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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0화

이서는 두어 번 발버둥 쳤음에도 불구하고, 은철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단단히 화가 난 그녀가 외쳤다.

“나는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어. 도대체 지난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전의 너는 나를 아주 미워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은 나랑 결혼하려 하는 거냐고! 하은철, 너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이서의 두 눈을 마주한 은철의 눈동자에 한 가닥의 고통이 스쳤다.

그녀의 눈에서는 더 이상 그를 사랑했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은철이 이서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내가 미쳐버렸다고 생각해도 좋아.”

“마지막으로 물을게. 내 옆에 남을 거야, 아니면...”

그가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네 핸드폰에 있는 H선생님의 곁으로 갈 거야?”

이서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당연히 하 선생님이지!”

“허.”

사납게 웃은 은철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서의 턱을 들어올렸다.

그는 그녀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표정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서야 또박또박 말했다.

“정말 마지막 기회야... 잘 생각하고 대답해.”

“또 한 번 만족할 수 없는 대답을 내놓는다면, 넌 영원히 H선생님을 볼 수 없게 될 거야!”

이서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하 선생님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말을 들은 하은철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도 그 사람을 걱정하는 거야?”

“걱정할 거 없어. 지금쯤이면 다른 사람이랑 비즈니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내가 어떻게 감히 그 사람을 건들 수 있겠어?”

“하지만...”

그가 시선을 아래로 옮겨 이서를 경멸하듯 바라보았다.

“너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넌 내 손바닥 위에 놓인 개미나 마찬가지야. 내가 너를 으스러뜨리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지.”

“윤이서,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나를 택할 건지, 아니면 그 사람을 택할 건지.”

지환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서는 안정된 표정을 되찾을 수 있었으나, 고통은 곧 그녀의 안정감을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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