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그는 매일 맛집 투어를 나선다.오늘 이른 아침, 집에서 유유히 모닝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샌드위치를 즐기기도 전에 현관문이 ‘펑’ 하고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화가 잔뜩 난 모양이었다.이상언은 먹던 샌드위치를 내려놓고, 몇 걸음 나가 보기도 전에 하지환이 씩씩거리며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왜? 또 무슨 일이야? 또 싸웠어?”하지환은 곁눈질로 그를 흘겨보더니 입술을 바짝 오므렸다.이상언은 자신을 위아래로 살펴보았다.“내가 너한테 뭘 잘못한 거라도 있니?”‘설마?’‘내가 뭘 했다고 밉보여?’하지환은 실눈을 뜨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이상언은 그에게 샌드위치 하나를 건네주었다.“자, 먹고 나면 다 해결돼. 그래도 안 되면, 하나 더 먹으면 되고…….”하지환은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이상언. 너…….”이상언은 일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장난기를 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대체 뭔 일인데? 말 안 하면, 내가 어찌 알겠어?”하지환은 그를 흘겨보고는 여전히 말하지 않았다.두 손 두발 다 든 이상언이 체념한 듯 말했다.“그럼 네가 말하고 싶을 때 다시 이야기하자.”……이서는 오늘도 평소대로 하은철에게 줄 아침을 준비를 마치고 경호원이 도시락 찾아가기를 기다렸다.시간을 보니 경호원이 도착하려면 아직 10여 분이 남았다. 그녀는 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디자인 시안을 다시 체크하고, 그리고 콘테스트 대회 주최 측에 시안을 발송할 예정이었다.노트북을 열어 메일 쓰기를 누르자마자 경호원이 도착했다.이서는 도시락을 가지러 갔다.“여기요.”경호원은 도시락을 받지 않고, 난처한 듯 얘기했다. “아가씨, 도련님께서 오늘 도시락은 직접 배달해 달라고 하셨습니다.”이서는 눈썹을 찡그렸다.“저희도 참 난감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아가씨.”윤이서는 숨을 내쉬며, 가방을 챙기러 갔다. “알았어요.”경호원은 곧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아가씨.”이서는 경호원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병실에 들어서자, 통깁스를 한 하
한 시간 남짓이 지났을 때, 이상언은 드디어 하지환의 입에서 윤이서와 지금 냉전 중임을 알게 되였다.이상언은 머리를 긁적였다.“그래서 반지는 줬어?”하지환은 그를 냉담하게 흘겨보았다.“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줘?”이상언은 소파에 앉았다.“확실히 좀 이상한데? 그날 저녁, 이서 씨가 너를 찾아갔을 때…… 너 혹시 기분 나쁘게 했니?”하지환은 잠깐 회상했다.“아니.”그날 이서는 자발적으로 그에게 도시락을 배달 왔었다.“그럼, 뭐지? 여자 마음은 갈대 같아서 알다 가도 모르겠어.”이상언은 우거지상을 했다. 비록 앞 전에 여자 친구를 몇 명 사귀었지만 모두 가볍게 만나는 정도였다.연애에 있어서 젬병이긴 하지환이나 마찬가지다.하지환의 표정이 가라앉았다.“한 달 내에 해결된다며?”“이봐, 조급해하지 마. 내가 너를 도와 방법을 생각하고 있잖아.”하지환은 얇은 입술을 한 줄로 오므리고, 조급한 게 아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겨우 참았다.“참, 이서 씨가 최근에 특별히 이루고 싶은 소원이나 갖고 싶은 물건이 있는지 알아보고, 완성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어때? 호감도를 상승시킬지도 모르잖아.”하지환은 며칠 전 이서 컴퓨터에서 본 디자인 시안이 문득 생각났다.그는 한껏 뒤틀린 미간을 풀고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어디 가?”이상언이 하지환의 뒷모습을 쫓으며 물었다.하지환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냥 떠나버렸다.이상언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리로 돌아와 못다 한 아침 식사를 계속 했다.세상은 넓고, 먹을 건 많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서는 자기 집 대문이 크게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그녀는 놀란 가슴을 안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집 쪽으로 걸어갔다.집안이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이 사태의 장본인인 윤수정은 휠체어에 앉아 이서를 보고도 뻔뻔하게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턱을 치켜 들고 있었다.“네가 그랬어?”윤이서는 주먹을 불끈 쥐고 노려보았다.윤수정은 휠체어를 밀고 윤이서 앞에 도착했다. 험상궂은 얼굴
