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어떻게 반격할 생각이야?”지환은 자기 심장이 쿵쿵 뛰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서는 그를 한 번 보았으나,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왜 그래?”지환이 긴장하며 물었다.“말해줄 테니까... 절대 비웃으면 안 돼요.” “말해봐, 절대 안 웃을게.” 이서가 입술을 움찔거리며 말했다.“저는 하씨 가문을 짓밟아버리고 싶어요!” 순간, 이 말을 들은 지환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소리는 샘물처럼 맑았는데, 그의 웃음소리가 귀에 거슬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서는 뺨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안 웃기로 했잖아요!”지환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이서의 자그마한 두 손을 피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여전히 가면을 쓰고 있었으나, 어렴풋이 보이는 그 눈꼬리의 눈물점은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네 계획을 비웃으려던 의도는 아니었어. 그저 우리가 함께 할 생각에 웃음이 난 거지.” “혹시...”이서가 경악하며 지환을 바라보았다. “혹시... 뭐?”고개를 숙인 이서가 다소 난감해하며 말했다.“혹시... 제가 하씨 가문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하씨 가문은 H국의 제1대 가문이에요. 게다가 나머지 3대 가문을 합친다고 해도 하씨 가문의 권세를 따라올까 말까죠. 도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으로...” 그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순전히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틀림없이 할 수 있을 거야.”“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다 하면 돼.”지환이 이서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묵묵히 그를 바라보던 그녀의 얼굴은 살짝 상기되었고, 덩달아 방 안의 분위기도 점점 야릇해지기 시작했다. 지환이 이서에게 입을 맞추려던 찰나, 문밖에서부터 귀를 찌를 듯한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두 사람의 동작이 굳어졌다. 이미 눈을 감았던 이서가 느릿느릿 다시 눈을 뜨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지환을 바라보았다. 이마에 핏줄이 붉어진 지환이 숨을 고르던 찰나, 또 한 번 초인종이 울렸다. “내가 나가볼게
호텔.지환은 이서를 대신하여 그녀의 목에 약을 발라주려고 했다. 하지만 목에 밀려오는 한기를 느낀 이서가 불편감을 느낀 듯 손을 들어 목을 문지르려 했고, 지환은 이를 제지했다. “이 약은 효과가 아주 좋아. 아마 내일이면 이 자국도 없앨 수 있을 거야.”“설마 부하직원들이 네 목에 있는 상처를 보게 하려는 건 아니지?” 이 말은 이서의 충동을 손쉽게 잠재울 수 있었다. 그녀는 문득 한 가지 일이 생각났다. “하 선생님, 선생님의 도움이 좀 필요해요.”“자.”지환이 USB를 꺼내어 이서에게 건네주었다. 이서가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이게 뭐예요?” “그날 대회장의 CCTV 녹화본이야.”“이 CCTV 녹화본이면 심가은이 먼저 너에게 손을 댔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 그 여자가 총에 맞아 죽은 건 사실이지만, 절대 네가 죽인 건 아니잖아? 게다가 이 USB 에는 경찰의 조사 결과도 담겨 있어. 아마 이 두 가지면 너의 결백을 증명할 만할 거야.” 이서가 웃으며 물었다.“제가 이 두 가지를 원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지환이 USB를 책상 위에 놓았다.“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달군 루머, 나도 봤거든.”“아...”이서가 붉은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지환을 바라보던 그녀는 가슴이 따뜻해졌다.“감사합니다, 정말.” 지환이 이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좀 쉬어.”“네.”그녀는 지환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보고서야 USB를 자세히 바라보았는데, 그의 깊은 눈동자를 다시 마주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때, 방으로 돌아온 지환은 핸드폰을 꺼내 이천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은철을 감시해. 그리고 그 자식이 또 함부로 이서에게 접근하려 한다면, 당장 그의 다리를 부러뜨려서 나에게 바치도록 해.”“그리고... 우리가 철저히 세웠던 계획, 지금 당장 실행시켜!” [대표님, 정말 지금 바로 실행하시겠습니까? 그동안 저희가 하씨 그룹의 일부 시장을 선점한 건 사실이지만, 현재의 윤씨 그룹은 아직 하씨 그룹의 적수라
