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했던 사람이 이미 돌아왔는데 창고에서 어떤 CCTV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상대방은 실력이 상당한 게 틀림없어, 미리 그쪽의 CCTV를 철거한 걸 보면. 이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할 수 있다니, 은철아, 혹시 짚이는 사람이 있니?”하도훈은 깎은 사과를 하은철에게 건네주었다.은철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그의 마음속에 바로 한 사람이 떠올랐다.하지만... 여전히 믿고 싶지 않았다.“아니요.”하도훈은 몸을 일으키며 계속 상황을 파악했다.“이 정도 실력의 사람을 쓸 정도면 틀림없이 만만치 않은 상대일 거야. 적어도 4대 가족 중에 있다. 민씨 가문을 제외하면 남는 것은...”“아버지.” 은철은 올라오는 짜증을 참지 않고 하도훈의 말을 끊었다.“정말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직접 아래 사람에게 시켜서 조사하시면 되잖아요.”하도훈은 은철을 의심하며 “은철아...”“저, 피곤해요.” 은철은 하도훈을 등지고 천천히 누웠다.하도훈은 눈살을 찌푸리고 하은철을 심각하게 바라보다가 결국 말없이 자리를 떴다.마침내 조용해지자 은철은 그제야 천천히 눈을 떴다.‘내가 생각한 그 사람은 아닐 거야.’“그럴 리 없어.”그러나 이렇게 자신에게 말하면서도 은철은 떠오르는 생각을 어찌하지 못했다.그는 급하게 일어나면서 순식간에 등에 난 상처가 땅겨졌다.갑자기 밀려오는 통증 때문에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혼란스러웠던 머릿속은 오히려 많이 맑아졌다.사실 은철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는지 아닌지 검증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단지 윤이서를 힘껏 도와 민씨 그룹을 얻기만 하면 된다. 만약 그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아니라면 이서는 반드시 민씨 그룹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만약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는다면...그 사람도 분명 은밀히 이서를 도울 거야.’‘그리고 최종 인수자는 이서가 될 것이고, 그러면...’생각이 여기에까지 이르자 은철은 휴대전화를 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이를 악물고 커뮤니티에 메시지를 올렸다.[원하는 것을 얻기를 바란다.@윤이서
‘나나는 자기가 이제야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고 상당히 겸손하게 말하네. 분명히 엄청난 인기를 얻었는데, 무명 배우인 나나를 모든 사람들이 단번에 기억하게 됐어!’소희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점차 흥분을 가라앉혔다.단톡방을 달구던 이 화제도 끝이 났다.이서는 계속 나나에게 관심을 보였다.[나나야, 요즘 지방 촬영 중이야?][네, 맞아요. 빨리 돌아가서 언니들과 만나고 싶다.][그럼 지금‘바다의 딸' 촬영 중인 거 맞아?][네, 언니.][우리 나나 잘 찍어, 이 드라마 잘 찍으면 해외 시장이 열릴 거야.]나나는 이서가 이전의 약속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이서 언니, 정말 나를 해외 시장으로 진출시킬 생각이에요?][한번 말 한 건 지켜야지, 그리고 민씨 그룹을 인수하면 연예사업부도 인수할 수 있을 거야. 민씨 그룹 내 이 사업 부문은 여전히 잘 나가니까 그때 너를 해외무대로 밀어붙이는 것도 어렵지 않을걸?]나나의 눈시울이 약간 붉어졌다.[이서 언니, 고마워요.][별말씀을.]이서는 나나에게 괜찮다는 문장을 보내고 나서야 추상화가 보내온 메시지를 확인했다.[이서야, 어디까지 썼어?]이 메시지를 보고 이서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지난번 추상화는 그녀의 작품을 본 후부터 그녀의 첫 번째 충실한 팬이 되어 매일 그녀에게 업데이트를 재촉했다.[어제 조금 썼어요. 곧 보내드릴게요.]이서는 작품을 보냈다.추상화는 곧 다 보고 이서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어떻게 이렇게 조금밖에 안 썼어, 더 보고 싶은데 아쉽다. 아이고, 참 오랜만에 이렇게 스토리를 따라가며 몰입해서 읽었어. 제일 최근이 벌써 20여 년 전이야.][스웨이 작가님 말씀하시는 거죠?][그래, 딸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어. 조금도 보탠 것 없이 말하자면, 온통 슬픔에 휩싸여 있었는데 그때 썼던 글이 얼마나 영감이 넘쳤던지. 에이, 지금 잘 못 쓴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이전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거지, 아주 약간 차이가 있다는 말이야.]추상화의
