다는 건 절대적인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에 최서우는 더 커진 눈으로 물었다. “유환 씨랑 흑제 어르신은 무슨 사이에요? 어떻게 블랙 골드카드까지 빌려
임유환이 언제부터 이렇게 말을 잘했던가.능숙하게 저를 다독이는 임유환에 최서우는 입술을 말아 물며 임유환을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유환 씨.”그에 따뜻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던 임유환이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아 근데 전에 동창회 같이 가주면 비밀 하나 알려준다고 그러지 않았어요? 그게 뭔데요?”“아...”임유환이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할 줄은 몰랐던 최서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건... 동창회 다 끝나면 알려줄게요.”“설마 또 나 속인 거예요?”“아니에요!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요?”임유환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못 미덥다는 듯 말하자 최서우가 발끈하며 눈썹을 치켜세웠다.“아니에요?”“내가 유환 씨를 왜 속여요? 진짜 비밀 있다고요!”그래도 표정에서 의심이 가시지 않는 임유환에 최서우는 눈을 크게 뜨며 불안한 제 마음이 들키지 않게 큰 소리로 말했다.그에 임유환도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거 무슨 표정이에요? 나 진짜 거짓말한 거 아니라고요!”“도착했어요.”임유환이 도착했다면 차에서 내리자 최서우도 입을 다물고 따라 내렸다.그렇게 둘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3008호 룸에 들어갔다.그 안에는 서른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큰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았는데 다들 상석에 앉은 서희동을 추켜세우느라 바빠 보였다.“서 사장님, 오랜만에 봤더니 언제 사장이 다 됐어! 부동산 사업은 잘되지?”“하하, 뭐 그럭저럭 괜찮아. 매년 오륙십 억은 버니까.”서희동은 손을 저으며 겸손한 척했지만 온몸에 걸친 명품 정장, 에르메스 가방, 그리고 롤렉스 시계까지 어느 것 하나 제 성공을 드러내지 않는 게 없었다. “오륙십 억이라고? 역시 사장님은 달라!”“역시 서희동이야! 고등학교 때부터 얘가 머리는 좋았잖아. 난 네가 성공할 줄 알았다.”다들 아부를 떨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시기와 질투가 가득했다.공부 머리라고는 하나도 없는 놈이 부동산이 마침 잘되는 시기에 사업을 시작해 사장이 된 거라고, 저도 시대만 잘 만나면 잘됐을 거라는 생각을 하
“서우 왔어?”최서우를 본 서희동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그녀를 반겼다.수수한 옷차림에 진하지도 않은 화장이었지만 핑크빛이 도는 하얗고 매끈한 피부에 검은 웨이브 머리는 최서우 특유의 분위기를 더 잘 살려주고 있어 그녀의 모습을 본 다른 여자들의 입도 저절로 다물어졌다.그 아우라는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들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서희동?”졸부처럼 차려입은 서희동이 저를 향해 인사하자 최서우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응, 나 희동이야. 오랫동안 못 봤는데 아직 나 기억하네.”여신이 한눈에 알아봐 줘 신난 서희동이 앞으로 달려나가 의자를 빼주며 말했다. “서우야, 여기 앉아.”하지만 조하람은 제 유혹에 거의 넘어오던 서희동을 채간 최서우를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었다.“고마워.”감사 인사를 한 최서우는 임유환을 향해 말했다.“유환 씨도 앉아요.”“그래요.”그제야 최서우에게만 집중돼있던 시선이 임유환에게로 옮겨졌다.최서우는 그 옛날 모습 그대로 여신이었지만 옆에 앉은 남자는 초라하기 그지없어 보였다.키만 컸지 옷 입은 걸 보면 돈은 별로 없어 보였다.요즘은 남자 얼굴이 아니라 돈을 봐야 하는 건데...“서우야, 옆에는 네 남자친구야?”“응.”둘이 앉자마자 물어오는 서희동에 최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때 단톡에서 최서우가 연애한다는 소문이 돌 때도 믿지 않았는데 그게 사실일 줄이야.사업에 성공해서 동창회에 나와 고등학교 때 여신에게 인정받고 정식으로 고백하려 했는데 그걸 먼저 채간 임유환을 서희동은 못마땅하다는 듯 바라봤다.하지만 보는 눈이 많은지라 서희동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임유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축하해요, 서우랑 다 만나고.”“서우 그때 우리 반 여신이었어요. 전교 퀸카였고요. 서우 좋아하는 남자들이 전교에 쫙 깔렸었는데, 물론 우리도 포함이고요.”서희동의 말은 축하였지만 그 눈엔 시기가 가득했다.모든 남자들이 제 여자친구에게 다른 남자가 엉겨 붙는 건 볼 수 없을 것이다. 특히나 그 남자가 더
서희동이 내뱉은 한마디에 룸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다들 서희동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질문을 한 건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임유환은 그저 묵묵히 서희동을 바라보고만 있었다.최서우가 오히려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이내 표정을 풀고는 웃으며 말했다. “나 걱정해줘서 그런 건 알겠는데 우리 만난 지 얼마 안 됐어. 유환 씨도 나한테 엄청나게 잘해줘. 근데 내가 좋아하는 건 내 돈으로 직접 살 수 있어.”최서우는 상대방이 저를 좋아하는 마음을 돈으로 저울질하지 않았다. 그의 책임감과 인내심이 최서우에게는 더 중요했다.그리고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본인 돈으로 사면 되는 이렇게 일부러 시시비비를 가리며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는 서희동이 최서우는 못마땅했다.“그래? 얼마 안 만났어?”서희동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지만 최서우가 임유환을 두둔하는 모습에 속에서는 질투가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그리고 그런 서희동을 보고 있던 조하람이 기회다 싶어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희동아, 누군 참 고마운 걸 모르는 것 같아.”“너는 좋은 뜻으로 남자 잘 보라고 해준 말인데 서우는 본인들 사이 이간질한다고 생각했나 봐. 뭐 얼마나 잘난 남자라고 네가 이간질까지 하겠어?”“요즘 말로만 사랑한다 하고 한 푼도 안 쓰려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역시 내 맘 알아주는 하람이 뿐이라니까.”조하람의 말에 서희동의 표정이 한순간에 밝아졌다.그 모습을 보는 최서우는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그래도 동창이라고 미소를 잃지 않으며 말했다.“걱정 고마워. 그런데 유환 씨 그런 사람 아니야. 나한테 엄청 잘해줘. 그리고 또 특별한 사람이고.”“하하, 그래? 우린 아직 특별한 거 모르겠는데.”조하람은 최서우를 이대로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팔짱을 끼며 말했다.학교 다닐 때도 외모와 성적에서 항상 꿇렸는데 어른이 돼서까지 최서우에게 밀릴 수는 없었다.그리고 인플루언서로 살면서 쌓은 경험이 있어 최서우 남자친구의 옷차림만 봐도 구가 정말 가난하기 그지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