조서 작성을 맡은 여경은 소파에 앉아 묵묵히 노트북을 만지작거리는 이서를 힐끗 보았다.한바탕 싸운 두 사람의 얼굴과 몸에 모두 정도가 다르게 상처가 나 있었다.그러나 정말 따지자면, 윤이서의 얼굴에 있는 몇 개의 긁힌 자국과 비교하면 윤수정은 그야말로 재난급이었다.얼굴에도 상처가 여러 군데 있었고 옷까지 찢어져 낭패해 보였다.육안으로 봐서는 이서가 수정을 일방적으로 괴롭혔다는 혐의가 성립될 정도였다.잠시 후 사진을 찍으며 현장 조사를 마친 경찰이 윤이서 앞으로 다가왔다.“두 분, 경찰서로 가서 조사에 협조해야 할 것 같습니다.”이서는 안타까운 눈으로 노트북을 바라보았다.“네, 알겠습니다.”두 사람은 경찰서로 연행되었다.윤이서는 독방에 배치되었다.경찰서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좀 진정되고 나니 손이 심하게 떨리는 것을 알아차렸다.잠시 뒤, 마침내 누군가가 들어왔다. 경찰이 아닌 양복과 구두를 신은 젊은이였다.그는 서류 가방을 이서 앞에 놓고 사무적으로 입을 열었다.“윤이서 씨, 나는 윤수정 씨의 변호사입니다. 제 대리인인 윤이서 씨가, 피해보상과 사과를 해주신다면 폭행죄 고소는 취하할 예정이라고 하셨습니다.”이서가 웃었다.“제가 싫다면요?”변호사는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윤이서 씨를 폭행죄로 고소할 예정입니다. 기물파손은 피해보상만 하면 해결되는 반면, 폭행죄는 다릅니다. 의사 진단서까지 추가하게 되면 윤이서 씨한테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듯합니다…….”이서는 입꼬리를 움직였다.“제가 무슨 법맹인 줄 아나 봐요? 윤수정 몸에 난 상처로는 폭행죄 성립이 안 됩니다.”변호사는 일어서서 웃었다.“자기소개가 늦었네요. 고천성이라고 합니다.”윤이서의 안색이 변했다.고천성, 하씨 그룹 산하의 가장 유명한 변호사로, 그가 수임한 사건은 100% 승소를 자랑하며 변호사계 불패의 신화를 이어오고 있는 전설의 인물이었다.‘나를 감방 보내기 위해 윤수정은 참말로 애쓰구나.’“윤이서 씨, 잘 생각해 보세요. 저는 먼저 잠깐 나
이서는 영문을 모른 채 송서묵의 뒤를 따랐다.송서묵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를 꽂고 한가로이 발걸음을 내디디며 이서에게 물었다.“윤이서 씨는 어떤 결과를 원하세요?”윤이서는 몇 분 동안 진지하게 생각했다.“이 사건인 경우, 최악의 상황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송서묵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윤이서를 보는 눈빛에 약간의 의아함이 더해졌다.‘하은철 뒤꽁무니만 따라다닌다는 소문과 달리 꽤 독한 사람이었네.’“기물파손에 쌍방 폭행, 먼저 시비 걸고 도발했으니 판결이 확정되면, 아마도 열흘에서 보름가량 감금될 수 있습니다.”이서는 웃으며 얘기했다.“송 변호사님이라면 이에 그치지 않을 것 같은데요?”송서묵은 웃으며 대답은 피했다.윤이서는 몸을 곧게 폈다.“궁금한 게 있어요.”“네. 말씀하세요.”“누가 의뢰했나요?”송서묵은 윤이서의 눈을 바라보며 답했다.“음…… 이건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경찰서 오기 전, 상대방은 그에게 자기의 신분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단단히 일러 두었다. 그는 굳이 그 사람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이서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경찰서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입구에 도착하자 윤수정과 딱 부딪혔다.윤수정은 차에 오르다 말고 이서를 표독스럽게 쳐다보았다.“윤이서.”윤이서는 천천히 그녀를 돌아보았다.윤수정은 이미 휠체어를 타고 윤이서 앞에 다가왔다.여기는 경찰서이니, 굳이 이서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변호사가 이미 내 뜻을 잘 전달했지?”말하는 사이에 고천성도 나왔다.그는 윤이서 뒤에 서 있는 사람을 확인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윤수정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턱을 젖히며 말했다.“네가 아무리 은철오빠의 비위와 입맛을 맞추려고 노력해도, 결론적으로 오빠라는 사람은 얻지 못할 거야!”윤이서는 차갑게 웃었다.“깜냥도 안 되는 남자를 보물로 생각하는 건 너밖에 없을 걸? 송 변호사님, 고맙습니다. 먼저 갈게요.”“모셔다 드릴 게요.”“어떻게 귀찮게…