[맞아, 전에 스웨이가 나에게 말했을 때 나는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당시 하이먼이 막 딸을 찾았기 때문에, 너무 흥분해서 세부 사항에 대한 기억이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요 며칠 네 대본을 보다가 또 이 일이 생각나길래 다른 사람에게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단다. 결국 심씨 부부는 정말로 지금 자신의 친딸을 찾아 헤매고 있대.][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이서는 여전히 이 상황이 말이 안 된다고 느꼈다.태어난 지 몇 달 된 아기를 알아보지 못하는 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꽤 자란 자신의 아이가 다른 사람으로 바뀐 것을 모를 수는 없다.[아이고.]추상화는 한숨을 쉬었다.[나도 혼란스러워. 스웨이가 방금 아이를 찾았는데 내가 만약 이 일을 말한다면, 스웨이는 틀림없이 잘못된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러는데 네가 직접 스웨이를 도와서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확실히 조사해줄 수 있을까?][그럼요.]이서는 처음부터 하이먼 스웨이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겼다.[네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된다. 이서 너는 우리 스웨이에게 진심이잖아. 그 명성을 이용하려고 하지도 않고. 그런데 스웨이의 딸은...]추상화는 한숨을 쉬고 나서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이서는 대화창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하지환이 옆에 앉고 나서야 이서는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뭘 보고 있어요?”지환은 한눈에 대화창 속 스웨이의 이름을 보고 바로 하이먼 스웨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는 이서의 핸드폰을 가져갔다.“여보...”운서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네가 이러니까 정말 걱정돼. 의사의 진단으로는 지금 너는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데 만약...”이서는 지환의 허리를 감싸 안고 앙탈을 부렸다.“작가님 일은 곧 정리할 거예요. 반드시 마이클 첸 박사의 치료에 영향 없도록 할게요.”지환은 이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래, 하지만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겠다고 생각되면 나에게 꼭 말해야 해.”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지환은 줄곧 차가운 표정이었지만 마이클 첸을 만날 때는 감정을 자제하고 평온해 보이려고 신경을 썼다.상언은 지환이 자신의 말을 이해하고 Michael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이런 모습은 예전의 지환이의 모습이었다.냉정하고 현명하며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았다.그러나 이런 모습은 예전의 지환과 다른 부분도 있었다.이전의 지환은 매우 주동적이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이서를 위해 자신의 의지와 감정을 억누르고 기다린다.‘아이고.’상언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진료실에서 이서의 고통스러운 오열이 흘러나왔다.그 옆에 있던 지환 역시 몸을 움찔하고 진료실로 들어갈 기세였다.상언은 재빨리 그를 잡았다.“지환아, 이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야. 만약 이서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면 밖에서 기다려도 돼.”지환은 상언의 제지에 몸을 멈추고 침통하게 진료실을 바라보았다.진료실에 있던 이서는 고통스럽게 눈살을 찌푸리고 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저항하는 듯했다.누군가가 두 손으로 지환의 마음을 필사적으로 휘젓는 것처럼 지환의 마음은 쉴 틈 없이 고통스러웠다.몸 안의 수많은 세포들이 아우성치며 지환을 진료실 안으로 뛰어들도록 했지만, 그의 이성은 그의 두 다리를 꽉 눌렀다.만약 지환이 이서와 헤어지고 싶지 않다면 반드시 하경철이 남긴 유언의 어두운 그림자를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그 유언은 둘 사이의 걸림돌이 될 뿐이다.지환은 주먹을 꽉 쥐고 이서를 매섭게 쏘아보았다.이서의 아픔을 자신에게 가져와 대신 고통을 감당하고 싶었던 것 같다.바로 이때 혼수상태에 빠졌던 이서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Michael 첸의 손에 놓인 쟁반을 쳐서 엎었다.“싫어, 싫어... 우리 엄마, 아빠한테로 보내줘, 우리 엄마, 아빠...”이서의 고함이 잦아들자 눈을 떴지만 온몸이 심하게 떨리고 가슴도 심하게 들썩거렸다.지환은 이 상황을 보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뛰어들어 이서를 품에 안았다.끈적거리
