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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그의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

“디자인 콘테스트에 나가요?”

“네.”

세수하고 나온 이수는 고개를 숙이고 하지환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먹고 싶은 거 있어요?”

하지환은 주방의 유리문에 기대어 말했다.

“먼저 한 잠 자요. 아침은 제가 간단하게 해 놓을게요.”

“안 돼요.”

윤이서는 코를 들이마셨다.

“이따가 하은철에게 도시락 배달 가야 해요.”

하지환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하은철에게 도시락 배달요?”

그도 방금 병원에서 오는 길이었다. 하은철이 입원한 일은 어제 이미 알았다.

“네, 은철이는 입맛이 까다로워요.”

이에 대해 이서는 잘 알고 있다.

조금이라도 그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바로 외면해 버리고 입에 대지도 않았다.

“암튼 잠깐 앉아 계세요. 바로 돼요.”

그녀는 정말이지 하지환과 같은 공간에 있는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하지환은 마음속의 불쾌감을 억누르며 말했다.

“설마 아직도 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는 건나요?”

후드 소리에 하지환의 목소리를 묻히면서 이서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녀는 어젯밤에 다듬어 놓은 야채를 손질해서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탕탕탕, 치익, 닥닥 음식하는 소리가 폭죽 터지듯 요란했다.

미간을 한껏 찌푸린 하지환은 소녀의 아담한 뒷모습을 바라보는 눈동자에 짙은 먹물이 끼었다.

요리를 마치고 나왔을 때, 이미 하지환의 자취는 보이지 않았다.

이서는 오리무중이었다.

하지만 하지환이 가버리는 것도 좋았다.

그녀는 가볍게 숨을 내쉬고 대충 아침을 먹고서는 하씨 집안의 경호원에게 아침을 가져가라고 전화했다.

경호원은 도시락을 챙겨가며 윤이서에게 물었다.

“아가씨는 안 가나요?”

하은철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이서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아는 경호원이 물었다.

“네, 안 가요.”

윤이서는 하품을 하며 말했다.

“저는 밀린 잠이나 자야겠어요.”

말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 혼곤히 잠이 들었다.

이서는 아주 평온하게 한 잠 잘 잤다. 임하나의 전화가 걸려 오기 전까지.

“여보세요?”

[이서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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