“그래.”이서는 고개를 숙인 채 다른 협력 회사의 자료를 보기 시작했다. ‘이미 강 대표님 문제는 해결했지만, 아직 어려운 상대가 몇 명 남았으니,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야.’이서는 자료를 한참 살피다가 갈증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그제야 소희가 아직 제자리에 서서 가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고, 궁금해하며 물었다.“왜 아직도 그러고 있어?”머뭇거리던 소희가 이내 입을 열었다.“이서 언니, 우선 살인 루머부터 해명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왜냐하면 많은 고위층 분이 그 루머가 진짜라고 믿고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와 협력하려던 기업들도 협력 의사를 철회하려는 거고요.”“아마 확실한 해명이 있다면, 그 협력 회사들은...” 이서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그래, 무슨 말인지 잘 알겠어. 하지만 결코 장희령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그렇지 않아도 이미 그 여자와 심씨 가문의 후계자인 심동의 결혼 날짜가 가까워지고 있어서 연예계에서 그 여자의 입김이 막강한 상황이라고 하더라고.” “만약 내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그 루머에 대한 해명을 발표한다면, 틀림없이 그 여자의 심기는 뒤틀리고 말 거야. 그러면 그 여자는 모든 힘을 나나를 괴롭히는 데 쓰려하겠지. 절대 나나에게 불리한 일을 만들어서는 안 돼.”“만약 그 여자가 대중의 반발심을 불러일으켜서 나나를 짓밟으려 한다면, 우리는 비즈니스가 망가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각오는 해야 할 테니까.” “물론 회사도 중요하지. 하지만 합작 회사들과의 계약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 기간 내에 해명하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야.” “그래서 말인데... 이런 압박을 이겨낼 수 있도록 소희 씨가 그 고위층 인사분들을 설득해 줬으면 해.” “아, 참, 나나한테 전화해서 그쪽의 상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물어본다고 했었지?” “어서 가봐.”이서의 말을 들은 소희는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온기를 느꼈다. ‘이서 언니는 우리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일을 할 때 곳곳에서 우리를 생각해 주고
이 답장을 본 소희는 기뻐하며 곧바로 이서를 찾아갔다. “이서 언니, 방금 연락해 봤는데요, CCTV 녹화본은 확보했는데 이미 모든 게 깨끗하게 지워진 상황이라고 하더라고요. 복구할 사람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이서가 손에 든 펜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그럼 가능한 한 빨리 복구할 사람을 찾아봐 줘. 복구되어야지만 우리가 진상 공개에 착수할 수 있을 테니까.”소희가 난감하다는 듯 이서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매니저님께서 이미 여러 전문가에게 물어봤는데, 복구가 쉽지 않을 거라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대요.” 이서가 인상을 찌푸렸다.“내가 다른 사람을 알아보도록 할게.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소희가 말을 이어 나갔다.“이서 언니, 하 선생님께서 이 방면의 타고난 천재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마 그분께 CCTV 녹화본을 맡기면 복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서가 물었다.“하 선생님? 하지환 선생님을 말하는 거야?” “네.”소희가 대답했다.“하나 언니가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인상을 찌푸린 이서는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던 무언가가 알을 꺠고 나오려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책상의 가장자리를 꽉 쥐었다.“그렇게 잘하신다고?” “네.”안타깝게도 소희는 이서의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하 선생님께서 해결해 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몸을 살짝 휘청이던 이서가 고개를 숙이고 인상을 찌푸렸다.“나나한테 CCTV 녹화본을 나한테 주라고 전해줘. 내가 오늘 저녁에 하 선생님께 전해 드릴게.” 이서가 한 쪽 손을 미간에 대고 있는 것을 본 소희가 긴장한 표정으로 불안해하며 물었다. “이서 언니, 왜 그래요?” “아무것도 아니야.”이서는 시종일관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소희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볼 수 없었다.“아무래도 요 며칠 좀 무리했나 봐. 아마 한숨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상황을 지켜보던 소희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네, 그럼 저는 이만 나가볼 테니까 푹 쉬세요.”
