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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윤이서는 다급한 나머지 미친 듯이 경적을 울렸다.

하지환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았다.

이서는 이를 악물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천천히 차를 몰고 다가갔다.

하지환은 여전히 눈 깜짝 않고 이서의 차가 가까이 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전조등의 빛이 그의 얼굴에 비치며 그의 이목구비를 더욱 뚜렷하게 그려냈다.

불빛을 빌려, 그는 차 안에서 운전대를 꼭 쥐고 있는 이서를 보았다.

차가 천천히 지면을 밟으며 다가갔다.

1세기 같은 1초를 버티던 이서는 더는 참지 못하고 마침내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러고는 차에서 뛰어내렸다.

“미쳤어요? 왜 안 피해요? 죽고 싶어요?”

하지환은 웃는 듯 마는 듯 도시락통을 들고 입을 열었다.

“나에게 주는 거예요?”

“아니요!”

이서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부인했다.

하지환은 윤이서의 손을 잡으러 앞으로 나갔다.

오늘 아침 이서가 하은철에게 도시락을 준비해 주는 모습을 본 그는 기분이 극도로 나빠져 복싱장에 가서 한바탕 분풀이하고 왔다. 그런데 지금 이서가 챙겨온 음식을 보니 언제 그랬냐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다.

윤이서는 피했다.

“나 갈래요, 더 이상 막지 마세요.”

하지환은 이서를 가까이 끌어당겨 화가 난 작은 여인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어딜 가려고?”

그는 더 가까이 다가갔다. 몸에서 나는 은은한 박하 향이 코끝을 파고들었다. 이서는 코가 시큰거려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목을 꼿꼿이 세우고 두 사람의 거리를 확보하려 했다.

“당연히 집에 가야죠.”

“좋아, 그럼 같이 가.”

그는 이서의 귀 끝을 가볍게 물었다.

이서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잠깐 멍 때리다 바로 정신을 다잡고 거의 온몸의 힘을 다해 하지환을 밀면서 쌀쌀하게 말했다.

“뭐하러요, 민…….”

상대방의 사생활에 간섭할 수 없다는 조항이 생각난 이서는 억지로 ‘민예지와 함께하라’는 얘기를 속으로 삼켰다.

그러고는 몸을 되돌려 차로 갔다.

하지환은 그녀가 단순히 삐진 줄 알고, 냉큼 안아 이서가 어떻게 항거하든 상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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