윤이서가 다가와서 물었다.“뭐 좀 도와드릴까요?”“아니요.”하지환은 처음 요리하는 사람처럼 동작이 능숙하지 않았다.주방 선반 위에 놓인 태블릿은 요리 과정을 반복하여 재생되고 있다.“처음이죠?” 윤이서는 다소 의외였다.“응.”“그런 것 같네요.”비록 능숙해 보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조리 있게 잘하고 있었다.하지환은 갈비찜을 접시에 담았다.이서는 접시를 식탁에 놓고 하지환 맞은편에 앉았다.“먹어봐요.”윤이서는 수저를 들어 두부조림을 집었다.한 입 맛보고 웃으며 말했다.“플레이팅은 좀 부족한데 맛은 괜찮네요. 음식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요.”하지환은 젓가락을 잡았던 손을 멈칫하며,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두 사람은 이심전심으로 경찰서에서 있었던 일은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서는 직감적으로 하지환이 송서묵을 변호사로 의뢰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이 대단한 인물은 하씨 그룹도 어쩌지 못한 거물이다.그녀가 몰래 하지환을 힐끗 보고는 입가에 나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왜? 입맛에 안 맞아요?”하지환은 윤이서의 불안한 시선을 알아채고 물었다.윤이서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젓가락을 내려놓고 물었다.“송서묵 변호사는 당신이 섭외한 건가요?”하지환이 고개를 끄덕였다.“어떻게 섭외했죠?”“전에 그 사람을 도와준 적이 있어요.”사실이었다. 과거에 하지환이 송서묵을 도와준 적이 있었다.그때 송서묵은 하씨 집안을 도와 다국적소송을 진행중일 때라 늘 살인 협박에 시달렸다. 하씨 집안은 대한민국에서는 제1의 가문이라고 하지만 해외까지는 힘이 닿지 못했다. 이때 사람을 파견하여 송서묵의 신변을 보호했던 사람이 하지환이었다.그래서 송서묵은 하지환에게 매우 감사했다. 이번에 그에게 일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해성에서 날아왔다.이서는 그가 자세히 말할 생각이 없자, 추궁도 하지 않고 계속 밥을 먹고 있었다.식사를 마친 후, 하지환은 이서에게 올라가 쉬라고 했다.“먼저 목욕하고 쉬어요.”피곤한 건 사실
이서는 목욕 타올을 두르고 망설이며 욕실을 나섰다.상의를 탈의한 채 갈아입을 옷을 찾던 지환은 인기척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이서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지환의 몸매는 정말 예술이었다. 떡 벌어진 넓은 어깨와 잘록한 치골, 운동으로 잘 다져진 탄탄한 가슴 근육과 복근, 생각해 보면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었다.이서는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가 지환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제가 도와드릴 게요.”눈썹을 치켜세운 지환은 움츠린 이서의 분홍색 발가락을 보며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잠긴 목소리는 답했다.“그래요.”그는 말하면서 갈아입을 옷을 이서에게 건넸다.고개를 숙인 이서는 지환을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머리가 복잡한 그녀는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이서 손에 들린 옷은 지환의 팔을 가볍게 지나, 어깨 쪽에 다다랐다. 지환의 키에 비해 아담한 이서는 발끝을 세워야만 옷을 입힐 수 있었다.지환이 눈치채고 매너 있게 고개를 숙이자, 이서의 붉은 입술이 지환의 턱에 닿았다.그녀는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 머릿속도 백지장이 되었다.갑자기 몸이 붕 뜨는 것 같더니 이내 침대로 내던져졌다.곧이어 숨 막히는 키스가 쏟아졌다.의식은 점차 주체를 잃고, 육체와 분리되어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울어요?” 지환의 목소리에 의식이 돌아온 이서는, 볼을 쓰다듬고 나서야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을 알았다.방금 전까지 눈에 서려 있던 흥분과 격정은 사라지고 지환은 무덤덤하게 침대에 앉아 있었다.“싫은가요?”이서는 버벅거리며 붉은 입술을 벌렸다.싫은 게 아니라, 민예지가 지환의 애인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니 짜증나고 슬펐을 뿐이다.하지만 아무 얘기도 할 수 없었다.계약서에서는 상대방의 사생활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잠시 침묵을 지키던 지환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기 시작했다.“잘 자요.”이서가 정신 차리고, 일어났을 때 문은 이미 닫혔다.그녀는 무릎을 안고 침대에 우두커니 앉았다. 막막하고 답답했다.이날