감독과 다른 제작진들은 나나를 영화 팀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이 영화는 심동이 막대한 투자를 한 것이고, 희령은 심씨 가문의 안주인이 될 사람이었기에 감독은 그녀를 직접 찾아와 악역을 맡아달라고 부탁하려던 것이었다. ‘뭐야, 흔쾌히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사실, 제작진들도 희령이 나나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그녀는 제작진들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었다. ‘자기 명성에 누가 될까 봐 몸을 사리는 건가?’ “이왕 이렇게 된 거, 다른 분들과 잘 상의해 볼게요. 희령 씨, 그럼 이만 좀 쉬어요.” 희령을 입술을 움찔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감독이 나가는 것을 본 희령의 매니저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령아, 서나나도 CCTV 녹화본을 확보했을 거야.”“어? 벌써?”“응, 다른 매니저한테 들었는데, 서나나의 매니저가 아침부터 CCTV를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더라고.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써도 복구할 수는 없겠지. 그건 우리가 철저히 없애버린 거니까.” “희망을 걸었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 꽤 재밌겠는걸?”희령의 매니저가 말했다. “바로 그걸 노렸던 거잖아. 아마 내일이면 서나나는 배역이 바뀌었다는 통보를 받게 될 거야. 그건 그 여자에게 큰 치명타가 되겠지.” 희령이 손을 쓰다듬으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이를 들은 매니저가 웃음을 터뜨렸다.“감독님이 정말로 서나나의 배역을 바꿀 수 있을까? 서나나의 출연료는 제작진 중에서 가장 저렴하잖아, 하하!” “그럼 무슨 소용이야? 촬영 시간을 지체했는데.”“요 며칠간 날린 돈을 합하면, 서나나 정도의 배우는 10명도 캐스팅할 수 있었을걸?” “그래, 맞아.”매니저가 더 환하게 웃었다.“그럼 앞으로 다시는 연예계에서 서나나를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겠네?” “흥, 조금만 기다려. 내일 제작진의 발표가 나오기만 하면, 서나나는 틀림없이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될 테니까. 그때가 되면 오빠는 마케팅 회사를
퇴근한 이서는 소희에게 받은 CCTV 녹화본을 들고 호텔로 돌아왔다. 지환의 방 입구에 다다른 이서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마침내 용기를 내어 방문을 두드렸다. 방문이 열리고, 목욕 가운을 입은 지환의 모습을 마주한 이서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가운을 제대로 여미지 않아서 울퉁불퉁한 복근과 가슴 근육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지환이 온몸에서 뿜어내는 호르몬의 기운은 이서의 목을 더욱 타게 했다. 붉어진 이서의 귓불을 본 지환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 가운 여몄다.“무슨 일 있어?” “그게...”이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환을 보았을 때, 그는 이미 거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CCTV 녹화본이 삭제되었대요. 소희 씨가 하 선생님께서 이 방면의 타고난 천재라고 하던데... 한 번 봐주시겠어요?” 지환이 CCTV 녹화본을 건네받았다.“아주 간단한 일이야.” 이서가 눈을 크게 떴다.“아주 간단하다고요? 이미 많은 전문가가 복구하기 힘들 거라고 했다던데...” “하긴, 그 사람들은 틀림없이 복구할 방법이 없을 거야.”지환이 이서에게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앉아 있어. 얼른 고쳐줄게.”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앉은 이서는 지환이 뒤적거리며 도구를 찾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 모습은 이서의 머릿속에 또 한 번 어렴풋한 기억이 떠오르게 했다. ‘이... 이건!’ 과거의 기억이 그녀의 뇌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이서는 지환이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재빨리 시선을 핸드폰으로 옮겨 다른 곳으로 주의력을 돌리려 했다. 그러나 지환의 카리스마는 너무도 강했기에, 이서는 몇 번이나 그의 뒷모습으로 시선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의 뒷모습을 본 이서는 갑자기 머리가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녀는 팔걸이를 꽉 잡고 나서야 그 엄습하는 불안감에서 서서히 헤어 나올 수 있었다. 긴장한 이서가 지환을 바라보았을 때, 다행히도 그는 열심히 CCTV 녹화본을 수리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상한 낌새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모양이었다. 한