지환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말씀하세요.”마이클 첸은 그제야 물었다.“이서 씨, 전에도 최면을 한 적이 있지 않나요?”“아니요.” 이서의 기억으로는 최면 치료를 받은 적이 전혀 없었다.“이상한데요. 최면에 대해 이렇게 심하게 저항하는 걸 보면 이전에 최면치료를 한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억이 이미 봉인되어 있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심한 저항이 나타날 리 없습니다. 최면이라는 것이 첫 최면 이후 큰 상처를 입으면 무릎 반사처럼 두드릴 때마다 자동적으로 격렬한 반응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이서 씨의 이런 상황은 틀림없이 최면을 경험했고, 그 때문에 상처도 받았을 것입니다.”마이클 첸의 말을 듣고 이서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참 동안 자세히 기억을 더듬었다“하지만 제 기억으로는 정말 없었어요...”여기까지 말하다가 이서는 갑자기 무언가가 기억났다.“그런데 5, 6살 이전의 일에 대해 정말 아무런 기억이 없어요.”“아마 그 때쯤 최면을 한 게 아닐까요?”마이클 첸이 이렇게 말하자 이서는 또 한 가지 일이 생각났다.윤이서의 어머니인 성지영은 일찍이 그녀를 데리고 정신과 의사를 만나러 간 적이 있다.그리고 성지영은 이 일을 입에 올리는 것에 대해 매우 꺼리는 것 같았다.“저는 잘 모르겠어요.”“이서 씨, 이전에 이미 최면 치료를 받았다면 우리는 이 방법이 아닌 다음 치료 방법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셔야 합니다.”다음 치료법은 전기 충격을 가하는 전기충격치료이다.지환이 피하고 싶었던 치료방법이었다.지환은 매섭게 눈살을 찌푸렸다.이서는 지환의 손을 잡고 고개를 돌려 미소 지으며 지환의 몸 안에서 참지 못하는 화를 달랬다.지환이 잠잠해지자 이서는 다시 마이클 첸에게 말했다.“네, 제가 알아볼게요. 그래도 안 되면 다음 방법을 시도해야죠.”“여보!” 지환은 이서의 손을 꼭 잡았다.이서는 빙그레 웃으며 진료실 베드에서 일어섰다.“저희 먼저 돌아갈게요, 첸 선생님.”“네.”마이클 진목은 세 명의 사람
“예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대여섯 살 이전의 일에 대해 나는 전혀 기억이 없어요. 하은철은 우리가 납치된 적도 있다는데 저는 전혀 기억이 없어요. 그래서 그때 어머니가 나를 정신과 의사에게 데려갔을 가능성이 높아요. 나에게 최면을 걸어 5, 6살 때 일어난 일을 잊게 만든 거죠.”이서는 계속 말을 이었다.“그런데 어머니는 왜 그랬을까요? 설마 내가 그 참혹한 납치를 잊게 하기 위해서였을까요?”‘만약 그렇다면 함께 납치되었던 윤수정과 하은철에게는 왜 과거의 기억을 잊게 하지 않았을까?’생각할수록 이서의 머리가 아파졌다.이서가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지환은 가슴 아파하며 그녀를 꼭 안았다.“여보, 생각하지 마. 최면 치료만으로도 나는 이미 엄청 양보한 거야. 전기 치료요법은 말도 안돼. 만약 더 이상 치료가 안 된다면, 나는 당신을 데리고 이곳을 떠나 외국으로 나갈 거야. 이 환경을 떠나면 아마 나을지도 모르잖아.”이서의 뺨은 지환의 가슴에 붙어있었다. 그의 강력한 심장박동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서의 심장이 저려졌다.‘아니야. 괜찮아지지 못할 거야. 설령 하늘 끝까지 도망친다 해도 난 낫지 않을 거야.’‘오직 심리치료를 받아야만 난 평생 고통에서 벗어나 살 수 있을 거야.’‘만약 내가 줄곧 고통 속에서 살게 된다면, 지환 씨도 역시 불가피하게 고통 속에서 살게 될 것이고...’이서는 자신 때문에 지환이 불행해지기를 원하지 않았지만...“좋아, 만약 치료받고 나서 내가 걸어 나오지 못한다면, 외국으로 나가요. 아마도 외국에 가면 나의 상황이 좋아질지도 몰라요.”이서가 지환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서가 아무렇지 않은 척할수록 지환의 심장은 더욱 쥐어뜯기는 느낌이었다.“우리 돌아가자.” 그는 이서의 손을 꼭 잡고 놓으려 하지 않았다.“그래요.”이서는 깜찍하게 지환을 따라 차에 올랐다.가는 길 내내 이서와 지환 둘 다 말이 없었다.집에 도착한 이서는 화장실에 들어갈 틈을 타 자신이 고용했던 사설탐정 구택우에게 전화