어젯 저녁부터 이서의 도시락을 받지 못해 속을 태우는 하은철은 이서한테서 전화가 걸려 오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이렇게 빨리 전화를 받은 건 전례가 없었던 터라, 마음속으로 할 말을 생각하던 이서 조차도 어리둥절했다.“내 밥은? 왜 아직 내 밥은 안 오는 거야?”이서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을 뱉었다.“정말 천생연분이 따로 없다니까. 하나는 나를 감방에 보내려고 안달이 났고, 하나는 나를 노예 취급하고……. 나 다 때려 치울 거야. 이제 밥 같은 거 안 해!”‘먹던 말던! 먹기 싫으면 굶어 죽던가!’할아버지의 체면은 이미 하은철이 다 깎아 먹었다.전화를 사이에 두고, 하은철도 이서의 짙은 노기를 느꼈다.끊긴 핸드폰을 손에 든 그는 어리둥절했다.이서 얘기로 들어서는, 분명히 윤수정을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문득 어제 윤수정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괴롭히는 사람이 있으니 고천성을 보내 달라고 했던 게 생각이 났다.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는 바로 윤수정에게 전화해 다짜고짜 따져 물었다.“어제 널 괴롭힌다는 사람이…… 혹시 이서니?”하은철의 전화를 받고 한껏 신이 났던 윤수정은 그의 질문에 기분이 확 나빠졌다.[오빠…….]“맞아, 아니야?”[맞아, 언니가 나를 때렸어. 믿지 못하겠으면 와서 봐봐.]“왜? 왜 널……?”윤수정은 억울한 척 흐느꼈다.[내가…… 내가 오빠를 좀 잘 챙겨달라고 했더니, 나를 나쁜 년이라고 욕하면서 손찌검 했어. 그리고 오빠, 글쎄 언니가 감방에 보내겠대…….]하은철은 미간을 찌푸렸다.“그게 사실이야?”[못 믿겠으면, 고천성 한테 물어봐. 어제 언니가 얼마나 미쳐 날뛰었는지 몰라. 흑흑…….]윤수정은 더욱 서럽게 울었다.[오빠, 설마 정말 이서 좋아하게 된 거야? 이젠 내 말도 못 믿어?]하은철은 순간 당황했다.“아니야, 당연히 네 말 믿지. 걱정하지 마. 고천성이 있으니 괜찮을 거야.”[하지만 난, 오빠랑 같이 있고 싶은데…….]하은철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너는 몸이
전화를 끊고 이서는 경찰서에 가서 노트북 컴퓨터를 찾으러 왔다.“노트북이 완전 박살 났어요.”남자 경찰이 말했다.“아마 복구하기 힘들 겁니다.”이서가 눈썹을 찡그렸다.콘테스트 마감일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작업한다고 해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잠깐 고민을 하던 이서는 서비스 센터에 한 번 가기로 했다.센터 직원은 북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냥 다시 하나 사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원하는 답을 얻지 못한 이서는 축 처진 어깨를 하고 서비스 센터를 걸어 나왔다. 몇 걸음 안 갔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윤이서 씨?”고개를 돌려보니, 이상언이 길가에서 그녀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이 선생님 여기는 웬 일이세요?” 이서는 정신을 가다듬고 걸어갔다.“이 부근에 유명한 정통 한식집이 있다고 들었는데…….”이상언이 핸드폰 애플리케이션을 보며 말했다.“지금 이 주변을 몇 바퀴 돌았는데도 못 찾겠어요.”이서는 이상언 있는 쪽으로 다가가서 핸드폰 속의 위치를 한 번 쓰윽 보고는 말했다.“이 한식집은 작은 골목 안에 있어요. 네비로는 찾기 힘들 거에요. 제가 알려 드릴게요.”이상언도 곧 차를 세워 두고, 이서를 따라 한식집으로 걸어갔다.두 사람은 작은 골목을 이리저리 빙빙 돌다가, 번화한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한적한 오솔길로 들어갔다.오솔길의 끝에 한식집이 있었다.문 앞의 간판은 이미 페인트가 벗겨졌다.“바로 이 집이에요!” 흥분한 이상언의 모습을 마치 어린애 같았다.본인의 역할을 다한 이서가 말했다.“그럼 맛있게 드세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왜요? 윤이서 씨.” 이상언은 이서를 불러 세웠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별다른 약속 없으면 저랑 같이 식사해요. 제가 살게요.”마침 이서에게 할 말도 있었다.하지만 지금 이서는 고장 난 노트북 때문에 밥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아니에요, 전 일이 좀 있어서…….”“아무리 바빠도 식사는 해야 하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