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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9화

‘어쩌면 나도 이서처럼 최면이나 전기 충격 치료를 받아서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으면, 더 이상 친밀한 관계를 두려워하지 않게 될지도 몰라.’

바로 이것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었다.

잠시 후. 하나가 실성한 듯 웃기 시작했다.

‘요즘 내가 왜 이러지? 늘 이런 생각을 한단 말이지...’

...

호텔 방 입구에 다다른 이서는 일부러 발걸음 소리를 낮췄는데, 그녀의 방 맞은편이 바로 지환의 방이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 종일 못 만났네... 지금 뭐 하고 계시려나?’

잠시 생각하며 망설이던 이서가 지환의 방 앞으로 걸어갔고, 손을 들어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그의 방에서는 응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순간, 이서는 실의감을 느꼈다.

‘방에 안 계신 건가?’

다른 방법이 없었던 이서는 카드를 꺼내어 자기 방의 문을 열었다.

그녀는 문을 열자마자 텔레비전이 켜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순간적인 기쁨을 느낀 이서가 펄쩍펄쩍 뛰며 거실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는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확인하는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은철, 네가 왜 여기 있어?”

놀란 이서가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는데, 머릿속에는 그날 결혼식에서 있었던 수많은 일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하은철이 차갑고도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윤이서, 꼭꼭 숨었어야지.”

이서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당장 내 방에서 안 꺼져? 경찰에 신고할 거야!”

핸드폰을 들어 전화번호부를 켠 이서의 눈에 지환의 전화번호가 들어왔다.

이서는 그의 이름을 수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핸드폰에 저장된 지환의 이름은 여전히 H선생님이었다.

그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바로 이때, 거대한 두 손이 포악하고 강한 힘으로 그녀의 손에 있는 핸드폰을 빼앗았다.

핸드폰을 뺏긴 이서는 마음이 텅 비는 듯했다. 그녀가 입구 방향으로 물러나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당장 돌려줘!”

하은철이 이서의 핸드폰에 저장된 지환의 번호를 힐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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