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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1화

“날 속이려는 거지?! 다 생각난 게 분명하다고!”

“아니라고.”

이서의 말투는 죽은 사람처럼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나한테 그 사람의 진짜 이름을 알려준 것도... 나를 자극하기 위해서였구나?”

그녀는 그날의 결혼식을 떠올렸다.

‘그래, 그날도 이런 식으로 나를 자극했었지.’

“물론 그 사람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큰 자극을 받았었어. 하지만 나는 그와 함께하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그 고통을 참아냈고, 기절하지도 않았지. 그래서 우리는 함께할 수 있었던 거야.”

이서는 또 한 번 자신을 향한 지환의 배려를 떠올렸다.

그녀는 매우 풍자적이라고 느꼈다.

‘하 선생님은 내가 자극을 받지 않도록 늘 조심히 해주시는데...’

‘하은철은...’

“지난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방금 있었던 모든 일 때문에 이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게 됐어.”

“지난 일 년 동안 네가 나를 아주 많이 다치게 했을 거라는 거.”

“하은철,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내 청춘을 너에게 바친 결과가 고작 이거라니... 하...”

은철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이서를 바라보았다. 그는 순간 자신이 실패자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서의 남편이 자신의 작은 아빠이고, 자신이 그렇게 오랜 시간 속았다는 것을 떠올리면 솟아올랐던 일말의 양심은 다시 원한으로 바뀌는 듯했다.

그가 막 입을 열려던 찰나, 문밖에서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은철이 방문을 열었고, 그곳에는 경호원이 서 있었다.

“하 사장님, 목적을 이뤘으니 이제 철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은철이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이서를 한 번 보았다.

“그래, 철수해!”

이 말을 마친 그는 뒤돌아서서 문을 쾅 닫고 떠났다.

이서는 온몸에 힘이 빠져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힘없이 무릎을 꼭 껴안은 이서는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린 듯 바삐 일어나 방 안을 꼼꼼히 살피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서야 거실 소파에 앉아 자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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