지환은 결코 이서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화장실 위치를 가리켰다. 이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문을 닫는 순간, 그녀는 경련을 일으키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차가운 기운을 느끼며 몸을 떨기 시작했다. ‘괴로워...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아.’ 그녀는 가슴을 꽉 누른 채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고, 그 고통이 거리낌 없이 온몸에 퍼지도록 내버려두었다. 이서는 아무런 신음을 내지 않으려 했으나, 이내 이마에 수많은 땀방울이 맺혔다.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은 끊어진 구슬처럼 뺨으로 미끄러져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다.“이서야!”문밖으로부터 지환의 매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말 속이 안 좋은 거 맞아?” 이서가 깨물고 있던 입술을 천천히 풀며 태연한 어투로 대답했다.“네, 하 선생님, 혹시 약 좀 사다 주실 수 있어요?” 이 말을 들은 지환은 눈살을 찌푸리며 잠시 침묵했다.“알겠어, 사 올게.” 곧이어 문이‘쾅’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서는 이 소리를 듣고서야 구원을 받은 듯 신음을 내뱉었다. ‘드디어 가셨구나.’ “아... 아...”이서는 그제야 머리를 꽉 쥔 채 밀려오는 고통을 소리로 발산했다. 긴 경련과 발작 끝에 그녀는 마침내 고통을 이겨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이서는 거울 속의 창백한 자신을 보며 뺨을 힘껏 두드렸고, 볼에 불그스름한 빛이 떠오른 후에야 터덜터덜 화장실을 나섰다. 5분 후.약을 사 온 지환은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만지작거리는 이서를 보았고, 드디어 불안하던 마음이 제자리를 찾는 것을 느꼈다. “괜찮아?”지환이 이서에게 약을 건네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괜찮아요.”“그래도 약부터 한 알 먹어.” “네.”이서는 순순히 약 한 알을 먹었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오늘 간식을 하나 먹었는데, 그게 상했던 건지 계속 속이 불편하더라고요.” 그녀의 옆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지환이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그렇구나.” “제가 먼저 파일을 열어봤는데
“이서야!”지환이 이서의 손을 잡았다.“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건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야.” 고집스러운 지환의 모습을 본 이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알겠어요, 하지만 회사의 홍보팀과 먼저 연락을 해봐야겠어요.”“그래, 그건 병원에 가는 길에 하면 되지 않을까?” 이서는 하는 수없이 지환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가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는 곧 홍보팀 팀장인 최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요? 누가 이런 파란을 일으킨 건지 증명할 수 있는 증거는 찾은 거예요?” 최미영은 이때까지도 야근을 하고 있었는데,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윤 대표님, 이번 파란을 일으킨 게 누군지 알아냈습니다. 뜻밖에도 거짓 뉴스를 퍼뜨린 언론들이 모두 심씨 가문의 회사더군요. 하지만 이 언론들은 심씨 가문에 직접적으로 소속된 게 아니라, 제3자를 통해 심씨 가문과 엮여 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 일의 배후에 심씨 가문이 있다는 걸 대중에게 알리고 싶으시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회사들이 어떤 3자를 통해 심씨 가문과 엮여 있는지 알아내야 할 테니까요.] 최미영이 말했다. 눈살을 찌푸린 이서가 잠시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12시간 더 드릴게요. 내일 아침, 즉 10시까지는 완벽한 증거들을 찾아주셨으면 해요.” [네, 알겠습니다.]수화기 너머의 긍정적인 대답을 들은 이서는 그제야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지환과 이서는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고 호텔 부근의 병원에 다다랐다. 이곳은 개인 병원이었는데, 들어가자마자 환한 미소를 띤 간호사가 두 사람을 맞이해주었다.“두 분, 무슨 일로 오셨어요?” 지환이 이서를 한 번 보았다.“전반적인 검사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이서가 눈을 크게 뜬 채 지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배가 조금 아플 뿐이예요. 전반적인 검사를 할 필요는 없어요.” 지환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