하은철이 보낸 메시지가 인터넷에 엄청난 속도로 퍼지자 윤수정도 자연히 많은 사람들의 추측성 댓글을 보게 되었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수정이 어떻게 놓칠 수 있겠는가, 바로 대화방에 글을 올렸다.[은철 오빠의 가장 아름다운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민씨 그룹을 인수하고 나면 반드시 잘 경영할게요. 은철 오빠와 여러분의 큰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이 메시지 덕분에 순식간에 윤수정을 지지하는 모든 사람들은 윤수정이 민씨 그룹을 인수에 대해 더 뜨겁게 응원하게 되었다.[그것 봐, 틀림없이 윤수정 씨가 민씨 그룹을 인수할 거라고 했잖아. 윤수정 씨는 하은철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윤수정 씨가 말고 누가 민씨 그룹을 따낼 수 있겠어? 정말 윤이서가 따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그러게,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윤이서는 민씨 그룹을 가질 수 없잖아, 윤이서한테 뭐가 있어? 지금 갖고 있는 윤씨 그룹은 이전에 하씨 집안이 지지해준 것뿐이잖아. 그래서 적어도 H국에서는 하씨 그룹은 왕이야! 말을 한마디 하면 누가 이길 수 있겠어? 하씨 그룹은 살리고 싶으면 윤이서는 살 수 있고, 하씨 그룹이 살리고 싶지 않으면 살 수 없어.][윤수정도 이렇게 말했대. 민씨 그룹은 틀림없이 자기가 따낼 거라고. 아이고, 정말 부러워 죽겠다. 하은철 같은 갑부 남자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하하하하, 윤이서는 아직 어딘가에 숨어서 울고 있을지도 모르지.][나도 그래, 웃겨 죽겠다. 뜻밖에도 주제넘게 윤수정과 경쟁하다니. 만약 하경철 어르신이 아직 살아 있다면 이 두 사람의 경쟁 결과는 아직 알 수 없겠지만 아쉽게도 하경철 어르신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윤이서는 전혀 승산이 없으니까.][하경철 어르신이 돌아가신 일에 대해 말하자면, 소문 들었는지 모르겠다. 하경철 어르신의 죽음에 윤이서가 관련되어 있대.]이 평론은 즉각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자세히 말해봐, 나는 데이터 용량 충분하니까.][하경철 어르신의 죽음과
이서는 손을 휘저으며 입밖으로 힘겹게 몇 글자를 뱉어냈다.“하지 마...때리지...”“그렇지만 이서 언니...”이서는 천천히 일어나 기운 없이 말했다.“나 괜찮아, 가서 물 한 잔만 갖다 줘.”소희는 여전히 안심되지 않았지만 일어나 이서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물을 마신 이서는 비로소 안색이 좀 회복되었다.소희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이서 언니, 병원에 데려다 줄게.”이서는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아니야, 괜찮아. 오늘 일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특히 지환 씨.”소희는 마음이 아파서 짠한 표정으로 이서 옆에 앉았다.“이서 언니...”“나는 정말 괜찮아...”이서는 눈을 뜨고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자신은 다만 갑자기 그 사람들이 비난하는 말을 보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의 장면이 바로 머릿속에 다시 떠올랐다.‘할아버지는... 확실히 나를 대신해서 목숨을 잃으셨어요.’‘그러나 난 할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고 싶지 않고, 단지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난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야.’“이서 언니...”어쩔 줄 몰려 하는 이서를 보고 소희는 그녀의 손을 힘주어 꼭 잡았다.그제야 정신이 든 이서는 크게 숨을 들이마신 후 입을 열었다.“소희야, 방금 무슨 말 하려고 했어?”“아!”소희는 자신이 들어온 이유가 기억났다.“은행 측은 공식적으로 오늘 발표가 났는데 이번 금요일에 민씨 그룹 인수자 선정 결과를 발표하게 된대요.”“이번 주 금요일?” 이서는 소희가 건네준 태블릿을 들여다보았다.“다음 달이라고 하지 않았어?”“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세간의 관심이 쏠려 있어서 은행 측에서는 이번 기회로 민씨 그룹을 빨리 재편할 생각인가 봐요.”이서도 역시 소희와 생각이 비슷했다. 은행이 재빨리 손을 쓸 가능성은 아주 높았다. 누가 보더라도 민씨 그룹은 이미 오랫동안 오너가 손을 놓은 채 정체 상태였다. 은행도 물론 민씨 그룹을 재빨리 다른 주인에게 넘길 수 있기를 희망