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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화가 나서 씩씩거리던 민예지는 갑자기 뭐가 생각난 듯 냉소를 지었다.

“됐어, 내가 너랑 이런 것들 가지고 시시콜콜 따져서 뭘 하겠니? 봐봐…….”

민예지는 몸을 돌려 책상 위에 놓인 벨벳 상자를 열어 보여주었다.

보기 드문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가 이서 앞에 나타났다.

머리가 ‘윙’ 어질어질 터질 것 같았다.

아직 미처 반응하지 않았는데, 민예지가 그 핑크색 다이아몬드 반지를 약지에 끼며 말했다.

“날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래. 아름답지?”

따뜻한 주황색 불빛 아래 굴절된 빛을 발산하는 다이아몬드 반지는 이서의 눈을 시리게 하고 마음도 아프게 했다.

그녀는 명치의 위치를 눌렀다.

“정말 너였어?!”

‘하지환이 밖에 둔 여자가 민예지라니!’

“당연히 나지.”

민예지는 윤이서의 뜻을 완전히 오해하고 득의양양했다.

“안 그럼 너겠니? 꿈도 꾸지 마, 가서 거울이나 봐. 네가 가당키나 해? 어울리기는 하고?”

이서의 눈은 이미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을 깜박거리며 붉은 입술을 꽉 깨물고 한참 동안 낮게 중얼거렸다.

“그래, 맞아. 계약에 따르면,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지. 무슨 자격으로…… 나 먼저 갈게.”

말을 마친 이서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나가 버렸다.

이서가 이렇게 눈치 빠르게 물러가자, 민예지는 오히려 당황했다. 이서가 가고 나니,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후련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약지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너무 예쁜 다이아몬드 반지다.’

‘정말 내게 줬으면 좋겠다.’

“너 어떻게 들어왔어?”

차가운 목소리가 갑자기 민예지의 뒤에서 울렸다. 키다리 그림자가 다가오더니 민예지의 손에 낀 반지를 낚아챘다.

민예지는 아파서 연신 숨을 들이마셨다.

“아파요!”

하지환은 차가운 기운이 눈가의 점까지 전해졌다.

“누가 함부로 내 물건에 손 대래!”

민예지는 억지로 애교를 부렸다.

“저기…… 이 다이아몬드 반지, 너무 아름답네요. 저 주면 안 돼요?”

하지환은 눈동자가 차가웠다. 그러다가 바닥에 놓인 보온 도시락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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