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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퇴근한 이서는 소희에게 받은 CCTV 녹화본을 들고 호텔로 돌아왔다.

지환의 방 입구에 다다른 이서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마침내 용기를 내어 방문을 두드렸다.

방문이 열리고, 목욕 가운을 입은 지환의 모습을 마주한 이서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가운을 제대로 여미지 않아서 울퉁불퉁한 복근과 가슴 근육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지환이 온몸에서 뿜어내는 호르몬의 기운은 이서의 목을 더욱 타게 했다.

붉어진 이서의 귓불을 본 지환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 가운 여몄다.

“무슨 일 있어?”

“그게...”

이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환을 보았을 때, 그는 이미 거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CCTV 녹화본이 삭제되었대요. 소희 씨가 하 선생님께서 이 방면의 타고난 천재라고 하던데... 한 번 봐주시겠어요?”

지환이 CCTV 녹화본을 건네받았다.

“아주 간단한 일이야.”

이서가 눈을 크게 떴다.

“아주 간단하다고요? 이미 많은 전문가가 복구하기 힘들 거라고 했다던데...”

“하긴, 그 사람들은 틀림없이 복구할 방법이 없을 거야.”

지환이 이서에게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

“앉아 있어. 얼른 고쳐줄게.”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앉은 이서는 지환이 뒤적거리며 도구를 찾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 모습은 이서의 머릿속에 또 한 번 어렴풋한 기억이 떠오르게 했다.

‘이... 이건!’

과거의 기억이 그녀의 뇌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이서는 지환이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재빨리 시선을 핸드폰으로 옮겨 다른 곳으로 주의력을 돌리려 했다.

그러나 지환의 카리스마는 너무도 강했기에, 이서는 몇 번이나 그의 뒷모습으로 시선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의 뒷모습을 본 이서는 갑자기 머리가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녀는 팔걸이를 꽉 잡고 나서야 그 엄습하는 불안감에서 서서히 헤어 나올 수 있었다.

긴장한 이서가 지환을 바라보았을 때, 다행히도 그는 열심히 CCTV 녹화본을 수리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상한 낌새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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